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종적 시선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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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종적 시선과 목소리 김윈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한국문학논총 제62집 (2012. 12) 293-잃O쪽

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종적 시선과 목소리

도g 드프 A I * L...:

차 례

I 들어가며 1. 의식적인 고백의 서술

]]. 나를 보는 시선 2 무의식의 틈입과 서술의 혼재

1. 의식적 시선과 기역의 은폐 W 역사를 말하는/말하지 못하는 여

2 무의식적 시선과 기억의 지속 성의 목소리

m. 나를 말하는 목소리 V 나오며

김원일의 『슬픈 시간의 기억』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근대화

시대를 거쳐 오며 우리 사회에 쌓이게 된 역사적 기억과 상처들을 육화

시켜 형상화하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그 연작 중 첫 번째 중편소설인

<나는 누구인가>는 소위 수난의 역사라고 불리는 우리 근현대사를 봄

의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몸의 치장을 통해 그 기억을

위장하고자 하는 여성 노인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 속에서 인물은 ‘나’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고백을

*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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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 고백은 사회적 공식담론을 내면화한 프

리즘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왜곡된 이야기이다. 더불어 이 의식적 고백의

목소리 사이사이에 은폐한 무의식적 기억이 틈입하여, 그것에 의한 비명

도 서술공간에 혼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

음은 ‘내기- 생각하는 나’와 ‘내가 부정히는 나’ 사이에서 중층적인 의미

망을 형성하며, 사회적인 의미의 물음을 독자에게 새롭게 던진다. 곧

<나는 누구인가>는 ‘나’가 누구인지 위장하고 그것을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인물과 함께, 그 위장의 해제와 부정되는 기억의 조각들을 중층적

으로 보여준다. 이때 우리는 그기- 누구인지 그를 그렇게 규정히도록 만

드는 기제는 무엇인지 인물 층위 서술 층위 독자 층위에서 겹겹이 중층

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나는 누구인가>가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가 혼재된

서술을 통해 남성중심사회의 담론에 묶이지 않은 여성 주체의 진정한

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평가한다 의식세계에 침입하여 사회적 시선에

따라 만들어낸 자아정체성을 흔드는 무의식의 기억은, 중심의 논리에 따

라 일관성 있는 서술로 정리된 사회-역사를 해체시키는 미시사의 틈입

이다. <나는 누구인가>는 독자가 중심의 질서에 함몰되지 않고 역사를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그러한 미시사의 틈입을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에 담아내어 전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 것이다.

주제어 ’ 김원일, <나는 누구인가>, 중층적 시선, 중충적 목소리, 의식적

고백, 무의식적 기억, 사회적 공식담론, 남성중심사회, 여성 주

체, 미시사의 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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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윈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295

1. 들어가며

2001년 출간된 김원일의 소설 『슬픈 시간의 기억.n l)은 죽음이라는 운

명적 한계 앞에 선 인간의 의식을 통찰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본

질 문제를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이 있게 성찰해보게끔 히는 작품이다.2)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그리고 근대화 시대를

거쳐 오며 우리 발밑에 잔해처럼 쌓아게 된 역사적 기억과 상처를 육화

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또 그뿐만 아니라, 그 기억의 집인 노인이 외부에

밀려나 소외된 채로 그 내부의 기억과 함께 소멸해가고 있는 현대사회

의 문제까지도 중층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슬픈 시간의 기억』 에 묶인 네 편의 중편은 사설 양로원인 한맥기로

원에 기거하고 있는 네 명의 노인 ‘한여사, 초정댁, 윤선생, 사무장 김씨’

를 각각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들은 모두 우리 근현대 사회의 역

사적 기억과 상처를 응축하고 있는 동시에 중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1) ‘김원일슬픈 시간의 기억J , 문학과지성사, 2001’은 각각 <니는 누구인가>, <나

는 나를 안다>, <니는 두려워요>,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

는 네 편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 첫 번째 중

편인 〈나는 누구인가>를 중심텍스트로 삼는다 그리고 이 중심텍스트의 내용을

인용할 경우, 각주를 생략하고 본문에 그 쪽수만 괄호 안에 표기하도록 한다 2) 199)년대까지 김원일의 문학은 주로 분단소설의 벙주에서 규정되었다 그에 따라

그의 문학은 일반적으로 ‘순진한 눈, 귀향모티프 회해, 기족사의 비극’ 등의 특성

으로 이야기되고는 했다. 그런 한편 김원일 스스로는, 문학의 생명력이란 “인간에

대한 본질적 문제와 사람이 시는 구체적 모습을 묘사”하는 데에 있다는 말로 자

신의 문학관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김원일의 소설들은 전반적으로, 현대

문학사 안에서 ‘디층적이고 풍요로운 의미 공간’을 가진 중층적 층위의 문학으로

서 그 의의를 인정받아왔다

(류보선김원일의 문학을 보는 두 개의 시선과 앞으로의 과제」, 『작가세계~ , 세

계사, 1991. 여름호, 135쪽 김원일 · 권성우 · 우찬제 대담 r인간과 문학의 심오한 본질을 향한 도정 J,문혁

정신~ , 열음사, 1앉n 5, 31쪽 성민엽고향 찾기, 혹은 회해의 서사J,문학사상~ , 문학사상사, 1999. 3, 13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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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들이다. 더불어 그들은 현실 대응과 그에 대한 서술방식에서 각각

다른 양상을 보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역사와 인식을 다각도로 성찰하게

끔 이끄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존재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의식으

보다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역사적 기억을 어떻게 내면화하

여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는가에 대한 탐구를 해야만 한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여성화자의 목소리를 활용한 서사방식에 초점을

맞춰 『슬픈 시간의 기억』을 평가한 논의들이 존재한다 3) 김주연은 네

편의 중편 중 <나는 누구인가>를 예로 들며, 김원일이 여성화자에 의한

관능적이면서도 섬세한 독백의 문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파

격적이라고 표현했다 4 ) 백지연 역시 여성적 화자를 통한 고백의 서사에

주목하며 이 소설이 역사적 소재를 사용해서 기억의 화법을 활용하는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5)

그러나 『슬픈 시간의 기억』 연작 중 첫 번째 중편소설인 <나는 누구

인가>의 경우, 그 곳에서 여성 초점자가 취하고 있는 고백의 목소리는

그저 단순한 기억의 화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은폐 혹은 위장

의 욕망과 맞물리며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를 형성히는 양상을 보인다.

이진희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서술되고 있는 인물의 기억을 왜곡 ·

재구성된 기억과 트라우마로 각인된 기억으로 분류하며, 후자를 통해 고

통스러운 ‘진짜’ 기억을 경험함으로써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라는 죽음의

시간 속 성숙을 형성하게 된다고 분석했다6) 이어 마혜정의 경우 발설

과 은폐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누구인가> 속 인물의 발화를 가

3) 참고로 이 소설의 주요인물은 ‘시무장 김씨’를 제외하면, 다른 세 명의 경우 여성

으로 설정되어 있다 4) 김주연육체의 소멸과 죽음의 상상력-김원일의 새 연작 장편소설J (해설), r슬픈

시간의 기억~ , 문학과지성사, 2001, 엉7쪽 5) 백지연역사적 기억의 내면화와 고백의 화법 J , 비교문화연구~ 9권 l호, 경희대

학교 비교문화연구소, 2003. 6, 77-78쪽,

6) 이진희 김원일 소설의 죽음 의식 연구J , 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1, 104-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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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발설과 은폐되었던 진실의 무의식적 발설로 구분하며, 어두운 과거

라는 진실과 함께 가장한 발설까지도 그 인물의 정체성으로 수긍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런데 이들의 논의는 은폐된 과거만을 인물에게 가해진 역사적 수난

으로 해석함으로써, 인물 개인을 과거 은폐의 주체로 파악하고 있다. 과

거의 기억을 은폐하게 만들었던 우리 근현대사의 사회적 기제에 대해서

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의식적 발화의 의미를 인물의 진실 대

면이라는 측면에서만 분석할 뿐, 그 발화의 방식이 빚어내는 의미망에

대한 고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가 보여주는 서술공간의 치밀한 긴장관계는 사회와

개인, 의식과 무의식, 고백과 은폐의 영역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로 말미암아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나는 누

구인가>는 소위 수난의 역사라고 불리는 우리 근현대사를 현재까지도

몸의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몸의 치장을 통해 그 기억

을 위장하고자 하는 여성 노인의 고백과 ‘의식의 흐름’을 통해 서술의 긴

장관계를 매우 치밀하게 빚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에 따라 본 연구에

서는 <나는 누구인가>를 중심텍스트로 삼아 그러한 서술의 긴장관계가

빚어내고 있는 중층적인 의미망을 포착해 보고자 한다.

ll . 나를보는시선

1. 의식적 시선과 기억의 은폐

대부분의 소설은 ‘나’가 되었든 ‘그’가 되었든 이야기하는 사람의 의식

을 통과하는 형식으로 제시된다. 작자가 이야기 속에 하나의 서술자를

7) 마혜정노년의 욕망. 발설과 은폐 -김원일의 『슬픈 시간의 기억』을 중심으로j ,

『현대문학이론연구J 49권, 현대문학이론학회, 2012, 116-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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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넣는 순간부터 그 소설 속에는 중재나 변형을 하는 무엇인가가 들

어와 있게 된다 이는 서술자에게 개인적인 특성이 전혀 주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8)

소설에서 누구의 시야와 시각에 기대어 사건을 보게 하고, 또 누구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듣게 하느냐는 독자에 대한 작가 혹은 작품의

의도를 반영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슬푼 시간의 기억』 에 묶인 네

편의 중편은 모두 각각 초점자가 되는 네 명의 노인들을 3인칭의 인물

로 동장시키고 있다. 서술자는 개인적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시점으로

존재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때 각 작품의 서술은 그

초점자인 노인의 시선과 목소리 , 더 나아가 그들의 ‘의식의 흐름’과 겹쳐

진 채로 진행된다. 이는 선택적 전지 시점의 서술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있다.

선택적 전지 시점에서 독자는 여러 사람의 정신을 통하여 이야기를

볼 수 없으며 , 그에 따라 복합적인 시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초

점은 작중인물들 중 단 한 사람의 정신에만 제한되어 있고, 독자는 중심

이거나 주변이거나 그 중간이거나 간에, 어떤 한 점에만 고정된다 9)

<나는 누구인가>의 경우 서술의 초점은 이 작품의 초점자인 ‘한여사’의

정신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서술은, 지문과 대화, 독백이 전혀 구

분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문단만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형태로 지변에 드러난다 이는 초점자의 정신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서술로 보인다

8) 웨인 c. 부스거리와 시점 J , 김병욱 편저, 최상규 역현대소설의 이론~, 예림기

획, 1997, 456쪽 9) 노먼 프리드먼에 의하면 소설의 시점은 일곱 가지로 분류된다 ‘필자로서의 전지,

중립적 전지, 목격자로서의 ‘나’ , 주인공으로서의 ‘나’, 복수 전택적 전지, 선택적

전지, 극적 제시, 카메라’의 분류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서 시용하는 ‘선택적 전

지’라는 용이는 이 분류를 침고한 것이다

(노번 프리드먼소설의 시점 J , 김병욱 편저, 최상규 역 r현대소설의 이론~ , 예

림 기획, 1997, 491-508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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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299

<나는 누구인가>는 초점자인 ‘한여사’가 화장대 거울 앞에 앉는 장면

으로 시작된다. ‘한여새는 거울의 먼지 닦기부터 시작해서 ‘짧게 잡아도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여’ 화장을 한다. 소설의 전반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한여사’가 화장을 하고 어린이 놀이터로 산

책을 나가는 단순한 일상이 전부이다. 그러나 ‘한여사’가 궁뜬 동작으로

느릿느릿 화장을 하는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상념들이 쉴

새 없이 흘러간다.

한여사는 얼른 화장이나 마치고 보겠다며 다시 거울을 본다. 뺨을 손

바닥으로 토닥거리니 그 사이 물기가 증발해버렸는지 피부가 까칠하

다(15쪽)

한여사는 윤선생 생각을 털고 다시 화장에 몰두한다 분가루 토닥거

리는 짓을 끝내면, 눈썽과 입술 화장 차례다(19쪽)

시간을 들여 주름진 얼굴에 한 겹 한 겹 화장을 덧입히며 ‘한여사’는

화장을 하듯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채색해간다. 그러한 의식

양상은 ‘한여사’의 내적 독백의 형태로 재현되는데 , 0 1 때 ‘한여사’는 거울

을 통해 지각되는 자신의 모습 위로 자신이 머릿속으로 인식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환기하거나 그려 넣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 즉 ‘한여

사’가 화장을 하는 과정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로 자신을 구성해가려는

의식의 웅직임과 맞물려서 진행된다.

그네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이마 위며 정수리에 검불처럼

성글게 남아 있는 흰 머리칼이 흉하다. 그네는 머리통에 가발을 씌워 감

춘다 흰 머리카락을 조금 섞어 은회색이 되게 만든 숱 많은 가발이 그

네의 눈에 잘 어울려 보인다 (7쪽)

한여사는 다시 자신의 얼굴을 본다 가발로 본 머리를 감추었으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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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에 비친 얼굴은 주름살투성이다 물기 빠진 무 같은 얼굴은 자신이 보

기에도 민망하다 언제 내 꼴이 이토록 늙었나 싶어 슬며시 부아가 끓는

다 며칠 전 방바닥을 걸레질하던 초정댁이 한여사가 들으라고 구시렁

거렸다. 이봐, 그렇게 횟가루 바르듯 떡칠한다고 쪼글쪼글한 면상이 바

뀌어져? 늙은 개도 안 쳐다볼 할멈을 누가 봐 준다고 .... (중략) .. 초정댁

이 뭐라고 지분대는 난 눈감을 그날까지 날마다 곱게 화장할 테야 (11

쪽)

‘한여사’는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기 전, ‘성글게 남아 있는 흰 머리칼’

과 ‘주름살투성이 ’의 ‘물기 빠진 무 같은 얼굴’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흉

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아침마다 공을 들여 화

장을 하는 것이다. ‘한여사’ 자신은 그러한 자신의 모습이 가발과 화장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마치 남의 시선을 속이듯 거울을 보

는 자신의 눈을 속이려 한다. 그리고 그 눈속임을 스스로 믿으려고 애쓰

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의식을 드러내는 내적 독백의 언어 속에서 ‘한

여사’는 속이고자 하는 자인 동시에 속임을 당하고자 하는 자로서 존재

한다. 또한 속임을 당하고자 하는 그 욕망에 따라 ‘나’는 ‘나’의 말을 들

을수록 ‘나’ 자신과는 다른 타인이 된다

이때 거울은 ‘나’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도구가 아니게 된다. 거울

앞에서 ‘나’는 ‘현실의 나’와 ‘나라고 믿고 싶은 나’로 분리된다 ‘나라고

믿고 싶은 나’는 화장으로 주름의 골을 메우고 거울 앞에 선 ‘나’이다. 이

는 달리 말해 외면적으로 타인에게 아름답게 보이기를 바라는 ‘나’이다

곧 거울을 향한 ‘나’의 시선은 타인의 시선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에 의하면, 남을 통해서 보게 되는 ‘나’의 모습은 ‘나’

를 전율하게 한다 그러나 ‘나’로 하여금 그 모습을 자신으로 인정하도록

내면적으로 강요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말이나

행동으로 그 모습을 거부할 수가 있다 그러한 거부는 모든 것을 아름다

움에 걸었던 여성들에게서 볼 수 있는 태도이다. 이런 경우 나이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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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01

디움에 있어 박탈 요인이 되는데, 이에 여성들은 옷차림, 화장, 몸짓으로

남을 속이려고 한다. 특히 히스테릭하게 자신은 일반적인 나이의 법칙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고 믿으며, ‘늙는다는 것은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며,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lOJ

‘한여사’는 거울 앞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러한 시선을 통해 늙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추함’으로 평가함으로써

그는 ‘부아가 끓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가발을 쓰고 진한 화장을 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실제로 어떠

한가보다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이다. 그는 자신이 늙었디는 사실

을 이미 알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게끔 겉을 꾸밍으로써 타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붙어 그 과정 속에서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

이야말로 진짜 자기라는 인식을 만들어감으로써 스스로의 의식도 속여

나가고자한다

또한 ‘한여λF는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을 그들과 철저히

구별 지음으로써 타인과 다른 특별한 자기, 곧 ‘내가 바라는 나’를 구성

해 가고자 한다. 다음의 인용문과 같이 자신이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

음을 강조하며 그렇기에 자신은 ‘천덕꾸러기 늙은이’인 다른 노인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한여사’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여러 번 나타난다.

나도 적잖게 나이 먹은 건 사실이야 그러나 아푸 일에나 텀벙대고

자기 것 남의 것 가렬 줄 모르는 파파할멈은 아냐. 자잘한 글씨가 빼곡

찬 소설은 이제 눈이 아려서 못 읽지만 나는 지금도 야름다운 시를 읽

고 고상한 음악을 듣잖아. 자유롭게 산책도 즐기지, 난 천덕꾸러기 늙은

이가 아냐 한 여사는 화장하기 전 얼굴은 자기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한

다. 화장을 하고 물색 고운 옷을 입고 나서면 사무장 말처럼 이십 년쯤

은 젊어 보인다고 그네는 확신한다.(12쪽)

10) 시몬 드 보부아르, 홍상희 · 박혜영 역노년J , 책세상, 2002, L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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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한여사’는 고상한 품위와 아름디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보인

다. 고상한 품위에 대한 강조를 통해 ‘한여사’는 일반적인 노인 혹은 ‘늙

음’과 자신을 분리시키려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름다룹의 박탈을 거

부하고자 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할 때도 자신의 이름

디운 모습과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던 남성들에 대한 기억을 위주

로 그 당시를 떠올려낸다. 이는 거듭될수록, 아름디움 이외에는 젊은 시

절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다고 의식적으로 표명을 하고자 하는, 일종

의 강박적인 모습으로 읽혀진다‘

저는요, 고대광실 큰 집에서, 공주같이, 자랐죠, 대동아전쟁, 해방조차

모르고, 꽃밭에서, 나비처럼 행복하게, 자랐죠.(59쪽)

‘한여사’는 자신이 동시대를 살아온 다른 노인들과 달리 ‘시대의 아픔’

을 경험하지 않은 특별한 존재라고 깅조한다 여기서 그녀가 거부하고자

히는 것은, 사실 자연적인 노화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여사’에게 늙음이란, 단순히 나이 옮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주름과 함

께 쌓인 역사적 기억과 그에 따른 슬픔들을 함의한 노쇠이다. 따라서 ‘한

여사’의 화장이 내포한 의미는, 그것을 젊은 시절의 감각을 재생산해내

고자 하는 행위로 보는 견해 1 1)를 넘어선 곳에 존재하게 된다.

‘한여사’가 화장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나’를 거울 앞에 그려내고

자 하는 의식적 행위는 역사의 주름들을 가진 자신을 감추고 싶은 욕망

의 발현이다. 그런데 그로 인해 ‘역사 속에서 살아온 나’리는 실제적 존

재는 주름, 상처와 함께 ‘나’에게서조차 은폐되고 만다. 화장하기 전 얼

굴은 자기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즉 화장을 한 얼굴만을 자신의 얼

굴이라고 인식하는 ‘한여사’의 시선은 타인에게 아름답게 보이도록 꾸민

자신을 진짜 자기의 자리에 의식적으로 올려놓으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11) 이진희, 앞의 논문, 2011, CJ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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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니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03

그렇게 함으로써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자신이

경험한 역사적 상처들을 부정한 상처 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상처로 은

폐해버리고 마는 자기소외를 야기하게 된다.

2 무의식적 시선과 기억의 지속

그림자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반려자로, 의식에 가장 가

까운 무의식의 내용을 일걷는 정신분석학 용어이다 즉 그림자는 의식적

인 자아의 어두운 변으로, 자아에 의해 배척되거나 억압되는 무의식적

측면에 해당한다 이때 그림자는 자아와 비슷하면서도 대조되는, 자아가

가장 싫어히는 열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12)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

해서는 그 그림자를 억압하거나 사회적 가변인 페르소나(persona)를 이

용해 그것의 힘에 대항해야 한다.

그런데 ‘한여사’의 경우, 의식적인 자아의 어두운 한 면만이 아닌 본래

의 자기 자체를 그림자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인다. ‘한여사’는 역사적 상

흔을 주름의 겹 속에 담고 있는 실제 자신을 화장과 거짓말로 끊임없이

억누르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로 밀어버리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한여사는 확대거울을 통해 자기 얼굴이 본 모습을 찾았다고 만족할

때까지 화장을 수정한다. 넌 어릴 적부터 피부가 고왔어 시골애치고 점

아가 너처럼 피부가 고운 처녀는 면소장터에 나가도 찾아보기 힘들 거

야. (17쪽)

한여λ까 아침마다 공을 들여 화장하는 시간은 짧게 잡아도 한 시간

을 넘긴다 그네는 어떤 땐 화장을 끝내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판에 찍힌 듯 박혔으니,

그네는 그 모습이 지금의 자기 모습이라고 자신에게 우기며 다짐한다

12) 이부영 r그림자.~, 한길사, 1999, 40-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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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화장 탓이 아니야 회장으로 늙음을 감춘 게 아니라고 기본적 바탕은

워낙 좋았는데, 나이를 먹어 조금 구겨졌으니 주름을 펴고 피부를 윤택

하게 하느라 착색했을 뿐이지. 다리미질로 옷의 주름을 펴듯 그네는 그

렇게 긍정한다 그렇다면 내 젊었을 적 모습이 이랬었나 하는 의문이 들

자, 거울 속의 얼굴이 생판 다른 사람 같게 느껴지기도 한다 콕마단의

어릿굉-대가 거울 속에서 자기를 보고 있다 (20-21쪽)

‘한여사’는 화정을 통해 ‘자기 얼굴’의 ‘본 모습’을 찾으려 한다고 말한

다. 그는 화장을 통해 주름을 메우고 피부에 색을 입히는 행위의 의도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복원해내고자 하는 데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에 대한 ‘한여사’의 자기 긍정은 거울에 비친

생경한 자기 모습을 보게 됨으로써 무너지고 만다. 이는 ‘한여사’가 실제

내가 아닌,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내고 있는 위장적 자기를 발견

하고야 마는 또 다른 자기 내부 시선의 틈입을 완전히 누르지는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화장은 주름을 메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할 뿐 주름을 완전히 없애

지는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기억을 위장하려는 한 여사의 노력은 그

것을 잠시 은폐할 수 있을 뿐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못한다. 그것은 무의

식으로 밀려나 있게 될 뿐 완전히 소거되지는 않는 기억의 속성에서 기

인한다, 그렇기에 역사적 상처를 입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화장으로 자신을 덧칠할수록 실제 자신을

되찾기는커녕 마치 ‘곡마단의 어릿광대’처럼 실제의 자기와는 ‘생판 다른

사람 같게 느껴지’는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게 될 뿐이다

그라고 억압해둔 무의식은 자기의 의식적 의도와는 다른 그림자로서

의식세계에 틈입하여 ‘한여사’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어떤 기억을 상

기시키려 한다 이때 무의식은 내 의식의 바같에서, 나와 다르게 생각하

거나 혹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나’이다 이는 곧 ‘억압’된 지각적 기억을

의미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내적 독백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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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05

그러한 언어행위 속에서 ‘한여사’는 ‘억압’을 통해 상실했던 혹은 의식에

서 밀어내었던 지각적 기억의 편린들을 의도치 않게 되찾아내게 되며 13 ) ,

그와 함께 그 기억에 대해서 어떤 사고들을 표출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년아, 넌 한경자도, 게이코도, 한안나도 아냐. 넌 한점아가야. 이름

을 그렇게 바꿔갈 동안 네 인생은 수렁으로 깊이깊이 빠져들었어. 인생

을 망쳤다고1 어디에서, 언제 나타났는지 어둠 속에 낫을 쳐든 아버지가

소리친다.(47쪽)

이는 ‘한여사’의 의식 속에 갑자기 틈입한 아버지의 목소리이다. 그런

데 실제 아버지는 ‘한여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일제 강점기에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이후 ‘한여사’는 아버지와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6.25 이후 상봉한 큰집 사촌언니가 전해준 바에 따르면,

‘한여사’의 아버지는 그녀가 고향을 떠난 이듬해에 돈을 벌기 위해 북해

도 탄광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막내 여동생

을 제외한 ‘한여λF의 가족 모두는 그 이후 차례차례 재해 · 질병 · 전쟁

동으로 죽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한여사’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자기 속의 또 다른 자기인 그림자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빌려 의식세

계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그 목소리는 그녀가 애써 부인하고자 하

는 그녀의 인생을 들추어낸다.

‘한여사’는 원래 ‘한점아가’라는 이름을 가진 가난한 농가의 처녀였

13) 사고 절차는 기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때의 기억이란, 내 사고에서 벗어나 떠

오르지 않는 ‘억압’된 지각적 기억을 이르는 말이다 언어행위는 사고가 그 지각

을 향해 진행하게끔 함으로써, ‘내 ’가 모르는 이유로 상실해버린 지각적 기억을

되찾도록 해준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유복렬 역 r반항의 의미와 무의미J , 푸른숲, 1댔, 88쪽 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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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다 14 ) 그런데 도시인 부산으로 나와 라이라이껑제과점에서 일하게 되면

서, 그곳의 사장인 일본인 모리의 의견에 따라 이름을 경자로 개명했고,

일제강점기 동안 경자의 일본식 이름인 게이코로 불렸다. 그리고 해방

후 6.25전쟁 시기에는 양공주로 일하며 한안나로 지내다가 이후 한경

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한여사’는 결국 처음 이름인 ‘점아가’로는 결

코 돌아가지 못한 채 현재까지 살아온 것이다.

또한 이름을 바꿔갈 동안 인생이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는 아버지

의 외침처럼 ‘한여사’의 이름의 변화는 그녀가 겪어야 했던 역사의 상처

틀을 상정한다. 일제 강점기에 ‘한여사’는 게이코로서 일본인 사장의 성

적 노리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군위안부에 강제로 끌려가서 끔찍한

고통을 경험한다 그리고 6 . 25전쟁 시기에는 양공주로 나가 돈벌이를

하다 한 백인 미군과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임신하지만 결국 그에게 버

림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아들 토미를 입양 보낸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들은 ‘한여사’에게 지우거나 왜곡하고 싶은 기억이

다. 그리고 그녀는 왜곡된 기억이 실제 자신의 기억이고 사실이라고 강

하게 믿는다. 실제 자기를 자기가 아닌 타자로 취급하여 덮고 밀어냄으

로써 현재 자기를 본래의 자기와 다른 타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한여사’에게는 지금 어떤 형태의 기억이 있지만, 그것은 그녀가 원하

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서 모두 사라져 버리기를 원하는 고통스

러운 정보나 사건들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을 기역의 지속성이라고 한

다. 심한 우울증이나 커다란 상처를 남긴 경험의 경우, 그 기억의 지속성

은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한여사’는 기억의 편향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기억의

편향이란 현재의 믿음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대해 강력하게 영

14)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 인구였는데(1933년 조선인의

80.5%가 농업자), 그 농업인구들은 대부분 빈곤힌 소작 · 반소작농이거나 영세

한 자작농이었다

(정 진성일본군성노예제~ , 서울대학교출판부, 2CXXì, 56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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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07

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기억의 편향 때문에 인간은 무심코 과거의 경험

을 지금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에 비추어 수정하거나 완전히 다시 쓰

게 된다. 이때 기억은 구체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인생의 오랜 기간까지

도 편향되게 묘사할 수 있다 15)

편향은 기억의 오류를 낳는 무의식적 요소이지만, ‘한여사’는 오히려

이를 의식적으로 적극 활용하여 기억의 지속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

러나 그럴수록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기억의 지속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독자는 ‘한여샤가 의도적으로 하는 말과는 다른 목소리들이

편향된 의식의 말 사이사이에 자꾸만 틈입하게 되는 양상들을 보게 된

다.

그 중 아버지의 목소리는 은폐시키고자 하는 기억들을 다시 환기시키

는 언어인 동시에, 그 기억들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식을 만들어내게끔

한 사회구조에 대한 은유로 파악된다 ‘인생을 망쳤다’라는 표현에서 후

자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여사’의 역사적 체험을 치유와 극복이

가능한, 또는 이해와 보살펌을 받아야 하는 상처가 아닌 ‘망쳐버린 인생’

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성의 순결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질

서에서 비롯된 잣대이다. ‘한여사’의 무의식이 의식에 틈입하며 아버지의

목소리를 빌려서 언어화된 데에는 이러한 지점을 함께 드러내고자 한

서술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

역사적 고통은 가부장적 사회인식에 의해 수치심의 고통으로 규정되

면서, 그 역사적 고통의 시간이 끝난 후에 개인의 부끄러움으로 한정되

는 동시에 그 개인에게는 끝나지 않는 고통으로 지속된다. 그 사회인식

이 도덕 혹은 질서로서 개인의 의식에 작용함으로써, 개인은 그에 저항

하기보다는 고통을 자신의 내부에 은폐하는 쪽을 일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수치심의 고통을 보다 완전히

은폐하기 위해, 그것을 수치심으로 규정한 잣대마저도 함께 무의식의 영

15) 대니얼 L 삭터, 박미자 역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한숭, 2008, 10-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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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밀어버린다 고통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자기도 모르게 상실해버

리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여사’의 삶은 ‘정상적인’ 외연을 유지하게

되는 동시에, 균열의 불안을 그 내부 깊숙이 밀어 넣기 위해 ‘나’를 스스

로 왜독해야만 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은폐하기 위

한 의도적인 말하기 사이사이에 은폐된 비명과 같은 언어가 틈입하는

%댐이 만들어진다. 이는 ‘한여사’라는 인물의 의식과 무의식의 시선이

얽히어 형성해낸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작품 속 시선과 목소리

의 중층성을 빚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rn. 나를말하는목소리

1. 의식적인 고백의 서사

선택적 전지 시점에서 초점자의 정신적 상태를 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할 때, 정상적인 일상의 공공 담론 형식의 논리나 통사법은 서술이 그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감에 따라 사라져가기 마련이다. 이런 방식으로 작

중인물의 의식을 통해서 이야기를 본다는 측면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

은 선택적 전지의 한 분류라고 볼 수 있다 16 ) <나는 누구인가>의 서술

은 ‘한여사’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 그 의식뿐만 아니라, 그것과 함께

중첩되어 있는 잠재의식까지도 어지럽게 얽힌 상태를 어떤 표지나 경계

도 없이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의식의 흐름’ 기법의 지평을 보다

더 확장시킨 서술 형태라 할 수 있다.

물론 인물의 내적 시계(視j界)를 제공하는 작자들은 그 내적 시계로 뛰

어드는 깊이나 축에 있어서는 개별 작품마다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16) 노먼 프리드먼, 앞의 글, 밍4-5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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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09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이든 간에 내적 시계의 지속적인 서술은 그것을 통

해 정신의 내부가 밝혀지고 있는 작중인물을 잠정적으로 서술자로 바꿔

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17)

<나는 누구인가>에서도 초점자 ‘한여사’의 기억이2-}는 내적 시계에

대한 서술이 지속된다. 이는 경험자아의 주관적 체험을 그 자신의 시각

으로 해석하며 바라보고 있는 지점이며 마치 그 인물이 구술히는 이야

기를 지변에 옮겨놓은 것 같은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때 한여사의 목소리에는 의식적 고백과 은폐한 기억의 틈입

에 대한 비명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내가 부정하는 나’ 사이에서 중층적인 의

미망을 형성하며, 사회적인 의미의 물음을 독자에게 새롭게 던진다.

작품 속에서 ‘한여사’는 ‘나’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고백을

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고백이라는 장치를 통해 ‘나’가 거짓의 옷을

벗고 그 속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믿음은 그저 제도화된 생각일 뿐이

다. ‘나’는 고백을 거치면서 세속의 옷을 벗기는커녕 제도가 짜낸 또 하

나의 세속을 덧입게 된다. 곧 자아는 자아의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자아

구성적 제도들에 의탁하고 있는 것이다 18) 즉 ‘한여λ}’의 고백은 사회적

공식담론을 의식하여 만들어 내거나 왜곡한 이야기이다.

나처럼 살아온 나날이 행복으로 찬 일생이라변 오죽 쓸거리도 많아.

그걸 소설로 엮는다면 열 권도 념을걸요 처녀 시절부터 난 귀족 신분이

라야 먹을 수 있는 그 귀한 서양 빵에 나마가시와 모찌를 입에 달고 살

았으니깐, 한여사의 챈 척한 말에 초정댁이 말 같잖은 자랑이라는 듯 입

술을 삐죽 내밀었다 비」같 마당에서 남녀가 어울려 든 웃음 소리가 터진

다. (14쪽)

17) 웨 인 C 부스, 앞의 글, 472쪽

18) 김영민세속의 어긋남과 어긋냄의 인문학~ , 글항아리 , 2011,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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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한경자는 미군사고문단 문관이었던 남편을 육이오전쟁 때 잃고 히나

뿐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자신의 과거를 담담하게 말했다 자식

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히자 거기에 주저앉아 서잉: 색시와 사귀어 결

혼해버렸으니 믿었던 도끼에 발둥 찍힌 격으로, 사는 보람이 허무하게

사라졌지요,(23-24쪽)

‘한여사’는 한맥기로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다른 노인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나날이 행복으로 찬 일생’이라고 말한다. 이때 일제강점기

에 건빵공장과 제과점에서 일했던 경험은 ‘귀한 서잉: 빵에 나마가시와

모찌를 입에 달고’ 산 ‘귀족 신분’의 생활로 탈바꿈된다. 양공주 생활과

흔혈아인 아들을 입잉: 보낸 과거도 ‘미군사고문단 문관이었던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 보낸’ 아들에 대한 기억으로 거짓되게 서술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일제강점기 위안부의 기억은 ‘귀족 신분’이라 아예 경험하지

않은 일로 은폐되고, 6 . 25시기 양공주의 기억은 전쟁미망인의 슬픔으로

왜곡된다

이런 점에 대해 김현은 이야기히는 화자가 자기의 변덕스러운 욕망에

따라 자기의 가족적 정황을 바꾸어 이야기한다고 하여 이 작품을 가족

로망스 소설의 범주에 넣어 분석하기도 했다 19 ) 그러나 이는 화자의 변

덕스러운 욕망보다는 사회적 시선의 규제에 의해 일어나는 왜곡으로 보

인다

많은 위안부 생존자에게 자신의 과거는 죽을 때까지 가슴에 안고 가

야 할 부끄러운 경험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녀들의 내면적 불안은 지금

까지도 악몽이나 정신분열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생존자

개인에게 과거는 지난 역사로 묻힌 것이 아닌, 그녀들의 현재에 언제고

되살아나는 망령이다. 이때 위안부 생존자들의 망각은 가부장적 한국사

회에 의해 강요된 금기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그녀들 개인에게는

19) 김현 이야기의 뿌리, 뿌리의 이야기J , 권오룡 편김원일 깊이 읽기~ , 문학과

지성사, 2002,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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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11

생존의 방식이기도 했다 20)

‘한여사’의 경우도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을 피하는 동시에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고통과 수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장을 통한 망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그들의 고통과 수치도 역시

그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경험을 역사적 상처로 보

듬어주지 못하고, 성의 문제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인식

에 궁극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경험을 부정적인 시션으

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것을 치유해야 할 상처가 아닌 수치스러

운 주홍글씨로 만들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양공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억을 왜곡하게 하는 사회적 시션은 ‘한여사’의 의식에 강하게 내변

화되어, 타인에게 하는 말이 아닌 내적 독백의 고백의 경우에도 ‘한여사’

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비 없는 외동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고이 키웠던 시절이며, 초등학

교 적부터 전체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아들이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

을 떠나자, 그리웅에 애태웠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아틀이 끝내

미국에 주저앉아 그곳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편지를 받자, 키울 때 자

식이지 성년에 이르면 어미는 안중에 없고 제 갈 길 찾아 떠난다는 말

을 실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끓던 물에 얼음덩이가 들어차듯, 내 인생은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지. 사촌언니도 결혼해 신접살림 차려 나가자, 나

는 차츰 여위고 시들어갔어.('51쪽)

위의 인용문의 경우 일단 형식상으로는 앞쪽이 간접적인 내적 독백인

데 반해, 뒤쪽부터는 직접적인 내적 독백으로 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

인다.2 1 ) 직접적인 내적 독백과 간접적인 내적 독백이 복합적으로 사용

20)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연구팀 편 r역사를 만드는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

의 경험과 기억~ , 여성과인권, 2αμ, 15-16쪽

21) 의식의 흐름의 일차적인 수법은 내적 독백이다 로버트 험프리는 『현대소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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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되고 있는 양상은 <나는 누구인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술이다. 그

런데 작가의 관여가 사라진 뒤쪽에서도 독백의 목소리를 내용상 강하게

통제하는 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한여사’의 의

식이다 그리고 그 의식의 통제로 인해 ‘한여사’의 고백은 이렇듯 일관되

게 거짓말로 서술된다

‘한여사’는 의식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회피하는 동시에 거짓을 기정

사실로 각인시키기 위해서 고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백을 함으로써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를 언어로 거듭 표명하여 그것을 기억 속의 사실

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는 역사적 증언의 고백에서 지주 드러나는 양상이기도 하다. 증언은

사실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말하기이다 그러나 증언에서 구술자가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생애에 대해 평가하고 해석하는 구술주체성을 드러내

기는 쉽지 않다. 면접자는 구술자를 특정 질문의 방식으로 유도하여 듣

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위안부 경험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단지 생존자

가 입을 열기만 하면 되는 개인적인 결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위안부’

생존자들의 구술은 여러 겁의 복잡한 그물망 위에 놓여 있다. 그녀들에

게 과거를 말한다는 것은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는 일이었다. 말하는

순간 자신이 속하는 공동체의 부정적 시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찌

있어서의 의식의 흐름』에서 직접과 간접으로 두 가지 종류의 내적 독백을 구분

하고 있다 직접적인 내적 독백은 작자의 관여나 중재 없이, 또는 최소한의 관

여나 중재로 작중인물의 사고 내용을 제시하는 기법이다 이는 마치 독자를 전

제하지 않은 듯 작중인물의 의식이 솔직하게 제시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

식이다 한편 간접적인 내적 독백에서는 작자가 증인이 되고 독백은 통제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간접적인 내적 독백의 경우가 보여주는 작중인물의 사고

내용이 직접적인 내적 독백의 경우보다 통사법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더 일관

성이 있게 나타나게 된다

(로비 맥콜리 · 조지 래닝인물 구성J , 김병욱 편저, 최상규 역현대소설의 이

론Jl, 예림기획 , 1997, 383-38Ei쪽) 22)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연구팀 편, 앞의 책 ,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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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니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13

‘한여사’의 고백을 특정적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드러난 면접자의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 던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그런데 그

물음을 던지는 ‘나’의 시선에는 사회적 인식이 이미 전제되어 있으며, 그

대답을 하는 ‘나’의 목소리도 그 사회적 인식에 따른 평가를 의식해야만

하는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한여샤의 의식적인 언술은 사회

적 인식의 그물망에 속박된 채로 묻고 답하는 형태를 띠게 되면서 ‘나’의

발화가아닌 것이 된다

다시 말해 ‘한여λ}’의 고백은 의식의 통제와 유도에 따른 위장적 증언

일 뿐이다. 그리고 그 고백을 통제하고 유도하는 ‘한여새의 의식은 한국

사회의 시선을 내면화한 프리즘이다 한여사의 거짓 고백과 자기 부정은

곧 의식에 내재된 타자의 시선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

하는 것이다.

‘한여사’의 고백은 개인의 삶을 지배한 억압적 역사에 대한 경험을 부

정하기 위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억압적 역사를

만들어낸 사회 속에서 하나의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그 사회

의 공론에 대한 내면화를 전제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폭력

적 지배의 죄의식과 억압적 피지배의 상흔을 모두 은폐하는 부정적 효

과를 발생시킨다. 사회에 의한 상처를 개인적 수치로 교묘하게 치환해버

림으로써 그것을 소멸해가는 개인의 내부에 은폐해버리는 것이다,23)

23) 가라타니 고진에 의하면 고백이란 왜콕된 또 하나의 권력의지이다 항상 피지배 자만 고백하고 지배지는 고백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

면 고백은 나약해 보이는 몸짓을 하고 있으나 외적인 권력과 대립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주체’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는 권

력과 고백의 이미지가 서로 대립하고 있지만, ‘대립’ 그 자체가 서로 보완하면서

서로의 기원올 은폐하고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한다.

(가라타니 고진, 박유하 역 r일본근대문학의 기원~ , 도서출판b, 2010, 122-13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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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2. 무의식적인 기억의 틈입과 서술의 혼재

한 인간의 역사 속에 돌연히 틈입하는 외상적 사건은 인간 존재의 서

사적 통일성에 균열을 낸다. 그러한 사건들은 자아의 서사에 쉽게 동화

되지 못한 채 억압되거나 그 주변을 돌면서 시시로 과거의 파괴적 어긋

남을 상기시킨다. 외상적 사건들은 곧 자아의 ‘구멍’이다.24)

‘한여사’는 자신의 삶에 돌연히 침입하여 상처를 입힌 근대의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서사에서 배제시키고자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한

다. 그렇지만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은 ‘한여사’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으

면서 때때로 의식세계로 틈입하여 ‘한여사’가 만들어낸 이상적 자아의

어긋남을들취낸다.

그러다 ‘한여사’가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 뒤부터 그 기억들은 의식세

계에 무시로 틈입하며, 서술에 구멍을 뚫는 동시에 의식의 벽을 무너뜨

려간다 그에 따라 ‘한여λF의 서술은 덮어두었던 기억이 마구 훈재되어

정리되지 못한 말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때 치매 증상은 의식의 억압

으로 인해 일관된 질서로는 언어화되지 못하고 있던 ‘한여λ}’의 감각인

상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서 활용되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25)

소설의 중반 이후 ‘한여사’는 밤중에 어디에선가 몰려와서 자신의 붐

에 기분 좋게 스며들었다가 다시 달아나는 향기를 붙잡으려고 정신없이

그것을 쫓아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야산 아래 아카시아숲속에 쓰러진

채로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이후 ‘한여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심한 치매

24) 김영민, 앞의 책 , 42-43쪽

25) 의식의 흐름은, 1인칭 지시대명사와 현재시제의 동사를 시용한 구문을 통해 생

각 중에 있는 인물을 나타내거나 혹은 단축된 구문을 통해 그 내용을 암시하는,

내적 독백의 구문을 넘어서는 방식이다. 그것은 생각과 인상이라는 의미론적 요

소들을 자유연상의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배열함으로써, 어떤 목적을 가진 생각

과는 정반대의 극을 이루는 ‘흐름’에 몰두하는 정신을 표현한다

(시모어 채트먼, 한용환 역이야기와 담론~ , 푸른사상사, 2003, 204-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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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15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때 치매 증세는 ‘한여사’의 위장된 의식의

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에 따라 그는 틈입하는, 무의식으로 밀

어 넣었던 기억들과 대변하게 된다. 이는 ‘한여사’가 의식적으로 은폐한

진실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억압하여 은폐하도록 만든 우리 역사의 잔

해이다.

한여사는 껏가에 스치는 초정댁의 말을 들으며, 네년의 주둥이는 말

릴 수 없다며 이를 간다. 당장 일어나 한마디 쏘아주고 싶다 그러나 병

졸들에 갇혀 꼼짝달싹할 수 없다 (52쪽)

그가 머리채 잡혀 끌려가는 한 여자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찢어

진 유카타 사이로 가슴에 큰 점이 있는 여자였다 어이, 오장 그 여잔

내려놔 손대지 말라고 소좌가 명령했다 내가 차지한 계집이라구요. 내

가 찍었어요.(53쪽)

‘한여사’의 의식 속에 지금까지 애써 억압하고 있었던 일제강점기 군

위안부의 기억이 괴롭게 떠오른다. 이때 ‘한여사’는 비명을 지르며 그 기

억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기억은 그를 숨 막히게 붙들어 둔다. 기억 속

‘병졸들에 갇혀’ 있는 탓에 현재 ‘꼼짝달싹할 수 없’는 ‘한여사’의 모습은

의식세계로 범람한 무의식적 기억의 크기와 힘을 말해준다. 이는 곧 역

사적 기억이 그것을 경험한 여성들의 현재적 삶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

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한여사’는 기억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잠시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가슴에 큰 점이 있는 여자’로 자신을 타자화하여 바라보기까지

한다 기억을 밀어내지 못하자 차라리 ‘나’라는 존재를 지워버려 군위안

부의 기억을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상처받은

여성적 존재는 의식의 세계에서는 그것을 치유 받지 못한 채 자꾸만 사

회의 타자로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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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해방되던 해, 배 타고, 무더위에 지쳐, 지옥에서 빠뎌니-왔죠, 자식이,

어미 찾아, 애태우다, 우린, 편, 편지하게 되었죠. 젖 사이에 점이 있어,

점아가라고. 브라지- 벗고, 사진 찍어, 미국으로, 보냈었어. 펀지, 사진 받

고, 토미가, 비행기 탔대요. 저는, 군함 타고, 돌아왔죠 점아가야, 널 떠

나보낸 게, 원통해. 엄마개 눈물로 밤을, 새았대요, 당산나무, 까마귀는

울고. 젖먹이 자식을, 그렇게 떠나보낸 게, 원통하던지 도망치듯 달아난,

개새끼 얼굴도, 안 떠올라 그리고, 말이에요. 입양이 , 얼마나 불쌍해요

핏줄은 못 속인다고, 다 커서, 생모 찾아, 헤매고 늑대가 여자 사냥하러,

밀림을 뒤지며, 헤매잖아요, 그리고 말이에요, 사실은요, 저는요, 고대광

실 큰 집에서, 공주같이, 자랐죠. 대동아전쟁, 해방조차 모르고, 꽃밭에

서, 나비처럼 행복하게, 자랐죠 남편은 말이에요, 미 군사고문하는 문관

자리, 높은 자리였는데, 육이오전쟁이 원쑤예요. 친정 동생도, 전쟁 때,

둘이나 죽었어요 어쨌든, 그러나, 천재 아들 둔 덕에, 미국으로, 유학 보

내고, 나도 미국에 .... .. (59-ffi쪽)

위의 서술에서는 군 위안부의 기억과 양공주 시절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기억,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고 새롭게 만들어낸 기억이 무질서하게

마구 혼재되어 더듬더듬 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 여기에는 무의식

이 아들 토미를 입양 보낸 자신의 슬픔과 자신을 서울로 떠나보낸 엄마

의 심정을 동일시하여 만들어낸 엄마의 원통한 목소리까지 섞여 들어와

있다.

이는 치매에 걸려 두서없이 더듬거리며 말하는 방식을 통해 사회의

시선이 내재된 의식, 즉 남성적 질서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되어온 기억

을 풀어놓고 있는 서술이다 왜 더듬거리는 방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가를 생각하게 될 때, 그 통제와 억압의 강한 힘과 폭력성은 더 넓은 차

원에서 인식될 수 있다. 질서의 함의가 곧 남성적 질서로 제약되어 있는

사회에서 질서 있는 정리된 말하기는 남성적 언술에 한정되어 있는 것

이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질서 있는 말하기 자체가 남성적 질서의 전유

물로존재하는 것이다.

위안부 여성들이 과거를 기억해내는 것은 공적 역사, 즉 역사적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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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17

이 갖는 권력에 대해 투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26) 본 연구에서는

더 나아가 비단 위안부 여성들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시선

의 권력에 억압되어온 여성 존재들이 사회적 프리즘의 통제와 정리 없

이 과거를 기억해내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려고 하는 행위 모두를 그

러한 투쟁의 의미로 파악한다. 미시적인 관점의 틈입을 통해 명명백백해

보이는 역사적 · 사회적 서술을 부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미시

적인 관점이란 인간의 중층적인 내면적인 삶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여성 존재들이 빚어지는 투쟁의 서술은 일관되지 않은 시선과 목소리

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의식세계에 침입하여 사회적 시선에 따라 만

들어낸 이상적 자아에 구멍을 내고 그 정체성을 흔드는, 무의식 또는 무

의식으로 밀려난 기억의 형태를 보여준다.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언어화

하기 위해서는 그 의식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

의 논리에 따라 편향되게 일관성 있는 서술로 정리된 사회 · 역사를 해

체시키기 위해서는 그 질서에 포섭되지 않은 말하기 방식을 취할 수밖

에 없다 <나는 누구인가>는 이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독자가

중심의 질서에 함몰되지 않고 역사를 성찰해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미시사의 틈입을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에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 일견

혼란스럽게 보이기까지 승}는 <나는 누구인가>의 서술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전략이다.

N. 역사를 말하는/말하지 못하는 여성의 목소리

그런데 지금 나는 누구일까? 한여사는 잠시 햇갈리는 생각을 정리하

느라 눈을 감는다.(21쪽)

26)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연구팀 편, 앞의 책 ,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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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아, 마, 아" 나, 느" 누, 구, 야? 내, 가" 도, 대, 체” 누, 구, 지?(69쪽)

‘한여사’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히는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나’가 누구라

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내 ‘존재’와 어떻게 관련되며, 어떻게 어긋나는

가에 대한 성찰이다 나아가 ‘나’라는 존재가 내가 누구라고 고백하는

그 고백 속의 나와 필연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다면, 그 어긋남의 메커

니즘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인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물음이기도 하

다 27)

‘한여사’의 자신에 대한 고백은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생각에 대한 서술이다. 그 서술은 ‘한여사’에게 강요된 사회적 시선의 권

력과 관련되며, 그 권력에 의해 타자로 밀려나는 자기 존재외는 어긋나

는 위장적 이야기이다 이런 의미에서 뚜렷하고 일관된 자기 정체성의

서사는 오히려 의심스러운 서술이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초점자인

‘한여사’의 자기 고백과 그에 어긋나는 ‘나’의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소설

이 내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짚어보고

자했다

‘한여사’는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강제로 연행되었다 l없5년 종전시

에 미군에 의해 조사·기록된 문서에 의하면, 중국 문밍 지역에서 생포된

“한국인 여성 23병이 모두 위안부였는데, 이들은 모두 강제와 사기에 의

해 위안부가 되었다라고 한다. 그것은 다른 지역으로 연행되어 간 위

안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린 여성들은 취업사기, 인신매매, 유괴, 협박 및 폭

력 등의 방식으로 연행되어갔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례가 취업사기였고,

그 다음이 협박 및 폭력이었는데 작품 속 ‘한여사’의 경우에는 협박에

의해 강제연행을 당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27) 김영민, 앞의 책 ,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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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19

이때 위안부 연행 피해자들의 가정 배경은 거의 예외 없이 빈곤한 농

가였으며, 그들의 학력 수준도 매우 낮았다 그러나 이는 군 위안부 연행

이 식민지 조선의 최하위층에 집중되어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다. 당시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전 인구가 빈곤층이었으며, 피해자들의

학력 역시 조선 전체로 보아 평균에 가까운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극히

빈곤한 가정에서 거의 교육을 받지 못한 층이지만, 하층계급에 몰려 있

었던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군위안부 연행은 극소수의 상층만을 피하면

서 전 조선 여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28)

그렇기에 ‘한여샤의 이야기는 어느 특정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폭력적인 근대를 경험한 우리나라의 여성이라는 존재들의 미시사가 된

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한여사’의 해방 이후의 삶으로 그려지고 있는

6.25시기 양공주 생활에도 동일하게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취업사기로 인한 위안부 연행이 많았다는 사실, 그리고

건빵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보퉁이 하나 안고 방물장수를 따라 대처로

나갔다가 그곳에서 위안부로 징집된 ‘한여사’의 이야기에서 보듯 위안부

여성은 대부분 빈한한 집안환경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온 후에도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닥

치는 대로 고된 일들을 해야 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수치심 혹은 자

학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함으로써, 또는 귀환했다가 가족

들의 압력으로 인해 고향과 단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뿌리

뽑힌 삶을 살며 생존을 위해 고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

성들이 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식당 및 술집 종업원, 식모, 행상, 농사

일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29)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한여사’는 전후에 양공주로 돈벌이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의식적 기억을 서술하며 ‘한여사’는 자신의 과거를 전쟁미

28) 정진성, 앞의 책, 52-57쪽 29) 심영희피해자들의 귀국 후 삶J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묻는다.~, 풀벚 , 2001, 251-정4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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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망인으로 왜곡하여 말한다. 양공주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 때문이었

다. 그러나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미망인이 받는 사회적 시선 역시

차별과 냉대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먼저 미망인이라는 말은 죽은 남편을 기준으로 살아있는 아내를 규정

하는 호칭으로, ‘남편을 뒤따라 죽어야 히는 자신의 도덕적 책무를 다하

지 못한 아내’라는 윤리적 의미와 함께 ‘남자에 의해 보호되고 규정되는

여성’이라는 존재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지칭이다 1950년대 전

쟁미망인이라는 호칭 역시 이런 의미를 함축한 채 사용되었다 더불어

당대의 사회는 여성이 생존을 위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에 나서는 일에

대해 보호받고 순종적이며 순결한(정숙한) 아내와 딸로 표상되는 전통

적인 여성상을 파괴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후의 궁핍으로 말미암아 전쟁미망인들은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그 중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1956

년 보건사회부 발표에 의하면, 당시 전국의 접대부는 432,818명이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유엔군을 상대로 히는 여성이 잃2,496병 (65.5%)이었으

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쟁미망인이었다고도 한다. 그러한 실정 속

에서 당시 전쟁미망인은 윤리적 엄숙주의의 집중적인 희생양이 되었다.

전쟁미망인에 대해 사회적 냉소가 보내지는 동시에 집단적인 따돌림이

행해졌고, 나아가 성적 약탈까지도 성매매와 축첩, 폭력적 강압에 의해

행해졌다.30)

한편 당시 한국정부는 미군과의 유착관계 속에서 미군기지 주변의 매

춘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기지촌 매춘을 미군의 주둔을 유지하

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사회는 미군

주둔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필요악으로서 인정하면서도, 그 수단

으로 활용된 기지촌 매춘을 국가적 수치로 여겼다31) 이러한 이중적 사

30) 이임하한국전쟁과 여성 국민국가 형성기 전쟁미망민의 사회적 위상J , 윤해동

외 면근대를 다시 읽는디φ'J , 역사비평샤 때XJ, 436-465쪽

31) 구은숙전쟁과 여성: 젠더화된 폭력과 군사주의 문화」 , 『미국학논집J 41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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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니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21

회현실은 기지촌 매춘여성으로 하여금 이중의 소외를 겪게 만들었다. 정

부의 묵인 속에서 여성의 성은 상업화되고 여성의 존재는 물신화 · 수단

화되었다. 또 그와 동시에 그 여성은 공동체로부터 경멸의 대상으로 밀

려나게 되었다.

해방 후 극한의 빈궁 속에서 허덕이던 한국사회에서 양공주 문제는

사회적 성윤리의 잣대로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전쟁 속에서 가족과 헤

어지거나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한국 여성들이 생계유지 및 가족 부양

을 위해 양공주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빈곤이라는 그들의 현실은 외변

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적을 위해 그들의 매춘을 묵인하기까지 했

다 ‘한여샤의 경우도 그러한 현실 속에 처해 있었던 많은 역사적 복수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위안부 여성과 양공주 여성의 경험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끊임없이 지워야 할 주홍글씨와 같은 수치 또는 부끄러운 상처로 흔히

인식되고 있다 식민, 전쟁, 생계 등의 극한 상황에서도 남성중심사회가

여성에게 내재하도록 강요히는 순결 콤플렉스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든 순결을 지키지 못한 여성은 기부장 질서의 사회에서 비보호 대상이

자 배제와 냉대의 대상이 된다.

순결 콤플렉스는 남성 담론의 질서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에 잘 세뇌

되어 있는 여성들은 그것의 유지를 역으로 더욱 공고히 해주는 데 일조

한다. 치매에 걸린 ‘한여사’의 무의식적 말하기를 엿들은 ‘초정댁 ’이 ‘한

여사’를 “양갈보”라 칭하며 비웃는 것도, 동성인 여성이 가부장적 논리

에 의존하여 다른 여성을 소외시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여성을 갈보라 무시하며 여성들 스스로가 그들을 비하하는 그러

한 행동은 결국 모순된 가부장제를 버티게 하는 본질적 요인이자, 여성

의 억압을 지속시키는 원인이다.32 ) 그리고 그러한 사회인식은 ‘한여사’

호, 한국아메리카학회, 2αE, 18쪽.

32) 정미숙전후소설의 페미니즘적 읽기 J , 김정자 외 공저 r한국현대문학의 성과

매춘 연구~ , 태학사, l~, η-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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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처럼 피해자이면서도 피해에 대한 인식을 거부하고, 피해자인 자신을 혐

오스러운 그림자로 타자화시키는 여성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몸은 피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서로 껴안아도 합쳐질 수

없디는 점에서 부드럽지만 견고한 분리의 벽 역할을 한다. 곧 피부는 몸

의 안과 밖을 구분시키면서 옴 밖의 침투로부터 몸 안을 보호해주는 벽

이다. 그러나 강요된 접촉, 즉 원하지 않는 성교는 그러한 피부를 상실하

게 만든다. 그렇듯 안과 밖의 경계를 상실하게 히는 피부는 여성에 대한

억압을 보여주는: 젠더 공간이 된다33 ) 덧붙여 원하지 않는 성교에 의해

자기 보호벽을 상실한 여성을 순결 콤플렉스~l는 남성적 잣대로 비보호

의 대상으로 밀어내는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이중의 억압을 가히는 사

회이다

그러나 자기 보호벽을 상실한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남성사회의 보호

가 아니라 자기 보호벽의 재생이다. 그것은 안/밖 경계의 설정 및 재설

정과 보호/비보호의 구분 및 해제를 외부의 시선과 목소리에 맡기지 않

는 태도로서 획득할 수 있는 주체적 권리이다.

‘한여사’의 의식적인 고백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시선에 내재된 남

성중심의 사회인식에 따라 스스로를 억압하여 위장하는 목소리이다 이

는 여성의 언술일지라도 남성화된 언술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목소리로 서술하는 한 여성은 영원한 타자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여성의 목소리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깊은 침묵에 소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 가진 힘이자

기능이다. 좋은 문학작품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비언어적

측면과 환원불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킴으로써 침묵이 ‘말’

을 하게 만들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침묵이 동일한 것은 아

니며, 그것은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전달한다. 단일한 음성으로는 충분

하게 표현될 수 없다 34) 그렇기에 여성의 침묵이 암시하는, 다양한 층위

33) 안드레아 도킨, 홍영의 역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문학관, 2αX), 220-껑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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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23

의 의미를 지닌 고통에 불완전하게나마 음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미시

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내면적 삶을 정리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누구인가>과 같은 서술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서술에서 미시적인 여성 존재의 순수성을 찾아 들어가야 할

곳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언어, 혼잣말로 하는 담화, “고혼(孤塊)의

생”의 절대적으로 낮은 목소리35)의 영역이다.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는 것은, 이 경우 질서 있는 말하기로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남성의 질

서를 따르는 언어행위를 하지 않는디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

고 이런 측면에서 <나는 누구인가>는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가 혼재된

서술을 통해 밖으로 말하지 않는 말, 말하기 위한 통제와 정리를 거치지

않은 말들을 보여줌으로써 남성 중심 사회의 담론에 묶이지 않은 여성

주체의 진정한 말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V. 나오며

발터 벤야민에 의하면 역사의 천사는 죽은 자들을 불러일으키고 또

산산이 부서진 잔해들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가 진보라고 일걷는 폭풍이 그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해 그를

밀고 있으며, 그의 앞에 쌓이는 잔해의 더미는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36)

즉 역사는 언제나 미래로 빌려가고 있으나, 그 얼굴은 과거를 향해 있

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우리의 발밑에 쌓여 과거 역사의

34) 데이비드 B 모리스고통에 대하여 -목소리, 장르, 그리고 도덕 공동체J , 아서

클라인만 · 외 , 안종설 역 F사회적 고통~ , 그린비 , 2002, 226-zl7쪽, 231쪽 35) “고혼의 생”이란 모든 타자성을 여원 ‘고독한’ 모나드적 고유성을 말한다

(자끄 데리다, 김성록 역목소리와 현싱~ , 인간사랑, 2α)), 36쪽)

36) 발터 벤야민, 최성만 역역사의 개념에 대하여·폭력비판을 위하여-초현실주의

오l J , 길, 2008,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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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잔해를 끌어안아야만 한다. 그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다. 또한 여기에는

기억의 잔재들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복수로서의 역사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리고 복수로서의 역사는 다른 현재와 다른 미

래로 연결될 수 있는 접합점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는 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쌓여 있는 역사적

잔해를 우리 발밑에 던져주는 소설이다. 기존의 사회적 인식 속에서도

‘한여λF와 같은 존재는 역사의 피해자로 이미 명병되어 있다. 그러나 그

벙명은 역사적 사건에 의한 직접적 피해만을 의미할 뿐, 그 고통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회와, 그리고 그 사회가 은폐히는 침묵

과 비명으로 균열된 내면적 삶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이에 문학은 텍스트 바깥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등장인물에게 내

적이거나 사적인 생명을 부여하여 평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고통의

개인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문학은 침묵을 호t하고 있는 고통에 진정한

소리를 부여해 줄 수 있다 37)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침묵하는, 그리고

침묵하게 하는 인간 내면과 사회의 여러 측면을 성찰할 수 있게끔 해준

다.

텍스트는 ‘말해지지 않은 것’으로 짜여 있다 ‘말해지지 않은 것’이란

표현의 층위에서 표면에 표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말해

지지 않은 것’은 바로 내용 실현의 층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결국 그

때문에 텍스트는 독자의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협력 활동을 요구한다.38)

그에 따라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를 읽으며 초점자인 ‘한여사’의 복수

적 역사주체로서의 존재와 그에 대한 사회적 억압, 그리고 억압에 대한

미시사의 틈입이 중층적으로 맞물리고 있는 이 소설의 의미망을 능동

적으로 찾아 이해해야만 한다

<나는 누구인가>는 ‘나’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나’가 누구인지

37) 데이비드 B 모리스, 앞의 글, 231쪽

38) 움베르트 에코, 김운찬 역이야기 속의 독자~ , 열린책들, 2α)9,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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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니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충적 시선과 목소리 325

위장하고 그것을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인물과 그 위장의 해제와 부정

되는 기억의 조각들을 중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이때 우리는 그가 누

구인자 그를 그렇게 규정하도록 만드는 기제는 무엇인지 인물 충위, 서

술 충위, 독자 층위에서 겹겹이 중충적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의 실타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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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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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Woman's Double-Layered Look and Voice as Appeared in the N ovel , (Who Am I? >

Written by Kim Won-il

Woo, Eun- Jin

Ir A Memory of Sad TimesJ written by Kim Won- iJ is a

m어ium-1ength nove1 that combined the clifferent stories into one

story intact, embodying historical memories and injuries which had

been accumulated in OlIT society, while passing through cliffic띠t 마nes

from the ]apanese co10nial period to the Korean War and the

modernization period. The nove1 titled <Who am 1?> which is the

first m어ium-length story among his works is a story about an old

woman who has memories of the Korean modem and contemporary

history so CallE최, a histOlY of ordeal, but try to clisguise her memories

by adoming herself.

In Kim’ s work, the character shows a 10아\: of malcing confession

about ‘who am 1?’ conscious1y. However, this confession is rnade by

the prism in which official soci머 cliscolITse has been intemalized, or,

otherwise, it is a clistorted story. With the progress of this confession,

an unconscious memory, which is concealed in between the voices of

conscious confession, has intruded, so then the screams caused by

such intrusion are to be mixed in the descriptive space. In adclition,

amidst the event, the question such as ‘Who am 1’ forms the

doub1e-1ayered semantic network between ‘1, as an inclividual tha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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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나는 누구인가>에 드러난 여성의 중층적 시선과 목소리 329

am t비뼈ng of,’ and ‘1, as the individual that 1 am negating ’ The

writer asks the readers a question about its social significance.

Specifically, with the question such as <Who arn 17> the 、Nriter

disguises who 1 am, and shows removal of such carnouflage and

pieces of memory, which are being neg1ected, together with the

characters who want to believe what they believe themse1ves in

doub1e 1ayer form. At this time, we begin to wonder in doub1e 1ayer

form: ‘who is he’, or ‘what is the mechanism that binds him to do so’,

from the perspective of character 1ayer, description 1ayer, and reader

1ayer, 1aying one upon another.

In this study, the researcher evaluates that the nove1, <Who Am

17> intends to show a true statement rooted in female subject, which

has not bound in the discourse of male- oriented society, through the

descriptions in wl끄ch doub1e-1ayered 1∞k and 、fore are mix어. The

unconscious memory that stirs up se1f- identity, which has been

produc어 according to social attention by invading conscious wor1d, is

an intrusion of microhistory that disjoints society and history as well,

which have been arranged by means of consistent descriptions in

accordance with the 10gic focused on the central position. <Who Am

17> is a literary work that siTategically shows such an intrusion of

microhistory having put it in the doub1e-1ayered 100k and voice in

order to make the readers 100k at the history truthfully without being

caved in the order of its center.

Key Words : Kim Won- il, <Who Am 17>, doub1e- 1ayered 100k,

doub1e-1ayered voice, conscious confession, unconscious

memorγ, official social discourse, male-oriented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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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female subject, intrusion of microhistory

l 논문접수 : 2012년 1 0월 30일

l 심사완료 : 2012년 1 1 월 1 2일

l 게재확정 : 2012년 1 1 월 1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