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1)00(001~011)-ok 2011.7.6 12:26am 페이지1 고등학교 문학...

최지현

최인자

한창훈

백순철

안학서

김주희

최두호

고등학교

Ⅰ문학

문학(1)00(001~011)-OK 2011.7.6 12:26AM 페이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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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돌이켜보면, 여러분의어린시절은기발한상상과예술적동기로풍성했을것입니

다. 그것들은대부분동화책이나잠자리의귀동냥이야기로부터왔습니다. 더 자라서

학교에다니고, 친구를사귀고대중매체를접하면서여러분은세상이수많은노래와

이야기로이루어져있다는것을알았습니다. 그리하여노래에환호하고, 이야기에열

광했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분은 노래의 옷을 입은 소월과 지용의 시를, 이야기의 옷을 입은 채

만식과박완서의소설을읽었습니다. 그러면서탁월한표현에매혹되었고, 때로는낯

선 형식에 당황했습니다. 이 모순된 느낌은 문학이 오랜 관습과 제도로 굳어진 양식

이면서도, 본질적으로고유성과창조성을지니는데서비롯됩니다.

문학은익숙해지기까지가어려울뿐, 그관습과제도를익히고나면숨을쉬는것처

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깬 실험적인 작품 역시 처

음에는 난해하게 보여도, 다양한 해석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줍니다. 이처럼 문

학은그자체로어렵고도쉬우며, 힘들고도유쾌한경험입니다.

이책에는우리가공유하게될매혹적인경험을위해꼭필요한문학적지식이담겨

있습니다. 다양하고참신한작품들과만나는이자리에우리저자들이문학의생산자

이자향유자로서여러분과함께할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다채로운활동을통해여러

분이문학적경험을더수월하게할수있도록돕겠습니다.

아무쪼록여러분이세상의수많은노래와이야기를문학속에서재발견하기를바랍

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린 시절을 풍성하게 해 주었던 기발한 상상과 예술적 동기

를현실에서실현해가기를희망합니다. “정말소중한것은눈에보이지않아!”이한

마디를가슴깊이새기고서말입니다.

저자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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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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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을 열며’에서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세 친구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리하

여 대단원에서 학습할 내용을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

도록 하였다.

‘생각 다듬기’에서는 대단원에서 학습할 성취 기준을 포

괄적으로 제시하여 학습 목표를 확인하도록 하였다.

이책의구성

‘바탕 이론’에서는 작품 감상의 토대가 되는 기초 이

론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어떻게 읽을까’에서는 작품 감상의 초점을 간략하게

제시하였다.

‘읽기 중 활동’에서는 질문에 답하면서 작품의 핵심

내용을 짚어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자료 꾸러미’에서는 학습에 도움이 되는 핵심 내용을

참고 자료로 제공하였다.

‘작품 들여다보기’에서는 작품 분석을 도해 형태로 제

시하여 작품을 넓고 깊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단원을열며

소단원학습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김 영 랑

26 1. 문학의세계로의초대*

1930년 박용철 등과 <시 문학>을 간

행하고, ‘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등

30여 편의 시를발표했다. 예리한 감

각을고운가락으로표현한순수시를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모

란이 피기까지는’, ‘오매 단풍 들겄

네’, ‘내마음을아실이’등이있다.

김영랑(金永郞, 1903~1950)

화자의 내면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는지 알아보고, 섬세하

고 세련된 시어에 주목하면서 읽어

보자.

어 떻 게 읽 을 까

끝없는강물이흐르네

넓고깊게이해하기

언어의조탁(彫琢)

언어의 조탁은 다만 시어를 아름답거나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만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시인의 의도와 시적 상황에 잘 어울리는 시어를 찾기 위해

시인 스스로가 정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의 언어 조

탁의 예는 다음과 같다.

2. 문학의이해 27*

돋쳐오르는, 도도네, 도른도른

–네

ㄴ, ㄹ, ㅁ, ㅇ

요소

우리말의아름다움부각, 음운의반복을통한리듬감형성

각운적요소의반복을통한율동감의강조

유음과비음의사용으로음악적효과고조

효과

이 작품은 김영랑이“시문학”창간호(1930)에‘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그의 첫 등단작으로, 순수 서정시의 대표작 중 하

나이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동백 잎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처럼, 혹은 햇

살이 반사되어 은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마음속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흥

의 상태를 감각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현상이 아

닌, 내면의 정서를 포착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서정시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내 마음’에 포착된 동백 잎의 인상과

감흥을 화자 혼자서 즐기고 만족하는 내면 지향의 시로, 김영랑의 내면세

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감상의길잡이

‘끝없는강물이흐르네’는

어떤작품인가

작품 들여다보기

기본개념으로이해하기

서정시의본질

서정시는 그 본질이 독백에 있으며, 시어나 구절의 명징한 의미보다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표현과 이미지 등의 조화로움을 중시한다.

이러한 까닭에 관념시나 서사시와 같은 다른 종류의 시에 비해 음악성이

나 서정성이 강한 편이다.

이 시에서도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서정적인 세계를 노래한 김영랑

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유음과 비음, 각운의 사용 등 시어의 음악적

측면을 고려해 부드럽고 섬세하게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

●첫 번째 문학 여행을 떠나다

프랑스에 있는 어느 유서 깊은 박물관의 전시실. 형식이와 재현이, 그리고

수용이는 다빈치의‘모나리자’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림은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서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가까이서 보려는 통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 사람은 박물관에서 나와 도심을 걷다가 거리 공연 중인 연주자들을 발

견한다. 행인들은 무심한 듯 지나치기도 하고, 잠깐 고개를 돌려 연주를 듣

다가 곧 다시 떠나는가 하면, 아예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서 연주를 즐기기

도 한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세 친구는 예술과 일상의 삶이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학은 예술과 일상의 삶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 단원에서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문학의 본질과 특성

이 무엇이며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

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단원을열며


형식 ⋯ 좀 더 앞으로 다가가 볼 수는 없나?

재현 ⋯ 반원형 울타리를 쳐 놓아서 안 돼. 한때 촬영이 허가됐을 때도

플래시는 금지였대.

형식 ⋯ 과연‘모나리자’답네.

수용 ⋯ 값비싼 작품이란 의미야?

형식 ⋯ 아니. 소중하게 보존해야 할 인류의 문화 자산이라는 뜻으로

말한 거야.

1. 문학의발견(1) 심인

2. 문학의이해(1) 끝없는강물이흐르네

(2) 자전거도둑

3. 문학의수용과생산(1) 사씨남정기

●문학을어떻게정의하는것이좋을지생각해보자.

●문학은우리에게어떤경험들을제공해주며, 그경험들은우리의삶에서어떤역할을하는지생각해보자.

●지금까지의문학적체험을되돌아보고, 그체험의방식이나태도들이적절했고효과적이었는지반성해보자.

생각다듬기

단원을열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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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습활동

단원을닫으며

‘도움닫기’에서는 작품의 기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

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멀리뛰기’에서는 도움닫기의 활동을 바탕으로 더 넓

고 깊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엮어 읽기를 통해 심화된

문제를 제시하였다.

‘창작 활동’에서는 작품 내용에 대한 이해가 실제 작

품을 생산해 보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

야의 활동을 제시하였다.

4‘단원을 닫으며’에서는 대단원에서 학습한 핵심 내용

을 대화 형태로 요약, 정리하였다.

‘자기 점검하기’에서는 단원의 성취 기준을 세부 점검

표로 제시하여 학습 성취 정도를 점검하도록 하였다.

‘더 공부하기’에서는 자기 점검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

음의 학습 방향을 제시하여 완전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단원을닫으며

●문학 여행의 첫 번째 여정을 마치다

문학은 일정한 양식과 형식을 갖추어 가며 시대적·사회적으로 제도화되

어 왔고, 또한 수용되어 왔다. 이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속성, 곧‘문학

성’을 어느 한 가지 기준만으로 해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문학

의 본질을 둘러싼 설명은 참으로 다양하다. 세 친구와 함께한 첫 여행에서

우리는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

달았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에서 형식과 수용, 재현이 보여 준 문학관을 정리해

보자.

이 세 친구는 우리에게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각자 하나씩 소개

해 준 셈이다. 자, 이제 어떤 열쇠로 다음번 여행의 문을 열어 볼까?


형식 ⋯ 문학 작품은 다른 예술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적 특징을

갖고 있어.

재현 ⋯ 문학 작품에는 그것이 창작된 시대나 사회가 공유하는 신념 체

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돼.

수용 ⋯ 그리고 독자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체

험을 할 수 있지.

::더공부하기

>> 다른 친구들의 학습 과정 점검을 도와주자.

>> 중단원 학습 과정에서 익힌 지식을 작품에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다시한번 검토해 보자.

>> 스스로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중단원의 학습 내용을 처음부터 차분히정리해 보자.

13점이상

9~12점

8점이하

단원을닫으며 51*

::자기점검하기

문학지식

점검항목 점검내용 평가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문학에관한지

식들을충분히이해했다고평가한다.① ② ③ ④ ⑤

문학적기능과

수행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문학의여러기

능들을충분히숙지하고이를수행할수있게되었다

고평가한다.

① ② ③ ④ ⑤

맥락을통한확장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지식과기능을

문학체험의다양한맥락에적용하여수행할수있다

고평가한다.

① ② ③ ④ ⑤


이 글에서 사 부인이 일방적으로 고난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양한 측

면에서 이해해 보자.2

(1) 위의 이유 중에 하나를 택하고, 그 근거를 마련해 보자.

(2) 내가 만약 사 부인 혹은 유연수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지

말해 보자.

•부정적인물의음해

•사부인의성격적측면

•결정권자의판단력부재

이 작품의 제시된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정리해 보자. 1

사부인

유연수

교씨(교채란)

인물 행위 성격이나인물특성

동청

도움닫기

3. 문학의수용과생산 49*

다음은 작품의 표현 형식에 관한 작자 김만중의 의견이다. 다음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3

(1) “서포만필”에서 작가 김만중이 우리나라 시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해 보자.

(2) 이 내용을 토대로 우리 문학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우리말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토의해 보자.

사람의 마음이 입에서 나오면 말이 된다. 말이 절주를 가지면 가(歌),

시(詩), 문(文), 부(賦)가 된다. 사람의 말은 비록 같지 않으나, 말을 할

줄 아는 자라면 각기 그 말로써 절주를 삼아, 모두들 천지를 움직이고 귀

신을통할수있다. 중국에서만그럴수있는것은아니다. 우리나라시문

은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우므로, 설사 십분 비슷하다 해

도 그것은 앵무새가 사람 말을 하는 것이다. 일반 백성들이 사는 거리에

서 나무하는 아이나 물 긷는 아낙네가“이아.”하면서 서로 화답하는 노

래는 비록 천박하다고는 하지만 만약 진실과 거짓을 따진다면, 참으로 학

사, 대부의이른바시니부니하는것들과함께논할바가아니다.

—김만중, “서포만필”에서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의 시선에서 사 부인이 쫓겨나는 상황에

대해 논평하는 글을 써 보자.4

멀리뛰기

•절주(節奏) 가락, 음의 장단

이나 강약 따위가 반복될 때의

그규칙적인음의흐름.

도움 자료

김만중이정철의가사작품

을 평가한 비평문이다. 송

강가사의 비평과 함께, 국

문문학론의당위성을주장

하였다.

창작활동

문학(1)00(001~011)-OK 2011.7.7 10:28AM 페이지5

그럼 세 친구와 함께 떠날 단원별 여행 주제를 살펴보자.

자, 이제부터세친구와 6개의단원을열고닫으며흥미로운문학여행을

떠나보자.

특징돋보기,삼인행

⋯ 문학은 영혼의 울림이 있는 정서적인 여행에 비유할 수 있다. 모름

지기 여행이란 좋은 동반자가 있을 때 더 유익하고 즐거운 법이다. 그

런 의미에서 우리의 문학 여행을 이끌어 줄 세 친구를 소개한다.

문학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생김새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이 세 친구는 각자 다른 시각과 관심사를 가지고 우리와 함께 문학

여행을 떠날 것이다. 이들과 문학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문학에서 즐

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첫 번째 여행 (1단원) - 거리에서 문학과 만나다

● 두 번째 여행 (2단원) - 노래에서 시와 만나다

● 세 번째 여행 (3단원) - 이야기 속에서 소설과 만나다

● 네 번째 여행 (4단원) - 가면 너머로 희곡과 만나다

● 다섯 번째 여행 (5단원) - 일상의 경험 속에서 수필과 만나다

● 여섯 번째 여행 (6단원) - 다양한 매체에서 문학과 만나다

●발랄한대화로풀어가는교과서

●세 번째 문학 여행을 떠나다

이야기가 같아도 다른 이야기로 이해되는 것은, 이야기 자체가 달라서일

까, 아니면 단지 우리가 다르게 생각해서일까? 만약 이 세 사람이 함께 경

험한 사건을 각자 보고 들은 대로 이야기한다면, 같은 이야기로 밝혀질까,

아니면 다른 이야기가 될까?

이 단원에서는 소설의 특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이야기를

이루는 요소, 다양한 소설 작품의 진실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공부해 보자.

수용 ⋯ 와우,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가치

가 달라서겠지.

재현 ⋯ 글쎄, 그건 모두가 믿는 확고한 세계가 허물어진 현대 사회

의 반영이 아닐까?

형식 ⋯ 그러면 원래의 이야기를 비틀어 새롭게 만드는 패러디는 왜

자꾸 만들어지는 건데? 예전에도 말했지만, 내 생각엔 그게

바로 문학의 속성 아닌가 싶어. 계속 새롭게 바뀌려고 하는

문학의 속성 말이야.

수용 ⋯ 사필귀정이라는 이치를 확인하고 싶은 믿음 때문이겠지.

형식 ⋯ 그래, 옛날이야기 중에‘모방담’이라고 있잖아. ‘갑’이 한 행

동을 보고‘을’이 따라 하는데, 꼭‘을’은 망하는 얘기 말이

야. 실패할 게 뻔한데, 모방담은 왜 그렇게 많지?

재현 ⋯ 옛날이야기는 으레‘옛날 옛날에’에서 시작하여‘오래오래

잘살았단다.’로 끝나잖아.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게 참 신기해.

112 3. 소설의수용과생산*

단원을열며

형식 수용 재현

문학(1)00(001~011)-OK 2011.7.7 10:28AM 페이지6

특징돋보기, 작품들여다보기

●작품분석이잘된교과서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감상의 길잡이’, ‘기본 개념으로 이해하기’,

‘넓고 깊게 이해하기’라는 세 개의 분석 틀을 작품마다 제시하였다. 자

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폭넓고 상세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도해:작품의핵심내용을한눈에파악할수있도록표나그림으로도식화하여표현하였다.

·사진:작품의표지사진이나내용이해에필요한사진을적절히배치하였다.

4. 시적표현 105*

이 시는 샤갈의 그림인‘나와 마을’

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감각적

인 언어로 나타낸 작품이다. 현재형의

시제를 사용하고 이미지들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생명감이 넘치는 봄의 모

습을 그려 내고 있다. 의미 전달과는

무관하게 서술적 이미지만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감상의길잡이

‘샤갈의마을에내리는눈’은

어떤작품인가



시의회화성


시상전개과정

시는 한편으로 리듬을 가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형상을 가진다. 시의 리

듬이 음악성과 관련이 깊다면, 형상은 회화성과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 시

의 회화성은 특히 시를 노래로 부르거나 혹은 낭송 위주로 향유하던 시대

가 쇠퇴하면서 그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진 특성이다. 여기에는 흔히 이미

지즘으로 알려진 모더니즘 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지즘은 시를‘노

래하는 형식’이 아닌, 심상으로‘그려 내는 형식’으로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감정을 털어놓기보다는 그 상태를 영상으로 보여 주려

고 한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는 정서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

고, 생동하는 느낌을 주는 비유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삼월에 내리는 눈을 중심으로 이 시의 시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르크샤갈, ‘나와마을’

정맥의

푸른핏줄

▶삼월에내리는눈

‘바르르’에서처럼생동하고있음을각성하는

계기를만들어줌.

흰색, 올리브색,

붉은색

기억속의아련한고향마을에서자신의시선에

펼쳐진활력있는현실의마을로바뀌게됨.

감상의 길잡이 작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작품 이해의 초

점을 제시함으로써 올바른 작품 감상의 인도자가 될 것이다.

기본 개념으로 이해하기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개념을 해당 작품의 예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작품 감상

을 위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였다.

넓고 깊게 이해하기 작품을 보는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

하여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학(1)00(001~011)-OK 2011.7.22 11:47 AM 페이지7

이책의차례

1. 문학의 발견

(1) 심인(尋人)_ 황지우

2. 문학의 이해

(1)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_ 김영랑

(2) 자전거 도둑_ 김소진

3. 문학의 수용과 생산

(1)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_ 김만중

1. 리듬과 형식

(1) 산유화(山有花)_ 김소월

(2) 서울에 사는 평강 공주_ 박라연

2. 시적 발상과 심상

(1) 앨버트로스_ 샤를 보들레르

(2) 전라도 가시내_ 이용악

3. 화자와 서정적 주체

(1) 속미인곡(續美人曲)_ 정철

(2) 겨울 바다_ 김남조

4. 시적 표현

(1) 시조 세 편_ 이정보 외

(2)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_ 김춘수

18

26

30

42

58

62

70

76

84

90

98

104

1. 문학의세계로의초대

2. 시의수용과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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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28

138

150

160

178

190

200

220

228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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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야기와 구성

(1) 복덕방_ 이태준

(2) 조신 설화(調信說話)_ 작자 미상

2. 인물과 배경

(1) 토지_ 박경리

(2) 운영전(雲英傳)_ 작자 미상

3. 주제와 갈등

(1) 당신들의 천국_ 이청준

(2) 죽은 영혼의 길_ 치누아 아체베

4. 시점과 서술 방식

(1) 유년의 뜰_ 오정희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_ 성석제

1. 무대와 공연

(1) 태(胎)_ 오태석

(2) 수영(水泳) 들놀음_ 이두현 채록

2. 희곡의 언어와 구성

(1) 리어 왕_ 윌리엄 셰익스피어

(2) 산불_ 차범석

3. 소설의수용과생산

4. 희곡의수용과생산

문학(1)00(001~011)-OK 2011.7.6 12:27AM 페이지9

1. 수필의 표현과 문체

(1) 무사한 나날들_ 김훈

(2)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_ 작자 미상

2. 수필의 내용과 주제

(1) 율정기(栗亭記)_ 계용묵

(2) 나무를 심는 사람 곽탁타_ 유종원

3. 비평의 개념과 관점

(1) 공작관 문고 자서(孔雀館文稿自序)_ 박지원

(2) 생태학적 상상력과 우리 시의 방향_ 이숭원

1. 문학의 소통

(1) 은희경의 문장 배달: 변신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_ 노희경

2. 문학과 매체 확장

(1) 그대를 사랑합니다_ 강풀 글·그림

(2) 괴물_ 봉준호·하준현·백철현 극본, 봉준호 연출

부록 저자 및 출처, 사진·그림 출처

5. 수필·비평의수용과생산

6. 문학의소통과매체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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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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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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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00(001~011)-OK 2011.7.6 6:10 PM 페이지10

1. 문학의발견 11*

1단원

2단원

4단원

6단원

항목 쪽수작품

백제 무왕, ‘서동요’ 16

전봉건, ‘피아노’24

김동인, ‘광염 소나타’‘하회 별신굿 탈놀이’

25남평 조씨, “병자 일기”

김소월, ‘금잔디’ 61

김광균, ‘외인촌’ 69

유치환, ‘깃발’ 74

백석, ‘팔원’ 80

정철, ‘사미인곡’ 89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94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동명, ‘파초’ 96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이육사, ‘절정’

97김소월, ‘진달래꽃’이병기, ‘야시(夜市)’ 102

김만중, ‘구운몽’ 135

양귀자, ‘원미동 시인’ 136

작자 미상, ‘채봉감별곡’ 157

박지원, ‘허생전’ 176

김동리, ‘무녀도’ 187

서정인, ‘강’189

전광용, ‘꺼삐딴 리’작자 미상, ‘심청전’ 211

천승세, ‘봇물은 터졌어라우’ 218

‘양주 별산대 놀이’ 219

‘꼭두각시놀음’ 234

윤대성, ‘출세기’ 236

‘봉산 탈춤’ 245

손광성, ‘달팽이’ 260

이병기, ‘일기’ 278

윤오영, ‘마고자’ 279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309

이광수, “무정” 316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 336

‘바탕이론’과‘학습활동’에인용된작품목록

5단원

3단원

문학(1)00(001~011)-OK 2011.7.6 12:27AM 페이지11

문학(1)01(012~051)-OK 2011.7.6 12:30AM 페이지12

1. 문학의발견

2. 문학의이해

3. 문학의수용과생산

문학의세계로의초대1

문학(1)01(012~051)-OK 2011.7.6 12:30AM 페이지13

●첫 번째 문학 여행을 떠나다

프랑스에 있는 어느 유서 깊은 박물관의 전시실. 형식이와 재현이, 그리고

수용이는 다빈치의‘모나리자’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림은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서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가까이서 보려는 통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 사람은 박물관에서 나와 도심을 걷다가 거리 공연 중인 연주자들을 발

견한다. 행인들은 무심한 듯 지나치기도 하고, 잠깐 고개를 돌려 연주를 듣

다가 곧 다시 떠나는가 하면, 아예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서 연주를 즐기기

도 한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세 친구는 예술과 일상의 삶이 어떤 관계인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학은 예술과 일상의 삶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

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 단원에서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문학의 본질과 특성

이 무엇이며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

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단원을열며


형식⋯ 좀 더 앞으로 다가가 볼 수는 없나?

재현⋯ 반원형 울타리를 쳐 놓아서 안 돼. 한때 촬영이 허가됐을 때도

플래시는 금지였대.

형식⋯ 과연‘모나리자’답네.

수용⋯ 값비싼 작품이란 의미야?

형식⋯ 아니. 소중하게 보존해야 할 인류의 문화 자산이라는 뜻으로

말한 거야.

문학(1)01(012~051)-OK 2011.7.6 6:11 PM 페이지14

1. 문학의발견(1) 심인

2. 문학의이해(1) 끝없는강물이흐르네

(2) 자전거도둑

3. 문학의수용과생산(1) 사씨남정기

●문학을어떻게정의하는것이좋을지생각해보자.

●문학은우리에게어떤경험들을제공해주며, 그경험들은우리의삶에서어떤역할을하는지생각해보자.

●지금까지의문학적체험을되돌아보고, 그체험의방식이나태도들이적절했고효과적이었는지반성해보자.

생각다듬기

단원을열며 15*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15

선화공주님은

남몰래짝맞추어두고

서동방을

밤에알을안고간다.

─‘서동요’

이 노래는“삼국유사”에 수록된 향가(鄕歌)의 하나이다. “삼국유사”의 기록

에 따르면, 이 노래는 앞날을 예언하는 노래로 불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실

용적인 노래였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이 노래를 문학사의 중요

작품들 중 하나라고 인정한다. 이러한 사실은‘문학이란 무엇인가?’와 관련

하여 매우 흥미로운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01문학의발견1. 문학이가치있는내용을형상화한언어예술임을이해한다.

2. 수용과생산의맥락에서문학의형성조건을이해한다.

| 학습목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이 가능하다. 시대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세 가

지 개념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첫째는‘문학은 언어 예술이다.’라는 개념이

다. 문학은 예술의 하나이며, 음악, 미술 등 다른 예술과 달리 말과 글로 된

예술이라는 것이다. 둘째, 문학의 내용 조건으로 널리 인정되는‘가치 있는

내용’이라는 개념이다. 문학은 인간의 삶과 공동체의 발전에 가치가 있는 내

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표현 차원에서의 특징으로서 널리 인정되는

‘형상화’라는 개념이다. 문학은 언어를 통해 미를 추구하는 예술이며, 그 심

미적 표현의 핵심이 형상화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학의 개념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언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예

술’이라는 점이다. 시인이나 작가는 언어를 통해 문학 작품을 생산하며, 독자

는 언어를 통해 이를 수용한다.

언어예술로서의문학

서동(薯童, 백제 무

왕의 어릴 때 이름)이 신라 진평왕

의 딸인 선화 공주를 얻기 위해 아

이들을 통해 부르게 했다는 일종의

동요로서, 참요(讖謠 ; 앞날을 예언

하는 성격을 지닌 민요)의 성격을

띠고있다.

이작품은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16


낯설게하기

19세기말러시아형식주의자들

은 문학이 일상 언어를 낯설게

함으로써문학적기능을갖게한

다고보고, 이를‘낯설게하기’라

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에 따르

면“한아이가들에핀장미화를

보았네.”는 일상의 언어이지만,

“한아이가보았네, 들에핀장미

화.”는문학적언어가된다.

정서적용법

일상언어는지시를위해사용되

며 문학 언어는 정서적 환기를

위해서사용된다는뜻이다.

❶ 문학의개념을하나의문장으로써보자.

❷문학의언어와일상의언어가본질적으로다르지않은이유는무엇인가?

짚고가기

문학은 가치 있는 체험을 형상화하기 위해 일상의 언어를 재료로 사용한다.

동일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문학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본질

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때‘낯설게하기’와 같이 문학적 언어만의 고유한 특

성에 주목하던 때도 있었고, ‘정서적 용법’을 문학의 본질로 여겼던 때도 있

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용과 생산의 맥락에서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하

게 했느냐에 따라 문학적 체험이 실현되었다고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도 한다

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서동요’는 창작 당시에 실용적인 노래였지만 오늘

날 우리는 문학 작품으로 받아들인다. 이순신의“난중일기”도 그 당시에는

일기로 쓰였지만 오늘날 독자들에게는 감동을 주는 문학 작품으로 받아들이

기도 한다. 이것은 시대나 사회에 따라 언어의 감수성이 달라지고 정서적이

며 상상적인 체험의 양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에게 문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를 포괄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

념이라기보다는‘지금 여기서’우리 마음속에 특별한 의미로 존재하는 구체

적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항상‘어떤’문학이냐가 중요하다. 작품을 읽고 이해

하고 수용하여 자신의 체험 속에 통합할 때 비로소 우리는 문학에 대해 이야

기할 수 있다. 표현을 통해 문학의 생산에 참여할 때에도 역시 그러하다.

수용과생산의맥락에서의문학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17


‘김종수’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황 지 우

섬세한 감각과 아름다운 서정, 시대

에 대한 비판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시세계를지니고있다. 시집으로“새

들도세상을뜨는구나”, “겨울 ─ 나무

로부터 봄 ─ 나무에로”, “게 눈 속의

연꽃”등이있다.

황지우(黃芝雨, 1952~ )

시와 일상의 경계에유의하고, 과연

‘시답다’는것이무엇인지생각하면

서읽어보자.


심인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18



문학답다는것


폭로와풍자

시는 일상의 기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만약 시를 정서적 표현들로

이루어진 독특한 언어 형식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제대로 된 시로 평가받

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신문 광고와 같은 일상의 기록도, 그것이 어떤

의도와 문맥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시가 될 수 있다. 문학은 언

어를 통해 가치 있는 체험을 형상화하는 언어 예술이다. 따라서 문학성,

곧 문학의 문학다움은 시인이나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어떤 상황에서 어

떤 의도로 가치 있게 형상화했느냐에 따라 얻어진다. 이 작품은, 시인이

사람 찾는 광고를 소재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현실을 개성적으로 형

상화했기에 시로서의 자격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시와 일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넘나들면서 일상도 문학적일

수 있음을 신문 광고란을 인용하여 환기하고 있다. 현실 속의 숱한 사연들

은 집을 나가 행방을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을 만들어 낸다. 폭과 높이가 1

센티미터, 4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광고를 도대체 누가 읽겠는가.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회복하고자 애간장을 태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기에 그것을 야기한 현실에 대한 폭로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현실이 어느덧 똥을 누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이 되어 있으므

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풍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심인(尋人)’이라는

제목처럼 사람을 찾는 작은 신문

광고를 인용하여 현실에 대한 화

자의 인식을 드러낸 파격적 형식

의 시이다. 이 작품은 사람을 찾

는 내용이 3연에 걸쳐 제시된다.

그리고 4연에 이르러 작중 장면이 한순간에 드러난다. 화자는 지금 화장

실에 쭈그리고 앉아 화장지로 쓸 신문지를 심심풀이 삼아 읽고 있는 중이

다. 거기에 실린 광고들은 어떤 사연을 배경에 두고 있을까? 신문 광고의

행간에 담긴 시대적 의미가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감상의길잡이

‘심인’은어떤작품인가


김종수–시대적상황1연

신문광고

화자의목소리

이광필–본인의잘못2연

조순혜–가족과의갈등3연

작중장면4연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19


이 작품에서 시인의 주관적인 목소리는 4연에 와서 비로소 등장한다. 4연의

표현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을 교환해 보자.2

이 글이 내용과 소재가 지극히 일상적인데도 문학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3

이 작품은 1980년대 초반의 시대,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다음

내용을 참고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1

나는쭈그리고앉아똥을눈다

표현으로부터얻는단서

•행과연을나누어놓았다.••

•현실에대한화자의인식을드러내고있다.••

내용으로부터얻는단서

항목 근거나이유

도움닫기

(1) 1~3연에 나타난 광고를 통해, 각각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상상하여 말해

보자.

(2) 이 작품의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여 각 연의 사연이 어떠한 관련

을 맺고 있을지 이야기해 보자.

이 시에서 시대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1연의‘80년 5월’이라

는구절이다.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20


다음 두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해 보자. 4

(가) 주말에 우리 가족은 가까운 중국집으로 갔다. 나와 아빠는 자장면,

의진이 언니는 짬뽕, 엄마는 볶음밥을 시켰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언

니의 짬뽕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깍쟁이 언니는 한 젓가락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즐거운 외식을 마치고 백화점에 갔다. 나는 엠피스리가

갖고 싶다고 했지만 엄마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모든

물건을눈으로만실컷구경하다가돌아왔다.

(나) - MEMU -

샤를르보들레르 800원

칼샌드버그 800원

프란츠카프카 800원

이브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종 1,000원

가스통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핫산 1,200원

제레미리프킨 1,200원

위르겐하버마스 1,200원

시를공부하겠다는

미친제자와앉아

커피를마신다

제일값싼

프란츠카프카

멀리뛰기

(1) (가)와 (나) 중에서 어느 것이 문학 작품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가?

그리고그이유를밝혀보자.

(2) 이를통해서문학작품이되기위해갖추어야할조건은무엇인지자유롭게

말해보자.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21


02문학의이해1. 문학의윤리적, 심미적, 창조적기능에대해이해한다.

2. 문학의갈래개념과그특징을이해한다.

| 학습목표|

“나는‘백치아다다’의작가가누구인지안다.”

“나는왜수롱이가벌어온지전뭉치를아다다가바다에흘려보내는지그이

유를안다.”

“나는왜작가가작품속주인공을벙어리이자백치인아다다로설정했는지

를안다.”

“나는‘백치아다다’라는작품의가치를안다.”

위의 네 문장은 모두‘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앎의 깊이와 폭은

각기 다르다. 이처럼‘문학 작품을 이해한다.’는 말의 의미는 어떤 사실을 단

순히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그것을 정서적으로 내면화하고 평가하는 데에 이

르기까지 그 수준과 범위가 다양하다.

우리가 어떤 작품이나 작가를‘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이 지닌 여

러 가지 기능 때문이다. 문학의 기능은 작품이 읽히면서 실행된다. 작품을 읽

는 독자는 다만 글의 의미를 읽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과 함께 혹

은 인물들에 의탁하여 작품 속 상황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적 체험의

과정을 통해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도 하며, 반갑고 친숙한 세계를 만

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특별한 심리적 경험을 한다. 이러한 문학의

기능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문학의 심미적 기능이다.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철학이나 종교 서적보다 문학 작

품이 더 많이, 더 쉽게 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학의 이런 기능에 주목하

는 입장이‘쾌락설(快樂說)’이다. 문학 활동에서 얻는 즐거움은 고도의 정신

적 기쁨과 수준 높은 감동을 주는 미적 쾌락이다. 그것은 지적이면서도 정서

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즐거움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카타

르시스(catharsis, 淨化作用)’가 바로 이런 것이다.

문학의기능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22


둘째는 문학의 윤리적 기능이다. 문학 작품을 읽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

나는 그것을 통하여 삶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이런

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이‘교훈설(敎訓說)’이다. 교훈설은 문학이 독자에게 삶

의 진실을 일깨우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여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문학의 창조적 기능이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인간의 창

조력의 기반이 되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작품의 생산과 수용을

위해서는 상상력과 감수성의 계발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상력과 감수성의 신장은 두 가지 방향의 소통 능력을 길러 준다.

하나는 작품의 생산을 통한 새로운 소통이다. 세련된 감수성으로 사물을 새

롭게 지각하고 발달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여 다른 사람과 소통

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작품의 수용을 통한 소통을 한층 수준 높

게 하는 것이다. 세련된 감수성과 발달된 상상력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수용

하면 작가 및 다른 독자들과 수준 높은 소통을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독자는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쾌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익숙한 세계로 되돌아와 안도하며

깨달음과 교훈을 얻게 된다. 또 놀라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새롭게 창조된 세

계를 여행하게 된다. 이것들은 각기 문학의 심미적, 윤리적, 창조적 기능의

작용이다.

❶문학의심미적, 윤리적, 창조적기능이각각무엇인지써보자.

❷우리가철학이나종교서적보다문학작품을더많이읽는이유는무엇인가?

짚고가기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23

(가) 피아노에앉은

여자의두손에서는

끊임없이

열마리씩

스무마리씩

신선한물고기가

튀는빛의꼬리를물고

쏟아진다.

─전봉건, ‘피아노’에서

(나) 이때부터 그의 숨소리가 차차 높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씩씩거리며 몹시

흥분된 사람같이 몸을 떨다가 벼락같이 양손을 키 위에 갖다가 덮었습니다.

그다음순간으로C샤프단음계의알레그로가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만 흥미로써 그의 모양을 엿보고 있던 나는 그 알레그로가 울

리어나오는순간마음은끝까지긴장되고흥분되었습니다.

그것은순전한야성적음향이었습니다. 음악이라하기에는너무힘있고무

기교(無技巧)이었습니다. 그러나음악이아니라기에는거기는너무괴롭고도

무겁고힘있는‘감정’이들어있었습니다.

─김동인, ‘광염소나타’에서


문학에서는 작품들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차이들을 좀 더 명료하게 설명하

기 위해 갈래 구분의 원리를 설정한다.

서양에서는 고전 시대로부터 문학을 서정, 서사, 극으로 나누어 보는 삼분

법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문학을 상상적, 정서적 산물로 보는 전통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동양,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는 이와 사정이 달라서, 문학을 조

화로운 정신적 작용의 소산으로 보는 관점이 주요한 문학적 전통이었다. 이

는 문학의 상상적 구성을 중시하는 서구의 삼분법적 갈래 구분만으로는 동양

의 문학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분법적 갈래 구분에서는 삼분법에 비해 문학의 포괄 범위가 넓어진다. 서

정(적인 것), 서사(적인 것), 극(적인 것), 교술(적인 것)은 말하기 방식과 서술

형태에 따라 문학을 사분법적으로 나누어 본 예이다. 그리고 시, 소설, 희곡,

수필 및 비평은 형식적 자질에 좀 더 주목하여 사분법적으로 나누어 본 예이

다. 삼분법이 문학의 중심적 속성을 살피기에 적당하다면, 사분법은 문학이

제도로서 성립된 근대 이전의 풍부한 언어 문화적 자산을 문학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닌다.

문학의갈래

(가) 전봉건의 시집“꿈 속의 뼈”

(1980)에 실린 시로서, 피아노 연주

를 듣고 있는 경험으로부터 자유로

운 연상을 계속하여 파격적인 이미

지를제시하고있다. 다소엉뚱하다

고할수있는연상작용을통해뛰

어난 비유를 구사함으로써 참신한

느낌을준다.

(나) 1930년“삼천리(三千里)”지에

발표된김동인의단편소설로서, 작

곡의 영감을 얻기 위해 살인, 방화

등을 저지르며 사회적 금기를 깨뜨

리는 주인공을 통해 예술 지상주의

에대한극단적옹호의태도를드러

낸다.

이작품은

문학(1)01(012~051)-OK 2011.7.6 12:31AM 페이지24


(다) 양반⋯ 나는사대부(士大夫)의자손인데…….

선비⋯ 뭐 사대부? 나는팔대부(八大夫)의자손일세.

양반⋯ 허허, 팔대부는또뭐야?

선비⋯ 팔대부는사대부의갑절이지.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라) 비가왔다. 애남이가심양(瀋陽) 갔다가내려왔다. 자세한기별을듣고영

감께서 하신 편지를 보았다. 기운이 그만 하여 계시더라고 하니 만만(萬萬)

다행이나이가슴한조각에걸린것은언제나풀어질까.

─남평조씨, “병자일기”에서

(가)와 (나)는 한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

각 작품이 속한 갈래에 따라 형식이 다르다. (가)는 1인칭 작중 화자(시적 화

자)가 독백적인 언어로 자신의 감정, 느낌, 의지를 표출하는 형식인데, 이런

특징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들이 서정 갈래 혹은 시이다. (나)는 서술자에

의해 어떤 인물들의 행위가 일정한 줄거리를 갖춘 이야기로 구현되는 형식인

데, 이런 특징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들이 소설이다. (다)는 서술자의 중개

가 아니라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에 의해 사건을 현재 진행형으로 제시하는 형

식이다. 이런 특징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들이 극 갈래 혹은 희곡 및 시나

리오이다. (라)는 실제의 경험이나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그에 대한 작자의 생

각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이런 특징으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들이 교술 갈래

혹은 수필 및 비평이다.

❶사분법적갈래구분에따를때, 문학의갈래를어떻게나눌수있는가?

❷서사갈래와극갈래의가장큰차이점은무엇인가?

짚고가기

(다) 지배 계층인 양반과 선비의 허

위성을 폭로하고 당시의 불교의 타

락상을 드러내면서 피지배계층인

서민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고전극이다.

(라) 남평(南平) 조씨(曺氏)라는할머

니가 1637년 7월 13일에 쓴 한글

일기를 현대어로 번역한 것이다.

병자호란 당시 세 아들을 잃고 남

편마저 청나라로 잡혀간 상황에서

절절히써내려간하루하루의기록

은 한국 여인의 한(恨)의 전형을 보

여준다.

문학(1)01(012~051)-OK 2011.10.28 1:46 PM 페이지25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김 영 랑


1930년 박용철 등과 <시 문학>을 간

행하고, ‘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등

30여 편의 시를발표했다. 예리한 감

각을고운가락으로표현한순수시를

많이 창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모

란이 피기까지는’, ‘오매 단풍 들겄

네’, ‘내마음을아실이’등이있다.

김영랑(金永郞, 1903~1950)

화자의 내면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는지 알아보고, 섬세하

고 세련된 시어에 주목하면서 읽어

보자.


끝없는강물이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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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조탁(彫琢)

언어의 조탁은 다만 시어를 아름답거나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만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시인의 의도와 시적 상황에 잘 어울리는 시어를 찾기 위해

시인 스스로가 정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의 언어 조

탁의 예는 다음과 같다.


돋쳐오르는, 도도네, 도른도른

–네

ㄴ, ㄹ, ㅁ, ㅇ

요소

우리말의아름다움부각, 음운의반복을통한리듬감형성

각운적요소의반복을통한율동감의강조

유음과비음의사용으로음악적효과고조

효과

이 작품은 김영랑이“시문학”창간호(1930)에‘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

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그의 첫 등단작으로, 순수 서정시의 대표작 중 하

나이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동백 잎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처럼, 혹은 햇

살이 반사되어 은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마음속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흥

의 상태를 감각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현상이 아

닌, 내면의 정서를 포착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서정시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내 마음’에 포착된 동백 잎의 인상과

감흥을 화자 혼자서 즐기고 만족하는 내면 지향의 시로, 김영랑의 내면세

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감상의길잡이

‘끝없는강물이흐르네’는

어떤작품인가



서정시의본질

서정시는 그 본질이 독백에 있으며, 시어나 구절의 명징한 의미보다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표현과 이미지 등의 조화로움을 중시한다.

이러한 까닭에 관념시나 서사시와 같은 다른 종류의 시에 비해 음악성이

나 서정성이 강한 편이다.

이 시에서도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서정적인 세계를 노래한 김영랑

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유음과 비음, 각운의 사용 등 시어의 음악적

측면을 고려해 부드럽고 섬세하게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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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시적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1

이 시에서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문학의 기능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3

이 시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쓸 때, 그 효과에 대해 토의해 보자. 2

1, 2행 마음속에흐르는강물

3, 4행

5, 6행

7, 8행

구분 시상전개

도움닫기

내 마음의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른다. 돋아 오

르는 아침 햇빛처럼 빛나는 강물이 은빛 물결을 돋운다. 가슴인가 눈인가

혹은 핏줄인가에 그 어디에 마음이 나직하고 정답게 숨어 있는 곳. 내 마

음의어딘지는모르겠지만한편에끝없는강물이흐른다.

(1) 긍정적 효과:

(2) 부정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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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영랑의 시에 대한 설명이다. 잘 읽고 물음에 답해 보자. 4

이 작품이 발표된 1930년대는 일제가 우리 민족을 핍박하던 고난의 시

기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문인은 당대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민

족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여건이나 문학적 경향과는 다른 김영랑의‘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같은

시가나올수있었던이유는무엇인가? 이에대한답은…….

멀리뛰기

(1) 다음 시와‘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의 시적 경향은 어떻게 다른지 말해

보자.

(2) 위의 설명에서 생략된 말을 근거를 들어 이어서 써 보자.

(3) 이를 바탕으로 문학의 바람직한 기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종합

해 보자.

아! 내 세상에태어났음을원망않고보낸

어느하루가있었던가, ‘허무한듸!’허나

앞뒤로덤비는이리승냥이바야흐로내마음을노리매

내산채짐승의밥이되어찢기우고할퀴우라내맡긴신세임을.

나는독을차고선선히가리라

막음날내외로운혼(魂) 건지기위하여.

─김영랑, ‘독을차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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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위에 허락도 없이 올라탄 사람은 뜻밖에도 젊은 여자였다. 까

만 타이즈 바지 차림에 흰 남방셔츠를 입고 있어 늘씬한 몸매가 훤히 드러

났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굴곡에 탄력이 붙어 보였다.

멀찍이서긴 했지만 난 내 앞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 아가씨의 얼

굴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관리업체 지정 변경에 관한 결의를 한다고 해서 불려 나간 반상회 자리였

을 것이다. 나중에 아주머니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얼핏 귀동냥하니 문촌

마을 스포츠 센터에서 에어로빅 강사를 한다는 거였다. 바로 내 위인 꼭

대기층에 산다고 들었다. 어쩐지 이따금씩 거실에서 에어로빅 연습을 하

는지 콩콩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곤 했다.

흐흠, 자전거 도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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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 진

1991년“경향 신문”신춘문예에‘쥐

잡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자신의

기억을 감싸고 있는 유년 시절을 생

생하고구체적으로복원시키는데주

력했다. 작품집에“열린사회와그적

들”, “고아떤 뺑덕어멈”, “장석조네

사람들”등이있다.

김소진(金昭晋, 1963~1997)

유년 시절의 기억과상처, 서민들의

삶과역사, 아버지와아들의관계등

이영화와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

를살펴보면서읽어보자.


자전거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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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난 묘한 흥분감에 사로잡혔다. 손깍지로 머리를 감싸고 거실

바닥을 뒹굴던 나는 불현듯 2차 세계대전 종전 뒤에 유럽을 휩쓸었던 네오

리얼리즘 운동의 대표적 영화로 꼽히는 이탈리아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에 나오는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

다. 오늘밤도 그 비디오를 한 번 더 볼까? 나는 테이프를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어느새 반나마 남은 발렌타인 십칠 년짜리

병목을 휘어잡았다. 잔 속에서 빛나고 있는 육면체의 투명한 얼음 조각들

위로 사십 도의 뜨거운 원액을 끼얹고는 허겁지겁 빈속으로 쏟아부었다. 젠

장, 난 이 영화 앞에서 왜 이리 갈피를 못 잡는 걸까. 위잉…… 철커덕.

이차 대전이 끝나고 폐허로 변한 로마. 오랫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해 헤

매다니던 안토니오 리치는 어느 날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길거리에 포스

터를 붙이는 일이다. 그 일에는 자전거가 필수적이다. 오랜만에 일자리를

구하게 돼 당당히 아내 마리아 앞에 선 안토니오는 그녀를 설득해 몇 안

되는 헌 옷가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드디어 자전거를 구한다. 어린 아들

브루노는 출근하는 아버지를 따라나선다.

그러나 어느 모퉁이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가 자전거를 훔쳐 타

고 달아난다. 안토니오는 쫓아가다 실패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그런 하찮은 일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냐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다. 허탈해진 안토니오는 자전거포를 뒤지다 어느 젊은이가 자기 자전거

를 타고 달리는 것을 목격한다. 기를 쓰고 쫓아가지만 또 허사이다. 우여

곡절 끝에 자신의 자전거를 훔친 젊은이의 집을 기어코 찾고야 만다. 하

지만 안토니오는 빈민가에 있는 그 젊은이의 허름한 집을 보고 절망에 빠

진다. 자신처럼 가난한 데다 젊은이는 그를 보자 충격을 받았는지 간질을

일으키며 길가에 나뒹굴어 버둥거린다. 경찰이 왔으나 딱 부러지는 증거

도 없다. 안토니오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실망한 아들이 그와 다투다 없어

진다. 안토니오는 강가에서 어린애가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불길한 예감

에 사로잡혀 황급히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아들은 다친 데 없이 다

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스쳐 지나가려는데 경기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안

토니오의 눈에는 경기장 밖에 즐비하게 세워놓은 자전거들이 한가득 클로

즈업돼 들어온다. 아들 부르노에게 먼저 집에 가 있으라고 이르고는 자전

거 한 대를 잽싸게 훔쳐 달아나지만 곧 주인에게 붙잡힌다. 어디선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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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영화‘자전거도둑’을떠

올린이유를추리하면서읽어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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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이 온다. 아들의 면전에서 봉변을 당하는 안토니오의 처지를 가련하게

여긴 자전거 주인이 선처를 베푸는 바람에 안토니오는 철창 신세를 면하

고 풀려난다.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석양의 거리를 아들은 뒤따르고 안

토니오는 어깨가 축 늘어진 허탈한 모습으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난 무엇보다 외로움을 느꼈다. 아들이 지켜보는 앞

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당한 안토니오의 무너진 등이 견딜 수

없어 콧등이 시큰해졌고, 그보다는 무너져 내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목

격해야 하는, 그럼으로써 평생 씻을 수 없는 내면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

아갈 어린 아들 브루노 때문에 나는 혀를 깨물어야 했다.

왜? 왜냐고? 그건 빌어먹을, 내가 바로 또 다른 브루노였으니깐.

이 망할 놈의 기억, 저 비디오테이프를 찢어 버려야 하는 건데……. 나

는 다시 거칠게 발렌타인의 병목을 잡아챘다.

한 평도 채 안 되는 구멍가게는 중풍으로 쓰러져 정상적 건강 상태가

아니었던 아버지의 유일한 수입원이자 생존 이유였다. 때문에 그 구멍가

게에 대한 아버지의 몰두와 자존심은 각별했다.

한번은 내가 아버지가 가게를 잠깐 비운 사이에 겉에 허연 인공 설탕가

루를 묻힌‘미키 대장군’이라는 캐러멜을 하나 아무 생각 없이 널름 집어

먹은 적이 있었다. 하나에 이 원, 다섯 개에 십 원이었다. 잠시 뒤에 돌아

온 아버지는 단박에 그 사실을 알아채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내 목덜미에

당수를 한 대 세게 내려꽂는 것이었다. 그 캐러멜 갑 안에 미키 대장군이

몇 개 들어 있는지조차 훤히 꿰차고 있는 아버지였다.

“이런 민한 종간나래! 얌생이1)처럼 기러케 쏠라닥질2)을 허자면 이 가게

안에 뭐이가 하나 제대로 남아나겠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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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얌생이 남의 물건을 조금씩

슬쩍슬쩍훔쳐내는짓을속되게

이르는말.

2) 쏠라닥질 남의눈을피해가

며자주못된장난을하는것.

영화‘자전거도둑’

비토리오데시카감독의1948

년 작품이다. 선량했으나 가난

때문에자전거도둑으로전락하

는안토니오의모습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현

실을엿볼수있다. 이같은모

순된 현실 앞에서 절대적인 선

악이나 옳고 그름은 논하기 힘

들고, 안토니오의 불행은 끝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자

(父子)가손을꼭잡고가는마

지막 장면은‘사랑과 유대’가

마지막희망임을암시한다.

자료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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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는 좀 머쓱했는지 입이 한 발쯤 튀어나와 뾰로통해서 서 있

는 내게 미키 대장군 네 개를 집어 내미는 거였다. 어차피 짝이 맞아야 파

니까니, 하면서 억지로 내 손아귀에 쥐어주었다. 나는 그 무허가 불량 식

품인캐러멜네개가끈끈하게녹아내릴때까지먹지않고쥔채서있었다.

“뉠큼 털어 넣지 못하겠니, 으잉?”

목덜미에 아버지의 가벼운 당수를 한 대 더 얹은 다음에야 한입에 털어

넣고 돌아서 나왔다. 아버지도 가게 일을 수월하게 보려면 잔심부름꾼인

나를 무시하고는 아쉬울 때가 많을 터였다. 워낙 짧은 밑천으로 가게를 꾸

려 가자니 아버지는 물건 구색을 맞추느라 하루에도 많을 때는 세 번까지

시장통 도매상으로 정부미 포대를 거머쥐고 종종걸음을 쳐야 했고, 막내인

나는 번번이 아버지의 뒤로 팔을 늘어뜨린 채 졸졸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땐 그게 죽도록 싫었다. 하마 시장통에서 야구 글러브를 끼거나 조립

용 신형 무기 장난감 상자를 든 반 친구를 만나거나, 심지어 과외나 주산

학원을 가는 여자아이들을 만나는 날에는 정말 그 자리에서 혀를 빼물고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주로 물건을 떼 오곤 하는

수도상회 혹부리 영감의 손녀는 이 학년인가, 삼 학년 땐가 우리 반 부반

장을 지냈던 나미라는 여자아이여서 서로 안면이 없지도 않았다. 어쩌다

그 애가 헐렁한 동냥자루 같은 포대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멀뚱히 계산대

옆에 서 있는 내 앞으로 모른 체하며 스쳐 지나갈 때면 나는 사팔뜨기인

양 뒤틀어진 눈을 아래로 깔아야 했다.

그렇잖아도 머리통만 몸집에 비해 컸다 뿐이지 선병질3)적인데다 깡마른

내가 엄마가 군데군데 왕바늘로 기워 줄 만큼 낡은 정부미 포대에 잡동사

니 같은 물건들을 쓸어 담아 어깨에 늘어뜨린 채 동화 속의 당나귀처럼

혀를 빼물고 헉헉거리며 가파른 산동네 길을 오르는 정경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처연한 감정을 모면할 길이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정부미 자

루를 날라 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한숨을 돌린 뒤 자루를 풀고 물건을

정리해 보니 스무 병이 와야 할 진로 소주가 두 병이 모자란 채 열여덟

병만 온 것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맞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금세 하얗게 질렸다. 왜냐하면

그 덜 온 두 병을 빼고 나면 나머지 것들을 몽땅 팔아봤자 결국 본전치기

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 등을 떼밀어 물건을 받아온 수도 상회

의 혹부리 영감한테 내려보냈다. 아버지는 말주변도 말주변이었지만 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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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나’에게 캐러멜을 준

이유에대한‘나’의판단은무엇

이고, 그 판단이 적절한지 서술

자와연관지어생각해보자.

‘나’가 아버지를 따라가면서 친

구들을만났을때의심정을짐작

해보자.

3) 선병질 질병에잘걸리는경

향이 있는 약한 체질. 신경질을

이르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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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때문에 약간의 언어 장애가

있어 일부러 나를 보냈던 것이다.

이어서 뭐하러 왔네?

가게 안에 북적거리는 손님들에게 셈을 치러 주느라고 몇 번이고 주판

알을 고르는 데 바쁜 혹부리 영감의 눈길을 잡아두는 데 성공한 나는 더

듬더듬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나 귓등에 연필을 꽂은 채 심술이 덕지덕

지 모여 이뤄진 듯한 왼쪽 이마빡의 눈깔사탕만한 혹을 어루만지며 듣던

혹부리 영감은 풍기4) 때문에 왼쪽으로 힐끗 돌아간 두터운 입술을 떠들쳐

굵은 침방울을 내 얼굴에 마구 튀겼다. 애초 자기 눈앞에서 까 보이지 않

은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였다. 나중엔 아버지까지 함께 내려가

서 하소연을 해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 그렇게 우기면 거래를 끊겠다는

협박성 경고뿐이었다. 거래가 끊긴다면 아버지한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혹부리 영감은 아버지한테 무슨 큰 특혜를 내려 주듯이 거래를 터 준다

고 허락을 놓았었다. 같은 함경도 동향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하긴 혹부리 영감한테는 매번 소주 열 병 안짝에다 새우깡 열 봉지, 껌

대여섯 개, 빵 예닐곱 개 등 일반 소매가격 구매자보다 더 많은 물건을

떼어 가지도 않으면서 부득부득 도맷값으로 해 달라고 통사정을 해 쌓는

아버지 같은 사람 하나쯤 거래를 끊어도 장부상 거의 표가 나지 않을 것

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의 자그마

한 구멍가게로 돌아와 나머지 열여덟 병의 진로 소주를 넋 나간 사람처럼

쓰다듬던 아버지는 기어코 아들인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4) 풍기 풍사(風邪)를 받아 생

기는병을통틀어이르는말.

거래 품목과 숫자로 보아, 아버

지가게의규모를추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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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한 닷새쯤 지났을까, 아버지와 나는 다시 그 수도 상회로 물건을 떼러

갔다. 아버지는 또 고만고만한 물건들로 구색을 맞춰 골랐고 혹부리 영감

은 일일이 헤아린 다음 우리 부자가 가져온 정부미 자루에 집어넣으라고

손짓을 했다. 아버지와 나는 허겁지겁 물건들을 자루에 휩쓸어 담았다.

평소와 달리 아버지의 손은 약간 떨려서 헛손질을 많이 해 일부러 나한테

훼방질을 놓는 사람 같았다.

내가 그 이유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아버지는 그 혹부리 영감의 눈을

속여 미리 진로 소주 두 병을 은밀히 자루에 더 넣어 두었던 것이다. 셈

을 치르고 문턱을 가까스로 나서려는 순간, 이게 무슨 운명의 조화런가,

혹부리 영감이 우리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거 영감, 이보우다. 그 포대 좀 풀어 다시 한번 헤아려 봅세. 계산이래

안 맞아.

나는 그때 겁에 질린 송아지처럼 눈에 흰자위가 유난히 많아진 아버지

의 눈동자를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인 내가 무슨

구세주라도 돼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눈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던 것 같았

다. 그러나 난들 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결국 혹부리 영감은 두 병이 더 들어간 것을 밝혀냈고 아버지에게 해명

을 요구했다. 나는 내가 희생양이 돼야 함을 느꼈다.

예, 맞아요. 그건 말예요, 제가 영감님 몰래 넣은 건데요…… 왜냐하면

접때접때 우리 집에서 사실 두 병을 빠뜨리고 갔기 때문에 응, 쌤쌤이어

서요…….

나는 이상하게도 맘이 편하고 당당했다. 나도 모르게 입가로 번져 나온

미소를 단속하느라 손바닥으로 입을 몇 번인가 틀어막기도 했다. 혹부리

영감은 얼굴에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직접

적 책임을 모면한 아버지는 헤설픈 표정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혹부리 영감이 당신과는 이제 거래 끝이야 하고 선

언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얼굴이었다. 아버지처럼 이북 출신인 그 영감은

시장통에서 신용 하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지만 성질이 불같고 매몰차

기로 소문이 자자한 위인이었기에 그런 상황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내레 이까짓 걸루다 당신하고 거래를 끊지는 않갔어. 다 물정 모르는 아

이들이 저지른 짓인데 으잉?

아유, 고맙습네다 영감님. 그저 어떻게 헤헤…… 우리 아이가 평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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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민한5) 애가 아닌데 어쩌다…….

단…….

혹부리 영감이 아버지의 말끝을 가로챘다.

내 앞에서 저 아이를 호되게 가르치는 꼴을 봬 주라우. 내가 그깟 술 두

병이 아까워서 기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기렇게 따끔하게 가르치는 건

바로 자식에게 말이야, 부모 된 도리를 다하는 것 아니갔슴매? 내 이 자

리서 이녁이 하는 깜냥6)을 두고보고서리 까짓것 그 술 두 병은 거저라두

주갔어. 내 이제껏 남한테 콩알 반 쪼가리도 거저 준 적은 없지만서두, 이

건 경우가 다르다우 아암.

호되게라믄…… 어떠케?

쯔쯧, 이녁도 함경도 아바이 출신이믄 부랄 값도 못하는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드러케 다루는지는 알 만하잖소? 그걸 왜 내게 묻소 으응?

아 안 그렇소?

야! 간나야, 니 다시는 이런 민한 짓이래, 하겠니, 안 하겠니? 어서 말

좀 해 보라우.

짐짓 호령을 하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며 허공 높이 허우적거렸

다. 단 한 대에 내 뺨은 무섭게 부풀어 오르며 감각을 잃어 갔다.

길티……기게 바로 진짜 교육이야.

혹부리 영감의 격려를 받은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굽신거린 다

음 또 한 차례 내 뺨을 기세 좋게 올려붙였다. 그러나 이 지독한 연극을

지켜보면서 나는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맑아지는 느낌뿐이었다. 그리고 투시해 버리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도 아

버지의 눈 속에 흐르지도 못하고 괴어 있는 눈물을. 차라리 죽는 한이 있

어도 애비라는 존재는 되지 말자. 아마도 나는 그때 그런 끔찍한 다짐을

했는지도 모른다.

●뒷이야기

오랜 준비 끝에 나는 혹부리 영감의 가게에 오물을 뿌리는 데 성공한다. 이로 인해 혹부리 영감

의 집은 파산하고 그는 죽음에 이른다. 아버지에 대한 내가 어두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에

어로빅 강사 서미혜에게도 어릴 적 간질을 앓아 내내 갇혀 지내야 했던 오빠에 대한 어두운 기억이

있다. 그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한 이후로 그를 외면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은 그녀로 하

여금 도둑 자전거 타기라는 행동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

화‘자전거 도둑’을 보며 서로의 상처를 확인한다. 그 후로 서미혜는 더 이상 나의 자전거를 훔쳐

타지 않았고, 우연히 어느 날 그녀가 다른 자전거를 훔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아

픔을 느끼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뭔가가맑아지는느낌이든이유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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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민하다 좀미련하다.

6) 깜냥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헤아릴수있는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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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95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자전거 도둑’이라는 영화가

세 개의 일화를 결합하는 매개로 사용되면서 주인공들의 아픈 기억을 이

끌어 낸다. 이 영화는 도둑맞은 자가 도둑질을 하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서글픈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작가는 이 부분을 인용하며 아픈 상처

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명한다. 이를

통해 서미혜가 오빠를 죽게 만든 죄책감을 위로하기 위해 또 다른 자전거

를 훔쳐 타고 다니는 것처럼, 상처는 잊힘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

함으로써 치유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감상의길잡이

‘자전거도둑’은어떤작품인가



서사적구성


‘자전거도둑’의연쇄고리

소설은 중심이 되는 하나의 시간 계열 속에서 사건들이 필연적으로 귀결

되는 인과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어떤 행위에 의해 어떤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반드시 그에 따른 영향이 사건의 축을 따라 이리저리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개별적이던 사건과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서사적 세계가

만들어진다. 이 작품에서도 서미혜가 자전거를 몰래 탄 사건에서 영화‘자

전거 도둑’을 떠올리고, 이 영화의 내용에서 다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

상하며, 자신과 비슷한 서미혜의 상처로까지 많은 사건들이 인과 관계에

따라 긴밀하게 연결되는 서사적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자전거 도둑’은 소설‘자전거 도둑’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이렇게 두 작품이 영향 관계를 이룰 때,

이를‘상호 텍스트성’이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 바탕이 되는 텍스트와 그 안

에 들어와 있는 또 다른 텍스트를 함께 읽는다는 것을

뜻한다. 한 작품 안에 또 다른 작가, 시대, 역사가 동

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간질병환자인오빠에게

밥을주지않아죽게함.

아들브루노앞에서

망신당하는아버지안토니오

‘나’앞에서혹부리영감에게

수모를당하는무력한아버지

서미혜가자전거를몰래탐. 영화‘자전거도둑’연상 어린시절의아픈추억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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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혹부리 영감에게 아버지 대신 자신이 소주를 훔쳤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처하는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그 성격을 추측해 보자. 2

이 작품에서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사건을 정리해 보고, 개별적인 사건들을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3

다음의 활동을 통해 이 작품의 서사 과정을 이해해 보자. 1

도움닫기

(1) 이 작품에는 세 명의 자전거 도둑이 나온다. 각 인물들이 도둑질을 하는 이

유에 대해 알아보자.

(2) 영화 속 안토니오와 아버지, ‘나’와 안토니오의 어린 아들 사이에는 어떤

대응 관계가 성립하는가?

(3) 세 명의 자전거 도둑과‘아버지’를 도덕적으로 비난만을 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보자.

에어로빅강사

영화속의안토니오

영화속젊은청년

자전거를훔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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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화‘자전거 도둑’에서 모티프를 얻은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북경

자전거’라는 영화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잘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4

멀리뛰기

(1) ‘북경 자전거’와 영화‘자전거 도둑’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 보자.

•공통점:

•차이점:

(2) ‘북경 자전거’라는 영화를 통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자.

열일곱 살 소년 구웨이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베이징에 자리를 잡고 물품 배달원으로 일을 한다. 그는 배달 일을

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600위안 짜리 실버 자전거를 대여 받게 되고, 그

자전거는 순수한 구웨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갖은 고생을 해

가며 그가 600위안을 거의 모았을 무렵, 구웨이는 그만 그토록 사랑하던

자전거를 도둑맞게 된다. 구웨이는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자기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지안이라는 소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배다른 여동생의 학비를 훔쳐 중고 가게에서 구웨이의 자전

거를 샀던 소년은 자전거를 돌려주기를 거절한다.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뺏고 뺏기는 피멍든 싸움을 벌이던 두 소년은 결국 번갈아 자전거를 사용

하기로 합의를 본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말없는 자전거 교환이 반복되면

서 구웨이와 지안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이들에게 자전거는 생활 수단일

뿐만아니라, 미래의꿈을상징하는것이다.

자식을 호되게 가르치라는 혹부리 영감의 요구를 받고 아들의 뺨을 때릴 수밖

에 없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마음속으로 어떤 말을 했을지 상상하

여 써 보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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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문학의수용과생산| 학습목표| 1. 문학적체험을통해삶의다양성을이해한다.

2. 문학적체험을통해인간과세계를심미적으로인식하고표현한다.

3. 다양하고창의적인시각과방법으로작품을창작한다.

얼마 전 공연을 앞두고 톨스토이의 소설“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었습니

다. 세상에서제가가장좋아하는이야기입니다. 열세살때생일선물로받은

책인데 이번에 세 번째로 읽었습니다. 다시 봐도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같은

악보도 연주할 때마다 다른 곡이 되는 것처럼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안나

의심리가어떻게변하는지설명하는부분입니다. 정숙한부인인안나가청년

장교브론스키를만나서고민하다가사랑하게되고, 금지된사랑때문에비극

을 맞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그 감정의 변화가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

어서마치톨스토이가저를안나의머릿속으로밀어넣은것같았습니다.

—장한나, ‘내가요즘읽는책`–`안나카레니나’에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는 열두 살 무렵 자신의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

의 부인 갈리나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백치”를 읽어 보라고 권유하며“좋

은 소설을 읽으면 네 마음이 열릴 것이다.”는 말을 해 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영어판“백치”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으며, 이를 계

기로 영어에 눈을 뜨고 통찰력과 표현력을 길렀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녀는

이를 계기로 러시아 문학에 반해서, 톨스토이, 체호프, 푸시킨의 작품도 읽었

다고 한다. 특히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를 거듭하여 읽는 과정에서 위

의 고백처럼 깊은 감동과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장한나의 독

서 경험은 우리들에게 문학적 체험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말하자면, 수동

적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려는 것에 멈추지 않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작품

이 자신의 삶에서 갖게 될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삶에서 독서 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인생을 다해 힘

껏 노력해도 경험할 수 있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독서는 그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준다. 더욱이 문학을 통한 체험은 더 풍요한 삶을 경험하게 한다

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문학적체험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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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상하는 과정이다. 상상은 종이 위

에 붙잡혀 있던 글자들을 거기에서 자유롭게 풀어냄으로써 그것들이 원래 있

었던 시공간, 즉 작품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읽

는다는 것은 상상을 통해 작품 세계에 동참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독자가 참여한 작품 세계에서는 작가가 창조하고 독자가 해석한 인물들이

마치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어 가듯 또렷한 형상으로 구체화되는데, 그렇게

인식된 인물들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간상을 보여 주기도 한

다. 만약 독자가 상상적 체험이라는 자신의 능동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다면, 작품 세계는 다양한 인물들로 창조된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 줄 것

이다. 그리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며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더 깊고 풍부한 이해에 도달하게 할 것이다.

인간과세계에대한심미적인식과표현

다양한 독서 체험을 통한 문학 수용은 더 나아가 문학 생산을 가능하게 한

다. 우리는 자신이 상상하거나 체험한 내용을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각과 방

법으로 구성하여 심미적으로 표현해 보는 활동을 통해 문학을 생산할 수 있

다. 표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표현해 보

는 활동은 문학 생산 능력을 기르는 기초이다. 이때 생산하는 작품의 수준은

전문 작가의 수준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문학 생산 활동 자체를 즐기려는 자

세로 모방과 습작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학 생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하고창의적인문학작품의생산

❶장한나의독서체험을통해서알수있는문학적체험의의미는무엇인가?

❷우리가문학작품을읽을때가장중요한것은무엇인가?

짚고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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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의줄거리

중국 명나라 세종 때의 이름난 신하 유현의 아들 연수는 15세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된다. 유

연수는 여승 묘혜의 소개로 덕이 뛰어난 사정옥을 부인으로 맞이한다. 사 부인은 유 한림과 사이가

좋았으나 자식을 낳지 못했고, 이에 남편에게 첩을 얻으라고 권한다. 첩으로 들어온 교 씨는 본디

사악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들 장주를 낳은 후 더 악독해진다. 그 후 사 부인이 또한 아들

인아를 낳게 되자 교 씨는 정실이 되기 위해 온갖 참소를 한다.

드디어 두 부인1)이 길을 떠났다. 동청과 교 씨는 두 부인이 멀리 가게

되었음을 기뻐하였다. 이에 동청이 교 씨에게 말했다.

“두 부인이 이제 멀리 가고 없으니 즉시 계교를 시행할 것이지만, 낭자

가 내 계교를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노라.”

소매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놓으며 다시 말했다.

“묘한 계교는 이 중에 있는데, 이것은 무소의란 여인의 이야기라. 당나

라 시절 고종 황제가 황후를 사랑했는데, 황제에게는 무소의라고 하는

첩이 있었다. 무소의가 투기하여 황후를 참소2)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무소의가 딸을 낳게 된지라. 그 딸의 얼굴이 아름다워 황후가

항상 사랑하였다. 하루는 황후가 가서 이 딸을 어루만지고 나왔는데, 무

소의가 간사한 계교를 생각했다. 스스로 그 딸을 죽인 후 통곡하며 궁중

의 사람들을 문초하게 하니, 궁인들이 말하기를 오직 황후가 다녀갔다

고 했다. 결국 황후는 누명을 벗지 못하고 고종 황제가 황후를 폐하고

드디어 무소의를 황후로 봉한 일이 있었는데, 이 여자가 바로 유명한 측

천무후라. 전에 장주가 병들었을 때 한림이 사 씨를 의심하였으니, 이제

낭자가 큰일을 위하여 어찌 어린아이 따위를 걱정하리오. 이 계교를 행

하면 사 씨가 아무리 명철3)하고 언변이 뛰어나다 하지만, 도저히 벗어

날 길이 없을 것이라. 낭자의 뜻이 분명 이루어질 것이오.”

5

10

15

20

25

김 만 중

1) 두 부인 유 한림의 고모. 평

소사씨를예뻐하고, 교씨를경

계했음.

2) 참소 남을헐뜯어서죄가있

는것처럼꾸며윗사람에게고하

여바침.

3) 명철 총명하고사리에밝음.

조선숙종때의문인. 호는서포(西浦).

1689년 숙종의 폐비 사건에 반대하

다가 남해로 귀양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작품으로“구운몽”, “사씨남

정기”등의소설과“서포만필”, “윤씨

행장”등의글을남겼다.

김만중(金萬重, 1637~1692)

등장인물에 대해 공감을 하고 싶은

인물과거리두기를하고싶은인물

을구별하며읽어보자.


사씨남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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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씨가 동청의 등을 치며 말했다.

“사나운 짐승도 제 새끼만큼은 사랑하거늘, 하물며 사람이 차마 제 자

식을 죽이리오.”

동청이 말했다.

“낭자의 지금 처지는 실로 호랑이 등에 타고 있지만 내리지 못하는 형

상이라.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반드시 뉘우칠 일이 있을까 하노라.”

교 씨가 말했다.

“이 일은 차마 사람이 할 바가 아니라. 다른 계교를 생각하오.”

동청이 밖으로 나와 납매에게 말했다.

“낭자가 나의 묘한 계교를 듣지 않으니 할 일 없는지라. 그러면 낭자뿐

만 아니라 너희도 위험해질 것이다. 네가 기회를 엿보아 이 일을 시행하

도록 하라.”

이후로 납매는 틈만 나면 장주를 죽이려고 했는데, 마땅한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하루는 장주가 난간에서 자고 있었다. 마침 사 씨의 시비4) 춘

빙과 설매가 화원에서 일을 하고 난간 아래로 지나가고 있었다. 납매가

흉악한 계교를 생각하고는 두 사람이 멀리 지나가기를 기다려 곧장 장주

를 눌러 죽였다. 그러고는 바로 설매에게 가서 말했다.

“옥지환(玉指環)5)을 훔친 일이 탄로 나면 사 부인이 분명 너를 먼저 죽일

것이니, 너는 이제 이리이리 하면 화를 면하고 도리어 큰 상을 받으리라.”

설매가 알아듣고 가더라.

장주의 유모는 공자가 일어났는가 싶어 나가 보니, 이미 장주는 피를 흘

리며 죽어 있었다. 놀라 통곡하며 교 씨에게 달려가 고했다. 교 씨 또한

놀라 나와 보니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동청이 한 일인 줄

짐작하고는, 한림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한림이 이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을 못하고 다만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교 씨가 통곡하며 간사

한 말로 고했다.

“이는 분명 전에 장주를 저주하던 사람이 한 짓이라. 집안의 하인들을

모아 심문하면 알 것이옵니다.”

한림이 그 말을 듣고 집안 하인들을 모아 문초6)하니, 먼저 장주의 유모

가 말했다.

“소인이 공자를 데리고 난간에서 놀았는데 공자가 잠이 들기에 잠깐 나

갔다 왔사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겠사옵니까? 소인의 죄

는 죽어 마땅하옵니다.”

5

10

15

20

25

30

4) 시비(侍婢) 곁에서 시중을

드는계집종.

5) 옥지환 옥가락지.

6) 문초(問招) 죄나 잘못을 따

져묻거나심문함.

춘빙과설매의성격을비교해보

며읽어보자.

‘사씨남정기’의

또다른작품성격

이 작품은 처첩의 갈등이나 장

자상속, 가문창달등의문제들

을치밀하게다루는등가정소

설, 혹은풍속소설의일면도드

러내 보이면서 가문 의식을 중

시하기 시작한 당대 사회의 신

분적가치관을반영하는특징을

지니고있다. 이를통해작가의

식의 시대적 한계와 의의가 모

두드러나고있기도하다.

자료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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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납매가 대답했다.

“소인이 마침 난간 앞을 지나다가 춘빙과 설매가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나이다. 그때는 무심코 넘겼지만 이런 큰일이 생

긴지라. 이 두 여자를 엄히 문초하시면 진상이 드러날 것이옵니다.”

한림이 춘빙을 먼저 엄하게 문초하였다. 춘빙은 살점이 달아나고 뼈가

부서져 죽을 지경이었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설매와 같이 난간 아래로 지나갔을 뿐 다른 일은 전혀 아는 것이 없으

니 상공께서는 깊이 헤아려 주옵소서.”

또 설매를 문초하니 곧바로 소리를 크게 지르며 말했다.

“바로 고할 것이니 상공은 형벌을 거두어 주소서. 사 부인께서 저희에게

이르되, 장주 공자7)를 해치면 큰 상을 내릴 것이라 하거늘 천한 마음에 재

물을 탐내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마침 공자께서 혼자 자고 있기

에, 춘빙이가서해쳤고저는마음이떨려차마나아가지못했나이다.”

한림이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며, 춘빙을 극형으로 문초하니 춘빙이

설매를 꾸짖으며 말했다.

“네 이제 죽을 죄를 짓고 옥 같은 부인께 누명을 씌우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춘빙은 이렇게 끝까지 버티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교 씨는 발을 구르며

울음을 그치지 않고 한림은 다만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교 씨가 말했다.

“투부(妬婦)8)가 당초에 우리 모자를 죽이려 하다가 실패하자 시비를 시

켜 이러한 악행을 저질러 장주를 죽였으니 내일이면 나까지 죽이리라.

남의 손에 죽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죽어 귀신이라도 바른 귀신이 되는

것이 낫도다. 상공은 투부와 같이 살 것이니 첩과 같은 인생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 이제 죽어 투부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니와, 다만 두려운

것은 이 투부가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니 상공이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할까 하나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칼을 빼들고 자결하려 하니, 한림이 급히 칼을 빼앗으

며 위로했다.

“내 전에도 투부의 망측한 일을 보았지만 그간의 정을 생각하여 발설하지

않았고, 신성현에서 있었던 더러운 행실을 보았지만 다스리지도 않았도

다. 이제 또 이러한 천하의 큰 죄를 지었으니, 이런 여자를 집에 두어 제

사를 받들면 조상이 거부하실 것이고 우리 가문을 욕보일 것이라. 오늘은

말을 마치고 자결하려는 행동을

통해 교 씨의 성격은 어떠한지

짐작해보자.

5

10

15

20

25

30

7) 공자 지체가높은집안의나

이어린아들을부르는말.

8) 투부 질투심이많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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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교자 주로여인이혼인을하

거나외출할때사용하는가마.

이 부분에 드러난 사 씨의 심정

을짐작해보자.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친척을 모아서 사당에 고하고 내치리라.”

교 씨가 눈물을 거두고 사례하며 말했다.

“만일 상공이 투부를 내치고 집안을 밝게 하시면 첩의 남은 삶이 안전

할까 하나이다.”

그럭저럭 다음 날이 되자 한림이 모든 친척을 모으고 사당에 고하려 했

다. 슬프다! 유 소사가 지하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두 부인이 만 리 밖 먼

길을 떠났으니, 누가 한림의 마음을 돌리게 하리오. 시비들이 이 일을 알

고 사 씨에게 고하면서 통곡하니 사 씨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 이미 짐작한 일이니 너희는 너무 슬퍼 말라.”

<중략>

유모가 인아를 안고 나아가니, 사 씨가 받아 안고 말했다.

“나를 생각하지 말고 잘 있어라. 새가 깃털을 잃으면 알을 보전하기 어

려운 법. 네가 어찌 무사할 수 있으리오. 슬프다. 이승의 미진한 인연을

후생에서는 다시 이어 모자지간이 됨을 바라노라.”

눈물이 비 오듯 흘러 다시 말을 잇지 못하고 인아를 유모에게 주고는

교자9)에 올랐다. 인아가 발을 구르며 모친을 부르짖는 소리가 끊어질 줄

모르더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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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는 교 씨를 정실로 맞이하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 씨의

화려한 복장과 패물이 눈을 부시게 할 정도였다. 의식을 마치자 교 씨가

집안 하인들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맡은 직무를 부지런히 하고 서로 화목하여 죄를 짓지 말라.”

그중 한 늙은 하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사 부인이 비록 죄를 입어 나가시지만 저희가 오랫동안 섬겼으니 잠시

나가서 전송하기를 원하나이다.”

교 씨가 불쾌하나 마지못하여 허락했다. 모든 하인이 사 씨를 따라가서

교자 앞에 엎드려 통곡하니 사 씨가 교자를 멈추게 하고 말했다.

“너희가 옛 주인을 생각하여 멀리 와서 전송을 하니 고맙도다. 그러나

이후로는 옛 주인을 생각하지 말고 새 주인을 잘 섬겨 죄를 짓지 말라.”

하인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전송하니 길 가던 사람들이 모두 처량하게 여

기더라. 이때 교자를 멘 하인들이 신성현으로 가려 하자 사 씨가 말했다.

“친정으로는 갈 수가 없으니 시부모님 묘 아래로 가리라.”

이에 길을 바꾸어 유 소사의 묘 아래에 도착하였다. 이날부터 사 씨는

초가를 하나 얻어 지냈다. 높은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시냇물은 잔잔한데

원숭이 휘파람 소리가 사 씨의 가슴에 요동쳤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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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는 조선 숙종 때 김만중이 창

작한 한글 소설이다. 유연수 가문의 사 부인

과 교 씨 사이에 벌어지는 처첩 간의 갈등을

소재로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의 주제를 드러

내고 있다. 본문은 전형적인 악인, 교 씨와

동청의 간교한 계교로 한없이 선한 인물로 설정된 사 부인이 고난을 당하

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단순히 처첩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교

씨 일당의 말만 믿고 사 부인을 축출하는 유연수의 무능함과 불합리한 가

부장제, 축첩 제도의 문제점이 동시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감상의길잡이

‘사씨남정기’는어떤작품인가



공감과거리두기


17세기국문소설의융성과김만중

문학 작품의 수용은 작중 인물의 시선에 동조하여 상상적 체험을 할 때

이루어진다. 작자가 공감을 노리고 만들어 낸 인물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

할 경우, 독자는 자신이 설정한 임의의 인물 또는 가공의 인물을 설정하여

작가가 의도한 인물에‘거리 두기’를 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작자가 사 부인의 시선으로 전체 사건을 조망한다는 전제

아래 독자 또한 그런 입장을 취한다고 치자. 그러면 작자와 독자는 동일한

인물을 통해 사건을 조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독자는 자신을 사 부인과 동

일시하는‘공감’을 경험한다. 하지만 독자가 교 씨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

는 경우 사 부인에 대해서는‘거리 두기’를 하게 된다.

17세기는 국문 소설의 융성기로서‘홍길동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의 국문 소설이 많이 창작되고 수용된 시기이다. 이 무렵에 국문 소설이

융성한 것은 첫째로 국문(한글)이 널리 보급되었다는 점, 둘째로 임진왜란

이후 서민 의식이 깨어나 새로운 문학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 셋째로 여

성을 중심으로 독자층이 넓게 형성되었다는 점과 연관이 있다. 그 당시 소

설은 풍속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지배층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김만중

은 지배층에 속한 인물이면서도 진보적인 문학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말과 글의 가치를 옹호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설의

가치를 역설하였다. 그가 직접 여러 편의 국문 소설을 창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선인

•사씨

•춘빙

악인

•교씨

•동청

•냉진

유

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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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사 부인이 일방적으로 고난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양한 측

면에서 이해해 보자.2

(1) 위의 이유 중에 하나를 택하고, 그 근거를 마련해 보자.

(2) 내가 만약 사 부인 혹은 유연수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지

말해 보자.

•부정적인물의음해

•사부인의성격적측면

•결정권자의판단력부재

이 작품의 제시된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정리해 보자. 1

사부인

유연수

교씨(교채란)

인물 행위 성격이나인물특성

동청

도움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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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작품의 표현 형식에 관한 작자 김만중의 의견이다. 다음을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3

(1) “서포만필”에서 작가 김만중이 우리나라 시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해 보자.

(2) 이 내용을 토대로 우리 문학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우리말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토의해 보자.

사람의 마음이 입에서 나오면 말이 된다. 말이 절주를 가지면 가(歌),

시(詩), 문(文), 부(賦)가 된다. 사람의 말은 비록 같지 않으나, 말을 할

줄 아는 자라면 각기 그 말로써 절주를 삼아, 모두들 천지를 움직이고 귀

신을통할수있다. 중국에서만그럴수있는것은아니다. 우리나라시문

은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우므로, 설사 십분 비슷하다 해

도 그것은 앵무새가 사람 말을 하는 것이다. 일반 백성들이 사는 거리에

서 나무하는 아이나 물 긷는 아낙네가“이아.”하면서 서로 화답하는 노

래는 비록 천박하다고는 하지만 만약 진실과 거짓을 따진다면, 참으로 학

사, 대부의이른바시니부니하는것들과함께논할바가아니다.

—김만중, “서포만필”에서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의 시선에서 사 부인이 쫓겨나는 상황에

대해 논평하는 글을 써 보자.4

멀리뛰기

•절주(節奏) 가락, 음의 장단

이나 강약 따위가 반복될 때의

그규칙적인음의흐름.

도움 자료

김만중이정철의가사작품

을 평가한 비평문이다. 송

강가사의 비평과 함께, 국

문문학론의당위성을주장

하였다.

창작활동

문학(1)01(012~051)-OK 2011.7.6 12:32AM 페이지49

단원을닫으며

●문학 여행의 첫 번째 여정을 마치다

문학은 일정한 양식과 형식을 갖추어 가며 시대적·사회적으로 제도화되

어 왔고, 또한 수용되어 왔다. 이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속성, 곧‘문학

성’을 어느 한 가지 기준만으로 해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문학

의 본질을 둘러싼 설명은 참으로 다양하다. 세 친구와 함께한 첫 여행에서

우리는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

달았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에서 형식과 수용, 재현이 보여 준 문학관을 정리해

보자.

이 세 친구는 우리에게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를 각자 하나씩 소개

해 준 셈이다. 자, 이제 어떤 열쇠로 다음번 여행의 문을 열어 볼까?


형식⋯ 문학 작품은 다른 예술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적 특징을

갖고 있어.

재현⋯ 문학 작품에는 그것이 창작된 시대나 사회가 공유하는 신념 체

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돼.

수용⋯ 그리고 독자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체

험을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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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공부하기

>> 다른 친구들의 학습 과정 점검을 도와주자.

>> 중단원 학습 과정에서 익힌 지식을 작품에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다시한번 검토해 보자.

>> 스스로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중단원의 학습 내용을 처음부터 차분히정리해 보자.

13점이상

9~12점

8점이하

단원을닫으며 51*

::자기점검하기

문학지식

점검항목 점검내용 평가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문학에관한지

식들을충분히이해했다고평가한다.① ② ③ ④ ⑤

문학적기능과

수행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문학의여러기

능들을충분히숙지하고이를수행할수있게되었다

고평가한다.

① ② ③ ④ ⑤

맥락을통한확장

나는스스로가이단원에서학습한지식과기능을

문학체험의다양한맥락에적용하여수행할수있다

고평가한다.

① ② ③ ④ ⑤

문학(1)01(012~051)-OK 2011.7.6 12:32AM 페이지51

문학(1)00(001~011)-ok 2011.7.6 12:26am 페이지1 고등학교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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