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 kaist · 2021. 1.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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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Environmental Sociology in the Anthropocene : New Questions 저자 (Authors) 최명애, 박범순 Myung Ae Choi, Buhm Soon Park 출처 (Source) 환경사회학연구 ECO 23(2), 2019.12, 7-41(35 pages) ECO 23(2), 2019.12, 7-41(35 pages) 발행처 (Publisher) 한국환경사회학회 The Korean Association For Environmental Sociology URL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288046 APA Style 최명애, 박범순 (2019). 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환경사회 학연구 ECO, 23(2), 7-41 이용정보 (Accessed) 저작권 안내 DBpia에서 제공되는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으며, 누리미디어는 각 저작물의 내용을 보증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은 DBpia와 구독계약을 체결한 기관소속 이용자 혹은 해 당 저작물의 개별 구매자가 비영리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위반하여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 물을 복제, 전송 등의 방법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Information Copyright of all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belongs to the copyright holder(s)and Nurimedia does not guarantee contents of the literary work or assume responsibility for the same. In addition, the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may only be used by the users affiliated to the institutions which executed a subscription agreement with DBpia or the individual purchasers of the literary work(s)for non-commercial purposes. Therefore, any person who illegally uses the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by means of reproduction or transmission shall assume civil and criminal responsibility according to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KAIST 143.***.118.97 2020/06/04 08:0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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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Environmental Sociology in the Anthropocene : New Questions

저자(Authors)

최명애, 박범순 Myung Ae Choi, Buhm Soon Park

출처(Source)

환경사회학연구 ECO 23(2), 2019.12, 7-41(35 pages)

ECO 23(2), 2019.12, 7-41(35 pages)

발행처(Publisher)

한국환경사회학회The Korean Association For Environmental Sociology

URL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288046

APA Style 최명애, 박범순 (2019). 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환경사회학연구 ECO, 23(2), 7-41

이용정보(Accessed)

저작권 안내DBpia에서 제공되는 모든 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으며, 누리미디어는 각 저작물의 내용을 보증하거나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은 DBpia와 구독계약을 체결한 기관소속 이용자 혹은 해당 저작물의 개별 구매자가 비영리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위반하여 DBpia에서 제공되는 저작물을 복제, 전송 등의 방법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InformationCopyright of all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belongs to the copyright holder(s)and Nurimedia does notguarantee contents of the literary work or assume responsibility for the same. In addition, the literary worksprovided by DBpia may only be used by the users affiliated to the institutions which executed a subscriptionagreement with DBpia or the individual purchasers of the literary work(s)for non-commercial purposes.Therefore, any person who illegally uses the literary works provided by DBpia by means of reproduction ortransmission shall assume civil and criminal responsibility according to applicable laws and regu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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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2019년 제23권 2호: 7–41

http://www.doi.or.kr/10.22734/ECO.23.2.201912.001

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새로운 질문들 *1)

2)3)최명애** · 박범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류세’라는 개념이 눈에 띄게 퍼져가고 있다. 인류세

는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 변화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음을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지질학 시대의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 지구 시스템 과학자들

과 지질학자들이 제기한 이 개념은 정치학, 정책학, 인류학, 지리학 등 사회과

학의 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논문은 국내 환경사회학에서 본격적

인 인류세 연구를 위해 해외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 연구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필자들은 먼저 지질학 논의를 중심으로 인류

세 개념의 등장을 소개하고, 사회과학의 주요 인류세 연구 경향(실증주의적

접근, 정치경제적 접근, 신유물론적 접근)을 소개한다. 이어 ‘파국’과 ‘단절’

논의를 통해 인류세 연구가 기존 환경사회학의 자연-사회 연구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성을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류세 연구가 확장될 수 있는 네

가지 연구 분야를 살펴본다. 필자들은 인류세가 근대의 체제, 가치, 사유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확연히 구분되는 사유 체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인식

론적 논의임에 주목한다. 특히 인류세 논의의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탐색

에서 기존 환경 연구와 환경 정치를 새롭게 발전시킬 가능성을 찾아본다.

주제어: 인류세, 환경사회학, 기후변화, 지구시스템 거버넌스, 신유물론

* 이 논문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NRF-2018R1

A5A7025409)이자,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해외우수신진연구자 유치사업(K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NRF-2019H1D3A1A01070116)다. 이 논문을 심사하고 좋은 의견을 주신 익명의 심사자

세 분께 감사드린다.

** 제1저자,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조교수.

*** 교신저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 학원 교수,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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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인류세를 (조심스럽게) 환영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류세’라는 용어가 눈에 띄게 퍼져가고 있다. 지난

7월 교육방송(EBS) 다큐프라임 프로그램에서 인류세 3부작 을 방송했고,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는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라는 이름으로

브라질 작가들의 인류세 전시 작업을 국내에 소개했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연 를 공식화하는 문제를 놓고 국제학회에서 지질학자들이 논의

중이며, 이 새로운 지질연 의 지표화석으로 닭뼈가 거론된다는 보도가 신문

과 방송에 등장하고 있다. 학계의 움직임은 더 빠르다. 카이스트는 인류세

연구를 특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연구 센터를 설치했고(박범순, 2018), 한국

과학기술학회 2019년 전기 학술 회는 ‘인류세와 과학기술’을 테마로 치러졌

다. 문화과학 은 올 봄 인류세 특집호를 발간했으며(김상민·김성윤, 2019;

김준수, 2019; 이광석, 2019), 지질학(김지성·남욱현·임현수, 2016), 문학(신

두호, 2015; 임지연, 2018), 교육학 등에서 인류세를 다룬 논문들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인류세에 한 한국 사회의 관심 증폭은 최근 십여 년 간 유럽과 북미에서

인류세 논의가 중적으로 또 학술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과 조응한다. ‘인

류세’ 개념은 노벨상 수상자인 기 화학자 파울 크뤼천을 필두로 한 지구시

스템 과학자들이 2002년 처음 제안했다(Crutzen, 2002). 이들은 인류의 활동

이 지구 환경 변화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보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현재

를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연 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환경 저널리

스트들은 인류가 야기한 환경 파괴의 현장들―기후 변화, 핵위기, 생물종 상

실, 매연, 플라스틱 오염―을 앞 다퉈 보도했고(콜버트, 2007; 애커먼, 2017;

빈스, 2018; Lynas, 2011; Bonneuil and Fressoz, 2016), 2011년 이코노미스

트 지는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 합니다”라는 표제로 인류세 논의를 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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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9

토리로 등장시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발표

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에서 처음으로 인류세를 언급하고, 이 개

념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간·학제

간·제도간 협력을 가능케 하는 유용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IPCC 2018).

지구시스템 과학자들과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시작한 인류세 논의는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 분야(Castree, 2014d)와 정치학·정책학(Biermann, 2014b;

Biermann and Lövbrand, 2019; Dryzek and Pickering, 2018), 사회학(Lidskog

and Waterton, 2016), 지리학(Castree, 2014a; 2014b; 2014c; Lorimer, 2015;

Yusoff, 2018), 인류학(Tsing, 2015; Van Dooren, 2014) 등 사회과학의 다양

한 분야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1) 지질학자들이 인류세의 공식화를 놓고

지표 화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Zalasiewicz et al., 2017), 인문사회 연

구자들은 인류세 환경 위기의 기술적, 제도적 해결책을 찾는 한편, 인류세

담론의 정치적, 윤리적 성격에 한 비판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류세

연구를 특화한 학술지 인류세 리뷰(The Anthropocene Review) 가 2014년

창간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토론을 확산할 정도다. 로리머의 지적처럼,

“[인류세 연 공식화 여부를 둘러싼] 국제층서학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인류

세라는 용어가 회수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Lorimer,

2017: 123).

인류세 개념은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이런 파급력을 갖게 되었을까? 먼저,

인류세 논의에 등장하는 지구역사(geohistory), ‘급가속(great acceleration)’ ‘행

성적 위기(planetary crisis)’, ‘티핑 포인트’, ‘파국(catastrophe)’ 같은 용어는

기존의 지구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와 지속가능발전 논의에

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에너지를 제공한다(Lorimer, 2017; 김홍중

1) 카스트리(Castree, 2014a)는 차크라바티(Chakrabarty, 2009)와 크리스트(Crist, 2007)의 논문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본격적인 인류세 연구의 시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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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류의 멸절이 임박했고, 이는 되돌릴 수 없으며, 현재가 응급 상황이

라는 위기 의식은 긴급한 환경 논의와 실천을 촉진하는 ‘정동(靜動, affect)’

효과를 갖는다.

카스트리 등은 다양한 학문 분야와 중적 관심을 아우를 수 있는 인류세

개념의 유연성(plasticity)을 지적한다(Castree 2014d; Lorimer, 2017; Hecht,

2018). 인류세는 전혀 교류가 없을 다양한 집단들―“CEO와 심층생태주의

자, 자연 시인, 환경 변호사, 윤리철학자, 환경에 관심 있는 유명인”(Castree

2014d: 235)―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인류가 일으킨 전 미문의 환경 위기를

심층적으로 토론하게 한다. 나아가 자연과학자, 공학자, 인문학자, 사회과학

자, 예술가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탐색해 온 정치경제적·문화적·생태적 관심들을 환경 위기와 연계시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제

간의 협력을 촉진한다(Biermann and Lövbrand, 2019).

특히 인류세 논의에 한 인문사회과학의 ‘환 ’은 인류세가 그간 비판적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천착해 온 근 와 근 성에 한 반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해 턴, 2018; Tsing, 2015). 인류가 지구 환경 변화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진단은 인간 사회와 자연환경이 분리돼 별도로 존재한다는

근 적 자연-사회 이분법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또,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의 구분이 무너진 상황에서, 과학 지식과 기술을 통해 자연을 ‘정복’하고

경제 발전을 전개해 온 근 의 역사는, 전 미문의 속도와 규모로 생명을

파괴하고 지구 시스템을 교란한 자기 파괴의 역사가 된다(Chakrabarty, 2009).

우리가 ‘인간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신장했다고 보는 근 250여 년이, 행성적

차원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행성 파괴’가 일어난 기간인 것이다. 이처

럼 인류세 논의는 근 기획의 근간인 과학기술, 경제 성장, 인간 중심주의를

행성적 파국을 불러온 근본 원인으로 보고, 근 에 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인류세 이후’를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비인간, 비생물, 비서구의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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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11

서 행성적 위기를 이해하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모색하는 시도들로 이어진다.

이 논문은 국내 환경사회학에서 본격적인 인류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국내 인류세 연구는 아직 초보적 단계로, 인류세가 시사

하는 파국과 새로운 생태 감수성에 주목하는 문학 연구(임지연, 2018; 신두

호, 2015), 인류세의 한국적 증거를 찾는 지질학 연구(김지성·남욱현·임현수,

2016; 장종위·이관홍, 2018; 변종민·성 배, 2015) 등이 이뤄져 왔다. 사회과

학에서는 신유물론(김환석, 2018; 김상민·김성윤, 2019), 인간너머지리학(황

진태, 2018; Choi, 2016), 마르크스주의 생태학(이광석, 2019) 등의 이론 연

구에서 자연-사회 연구를 혁신할 필요성과 이들 이론이 갖는 유용성이 언급

됐지만, 지금까지 본격적 인류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c.f. 이광석,

2019; 김홍중, 2019). 이 논문은 해외의 인류세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

환경사회학이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지점들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필자들은 먼저, 지질학 논의를 중심으로 인류세 개념의 등장을 소개하고, 인

문 및 사회과학에서 이뤄진 주요 연구 경향을 살펴본다. 이어서 ‘파국’과 ‘단

절’ 논의를 통해 인류세 연구가 기존 환경사회학 연구를 혁신할 수 있는 잠재

성을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류세 연구가 확장될 수 있는 네 가지 분

야를 살펴보고, 결론에서 인류세 연구의 한계와 국내 환경사회학에 갖는 시

사점을 짚어본다.

2. 인류세: 인간의 지질시대

새로운 지질시 를 가리키는 인류세 개념은 기 화학자 크뤼천과 생태학

자 스토머가 2000년 처음 거론했다. 이들은 “지구와 기에 향을 주는 인

간의 활동들을 지구적인 규모에서 고려해 볼 때, ‘인류세(Anthropocene)’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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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CO 2019년 제23권 2호

용어를 사용하여 지질학과 환경학에서 인류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함이 더욱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Crutzen & Stoermer, 2000: 17) . 크뤼천은 2002

년 네이처 에 “인류의 지질학(Geology of mankind)” 논문을 발표하면서 본

격적인 인류세 논의를 전개한다(Crutzen, 2002). 국제지질학회 층서학 위원

회 의장이기도 한 지질학자 잘라시에비츠는 크뤼천의 인류세 주장을 긍정적

으로 보고(Zalasiewicz et al., 2008), 2009년 층서학 위원회 내부에 인류세

논의 검토를 위해 ‘인류세 워킹 그룹’을 설치한다. 2016년 인류세 워킹 그룹

연구자들은 인류세를 공식 지질 연 에 편입하는 데 해 찬성 의사를 밝혔

고, 지난 5월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 로 공식 제안한다.2)

초기 인류세 논의는 이처럼 지질학자뿐 아니라 기 화학자, 생태학자 등

지구 시스템 과학자들이 주도했다. 크뤼천 등은 지구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

템으로 보고, 여러 권역(sphere)에서 발생하는 변화들을 상호 연계해 관찰해

왔다. 이들은 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생물종 다양성, 해수 온도, 토양의

질소 함량 등 여러 지표들을 통해 지구 환경이 지난 1만1천년, 즉 마지막

빙하기 이후 신생 4기 홀로세 기간 지속돼 온 안정된 상태를 벗어나고 있

다고 판단한다. 특히 지구시스템의 비선형적이고 불연속적인 경향을 감안할

때,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 환경을 이해하고, 새롭게 관리하기 위해서

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를 인류에 의한 위기 상황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인류세 개념을 제안한 것이다(해 턴, 2018).

지구시스템 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은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놓고 열띤 논

쟁을 벌여 왔다. 크뤼천은 산업혁명을 지목하고, 증기 기관이 발명된 1784년

을 제안했고, 잘라시에비츠는 세계 최초로 핵실험이 이뤄진 1945년 7월16일

2) 카스트리는 인류세 개념이 신속히 확산 된 이유 중 하나로 노벨상 수상자인 크뤼천 등이 포함된 국제 엘리트

과학자 집단의 정치력을 꼽는다(Castree, 201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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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13

을 주목했다. 농경이 시작돼 인간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가 기로 확산되기

시작한 신석기 시 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Ruddiman, 2013). 인류세 연 논쟁은 전 지구적으로 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1950년 초반으로 정리되는 추세다. 화학자 스티픈 등은 지난 50여

년간 인구 증가, 도시화, 에너지, 비료 사용과 같은 등 인류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급증했고, 같은 시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해양 산성화, 오존층 파괴

등 지구시스템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음을 지적한다(Steffen et al.,

2015a; McNeill & Engelke, 2016). 이른 바 ‘급가속(Great Acceleration)’으로

인한 인류 활동 증가가 현재의 행성 위기를 직접적으로 초래했다는 것이다.

인류세 워킹 그룹을 중심으로 한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를 증거할 지표 화석으

로 방사능 물질, 콘크리트, 플라스틱 등을 염두에 두고 층서학적 증거를 수집

하는 중이다(Waters et al., 2016).

3. 인류세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들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이 제기한 ‘인류세’라는 현시 에 한 진단은 사회과

학자들의 즉각적인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여 년 간 전개된

사회과학의 인류세 연구는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자

연과학 및 공학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환경 위기에 한 기술적·정책적 해결

책을 찾는 실증적 연구 경향이다. 둘째, 인류세 담론과 실천에 내포된 불평등

한 권력 관계(인간-인간, 인간-자연)를 드러내고, 안을 모색하는 비판적 연

구 경향이다. 셋째, 인류세 논의가 재조명한 자연-사회의 분리불가능성에 주

목하고, 새롭고 안적인 자연-사회 관계를 모색하는 철학적 연구 경향이 있

다.3)(표 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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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CO 2019년 제23권 2호

1) 실증적 접근: ‘지구 행성의 관리인’

인류세의 위기를 ‘문제’로 보고 ‘해결 방안’을 찾는 연구 경향은 정책학,

개발학, 경제학 등 실증적 사회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실증적 경향의 연구

자들은 지구시스템 과학자들과 긴 한 연구 협력을 전개하며, 국제적 연구망

을 통해 연구 성과를 교류·전파하고 국제기구와 정치를 통해 정책적 안을

현실에 옮기는 데 주력한다(Ellis et al., 2016; Palsson et al., 2013; Biermann,

2014b). 표적인 사례가 2012년 출범한 국제 연구 이니셔티브인 ‘퓨쳐 어스: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Future Earth: Research for Global

Sustainability)’다(Beck, 2019; Biermann, 2014a). 같은 해 열린 UN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담 결과로 만들어진 이 국제 연구 이니셔티브는 자연과학과 사회

3)로프브란드 등은 이같은 세가지 연구 경향을 인류세 논의의 탈정치적(post-political), 탈사회적(post-social),

탈자연적(post-nature) 존재론과 각각 연결시킨다(Lövbrand et al, 2015).

실증적 접근 정치경제적 접근 신유물론적 접근

이론적 배경 정책학, 경제학, 개발학에코마르크시즘,

탈식민주의

존재론적 전환, 인간너머사회학, 인간너머지리학

주요 연구 분야 행성적 위기,

정책적·기술적 안 인류세 명칭, 시작 시점

자연의 행위성, 인간-자연 관계의 혁신

인류세의 원인 인간 활동 자본주의, 식민주의 인간중심주의

인류세 극복 방안 기술정책적 해결 인류세 종식, 혁명적 안인간 및 비인간 존재의

코스모폴리틱스

<표 1> 인류세에 대한 주요 사회과학적 접근들

KAIST | IP:143.***.118.97 | Accessed 2020/06/04 08:01(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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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15

과학의 협력을 통해 행성적 위기에 한 정책적·기술적 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Beck, 2019). 이를 위해 ‘지구시스템 거버넌스’, ‘원헬스’,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 등 20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Biermann, 2014a).

퓨쳐 어스로 표되는 실증적 인류세 연구는 지구시스템 연구의 진단에

따라 지구와 인간의 활동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행성

적 경계(planetary boundary)’와 ‘지속가능발전’의 연결이 그 예다. 록스트롬

등은 기후 변화, 생물종 다양성, 성층권 오존층 등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9개 핵심 요소를 선정하고, 각 요소별로 지구 환경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한계치(threshold)를 제시했다(Steffen et al., 2015b). 기후 변화

를 예로 들면, 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350ppm이 한계치로, 이를 넘어설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지구시스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록스트

롬 등은 한계치를 근거로 지구시스템에 무리를 가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활동

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안전한 작동 역(safe operating zone)’을 제안한다.

이처럼 행성적 경계 연구는 환경의 수용력 내에서 경제 발전을 추구해야 한

다는 지속가능발전 논의를 뒷받침하고 강화하는 새로운 근거로 작동하고 있

다(Rockström et al., 2013; Schellnhuber et al., 2005).

실증적 연구는 인류세적 위기의 심각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위기를 가져

온 현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기술적·정책적 쇄신을 통해 위기를

헤쳐가고자 한다. 지구시스템 거버넌스 연구자인 비어만 등은 이들이 관리하

고자 하는 것이 ‘지구 그 자체’가 아니며, 행성적 시스템에 미치는 ‘인간의

향’임을 강조한다(Biermann, 2014a; Biermann and Lövbrand, 2019). 이들

의 입장은 지구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인간 역량의 한계를 인지하는

일종의 ‘겸허’한 태도를 보여 준다. 즉, 인류가 “지구 행성의 책임 있는 관리

자(planetary stewardship)”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Steffen et al., 2015a).

한편, 실증적 접근의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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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CO 2019년 제23권 2호

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극단적으로 낙관적 입장이 존재한다. 이들

“에코모더니스트(Ecomodernist)”들은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

이 인간 삶을 개선하고, 기후를 안정화시키고, 자연 세계를 보호할 수 있

다”고 강조한다(Asafu-Adjaye et al., 2015: 6). 인간의 역량으로 인류세를

개조해 “좋은 인류세(good Anthropocene)”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

스의 지적처럼, 이들은 행성 위기가 자연을 개조하고 제어하는 인류 역량

을 보여 주는 새로운 기회이자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본다(Ellis, 2018). 과

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기후를 조작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지오 엔지니어링(geoengineering) 논의가 한 예다. 실제로 크뤼

천은 태양광을 일부 차단할 수 있는 화합물의 에어로졸을 기 상층에 뿌

려 지구를 냉각시키는 방법으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

다(Crutzen, 2006).

실증적 경향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구 협력을 발전시킴으로써 통합

학제간 연구가 인류세 연구의 주요 방법론으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그러

나 전 미문의 기후위기를 체제 내에서 기술적·정책적 쇄신을 통해 극복하는

데 주력하는 다소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비판적 사회과학자들은 이런

연구 경향이 위기해결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류세 논의를 ‘탈정치화’ 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Lövbrand et al., 2015; Palsson et al., 2013). 특히 ‘인류’나

‘행성’이라는 포괄적 범주가 사용됨으로써, 다양한 인간 집단이 각기 상이한

정도로 환경 위기에 기여했으며, 각기 다른 수준으로 환경 위기를 겪고 있다

는 사실이 인류세 논의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인류세 위기

응을 논의하는 데 있어 역사적이고 지역적인 맥락을 반드시 반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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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17

2) 정치경제적 접근: ‘인류’ 문제화하기

정치경제학과 식민주의 연구에 기반을 둔 비판적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

은 인류세라는 개념이 현재의 환경 위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과연 적절

하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Crist, 2007; Malm and Hornborg, 2014). 이

들은 특히 ‘종으로서의 인류(human species)’라는 범주가 인류가 각기 다른

역사, 경제,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인간 집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인간

집단들이 생태 위기에 해 상이한 수준의 책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

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즉, 새로운 지질시 를 초래한 장본인은 서구 선진국

인데, 인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류세라는 용어 신, 환경 위기의 생산과 위험의

배분에 수반되는 권력 관계와 불평등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적 개념들을 탐

색한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자 무어 등은 인류세 신 ‘자본세(Capitalocene)’

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한다(Moore, 2016; 2017). 자본주의 경제 활동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현

재의 인류세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무어는 1850년 시작된 산업혁

명이 생태 위기의 시계를 빠른 속도로 돌려놓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450년 부터 시작된 유럽 자본주의의 발달과 ‘값싼 자연(Cheap Nature)’을

찾아 나선 식민주의 팽창의 연장선 속에서 인류세적 위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인류세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데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 인

류학자 칭과 과학철학자 해러웨이는 식민지에서 이뤄진 플랜테이션 농업에

서 인류세 위기의 기원을 찾고, ‘ 농장세(Plantationocene)’라는 개념을 발전

시킨다(Haraway et al., 2016). 이들은 사탕수수나 목화 재배처럼 한 종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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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CO 2019년 제23권 2호

농작물을 량 생산하고 잉여 자본을 축적하는 행위를 통해 과거의 숲, 목초

지, 소규모 농지가 산업적 농지로 변모하면서 지구 표면을 결정적으로 변화

시켰다고 본다. 그리고 플랜테이션의 생산 방식이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규모 기계 농장 시스템뿐 아니라, 공장식 육류 및 단일작물을 생산하는 기업

식 농의 원형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플랜테이션의 노동력과 노

동관계에 주목하고, 농장의 경 이 흑인 노예 등의 억압된 노동을 사용함

으로써, 지구적 스케일의 인력과 자본의 이동, 노동 착취, 노동 소외를 촉발하

고 정치사회적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본다.

한편 최근 식민주의 연구자들은 인류세의 인류가 사실상 ‘서구 백인 남성’

을 가리키고 있다며, 비서구, 유색 인종, 여성, 비인간 등의 입장에서 인류세

가 어떻게 경험되며 극복되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돌린다(Davis & Todd,

2017; Hecht, 2018). 특정 지역과 문화에 기반해 인류세를 이해하는 “인류세

토착화하기(indigenizing Anthropocene)”를 통해 다양한 인류세 서사를 계발

하고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데이비스와 토드는 북미 륙의 인류

세의 원인을 ‘정착 식민주의’에서 찾고 서구 정착자들이 상륙한 1610년을

북미 인류세의 기점으로 제안한다(Davis and Todd, 2017). 이들은 이 시기

지층에서 탄소층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것을 북미 인류세의 지질학적 증거

로 본다(Lewis and Maslin, 2015). 식민지 정착자들이 가져온 질병으로 원주

민이 량 사망하면서 인간 행위가 줄어 탄소 배출이 일시적으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후 400여 년간 계속되어 온 자원 약탈, 량 학살, 환경

파괴 등 인간과 자연에 한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인류세를 사유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아울러 비서구의 경험에 기반한 인류세 지식을 생산하는 것과

함께, 인류세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에 원주민 자치, 강탈당한 토지의 회복

등을 적극 포함함으로써 인류세를 ‘탈식민화(decolonizing)’ 할 것을 강조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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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19

비판적 연구는 이처럼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경제적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인류세의 책임을 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 인류세를

‘고쳐서’ 유지하려는 실증주의자들과 달리, 인류세를 빠른 시간 내에 종식하

고,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인류세 이후’를 상상하고 ‘혁명적 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해러웨이(2019)에 따르면, 인류세는 하나의 ‘세’라기보다는

‘경계 사건(boundary event)’에 불과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류세를 가

장 짧고 얇게 만드는 것이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동원해 피난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다음 세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해러웨이는 인류

세 이후의 새로운 지질시 , 혹은 새로운 시 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으로

‘툴루세(Chthulucene)’를 제안한다. 그리스어로 땅을 의미하는 ‘톤(chthon)’을

어원으로 하는 툴루세라는 개념을 통해 해러웨이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공생

하고 분해와 재생산을 거듭하는 땅의 역량에 주목하고, 인류에게 땅의 방식

처럼 다양한 생물 및 무생물들과 ‘친족 만들기’를 할 것을 제안한다(Haraway,

2016). 한편, 깁슨-그레이엄 등은 자본세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과 모델을 자

본주의 체제 외부에서 존재해 온 안적 경제 방식과 경제 윤리에서 찾는다

(Graham & Roelvink, 2010).

그러나 이런 논의들은 비판적 연구자들이 기왕에 천착해 왔던 주제로, 인

류세가 어떻게 기존의 논의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발전시키는지 불분명하

다. 차크라바티(2019)의 지적 로, 자본세 논의에는 인류세가 환기하는 전지

구적 파국의 긴급함이 상 적으로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크라바티는

현재의 기후 위기가 “일반적인 전략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표준적인 환경

위기”가 아니며 “예측할 수 없지만 실제적”인 문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자본세 논의는 인류세에 해 흥미로운 해석을 제공하지만,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추후 지속적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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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유물론적 접근: ‘자연의 종말’ 이후

자연·사물·기술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핵심 구성 요소로 보는 신유물론

경향의 인류세 연구도 지리학과 인류학을 중심으로 활발해지는 추세다.4) 이

들 연구자들은 인류의 지구 환경 개입을 강조하는 인류세 진단이 이들이 천

착해 온 인간-비인간, 자연-사회의 분리 불가능함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인류세 논의의 등장을 환 한다. 즉, 인간 사회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존재하

는 순수한 자연은 없다는 이른 바 ‘자연의 종말(맥키벤 2005)’이 인류세의

공식화를 통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신유물론 연구자들은 그러나 실증주의자

들과 달리 인류세를 초래한 근 에 해 비판적이며, 특히 서구 근 의 특징

적인 자연-사회 이분법과 그에 기반한 인간 중심주의가 인류세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Lorimer, 2017; Castree, 2014d; Lövbrand et al., 2015). 따

라서, 인류세 논의를 통해 자연-사회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종을 포함한

다양한 종들의 생태가 발현될 수 있도록 자연-사회 관계를 혁신적으로 바꾸

어 나가고자 한다.

이들은 특히 자연이 고유의 생태, 신체, 에너지를 가진 ‘살아있는 존재’로

인간과 함께 사회물질적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들의 입장은

지구 환경의 변화가 불연속적·비선형적이며, 임계치를 초과할 경우 예측불가

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지구시스템 과학자들의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자연이

인간의 예측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움직이며, 때로는 인간 사회와 문명을 파

괴하는 힘을 갖고 있는 존재임을 새삼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자연을 인간

4) 신유물론은 2000년 미 사회과학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연구 경향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성,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상호 작용 등을 강조한다. 행위자-연결망 이론, 어셈블리지 이론, 페미니스트 유물론

등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가 담론적이고 물질적인 방식의 연결을 통해

사회물질적 공동 세계를 끊임없이 생성해 나간다고 본다. (김환석, 2018; 김상민·김성윤, 2019; Choi,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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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21

의 간섭(예. 자원 채취)을 기다리는 수동적 상으로 보고, 인간이 자연을

목적에 맞게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 온 근 적 사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리학자 유소프와 클락 등은 특히 화산·해일·지진과 같은 ‘지질학적 힘

(geologic force)’의 행위성에 주목하고, 인류의 활동과 지질학적 힘이 함께

현재 지구 표면의 모습을 만들어 왔다고 지적한다(Clark, 2011; Yusoff, 2013).

인류세는 자연, 특히 동물과 사물의 행위성을 연구해 온 신유물론 연구자들

에게 지질학적 힘이라는 새로운 ‘비인간 자연(inhuman nature)’의 존재를 가

시화하고, 자연이 인간의 기획에 무심한(indifferent) 존재일 수 있음을 상기시

키는 것이다.

자연의 행위성에 한 자각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며, 고유의 역량

과 한계를 가진 하나의 종일 뿐 이라는 겸허함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자연-사회

관계 탐색으로 이어진다. 신유물론 연구자들은 인간을 자연과 사물로부터

분리하고 특별한 위치를 부여하는 근 적 이분법을 벗어나, 인간, 동식물,

지질학적 힘, 사물, 기계 등 다양한 인간 및 비인간 존재들이 함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관계적 존재론’을 강조한다. 또, 자연을 인간의 통제 아래

두려 하는 신, 비인간 존재의 생태와 본성에 ‘조응(attunement)’할 줄 아는

새로운 감수성을 윤리적 실천의 방식으로 제안한다(Haraway, 2008; Haraway,

2016; Bingham, 2006; Hinchliffe & Whatmore, 2006). 이는 다양한 존재와의

‘친족 만들기’를 강조하는 해러웨이의 주장과도 연결된다.

인류세에 한 사회과학적 연구는 인류세 개념의 정치적 함의, 서구 근

에 한 성찰, 자연의 행위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입장에서 진행되어왔다. 그

러나 위의 세 가지 입장은 반드시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연구

에서는 복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해러웨이는 농장 자본주의를 인류세

위기의 기원으로 보면서, 신유물론 연구자들과 함께 비인간 존재에 ‘응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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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능력(response-ability)’을 윤리적 실천의 핵심으로 삼는다(Haraway,

2008). 표적인 신유물론적 인류세 연구자인 유소프 역시 흑인 이주와 착취

가 미국 인류세를 빚어낸 핵심 원인임을 강조한다(Yusoff, 2018). 마찬가지

로, 인류학자 팔손과 정치과학자 로프브란드 등은 지속가능한 전환 연구에서

정치경제학적 비판과 신유물론적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결합할 것을 제안한

다(Lövbrand et al., 2015; Palsson et al., 2013).

4. 인류세의 환경사회학: 파국과 단절

인류세 연구의 주제인 글로벌 거버넌스, 자본주의, 식민주의, 자연-사회 관

계 등은 환경사회학에서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테마들이다. 그렇다면 인류세

연구가 이런 익숙한 주제들을 어떻게 새롭게 접근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인류세라는 용어는 기존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세련된 명칭

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필자들은 인류세 논의가 인류의 멸절이라는 파국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지구 환경 변화 논의와 차별화된다고 본다.

인류세에 한 사회과학 논의들은 파국의 위기 의식 속에서 지구 시스템의

불확실성과 인간-지구 관계의 역동성을 적극 고려하는 새로운 지식 생산과

실천의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5) 특히 불확실성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적 방법론과 이를 위한 다양한 학제의 협력에서 인류

세 논의가 기존 환경사회학 연구를 발전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기 한다.

차크라바티(2019)가 강조하는 것처럼 인류세의 위기는 지난 1만 1700년간의

홀로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위기다. 홀로세의 환경 위기가 위기관리

5) 인류세의 파국 서사와 파국의 생성력에 해서는 김홍중(201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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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23

전략에 따라 제어가 가능하고, 악화되었더라도 다시 회복이 가능한 ‘순환적’

위기 다면, 현재의 위기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비선

형적’ 위기로 볼 수 있다. 티핑 포인트, 나선형 모델, 경로의 통제 불가능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의 위기에는 원인을 규명할 수도,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는 거 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Lorimer, 2017). 기후 온도 상승

추이와 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예측한 기후 모델링 시나리오들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인류의 미래가 사라질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IPCC

2018).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기 오염,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혹서와

한파는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통해 미래에 한 불안감을 높인다. 이같은

상황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파국으로 치달아 인류를 포함한 생물종의 멸종

이 다시 한번 가능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콜버트, 2014).

‘인류세’라는 진단은 임박한 파국의 원인을 인간 활동, 특히 근 의 체제와

사유, 가치에서 찾는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신장시키기 위해 만든 근 의

구조와 시스템이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파국을 연 것이다(차크라바

티, 2019). 팔손 등은 근 가 드러내는 ‘자기 파괴적’ 속성과,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규범, 실천, 체제로는 인류세를

헤쳐가는 데 역부족이며,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파격적이면서도 뜻밖의 해결

책이 필요하다고 본다(Palsson et al., 2013; Lövbrand et al., 2015; Lorimer,

2017, 김홍중 2019). 인류의 집합적 생존을 위해서는 홀로세와 질적으로 다

른 환경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과학 기술, 경제성장, 서구 발전모델로

표되는 근 적 사유, 가치, 체제와 결연한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행성적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 턴(2018)의 ‘거 한 틈’, 혹은 ‘단

절(rupture)’로서의 인류세라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측면에서 라투

르의 지적 로 “이 새로운 지질시 의 이름이 ‘근 ’ 및 ‘근 성’의 관념으로

부터 원히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데 가장 적절한 철학적, 종교적, 인류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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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차 두고 보겠지만) 정치적 개념이 될 것이다”(Latour, 2017: 116).

단절로서의 인류세 논의는 환경사회학의 인류세 연구가 기존과 차별화되

는 새로운 사유의 틀, 개념, 방법론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태적

근 화’ ‘지속가능발전’ ‘환경정의’와 같은 환경사회학의 지배적 논의틀은 지

난 30여년간 지구 환경 위기를 설명하고 극복하기 위한 논의 속에서 발전돼

왔다. 이같은 논의들이 인류세의 파국과 집합적 생존을 모색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용어, 서사, 윤리를 갖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행성적 경계’ ‘안전한 작동 역’과 같은 최근 개념들은 기존의 ‘성장의 한계’

‘지속가능발전’ 논의를 인류세의 위기와 연결지어 새롭게 사유하기 위한 시

도들로 볼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기존의 ‘기후 정의’와 ‘기후 난민’ 논의

를 인류세와 연결시켜 ‘인류세 정의’ ‘인류세 난민’의 개념을 발전시켜 볼 수

도 있다(박범순 2019). 인류세 위기의 행성적 스케일을 감안할 때, 기존의

기후 난민과 달리 인류세 난민에게는 반드시 이동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모두 지구에 갇힌 인류세 난민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들은 특히 인류세 연구의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경향과 탐색적

방법론에서 환경사회학에 갖는 잠재력을 찾고자 한다. 인류세 연구가 기존의

환경 연구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 중 하나는 다양한 학제의 협력적 연구

홀로세 인류세

변화 균열

개인주의 집합적 생존

권리 급진적 형평성

인간 중심 생명 중심

<표 2> 홀로세와 인류세의 사유방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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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이다. 비단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협력만이 아니라, 연구자들과 활동가,

지역 주민, 저널리스트, 예술가 등 생태 위기에 한 관심을 공유하는 다양한

집단과의 협력이 적극 장려된다(Davis and Turpin, 2015). 이같은 ‘광폭’ 협력

은 즉각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인류세 연

구의 특징과 관련 지어 생각할 수 있다. 기존 환경 연구가 현재를 문제로

진단하고, 시장과 기술을 통해 해결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인류세 연구

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다양한 탐색(speculation)에 주력

한다. 현재의 복잡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하나의 명료한 해결책

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거나 의미가 없게 된다. 신 다양한 연결성과 궤적

들을 탐색하는 인식론적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로리머 등은 인류세 연구의

가장 큰 지적·정치적 잠재력을 바로 이런 ‘미래 지향적인 탐색’에서 찾는다

(Lorimer, 2017; Castree, 2014d). 기술적 계산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

하는 신, 미래의 열린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래의

모습들을 탐색해 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방법론적 에토스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하면서도 뜻밖의 미래를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미래 지향적

환경 정치, 환경 연구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류세의 새로운 환경 연구의 한 예로 로리머와 드리센의 네덜란드

‘재야생화(re-wilding)’ 연구가 있다 (Lorimer & Driessen, 2013). 1980년

네덜란드 보전운동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암스테르담 교외의 간척지 자연

복원을 위해 소, 말, 사슴 등의 초식 동물들을 잇달아 도입했다. 이들의 섭식

행동을 통해 풀, 곤충, 소형 초식동물, 형 초식동물이 차례로 찾아오게 함으

로써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재야생화 프로젝트는 버려진 농경지나

구 산업 지역을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보전의 방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희귀종 서식지를 훼손시키고 동물복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

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로리머와 드리센은 재야생화 프로젝트에 인류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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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쳐나갈 새로운 보전 방식과 감수성을 읽어낸다. 기존의 보전 프로젝트는

인간이 중심이 돼 이상적 생물종의 수와 양을 결정하고, 그에 맞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재야생화는 비인간 자연의 행위성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고, 인간의 역할은 자연의 행위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야생화를 통해 근 적 이분법 외부에

존재하는 보다 “역동적이고, 탐색적이고, 민주적인” 인간-자연 관계를 사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5. 인류세 연구의 새로운 지점들

이 절에서는 앞서 논의한 인류세 연구 경향과 특징에 기반해, 향후 인류세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몇 가지 연구 주제들을 검토한다. 제안된 주제들은

국내 환경사회학에서 인류세 연구를 본격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환경

정치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 지구시스템 거버넌스 급진화하기

사회과학의 인류세 연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인류세를 진단하고 해

결책을 모색하는 국제 연구 이니셔티브(예. 퓨처 어스)에서 사회과학의 참여

는 아직 경제학, 행동심리학, 거버넌스 연구 등으로 한정된 상태다. 비판적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인류세 연구가 인류세 개념의 정치적·철학적 의미에

집중되면서, 실제 인류세 연구를 통해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해서는 소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카스트리는 인문사회 연구

자들의 국제 연구 이니셔티브에 한 무관심 때문에 지구시스템 과학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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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주의 경향의 사회과학자들이 국제 사회의 인류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Castree, 2014d). 그 결과 인류세에 한 진단과 응이 정량적·통계적 분석에 의존하고, 이는 결국 비판적 사회과학에서 지적해 온 불평등

과 불균형 문제를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인문사회 연구자

들이 비판적 견해를 견지하면서도 국제 연구 이니셔티브에 적극 개입하는

‘참여분석가(engaged analyst)’의 입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분석가의 ‘참여’는 인류세 관련 지식 생산 과정에 한 비판적 분석에

서 출발할 수 있다(Palsson et al., 2013). 특히 주류 연구에서 발전시켜 온

행성적 경계, 회복탄력성(resilience), 취약성(vulnerability)과 같은 주요 개념

들이 생산되고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 관계와 충돌, 분쟁이 해소

되는 방식에 해 살펴볼 수 있다. 이를테면 행성적 경계는 전지구적 차원에

서는 설득력이 있지만 실제 환경 관리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인간

활동의 방식과 역사, 환경적 향이 상이하다는 사실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

(Palsson et al., 2013). ‘행성적 위기’와 ‘지역의 삶’을 횡단하는 다양한 스케일

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또, 앞 절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존 개념을 도발하

는 새로운 개념도 발전시킬 수 있다. 예컨 , 닉슨의 ‘느린 폭력(slow vio-

lence)’ 개념은 기후 변화와 인간 사회 논의의 초점을 재해 수용력 향상에서

재해의 사회적 본질을 드러내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Nixon, 2011). 이를

통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은폐되는 권력 관계와 불평등의 문제를 환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문사회과학의 개입은 문제 설정과 해결책 도출 중심으로

전개되는 주류 인류세 논의를 맥락화하고 정치적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실제

현실에서 보다 유의미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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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봇세

기술과 로봇의 발달은 ‘인류세 사회’의 풍경을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Bakker &Ritts, 2018; Cantrell et al., 2017). 드론을 이용해 씨앗을 뿌리고

농약을 살포하는 ‘스마트 농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인공 지능을

이용해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헬스케어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환경

연구에서도 인간 연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바닷속이나 보호 지역에 드론을

투입해 환경 변화를 감시, 모니터링하고, 외래종을 선별해 제거하는 활동들

이 이뤄지고 있다. 드론, 자동화 시스템, 다양한 형태의 로봇과 첨단 기술이

일상생활에 빠른 속도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생물 및 무생물의

이질적 연결망을 강조하는 인류세의 존재론적 논의에서 기술은 인간과 다름

없는 하나의 행위자로 기능한다. 하프는 기술이 바야흐로 인류와 함께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며, 기술이 바꿔놓은 인류세의 지구를

‘기술권(technosphere)’으로 새롭게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Haff, 2014). 나아

가, 로봇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가장 결정적 힘이 되는 ‘로봇세(Robotocene)’

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Søraa & Fyhn, 2018).

로봇의 빠른 확산은 인간-자연에 주력해 온 인류세 연구를 인간-기술로 신

속히 확장해야 함을 보여 준다. 사물 인터넷과 인공 지능의 발달로 로봇은

더 이상 인간의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판단하는 자율성을 확보하게 됐다(Cantrell et al., 2017). 하프는

기술이 인간의 통제 아래 있다고 보는 일반적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기술을 인간의 통제 외부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인간의 힘을 빌리는 자율적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Haff,

2014). 이런 자율형 로봇의 등장은 인간-로봇 관계의 존재론적이고 윤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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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들을 제기한다. 이광석(2019)의 지적처럼, 해러웨이와 브라이도티 같은

포스트휴먼 철학자들이 기술과 함께 살기에 해 언급하지만, 논의가 아직은

추상적 수준에 머무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봇 또는 기술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며, 기술의 실패에 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등에

한 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 인간이 설계하는 인공 지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정치적·문화적·사회적 선입견과 이슈들을 반 하는지에 한 비판적

분석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로봇의 확산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상실

과 산업 구조의 변화 등도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방법론으로서의 예술

앞 절에서 논의한 것처럼 인류세 연구는 학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학문 분

야의 연구 협력을 통해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예술은 인류세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론적 도구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Davis and Turpin, 2015). 예술 작품은 인류세의 미래에 한

파격적인 상상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기분을 불러 일으키

는 ‘정동’의 장으로 기능한다. 인류세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10여 년 동안

인류세를 주제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 생산과 전시가 크게 두드러졌다(Robin

et al., 2014). 독일 뮌헨의 독일박물관은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 합니다”라

는 주제로 장기 기획 전시(2014-2016)를 열었고, 독일 ‘문화의 집’(Haous der

Kulturen der Welt) 또한 지난 2013년 베를린에서 인류세 전시를 했다. 국내

에서도 지난 4월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라는 제

목의 첫 인류세 전시가 열렸다. 이런 전시는 “인간이 지닌 상상력을 통해

몸의 기억을 만들어내는” 기회로(조주현 2019: 47),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경

험을 통해 인류세의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탐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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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아시아 인류세

식민주의 관점에서 인류세를 탐색하는 토드 등은 인류세 논의가 서구 근

의 경험을 비서구 지역으로 일반화하는 ‘보편화(universalizing)’ 프로젝트라고

지적한다(Davis and Todd, 2017). 하지만, 모든 국가가 서구와 같은 방식으

로 근 화를 겪은 것이 아니며, 지역적으로 고유한 정치적·문화적·사회적 맥

락 속에서 근 화를 겪어 왔다. 따라서 서구 근 가 전 미문의 생태 위기를

낳았다는 뭉툭한 서사 신, 개별 국가와 문화권에서 인류세가 어떻게 형성

되었으며 경험되는지에 한 구체적 연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지역적으

로 맥락화 된 인류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북미 연구자들의 농장세에 한 관심은 북미의 고유한 역사적·사회

적 경험 속에서 인류세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된다(Haraway et al.,

2016; Yusoff, 2018). 플랜테이션이라는 경제 양식과 흑인 노예 노동의 동원에

초점을 맞춘 농장세는 북미 인류세의 형성을 설명하고, 현재까지 지속되는

환경 부정의를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 된다. 역사학자 헥트는 “우리가

유럽 신 아프리카를 본다면, 어떤 인류세가 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아프리카 인류세의 기원을 탐색한다(Hecht, 2018). 그는 식민지 시절

이뤄진 아프리카의 자원 약탈에 주목하고, 계속된 금과 우라늄 채취로 금광

지역의 자연 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을 지적한다. 금광 주변의 자연 경관이

판이하게 달라졌을 뿐 아니라, 수질 오염과 중금속 먼지 비산으로 지역 주민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헥트는 북미와 유럽의 산업 발전을

위해 이뤄진 아프리카의 광물 약탈 아프리카 인류세의 기원을 찾는다.

그렇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류세의 형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일단 서구와 구분되는 동아시아의 근 화 과정과 생태 위기의 특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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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면 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필자들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과

그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경제 및 군사 드라이브를 주목하고자 한다. 19세기

말 시작된 서구 열강의 진출, 제국주의의 충돌, 식민주의의 경험은 20세기

후반 동아시아 전체를 지배한 냉전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지구상 유일한 분

단 국가인 한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서구 열강의 각축

속에서 일본, 중국, 한국 모두 생존을 위해 부국강병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생존의 방식이었다면, 남한의 경제발전 또한 생존을 위해 반

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이같은 생존주의 속에서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

는 우선 순위에서 리게 됐고, 그 결과 동아시아는 세계 최 의 온실가스

배출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가 중국이며, 일본과

한국은 각각 5위와 7위다.

필자들은 특히 한국 인류세의 형성과 작동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비무장지

(DMZ)를 주목하고자 한다. DMZ는 전쟁과 냉전이라는 가장 인류세적 사건을

통해 형성된 공간이다. 1953년 휴전 협정과 함께 인간 서식지가 제거되고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서, DMZ는 남한 사회가 겪은 급속한 산업화의 진공

상태로 존재해 왔다. 그 공간을 채운 것은 자연의 복원력이었다. 자연의 복원력

이 마을을 덮고, 생태적 진화를 계속해 왔다. 한편, 인간 활동이 완전히 소거됐

다는 일반적 이해와 달리, 냉전 구도 속에서 DMZ와 주변 지역에서는 꾸준히

군사 활동이 이뤄져 왔다. 이처럼, DMZ는 ‘계속되는 냉전’과 ‘자연의 복원력’

이 상호 작용해 빚어낸 인류세 공간으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이 논문은 국내 환경사회학에서 본격적인 인류세 연구를 위해 해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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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CO 2019년 제23권 2호

동향과 주요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리뷰 논문이다. 필자들은 먼저 2000년

초반 지구시스템 과학과 지질학을 중심으로 인류세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이어 사회과학의 인류세 논의를 주류 실증주의, 비판적 정치경제

학, 신유물론적 접근의 세 갈래로 나눠 살펴봤다. 이어 인류세 논의가 인류가

직면한 파국을 상기시킴으로써 기존의 기술 중심의 환경 관리주의 입장과

확연히 단절되는 새로운 인류-자연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

막으로 향후 국내 환경사회학의 인류세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급진적 글

로벌 거버넌스, 로봇세, 예술, 동아시아 인류세의 4개 신규 연구 분야를 검토

했다.

사회과학의 인류세 논의는 ‘인간이 만든 지질시 ’에 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넘어, 인류세를 진단,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상상들로 발전

해 왔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인류세의 시작 시점과

명칭 및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의미에 한 논의다. 둘째, 인류세를 근 의 체

제, 가치, 사유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확연히 구분되는 사유 체계를 발전시

키고자 하는 인식론적 논의다. 이때 인류세는 인류-자연 관계의 역동성, 복잡

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하는 새로운 지식 생산과 실천의 프레임워크가 된다.

필자들은 인류세 연구의 가장 강력한 잠재력이 불확실성 속에서 발전시키는

실험적 탐색에 있다고 본다. 인류세 연구의 미래 지향적이고 열린 태도가

환경 정치를 새롭게 할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사회과학의 인류세가 어떻게 기존의 정치생태학과 신유물론 연구를

구체적으로 혁신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인류세 연구가 2000년 존

재론적 전환 및 물질적 전환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돼 오고 있지만, 인류세라

는 진단이 탈식민주의, 자본주의, 자연, 거버넌스, 기술 등 기존의 개념과 논

의에 어떤 새로운 차원을 가져왔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이

는 기존의 인류세 논의가 이론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인류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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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33

인간과 자연의 삶을 다루는 실제 사례 연구가 부족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송이버섯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다양한 삶들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

는 인류학자 칭의 연구(Tsing, 2015), 비인간 존재의 활력과 에너지가 발현되

는 새로운 보전 방식을 보여주는 로리머의 재야생화 연구(Lorimer, 2015),

다양한 새들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얽힘과 새로운 윤리를 모색하는 반 두런

의 연구(Van Dooren, 2014) 정도가 표적 사례 연구라 하겠다. 그러나 이

한계는 인류세가 사회과학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10여년이 채 되지 않음

을 감안할 때, 새로운 연구 기회로 읽힌다. 인류세 논의에서 두드러지는 다중

적 시간성과 공간성, 행성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 물질성에 한 강조

등에 주목함으로써 향후 한국 환경사회학에서 인류세 시 의 인간-지구 관계

에 한 탐색이 풍성하게 이뤄질 것을 기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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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CO 2019년 제23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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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CO 2019년 제23권 2호

Abstract

Environmental Sociology in the Anthropocene

: New Questions

Myung Ae Choi · Buhm Soon Park

Anthropocene is in vogue in Korean society. Anthropocene refers to a new geological epoch where humans emerge as the earth-changing force. This geological concept has been widely discussed amongst social scientists and humanity scholars since the mid-2000s when a group of earth system scientists and geologists proposed it. This paper aims to provide an overview of social science discussions of the Anthropocene with a view of energizing the Korean scholarship of environmental social sciences. We begin by introducing the develop-ment of the concept by geologists and earth system scientists in the early 2000s. We outline three different but related social science approaches to the Anthropocene by discussing earth system governance, critical political economy, and new materialism. Then we consider the potential of the Anthropocene as a new and innovative framework to create an intellectual rupture to the existing modernist approaches. Finally, we identify four specific areas for future research from which Anthropocene studies can be developed. We argue that the Anthropocene offers an experimental, speculative and future-oriented framework for envi-ronmental knowledge production.

Keywords: Anthropocene, Environmental social sciences, climate change, earth system

governance, new materi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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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류세 연구와 한국 환경사회학 : 새로운 질문들 41

최명애 [email protected]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교수. 인간 너머 지리학과 정치생태학의 접근법을 이용해 야

생동물 보전, 생태관광, DMZ 보전을 연구하고 있다. “The whale multiple: Spatial formations

of whale tourism in Jangsaengpo, South Korea”(Environment and Planning A, 2017)

“More-than-human geographies of nature: toward a careful political ecology”( 한지리학회

지, 2016) “생태관광에 한 녹색통치성 연구를 위한 소고”(공간과 사회, 2016) 등의 논문을

썼다.

박범순  [email protected]

미국 존스홉킨스 학(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과학사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 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류세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연구분야는 동아시아 인류세, 생명과학과 사회, 한국 환경사 등이다. 저서로

는 사회 속의 기초과학: 기초과학연구원과 새로운 지식생태계 (2016, 공저), 과학기술정

책: 이론과 쟁점 (2016, 공저) 등이 있고, “환경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사회적 구성”(에코,

2015),  “초 받은 임상시험: 한국 임상시험 산업화 과정에서 생명자본과 윤리가변성”(과학

기술학연구, 2018) 등의 논문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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