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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주제 연구보고서 2011-18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 책임연구 │ 이호규(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고집필 │ 곽정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 연구보조 │ 박성욱(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발행인 │ 이성준 편집인 │ 선상신 발행일 │ 2011년 9월 30일 초판 제1쇄 발행 한국언론진흥재단 100-750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33 프레스센터 12층 전화 (02)2001-7744 팩스 (02)2001-7740 www.kpf.or.kr 이 보고서는 201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수행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연구자의 연구 결과임을 밝힙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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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주제 연구보고서 2011-18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

책임연구 │ 이호규(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원고집필 │ 곽정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연구보조 │ 박성욱(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발행인 │ 이성준편집인 │ 선상신발행일 │ 2011년 9월 30일 초판 제1쇄 발행

한국언론진흥재단100-750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33 프레스센터 12층전화 (02)2001-7744 팩스 (02)2001-7740www.kpf.or.kr

이 보고서는 201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수행한 것입니다.보고서의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연구자의 연구 결과임을 밝힙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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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

책임연구 │ 이호규(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고집필 │ 곽정래(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

연구보조 │ 박성욱(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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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목차요약문

Ⅰ. 서론 121. 문제제기 12

2. 연구배경과 연구목적 14

3. 연구대상과 연구방법 및 분석틀 16

II.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특성과 변화요인 19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과 특성 19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이념과 특징 19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의 기본 활동 원칙 22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기능과 역할 25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역사적 변화 과정 28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그 구조적 특징 28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역사적 변화 과정 48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변화 요인 63

1) 북한의 경제체제 붕괴와 사회통제시스템 약화 63

2) 새로운 정보유입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 68

III.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등장과 전개 721.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 72

1)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과 정보 확산 72

2)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 81

2.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유통 89

1) 북한 내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소비 89

2)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응 93

3. 북한주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서 장마당 98

1)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의 장(場)으로서 장마당 98

2) 닫힌 커뮤니케이션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공존하는 장(場) 103

IV.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사회의식 변화 1061. 북한의 공식적/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의 모순적 공존 106

1) 북한의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의 비역동성 106

2) 북한의 비공식적/비순응적 커뮤니케이션의 역동적 네트워크화 110

2.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사회의식 변화 113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주의 가치관 113

2)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의식 변화 116

V.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전망과 미디어의 정책적 함의 119

1.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에 따른 전망 119

2. 북한주민의 비판적 사고 형성과 대항 여론 조성 121

3. 문화적 통합을 위한 맞춤식 정보콘텐츠 생산과 보급 확대 123

참고문헌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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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목차

<표 1> 심층면접 대상자 17

<표 2> 북한 출판매체로서 잡지의 유형과 종류 33

<표 3> 북한 라디오 방송매체의 유형과 특징 37

<표 4> 북한 텔레비전 방송매체의 유형과 특징 43

<표 5> 북한사회의 가치체계 모형 114

그림 목차

<그림 1> 연구의 분석틀 18

<그림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모형 29

<그림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통제 기본 체계 30

<그림 4> 북한 신문매체 발행 및 통제기관 31

<그림 5> 북한 방송매체 기본 조직 체계 35

<그림 6> 북한 제3방송 체계 40

<그림 7> 밀무역 상품 및 정보콘텐츠의 북한 내 유입 및 확산 네트워크 87

<그림 8>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확산모형 111

요 약 문이 연구는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적 특징과 역학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이 북한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평가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색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에 따른 전망과 통일 전후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첫째,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관련해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그 존재 목적이 사회 전체 구성원들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 개조하는 사상문화교양자적 역할을 하면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선전기구와 대중을 교양하기 위한 선전수단, 그리고 유일체제를 강화시키는 수단과 함께 김일성의 혁명사상을 대내외 널리 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 방송, 통신 등의 북한 언론매체는 ‘수령의 사상과 통치이념을 실현하는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인민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자적 역할, 조직동원자의 역할, 문화교양자적 역할, 대외선전과 외교의 수단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반면에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북한의 사회체제유지의 근간인 사회주의 국가경제시스템 붕괴 이후 새롭게 등장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로써 다양한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 탈지역 ․ 탈계층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서 장마당 채널 등이다. 북한주민은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기존 국내외 대북방송매체인 KBS 한민족방송, 극동방송, 미국의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 외에도 새롭게 등장한 국내 순수 민간대북방송(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등)을 통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에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유입된 중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된 중고 TV수상기를 통해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의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대한 북한주민의 시청취행위는 새로운 가치관 형성과 의식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북한 사회주의경제시스템 붕괴 이후 식량과 생필품공급 중단으로 북한주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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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통제이완과 함께 제한적인 지역적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상품과 외부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점진적으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지역간 ․ 계층간 벽을 넘어 비공식적으로 형성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는 다양한 외부정보콘텐츠가 유입되고 확산되는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주요 부문가운데 하나였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또 다른 영역으로 장마당은 북한주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북한 전역에 새롭게 등장한 장마당은 외부정보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품목이 최종적으로 집결되는 장소이자 북한주민 개개인의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장마당은 통제와 감시에 기반한 닫힌 커뮤니케이션의 속성과 개인의 사적이윤 창출을 위한 열린 커뮤니케이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둘째,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 대내외적 요인은 9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경제난으로 인해 국가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체제유지의 근간이었던 국가배급제가 중단된 것과 이로 인한 사회통제시스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것에 기인했다. 계획경제시스템 붕괴로 북한의 공식적 생산체제와 배급체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 인해 직장이나 학교, 가정과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공식부문에서 북한주민의 사회적 일탈이 가속화되고, 사상이념통제 수단으로 활용된 정치조직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국가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회통제시스템의 공식부문이 근본부터 붕괴하면서 체제유지의 근본축인 생활총화와 같은 정치이념 조직 활동이 형식적이거나 혹은 다른 생계활동으로 북한주민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외부정보와 상품의 북한 내 유입과 확산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북한 내 자생적 시장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외부정보와 문화가 유입 ․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탈지역 ․ 탈계층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등장은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에 핵심적 동인으로 작용했다.

셋째, 북한의 공식/비공식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북한주민의 사회의식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관련해서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북한주민의 사회주의 가치관이나 의식체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북한사회의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사회주의 가치관을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북한주민에게 내면화시키고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게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의 확산은 새로운 가치관과 의식변화를 야기했다.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사상교육과 이념무장을 지속적으로 선전선동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주민의 생활토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당과 국가에 대한 불신과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은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영역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은 북한주민의 사회의식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기제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에 따른 전망과 관련하여 붕괴된 북한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시장을 통한 북한주민의 지역간 ․ 대인간 비공식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확산이 더욱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통해 북한주민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한 의존도와 신뢰도는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의 외부세계와 문화에 대한 정보욕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내부에서 수익이 되는 외부상품에 대한 정보와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콘텐츠는 북한 내 지역과 계층, 성별을 불문하고 재미와 호기심으로 다양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북한주민은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세계와 문화체험을 북한의 현실과 비교함으로써 정권과 체제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의식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통일 전후 미디어의 역할과 관련한 정책적 함의는 다양한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과 북한 내 지역간 ․ 계층간 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의식변화를 제고하는 것이 요구된다. 북한 당국의 강력하고 철저한 정보통제는 북한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욕구, 그리고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행동이 표면적으로 분출되는 것을 억제하고, 나아가 북한 정권의 필요에 따라 북한주민을 선동하고 동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국가경제시스템 붕괴에 따른 배급제 중단 은 체제와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 그리고 다양한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 과 네트워크 접촉에 따른 새로운 의식과 생활양태를 야기했다. 북한 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된 외부정보콘텐츠를 접촉한 대부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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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은 북한 체제와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태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외부정보미디어는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주민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북한내부소식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정보에 대한 접근권과 알권리를 보장해주고, 그들 스스로가 북한의 사상과 체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토록 하며, 나아가 체제변화의 실질적 차원에서 북한당국에 대한 북한주민의 대항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편 분단이후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의 주민들이 이질성을 극복하고 한민족으로서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남북의 문화적 통합을 위한 맞춤식 정보콘텐츠 생산과 보급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주민의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형성되지 않도록 계층별 ․ 세대별 ․ 사안별 맞춤식 정보콘텐츠 생산과 보급을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했다.

12

Ⅰ. 서론

1. 문제제기남북은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분단과 전쟁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자적이고 이질적인 사회체계를 형성해왔다. 특히 북한은 사회공산주의 정권 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기반으로 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으로 철저하게 통제된 소위 ‘우리식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정성장, 2008, 28-37쪽). 최근에는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 천명에 따른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시작되면서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정치적 ․ 군사적 ․ 외교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모든 국가기구를 동원하여 북한내부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대적 강경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 심각한 경제난으로 국가 만능주의적 온정주의정책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의 경제시스템붕괴는 중앙배급제에 기반한 사회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편 이 시기와 맞물려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의 국가경제시스템 붕괴는 더 이상 국가가 인민의 삶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주민이 깨닫게 하고, 식량과 살길을 찾아 목숨 걸고 국경을 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국으로 월경한 북한주민은 개혁개방을 토대로 한 중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경험하게 되고, 한국과 서방세계 등 다양한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폐쇄적 북한사회에 대한 모순적 구조를 인식하게 되었다(이승훈 ․ 홍두승, 2007). 이들의 경험과 인식은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과 친척, 친한 친구와 동료에게 전해졌고, 이로 인해 북한주민의 외부사회에 대한 인식과 북한의 모순적 사회구조에 대해 비판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특히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은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평화의 무드가 조성되었고, 이후 북한은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금강산 관광특구 선포, 그리고 개성공업지구 지정 등 북한식 개혁개방정책을 연이어 추진했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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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13

한이해, 2008). 무엇보다 기존의 국가배급제를 근간으로 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의 붕괴는 북한내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서 다양한 형태의 장마당 출현을 야기했고, 지역간 ․ 주민간 ․ 계층간 물품판매와 거래로 사적 이윤이 생기면서 북한주민은 시장경제적 사고와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었다(임수호,2008).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품이 시장에서 유통 ․ 판매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 간 정보유통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한국주민의 금강산 방문과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근로자를 통해 남북주민의 상호이해와 소통의 장이 마련되면서 남북한주민에 대한 상호 인식개선에 일정부분 기여를 해왔다.

이와 같은 북한사회의 점진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는 북한내부의 어려운 경제적 ․ 사회적 문제에 기인했지만,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통제와 감시의 이완으로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정보가 북한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가 마련되면서 가능했다. 최근에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장기독재정권에 맞서는 재스민혁명과 같은 시민혁명이 발생함으로써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은 이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외부정보의 철저한 차단과 더불어 소통의 통로를 엄격히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박종철 외, 2011). 그러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정보가 북한내부로 전달되는 기회가 점점 확대되어지고, 따라서 정보의 유입과 확산이 과거에 비해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난과 새로운 후계구축과정,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정보유입은 북한당국의 체제유지와 사회동원, 사상교육에 핵심적 수단으로서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더욱 공고히 하였고, 반면에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고 확산되는 외부정보는 북한주민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면서 체제유지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아래로부터의 변화 중심에는 바로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가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북한사회의 변화를 좀 더 통시적이고 유기적인 차원에서 체계적 진단을 가능케 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적 특징과 역학관계, 전망, 통일 전후 미디어 역할과 관련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

14

2. 연구배경과 연구목적최근 북한의 후계자 구축과정과 관련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그 아들 김정은

에 이은 북한의 3대 장기독재세습은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한 사례이다. 북한정권수립 이후 북한사회를 유지하고 지속해온 그 중심에는 바로 철저한 외부정보의 차단과 상호감시, 그리고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소통의 통제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동구 공산주의 산실인 소련의 붕괴와 함께 중국의 본격적인 시장경제로의 개혁개방이 여러 측면에서 더욱 북한을 어렵고 고립되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했다. 이러한 북한외부의 변화와 함께 내부적으로 지속된 경제난으로 사실상의 주민감시와 통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듯 북한의 내외부적 상황은 북한정권의 대서방정책과 대남정책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발사, 국지적 도발과 같은 강경정책과 더불어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 남북경협, 개성공단 등 유화정책 등 미국과 한국에 대한 강온양면전략을 펼치면서 북한사회의 내부동요를 통제하고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외부로부터의 원조를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정책을 수행해왔다(북한이해, 2008).

이런 과정 가운데 북한내부구성원의 외부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노출과 고립되고 폐쇄적인 북한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북한내부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사회로 이주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 명이 넘고 있고, 중국 등 제3국가에 체류거나 체류경험이 있는 탈북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다(통일백서, 2010). 북한정권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와 한국 등 외부세계정보가 역으로 이들의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에 의해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친척 등 북한내부구성원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되고, 이를 통해 북한사회와 외부세계에 대한 북한주민의 사고와 인식이 점진적으로 변화되어지고 있다(좋은벗들, 2006).

구체적으로 중국 접경지역인 압록강 ․ 두만강 등에 경계하는 혜산, 무산, 회령 등 국경연선의 여러 지역은 지역적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열려 있다(이주철, 2007). 초기 탈북자들은 대부분 이들 지역에 사는 북한주민이었다. 이들은 시청이 가능한 중국방송을 통해 발전하는 중국의 문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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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더불어 한국 방송도 시청과 청취가 가능했다. 특히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오락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물을 담은 VCR이나 CD, 그리고 DVD가 북한주민에게 유통되어 한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으로 이주한 북한주민 혹은 중국 등에 장기적으로 체류한 북한주민은 두고 온 북한의 가족에게 소통수단으로 중국의 브로커를 통해 북한당국에 감청되지 않는 중국산 핸드폰을 전달하기도 했다. 감시와 통제의 북한사회에 살고 있는 북한내부구성원들은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나아가 북한 정권과 체제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새로운 비판적 의식이 형성되었다(오양열, 2011; 윤선희, 2011).

최근의 북한사회는 김정은의 3대 세습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민심표출과 더불어 이들 북한주민에 대한 북한당국의 더욱 강력한 감시와 통제시스템을 진행시키고 있다. 전반적인 북한의 현 상황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유입의 철저한 차단이 불가능한 가운데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증가에 따른 외부정보 유입과 확산은 북한 정권의 사회통제와 체제유지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연구는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적 특징과 역학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북한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속에서 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이 어떻게 규정되고 평가되는지를 탐색하고, 이와 함께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에 따른 전망과 통일 전후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제2장에서는 북한주민에 대한 사상교육과 이념무장, 그리고 조직 동원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선동시스템으로서 신문과 방송, 통신 등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고, 그 역사적 변화과정과 변화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색했다. 제3장에서는 90년대 이후 지속된 경제난으로 국가경제시스템이 와해되면서 북한내부로의 외부정보매체와 미디어콘텐츠 유입과 확산에 따른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과정과 구조에 대해 탐색했다.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북매체의 정보생산과 북한주민의 정보수용 양태, 다양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한 대외 정보콘텐츠의 유입과 확산, 새로운 커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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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션 장(場)으로서의 장마당 등의 특징과 구조에 대해서도 탐색했다. 제4장에서는 북한사회에 함께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북한주민의 사회의식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 전망과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미디어의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3. 연구대상과 연구방법 및 분석틀이 연구는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나누어 어떠한 조건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탐색하고, 더불어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북한주민의 사회의식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게다가 통일전후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 전망과 함께 미디어의 정책적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분석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 선전선동시스템인 신문과 방송, 통신 등이 어떠한 구조와 특성, 그리고 정책목표를 가지고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작동되고 있는가를 탐색했다.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차단과 사상이념무장, 그리고 사회동원의 핵심수단으로서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북한 정권이 유지되고 지속되는 가장 강력한 선전선동체제이다. 다음으로 북한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대한 분석은 외부로부터의 정보의 유입과 확산에 따른 대내외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과 관련된다. 철저한 통제와 감시로 고립되고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외부정보매체와 미디어콘텐츠의 유입 및 확산은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한 외부정보의 유입과 확산은 북한주민의 의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향후 체제변화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이 연구는 문헌연구와 함께 문화기술적 연구방법 가운데 심층면접법(In-depth Interview)을 주요 연구방법으로 하였다. 심층면접방식은 연구자가 제보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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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이름 성별 나이 소속/남한정착년도

출신/거주 활동/약력

A 김용호 남 46 티엠팀(NGO) 심양 대북활동가(평양)B 조요한 남 52 선교단체 장백 대북활동가(무산/함흥)C 최락원 남 48 선교단체 단둥 대북활동가(신의주)D 정의사 남 49 선교단체 북경 대북활동가(남포/사리원)E 김교수 남 49 가나안(NGO) 단둥 대북활동가(회령)F 김OO 남 52 2006 함흥 함흥 OOO기술대학 교수/

북한OO대학 교수/새터민G 이OO 남 44 2005 평양 북한OO정보센터/새터민H 김OO 남 50 1998 평양 민간대북방송/새터민I 정OO 남 42 2006 혜산 미국대북방송/새터민J 김OO 남 51 1994 함흥 민간대북방송/새터민K 하태경 남 44 열린북한방송 서울 민간대북방송 대표L 안윤석 남 63 CBS/노컷 서울 북한전문 대기자M 임용석 남 47 한꿈교회 경기 대북활동전문가/목사

연구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지향적 대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심층면접방식은 ‘관찰할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나 연구자가 접근 불가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관찰 내용, 또는 관찰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제보자의 생각, 의도, 감정 등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유용’함으로 제보자의 관점을 연구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특히 심층면접방식은 제보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 또는 특정영역에서 기존에 경험한 다양한 활동의 정서적, 인지적, 태도적 측면을 잘 드러나게 해주는 장점을 갖는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심층면접방식은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토대로 면접대상자의 동의하에 내용의 기록과 녹음을 병행해 진행했다.

<표 1> 심층면접 대상자1)

1) 중국에 거점을 두고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과 NGO 활동을 하고 있는 대북활동가들의 이름은 신변보호문제로 가명으로 처리함. 북한출신으로 북한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신변보호상 익명으로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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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면접대상자 선정기준은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미디어에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북전문가, 북한의 주요지역을 사업목적 등으로 드나들면서 북한주민과 사회에 대한 실제적이고 다양한 정보와 식견을 가지고 있는 대북활동가, 마지막으로 북한출신으로 북한의 언론기관 및 사회교육기관에 종사한 경험이 있고, 북한의 여러 지역에 정보원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출신으로 현재 북한주민을 상대로 다양한 정보생산과 유통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된 문헌연구와 심층면접내용 등을 토대로 내용분석과 함께 그 연구결과를 분석하여 연구의 함의와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의 분석틀은 아래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연구의 분석틀2)

2) 이 연구는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특징과 역학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북한의 커뮤니케이션 체계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평가되며 전망되는지를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다.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출판매체/방송매체/통신매체) 사회의식 변화

- 정치의식 - 사회경제의식 - 규범의식 - 문화의식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대북매체/대인채널/장마당)

구조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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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특성과 변화요인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과 특성3)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이념과 특징

북한정권 수립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간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이 사회 전체 성원들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 개조하는 사상문화교양자적 역할을 하면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선전기구, 대중을 교양하기 위한 선전수단, 유일체제를 강화시키는 수단과 함께 김일성의 혁명사상을 대내외 널리 알리는 것이다(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4, 77쪽). 다시 말해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이 김일성 유일사상 선전선동, 김일성 ․ 김정일 우상화 선전, 반미 ․ 한반도 적화 대외 선전 등 이데올로기 무장을 위한 선전선동4) 기능을 하고, 또한 조선노동당 방침 관철을 위한 주민동원과 혁명과업수행에 주민동원고무 등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조직동원의 기능을 한다. 게다가 전 사회의 혁명노동계급화를 위한 공산주의형 인간을 양성하는 문화교양의 기능도 한다. 따라서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핵심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김일성 우상화와 김정일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조선노동당의 가장 유력한 선전선동매체로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 방송, 통신, 출판 등과 같은 언론매체는 근로인민대중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위한 투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기로 간주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의 본질을 ‘계급투쟁의 예리하고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며, 대중을 교양하

3) 이 절의 논의는 김영주의 <현대북한 언론연구: 내재적 관점을 중심으로, 1998> 2장과 4장, 박우영의 <북한방송총람, 2004>을 중심으로 연구자가 종합하여 서술하였다.

4) 선전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정한 사상, 지식 또는 사실을 널리 인식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선동은 대중을 정치적으로 교양하며 부과된 사회정치적 과업을 수행토록 발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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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직하는 위력한 선전선동수단’으로 규정한다. 다시 말해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를 북한당국은 ‘사회혁명과 건설의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선진사상의 옹호자, 전파자, 사회여론의 대변자이며 따라서 인간개조, 사상개조, 사회개조의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 천명한 것이다(김원태, 1991, 145쪽).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가 가지고 있는 혁명적 성격을 ‘위대한 수령님이 창간하시고 지도하시는 새형의 주체적 출판보도물이자 영광스러운 김일성주의 혁명적 출판보도물’이라고 규정했다.5) ‘새형의 주체적 출판보도물’이라는 용어는 북한의 언론매체가 지난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역사적 시대, 즉 주체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여 나온 출판보도물이므로 주체시대 출판보도물이 지녀야 할 모든 면모를 갖추고 있는 혁명적 출판보도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언론매체가 철두철미하게 주체사상으로 관통되어 있으며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생명으로 삼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일성주의 혁명적 출판보도물’이라는 용어는 ‘위대한 김일성주의를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있으며 김일성주의의 승리를 이룩하기 위해 투쟁하는 혁명적 출판보도물’이라는 의미이다(유재천, 1992, 26쪽). 이와 같은 북한사회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의 성격규정으로 말미암아 각 언론매체들이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빛나는 혁명전통을 이어받고 수령님의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아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영광스러운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것을 숭고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김영주 ․ 이범수, 1994, 393쪽).

김정일은 1974년 5월 7일 발표한 논문에서 ‘출판보도활동에 관한 당의 지도체계를 확고히 세우고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의 요구에 맞게 출판보도물의 전투적 역할을 높이기 위해 주체적 출판물의 기본사명과 임무를 천명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39쪽).김정일에 의해 천명된 북한 언론매체의 기본사명과 기본임무론은 ‘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할 데 대한 과업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우리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5) 김정일의 1974년 5월 7일 발표논문 <우리 당의 출판보도물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에 이바지하는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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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보도사업의 총적 방향과 목표를 명시해 준 위대한 사상이며 우리 당적 출판보도물이 자기의 본성적 요구에 맞게 혁명위업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길을 환히 열어준 전투적 기치’라고 강조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404쪽).

이상과 같은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김정일의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은 1985년의 조선노동당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체계화시켜 3가지 구체적인 기본사명을 제시했다. 첫째는 ‘우리 당 출판보도물이 무엇보다도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위대한 김일성주의를 혁명적 세계관으로 하고, 김일성 ․ 김정일부자에 대한 충실성을 제일생명으로 하는 주체형의 공산주의혁명가, 열렬한 김일성주의자로 만드는데 적극 이바지 한다’이고, 둘째는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산주의의 물질적 요새를 점령하는데 적극 이바지한다’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전세계에서 주체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이룩해 나가는데 적극 이바지한다’로 되어 있다(조선로동당출판사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 1985, 13쪽).

김정일은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의 기본사명을 정립하면서 그에 따른 기본임무를 밝히고 있는데, 첫째는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주의자로 만드는데 적극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교양뿐만 아니라 김일성주의(주체사상)교양, 당정책교양, 혁명전통교양, 계급교양 등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4-145쪽). 둘째는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를 김일성주의의 요구대로 철저히 개조하여 공산주의의 물질적 요새를 점령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북한에서는 이를 위해 ‘정치선전과 경제선전을 밀접히 결합하며 특히 경제선동을 전격적이고 집중적으로 섬멸전의 방법으로 힘 있게 벌려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하였다. 이와 함께 ‘수령이 밝힌 기술혁명과 문화혁명의 방침을 널리 해설하고 그 관철에로 근로자들을 힘 있게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밝혔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7-148쪽).마지막으로 ‘조국통일과 남조선혁명을 위하여 그리고 주체위업의 세계사적 승리를 위하여 투쟁해야 하는 것’을 북한 언론매체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먼저, 주체사상과 그 구현인 남조선혁명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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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의 전략전술적 방침과 통일방침을 널리 해설선전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남조선인민들을 수령의 우리에 굳게 묶어 세워야 하며 미일침략자들과 그 주구들을 반대하는 거족적 투쟁에 전체인민을 힘차게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선혁명의 지지자와 공명자를 보다 더 많이 쟁취하기 위한 보도선전을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9-150쪽).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의 기본 활동 원칙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는 노동계급과 그 전위대인 당의 수중에 장악되어 있는 까닭에 노동계급의 입장을 대변하는 당적 언론매체로서 공산주의적 당성과 노동계급성, 인민성과 대중성, 진실성과 전투성 등의 일반적 이념 활동원칙을 가지고 있다(조형창 ․ 리준하, 1982, 11쪽). 무엇보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는 항일혁명 투쟁시기의 혁명적 출판보도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고 주체사상을 철저히 구현해 당적이고 노동계급적이며 인민적이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한다.

우선, 북한의 당적 언론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이념 속성으로 인식되는 공산주의적 당성은 한마디로 ‘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이다. 이것은 본질상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공산주의적 당성은 ‘수령이 제시한 당정책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언론의 내용을 당정책으로 일관되게 하며 당과 수령의 사상과 이론, 방침을 철저히 옹호하고 관철할 뿐만 아니라 그와 어긋나는 온갖 비당적 ․ 적대적 경향에 대하여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데서 나타난다’고 보았다. 당성과 한 짝을 이루는 노동계급성은 북한 언론매체의 계급적 본성으로서 ‘노동계급의 근본이익을 견결히 옹호하고 관철하여 그의 지향과 의사를 철저히 대변하는데서 표현되며, 도한 비노동계급적 요소나 경향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데서 표현된다’고 밝혔다(조형창 ․ 리준하, 1982, 12쪽).

둘째, 북한 언론매체의 또 다른 당적 이념 속성으로 인민성과 대중성은 ‘근로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옹호하며 그들의 창조적 힘에 의거하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혁명정신’으로 규정된다. 다시 말해 ‘인민성’은 인민대중의 이해관계와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며 그들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통속적으로 만드는데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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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대중성’은 출판보도활동에 광범한 대중을 적극 동참시키는데서 표현되는 것이다(김영주 ․ 이범수, 1994, 28쪽). 이러한 원칙 때문에 그들의 당적 언론은 ‘근로인민대중이 언론 사업에 직접 참가함으로써 그들이 수준과 취미에 맞게 만들어지며 그들의 힘에 의거하여 끊임없이 발전하는 언론’으로 주장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당적 언론은 진실성과 전투성이라는 이념적 속성을 갖는다. 진실성이란 ‘언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반영하고 기만과 허위, 과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실성은 ‘보도의 정확성과 현실반영의 정확성’으로서 부르조아적 객관주의가 아닌 공산주의적 객관성을 의미한다. 전투성이란 ‘새롭고 혁명적인 것을 적극 지지, 옹호하고 혁명과업 수행에로의 대중을 힘 있게 불러일으키며 온갖 적대적인 엇을 반대하여 간결히 투쟁하는 전투적 기백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원칙은 계급적 원수들과 타협하지 않고 그들을 예리하게 폭로하고, 당정책을 기동적으로 끝까지 관철시키는데서 발현되는 것이라 보았다.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활동의 근본원칙은 기사의 취재와 집필, 편집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만드는 모든 행정에서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원칙적 입장과 자세, 기풍 등을 밝혀주는 범주이다. 따라서 언론매체활동의 근본원칙을 정확히 규정하는 일은 ‘당적 언론의 혁명적 성격과 전투적 사명에 맞게 그 기능과 역할을 높여 그들 앞에 맡겨진 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근본문제의 하나’라고 했다(엄기영, 1989, 39쪽).

1974년 5월 7일에 발표된 김정일의 논문 <우리 당의 출판보도물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에 이바지하는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다>에서 언론매체활동을 전개하는데 견지해야 할 근본원칙으로 주체의 원칙을 자기활동의 근본초석으로 삼는 문제, 당의 유일적 지도를 성실히 받들어 나가는 문제, 종자를 바로 쥐고 속도전을 힘 있게 벌리는 문제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주체의 원칙’은 북한에서 언론매체활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근본초석이 된다. 이는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가 ‘그 어떤 잡사상에도 오염되지 않고 주체의 혈통을 빛나게 계승하고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모든 승리의 확실한 담보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2쪽; 김영주 ․ 이범수, 1991, 405쪽). 주체의 원칙은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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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편집내용과 형식, 발간보급사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조선혁명의 이익과 인민의 요구와 지향, 우리의 실정에 맞게 독자적인 신념과 판단에 기초하여 풀어나가는 것’으로 간주하였다(리응필, 1985, 140쪽). 한편 <당의 방침해설>에는 주체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북한 언론매체에게 요구하는 구체적인 언론활동지침을 제시했다. 첫째는 당적 언론이 수령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언론매체활동을 벌려나갈 것으로 요구하고, 둘째는 언론매체사업의 내용과 형식도 철저히 자기 나라 혁명의 이익과 구체적 실정에 맞게 꾸릴 것을 요구하며, 셋째는 언론매체선전에서 자기 나라의 것을 위주로 취급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언론매체활동에서 교조주의와 사대주의의 사소한 요소도 침습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엄기영, 1989, 41-42쪽; 조선로동당출판사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 1985, 24쪽).

다음으로 당의 유일적 지도하에 진행하는 기본원칙은 언론매체활동에 대한 지도와 관련하여 확고히 견지해야 할 근본입장과 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모든 출판보도일군들이 반드시 중앙당의 유일적 지도 밑에 한사람같이 움직여야 하며 원칙적이고 중요한 문제들을 오직 당중앙의 결론에 의해서만 풀어나가며 당중앙에서 일단 결론이 난 문제는 무조건 철저히 집행하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3쪽).

마지막으로 종자를 바로 쥐고 속도전을 힘 있게 벌일 데 대한 원칙은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에 글을 쓰고 편집 ․ 발행하는데서 구현해야 할 방법론과 기풍에 관한 문제이다. 이 원칙은 ‘당적 언론의 보도성과 정론성, 과학성과 진실성, 기동성과 신속성을 보장하는 확고한 담보가 된다’고 밝혔다(김영주 ․ 이범수, 1991, 405쪽; 조형창 ․ 리준하, 1982, 35쪽).이 원칙에서 종자를 바로 쥔다는 것은 ‘모든 사업에서 기본 핵을 틀어잡는다’는 것을 뜻하며, 속도전을 벌린다는 것은 ‘모든 사업을 전격적으로 밀고나가 최단기간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상의 성과를 이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4쪽).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종자는 ‘기사나 편집물의 사상적 알맹이와 그의 내용과 형식의 기초’ 또는 ‘기사난 편집물의 내용적 요소를 이루는 주제와 사상, 소재를 유기적인 연관 속에서 하나로 통일시키는 사상적 알맹이’로 정의된다(엄기영, 1989, 43쪽; 조형창 ․ 리준하, 1982, 32쪽). 사상적 알맹인 종자는 새롭고 특색 있으면서 의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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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골라잡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먼저 당정책의 요구에 맞아야 한다. 속도전은 출판보도일군들로 하여금 높은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재능을 발휘하여 맡겨진 기사 집필과 편집 및 발행 사업을 최대한으로 빨리 밀고 나가면서 그 질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보장할 수 있게 하는 확고한 담보이다. 따라서 북한의 언론매체활동에서 속도전을 벌리는 문제와 종자를 바로 쥐는 문제는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며 종자를 바로 쥐는 것은 속도전을 힘 있게 벌리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엄기영, 1989, 44쪽; 조형창 외, 1982, 35쪽).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기능과 역할

(1)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의 일반적 기능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는 조선노동당에 장악된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 인민 대중의 사상정신생활, 문화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의 기능 및 역할과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기능과 역할의 개념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많은 경우 유사한 개념으로 쓰고 있지만 특이 언론매체의 경우에는 따로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매체의 기능이란 언론매체가 발휘하는 능력을 표현하는 개념으로 보는 반면, 언론매체의 능력이 발휘되어 사회와 인민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를 언론의 역할로 개념정의하고 있다.

북한은 당적 언론매체의 일반적 기능으로 ‘시대의 선구자 기능’과 ‘진정한 여론의 조직자 기능’등 2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시대의 선구자 기능은 ‘시대와 혁명의 앞길을 밝혀주는 선진사상을 옹호하고 널리 보급 전파하며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대중의 전진운동을 적극 반영하고 힘 있게 고무․추동하는 사상적 무기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한편 진정한 여론의 조직자 기능은 ‘인민 대중의 참다운 의사와 지향을 진실하게 대변하며 사회여론을 조성하고 선도하는 수단이 된다’는 뜻이다(조형창 ․ 리준하, 1982, 19-20쪽).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의 일반적 기능론은 해방직후인 1946년 4월 25일 평북신보사 평안남도 총지사 개설에 즈음하여 김일성이 <신문은 시대의 선구자이며 진정한 여론의 선구자>란 제목의 축하문에 잘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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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김일성은 이 축하문에서 신문의 기능에 대해 ‘신문은 대중이 잠자고 있을 때 먼저 일어나 경종을 울리고 동녘하늘이 밝기 전에 여명을 알리는 것을 자기의 중요한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신문은 시대의 요구를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예리한 촉각이 구비되어야 하며 사회의 참다운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5-17쪽; 김영주 ․ 이범수, 1994, 46쪽).

(2) 북한언론매체의 사회적 역할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는 ‘수령의 사상과 통치이념

을 실현하는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사회적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한다. 북한 언론매체의 구체적인 사회적 역할 내용은 인민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자적 역할, 조직동원자의 역할, 문화교양자적 역할, 대외선전과 외교의 수단으로서의 역할 등이다(엄기영, 1989, 23-26쪽).

사회공산주의 혁명운동에서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식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북한 언론매체의 사상교양자적 역할은 다른 어떤 역할에 가장 우선한다. 혁명과 건설에서는 인민대중들의 사상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하며 인민대중의 자각성과 적극성을 높이 발양시키기 위한 사업을 모든 사업에서 앞세워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는 무엇보다 먼저 사회구성원들을 참다운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 개조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 언론매체는 당원들과 근로자들 속에서 당정책교양, 혁명전통교양, 충실성교양, 계급교양을 기본으로 하고 공산주의교양, 사회주의 애국주의교양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사상교양을 주체사상과 결부시켜 진행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북한 언론매체는 정치 사업에 큰 힘을 불어넣어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수령의 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높은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발휘하도록 한다(김원태, 1991, 165쪽).

다음으로 북한 언론매체는 당정책 관철에도 당원과 근로자들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조직동원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북한 언론매체의 이러한 역할은 당과 인민대중을 연결시키며 당이 제시한 정치, 경제, 문화 건설의 모든 과업실천에로 인민대중을 불러일으키는데서 표현된다. 여기서 각 언론매체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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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혁명발전의 매시기마다 당이 제시한 방침들과 전투적 구호들을 당원들과 근로자들 속에 해설, 선전하며 그 관철을 위한 투쟁에로 힘 있게 불러 일으켜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당정책 관철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제 때에 널리 소개하고 선전함으로써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기를 고무해야 한다.

셋째는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언론매체가 근로자들에 대한 공산주의 사상교양과 풍부한 문화적 소양과 높은 기술을 소유한 발전된 근로자를 육성하는데 이바지함으로써 문화교양자적 역할을 수행한다(배순재 ․ 라두림, 1967, 22쪽). 북한 언론매체는 새로운 주체형의 인간을 주조하기 위해 근로자들에 대한 당정책교양과 긍정적 모범을 통한 감화교양 등을 다양하게 실시한다. 게다가 자연과 사회를 개조하는데 필요한 과학기술을 보급하는 한편, 문화예술에 관한 자료도 널리 취급한다. 이와 함께 인민대중의 식견을 넓혀 주기 위해 북한의 역사, 지리, 자연자원, 과학, 문화유산, 동식물 등을 혁명과업 실천과 결부해 제시한다(김영주 ․ 이범수, 1991, 56쪽).

넷째는 대적투쟁과 대적언론전의 강력한 무기로서의 역할을 북한 언론매체가 수행한다. 전쟁 시기 혹은 평화 시기에 상관없이 적들과의 투쟁에서 기본형식은 선전전이다. 이 때문에 북한 언론매체는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침략과 전쟁도발책동, 인민대중의 혁명적 진출에 대한 야수적 탄압과 학살만행 등을 제때에 철저히 폭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북한 언론매체는 적들의 기만선전과 그들의 비방 중상에 대하여 정연한 논리와 비평의 예리성을 통하여 그 진상과 반동적 본질을 여지없이 폭로함으로써 그들을 철저히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언론매체는 대외선전과 외교수단으로서의 역할 등을 다양하게 수행한다. 북한의 다양한 언론매체는 당과 국가의 정책, 혁명과 건설을 위한 대중인민의 투쟁과 생활 등을 대외에 널리 선전하며, 당과 국가의 대외정책을 관철하여 혁명의 국제적 연대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제공산주의 운동과 세계혁명운동을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북한 언론매체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당과 국가의 대내외정책과 그 정당성과 생활력을 대외에 해설 선전하며, 사회주의 나라들과 반제 ․ 자주의 기치아래 전진하는 신흥세력나라들이나 자본주의 나라의 노동계급과 인민대중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여 보도선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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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역사적 변화 과정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일은 주체의 사회역사관에 입각하여 ‘인류사회의 발전역

사는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투쟁의 역사’라고 보면서 북한 언론매체의 발전역사도 이와 마찬가지로 근로인민대중이 자주성을 실현하는데 복무해 온 투쟁의 역사로 간주하였다. 다시 말해 북한 언론매체 역사란 ‘계급투쟁, 민족해방, 인간해방을 위한 투쟁을 고무하고 시대의 전진운동을 떠 밀어준 활동과 창조의 역사’라는 것이다(리응필, 1985, 6쪽).이와 같은 관점에 입각해 북한당국은 언론매체가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어야만 해방직후부터 제기되는 사회주의 혁명노선과 그 관철을 위한 투쟁에로 인민대중을 힘 있게 고무 ․ 추동할 수 있으며, 전국가적 범위에서의 정치선전사업과 계급투쟁사업, 그리고 대중적 선전교양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그 구조적 특징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전통적인 일반 커뮤니케이션 이론체계모형에 기대어 그 구조적 특징을 설명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누가(정보원) 누구(수용자)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가?>, <왜 커뮤니케이션 하는가(기능과 목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채널)?>, <무엇에 관해서 하는가(메시지/콘텐츠)?>, <정보와 이해, 행동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결과는 무엇인가(효과/영향)?>에 관한 것들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 이론체계모형이다. 라스웰(Herold Lasswell)은 이 모형(SMCRE)을 전달주체(who says->Sender/Communicator), 메시지(what->Massage/Content), 채널(in which Channel->Channel/Media), 전달대상(to who->Receiver/Communicatee), 효과(with what->Effect)라는 5가지 요소로 구성했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조선로동당 지휘부가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일방적인 내용의 지시나 명령을 인민대중과 당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여 사상적으로 의식화하고 정치사업 등에 동원시키는 선전선동체제의 특징을 갖고 있다. 라스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체계모형을 토대로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모형은 아래의 <그림 2>와 같이 나타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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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feedback)은 매우 형식적이거나 거의 일어나지 않음

<그림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모형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에서 송신자(Sender)는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

동부와 조직지도부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당 사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을 담당하고, 조직지도부는 당 조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북한의 선전선동조직은 크게 3개 영역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우선 대내선전선동은 김정일 우상화와 주민사상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북한 인민군에 대해서는 국방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군부 당 조직인 총정치국이 기능을 위임받아 선전선동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 언론은 조선로동당 핵심기관인 ‘선전선동부’ 소속으로 사회주의/주체이념을 전 주민에게 사상적 무기로 교양하기 위한 선전선동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유선영, 2000, 5-8쪽). 이와 같이 당과 군은 대내선전선동에서 역할분담을 하면서도 충성경쟁을 하도록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다음으로 대남선전선동은 남한내부를 분열시키고 친북세력과 통일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심리전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 대남한 선전선동은 당 통일전선부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비롯한 대외선전선동은 당 국제부와 내각 외무성의 협조 하에 외교심리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당 선전선동부가 지도감독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의 선전선동은 대내선전선동, 대남선전선동, 대외선전선동 부문이 서로 유기적으로 공조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북한사회체제유지의 버팀목으로 기능하고 있다.

ReceiverSender Channel EffectMessage

중앙당지휘부

지시명령

언론매체

인민당원

동원의식화

피드백

30

선전선동부

국방위원회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인민무력부총정치국

대남심리전 대외외교선전

조직지도부 통일선전부 국제부외무성

<그림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통제 기본 체계

(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출판매체의 구조와 기능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출판매체는 각기 전문화된 기관으로서

신문, 잡지, 도서 등 다양한 출판인쇄물을 발행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내각 출판지도국의 감독을 받지만 여기서는 인쇄에 관해서만 관여하고 편집업무는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감독을 받는다. 특히 내각 소속의 출판총국의 임무는 북한 전역에서 발행되는 모든 출판물을 검열 ․ 통제하는 것으로 그 소속은 형식적으로는 내각 행정부에 있지만 기능상으로는 당기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정치체제가 당 우위 혹은 당정일치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총국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광고문, 전단, 상표, 번역물, 2부는 정치관계 출판물, 3부는 문화와 예술, 4부는 경제와 사회, 교육, 5부는 과학과 기술에 관한 출판물을 검열한다.

내각

출판(신문&잡지), 방송, 통신, 영화, 문학예술, 인터넷, 외국언론 등

대내선전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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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북한 신문매체의 구조와 기능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은 당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당원들과 근로인민대중들을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개조하며 그들에게 당의 방침과 의도를 해설침투하고 그들을 당이 제시한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임무와 역할을 맡고 있다. 북한당국은 각계각층의 인민별(노동자, 농민, 병사, 지식계급, 청년학생 등) 신문들과 인민경제 부문별(수산, 교통, 건설, 상업, 보건 등) 신문들을 다양하게 소유하고 있어 수직적 ․ 수평적으로 정교하게 짜인 신문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고도의 전문성과 포괄성을 기본적 원리로 짜였다고 주장되는 북한의 당적 신문들은 이론적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독자대상을 겨냥하여 사회구성원들을 참다운 주체형의 공산주의자로 만들며 온 사회를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개조하고 나아가 세계혁명의 승리를 이룩해 나가는데 적극 이바지하도록 체계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그림 4> 북한 신문매체 발행 및 통제기관

- 출처: 유선영(2000). 『북한언론: 조직특성과 매체별 현황』, 21쪽 재구성.

평양 당위원회

국방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내각

인민무력부총정치국

중앙위원회비서국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선전선동부(출판검열)

로동신문 평양신문 청년전위조선인민군민주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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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신문들은 그 종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내용면과 형식면 차원에서 모두 유사하여 신문 상호간 구별된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조의 차이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는 북한의 당적 신문들이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정책적 지도 ․ 감독과 내각 산하 출판총국 신문과의 행정적 감시를 일괄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는 정치적인 통제를 주로 하고, 내각의 출판통제국은 실무 위주로 신문발행에 따른 행정적인 통제를 수행하고 있다.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는 당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기본정책이 결정되면 이를 즉각적으로 해설하는 계획을 작성하여 중앙과 지방의 언론기관에 지시하고 집행을 감시 감독한다. 또한 선전선동부는 하향식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대중의 의견을 모아 상부에 전달하는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의 역할도 담당한다. 당이 신문을 통제하는 직접적 방법으로는 물질적 조건에 관한 통제, 처벌에 의한 통제, 취재에 관한 통제, 신문사 간부 및 기자의 임명을 통한 통제, 사설/논설/해설 등의 집필에 관한 통제, 사후검열 등이 있다.

북한신문매체의 통제과정은 대체로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1차적으로 신문사 자체에서 내부적으로 검열통제를 함으로써 내용을 거르게 되고, 이렇게 걸러진 내용은 내각 소속의 출판총국에서 검열을 거치게 되고, 최종적으로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의 사후통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과정은 매번 3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매체의 사회적 기능은 1967년 발간된 배순재 ․ 라두림의 <신문리론>에서 레닌의 신문기능론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선전선동자적 기능, 조직자적 기능, 문화교양자적 기능을 제시했다. 1982년 출간된 조형창 ․ 리준하의 <신문학>에서는 신문매체의 역할로 시대의 선진사상을 열렬히 옹호 선전하는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역할과 인민대중의 참다운 지향과 의사를 진실하게 대변하고 적극 고무하는 진정한 여론의 조직자로서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1989년 발간된 엄기영의 <신문학 개론>에서는 신문매체의 일반적 기능으로 시대의 선구자로서의 기능과 진정한 여론의 조직자로서의 역할은 물론 수령의 사상을 실현하는 가장 예리하고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신문매체는 인민대중에 대한 사상교양자적 역할, 문화교양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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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대중동원의 강력한 무기로서의 역할, 대적투쟁, 대적언론전의 강력한 무기로서의 역할, 대외선전과 외교의 수단으로서의 역할과 같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엄기영, 1989). 특히 1985년 북한 조선로동당에서 정립한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에서 북한신문의 기본적 임무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위대한 수령님과 당에 끝없이 충직한 참다운 김일성주의자로 만들며 사회를 김일성주의의 요굳로 철저히 개조하며 나아가 주체 위업의 세계사적 승리를 이룩해 나가는 데 적극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② 북한 출판매체의 구조와 기능북한의 출판매체는 신문, 잡지, 도서 등을 포함해 연간 연속간행물 80여종,

단행본 200여종, 대남선전용 70여종, 해외선전용 100여종을 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유선영, 2000, 51쪽). 하지만 최근 경비절감을 위해 일부 폐간하거나 합본 발행하는 등 축소 조정하여 60여종을 발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모든 출판물은 형식적으로 내각 출판지도국에서 인쇄와 배포기능을 담당하고, 실질적으로는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출판검열국에서 최종검열을 받는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출판매체인 잡지는 편집내용의 특성에 따라 정치이론잡지, 대중종합잡지, 과학기술잡지, 문화예술잡지, 화보 등으로 구분하고 독자의 대상에 따라 노동자 잡지, 농민잡지, 청년잡지, 학생잡지, 여성잡지 등으로 나뉜다. 정치이론잡지로는 ‘근로자’, 대중종합잡지로는 ‘조선영화’, 과학기술잡지로는 ‘지질과 지리’, 농민잡지로는 ‘농업근로자’, 청년잡지로는 ‘청년생활’, 학생잡지로는 ‘아동문학’, 여성잡지로는 ‘조선여성’ 등이 있다. 이들 잡지는 독립된 잡지사가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로동당 출판 지침에 따라 산하 기관이나 단체들이 기관지로 발행하는 것이다. 주요 중앙출판기관으로는 ‘조선로동당출판사’, ‘조선사회민주당출판사’, ‘청년동맹출판사’, ‘외국문종합출판사’, ‘금성청년종합출판사’ 등이 있다. 모든 출판사는 중앙당과 내각 사회단체의 소유이며 개인이 소유 및 운영을 할 수 없다.

<표 2> 북한 출판매체로서 잡지의 유형과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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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편집의 내용 독자의 대상

종류

정치이론잡지 근로자 노동자잡지 노동자대중종합잡지 조선영화 농민잡지 농업근로자과학기술잡지 지질과 지리 청년잡지 청년생활문화예술잡지 학생잡지 아동문학화보 여성잡지 조선여성

- 출처: 유선영(2000). 『북한언론: 조직특성과 매체별 현황』, 52쪽 재구성.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하나인 잡지 역시 조선로동당 선전선동 도구로서의 역할을 1차적 임무로 하며 구체적으로는 주민들의 정치교양을 위한 사상문화 통제에 주력한다. 잡지의 기능을 북한은 ‘우리나라 잡지들은 수령님과 혁명사상, 주체사상과 당의 방침을 체계적으로 해설 선전하고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소개하여 일반화하며 근로자들의 정치이론수준과 기술실무수준 및 일반상식과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데 필요한 다양한 자료들을 편집함으로써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를 다그치기 위한 3대혁명 수행에 적극 이바지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방송매체의 구조와 기능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방송매체는 중앙당인 조선로동당(선전선

동부 ․ 조직지도부 ․ 통일전선부)의 지휘 ․ 감독 하에 운용되고 있으며 방송매체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운영 목적상 2원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매체의 내용, 편성업무, 방송국 및 방송위원회 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은 직접 당에 의해 지휘통제를 받고, 방송국의 시설, 기자재관리, 일반 사무 등 실무 업무적 운영은 내각 체신성에 의해 각각 지도 ․ 조정되고 있다. 특히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외형상 내각 문화성 직속의 방송기관으로 북한방송매체에 관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방송업무를 총괄적 ․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당의 지휘 ․ 통제를 받으며 지시사항을 이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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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35

<그림 5> 북한 방송매체 기본 조직 체계

- 출처: 박우용(2004). 『북한방송총람』, 262쪽 재구성.

방송 ․ 신문 ․ 출판매체 등의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핵심 기능은 당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 그리고 통일전선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언론기관 사장에 대한 임면권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부가 직접 담당하며 해당 당비서 임면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가 담당하고 있다. 북한방송매체의 조직 및 운영체계는 첫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산하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방송과) 직속인 조선중앙방송위원회(대내방송위원회, 대외방송위원회, 대남방송위원회) 하부기관으로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국제방송), 평양FM방송(대외방송포함), 유선

내각문화성

국방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인민무력부총정치국 조직지도

부통일전선부

선전선동부

조선교육문화TV

텔레비전방송대학

김일성방송대학

만수대TV

-인민군제3방송-전단살포-대면작전

적공부적공조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

개성TV

구국의소리방송

평양방송FM

평양방송

평양유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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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3방송), 조선중앙TV(해외위성TV, TV방송대학 포함), 조선교육문화TV, 개성TV 등이 있고, 둘째, 비서국 산하 조직지도부 직속의 만수대TV가 있으며, 셋째, 비서국 산하 통일전선부(3호청사) 직속인 구국의 소리 방송, 김일성방송대학, 평양방송(대남방송) 등이 있다. 넷째,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산하 총정치국 적공부가 있고, 다섯째, 각 시도당 선전부 직속의 군리방송위원회에서 지역유선방송(유선방송중계소포함)이 있으며, 여섯째, 내각 철도성 정치국 직속 철도방송위원회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 밖에 내각 체신성에서 시도체신국, 군체신소, 체신분소 등의 통신정책 결정과정을 통해 각 방송국 시설, 기재 보급 관리, 일반 사무 등을 담당한다.

한편 대남 심리전을 총괄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은 선전선동부와 통일전선부를 통해서 라디오, TV, 전단작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통일전선부에서는 방송을 대남심리전의 주요수단으로 인식하여 평양방송, 평양FM방송과 대남흑색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일명 민민전 방송), 개성TV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그 밖에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완성에서는 일반 가정집의 TV, 라디오 주파수 고정 상태와 무선통신장비들에 대한 감청, 그리고 국내의 모든 우편물에 대한 검열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방송매체를 ‘가장 신속한 보도수단이자 현실을 종합적으로 생동하게 반영하는 가장 대중적인 선전수단’이라고 인식한다(백과전서<3>, 1984, 77쪽). 북한방송은 국내방송에 속하는 중앙방송과 지방방송, 외국청취자들을 위한 대외방송 등의 체계로 조직되어 있다. 중앙방송으로는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 등이 있으며, 지방방송으로는 도방송과 군유선방송, 개성텔레비죤방송 등이 있다(백과전서<3>, 1984, 77쪽). 북한의 모든 방송매체는 내각 직속의 조선중앙방송위원회에 의해 통일적이며 일원화된 관리체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중앙방송위원회는 조직편제상 내각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 중앙방송위원회는 그 산하에 각 시도방송위원회와 지역유선방송을 담당하는 군방송위원회가 속해 있으며 하부조직으로 유선방송중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세부조직은 국내보도부, 당정책 혁명전통교양부, 대외방송편집국, 텔레비죤방송 편집국, 군사편집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대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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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37

라디오 국명 채널수 방송시간 방송내용

대내방송

조선중앙방송 중파 7개/단파 5개 하루22시간 보도/문예물/음악 일반기사편집물

평양유선방송 모든가정의무설치 하루20시간 뉴스/음악/교양강좌/사상교육/드라마 등

평양FM방송 24개파/14개지역 평일13시간휴일24시간

음악전문방송(혁명가곡/서양고전음악)

대외방송

평양방송 중파 5개/단파4개 하루 23시간30분 뉴스/교양강좌/외국어 등

구국의 소리 방송 중파 1개/단파 6개 하루16시간

사상무장과 투쟁열기 고취 위한 유언비어 유포/김일성부자체제 찬양 등

편집국을 살펴보면 대외보도부, 대남보도부, 대남문예부로 구성되어 대남방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유재천, 1992, 124쪽).

① 라디오 방송매체의 구조와 기능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가운데 하나인 라디오 방송체계의 경우 북한주

민들을 위한 대내방송체계(조선중앙방송과 제3방송인 평양유선방송), 대남방송체계(평양방송, 남한의 청소년을 겨냥한 평양FM방송, 대남흑색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 대외방송체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어, 일어, 아랍어 등 어문별 방송)로 구성된다.

<표 3> 북한 라디오 방송매체의 유형과 특징

조선중앙방송은 ‘조선로동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방송’으로서 수십 개 주파수로 하루 총 254시간 30분 동안 방송한다. 이 방송은 대내방송으로 중파 7채널과 단파 5채널을 사용하여 22시간(오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방송하고 있으며 대외방송으로 조선말방송 8시간, 중국어방송 6시간, 러시아어방송 4시간, 영어방송 16시간, 프랑스어방송 12시간, 일본어방송 10시간, 스페인어방송 6시간, 아랍어방송 6시간을 각각 실시한다(백과전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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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 568쪽). 이 방송의 편성내용은 크게 정치선전, 경제선전, 교육문화선전, 정세선전으로 구분되며, 정치선전이 방송편선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선전의 내용들은 보도, 일반기사편집물, 문예물, 음악과 음악편집물 등의 형태인데 이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악방송 특히 명곡방송이다(백과사전<4>, 1983, 568쪽).

1967년 조선중앙방송에서 분리된 평양방송은 전국을 포괄하는 중앙적인 성격을 띤 대외 ․ 대남전용 방송으로서 중파 5개 채널과 단파 4개 채널로 하루 23시간 30분(총 방송시간은 206시간 30분)동안 방송한다. 평양방송은 수령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정책을 널리 해설하고 조국통일 달성과 혁명의 승리를 이룩하는 것을 기본사명으로 삼기 때문에 뉴스방송이 비중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남한인민들에게 공산주의이론을 교양하고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김일성 방송통신대학강좌>와 <맑스레닌주의 방송대학강좌)를 설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평양방송은 대외방송으로 한국어를 비롯한 8개 외국어를 사용하여 일본, 동남아시아, 북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을 겨냥하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평양FM방송은 1989년 1월 1일부터 북한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음악전문 FM방송이다. 이 방송은 가청권이 서울과 경기도 일원까지 미치고 있는데다 평일에는 오후 4시에서 오전 5시까지 하루 13시간, 휴일에는 24시간동안 방송하기 때문에 심야음악방송을 애청하는 남한의 청소년을 겨냥한 대남심리전 방송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70년 6월에 전파를 처음 발사한 구국의 소리방송(전신은 통혁당목소리방송)은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의 지도아래 한국민족민주전선(민민전) 산하의 칠보산연락사무소(평양시 흥부동 소재)에서 7개 주파수(중파 1개 채널, 단파 6개 채널)로 하루 총 91시간 30분 동안 방송하는 대남흑색방송이다. 이 방송은 남한국민들의 청취율을 높이고 남한 내에 존재하는 방송으로 위장하기 위해 한국가요나 클래식음악을 내보내기도 하고 남한출신의 입북자나 납북자들을 방송요원으로 활용하며, 남한방송의 형식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중앙 제3방송이라는 일컬어지는 유선방송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방송은 외부에서 인지되지 않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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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39

타국을 의식하지 않고 사상무장이나 경제투쟁선동, 법일탈 방지를 위한 주민교육을 일사분란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선방송인 제3방송이야말로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에서 실질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유선방송사업에 따른 유선방송망을 매우 중시해왔다. 북한의 유선방송은 ‘제3방송’과 ‘유선방송’ 등의 이원체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평양으로부터 중앙의 지령을 유선으로 받아 각 가정으로 보내는 체계이고, 후자는 중앙방송(자체의 지역방송도 실시함)을 무선으로 받아 유선으로 가정까지 보내는 체계이다(김종완, 1992, 190쪽).

②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제3방송 구조와 기능6)북한당국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주민들에게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정보매체나 형태, 내용 등을 검열, 가공, 조작, 왜곡해서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채널은 북한의 중앙매체인 ‘조선중앙텔레비죤’이나 ‘조선중앙방송’이 아닌 전 지역과 주민을 유선네트워크로 연결한 ‘제3방송’이다.

북한에서 각 가정 내 제3방송 보급률은 100%이며 직장과 사무실 등까지 고려하면 100%가 넘을 정도로 북한주민들과의 접촉성이 타매체에 비해 월등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제3방송은 북한주민들을 교육 ․ 교양하고 통제하는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유선방송인 제3방송은 그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북한도 굳이 그 실체를 드러내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북한의 제3방송은 전체 주민들이 동시에 국내외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기능했기 때문에 체제수호를 위한 주민사상교양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현제 북한의 제3방송은 10개의 지방방송국(각 도/시 방송)과 200여개의 군 ․ 구역방송국, 4,300여개의 방송실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 평양으로부터 각 도/시/군까지 연결되어 공장 및 기업소와 협동농장 등의 유선방송실을 통해 각 가정의 스피커로 중앙방송을 중계하는 형식으로 제3방송이

6) 북한의 제3방송의 기능과 역할은 북한개혁방송 대표인 김승철(2008)의 발제논문을 토대로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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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송방식은 사회체제유지와 주민사상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다른 언론매체를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제3방송에 대한 중요성과 주민들의 방송청취율이 다른 어떤 언론매체보다 높은 편이다. 북한 군부대 역시 군전용 제3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여단급에 제3방송실이 설치되 있으며 인민군 당 선전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군대내의 제3방송은 최고사령관의 명령 등 중대발표를 전군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군인들의 교양과 통제 및 긴급명령지휘체계 등에 사용된다.

<그림 6> 북한 제3방송 체계

- 북한연구소(2003). 『북한총람(1993-2002)』, 756쪽.

북한의 제3방송은 중앙로동당의 지도와 통제, 감독 하에 운영된다. 북한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일체의 모든 방송을 지휘 ․ 총괄하는데, 유선방송인 제3방송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각 군당 선전부

군 유선방송위원회

각 도당 선전부

도 방송위원회

지방방송 10개평성/해주/함흥/원산청진/강계/개성/혜산

신의주/사리원

북한 전지역각 군/리에 중계소

및 방송실 설치

방송기술관리 체계

체신성

각 시/도 체신부

중앙방송국

각 군 체신부

군 유선방송중계소

체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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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41

은 각 도당 선전부 산하의 도방송위원회에서 운영된다.7) 이와 함께 각 군 노동당 선전부에 군 유선방송위원회가 있다. 제3방송의 기술 관리체계는 체신성이 주관하며, 체신성 산하에 시/도 방송국이 있고, 군에는 유선방송 중계소가 있다.

북한의 모든 방송은 내각 직속의 행정적으로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에 속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당의 직접적인 통제와 지시를 받는다. 방송내용의 편성, 위원장 및 방송국 책임자 인사 등 핵심 업무도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 방송되는 모든 내용은 중앙방송위원회 검열을 거친다. 다만 뉴스보도는 이미 검열을 마친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민주조선 등 관영 인쇄매체의 기사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 ․ 보도하고 있다.

제3방송은 조선중앙방송과 도급 지방방송국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으로 뉴스, 음악, 교양강좌, 사상교육, 드라마와 로동신문 사설 등이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조선중앙방송(라디오)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형태이다. 제3방송의 방송시간대는 북한주민들이 가장 많이 듣는 시간대로 편성되는데 보통 30분~1시간 30분정도 주로 아침 식사준비와 식사시간대에 맞춰 편성된다. 제3방송의 프로그램은 북한주민들의 실생활에 관련된 정보들이 많이 포함되고, 또 그에 대한 처벌과 계도 등이 포함되는 관계로 주민청취율이 매우 높다. 북한주민 자신들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일탈에 대한 비판들이 있어 호기심과 재미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정부의 통제방침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3방송의 주요 기능은 첫째, 외부를 의식하지 않는 대 주민용 교양방송 기능이다. 제3방송은 유선방송으로서 전파로 공개되는 라디오 방송과는 달리 외부에서 인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제3방송의 특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북한주민들을 교양하고, 이를 통해 북한주민들이 편향되고 왜곡된 신민적 가치관이나 정치적 견해를 가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민통제 기능이다. 북한주민들이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청취하는 것이 바로 북한사회의 일탈에 대한 비판, 경고, 계도 방송이다. 제3방송의 사회적 일탈에 대한 방송은 중앙에서 제작해 전국적으로 방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도/시/군의 유선방송

7) 도방송위원회도 중앙방송위원회처럼 행정기능은 지방 도인민위원회에 속해있으나 모든 지시와 인사, 편집, 방송은 당의 감독 하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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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자체 제작해 방송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제3방송은 북한 내부의 사건, 사고, 재난 등을 보도하지 않는 조선중앙방송을 대신해 보다 세밀한 정보제공의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장마철 홍수피해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전달하면서 주민들에게 행동요령과 지침을 제3방송을 통해 전달한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북한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하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지만 혹시 외부정보에 접촉했더라도 그러한 정보가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순화하는 역할을 제3방송이 수행하고 있다.

③ 텔레비전 방송매체의 구조와 기능텔레비전 방송체계는 북한에서 유일한 전국 방송망을 가지고 있는 PAL방식의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과 개성과 개성 부근의 휴전선 남측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방송하고 있는 NTSC방식의 ‘개성텔레비전방송’, 1983년 개국한 뒤 평양지역만을 대상으로 하여 예술 공연 및 국내외 영화 등이 예술작품들을 주로 상영하는 PAL방식의 ‘만수대텔레비전방송’ 등이 있다. 그리고 1997년 2월 16일 김정일의 생일에 맞춰 ‘교육문화TV'가 신설되었다.

1963년 3월 3일에 개국한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은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표적인 국가텔레비전방송이다. 이 방송은 평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하루 7시간 방송하며, 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오후 3시부터 대략 오후 10시 30분까지 방송한다(백과전서<4>, 1984, 569쪽).이 방송의 편성내용은 보도, 정치선전, 경제선전, 교육, 문화, 체육, 문예물, 영화 등으로 구성되고, 이들 프로그램들은 당의 선전선동전략과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다.

1983년 12월에 개국한 만수대텔레비전방송은 주로 평양시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예술공연 및 국내외 영화를 전문으로 방영하는 문화예술 전용방송이다. 이 방송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한해 평양 만수대 예술단에서 제작한 혁명역사물과 체제찬양물, 그리고 소련의 극영화 등을 반영하고 있다. 방송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총 10시간동안 방영한다.

개성텔레비전방송은 1974년 4월 15일에 개국한 대남전용 텔레비전방송이다. 북한의 다른 텔레비전방송과 달리 NTSC방식으로 송출하는데 1991년 10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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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43

텔레비전 국명 방송방식 방송시간 방송내용

조선중앙TV 방송 PAL평일오후3시-10시일요일오전9시-12시오후3시-10시30분

보도/정치선전/경제선전/교육/문화/체육/문예물/영화 등

교육문화TV 방송 PAL 평일 오후7시-10시일요일오전12시-10시

교육/과학지식/일반상식/사회문화생활/예술 등

개성TV 방송 NTSC평일오후5시-10시일요일오전9시-12시오후2시-10시

영화/가극/김일성부자 찬양물/대남비방/체제선전 등

만수대TV 방송 PAL 토/일오전9시-오후1시오후4시-10시

혁명역사물/체제찬양물/소련의 극영화 등

컬러방송을 시작하였다. 방송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을,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11시간을 각각 방영한다. 이 방송프로그램 내용은 영화와 가극, 김일성부자의 찬양물이나 대남비방, 북한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선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1997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새롭게 개국한 조선교육문화 텔레비전방송은 기존의 종합방송과는 달리 ‘사회주의교육문화 전문방송’이다. 이 방송의 평일 방영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이고, 일요일과 명절에는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이 방송의 편성내용은 교육, 과학지식과 일반상식, 사회문화생활(공중도덕, 예의범절, 교통질서 등), 체육(국내외 각종 체육경기소식), 예술(예술공연무대 및 영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 4> 북한 텔레비전 방송매체의 유형과 특징

북한방송은 국가방송으로서 맑스레닌주의 언론관을 바탕으로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 개조하는 사상 문화 교양자적 역할을 하면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선전기구, 대중을 교양하기 위한 선전수단, 유일체제를 강화시키는 수단과 함께 김일성 혁명사상을 대내외 널리 알리는 것을 주 기능으로 한다(백과전서<3>, 1984, 77쪽). 다시 말해 북한방송매체는 인민대중의 이데올로기 무장을 위한 선전선동 기능을 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조직동원의 기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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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하며, 공산주의형 인간을 양성하는 문화교양의 기능을 하는 것이 주된 핵심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방송에는 당노선과 정책의 옹호, 조직동원, 인민교양, 당의 대외선전과 같은 일반론적인 사회주의 방송이 가져할 기능이나 역할들이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 내에서 철저하게 규정되어 있다.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통신매체의 구조와 기능

북한은 사회 간접자본(SOC)으로서의 통신을 체신(우편, 전신, 전화 등)이라고 부른다. 체신 사업은 그 기술적 상태에 따라 우편통신, 전기통신, 방송통신 등 3부문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편통신은 편지, 소포, 송금, 저금 및 정기 간행물 배포와 관련된 통신을 의미하고, 전기통신은 유무선 전신과 전화통신을 의미한다. 방송통신은 유선방송, 무선방송, 라디오, TV 방송 등과 관련된 통신을 의미한다. 정보의 소비, 복지, 권리 차원에서 인식되는 자본주의에서의 통신개념과는 달리 북한에서 체신과 통신이 갖는 의미를 <경제사전 Ⅱ>의 체신8)과 <김일성 저작집> 제2권의 체신9), <조선대백과사전> 제21권과 제22권에서 체신10)을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통신은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우리 혁명발전의 요구와 당 정책의 요구에 맞게 취사선택된 국내외의 새롭고 의의 있는 사실, 사건들을 신속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혁명적으로 교양하고 당면한 혁명 투쟁과 건설 사업에로 힘 있게 고무 추동한다(조선대백과사전 제22권, 2001, 272쪽). 따라서 북한의 통신은 당과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을 동원하여 공산주의 사상을

8) 나라의 통신 및 방송수요를 보장하는 인민경제 부문인 체신은 운수와 함께 인민경제의 특수한 부분을 이룬다. 체신은 사회적 생산을 진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문의 하나이며 전반적 생산과정을 다그치는 데 적극 이바지 한다(경제사전 Ⅱ, 1985, 514쪽).

9) 체신은 중요한 지휘통신과 산업통신으로서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 대한 당과 국가의 경제지도와 관리를 보장하며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 사이의 긴밀한 생산적 련계를 맺어줌으로써 경제건설에 적극 복무한다. 또한 주민통신과 방송을 보장함으로써 인민생활에 직접 봉사한다. 특히 당의 노선과 정책을 모든 부문, 모든 단위, 모든 근로자들에게 신속 정확히 전달 침투하며 그 관철을 위한 당과 국가의 중앙집권적인 통일적 지도를 기동적으로 보장한다(김일성저작집 제2권, 1983, 139쪽).

10) 북한의 체신은 보다 현대화되어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에 더욱 믿음직하게 복무하게 될 것이며,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위업 수행에 더욱 참답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조선대백과사전 21권, 2001,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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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시키는 기능과 체제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통신은 당 및 국가 경제 지도 기관들의 지도와 지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수행하는 대중 교양수단인 것이다.

북한의 통신은 경제에 대한 당과 국가의 지도와 관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당의 노선과 정책을 전 인민에게 전달 ․ 침투하며 관철시키는 보장수단으로써, 그리고 국방력 강화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북한의 통신정책 결정과정은 체신 부분의 계획 작성(국가계획위원회 교통 체신계획처), 경제 정책에 입각한 체신 부문 정책 수립(중앙인민위원회), 승인의 과정(내각 체신성)을 걸쳐 결정되고, 집행(체신성 체신처)된다. 또한 집행은 전신전화국, 우편국, 체신소, 체신분소 등을 통해 각도, 시, 리와 로동자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북한의 통신체계는 내각 산하에 체신성, 체신관리국, 체신소, 전신전화국, 방송국 등이 있다. 이 중 전파관리는 체신성 직속의 전파감독국과 인민보안성(구 사회안전부), 조선로동당에서 담당하며, 체신성의 기구는 내각 산하 34개 부서중의 하나이다. 먼저 전파지휘를 총괄 지휘하는 중앙로동당은 도와 군 당의 전파를 배분, 조정한다. 인민보안성은 전파보안을 담당하는데, 인민보안성 산하 사회안전국과 국방위원회 산하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공동으로 수행하며 전파의 보안을 위해 불법 전파 발생의 방지, 전파 방해 업무와 인민보안성 자체 주파수의 배분 및 조절을 관장한다. 끝으로 체신성 직속의 전파감독국은 북한 일체의 무선기 등록과 허가 업무를 관장하며, 각종 무선통신사의 자격 부여 업무, 모든 교신 ․ 전파를 통제 ․ 감시하고 포착 가능한 국제 발신 전파의 탐지 등과 같은 업무, 사회주의 국가 체신 협조 기구 및 체신 협정 체결 국가의 상호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주파수를 배분하고 전파의 부호와 경보, 그리고 국제간의 범법 전파를 관리한다.

북한의 통신장비와 시스템은 전근대적 장비와 체제 하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기계식 교환기는 조립 ․ 생산하고 있으나 전자식 교환기의 자체 제작 기술은 갖지 못한 실정이다. 디지털 교환기는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공중전화기조차도 대부분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여 조립하는 수준에 있다. 또한 운영 기술도 미흡하여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는 전화 통신망은 모두 수동 시스템으로 의존하고 있어 자동화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북한통신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도부터 주요 사업으로 일환으로 ‘시설 보수 사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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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의 자동화와 디지털화, 전자계산기화를 실현하기위해 노력해왔다. 북한은 통신 및 TV 방송망을 현대화하기 위해 1997년 10월 홍콩의 허치슨텔레컴과 통신 현대화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북한의 통신 기술 분야 발전을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에 비할 때 여러 면에서 낙후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제적 곤란으로 새로운 장비나 시설의 도입이 어려워 아직도 노후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정보통신의 활성화가 체제불안의 요인으로 인식된다는 정치적인 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통신망은 크게 평양을 중심으로 도와 시군, 그리고 리로 종적으로 연결된 중앙 집중 체제로 구성된 국내통신망과 구 사회주의권과의 일부구간의 유무선망, 단파 무선망 및 중국 베이징 지구국을 중계지로 하는 서방국가와의 간접통신망 등을 통한 국제통신망, 그리고 유선방송의 확대 운용과 통신기술의 현대화 방침에 따라 북한당국이 최근에 큰 관심을 보이고 기술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광통신망과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지원으로 평양에 설립된 기상정지위성수신국, 공산권통신위성기구(INTERSPUUNIK) 가입, 국제전기통신위성기구(INTELSAT)에 대한 위성통신지구국 건설 등의 위성통신망 등이 있다.

북한의 통신망 구축 현황은 북한 통신망의 골간을 이루는 기간망이 현재 총연장이 짧을 뿐만 아니라 재료 또한 매우 원시적이다. 따라서 최근 북한은 광섬유 케이블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1996년 평양시의 전화분국들과 평성시, 동해안과 서해안 700여 km를 연결하는 전화망을 광섬유 케이블로 구축했다. 인터넷을 위한 기본적인 통신망은 매우 불충분해 1995년에 평양과 함흥 구간에 300km 광케이블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평양과 남포 등 주요 도시 간에 광케이블 공사를 확대 추진 중이다. 인터넷을 위한 광섬유 케이블 구축은 대부분 평양권에 집중되어 있기에 북한 전역이 기간망 현대화 수준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통신 회선은 아직도 동선이며 더구나 나선이 만항 연선(撚線, twisted-pair)마저 희귀한 실정이다. 현재 북한의 통신망은 경제 ․ 안전성을 무시하고, 정부의 행정계위와 일치시킴으로써 관리의 편리성을 위주로 구성했으며, 평양을 중심으로 한 성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통신기관은 크게 조선중앙통신사, 조선국제통신국(조선국제통신센타), 국제위성통신국(국제위성 통신 지구국), 라선국제통신센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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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중앙통신사(전신은 북조선통신사)는 북한의 내각에 직속되어 있는 유일한 통신보도기관으로서 국내외 사건들에 대한 조선로동당과 북한정권의 입장과 견해를 천명하는 공식적인 대변기관이다. 소련의 타스통신11)을 모방하여 1946년 12월에 설립된 조선중앙통신사는 중국의 신화통신과 소련의 타스통신을 비롯한 각국의 통신을 받아 국내 신문과 방송 등에 공급하는 한편,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외방송(11개 주파수를 이용하여 영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으로 방송)과 국내 각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방송도 실시하는 보도기관이자 정보통제기관이다. 이와 함께 남조선인민들의 반미구국투쟁을 힘차게 고무, 추동하고 남조선의 타락상을 폭로, 규탄하는 대남선전기관의 역할도 수행한다.

조선중앙통신사의 조직은 통신사의 최고책임자인 사장(당연직으로 공보위원회 위원장을 겸함)을 필두로 해외나 각도의 지부관계업무와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부사장이 5명 있으며, 7개 분과(국내보도편집국, 대외보도편집국, 사진보도편집국, 남조선보도편집국, 조사처, 국제보도편집처, 보도처 등)의 언론활동을 관장하는 실무책임자인 부주필이 있다. 특히 통신사내의 전반적 업무를 지도하고 당지시의 집행여부를 관리 ․ 감독하는 사내 정치국이 존재한다.

조선중앙통신사는 일간으로 <조선중앙통신>과 <사진통신>을 편집 ․ 발행하여 당과 국가기관, 신문사를 비롯한 출판보도기관들에게 기사를 송고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을 대상으로 <영문통신>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대상으로 <로문통신>을 일간으로 발행함으로써 해외에 대한 북한의 목소리 구실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조선중앙년감>, <국제생활>을 비롯한 대내외 선전사업에 필요한 출판물도 편집 ․ 발행하고 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사는 외국의 통신이나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입수된 정보를 담아 당과 정부 각 기관의 간부들에게만 배포하는 <참고통신>도 발행하고 있다.

11) 1918년 러시아혁명과 함께 제정러시아 통신사를 접수해 통신사 역할을 하던 로스타(ROSTA)를 대신해 1925년 발족, 1991년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소련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한 소련의 공식적인 통신사이다. 정식명칭은 TASS(Telegrafnoe Agenstvo Sovestskovo Soyuza)이며, 각료회의가 관할하는 관영통신사로서당과 정부의 통제를 받았다. 철저히 사회주의적 선전선동원칙에 따라 활동하였고, 주로 국가정책과 소련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면서 방대한 국내 소식망을 통해 소련의 모든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에 독점적으로 뉴스를 공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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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련의 타스통신이 발행하고 있는 <백색타스>와 <적색타스> 또는 중국의 신화사통신이 내고 있는 <참고소식>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사는 직제상으로 내각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상으론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당기관에 불과하다.

2)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역사적 변화 과정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성립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언론정

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북한의 언론정책은 당원 및 근로대중들을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사업에 효과적으로 조직 ․ 동원하기 위해 마련되는 선전선동정책의 일환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특히 북한의 언론정책은 역사적 상황과 특정한 시기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언론활동이나 매체환경의 변화가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당대회를 기점으로 김일성의 언론정책시기와 김정일의 언론정책시기로 구분해 북한의 언론정책시기를 분석했다.12)

(1) 평화적 민주건설시기(45.8-50.6)의 북한의 언론정책김일성은 해방직후 정세를 ‘지금 조선에서의 싸움은 무장투쟁이 아니라 정치투쟁

이자 선전전, 문화전이라’고 판단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62쪽). 따라서 이 시기 북한당국은 신문을 비롯한 방송, 통신 등의 출판보도망을 체계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해방직후부터 제기되는 사회주의 혁명노선과 방침을 광범한 근로인민대중에게 널리 해설 선전하는 한편, 그들을 그 실천에로 조직동원할 수 있다고 인식하였다.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잘 짜인 출판보도망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정치선전사업이나 계급투쟁사업, 대중적 선전교양사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12) 김일성이 언론정책을 주도한 시대는 평화적 민주건설시기(45.8-50.6), 조국해방전쟁시기(50.6-53.7), 사회주의 기초건설시기(53.7-61.9), 사회주의 전면적 건설시기(61.9-72.1) 등으로 분류했고, 김정일이 언론정책을 주도한 시대는 사회주의 성숙기(72.1-80.9)와 사회주의의 완전승리시기(80.10-98.8), 사회주의 강성대국시기(98.9-현재) 등으로 분류했다(김영주, 1998, 165-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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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조선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에 맞는 새형의 당적 출판물을 발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1945년 9월에 ‘당보(당기관지)발간 준비소조’를 만드는 한편, 10월 17일에는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선전부 일꾼들을 대상으로 당보 발간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 등이 제시된 <당보를 창간할 데 대하여>라는 담화를 발표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308쪽). 김일성은 이 담화문에 당보의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을 적시하였다. 이후 1945년 11월 1일에 소형 2면 발행부수 1천부 정도의 규모로 북조선공산당 기관지 <정로>를 주간지형태로 발간하였다. 정로신문사는 얼마 되지 않아 독자적인 신문사 편집 기구를 가진 당중앙위원회 직속기관이 되었으며 <정로>는 1946년 초부터 5일간 격일간으로 발행되다가 1월 말부터 일간으로 발간되어 3월 14일부터 소판 4면으로, 5월 28일부터는 대판 2면으로 지면을 확대했다. 그 후 <정로>는 조선로동당이 조선시민당 기관지인 <전진>을 흡수하여 제호를 <로동신문>으로 개칭해 1회 발행부수를 10만부로 늘렸다. 그 해 11월 5일부터는 대판 4면체제로 개편되었다(김영주, 1998, 168쪽).

북한에서는 그들의 신문에서 인민성과 대중성을 구현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혁명신문들이 마땅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하였다. 따라서 김일성은 당보가 근로인민대중들과의 일상적인 연계를 보장하기 위한 근본방도의 하나로서 1945년 12월 14일 <기관지통신망 조직에 관하여>라는 문건을 통해 ‘노동통신원 조직’을 만들도록 지시했다.13) 또한 대중성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한글을 전용하는 신문들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해방직후 얼마동안 국한문 혼용으로 발간되던 중앙신문들과는 달리 대중들이 알기 쉽게 <로동자신문>이나 <농민신문>과 같은 대중통속신문들과 <함남로동신문>, <강원민보> 등 일부 지방신문들을 순한글로 발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49년부터 <로동신문>과 <민주신문> 등 주요 신문들은 국제면의 일부기사를 제외하고 기사제목에서 본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글로 발간하기 시작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77쪽).

한편 북한당국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로 <로동신문>을 창간함에 따라

13) 여기서 말하는 노동통신원은 ‘출판보도사업의 정확한 기동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도시와 농촌의 모든 생산현장에서 직접일하고 있는 일꾼들로 구성된 보도기사통신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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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0월부터 다양한 제호로 그때까지 발행되던 지방당 기관지들을14) 해당도의 이름이 들어가는 <도로동신문>으로 신문제호를 통일시켰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63쪽). 이러한 조치는 혼란과 무질서 속에 있던 지방당 기관지들을 북한 선전선동망의 기본체계로 정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김일성은 당보가 창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출판보도부문 일군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정부기관지를 발간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으로 각 사회단체 중앙위원회들과 중앙급 경제, 문화 기관들, 각도들에서도 자기의 특성에 맞는 신문을 발간하여 대중교양사업에 이바지하도록 독력하였다(김일성, 1992, 425-433쪽).15)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본격적으로 인민정권 기관지인 <민주조선>을 비롯해 근로단체 기관지와 인민경제 부문별 신문 등으로 이어지는 신문보도사업과 각종 잡지발간사업, 그리고 방송 ․ 통신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에서는 신문과 함께 잡지의 발간사업에도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여 당중앙위원회 정치이론잡지인 <근로자> 발간으로 시작으로 <인민>, <조선녀성>, <로동자>, <농민>, <청년생활>, <새3천리강산>, <산업>, <농림수산>, <문학예술>, <인민교육>, <인민체육>, <국제평론>, <조국보위를 위하여>, <선동원수첩>, <력사제문제> 등 수십종이 발간되었다. 이렇게 북한의 잡지는 해방직후인 1946년 29종 총 44만부가 발행되다가 1949년 39종 총 500만부가 발행되어 짧은 기간에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228쪽).

한편 방송에 대해서는 ‘당의 힘 있는 정치선전수단’으로 인식하고 ‘광범한 대중을 정치사상으로 각성시키고 문화적으로 계몽시키며 그들을 새조국 건설사업에로 힘 있게 조직동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당국은 방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950년 1월에 <무선방송청취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14) 당시 지방당 기관지들로서 평양에서 발행된 평안남도 당기관지 <봉화>, 신의주에서 발행된 평안북도 당기관지 <바른말>, 청진에서 발행된 함경북도 당기관지 <햇불>, 함흥에서 발행된 함경남도 당기관지 <옳다>, 원산에서 발행된 원산시 당기관지 <선봉> 등이다.

15) 이때부터 북한에서 발간된 신문으로 <로동자신문>, <농민신문>, <교원신문>, <교통신문>, <소년신문>, <청년>, <민주청년>, <조국전선>, <조선인민군>, <전사>, <조선민보>, <개벽>, <조선문화>, <투사신문> 등 모두 31종의 신문들이 발간되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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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3월 <유선방송청취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여 인민대중들의 유무선방송 수신행위를 철저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313-315쪽). 한편 해방이후 방송시설을 확장하기 시작하여 1946년에 평양방송국(현 조선중앙방송)에 15kw의 단파방송기 설치,1947년에는 중파방송기를 설치하여 해외까지 수신되도록 했다. 또한 강계, 철원, 회령 등지에 방송국이 신설되었으며 각도 소재지에 유선방송소가 신설되기도 했다.

이처럼 해방이후 북한에서 신문과 방송을 통한 출판보도활동이 개시되고 강화됨에 따라 출판보도기관에 국내외 정세자료를 통일적이고 기동성 있게 제공하는 통신보도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김일성은 1946년 12월 5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상무위원회를 소집하여 북조선통신사를 창설하도록 지시하였으며 북조선임시위원회는 <북조선통신사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하였다. 이후 통신보도활동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조선중앙통신사는 국내외 정세자료들을 중앙과 지방의 언론기관에 신속정확하게 제공하며 공식보도와 성명을 통하여 당과 인민의 입장과 견해를 천명하는 사명을 지닌 인민정권의 대변기관이 되었다(김영주, 1998, 175쪽). 조선중앙통신사는 자체 발행수단을 갖추고, <일간통신>과 <순간통신>, 그리고 <조선중앙년감>을 발간하고 있다(김영주․이범수, 1991, 165-166쪽).

평화적 민주건설시기(45.8-50.6)의 북한의 언론매체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애국적 민주역량을 결속하여 인민정권을 세우며 민주주의 개혁을 실시하고 인민경제를 복구 발전시키며 북한인민의 건국사상을 총동원하는 등 반제반봉권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철저히 수행하여 북반부의 혁명적 민주주의를 튼튼히 축성하기 위한 투쟁에서 대중의 교양자, 당정책의 옹호선전자, 조직동원자, 대적언론투쟁의 무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리응필, 1985, 167쪽).

(2) 조국해방전쟁시기(50.6-53.7) 북한의 언론정책이 시기 언론보도활동의 기본방침은 모든 역량과 수단을 전쟁승리에 복종시키며

신속성과 기동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전쟁기간동안 당과 인민의 모든 사업은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방향에서 전개되었던 만큼 언론의 전시체제 확립을 위한 사업도 이러한 방향에서 당연히 진행되었다. 다시 말해 전선군사문제를 중점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언론기관의 사업 체제를 개편하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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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모두 이 부분에 집중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방침에 입각하여 군사신문인 <조선인민군>을 비롯해 주요 신문에 ‘군사생

활부’를 기간부서로 하여 신문사 내부 사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전선보도와 군사편집물내용들을 신문지면의 절반가량을 매일 게재하였다. 여기에 방송사와 통신사에도 예외 없이 해당부서를 전시상황에 맞게 개편하였다. 북한당국은 전쟁발발때부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 ‘보도부’를 설치하고, 이 부서에서 각 전선의 전과를 매일 종합보도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즉 ‘최고사령부 보도’는 중앙통신사에서 먼저 받아 출판보도기관에 넘겨주는 체제로 전환하였는데, 전쟁기간동안 북한의 신문, 방송, 통신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나간 기본적인 보도형식의 하나가 되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81쪽).

북한당국은 출판보도물에서 군사문제와 전선생활 반영 등을 중심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데 대한 방침에 따라 <조선인민군>을 대판 4면 신문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군사정치종합잡지인 <군사지식>의 편집사업을 한층 강화하였으며, 1950년 7월 초부터는 전선사령부신문 <승리를 위하여>가 발간되었다. 이 밖에도 군사관련 출판물들이 이 시기에 다양하고 새롭게 발간되었다.16) 한편 당의 출판물들이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제 때에 보급될 수 있도록 출판보급물을 군수물자운반과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군산위원회 명령 제141호(1951.5.21)와 내각결정 제285호(1951.5.31)를 내려서 출판물 보급 사업을 측면에서 지원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82쪽).

북한에서는 출판사업 뿐만 아니라 방송 및 통신사업에도 전쟁승리를 위한 전시체제로 전환하였다. 1950년 7월 서울에 조선중앙통신사 서울지사를 설치함으로써 ‘당과 정권의 목소리’로 되게 하고, 점령지역 인민들이 새생활창조를 위한 투쟁에로 제때에 나서도록 추동하는 통일적인 보도 자료를 점령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에게 제공했다(김영주, 1998, 178쪽). 이와는 별도로 당원들이 정치의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중통속잡지 <정치의식>을 비롯하여 <인민조선>, <우리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원통보>, <경제건설> 등이 새로 발간되었다.

16) 예컨대 새로 생긴 군단들에서 <인민의 아들>, <조국을 위하여>, <인민공군>, <전위>, <근위>, <승리의 길> 등 여러 종의 전투속보들이 속속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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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에서는 신문을 비롯한 방송과 통신 등의 출판보도물이 전달하는 내용들이 인민전사들에게 미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부대에 조직되어 있는 선전원과 선동원 등 내향적 대인매체를 활용하여 선전선동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김영주, 1998, 179쪽). 각 부대는 조직된 편제 이외에도 모범적인 병사들 중에서 선동원, 신문독보원, 전투속보작성자들을 선정하여 이들을 선전선동사업에 다각적으로 활용하였다. 게다가 선전선동사업을 수준 높게 진행할 목적으로 군대내의 지휘관들과 지도간부들을 구두 선전선동사업에 적극적으로 인입하는 조치도 함께 취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318-326쪽).

조국해방전쟁시기(50.6-53.7) 북한의 언론은 전쟁승리를 위한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론설과 전투기사 형태인 전투상보, 전투기, 영웅전투기, 전선수기, 종군기를 비롯하여 폭로기사 및 폭로사진, 풍자만화 등 각종 보도형식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보도형식을 사용한 북한 언론매체의 선전선동활동은 궁극적으로 북한 병사들과 인민들에게 전쟁승리에로 매진케 하고 전시생산과 전선옹호를 위한 투쟁에로 힘차게 나아가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3) 사회주의 기초건설시기(53.7-61.9) 북한의 언론정책전쟁 직후 북한 언론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김일성이 제시한 전후 인민경제

복구발전을 위한 투쟁에로 동원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들은 얼마동안 전쟁영웅의 위훈과 전쟁관련보도에서 신속하게 벗어나 전후 복구건설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실패하였다. 이후 김일성은 당중앙위원회를 소집하고 <모든 전후 인민경제 복구발전을 위하여>라는 보고를 통해 복구건설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 언론에게 전후 인민경제 복구건설에로 전체 인민을 조직 ․ 동원하기 위한 선전선동사업을 전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이 주어졌다. 여기서 북한 언론은 전후복구시기 김일성이 제시한 혁명적 대중노선과 관련해 인민성과 대중성을 제고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였다.

북한당국은 1955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당대회 등을 통해 출판보도물의 대중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거론하고, 같은 해 6월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를 열어 <로농통신원 사업을 강화할 데 대하여>를 통해 출판보도물의 대중성 제고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로농통신원들의 임무, 그의 선발원칙과 조직원칙 및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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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편집국과 각급 당단체들의 로농통신원들에 대한 지도방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또한 신문들의 정치사상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로동신문>, <민주신문> 등 중앙급 신문사에 집체적 협의기관인 편집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책임주필 개인의 명의로 나왔던 신문들이 편집위원회 명의로 발간되었다. 북한 언론은 대중과의 사업(대중성)과 이론선전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서한부(일명 대중사업부, 지방서한부 또는 독자부)’와 ‘이론선전부’를 비롯한 새로운 부서들을 증설함으로써 독자들과의 사업이나 로농통신원과의 사업을 기본으로 하는 신문사 대중사업을 통일적으로 관리하였다(김영주, 1998, 181쪽).이것은 신문과 대중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대중사업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조치였다.

북한의 당적 출판물이 대중과의 사업에서 의거하여할 기본역량은 로농통신원이다. 로농통신원은 일반 독자들 또는 주로 간부들이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지는 열혈필자들에 비해 신문편집국과 긴밀하게 조직적으로 그리고 상시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신문의 가장 믿음직한 대중적 방조자이다. 1957년 제1차 전국로농통신원대회 이후 북한의 로농통신원사업은 대중적이고 목적지향성있게 발전하였으며 신문의 대중사업에 근본적인 전환이 있게 되었다. 대회개최 이후부터 각지의 공장, 기업소, 농촌, 학교 등에서 로농통신원소조가 조직 ․ 운영됨에 따라 로농통신원들과의 사업은 개별적이고 분산적으로 진행되던 단계를 벗어나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김영주, 1998, 183쪽). 이러한 대중노선전략을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출판물의 창간과 증면, 그리고 내용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한편 방송분야에서는 1954년 2월부터 전후 인민경제 복구건설의 새로운 요구에 맞게 방송위원회 안에 경제 ․ 과학지식을 보급하고 대중문화교양을 담당할 수 있는 ‘군중문화부’와 후대교양을 위한 ‘아동문예부’를 조직하는 조치들이 취해졌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의 일반문화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앙방송은 <언어문학강좌>, <공업농업기술강좌>, <과학과 문화>, <라지오상식> 등 각계각층에 맞는 방송시간을 설정하고 해당되는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제공했다. 1956년 문화선전성 책임일군들을 대상으로 한 담화에서 김일성은 정치사상교양사업 일변도의 방송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후 정치이론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를 비롯한 과학기술문제, 역사와 문화자료 등을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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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북한당국은 전국에 유선방송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체신성과 기계공업성을 통해 고성기와 유선방송기 생산과 이에 소요되는 기술자와 기능공 양성사업을 추진했다.

방송과 더불어 통신의 전투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1953년 11월 복구건서로가 관련한 방대한 보도를 부문별로 전문화하여 취급할 수 있도록 국내부를 정치 ․ 경제 ․ 사회문화 ․ 지방 등의 4개 부서로 분리하였으며, 대외보도와 남한보도를 위한 부서들도 새로 만들었다. 또한 1954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문대외송신을 개시하였고, 외국특파원망을 확충과 중국어 등의 외국어 방송시간을 확대하여 국제혁명역량과의 연대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도선전활동을 강화하였다(김영주, 1998, 186쪽).

사회주의 기초건설시기(53.7-61.9) 북한 언론은 전후 인민경제 복구발전과 사회주의기초건설의 역사적 과업을 해결하기 위해 당원들과 인민대중들을 수령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시키고 당의 노선과 정책관철에로 조직 ․ 동원하는 힘 있는 무기로서 그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출판보도활동에서 대중과의 사업이 한층 더 강화되었으며 출판물을 비롯한 통신과 방송의 물질 기술적 토대로 더욱 견고해진 시기였다.

(4) 사회주의의 전면적 건설시기(61.9-72.1) 북한의 언론정책북한은 전후복기시기를 보내면서 사회주의의 전면적 개조를 통해 급속히 공업화

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선진화된 기술력으로 무장된 사회주의적 공업발전을 뒷받침할만한 고급인력 부족난에 직면했다. 북한은 사상 ․ 기술 ․ 문화의 3대 혁명론으로 북한인민의 낙후된 사상과 문화를 개조함으로써 고급인력난과 함께 기술혁신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인식했다. 1961년 3월 김일성은 전국로농통신원 열성자대회를 통해 인간개조를 기본으로 하는 문화혁명사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출판보도물의 문화교양자적 기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새롭게 제기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339-341쪽). 여기서 그는 ‘북한의 당적 출판보도물이 정치 ․ 경제건설 ․ 시사 등의 무거운 뉴스만을 취급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역사 ․ 문화 ․ 예술 ․ 자연 ․ 지리 등에 대한 문화교양자료를 체계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을 공산주의 도덕품성과 문화수준이 높은 전면적으로 발전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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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새인간으로 주조할 수 있다’고 천명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339-441쪽). 김일성이 주창한 북한 언론의 문화교양자적 역할론은 맑스레닌주의 언론이론을 북한의 실정에 맞게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적용한 강령적 지침이었다.

이 시기의 북한 언론정책을 당적 출판보도물의 ‘3가지 사회적 역할’ 이른바 사상교양자적 ․ 경제조직자적 ․ 문화교양자적 역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북한의 당적 언론에는 무엇보다도 사상교양자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다시 말해 이것은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당원과 근로대중들을 교양 개조하는 것을 언론의 일차적 과업으로 내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천리마의 기세로 계속 전진하도록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힘 있게 고무 ․ 추동하는 경제조직자적 기능을 강화하였다. 1962년 조선로동당이 제시한 ‘6개고지’ 점령과 관련하여 신문편집국에서 조직 ․ 집행한 지상경쟁은 신문의 조직자적 기능이 외적으로 발현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신문매체 뿐만 아니라 중앙방송에서도 경제부서들을 중심으로 한 유관부서들이 기자들과 특파기자들을 선발하여 ‘6개고지 편집부’를 조직함으로써 모든 전선에서 생산적 경쟁이 고무 ․ 추동되도록 방송선전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이 시기 북한 언론에는 문화혁명과 사회주의 문화건설을 위한 힘있는 무기로서의 역할(문화교양자적 기능)이 제고되었다. 당적 출판보도물은 혁명전통교양자료와 공산주의 교양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싣는 것과 함께 문화교양 및 기술학습자료들을 배합하여 내보냄으로써 근로자들의 일반지식과 문화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김영주, 1998, 191쪽). 또한 교재출판사업과 과학기술보급사업, 문학예술도서 출판사업 등을 통하여 3대혁명 수행에 적극 복무하였다.

신문, 잡지, 방송에서는 혁명영화를 비롯한 문학예술부문에서 거둔 성과를 널리 소개하고 문학예술작품들에 대한 ‘관평’을 체계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교양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텔레비전방송은 근로자들의 일반문화수준 제고와 함께 가정교육, 그리고 어린이교육에 크게 기여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196-197쪽). 지금까지의 북한 언론정책은 김일성에 의해 대부분 확정되었으나 이 시기부터 김정일도 일부 선전선동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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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회주의의 성숙시기(72.1-80.9) 북한의 언론정책김정일의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지도아래 1970년대에 들어선 북한 언론들은

김일성주의를 내외에 선전하고 사상 ․ 기술 ․ 문화의 3대혁명 수행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투쟁에로 인민들을 조직 동원하는 사업에 적극 나섰다. 1970년대 초반 북한의 선전선동정책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은 주체사상의 확립(김일성주의)과 김정일의 전면적인 등장이었다. 북한에서 가장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부서로 알려진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지도원에서 출발하여 조직 ․ 선전 담당비서까지 올라간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당과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성실교양’에 성공함으로써 사상 ․ 선전 ․ 조직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73년 9월 당중앙위 선전선동겸 조직 담당비서로 발탁된 김정일은 그 다음해 5월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린 결론 <우리 당의 출판보도물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에 이바지하는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다>를 통해 맑스레닌주의 언론사상을 북한의 실정에 맞게 일부 수정한 기존의 김일성 언론사상을 대폭 수정하여 독특한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을 확립하였다(김영주, 1994, 392-404).

김정일은 ‘새 형의 주체적 출판보도물로서의 혁명적 성격을 밝히고 기본사명과 임무, 신문혁명 ․ 보도혁명 ․ 출판혁명을 일으킬 데 대한 방침 등 주체적 출판물건설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이론실천적 문제들에 대한 전면적인 해답’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는 북한 언론이 가지는 혁명적 성격을 ‘위대한 수령님이 창건하시고 지도하시는 새 형의 주체적 출판보도물’과 ‘영광스러운 김일성주의 혁명적 출판보도물’로 규정하였다. 여기서 밝히고 있는 혁명적 출판보도물이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주의자로 만들고 사회를 김일성주의의 요구대로 철저히 개조하며 나아가 주체위업의 세계사적 승리를 이룩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출판보도물’을 뜻한다(김일성 ․ 김정일, 1987, 141-142쪽).

한편 김정일은 북한의 출판보도물이 자기의 전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견지해야 할 3가지 원칙으로 주체의 원칙을 자기활동의 기본초석으로 삼고, 출판보도활동을 당의 유일적 지도아래 진행하며 종자를 바로 쥐고 속도전을 힘 있게 벌릴 데 대한 원칙 등을 제시했다. 이어 김정일은 당적 출판보도물의 기본사명에 입각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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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임무 3가지를 밝히고 있다. 당적 출판보도물의 기본임무로 첫째,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주의자로 만드는데 적극 이바지해야 하며 둘째,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를 김일성주의의 요구대로 철저히 개조하여 공산주의의 물질적 요새를 점령하는데 이바지해야 하고 셋째, 조국통일과 남조선혁명을 위하고 주체위업이 세계사적 승리를 위하여 투쟁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4, 395-399쪽).

북한의 출판보도활동에서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참다운 김일성주의자로 만들기 위한 기본과업은 수령과 당의 위대성에 대한 선전과 충실성교양을 위한 보도선전이었다. 이 시기의 출판보도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 즉, 하나는 수령의 혁명사상과 주체사상의 위대성에 대한 선전이며, 다른 하나는 김일성부자가 이룩한 혁명업적에 대한 선전으로 이루어졌다. 북한당국은 김정일 주창한 3대 혁명론에 입각하여 출판보도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심 고리를 우선적으로 당보사업의 혁명적 전환에서 찾았다. 1974년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사회주의 대건설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격적이고 연속적인 사설집중공세를 벌렸다. 당보에 대한 사설의 집중공세는 그 후 사설편집에서 통상적인 사업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당보에의 사설혁명은 신문매체 전반에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김정일은 당의 문예정책을 주관하기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문학예술’을 생산증대를 위한 경제 선전 및 선동의 중요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는 다양한 ‘방송예술기동선전대’를 조직하여 도내 건설현장이나 기업소, 협동조합 등에 투입했다. 그리고 이 조직체를 통해 근로자들 속에서 당면한 당정책적 문제들과 경제과업을 기동성 있게 해설 선전하기 위한 선전대로서 구두선전과 간단한 예술종목들을 배합하여 선전선동사업을 진행했다(김영주, 1998, 200쪽). 김정일은 이 조직뿐만 아니라 선동성이 뛰어난 영화예술작품들을 만들어 대중으로 하여금 그 주인공들을 따라 배우도록 하는 대중조직체도 만들었다.

통신보도분야에서는 보도의 정책적 수준을 높이는 것을 중요 고리로 틀어쥐고 나가면서 통신보도를 공식화하고 정세보도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며 대외통신을 강화시켜 나갔다. 방송분야에서는 방송음악을 결정적으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방송에서 말은 중요한 대목만 하고 시대적 분위기를 음악으로 알려주며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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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건설로 들끓는 사회적 분위게 맞게 음악방송을 강화하고, 방송화술을 개선함으로써 방송의 전투성과 호소성을 더욱 높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기 출판보도활동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은 북한 전 지역의 텔레비전화가 실현되도록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시기 텔레비전방송국의 출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새로운 텔레비전중계소와 2중중계망이 새롭게 건설되었다. 또한 새로운 방송녹화기가 도입됨에 따라 생방송체계에서 녹화방송체계로 전화되었고, 컬러(천연색)방송서비스를 도입하여 제공했다. 평양에 대규모 현대식 텔레비전수상기공장이 들어섬으로써 텔레비전수상기 생산과 공급이 극적으로 증가되었다.

출판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져 주요과업으로 본때 있는 글, 깊이 있고 무게 있는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각 출판사에서는 속도전을 벌여 종전에 1년 이상 걸리던 책들이 반년 또는 한두 달 사이에 편집출간하게 되었으며, 당이론잡지인 <근로자>를 비롯한 잡지편집에서도 그 질적 수준 및 전투성과 기동성, 인쇄의 문화성을 훨씬 높였다(김영주 ․ 이범수, 1991, 209-214쪽).이와 함께 일부 신문 및 잡지들을 새로 발간하고 출판사들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취했다.

(6) 사회주의의 완전승리시기(80.10-98.8) 북한의 언론정책1980년대 북한 언론의 중요과업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 위업을 다그치는데

상응하게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무한히 충실한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교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김정일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는데 있었다. 이러한 과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출판보도활동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기자와 편집원들을 시대와 혁명 앞에 나서는 사명과 임무를 깊이 자각시키고, 나아가 그들을 열렬한 김일성주의자로 철저히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선기자동맹은 기자집중강습과 연구토론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김일성주의 원리와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조선노동당의 방침을 체계적이고 전면적으로 체득시켜 나갔다(김영주, 1998, 202쪽).

1980년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김정일 내외에 공식적인 차원에서 후계자로 확정되자 북한당국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그에 대한 위대성 선전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출판보도물들은 김정일이 6~70년대에 보여준 뛰어난 지도력을 선전하는데 총동원되었다. 이후 북한의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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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는 김정일에 대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했고, 그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기들이 출판되기 시작했다. 또한 김정일의 공개적인 실무지도와 시찰이 선전 ․ 조직 ․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 언론매체는 그에 대한 개인숭배 캠페인들을 가속화했다(김영주, 1998, 203쪽).

북한의 출판보도사업이 가지는 당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실천적 방안들이 체계적으로 제시된 해는 1985년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에 의해서였다. 이 지침서는 주체적 출판보도물의 기본사명과 임무, 출판보도활동에서 견지해야할 근본원칙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였다(조선로동당출판사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 1985, 5-43쪽). 이 시기 출판보도사업의 중심적인 방향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교양’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원리교양, 덕성교양, 충실성의 모범을 통한 교양과 밀접히 결부시켜 실속 있게 벌리는 것이었다. 여러 출판보도사업 가운데 출판분야에서는 김일성이 주창한 혁명사상의 위대성, 영도의 현명성, 고매한 덕성, 당의 혁명전통을 인민들에게 폭넓게 선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신문에서는 사상이론적 수준이 높은 사설과 론설 및 정론 등 사론설을 많이 실었으며, 김일성의 고전적 노작들을 1면에다가 단수와 활자호수를 높여 두드러지게 편집하는 원칙을 세웠다. 이와 함께 김일성의 혁명활동과 관련되 사진이나 군중속에 있는 사진, 특히 어린이들 속에 있는 사진들을 폭과 규모를 보장하면서도 생동하게 편집해 게재했다.

이 시기 방송사업은 이른바 ‘우리 식대로 진행’하는 원칙을 세웠다. 방송사업을 우리 식대로 진행하는 것은 ‘방송사업을 당의 의도와 북한인민의 사상감정에 맞게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방송을 철저히 당에서 세워 준 방침과 원칙, 기준에 따라 진행함으로써 방송내용과 형식에서 북한 나름의 특질을 살려나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김영주, 1998, 205쪽).

한편 당과 정부를 대변하는 위력한 언론수단이자 세계여론의 선도자라고 주장되는 조선중앙통신사는 통신보도사업에서 주체를 확고히 세워 나가기 위해 김일성 부자의 사상과 의도대로 철저히 진행하며 그들의 위대성을 내외로 널리 선전하고, 통신보도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조선혁명의 이익이라는 견지에서 분석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통신보도에서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남아 있던 시사성과 진실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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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떨어지는 경향을 극복하는 한편, 신속성과 정확성, 간단명료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조선로동당출판사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 1985, 104-118쪽). 이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사는 이른바 미제와 일제 등 제국주의자들의 민족분열책동과 전쟁도발책동을 폭로 규탄하는 동시에 자주적 통일을 염원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고무하고 사회주의혁명의 국제적 연대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했다.

1990년을 전후하여 북한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감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청년학생(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상적 해이가 심화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개최를 계기로 세계각지의 많은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은 북한청년들에게 엄청난 사상적 해이를 초래했다. 대외적으로 1990년대 독일 통일이 동유럽 공산권의 도미노식 붕괴를 촉발하였고, 이어 구소련의 공산당 정권마저 무너짐으로 인해 북한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속된 경제난으로 국가경제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북한은 외부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나아가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사상적 무장을 고무시키며 체제유지에 전력을 다했다. 1993년 11월 제7차 조선기자동맹대회를 기념한 <로동신문> 사설에서 당 사상전선의 일선을 맡고 있는 혁명의 필봉으로 언론(인)은 수령의 위대성을 대내외적으로 선전하며 인민을 동원하고, 대내외적으로 사상전에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임무를 규정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주민들의 사상의식 이완과 체제비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급 근로단체와 당 조직을 통해 사상교육과 사회통제를 강화했다. 한편으로 주체사상학습과 반미교양학습, 선군사상학습 등을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지속하며 물리적 단속과 검열을 통해 주민결속과 단결을 도모하고 사회응집력을 높이고자 했다.

(7) 사회주의 강성대국시기(1998.9-현재) 북한의 언론정책17)북한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을 종결하고 1998년 9월 김정일

17) 이 소절은 2011년도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정주제 연구인 이정철 외(2011)의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본 북한주민들의 언론과 사회에 대한 이해’ 26-33쪽 참조하여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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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의 공식출범을 앞두고 8월 22일 <로동신문> ‘정론’을 통해 21세기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으로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제시했다. 이후 9월 9일 정권수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로동신문> 사설에서 ‘위대한 당의 령도 따라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해 나가자’와 다음해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올해를 강성대국 건설의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자’를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론을 체계화하였다.

이 시기 북한 언론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건설의 진군 나팔수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북한 언론의 사명과 임무는 혁명발전의 매 단계에서 당 앞에 나선 중대한 혁명임무와 그에 따른 투쟁과업에 의해 규정된다. 다시 말해 언론이 시대와 혁명의 전진운동에 적극 이바지함으로써만 그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고 전투력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당의 사상적 무기로서의 언론의 가치와 위력은 시대와 혁명의 요구를 제 때에 정확히 반영하며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제대로 이바지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의 위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언론(인)의 역할을 특히 강조해온 실천적 장은 <조선기자동맹대회>와 <전국 기자 ․ 언론인대회> 등이다. 2010년 2월에 개최된 <전국 기자 ․ 언론인대회>에서 ‘기자와 언론인들은 강성대국 건설대전의 진군 나팔수이다’라는 김정일의 서한을 통해 ‘선군언론의 강화발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강령적 지침이며 기자와 언론인들의 폭풍치며 내달리는 총진군 대오의 앞장에서 자기의 시대적 사명과 임무를 영예롭게 수행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고무적 기치’로 언론(인)의 역할을 규정했다. 이 대회에서 언급된 강성대국 진입을 앞둔 선군시대 북한 언론(인)의 역할은 첫째, 당과 수령의 사상과 정책의 정당성 및 영도의 현명성에 대한 선전, 둘째, 사회주의 경제 강국 건설에서 혁명의 북소리, 진군의 나팔소리를 더 높이 울려 퍼지도록 하는 것, 셋째, 혁명의 수뇌부를 핵으로 하는 일심단결의 공고성과 불패의 위력을 높이 떨치며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 속에서 사회주의 신념교양을 강화하는 것, 마지막으로 남북공동선언의 기치 밑에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 위업을 하루빨리 실현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온갖 도전과 반혁명적 공세로부터 우리사회의 건전한 정치사상적 풍모와 생활양식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것 등이다. 결국 북한 당국은 선군체제하에서 ‘총대와 함께 붓대를 선국혁명의 위력한 무기’로 내세우고 언론(인)들이 ‘주체의 필봉, 선군의 붓대를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 언론(인)은 ‘훌륭한 교양자, 대담한 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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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대변자로서 당중앙을 옹위하며 천만군민의 정신력을 총폭발시켜 대고조 시대의 제1진군나팔수, 선군혁명의 붓대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변화 요인 1) 북한의 경제체제 붕괴와 사회통제시스템 약화

북한 경제체제의 근간은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와 협동단체가 소유하는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와 자원의 배분을 국가계획위원회라는 국가의 공식기구가 담당하는 계획경제제도이다(북한이해, 2008, 13쪽). 분단이후 60여 년간 국가경제를 공산주의적 계획방식으로 운영해온 북한 경제는 자립적 민족경제를 지향해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북한의 극심한 국가적 식량난과 경제난은 계획경제의 근간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국가배급이 정부 핵심 권력층을 제외하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중단된 상황에서 개인들의 생존노력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과 정부기관, 동맹조직을 통한 북한식 사회통제시스템에 일정부분 변화가 나타났다. 북한당국은 건국초기부터 주민들을 핵심, 동요, 및 적대 등 성분별로 분류하고 적대적 성분의 주민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념 성향을 강력히 단속해 왔다. 동시에 북한사회를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폐쇄시킴으로써 체제유지에 불리한 각종 정보로부터 북한주민들을 효과적으로 차단시켜 왔다. 특히 북한주민통제 수단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생활총화’라고 부르는 자아 및 상호비판 활동은 체제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널리 확산되지 못하도록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사회통제시스템 역시 북한체제유지에 근간이었던 국가배급제가 무너지면서 상당히 약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경제는 ‘중앙집권화된 경제이며 유일적인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이다. 이러한 북한의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는 계획수립을 비롯한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 권한과 이에 필요한 정보의 흐름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으며, 하부조직은 중앙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되어 있다.18) 당 국가계획위원회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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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분야에 걸쳐 노동당의 정책을 계획하고 그 집행을 감독하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다. 북한은 1965년부터 ‘계획의 일원화와 세부화’ 원칙을 강조한 이후 지구계획위원회와 중앙 공장 ․ 기업소 계획부서를 국가계획위원회 직속으로 개편하는 등 계획체제의 중앙집권화를 강화시켜 왔다. 특히 북한에서는 국가계획기관과 감독 ․ 통제기관이 국가계획을 임으로 변경하거나 계획권 밖에서 경제활동을 벌이는 사소한 요소도 허용하지 않으며, 계획 작성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을 당의 요구에 맞게 조직 ․ 진행하도록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북한이해, 2008, 14쪽).

이러한 북한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도 1990년대 이르러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누적된 비효율성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북한이 지난 40여 년간 추구해온 자립경제 정책의 결과가 극심한 에너지난, 생필품난, 식량난으로 귀결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이승훈 ․ 홍두승, 2007, 23-24쪽).19) 북한이 경제적 자립을 지상목표로 삼은 자립적 민족경제가 자력갱생의 틀을 마련하기는커녕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식량과 에너지를 외부 국가들의 원조로 충당해야 하는 참담한 결과를 불러 온 것이다.

북한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는 조짐은 이미 1980년대부터 나타났다. 북한 전기의 전압이 1985년에 이미 규정 전압 220V에 훨씬 못 미치는 130-180V였다는 사실은 더 이상 산업 동력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 졌음을 뜻한다. 북한은 전력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공장가동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고, 따라서 국가의 산업생산은

18)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란 경제계획의 작성과 집행 및 감독이 국가계획위원회를 중심으로 도 ․ 시 ․ 군 및 공장 ․ 기업소에 이르기까지 일원화된 체계로 이루어진 것을 일컫는다.

19) 북한의 자립적 민족경제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식량과 생필품을 국내에서 생산 조달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따라서 국내 생산이 계획에 크게 미달하여 해당 품목의 대량수입이 불가피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난국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경제체제이다. 또한 북한의 에너지정책 역시 자립적 민족경제 지향의 큰 틀에 따라 해외의 에너지 도입보다는 국내에 부존된 에너지 자원을 개발 사용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북한의 에너지 구조는 석탄 중심이고 수력발전의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북한경제포럼, 1997, 74-75쪽). 북한은 막대한 외화가 들어가는 석유와 석탄, 그리고 발전 설비장치 등과 같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북한 에너지난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원료난과 동력난으로 인해 생필품난과 식량난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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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을 잃어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최근의 북한은 기존 산업생산시설이 거의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그 이유는 지속적인 전력공급의 악화와 부족한 원자재, 그리고 많은 경우 전반적인 산업시설이 낡아 고장이 잦은데다 교체할 부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승훈 ․ 홍두승, 2007, 48-50쪽).이처럼 북한은 내외적인 상황으로 공식적 부문의 경제생산활동이 철저히 붕괴되면서 기존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났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1994년을 전후한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북한체제의 근간인 국가배급체제가 근본적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식량과 생필품 공급은 주로 국영상점과 직매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공식 부문의 생산체제가 붕괴하면서 이들 상점들이 배급상품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이승훈 ․ 홍두승, 2007, 51-53쪽). 이런 상황에서 이들 상점을 대체할 대안으로 ‘수매상점’20)과 ‘농민시장’21)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농민시장은 현재 북한에서 각종 생활용품이 비공식적으로 암거래되는 장마당으로 바뀌었다.

국가의 배급체제가 붕괴되면서 생계가 절박해진 주민들은 살길을 각자 찾아야 했고, 더 이상 할 일도 없는 과거 직장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당과 정부의 대책을 기다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직장을 이탈하고 뿔뿔이 생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이승훈 ․ 홍두승, 2007, 55-62쪽). 과거 직장을 이탈한 북한주민들은 고철수집과 수산물 채취 등 수출 상품 채집에 나서서 수집한 상품을 수출상에게 넘기고 대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갔다. 한편 도시와 농촌, 그리고 국경지역과 내륙지역을 왕래하는 장사활동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북한주민 스스로 생필품 등 일용잡화를 생산하여 장마당에 내다파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북한당국도 속수무책이었으므로 이들의 직장과 지역이탈을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경제가 재난적 경제파국에 처한 북한 정부는 이러한 경제난 앞에서 선택의

20) 북한 도시 지역의 ‘수매상점’은 주민들이 사용하던 중고품이나 개인 부업으로 생산된 제품을 위탁받아 판매하는 상점을 일컫는다.

21) ‘농민시장’은 농민의 텃밭 생산물과 협동농장의 농민분배 농산물의 거래장소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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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가 없었다. 즉 국영상점의 공정가격 거래가 수매상점의 위탁거래로 바뀌고, 위탁거래는 상품 주인에게 상점 또는 ‘매대’를 임대하는 형태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결국 농민시장과 장마당의 시장거래 방식이 국영상점의 공정가격 거래 방식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이승훈 ․ 홍두승, 2007, 67쪽). 물론 북한 당국이 이와 같은 변화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 될 수 있으면 생활필수품 물자가 장마당으로 나가지 않고 국가통제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위탁거래의 수매상점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의도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영공장 가동 중단과 배급체제 붕괴로 인해 생필품이 근본적으로 모자라는 상황에서 아무리 강력한 정부라도 장마당과 같은 암시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북한당국은 2003년 3월부터 모든 농민시장과 장마당을 ‘종합시장’으로 확대 개편하고, 그 거래 방식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이승훈 ․ 홍두승, 2007, 68쪽). ‘종합시장’은 지금까지 거래해 온 농축산물에 더하여 공산품까지 거래하는 종합적 소비재시장으로 기능함으로써 생활용품 유통경로의 중요한 축을 이루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상점 운영 방식도 국영과 위탁판매제에서 임대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공정 공시 가격을 통한 국가배급 체제가 북한당국의 의지에 반하여 자유시장 가격에 의한 상거래 방식으로 대체되어 가는 중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04년 11월 현재 평양에 40개소, 그리고 북한 전역에 300개소의 종합시장이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종합시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북한주민은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제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당국이 단행한 ‘종합시장’의 인정은 어쨌든 획기적 경제개혁조치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적 경제개혁은 이미 2002년 7월 1일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로부터 출발하였다(북한이해, 2008, 14쪽). 북한은 이 조치에서 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확대시키고, 기업단위의 판단으로 이윤을 투자재원화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그리고 개인에게 토지 200-400평을 배분하는 개인경작제 등 가족영농제를 시범 실시하였다. 북한은 식량과 생활필수품의 배급 가격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인상하는 조치도 함께 취했는데, 이 조치는 배급을 장마당 구매와 다름없게 만든 조치로서 종합시장을 인정하는 사전 정지작업에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종합시장은 계획경제에 기반한 전통적 배급체계를 대체하고 등장하여 준시장 경제적 자원배분 기능을 수행하면서 북한체제가 지향해 온 자립적 민족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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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틀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 생산체제와 배급체계가 그런대로 작동되던 시기에는 북한주민들

도 당과 정부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면 부족하나마 의식주는 해결하는 생활을 보장받았다. 동시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하게 단절시켜 놓은 다음 엄격한 사상교육 공작과 이념통제를 통해 주민들이 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참혹한 기근과 경제난으로 과거처럼 국가가 모든 것을 다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다. 당연히 북한당국의 기존 사회통제시스템 기능과 역할이 여러 측면에서 약화 또는 축소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가 생존수단을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고 살길을 찾아 직장과 거주지를 이탈해 국경을 넘거나 각자의 생계수단을 찾아야만 했다.

북한당국의 북한주민에 대한 사회통제시스템은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공식부문과 당과 사회단체 등으로 편성된 정치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이승훈 ․ 홍두승, 2007, 75쪽). 북한당국은 다양한 정치조직을 통해 북한주민에 대한 이념통제를 해왔다. 김일성은 직장과 학교와 같은 공식 부문 업무수행의 능률을 높이는데 이념무장을 통한 사상 중심 동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이에 따라서 각종 동맹 정치조직은 주민들의 이념무장을 강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공식 부문의 조직은 기술적 ․ 행정적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당은 사상적 정치선동을 통하여 일꾼들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는 북한주민들의 이념성향을 개조하고 강화하는 활동을 책임진다. 사상교양에 필요한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학습계획을 수립 ․ 집행하고 감독한다. 각종 정치조직은 선전선동부의 지휘 아래 학습을 시행하고, 그 성과를 점검하는 일선단위로 활동한다. 사상이념교육은 유아원 및 학교 등 교육기관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각종 동맹 등 사회단체를 통해서도 전개된다. 모든 북한주민은 출생 이후 의무적으로 하나의 정치조직에 소속하여 지속적으로 사상교양을 받아야 한다. 정치이념 조직에서 행해지는 이념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생활총화’이다. 생활총화에서 하는 일은 매주 5-10인 단위로 조를 편성하여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수행하는 일이다. 북한주민의 생활총화는 ‘유일사상체계 10대원칙’을 자아비판과 타인비판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 특징이다(김정일, 1987, 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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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생활총화에서 거듭 타인비판의 대상이 되면 일신의 안전자체가 문제되는 공포정치의 사회이다. 북한당국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생활총화가 주민통제의 구실을 나름대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국가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회통제기관으로서 가장 하부조직인 직장과 학교와 같은 공식 부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더불어 정치이념 조직 활동 역시 형식적이거나 다른 생계활동으로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수의 탈북자에 의하면 식량을 구하려고 직장과 거주지를 이탈한 기간 동안 생활총화에 참석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탈북자는 생활총화에서 주민들의 불평이 공공연하고, 먹고 사는 이야기만 한다고 했다. 한편 직장과 지역을 떠나 장기간 정치이념 조직 활동에 불참하더라도 책임자에게 돈만 주면 문제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사회의 공식 부문이 무너지면서 이념과 사상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부패도 사회 각 영역에 만연되어 있다. 결국 북한은 사회통제시스템의 공식 부문이 근본부터 붕괴하면서 체제유지의 근본축인 생활총화와 같은 정치이념 조직 활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외부정보의 북한 내 유입과 확산은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북한정권이 갖는 모순과 외부세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주민의 의식과 태도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2) 새로운 정보유입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

북한식 사회체제의 핵심이었던 자립경제와 계획경제가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난, 그리고 생필품난 등으로 붕괴되면서 사회전반의 통제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국영생산이 중단되고 일반주민에 대한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생존을 찾아 직장과 거주지를 떠남으로 인해 가장 근본적인 직장과 교육 등 공식 부문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사상이념무장의 핵심인 생활총화와 같은 세포조직으로서의 정치이념 조직활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북한주민들의 직장과 학교와 같은 일상생활의 공식부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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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사회단체 등으로 조직된 정치이념 활동이 경제파국으로 제 기능을 못함으로 인해 북한의 기존 사회주의 체제에 균열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이승훈 ․ 홍두승, 2007, 83-85쪽).

북한은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주던 중앙배급제가 북한주민 스스로가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친지 방문이나 밀거래를 위해 국경을 넘는 일이 잦아졌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가 이완되면서 북한 내 지역 간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농민시장과 장마당 같은 자생적 시장은 점차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어 식량 이외에 생필품을 비롯한 거래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강동완, 2011, 108-109쪽).22) 특히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자생적 시장을 통해 외부 정보와 문화가 급격이 유입 ․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매체가 유입되고, 이를 통해 소위 ‘아랫동네(북한에서 남한을 일컫는 속어)’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북한주민들 사이에 퍼졌다. 시장 확대를 통한 남한 영상매체의 유통은 자연히 정보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띠면서 북한주민의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동안 폐쇄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철저한 정보 통제 속에서 살아온 북한주민에게 남한 드라마와 영화 등의 영상콘텐츠는 외부 세계의 문화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이 됐다(강동완, 2011, 109쪽).

한편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 특히 함경북도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으로 왕래하기 쉬워 다양한 품목의 상품 밀거래와 남한 영상매체의 유통 및 시청이 많이 이루어졌다(2008, 김병로 외, 160-163쪽). 이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 의 통제 이완과 사회적 일탈의 증가로 인해 중국으로 오가는 것이 수월해지면서 남한 등의 영상매체가 대량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경우 일반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남한 방송이 수신된다는 점은 기존 연구자나 일반 탈북자 증언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다(성숙희, 2005; 이주철, 2007). 최근에는 남한 영상매체 전파가 확산되면서 북 ․ 중 국경지역은 물론 북한 내륙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22) 2002년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그 후속조치로 2003년 전국 시 ․ 군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농민시장’과 음성적으로 운영되어오던 ‘장마당’을 통합하여 300여개 이상의 ‘종합시장’이 개설됨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외부상품과 정보가 유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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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15-118쪽).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 ․ 중 접경지역은 물론 평양,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등 내륙(안쪽)을 포함하는 북한 전역에서 남한 영상매체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1, 37-43쪽). 북한주민들이 남한 등 외부영상매체를 시청하는 형태는 한 개의 CD나 DVD를 서로 돌려보거나 혹은 각자 가지고 있는 외부영상매체를 바꿔보기,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시청하는 모여보기 등의 방식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4-129쪽).

북한 지역에서 남한 등 외부영상매체의 유입과 확산은 크게 물적(유통)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인적(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첫째, 물적(유통)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화교나 외벌이 일꾼, 상인 등이 중국에서 남한 등 외부영상매체를 대량으로 구입하여 이를 북한내부의 거래선 또는 장마당과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둘째, 인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당과 정부기관의 검열원이 주민들로부터 압수한 외부영상매체를 자신의 친지나 지인들과 함께 돌려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양한 외부영상매체 유통 및 시청이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간부 계층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유통의 경우 간부 및 간부의 배우자 등이 상인들과 함께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1-122쪽).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한 중앙배급제 붕괴는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결정 구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이교덕 외, 2008). 북한 당국의 국가공급제가 무너지자 배급제에 의존했던 주민들이 물적(유통)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기반인 장마당에 모여들어 사적이윤을 취득하기 위해 돈이 되는 장사를 닥치는 대로 했다.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물적 토대인 장마당에 각종 상인들이 등장했고, 기업소의 생산자재도 장마당에 들어갔으며 구입 또한 장마당에 의존하게 되었다(김창희, 2009, 95쪽). 현재 북한에는 300여개의 종합시장이 있는데 평양, 평성, 청진, 함흥, 원산, 신의주 같은 대도시의 시장에는 수많은 암거래상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종합시장에서 판매활동을 하고 있는 암거래상들은 주로 화교나 간부, 그리고 외화벌이 상인들을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북한주민들은 시장에서 구입 또는 대여를 통해 입수한 외부영상매체를 시청한 후 가족, 친지, 동료 등 인적(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돌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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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상호정보를 공유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4쪽). 인적(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은 첫째, 외부영상매체를 혼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친척이나 주변의 친한 친구 ․ 동료들과 서로 돌려보는 경우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4-125쪽).23) 북한 내 외부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유형으로 친척이나 친구, 동료 이외에 주변의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우이다.24) 이 경우 결속(tie)의 특징이 있는데 먼저 특별한 중심성이 없이 서로가 일정하게 연계되어 있는 경우와 특정한 행위자가 중심이 되어 주변의 이웃들에게 외부정보를 권유하며 확산하는 경우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8-129쪽). 또한 외부영상매체를 대여하기 위해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들이 서로 돈을 모아 함께 시청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 경우 역시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중심적 행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확산 범위와 속도의 측면에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는 친한 친구나 동료들이지만, 이들의 가족들이나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네트워크 규모는 상대적으로 더욱 확산된다는 점이다.

23) 강동완 ․ 박정란(2010)은 이러한 유형을 ‘외부정보의 소극적 확장형’으로 명명했다. 즉 소극적 확장형은 친척이나 친한 친구와 동료 등 소수의 사람들만이 연계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소극적 확장형은 정보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기본적 토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126쪽).

24) 이러한 유형을 ‘외부정보의 적극적 확장형’으로 명명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70-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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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등장과 전개

1.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 1) 대북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과 정보 확산

북한 내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정보화의 진전과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VCR, CD, DVD, USB, 레코더, TV수상기, 핸드폰, 위성TV, 라디오 등의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해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와 문화접촉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김병로 외, 2008, 160-163쪽).

2005~2006년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들이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많이 들어갔어요...CD, DVD, USB, MP4, 뭐 이런 복사판들이 북한을 왕래하는 상인들에 의해 들어가기 시작했구요...그로 뭐 이런 복사판들 대부분은 다 밀수로 들어갔구요(사례자 A)

전파문화(알CD, 드라마, 영화)는 이미 북한사회에 마약처럼 번져 가고 있다...한번 한국문화의 덫에 걸리면 무섭게 이웃으로 퍼져 지금까지 밀폐된 억압에서 자유의 갈망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사례자 D)

컴퓨터라든지 DVD플레이어, CD영상플레이어 이런 것들이 현재 북한에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사례자 F)

알씨디나 라디오, MP3 등과 같은 매체는 당간부나 지도자급 또는 일반 인민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널리 펴져 있으며, 북한체제에 대한 비관과 원망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사례자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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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지역에 있는 조선족을 포함한 많은 선교사들이 라디오, USB, MP3 등을 중국친척을 방문한 북한주민들을 통해 북한내지로 유입시키고 있으며, 조선에서 태어난 조선화교들이 조선에 들어갈 때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과 함께 중국에서 발행하는 한국 소식지 또는 광고전단 등을 가지고 들어간다(사례자 E).

북한은 지금 TV나 VCD 플레이어 같은 게 대중화 되어 있고, 컴퓨터도 요즘 웨만한 집은 다 있어요. 물론 컴퓨터가 TV보단 적지만, 컴퓨터 단가가 많이 싸지고 있잖아요.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아마 5년 안에 TV 가지고 있는 집이나 비슷하게 될거예요. 그리고 USB도 싸잖아요(사례자 I)

2005년도 탈북자 14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북 라디오 매체 청취경험을 조사한 결과 대북방송 청취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45.7%(63명)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일주일에 1~2회 이상 청취했다는 사람이 53.2%로 나타났다(성숙희, 2005, 42~46쪽). 또한 2007년 9월 북한주민의 외부 방송 수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과 왕래하는 조선족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연구에서는 북한주민이 외부 방송을 청취하거나 시청한다고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이 전체 57.2%로 나타났다(이주철, 2007, 52쪽). 북한주민의 외부방송 청취 및 시청은 다양한 동기와 목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과 북한내부정보와 탈북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을 비롯한 해주 인근까지 안테나 방향을 잘 잡으면 한국 텔레비가 나오고...고하를 막론하고 남조선 텔레비를 본다..암시적으로 본 매체나 알판(CD/DVD) 등을 통하여 남조선에 대한 발전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사례자 C)

접경지역은 갈수록 남한 텔레비전방송에 대해 북한주민의 신뢰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사례자 D)

북한에서 KBS, EBS, MBC, 극동방송 등은 집안에서 안테나만 잘 세우면 보인다. 그러나 한두 번 봐서는 잘 알지는 못한다(사례자 G)

2001년부터 이게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남한 TV가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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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금방 일어난 일들이 쭉 나오지 않습니까. 적나라하게 뉴스가 나오고(실시간으로 나오고)... 저는 한국에 올 때쯤 명백하게는 몰라도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왔다 이거죠. 뭐가 문젠지, 뭐가 좋은지, 어떤 기회가 생길지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죠. 다만 그걸 어느 정도 감으로 가질 수 있었다는 거죠(사례자 F)

북한과 중국 간에 무역과 유통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정보개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 ․ 중 국경지대의 도시에는 중국과 연락을 취하며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내지에 있는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 핸드폰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국경지대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북한의 경찰과 정보기관, 국경경비대 인원들은 중국방식의 핸드폰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 핸드폰 통화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북한의 국경지대 주민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소식을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집트 오라콤사와 합작으로 북한당국이 직접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1년 3월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5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입자 대부분은 가입비와 사용료를 감안했을 때 북한의 고위계층이나 무역을 통해 돈을 번 신흥계층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핸드폰, 인편(조선족을 통한 외부정보유입), 외화벌이 출신들의 정보채널들을 통해 다수의 중요한 대외정보를 받아들이고 북한사회와 비교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다수의 정보접촉자들은 북한사회와 지도자와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사례자 B)

북한 인민들과의 소통 수단은 손전화기(핸드폰)이며, 북한의 생활상을 알 수 있고, 손전화기 통화를 통해 식량과 피복 등 생필품을 얻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북한 주민과의 (손전화기)소통은 예전보다 통제가 많이 약화되어 비교적 원활한 편이다(사례자 C)

요즘 북한 CDMA이동 통신망을 제공해서 쓰고 있는 오라스컴이 있는데, 제가

봤을 때는 이 정도의 가입자라면 북한 여러 지역에서 휴대폰 사용자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국경지역의 대련, 무산, 중강진 지역에서 정도만 볼 수 있고 평양을 제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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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지역에서는 북한 내부 휴대폰 전화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구경할 수 없었다(사례자 F)

외부정보가 북한내부로 유입되는 경로가운데 하나가 핸드폰 통화죠. 국경지역에 중국 핸드폰을 가지고 남쪽이랑 중국이랑 통화해서 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이 꽤 되거든요. 국경지역의 외부랑 핸드폰 통화가 가능한 숫자가 정확히 파악되기는 어려운데 대략 5천개 내외가 아닌가 싶네요. 주민들과 엘리트 다포함해서 중국 대포폰인 핸드폰이 수천개정도 되고, 이를 통해 외부랑 통화하고 외부소식이 북한내부로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사례자 K)

미국의 한 조사기관인 인터미디어에서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중국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북 매체 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대략 중국산 휴대폰(손전화)의 경우 5,000여명, 대북 단파 라디오 매체 청취자가 20여만 명, KBS 한민족교육방송 청취자가 100여만 명, DVD, VCR, CD 등을 구매 또는 대여해 시청하는 경우가 400여만 명으로 조사됐다(인터미디어, 2010). 이와 함께 북 ․ 중 국경연선지역과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평양 등 일부지역 주민들은 남한방송을 청취 또는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1; 성숙희, 2005; 이주철, 2007).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라디오 청취율은 약 10% 내외로 증가율이 10년 전에 비해 두배 정도 이상 늘어난 것 같은데, 최근 1~2년 사이에 증가속도는 빠르지 않는 것 같아요. 라디오는 주로 정치, 경제 이런 어떤 지식정보, 이런 메시지를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엘리트나 무역하는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고, 일반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문화적인 드라마나 영화 시청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죠(사례자 K)

국경지역이나 휴전선 일대에 KBS와 MBC방송을 시청하는 북한주민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드라마와 뉴스 등과 같은 남한방송시청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한국을 보면서 이북에서 탈북하는 경향도 많고, 북한의 어떤 남한에 대한 선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도 한다(사례자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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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라디오 방송 채널은 정부기관으로 현재의 KBS 한민족방송과 종교방송인 극동방송, 민간방송인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조선방송 등이 있고, 해외방송으로는 미국의 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국제방송(CRI 조선어방송), 시오가제방송 등이다(이주철, 2007, 31-39쪽).

KBS 한민족방송은 전신인 조선중앙방송국 개국초기부터 대북방송을 실시했다. 이후 공보처와 서울중앙방송국 산하에서 대북방송을 진행해오다 1972년 7 ․ 4 남북공동성명 채택으로 방송이 중지되었다가 이후 다시 ‘사회교육방송’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다. 1980년대부터는 북한체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보다는 논리적인 설득방향으로 제작방향을 선회하였고,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매체로 성격이 변화되었다. 2007에는 현재의 ‘한민족방송’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북방송이 성격을 탈피하여 청취층을 북한과 북한동포를 대상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한 한민족 공동체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중파 972KHz와1170KHz,단파 6015KHz로 제1방송에서는 13시에서 익일 오전 9시까지, 제2방송에서는 저녁 7시에서 익일 오후 1시까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종교방송인 극동방송은 기독교방송으로 북방지역 선교를 위해 1956년 12월에 개국했다. 현재 중국어, 러시아어, 몽고어, 영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로 선교프로그램을 중파 1188KHz로 송출하고 있다. 극동방송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극동지역 31억 만 명의 가청 인구를 대상으로 38개 송신소와 132개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하루 총 587시간의 방송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민간 대북 방송으로 자유북한방송은 2004년 인터넷 방송을 시작으로 2005년 12월 5880KHz 단파주파수를 확정하고 이듬해 4월 2개의 채널로 단파라디오를 운영했다(11750KHz, 19시-19시30분/9760KHz,02시-2시30분). 현재는 단파 7460KHz 주파수로 매일 2시간(21-23시) 송출하고 있다.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운영하는 방송으로 ‘북한주민에게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 전파, 북한 정권의 민주주의적 개혁과 개혁개방 유도,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과 경고, 제3국 탈북자들 격려, 남한사회의 북한민주화운동 참여 진작, 남북한의 자유민주통일에 기여를 목적으로 방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열린북한방송은 2005년 12월 대북 전문 라디오 방송을 개국하여 단파주파수 9930KHz로 북한 전역과 동북 3성을 대상으로 매일 밤 한 시간씩(월-금, 밤 8-9시) 방송을 해왔다.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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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본방송 1시간(23시-24시, 11570KHz)과 재방송 2시간(04시-05시, 774KHz, FM92.3MHz(춘천MBC임대사용)/06시-07시, 7480KHz)을 송출하고 있다. 북한개혁방송은 북한의 변화주도세력이고 할 수 있는 간부와 장교, 지식인, 대학생을 주 청취자로 정하고, 그들에게 개혁개방의 비전과 방법,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루 2시간(24시-02시)씩 단파 7590KHz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저희 방송은 북한 전 지역 다가요. 우리 단파 수신 듣고 전 세계에서 다 와요. 노르웨이, 스위스 상관없이... 그 사람들이 한국말은 몰라도 새로운 방송을 들었다. 언제까지 여자아나운서, 언제까지 무슨 프로... 수신파를 다 보내요. 전 세계 다 가는데 북한에 안 갈 수 가 없죠. 단파는 잡음이 좀 생겨서 그렇지 다가죠(사례자 H)

해외 대북 방송으로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주로 단파(5835KHz, 5890KHz, 5890KHz, 6060KHz, 7420KHz, 9490KHz, 11935KHz)를 통해 영어와 52개 국어로 전 세계에 1,200개의 중개소를 통해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VOA는 의회의 동의를 거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VOA 방송은 2004년 10월 미의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이후 한국어방송 증편을 추진하여 하루 평균 5시간 방송이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역시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미국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방송이다. 그러나 RFA는 미국 정부로부터 간섭 ․ 권고 ․ 지시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독자적인 편성권을 확보하여 아시아 ․ 태평양 ․ 유럽 ․ 미국 등에 12개의 송신국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RFA의 방송 목표 지역은 북한을 포함해 중국, 티벳, 라오스 등이며 정보자유가 제한된 이들 국가의 국민들에게 뉴스와 정보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방송 목적이다. 특히 RFA 한국어 방송은 북한을 대상으로 7개의 단파주파수(5895KHz, 7210KHz, 7455KHz, 7460KHz, 7465KHz, 9385KHz, 9975KHz, 12075KHz)를 통해 송출되며 하루 5시간 방송(0시-4시/아침 6-7시)을 하고 있다. 중국국제방송은 중국의 유일한 국가 대외방송으로서 세계에 중국을 소개하고 친선을 도모하는 것이 방송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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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50년에 개시된 중국국제방송 조선어방송은 현재 동아시아지역을 향해 매일 6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일본의 시오가제방송은 북한주민을 상대로 일본인 납치자들과 관련된 단파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대북 방송 매체의 북한지역 방송 수신 현황을 조사한 이주철(2007)은 KBS 한민족 방송과 극동방송의 경우 북 ․ 중 국경 전 지역에서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북한주민의 대북방송 청취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41-42쪽). 그러나 민간대북 방송 매체인 자유북한방송과 열린북한방송 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연선 지역 외에 북한내부지역에 대한 수신 상태는 KBS와 극동방송, 그리고 RFA(자유아시아방송) 전파가 잘 잡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북한의 방해전파로 기타 외부방송의 수신이 그렇게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주철, 2007, 44-49쪽). 북한주민의 외부 대북 방송 매체 수신실태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조사에서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대북 방송 매체를 수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열린북한방송, 2004; 한국기독교총연합회, 2006; 한국정보문화진흥원, 2005; 한국언론재단, 2004).

대북 매체 라디오는 저도 많이 들었어요. 저는 주로 한국의 사회교육방송을 들었어요. 그게 제일 듣기 좋았거든요. 파장도 좋고.. 근데 다른 지역에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잘 나온다던데, 저희 쪽에선 방송이 안 나왔어요.. 지역별로 다 달라요.. 극동방송도 그렇고, 미국의 서울방송도 그렇구요(사례자 I)

KBS, RFA, VOA, 기독교 방송도 들었다. 자유북한방송도 들은 것 같다. 정기적으로 RFA를 듣는다. 장거리를 나갔다 들어오면 늦게 집에 오는데 그때 라디오를 켜면 이따금씩 RFA가 나왔다(김익환, 2010, 18쪽, 탈북자인터뷰사례中)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소리방송, 중국조선족방송, 일본 시오카제방송, 한국

KBS,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희망의소리, 극동방송, 자유의소리 등을 들은것 같습니다. 무슨 방송인지는 모르겠는데 남조선 말로 나와서 남조선방송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지는 잘 몰랐습니다(김익환, 2010, 18쪽, 탈북자인터뷰사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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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당국의 외부 대북 방송 매체의 유입과 확산에 대한 대응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경우 남한과 북한의 송출방식이 달라서25) 라디오와 같이 납땜을 할 필요가 없으나 북 ․ 중 국경 지역에서는 북한과 동일한 PAL 송출 방식인 중국 TV방송을 차단하기 위해 보안소에서 TV 채널을 조선중앙TV에 맞추고 납땜(봉인)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차단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09-110쪽). 또한 텔레비전을 구입하면 반드시 관할지역 보안소에 가서 등록과정을 거치도록 하는데 검열 시 등록증이 없으면 회수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러한 검열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다양한 방법으로 남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예컨대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봉인한 것은 리모컨을 구입해 이용하거나 아예 소형텔레비전을 하나 더 구입해 보안소에 신고하지 않고 숨겨두고 보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텔레비를 사 가져가면 텔레비 방송을 조선중앙TV방송 하나로 고정시켜 놓기 위해 전기 기술자가 온다. 기술자가 텔레비 방송을 고정시키고 가면 다시 풀어서 남한 방송이나 알판, 디비디(DVD)를 본다고 한다. 많은 주민들은 북조선 텔레비는 재미가 없고 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사례자 C)

중국을 통해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라디오든 텔레비전이든 튜닝장치가 점점 아날로그에서 전자가 됐어요. 그전처럼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꾹 누르면 저절로 올라가고 내려가요. 요즈음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리모콘으로 해요.. 이런 것들을 검열해서 파괴시키고 조선중앙방송만 듣게 한다는 게 어려운 거예요. 기술이 안돼요. 북한당국이 이들 매체를 기술적으로 검열 ․ 통제하는 방식이 전기선이 들어가는 창고에다가 가림 창을 하나, 봉인 딱 찍어 붙여 주는데, 이것은 금방 곧 풀고, 뜯어내면 되거든요(사례자 F)

25) 아날로그 텔레비전에서 사용되는 인코딩 방식으로 PAL과 NTSC 방식이 있는데 남한은 NTSC 방식을, 북한은 PAL 방식을 각각 사용하고 있다. PAL은 주로 625라인/50Hz로 주로 유럽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식이고, NTSC 방식은 525라인/60Hz로 주로 한국과 일본, 북중미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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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이 사용하는 라디오 역시 외부 방송을 청취하지 못하도록 주파수를 조선중앙방송(평양방송)에 고정시켜 납땜(봉인)하는 방식으로 수신을 차단한다. 특히 외국 여행 후 휴대한 라디오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라디오를 신고한 후 다이얼을 땜질 한 후 돌려받는다. 이후에도 매분기마다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다이얼 고정 상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납땜(봉인)을 뜯고 외부 방송을 듣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만약 납땜을 풀고 남한방송이나 외부 방송을 듣다가 북한 당국에 걸리면 라디오를 회수당하고 로동단련대에서 1-3개월 정도의 강제노동에 처해진다. 그러나 최근엔 북한 당국의 검열에 적발되더라도 단순 경고나 뇌물로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녹음기에 라디오가 달려 있는데, 북한은 그걸 다 차단시켜 버려요. 아예 회로를 뜯어내거든요. 그리고 그걸 차단시켰다는 검사필증이라는 것을 붙여줘요. 간혹 친한 친구들은 어제 검열을 마치느라 라디오를 다 뜯어버렸는데 이쫌 고쳐달라고 해 보면 뭐냐 가벼운 축전기로 들어가는 선을 잘라버렸어요. 그런데 그걸 다시 연결하면 되는데, 잘라낸 데서 선을 따로 뽑아 그걸 라디오 이어폰 구멍에 새 못 같은걸 박아 연결시키면 되거든요. 그래서 밤에 몰래 듣는 거예요(사례자 I)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라디오를 듣다가 잡히면 정치범으로 정치범수용소로 갔거든요. 그러다 90년대 중후반 들어서면서 라디오 수신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약화되다가 2000년대 들어와서는 외부 방송 청취를 하다가 들켜도 그냥 비판서를 쓰거나 돈을 주고 나온다(사례자 J)

북한 당국은 대북 커뮤니케이션 매체 채널이 주민들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잦은 검열을 하고 있지만, 검열시에는 대부분 인민반장이 이를 미리 알려주어 단속에 대처하도록 한다. 또한 적발 시에도 어느 정도는 뇌물을 통해 무마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의 효과가 그리 크지 못하다(이교덕 외, 2009, 116쪽). 북한 당국의 강압과 통제로 외부정보의 유입과 확산에 한계가 컸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하지만, 오히려 당국의 통제로 인해 호기심을 촉발하고 희소 정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점 등이 외부 정보 매체가 확산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북한 당국의 통제로 외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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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되는 정보만 받아온 주민들로서는 비공식 외부 매체를 통해 외부 세계를 보게 됐다. 주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외부 정보를 자기만 알고 있다는 정보독점에 대한 우월의식은 정보 확산을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겠다.

2)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

엄격한 검열과 통제가 일반화된 북한사회에서 다양한 외부정보가 유입되고 유통될 수 있는 인적 기반은 인접 중국과의 인적 왕래와 북한 내부의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이다. 다시 말해 조선족 상인, 화교, 조교,26) 무역일꾼, 해외유학생 및 해외파견자들의 북한 귀환, 중국친척 방문자, 탈북자 등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주민들은 다양한 외부정보를 접하고 있다. 북한사회 내 외부정보유입의 주요한 통로로서 북중간의 휴먼네트워크 형성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영역의 교류 형태를 통해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양상을 제고해 볼 수 있겠다.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접촉채널로서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중국으로 출장나온 사람들과 여행하는 사람들 숫자가 적어도 1년에 몇 만은 될 거예요. 중국에 상주하는 사람들 중에 무역일꾼이나 기관원이나 유학생들도 천명은 넘을 것 같은데요. 또한 대사관, 영사관에 주재하는 주재원이나 기관원, 보위부 사람들도 꽤 되구요. 이런 사람들 가족들도 있잖아요. 밀무역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뭐 이런 저런 사람들해서 못해도 몇 만이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면서 외부정보를 북한내부로 확산시키는 통로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사례자 K)

정부관료와 당간부, 군인 등은 ‘조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등에 따라 역사적으로 양국 간에 형성된 정부, 당, 군대의 인맥을 바탕으로 활발한 인적 교류를 하고 있다(김병로 외, 2008, 149-150쪽). 경제부문에서는 투자

26) 북한에서 중국으로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조교다. 조선국적을 소유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조교라 부르는데, 대략 3천 명 정도 된다. 조교들은 주로 북한에 친척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들의 북한의 대중국 무역과 상업을 이끌고 있다(김병로 외, 2008, 152-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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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무역 증진을 위한 의견교환과 협력을 위해 양국의 경제관료들이 상호방문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경제기술 분야의 협력 필요성이 크게 늘어나 이 분야의 협력을 위해 대표단과 실무진의 인력 교류뿐만 아니라 양국의 전문가들과 기술 인력도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교류도 양국의 예술계 인사들과 예술인들이 상호방문 교류를 하고 있다(김병로 외, 2008, 151쪽). 북중간의 유학생교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매년 양국의 정부 장학생들을 교환하고 있다. 중국에 유학하고 있는 북한학생들은 매년 350명 정도로 대부분 이공계, 농대,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877명의 북한학생이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고, 중국에서 유학한 북한 유학생의 연인원이 3,500여명에 달한다(김병로 외, 2008, 151-152쪽). 북한 당국을 대표해 공무를 띠며 진행되는 양국간의 관료, 당료, 군인, 예술인, 유학생 등의 인적교류는 양적 규모 이상으로 양국의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중요한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행위자들이다.

북조선 당간부, 군 고위층, 외벌이 무역일꾼들은 외부에서의 경험과 정보를 통해 북한 정권의 실상과 외부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고, 일반주민들도 이제 더 이상 거짓 선전에 놀아나지 않는다(사례자 D)

시도 당 간부나 관리직들은 우리 같은 사업하는 사람들한테 선물을 쿠쿠밥솥으로 사다 주십시오. 부탁을 하죠. 그런 것을 본다면 고위층이면 고위층일수록 더 맣이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깐 한국 물건을 더 찾죠.. 지금 말씀드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국가나 당에 대한 충성이 때가 되면 더 확 바뀔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국가의 녹을 먹고 있지만 이 체제는 오래갈 수 없는 체제라고 자기 스스로들 생각하니까요(사례자 A)

북한과 중국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는 무역일꾼들과 방문자(친척 및 공무, 유학 등)들에 의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 알판, DVD를 가져가 중간 판매자에게 팔면 중간 관리자는 다량 복사하여 비밀리에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사례자 C)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행위자들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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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계층의 북한주민들은 북한을 대표하여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공무, 경제, 문화예술, 교육 교류사업 등의 이유로 중국 등 해외 여러 나라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면서 다양한 외부 문화와 정보를 경험하고 돌아온다. 물론 이들이 북한사회에서 성분 분류상 핵심계층(북한주민의 상위 20%내외)에 속할 가능성이 높고, 당과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사상검열에도 이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경험한 외부세계의 다양한 문화경험은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고, 북한체제에 대한 기존 사고의 변화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할 수 있겠다. 외부세계에 경험이 있는 이들 계층은 귀환 후 북한 내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친구나 동료에게 그들의 경험과 정보를 유통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해외 유학 갔다 오는 친구들이 숨겨서 이것저것을 가지고 온다. 그 가운데

90년대 러시아 고르바초프가 추진했던 개혁개방에 관한 논문을 가져와서 번역해 보았다. 이러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신뢰할만한 사람이 가지고 오면 외부정보에 대해 신뢰를 한다. 왜냐하면 신뢰 가는 사람들끼리의 소통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사례자 G)

외국에 드나드는 사람은 대부분이 행정간부들이에요. 이들 행정간부들은 뭐 도인민위원회와 무역가, 혹은 수출동원사업소에 소속되어 중국을 드나드는데 이때 보고들은 외부정보에 대해 북한으로 돌아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얘기를 합니다(사례자 I)

상업적 목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왕래하는 인원은 공무를 띠고 왕래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으며 활동도 활발하다. 중국으로 진출한 북한의 기업체는 전체적으로 약 3천개 정도로 추산되고, 1개 회사에 3~4명의 직원에 가족 1~2명까지 포함하면 북한주재원이 중국에 대략 3만 명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김병로 외, 2008, 152쪽). 북한의 대중국 무역과 상업은 거의 조교가 담당하고,27) 중국의 대북한 무역과 상업은 대부분 화교와 조선족 상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북한 내부로의 다양한

27) 조교는 조선국적을 소유하고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이들 대부분은 주로 북한에 친척을 두고 있다(김병로 외,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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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외부정보 유입 채널로 조선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 동북지방의 200만 조선족 가운데 연변조선족자치주에는 86만 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이 가운데 90%인 70만 명 정도가 북한에 친척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조선족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 북중간 친인척 방문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북한주민은 체류기간 재정을 보증할 중국 조선족 친척의 초청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북한주민은 2년에 1회 2개월 정도 중국 조선족 친척을 방문할 수 있는 반면에 중국의 조선족은 북한의 친척방문을 1년에 1회 1달간 머물 수 있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어 있는 북한사회에서 북한주민이 외부소식을 듣는 유력한 채널이 바로 중국 동북지역의 조선족 사회이다. 북중 인적 왕래 인원을 연간 200만 명으로 추정하는데 이 가운데 친척방문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조선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북한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엄청난 물품의 양과 외부정보는 북한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병로 외, 2008, 156쪽). 중국 조선족 친척방문자는 친척집에만 머무를 수 있는데, 방문기간 동안 친척들과 비교적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상당한 의식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조선족 사회는 북한과의 관계가 돈독하며 북한경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족들의 보따리 장사와 밀무역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친족을 방문하여 머무르는 동안 북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국경지역에 있는 많은 선교사들에 의해 성경소책자, 소형라디오, MP3, USB, 생필품 등을 지원받아 북한으로 돌아간다(사례자 E)

컴퓨터라든지 DVD플레이어, CD영상플레이어 이런 것들이 현재 북한에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중국 조선족들은 초창기에 이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의도적으로 싸게 들여보냈습니다. 나중에 알CD나 알DVD를 팔아먹기 위해서 그렇게 한거죠(사례자 F)

북중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또 다른 행위자로서 북한 화교는 중국 단동지역을 중심으로 북중간 상품무역과 외부정보 유통을 이끌고 있다. 북한 화교들은 90년대 이전까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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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난을 계기로 다양한 생필품을 중국에서 대규모로 가져와 북한 시장에 내다 팔면서 큰돈을 벌었다(김병로 외, 2008, 158쪽). 북한 화교들은 자유로운 중국 왕래와 유창한 중국말, 그리고 중국내 인맥(친척 등) 등으로 인해 북한 내 다양한 상품과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주요 채널이다. 북한사회 내 화교의 위상은 이전에는 중학교 과정까지만 허용하던 화교 자녀의 진학을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서 태어난 조선 화교들이 중국 국경지역에 8,000-10,000명 정도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이 조선에 들어갈 때 대량으로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 한국물건, 중국에서 발행하는 한국 소식지 또는 광고전단 등을 가지고 들어간다(사례자 E).

탈북자 역시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한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중요한 행위자이다. 9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경제난과 심각한 식량난은 생계형 탈북자를 양산했고, 이후 점차 돈을 벌기 위해 탈북한 북한주민이 나타나다가 최근에는 다양한 외부정보접촉에 의한 체제이탈형 탈북자가 생겨났다. 탈북 초기에는 경제난과 식량난, 북한 당국의 처벌위험과 같은 배출요인에 의해 탈북자가 발생했다면, 근래에 이를수록 정보접촉으로 인한 체제비교의식, 탈북자 지원단체의 도움, 중국에서의 돈벌이, 한국정부의 지원정책, 탈북가족의 도움 등 흡인요인에 의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김병로 외, 2008, 159쪽). 탈북자 규모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북한의 식량난이 가장 심각했을 당시 약 3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국경을 탈출했고, 2007년 10월에는 약 10만 명의 탈북자가 중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으로 입국한 2만 명이 훨씬 넘는 탈북자(2011년 8월말 기준)를 포함하여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다. 국내외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직 ․ 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함으로써 상당한 수의 북한주민들이 중국과 남한 및 외부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고 볼 수 있겠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전후로 해가지고 그때부터 탈북민들이 서서히 많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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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잖아요. 무엇보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중국을 갔다가 허! 이것 봐라 여기에 보니깐 먹고 살거리도 많고, 그냥 갔다가 일거리도 많고 돈을 벌어 보니깐 이제 평생 벌 것을 몇 달 내지 1년 내에 벌기도 하고, 그래서 그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그러다 보니깐 외부세계에 대해 접촉하고, 이 정보를 갖다가 고향의 친인척들이나 가족들에게 전하기도 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족을 데려오기도 하고 뭐 이런 것이 굉장히 많았죠(사례자 A)

90년대 이후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내 지역은 물론 국경을 넘는 일이 잦아지면서 탈북자가 급속히 늘어났고, 이들을 통한 정보의 전달 및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하나의 완전한 정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시스템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특히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북한정보를 외부로 나르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었으며 이들 뒤에는 중국(화교도 포함) 장사꾼들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사례자 G)

북한 내부의 비공식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는 북한 당국이 반입을 금지한 물품이나 외부정보콘텐츠 유통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0).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근간한 국가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됨으로써 더 이상 국가가 인민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주민들은 중국에 있는 친지방문이나 밀거래를 위해 국경을 넘는 일이 잦아졌고,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북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시장을 통해 식량과 교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고 나와 거래를 했다.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가 이완되면서 이러한 자생적 시장은 지역적으로 점차 확대되었고, 식량 이외에 생필품을 비롯한 거래 품목 역시 다양화 되었다. 주목할 점은 중국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과 자생적으로 나타난 시장을 통해 외부정보와 문화가 유입 ․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자생적 시장의 확대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과 함께 정보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갖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밀무역 상품과 외부정보콘텐츠 유통은 은밀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1, 44-53쪽). 합법적인 물품은 공식 채널을 통해서 북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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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판매되지만, 북한 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당수의 물품과 외부정보콘텐츠 등은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통해 수요가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즉 북한으로 유입이 허락되지 않는 외부정보콘텐츠의 유입은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7> 밀무역 상품 및 정보콘텐츠의 북한 내 유입 및 확산 네트워크

- 출처: 강동완 ․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54쪽 재구성.

위의 <그림 7>에 보듯이 북한 외부에서 북한 내부로 외부정보콘텐츠를 들여오는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중요 행위자로 도매상 성격을 띠는 중국대방(조선족 상인, 북한 화교, 한족 등)과 북한 내부로의 유통에서 1차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밀수꾼(중국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이다. 이 과정에서 뇌물(뒷돈)을 받고 외부정보콘텐츠가 안전하게 북한 내부로 들어오게 봐주는 카바꾼, 적위대, 순찰대 등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28) 북한 내부의 최종목적지까지

28) 카바꾼은 북중 국경연선을 지키는 국경경비대를 일컫고, 그 중 계급이 높은 사람을 뇌물로 매수해 밀수시간을 조정하여 물품이나 외부정보콘텐츠를 무사히 북한 내부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중국 접경을 벗어나 물건이 밀수꾼의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북중국경 북한내지

앞선 뒷선

국경밀수꾼

중국대방-도매상

카바꾼(국경

경비대: 밀수시간조정)

적위대-치안대-자치대

순찰대-시보안소운영

밀수꾼의집

보 위 부간부아내

타 지역간부아내타 지역친 척

물건요청

뇌물

구입지시

뇌물

물건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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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도착하면 2차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중심 행위자인 당간부 부인 또는 시장 매대 상인(도소매상) 등이 다시 연고가 있는 타지역 간부의 아내나 친척 혹은 시장 등 연계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최종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사람들에게 약초 장사도 하고, 딸보(금, 은, 동)을 밀수 했다. 약초가 매일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없으면 다른 것을 밀수해서 돈을 벌었다. CDR(녹화기)은 시기와 상관없고 무엇보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품목이었다. CDR이 장사가 되면 중국에 전화를 해서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100개~200개 정도 가져야만 수지가 맞았다(강동완 ․ 박정란, 2011, 48쪽, 인터뷰면담자中)

중국에서는 몇 집만 대방 역할을 하는데, 북한은 수많은 집이 밀수를 하기 때문에 서로 무엇을 밀수했는지 다 알고 있다. 북한 경비대 군인들은 한 개 소대가 30명인데 이 중에서 제일 높은 사람을 카바꾼으로 낄려고 한다... 만약 같은 중국 대방과 분대장을 끼고 일을 하면 동일한 시간에 물건이 국경을 넘는다. 카바꾼이 시간을 조정하고 결정해 주기 때문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1, 51쪽, 인터뷰면담자中)

도 보위부 간부 아내가 영화나 드라마 제목을 나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가져오라고 시킨다...도 보위부 간부는 그 물건을 가지고 함경북도나 평양에 있는 간부 아내들에게 다시 판매를 한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다 선이 닿아 있다. 절대 같은 지역에서는 안 팔고 다른 도, 특히 평양에 많이 판매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53쪽, 인터뷰면담자中)

확보된 외부정보콘텐츠들은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 ․ 확산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62-73쪽).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대여를 받아 입수한 외부정보콘텐츠는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보는 경우 더 이상 외부 정보가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확보된 외부정보콘텐츠를 가까운 친척이나 아주 친한 친구 ․ 동료들과 서로 돌려 보거나

수 있도록 뒤를 봐주는 역할을 적위대와 순찰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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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시청하는 경우에는 외부 정보가 단절되지 않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주변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외부정보콘텐츠 이용을 권유해 다수의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명절에 서로 음식을 나누는 돈독한 관계인 인민반원 몇 집이 서로 외부정보콘텐츠를 돌려보거나, 분조장이 분조원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외부정보콘텐츠를 보여주는 경우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1, 72쪽). 한편 주변의 이웃이나 친구들이 서로 돈을 모아 외부정보콘텐츠를 대여해 함께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2.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유통1) 북한 내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소비

9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북한체제 유지의 근간인 계획경제와 중앙배급제를 무너뜨림으로써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존과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고, 직장과 학교를 이탈하는 등 체제유지를 위한 사회통제에 상당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계획경제와 중앙배급제에 의한 사회체제유지의 핵심 기제로서 북한 주민의 공식 부문인 직장과 학교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정치사상이념무장과 관련된 정치조직활동이 무너지면서 북한 당국의 통제 이완과 북한 주민의 사회적 일탈 증가로 인해 북한 전 지역으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정보콘텐츠가 대량으로 유입 ․ 확산되었다.

북한과 중국 국경연선지역은 중국과의 왕래가 수월하다는 점에서 외부정보콘텐츠 유입의 첫 번째 관문이었고,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등 국경연선지역을 포함한 일부 내륙지역은 일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시청취가 가능했다. 특히 남한과 인접한 38선 이북지역인 개성, 해주, 평양, 사리원, 강원도 고성 등의 지역은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1, 38-39쪽). 평양지역은 남한 TV 방송 시청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많았는데 외장 하드나 USB에 외부정보콘텐츠를 담아 시 ․ 청취했다고 한다(이주철, 2008).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가 이완된 상황에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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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친지방문이나 장사를 목적으로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외부정보콘텐츠가 확산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외부정보콘텐츠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혜산, 나진, 회령, 무산 등의 국경 도시를 통해 북한 당국이 인정하는 상인(외화벌이 일꾼) 또는 밀무역자 등을 통해 평양, 순천, 김책, 함흥, 원산, 신포, 청진 등 북한 전역으로 유통 ․ 확산되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43쪽). 반대로 물품과 외부정보콘텐츠를 구입하기 위해 북한 내륙 지역에서 혜산 등 국경 도시로 오는 경우가 있었다.

다수의 중국 조선족 상인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 까지 거의 15년 이상 상업적 목적으로 엄청난 양의 VCR, CD, DVD, USB, TAPE 등을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북한으로 밀매해 왔다. 특히 2003년 중국 동북지방에서 DVD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조선족, 북한 화교, 한족, 북한 외화벌이 상인들이 중국제 중고 컴퓨터와 녹화기(VCR/CD/DVD 플레이어)를 대거 수거해 북한 주민에 저렴하게 팔면서 전 지역에 보급되었다. 2005년 평안북도 국경지역에 VCR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를 보유한 가구가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엔케이, 2005).2011년 함경북도 청진 출신 탈북자에 의하면 DVD 플레이어는 TV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고, 지금의 거의 모든 주민들이 외부정보콘텐츠를 보고 있다고 했다(2011년 3월 인터뷰). 외부정보콘텐츠 이용이 더 확산된 이유는 중국의 대량생산체제가 북한의 수요에 맞게 DVD 플레이어를 생산해 상인이나 밀수꾼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시켰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족이 밥 먹고 살기 위해서 북한의 수요를 측정한 거죠. 중국을 방문한 북한사람들이 북한에서는 영화도 못 보다가 중국에 와 TV에 동동 매달려 있고, 너무 재미있어 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북한에 이거 뭐 영화 CD나 DVD 좀 팔면 돈 좀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거죠(사례자 F)

컴퓨터를 엄청 선호한다. 왜냐하면 USB, VCR, CD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컴퓨터만 아니면 북한에서도 컴퓨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돈으로 6~70만원짜리를 북한 가서 팔면 2배 이상 돈을 남긴다고 한다(사례자 G)

북한의 외부정보 유입에 커지게 된 이유는 중국의 대량시스템이 큰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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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죠. 2000년대 중후반 들어서면서 중국의 지금 단둥하고 연경 쪽에는 북한 시장만 겨냥한 DVD플레이어 생산회사가 별도로 생겼잖아요. 그런 시스템들이 북한에 DVD플레이어와 그 담에 이제 좀 뭐 요즘에 EVD(CD비디오코텍방식)라고 그래갔고 뭐 그런 걸 들여보내고, 요즘은 USB나 MP3도 많이 들어가고요(사례자 J)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인 외부정보콘텐츠의 또 다른 유형으로 MP3는 주요 구매자가 북한 대학생이고 때로는 고등중학생과 3~40대도 성인도 구매한다고 했다. 정보 저장방식은 주로 컴퓨터로 복사하고, MP3에 기록되는 음악 등의 정보는 CD에 복사해서 유통시키고 있다. 대체로 사진관과 대학가 등의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사진관은 디지털 카메라를 취급하기 때문에 정보 저장과 유통 센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USB 역시 정부 통제품목이라 공식적으로는 판매가 될 때 정보가 저장되지 않은 상태로 판다. 북한주민 전체가 USB를 구매하는데, 대부분 영화를 저장하여 시청하는데 사용된다. 학생들은 공부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북한에 유입된 외부정보콘텐츠는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유행하던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다큐 및 교양시사물, 가요음반 및 뮤직비디오, 만화 및 애니메이션, 게임 및 각종 학습프로그램, 전자도서(E-book) 등으로 다양했다(김흥광, 2011, 35쪽). 2010년 4월 NK지식인연대 대북정보센터는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불법체류하고 있거나 친척방문 등 개인적으로 여행 온 북한주민, 그리고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300명을 대상으로 북한 내 외부정보콘텐츠 이용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북한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외부정보콘텐츠 종류가 6가지로 나타났다(김흥광, 2011, 36쪽). 북한에 유입된 외부정보콘텐츠 가운데 가장 높은 이용률(40%)을 보이는 것은 영화 및 드라마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다큐 및 교양시사물과 음반 및 뮤직비디오는 각각 20%의 이용률을 보여 주었고, 전자도서(E-book)도 10%의 이용률을 나타냈다.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 게임 및 각종 학습프로그램 이용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북한에 유입된 종류별 외부정보콘텐츠의 개별 세부 이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 E-book의 경우 ‘세계문학작품선’과 ‘카네기전서’ 등의 수백가지 개별 콘텐츠를 이용했고, 디지털매거진의 경우 NKIS가 제작한 ‘지구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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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다수 작품을 시청했고, 뮤지컬 ‘요덕스토리’ 공연실황녹화물의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흥광, 2011, 37쪽). 영화는 ‘장군의 아들’, ‘투캅스’, ‘공동경비구역JSA', '조폭마누라’, ‘말죽거리잔혹사’, ‘목포는 항구다’, ‘람보’와 ‘007 시리즈’ 등 한국영화부터 외국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최신식 베스트 작품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드라마는 ‘제5공화국’, ‘영웅시대’, ‘가을동화’,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겨울연가’, ‘올인’ 등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김흥광, 2011, 37쪽; 이주철, 2007, 77쪽). 다큐는 ‘천의 계단을 넘다’와 ‘21세기 병기’ 등의 작품을 시청한 것으로, 애니메이션은 ‘한국의 베스트 애니메이션’ 작품을 시청한 것으로, 게임은 ‘삼국지’ 무료판을 비롯한 다수의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e-러닝 교재는 수학, 영어, 물리 등 각 과목 교육용 교재를 이용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비정칙적인 드라마나 영화같은 경우는 서로 바꿔보는 게 많아요. 내가 이게 있다 넌 뭐 있냐. 그렇게 해서 서로 교류가 일어나고 요즘 대학생이나 젊은 애들은 VCD보다 MP4플레이어 그 다음에 USB, 동영상 파일을 가지고 컴퓨터로 보니깐 그런 걸 서로 바꿔보고, 그래서 이제 상대방이 내가 안 가진 뭔가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교환이 가능하고요...그래서 그런 걸 통해서 서로 교류가 일어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친구들이 같이 모여 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외부의 미디어가 북한 사람 사이의 사회문화적 교류, 일종의 끼리끼리 모여서 보니깐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매개가 되는 것 같아요(사례자 K)

오늘날 북한에서는 당국의 단속위험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이나 노인층, 일반서민층이나 고위간부층을 가리지 않고 외부 정보 매체나 콘텐츠를 통해 정보욕구를 충족하는 경향이 확산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북한 내부에 외부정보콘텐츠 유통과 확산을 위한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조직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평양과 황해도, 동해안의 함흥, 강원도 고성, 청진 일부 지역에서 남한의 TV공중파 방송이 수신되면서 일부 북한주민들이 은밀히 남한TV방송을 직접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북한 내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이 과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리던 것이 최근에는 위성TV를 통해 방영되는 남한의 TV드라마가 중국 연변이나 북한 해주 등지에서 복사돼 바로 방영 다음날이면 북한 장마당에서 팔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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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큼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오양열, 2011). 반면에 미국의 인터미디어사가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중국내 탈북자 250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외부정보의 북한 내 확산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한 달 이내로 나타났다.

2)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응

어려운 경제난으로 북한당국은 북한식 계획경제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유지의 또 다른 한 축으로 북한주민의 강력한 사상이념무장을 위해 모든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동원해 선전선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국가와 당이 더 이상 주민의 생존을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 스스로가 살길을 찾아 국경을 탈출하고 사회적 일탈을 도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당국의 사회통제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고, 그 균열의 틈 사이로 다양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외부정보콘텐츠가 유입되어 확산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와 함께 사회체제 변화에도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부정보접촉경험이 있는 북한주민은 공식적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중국이 잘살고, 특히 남한은 중국보다 더 잘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사례자 B)

남한 등 외부 드라마, 영화, 오락 등을 담은 알씨디나 라디오, MP3 등은 당간부나 지도자급 또는 일반 인민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며, 북한 체제에 대한 비관과 원망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TV, 신문, 당선전물 등의 정보에 대해 외부정보접촉경험이 있는 북한주민 상당수가 신뢰하지 않는다. 또한 북조선 텔레비전은 재미없고 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사례자 C)

다양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외부정보접촉은 북조선 당 간부, 군 고위층, 외벌이 무역일꾼 등이 북한사회의 실체적 진실을 알게 하고, 일반 북한주민들도 이제 더 이상 거짓 선전에 놀아나지 않는다...비공식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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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에 의한 북한 내 외부문화의 전파는 이미 북한사회에 마약처럼 번져가고 있다. 한번 한국 문화의 덫에 걸리면 무섭게 이웃으로 퍼져 지금까지 밀폐된 억압에서 자유의 갈망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사례자 D)

북중 국경연선지역을 중심으로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외부정보콘텐츠를 담은 TAPE, CD, DVD, USB, MP3 비롯해 북한 여러 지역에서 대북 방송 매체를 시 ․ 청취함으로써 외부 정보가 빠르게 북한 전역의 다양한 계층에게 유통 ․ 확산되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북한사회에 불고 있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강력히 대응하기위해 사상통제와 물리적 통제를 강화하기에 이른다(박희진, 2009, 267쪽). 먼저 북한당국은 외부미디어의 전파를 막기 위해 사상교양을 강화했다. 북한 매체와 강연회 강습 등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의 해독성, 표현형태, 극복방도 등을 공세적으로 선전했다. 최근에도 로동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의 <사상의 자유> 타령의 기만성(2011. 5. 3)’, ‘악랄하게 감행되는 반공화국 심리모략전(2011. 6. 17)’, ‘사회와 인간을 파멸에로 몰아가는 서방식<문명>(2011. 6. 19) 등의 글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서방식 자유와 문호에 물들지 말 것을 강력이 요구하였다. 북한당국은 이러한 자본주의 부르조아 사상문화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와 예속, 침략과 약탈을 손쉽게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은 5호담당제, 생활총화, 군부대, 보위부 등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사상이념무장과 함께 외부정보와 문화유입에 대해 감시와 통제를 하고 있다(사례자 B)

강연회도 있고 사회질서 차원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을 통해 비판과 통보를 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회에 어떤 범죄가 있다. 그런 걸 폭로하고, 현 국제정세나 국내정세에 대하여, 현재의 조선정세에 대하여 강연들이 있거든요. 그게 주로 선전과 소통의 장이 됐어요(사례자 I)

예전에는 감시팀이 북한주민 15~20명에 한 팀이었는데, 3~4명에 한 팀으로 움직이고 성과에 따라서 현금을 준다. 예전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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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유입 정보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통제가 생겼다는 것은 북한도 외부정보와 문화유입에 따른 사회체제에 대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사례자 G)

한편 북한의 외부정보통제는 당, 국가보위부, 인민보안부, 인민무력부, 체신부의 협력으로 진행되었다. 2004년 북한 당국은 인민위원회, 당 일꾼, 보위부, 보안서 보안원 뿐만 아니라 IT기술자 등이 함께하는 ‘109상무단속조’와 ‘130상무단속조’를 조직하여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불법적인 라디오, 소형 녹음기, 불법 CD와 테이프, 중국 및 남한방송을 시청하는 TV를 압수하는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최근엔 중앙당, 군당 및 시당이 주도하고 인민보안부 주관 하에 검열 전담조직인 ‘비사회주의 그룹빠’가29) 조직돼 외부정보콘텐츠 유통 등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단속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비사회주의 행위는 서구식 복장 흉내 및 말투 따라 하기, 남한 등 외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 및 가요 부르기 등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해당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도박, 사기, 매춘, 마약을 비롯해 관상, 사주 등 미신행위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비사회주의 행위가 발각될 경우 인민보안부가 조사하여 적당한 수위에서 처벌하되 ‘죄질’과 범죄자의 ‘성분’에 따라, 그리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케이스별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오양열, 2011, 19쪽).

2005년도부터 한국 영화들이 중국을 통해 많이 들어갔어요. CD나 이런 복사판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구요. 이건 다 밀수로 들어갔어요. 그런 게 알려지면서 북한은 2007년도에 법을 개정했죠...한국 물건을 가지면 다 간첩으로 간주해 교화소나 수용소로 보내졌고, 또 공개처형도 실시했죠(사례자 A)

29) 비사회주의그루빠(Group)는 일명 ‘비사그루빠’라는 약칭으로 사용된다. 비사회주의적인 행위를 단속하고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 이들 주요 업무다. 당 기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행정, 근로단체 일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택 수색과 TV, 녹화기, 녹화테이프와 CD, DVD를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몰수 권한’을 갖고 있다. 비사그루빠는 몇 십 명씩에서 많게는 100명씩 몰려다니며 불시에 가택을 수색하기도 한다. 특히 국경연선 지역 도시들을 상대로 야간순찰대를 조직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까지 몸수색과 가택수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중 검열은 중앙의 노동당 행정부 혹은 지방당 조직부에서 실시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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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한국드라마 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가장 최고의 악재로 보기 때문에 두 차례에 걸쳐(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당적인 조치를 취했어요. 단속통제는 주기적으로 북한에서 하는 것이고, 하지만 통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더 공포정치를 강하게 한다든지, 처벌수위를 높인다던지, 아니면 처벌수위가 높지 않아도 여러 가지 경영수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위축하게 할 뭔가 있다든지, 공개총살을 더 많이 한다든지(사례자 H)

북한사회라는 그게 인맥사회가 강해서 참 잡아넣기가 힘들어요. 그게 마약을 부리뽕한다면서 못 뽑잖아요. 북한주민은 다 인맥관계로 있는데다가 특이하게 연좌제를 적용하는 나라예요. 연자제가 오히려 처벌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다 가족이나 친척인데 만약 마약을 해 어떤 종신형이 됐다, 아니면 총살을 당하게 됐다. 그래보세요. 연줄연줄 연결된 가족들이 몽땅 일어나요. 그러니 잡아다 놓으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런거에요. 이런 것들이 북한사회를 유지하는 요인이가도 한데, 최근에 들어서 북한을 파괴하는 요소이기도 해요(사례자 I)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매체를 못 보게 적발하고, 그 북한 말로 ‘소조’라 그럽니다, ‘109소조’ 이런 게 그런 걸 감시하고 적발하는 별도 감시반을 구성해서, 특히 외국에서 들어오는 드라마나 USB, MP3, MP4...109하면 10월9일날 조직을 뽑았을겁니다. 그런게 전국적으로 다 있죠.그런데 보면 북한 당국이 처벌하는 방식은 모든 사람을 다 잡을 수 없으니깐 북한식 말로 ‘시범겜’이라 하지요. 시범케이스로 한사람에게 심하게 총살한다거나 수용소에 보낸다거나 그런 경우인데, 그런 경우도 대량 유포하는 사람들이 주로 걸립니다. 단순히 본 것으로 심한 처벌을 안받기 때문에, 그리고 북한 당국도 많은 사람을 다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밀려가는 것 같아요. 심지어 단속하는 보위부 사람들도 다 보기 때문에(사례자 K)

북한당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공세를 자유화 바람이나 황색 바람으로 규정하면서 체제 유지를 강화해 왔다. 2004년 4월 개정된 북한 형법 제6장 193조는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그 내용은 퇴폐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음악, 그림, 사진, 도서, 녹화물과 유연성 자기원판 CD-ROM 같은 기억매체를 허가 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어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한 죄’를 열거하고 있다. 또한 같은 장 제195조에는 ‘반국가 목적 없이 공화국을 반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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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체계적으로 들었거나 삐라, 사진, 녹화물, 인쇄 유인물을 수집 보관 유포한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했다(북한, 2009, 94쪽). 북한 당국의 적발에 따른 처벌 수위는 북한 내부 상황이나 검열단속원의 실적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가혹한 경우에는 2008년 7월 남한 드라마를 본 간부 두 명을 90여발의 총탄으로 공개처형한 사례이며, 2년에서 5년 사이의 교화형(교화소 수용) 처벌이나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노동형(로동단련대 수용) 처벌은 부지기수로 이루어지고 있다(오양열, 2011, 19-20쪽).

<장군의 아들>, <검은 장미> 등을 보다가 불시에 가택수색을 당했다. 녹화기와 수상기를 모두 회수당하고 남편이 즉시 잡혀갔다. 검찰소에 가서 취조를 3개월 받고, 이후 보위부로 넘어가 6개월간 취조를 받고 다시 관리소로 넘겨졌다. 그 후 종신형을 받고 정치범수용소로 옮겨져 3년 후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죄목은 비법선전물 배포 혐의였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16쪽, 인터뷰면담자中)

2008년도에 00수재학교 컴퓨터 교원이 돈을 받고 한국드라마와 중국음란물을 복사해 공개적으로 돌렸다. 일반 사람들 5~60명이 다 봤다. 북한 당국에 적발돼 고문을 당하고, 그 이후 총살됐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17쪽, 인터뷰면담자中)

북한당국의 검열조직에 의한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집중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인민반장이 사전에 이러한 검열계획을 알려 주기도 하고, 불시에 전기를 끊고 기기 속 알판을 점검하는 경우에도 이를 바로 꺼낼 수 있는 있는 특수 배터리를 사용하여 설령 이들 단속에 적발되었다 해도 뇌물을 바치면 무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통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 내부에 유포된 다양한 외부정보콘텐츠들에 북한 주민의 호기심과 외부세계로 향하는 북한주민들의 갈망과 욕구를 북한 당국의 검열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잠재울 수 없는 게 지금의 북한의 상황이다. 북한에서의 외부정보콘텐츠에 대한 열풍은 이미 그 경계선을 넘어서는 듯하다. 지역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외부정보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가 암묵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이들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지위고하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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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며, 무엇보다 당 ․ 군 ․ 정의 고위 간부층 상당수가 이러한 외부정보콘텐츠의 주요 수요층으로 주민이나 상인들로부터 압수한 정보콘텐츠를 소각하지 않고 직접 시청하거나 되팔기까지도 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73쪽). 더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자신이 영화애호가로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한 이영애의 팬으로 알려져 있고, 외국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은 말할 것도 없고, 차남 김정철 역시 영국의 뮤지션 에릭 클랩톤(Eric Clapton)과 미국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오양열, 2011, 20쪽).

3. 북한주민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㙊)으로서의 장마당1)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의 장(場)으로서 장마당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 시기와 특히, 2002년 <7 ․ 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에서는 급속하게 시장이 확산되어 왔다. 2007년 초 북한에는 300여개가 넘는 종합시장이 개설되었고, 평양에도 10개 정도가 상설 운영되고 있다(이주철, 2007, 72쪽). ‘전 인민의 상인계층화’라고 일컬어도 좋을 만큼 소수 상층 간부를 제외한 전체 북한주민과 중하층 간부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경제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 북한의 평양, 평성, 청진, 함흥, 원산, 신의주 같은 대도시의 시장에서는 공식적인 루트로 들어온 물품 이외에 비공식적 루트로 들어온 생필품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들이 암묵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북한의 도시가구 60~70%가 장사나 이와 관련된 수공업, 운수업 등으로 먹고 살고 있다(엔케이데일리, 2007). 한마디로 장마당이라는 시장경제가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라고 볼 수 있다.

2002년부터 김정일은 공식적으로 장마당을 허락을 했습니다. 장마당이 물건을 사고팔고 하라는 것이 아닌데, 서로 물물교환 식으로 시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건을 사다 팔기 시작하면서 장마당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장마당이 신의주, 평양 쪽 다 각 지역마다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거기서 중국물건, 한국물건이 다 팔리고 있으니깐, 이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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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한국 재래시장 같은 수준이 되어 버렸어요. 한국 상표는 다 떼고 중국 것처럼 팔죠. 일반적인 생필품위주로 판매되고, 특히 한국 상품을 가장 선호하죠(사례자 A)

남한에서 지원하는 물품 일부와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물품 일부가 장마당에서 유통되고 있고, 비공식적인 부분에서 정보가 흘러들어가고 있다(사례자 B)

장마당 같은 경우엔 엄청 많죠. 몇 천개 넘죠. 아무리 못해도 한 개 구당 대략 30개 넘지 않나. 구에는 30개가 넘지만 대도시에는 10여개 정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북한이 200개 구로 보거든요. 구당 10개만 해도 2000개 내지 3000개 정도 되지 않나(사례자 G)

시장으로 유입되는 다양한 품목들에는 CD/DVD 플레이어, 중국산 중고 TV와 컴퓨터, 노트북, 휴대용 라디오, 손전화기, 영상대화기(도어폰), MP3, TAPE, CD/DVD알 등 각종 외부정보콘텐츠를 담은 디지털 정보매체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이러한 외부정보콘텐츠들이 미국과 남한 발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북한사회에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집중적인 감시와 통제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이러한 강력한 단속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과 북한 주민의 정보욕구에 대한 필요와 갈망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마당을 자본주의 산물이라고 보안부에서 단속ㅎ라여 없애고 방해하려 하지만 오히려 그 규모가 늘어나거나 수입되는 물품의 량도 많이 늘어 났다. 판매 물품은 주로 중국에서 구입하여 건너간 중국제 물품 등이 많고, 상표가 제거되거나 또는 부착된 상태로 중국에서 구입한 한국 상품도 암암리에 판매도고 있다. 질 좋고 외관도 좋은 한국 상품을 더 선호하고 비싼 값에 거래해도 모자라는 실정이다. 보안부와 판매율에 대해 몇 대 몇으로 하여 암암리에 장마당 거래를 봐주고 뒷돈을 챙긴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사례자 C)

예전에 장마당이 없을 때는 진짜로 사회적 원자 상태죠. 장마당이 생기면서 원자들끼리 부딪히고, 모일 수 있어요. 모이는 것이 허용이 된다 이거죠.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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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본능대로 서로 액션(시장거래)을 하는 거죠(사례자 F)

장마당은 계속 확산되고, 장마당에서 벌어지는 소위 비사회주의적 현상은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거고(사례자 H)

북한당국의 철저하고 집중적인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외부정보콘텐츠에 대한 북한주민의 수요와 그에 대한 공급은 북한사회 내부에 점점 더 확산되는 다양한 계층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공고화 ․ 조직화되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7 ․ 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점진적 개혁개방으로 시장 사회주의 경제로의 이행단계로 넘어가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 개인은 생존차원의 최소수준에서부터 최대 이윤확보를 통한 부의 축적을 위해 시장(장마당) 참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허가한 공식적인 품목의 반입과 판매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어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이익의 환원은 특정계층 내지 국가로 귀속된다. 그러나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들여온 반입 품목은 시장에서 거래되어 남긴 상당한 이윤을 개인이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또한 수요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정보콘텐츠에 필요를 은밀하게 채워주는 것도 역시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사업하는 사람들한테 선물을 쿠쿠밥솥으로 사다 주십시오. 부탁을 하죠. 그런 것을 본다면 고위층이면 고위층일수록 더 많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으니깐 한국물건을 더 찾을 수 있죠(사례자 A)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일반제품은 90%가 중국산이나 고급제품(한국산 커피믹스, 담배, 의약품, 가전제품, 진로소주, 주방용품 등)이 판매되면서 한국정보가 유통되고 남북한 생활방식을 비교하며 한국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커피믹스 같은 경우는 보안원, (경찰)군대, 행정지도원들의 필수품이다. 안쪽 호주머니에 5~10개씩 넣어두었다가 간부들을 만날 때나 중요한 손님이 오면 접대하는 것이 상식화되어있다(사례자 E)

외부정보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품목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다시 시장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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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나가는 기본 구조를 갖추어 가고 있다. 반면에 비공식적으로는 개인에서 다수의 개인에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강동완과 박정란(2010)은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유통 구조 분석에서 북중 국경지역에서 유입된 남한 영상매체와 같은 외부정보콘텐츠가 지역간 유통 경로와 대인간 유통 경로를 통해 북한 내 시장과 개인에 전파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115-129쪽). 지역간 유통 및 확산 경로는 북한 당국의 통제가 이완되면서 친지방문이나 장사를 위한 목적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 지면서 남한 영상매체 등 외부정보콘텐츠가 확산되었다고 했다. 북한 전역에 개설된 종합시장에 팔 물건을 구하기 위해 메뚜기장사꾼(중간상인)은30) 중국과 북한의 유통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는 국경 무역도시 혜산시와 나진시로 들어와 국경밀수꾼이 들여온 수요품목을 가지고 각 지역으로 돌아가 되팔고 있다고 했다. 외부정보콘텐츠가 최종 소비자인 북한 주민에게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계층의 연줄을 통한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2쪽). 북한 내 외부정보콘텐츠의 대인간 유통 및 확산구조는 시장에서의 거래와 가족, 친지, 가까운 친구나 동료 등에 의한 돌려보기, 그리고 당 간부나 검열원이 압수한 콘텐츠들을 다시 시장을 통해서 판매하거나 가족과 지인들과 돌려보는 형태의 구조로 나타났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29쪽).

녹화기와 남한드라마 CD를 혜산이나 나진에 가서 구입해 다른 지역에 가서 이윤을 붙여 팔았다. 혜산 장마당의 경우 청진에서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혜산은 무역을 하면서 개방이 돼 상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42쪽, 인터뷰면담자中)

녹화기가 하루에 몇 백 개씩 나가는데 CDR을 덤으로 주기도 한다. 혜산에서 녹화기가 나가는데 원산이나 다른 곳에 가면 더 비싸다. 장사꾼이 와서 통째로 사 가는데 그때 CDR도 같이 나간다(강동완 ․ 박정란, 2011, 45쪽, 인터뷰면담자中)

30) 메뚜기 장사꾼들은 매대 없이 떠도는 열악한 상황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다. 이들은 북한 시장경제를 최하위에서 떠받치는 지역시장에서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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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딸의 신랑이 보안원이었다. 단속을 하면 그것을 가지고 와서 함께 보았다. 북한에서 CDR유통이 제일 잘되는 것은 보안원들이다... 믿을만한 친구면 집에 와서 같이 보자고 권유한다. 5명 정도 모여서 같이 보았다(강동완 ․ 박정란, 2011, 65쪽, 인터뷰면담자中)

한 인민반은 20가호인데 이 중에 6가호 정도 서로 명절에 정을 나눌 만큼 가깝게 지냈다. 이들과 함께 서로 모여서 남한 드라마를 보곤 했다. 또 남한 드라마나 영화 CDR를 구하면 서로 돌려보았다(강동완 ․ 박정란, 2011, 71쪽, 인터뷰면담자中)

북한의 경제난에 따른 중앙배급제 붕괴와 식량 위기 상황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당국의 이완-통제의 반복적 상황이 남한 영상매체를 비롯한 외부정보콘텐츠의 북한내부 지역으로의 유통 및 확산에 결정적인 동인이 되었다. 특히 장마당과 같은 종합시장을 통해 영화나 CD, 기타 각종 정보를 담은 CD나 DVD, USB가 북한 전역으로 유통되는 등 외부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북한 당국은 시장이 사회주의체제에 균열을 가져오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비합법적 불건전 상행위를 강제통제하기에 이르렀다(박희진, 2009, 267쪽). 그러나 이 같은 당국의 통제는 오히려 북한주민으로 하여금 외부정보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촉발하고, 희소 정보독점을 통한 이윤 극대화 등으로 외부정보콘텐츠가 더 확산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30쪽). 또한 시장을 통한 외부정보콘텐츠 유통과 확산 과정에서 북한 사회계층의 정치적 경직화가 균열을 보였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비공식적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정치적 계층으로서의 만남이 아닌 판매자와 수요자로서 만나는 ‘시장’이 계층 간 대면 접촉 필요성 및 실제 접촉을 확산시켰다는 점이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30쪽). 정치적 성분을 뛰어 넘는 관계망 재편은 외부정보콘텐츠 유입과 확산의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작용하여, 전 계층의 공유가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간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북한은 전국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시장이 다양한 형태로 연계를 맺게 되면서 통일된 시장을 형성했다(강동완 ․ 박정란, 2010, 131-132쪽). 특히 장마당에서 중소형 도매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달리기꾼’들은 단순히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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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동과 판매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장을 하나의 유통망으로 연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달리기꾼의 역할은 물품의 교환에 있어서 중계역할에 그치지 않고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므로 지역 간 문화전달 및 정보를 전파하는 미디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정은이, 2009, 179쪽).

2) 닫힌 커뮤니케이션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공존하는 장(場) 북한 사회주의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오직 ‘사회주의적 소유’(국유 혹은 공유)만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헌법조문을 통해 생산수단의 소유주체를 국가나 사회협동단체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북한인권백서, 1999). 현재 북한은 형식적 틀은 사회주의국가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사회주의 경제체제로 이행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장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부분적이지만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자본주의적 ‘시장’시스템이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적 ‘시장’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정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로 폐쇄적 속성을 지닌 닫힌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서 제한적 기능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 경쟁 원리에 따라 정보가 수반된 열린 커뮤니케이션 장(場)으로서의 실험적 기능도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정치적인 것을 배우고 자랐으니깐 정치적으로 상당히 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들 속을 다 숨기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것들은 숨길수가 없는 것입니다. 당국이 배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니까 자연적으로 장마당이 형성되는 거구요... 아무리 당국이 통제를 하고 해도 배고파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생명을 걸고 목숨을 걸고서 물건을 갖다 파는데 방법이 없어요. 바로 이런 부분이 외부정보매체라던지 커뮤니케이션라던지 전달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거죠(사례자 A)

북한사회가 매우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인데 지금은 통제가 상당히 약화된 상태입니다. 그 이유는 이미 많은 외부정보가 유입이 되었고, 특히 중국과의 교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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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된 정보콘텐츠를 통한 남한에 동경심으로 인해 북한주민의 의식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 시점은 고난행군이다. 이제는 북한주민 다수가 가만히 않아서 죽지 않겠다는 생각이 팽창되어있다(사례자 B)

한국에서 생각한 것처럼 표현에 자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 사람들은 고위직 간부나 일반주민이나 태어나면서 이중적 본질과 정치적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해 태어나야 되기 때문에 이중적 사고가 아니면 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외부소식에 대해서 듣고도 알고도 모르는 척 해야되며 생명을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발설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적 소식이 아닌 일반적 사회적 외부소식은 장마당이나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사례자 E)

먼저 닫힌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 시장(Market)은 북한 당국의 모든 정보에 대한 통제와 감시 하에 공식적인 품목에 한해 조건부 거래가 이루어지고, 거래 이윤 역시 국가나 당이 가져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장 구조 하에서는 정보에 근거한 시장자본주의 본래의 성격을 구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장과 거래를 통한 이윤 창출과 배분의 선순환적인 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북한 체제유지의 근간이었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가 실패로 돌아가고 시장을 통한 경제문제 극복 당면 과제로 북한 당국은 닫힌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 시장 기능을 열린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의 시장 기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우방국이자 혈맹국인 중국의 변화된 소식들을 듣고 접합으로써 문화적 충격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공식/비공식 방문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어지고 있고, 또한 그들이 가지고 들어온 USB, CD 알판, DVD 등에 저장된 한국의 문화나 현실 등의 간접적 경험을 통하여 북한 인민들의 사상과 생각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강력히 폐쇄된 사회인 북한에서 이러한 매체들이 광범위하고도 조직적으로 개인에 배포되고 관람되어진다는 것은 ‘배 따뜻하게 해주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인다’던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해도 무방하다. 북한 당국의 단속과 사상 강화를 강행하고 있지만, 다수의 북한주민은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형편이다(사례자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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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정보가 안으로 퍼지는 것도 계속해서 어떻게든 계속 통제하려고 하지만 뭐 결국은 한국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을 북한사람 모두가 보는 날이 올 거예요... 예를 들면 시장도 2002년에 한번 통제를 했잖아요. 인정을 하고 거기에 시장에 판매하는 품목 제한이나, 장사 시간제한이나 이제 전체적으로 허용하지만 미시적으로 통제를 하는 것처럼 외부정보 들어오는 것도 처벌 강도를 달리해서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것, 봐줄 수 있는 것,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거예요(사례자 K)

북한 시장은 열린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시장 기능을 역설적으로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클 통해 점차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다양한 거래 품목과 외부정보콘텐츠의 다수는 북한 당국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하에 반입과 유통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수요와 북중 국경지역의 공식/비공식 유입 경로, 시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대인간/지역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시장 안에서 거래되는 물품을 중심으로 공고화 ․ 조직화 되어 가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 가격이 흥정이 되고, 이윤(마진)이 창출되어 그 이윤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의 기능이 작동되고 있다. 이러한 열린 커뮤니케이션 장의 물적 토대는 무엇보다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난 해결을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고, 시장의 기능이 국가의 경제기능을 대체하는 쪽으로 간다면 북한에서 열린 커뮤니케이션 장으로서 시장 기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정권과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강력하고 집중적인 통제와 감시로 시장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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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사회의식 변화

1. 북한의 공식적/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의 모순적 공존1) 북한의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의 비역동성

북한 정권이 수립된 이후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지속해온 근간에는 선전선동에 의한 사상교육과 이념무장의 핵심 수단으로서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이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 방송, 통신, 출판서적 등과 같은 언론매체를 ‘근로 인민 대중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위한 투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상적 무기’로 천명하였다(김영주, 1996). 다시 말해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언론매체는 ‘사회혁명과 건설의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선진사상의 옹호자, 전파자, 사회여론의 대변자이며 따라서 인간개조, 사상개조, 사회개조의 사상적 무기’로 규정한 것이다(김원태, 1991, 145쪽).

김정일의 1974년 5월 7일 발표논문 <우리 당의 출판보도물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에 이바지하는 위력한 사상적 무기이다>에 나타난 북한 언론매체의 기본사명과 기본임무론의 핵심은 ‘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할 데 대한 과업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우리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출판보도사업의 총적 방향과 목표를 명시해 준 위대한 사상이며 우리 당적 출판보도물의 자기의 본성적 요구에 맞게 혁명위업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길을 환히 열어준 전투적 기치’라고 규정했다(김영주 ․ 이범수, 1991, 404쪽). 이와 같이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김정일의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은 1985년의 조선노동당 <출판보도사업에 대한 당의 방침해설>에서 좀 더 깊게 체계화시켜 언론매체의 구체적인 3대 기본사명과 함께 그에 따른 기본임무, 기본활동원칙 등을 제시했다(김일성 ․ 김정일, 1987).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이 언론매체로서 북한 사회체제 유지와 정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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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해야 할 목표와 세부시행준칙들은 철저하게 조직되고 관리되는 중앙당통제시스템구조 안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제는 조선노동당 지휘부가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일방적인 내용의 지시나 명령을 인민대중과 당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여 사상적으로 의식화하고 정치사업 등에 동원시키는 선전선동체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선전선동체제의 가장 상층부에 속하는 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대내선전선동과 대남선전선동 그리고 대외선전선동을 총괄하여 담당한다. 당 중앙위원회 소속의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 통일전선부는 각각 당 사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 당 조직생활에 대한 지도기능, 남한내부 분열과 친북세력과의 통일전선 구축을 위한 대남심리전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대외선전선동은 당 국제부와 내각 외무성의 협조 하에 외교심리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당 선전선동부가 지도감독하고 있다. 북한은 선전선동의 활용 수단으로서 모든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동원해 체제수호를 위한 버팀목으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대남혁명 등 여러 가지 말을 많이 하지만 북한 현 체제의 실질적인 목표는 김씨 체제를 유지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런 방법이나 전술은 바뀌어도 목적은 하나이다...북한 내부에서 체계적 안정, 3대 세습 제도를 부활시켜서 계승, 혁명전통과 같은 의미로 나간다. 결국 그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선전선동이 움직인다(사례자 G)

북한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신문매체는 그 종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형식 차원에서 모두 유사하여 신문 상호간 구별된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문매체별 논조의 차이도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는 북한 신문매체들이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정책적 지도감독과 내각 산하 출판총국 신문과의 행정적 감시를 일괄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당 선전선동부는 신문매체에 대한 정치적인 통제를 담당하고, 내각의 출판통제국은 실무 위주로 신문발행에 따른 행정적인 통제를 수행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는 당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기본정책이 결정되면 이를 즉각적으로 해설하는 계획을 작성하여 중앙과 지방의 언론기관에 지시하고 집행을 감시 ․ 감독한다. 한편 당은 신문매체를 물질적 조건에 관한 통제, 책임자 처벌에 의한 통제, 개별 사건 취재에 관한 통제,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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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및 기자 임명을 통한 통제, 사설/논설/해설 등의 집필에 관한 통제, 사후검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통제하고 있다. 특히 내각 소속의 출판총국은 북한 전역에서 발행되는 모든 출판물을 검열 ․ 통제하는 기관으로 형식적으로는 행정부에 소속되지만, 기능상으로는 당기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신문매체에 대한 일반적인 통제과정은 1차적으로 신문사 자체에서 내부적으로 검열통제를 함으로써 내용을 거르게 되고, 이렇게 걸러진 내용은 내각 소속의 출판총국에서 검열을 거치게 되고,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사후통제를 받게 된다.

북한에서 신문이라고 하는 것은 로동신문과 지역 일간지 밖에 없습니다. 지역 일간지도 매일 나오는 게 아니라 이틀에 한 번 또는 삼일에 한 번씩 나오며 로동신문을 보는 대상 역시 매우 제한되어있습니다(사례자 F)

북한에서 첫째가는 언론매체가 뭐가 있느냐. 로동신문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반사람들이 북한의 공산당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로동신문을 통해서이다. 이들의 목적은 김씨왕조체제 유지이고, 당의 대중 일간 신문이다. 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언론을 좌우하는 핵심기관이다(사례 G)

신문은 다 자기 소속이 있잖아요. 로동신문은 로동당 기관지이고, 각 도에 도당 기관지, 뭐 함경도라면 함경일보 등이 있잖아요. 도당에서 도당 예산으로 움직이는 거고. 그런데 지시는 역시 출판보도과에서 통일적으로 내려오거든요. 재미있는 건 신문과 방송 모두 똑같은 출판보도과에서 지시가 내려온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걸 월 출판보도계획이라고 해요. 그게 아마 한 25일이면 중앙당 출판보도과에서 각 도당을 거쳐 신문사와 방송사에 일괄적으로 내려 보내거든요(사례자 I)

북한의 또 다른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방송매체 역시 방송내용, 편성업무, 방송국 및 방송위원회 책임자에 대한 인사권은 직접 당에 의해 지휘통제를 받고, 방송국의 시설, 기자재관리, 일반사무 등 실무 업무적 운영은 내각 체신성에 의해 각각 지도 ․ 조정되고 있다. 특히 조선중앙방송위원회는 외형상 내각 문화성 직속의 방송기관으로 북한 방송매체에 관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방송업무를 총괄적이고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발표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의 지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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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109

통제를 받으며 지시사항을 이행할 뿐이다. 방송매체 사장에 대한 임면권 역시 당 중앙위원회 간부부가 직접 담당하며 해당 당비서 임면은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가 담당하고 있다. 북한의 통신매체 역시 당과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을 동원하여 사회주의 사상을 주입시키는 기능과 체제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한다. 즉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통신매체는 당 및 국가경제 지도기관들의 지도와 지휘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수행하는 대중교양수단인 것이다.

북한의 방송미디어는 정말 단엽적이고 체제지향적인 그런 거랍니다... 북한의 가장 체제 선전에 맹활약을 하는 게 바로 방송 중에서도 유선방송입니다. 가가호호 스피커가 들어가 있고, 도시에서는 두 라인을 모든 집마다 다 연결해 놓구요. 쉽게 아주 다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 인해 주민의 사상이념무장과 체제선전이 가능하다는 거지요(사례자 F)

방송검열은 잘 아시다 시피 소위 75총국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에게 방송검열에 관한 권한이 있다(사례자 G)

방송의 경우 행정적인 지시는 중앙방송의 지시를 받고 월급도 다 그쪽에서 받아요. 그런데 당적 지시하고 행정적 지시는 다 갈라져 있거든요. 소속이나 지시는 각 도에 있는 중앙당 출판보도과에서 받고, 행정지시나 월급 같은 건 또 중앙방송에서 받고, 이렇게 이중적으로 되어있어요(사례자 I)

북한 내 모든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중앙당 차원의 강력한 통제와 관리 하에 선전선동에 기반한 사회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정책 목표인 사회주의체제유지에 복무하는 사상교양자적, 경제조직자적, 문화교양자적 기능과 역할만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언론체제와 달리 자유민주주의 언론체제에서 공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지향하는 핵심은 언론매체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보장받고 국가의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회제도기관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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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존립 근거 목적인 국가권력과 사회체제유지의 수단으로 밖에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권력의 감시와 통제에 기반한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시스템은 북한의 사회주의경제시스템 붕괴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북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체제유지 근간으로 작동하고 있는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시스템 역시 비공식적/비순응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장으로 인해 기능적인 균열점이 나타나고 있다.

2) 비공식적/비순응적 커뮤니케이션의 역동적 네트워크화

80년대 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동구권의 몰락과 중국의 개혁 ․ 개방에 따른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 등과 같은 북한의 대외적인 환경과 대내적으로는 90년대를 전후해 북한의 자립경제에 기반한 공동생산시스템의 점진적 붕괴와 대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심각한 식량난이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 기반한 가정, 학교, 직장 등 공적 부문의 생활영역 붕괴와 함께 생존을 위한 개인의 사적 생활영역 부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계획경제와 자립경제의 붕괴에 따른 중앙배급제 중단은 북한주민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비공식 부문의 영역으로 나오게 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주민은 기존 국가배급제시스템에서 제공되어오다 중단된 식량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직장과 학교 등 공적 생활영역을 이탈하여 국경을 넘거나 혹은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주민은 국가배급제 중단에 따른 생존 차원으로 초기 단순한 식량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국경 월경과 북한 내 지역 간 이동이 있었으나 이는 점차 은밀하게 지역 간 ․ 대인 간 물품거래를 통해 생계차원을 넘어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되었다. 더 이상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생존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식량과 다양한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북한주민의 물품거래와 시장 정보 확보는 이러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화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식량과 다양한 생필품이 장마당과 같은 시장에서 북한주민 개인에게 거래되기까지 계층을 망라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행위자들이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북한 사회체제의 근간인 지역간 ․ 계층간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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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뜨리는 기제로 기능을 해오고 있다. 비공식적 경제활동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화는 ‘시장’이나 ‘시장 외적인 장소’에서 정치적 계층으로서의 만남이 아닌 거래 당사자인 판매자와 수요자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 8>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확산 모형

- 출처: 강동완 ․ 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73쪽 재구성.

북한당국의 시장과 거래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생존을 위한 북한주민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새로운 부의 창출에 대한 기대와 욕망, 그리고 다양한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욕구 앞에 사실상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체제유지와 사상이념무장에 상당한 위해를 가져오는 시장자본주의 황색바람과 불건전한 상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철저한 감시는 역설적으로 단속에 따른 뇌물공여와 신분에 따른 차별적 봐주기 등 북한사회에 만연된 부패와 함께 북한주민

화교

외화벌이상인 콘텐츠소비자

조선족

검열부가족/친척

대여상인

도매상인

소비자

지인

중개인

지인 상인 소비자

지인 중개인

해외공급처

소비자

해외공급처

상인 지인

지인

대여상인

대여상인

소비자

지인

해외공급처

중개인

지인 상인 소비자

대여상인 도매상인

소비자

지인

지인소비자

지인

가족/친지

친구/동료

가족/친지 친구/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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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호기심 촉발과 희소 정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인식 등으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정보가 북한 내부로 확산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검열과 적발은) 솔직히 돈만 있으면 풀려날 수 있다. 특히 단속원이 1명일 때에는 돈만 주면 거의 풀려난다. 하지만 단속원이 2명 이상일 때는 돈을 주기가 어렵고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단속되기도 한다. 누군가 신고만 하면 가택 수색을 당한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19쪽, 인터뷰면담자中)

남한 드라마나 문화를 ‘황색바람’이라 해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단속한다.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남한사회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북한사회가 폐쇄된 사회이면서 모델 하나를 잘 꾸며서 사는 것처럼 선전하니까 남의 나라도 다 우리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137쪽, 인터뷰면담자中)

이모네가 잘 살고 이모부가 힘 있는 사람이었는데, 간부들이 남한 영화를 보러 집에 자주 왔다...간부집에는 검열이 없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78쪽, 인터뷰면담자中)

북한 내 비공식적/비순응적 커뮤니케이션의 역동적 네트워크화는 북한 경제시스템붕괴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지역간 ․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외부정보콘텐츠의 북한 내 유통을 점진적으로 확산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북한주민의 다양한 측면의 사회인식과 태도 변화를 초래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내 비공식적/비순응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북한 당국의 정보 독점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반면에 검열과 감시로 통제된 북한사회에서 다양한 외부정보를 북한주민에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사회의식 변화1)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주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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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113

북한사회는 일당독재의 계급사회이자 획일적 이념의 우상화 사회이며 조직적 통제의 병영사회 등의 핵심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대다수 북한주민의 가치의식은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 다양한 사회제도기관을 통해 대체적으로 유년기부터 강제적으로 주입된 사상교육에 의해 형성된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사고방식과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나타난다(오세인, 2005, 126쪽).

북한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사회주의 가치관 형성과 관련해 북한주민에 대한 사상개조와 이념무장을 정책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시행했다(김영주, 1998, 165-175쪽). 맑스-레닌주의의 사회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초기 사상개조와 이념무장은 북한식 주체사상에 기반에 주체적 사회주의 인간개조론으로 양상이 조금씩 변화된다(김영주, 1998, 180-194쪽). 이후 김정일 정권에 들어서는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기치로 사회 전 영역에서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에 입각해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강조했다(김영주, 1998, 210-211쪽). 무엇보다 북한사회의 공적 사회제도 기관으로서 신문, 방송, 통신, 출판물 등과 같은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은 북한주민의 사회주의 가치체계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강현두, 1997, 24-37쪽).

북한의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당의 수중에 장악된 강력한 사상적 무기로서 혁명투쟁과 건설사업, 사람들의 가치의식 형성과 관련된 사상정신생활, 생활규범 형성으로서의 문화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이우승, 2005, 25-62쪽). 특히 북한주민의 가치의식 형성과 관련해 당정책교양, 혁명전통교양, 충실성교양, 계급교양을 기본으로 하고 공산주의교양과 사회주의적 애국주의교양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사상교양을 주체사상과 결부시켜 당의 강력한 사상적 이념무장 수단인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진행시켜 왔다(김영주, 1998, 63-66쪽).

북한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 하에 있는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의해 형성된 북한의 핵심 규범가치는 유교적 전통주의에 입각한 집단주의와 맑스-레닌주의의 이론에 바탕을 둔 전체주의, 그리고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회주의적 가치로 구성된다(이장호, 1997). 먼저 북한은 공동이익, 집단주의, 주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계획경제를 통해 평등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추구해왔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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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내용

핵심가치체계전체주의사회주의적 가치(주체사상)집단주의

공식적 가치집단주의도덕주의사회주의적 애국주의

실제적 가치도덕주의집단주의불신

전통적 가치가족주의권위주의연고주의집단주의

가치의 우선순위

국가의 발전평등편안한 삶행복한 가족관계자유 등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사회주의 가치는 행위규범과 도덕으로서 비교적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김국현, 2005, 189쪽). 한편 유교적 집단주의에 기초한 북한의 민족주의 가치는 민족의 자주, 자립, 자존, 지조 등의 주체성, 조화, 신뢰, 단결, 희생, 협동 등의 통합성, 소속감, 동족의식, 연대의식,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 등의 동질성과 공동운명체 등의 공동성의 가치를 의미한다. 집단의 목표를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 하는 집단주의적 민족주의는 북한의 규범적 가치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유교적 가치에 근거한 전통적 가치는 북한주민들에게 보다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영만, 2005, 66쪽).

<표 6> 북한사회의 가치체계 모형

- 출처: 김국현(2005).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간의 가치갈등유형과 가치교수모형』, 188쪽 재구성.

북한의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사회주의 가치관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폐쇄된 사회체제 하에서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와 방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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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115

통해 북한주민에게 내면화되고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1990년대를 통해 지속된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과 1980년대 말 이후 부분적 체제개방으로 인한 점진적 외부사조와 문물의 유입으로 인해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가치가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김국현, 2005, 192쪽). 다시 말해 국가와 사회, 집단과 인민보다는 개인과 가족위주의 가치관, 정치와 사상보다는 돈과 물질 위주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다. 개인주의, 물질주의, 배금주의와 같은 서구 자본주의 사상의 확산 ․ 심화는 계획경제와 국가배급제가 무너짐으로써 식량과 생필품 구입을 위한 북한주민 이동의 급증과 장마당의 활성화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임순희, 2004, 43-44쪽).

지금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은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 사회주의를 말살하기 위해 사람들 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허물고 우리의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습니다. 적들은 우리 내부에 <자유화바람>을 불어 넣어 썩어 빠진 부르죠아사상과 풍조를 퍼뜨리고 여러 가지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조장시키며 특히 신세대 청년들을 사상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부르죠아생활풍조와 비사회주의적 현상은 사람들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며 시회주의제도를 좀먹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파괴하는 위험한 독소입니다(김정일, 2000, 474쪽)

특히 2002년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사회에서는 공적 세계에서의 규범가치인 집단주의와는 달리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물질주의, 소유주의, 배금주의에 기초한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으며, 생계를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의식, 즉 국가의존적 의식으로부터의 탈피가 점증하고 있다(서재진, 2004, 2-5쪽). 이러한 북한주민의 이중적 가치체계는 하나의 생존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는 공적 원칙을 따르고 복종하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개인주의를 지향하며 체제를 비판하는 성격 왜곡이 구조화되고 있다.

2) 북한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의식 변화

90년대 이전까지 북한은 강력한 사상교양과 이념무장, 그리고 사회통제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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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의 외부정보에 대한 접근과 비공식부문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제한해왔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북한은 지속적인 식량난과 경제난 등으로 중앙집권적 국가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식량과 생필품 공급 등 배급제가 중단되고, 그에 따른 북한주민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학교와 직장을 이탈하고, 국경을 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의 경제시스템 붕괴로 인해 장마당과 같은 자생적 생존 수단으로서의 영역이 새롭게 등장하고, 이와 함께 개인의 사적 영역이 나타났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장사란 수치스러워 못했다. 사회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공급이 계속되자 국토 전체가 장마당화 되었다. 도로와 접한 주택이라면 벽에다 네모나게 구멍을 뚫고 사탕봉지 하나 메달아 놓고 행인을 상대로 물건을 팔았다. 밤에는 촛불을 켜놓고 장사했다. 이를 ‘구멍가게’라 불렀다. 혹은 집 대문을 열어놓고 거기서 장사했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길가의 한복판에 좌판을 벌려놓고 장사했다(정은이, 2009, 164-165쪽, 탈북자인터뷰中)

어떤 방법과 수단을 다해서라도 살아가려는 오직 그런 생각을 가지고 80먹은 늙은이라도 얼음과자통을 메고 다니고 길바닥에 사탕을 놓고 밥벌이를 하기 위한 노력은 대단했다. 시장에 들어가는 큰 길에는 시장 입구부터 장사꾼이 양쪽에 쭉 늘어섰다. 인민반에 한 30집 산다 하면 크건 작건 간에 장사를 안하고 사는 집은 없다(이승훈 ․ 홍두승, 2007, 111쪽, 탈북자인터뷰中)

북한 경제시스템의 한축으로 새롭게 등장한 시장을 중심으로 기존에 허용되지 않았던 개인의 사적 영역이 암묵적 ․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이 과정에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의한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와 거래품목 유통과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와 금지된 품목 등의 유통과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열과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북한 매체와 집단 강연회 강습 등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의 해독성, 표현형태, 극복방도 등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선전하고 있다.

미제는 아시아 나라들의 거듭되는 항의와 규탄에도 불구하고 <자유아시아방송>

을 개시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조선말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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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슨 미국식 <가치관>과 썩어빠진 양키문화로 우리를 어째 보자고 수작질 할 것이었다. 우리의 모기장은 빈틈이 없고 그 개나발을 들을 사람도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 인민을 사상적으로 와해시키려는 적들의 발악은 극도에 이른 것이었다(임순희, 2006, 132-133쪽)

최근에도 북한의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로동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의 <사상의 자유> 타령의 기만성”(2011.5.3), “악랄하게 감행되는 반공화국 심리 모략전”(2011.6.17), “사회와 인간을 파멸에로 몰아가는 서방식 <문명>”(2011.6.19) 등의 글을 통해 외부세계의 사상과 이념으로부터 북한주민을 지속적으로 사상통제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적/통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사상교육과 이념무장을 지속적으로 선전선동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주민의 생활토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당과 국가에 대한 불신과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은 시장과 같은 비공식 부문의 영역이 확장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비공식 부문에서의 활동은 북한주민의 사회의식변화를 추동하는 핵심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내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와 상품을 지역적으로는 북중 국경지역 도시에서 북한 내 전 지역으로, 신분과 계급을 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유통시키고 확산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내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와 상품 유통은 기존 북한체제에 대한 사회의식 변화와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통해 유입된 비사회주의적 요소가 북한의 전 지역과 계층을 불문한 전 사회구성원으로 확산됨으로써 정권과 체제유지의 핵심기반인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 약화와 공식 부문의 조직 이탈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강동완 ․ 박정란, 2011, 83-96쪽). 다음으로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주민들의 종합시장과 같은 국가적 시장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소득을 올리는 시장활동을 함으로써 물질주의, 배금주의, 개인주의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이인정, 2007, 327-341쪽). 그동안 북한에서 ‘시장에서의 장사활동’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인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장마당과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으로 개편되면서 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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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최수영, 2004, 55-66쪽).

셋째, 규범적 측면에서 북한주민의 사회적 일탈과 규범의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이인정, 2007, 341-355쪽). 90년대 중반부터 식량과 생필품 배급체제가 와해되기 시작하면서 북한주민의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를 국가가 충족시켜주지 못하자 스스로의 힘으로 식량과 생필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주의적인 노력이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또한 당원으로서의 정치적 명예보다는 장사 등을 통한 물질적 성공이 보다 중요하고 긴급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국가 규범에 대한 순종이 부분적으로 약화되었다. 한편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생존을 책임져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과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얻기 위한 ‘절취’, ‘략취’의 대상물로 ‘국가사회재산’을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하고 거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측면에서 신사고(思考)적인 자유주의 가치관의 확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이인정, 2007, 356-365쪽). 북한 내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다양한 외부정보와 콘텐츠를 접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문화적 차이를 충격적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문화적 충격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그들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에 문화의 수용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1회성 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 행태가 반복적 ․ 습관적 행위로 발전하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기존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 그리고 다른 문화적 가치를 수용하게 된다는 점이다(이주철, 2007, 79-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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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전망과 미디어의 정책적 함의

1. 북한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변화에 따른 전망31)

북한은 90년대 이후 급속한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기존의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점차적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국가주의 계획경제체제 붕괴와 함께 북한당국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북한주민들의 사상통제와 이념무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대내외 정보의 진실성 유린 행위가 더 이상 북한주민들에게 통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내부에 유례없는 고난의 행군시기(1994-1998) 경제적 기아와 굶주림으로 인해 생존을 위한 북한주민의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했으며 동시에 북한정권과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점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생존차원에서 국경을 넘은 다수의 북한주민은 중국 등과 같은 외부세계와 정보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이 북한당국의 선전선동에 기반한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의해 자행되던 북한사회의 비사실주의 정보의 실체적 진실과 폐해를 심각하게 깨닫게 되었다. 외부와의 철저한 정보 유입 차단을 통해 권력을 안정적으로 계승해오던 북한은 경제난으로 시작된 체제불안정성은 다양한 외부정보와 문화가 유입되는 통로로써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가 북한내부에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사회에서 이러한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의 영향력 증가는 상대적으로 북한당국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선전선동활동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주민에 대한 사상교양자적 기능, 조직동원자적 기능, 문화교양자적 기능 등의 사회적 영향력은 오히려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31) 이 절은 연구자가 이윤걸(2011)의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통일과 언론』 조찬세미나에서 발제한 <북한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 18-24쪽을 참조하여 서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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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북한주민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당국의 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습득이었다. 북한당국은 정보의 횡적유통을 철저히 통제하고, 정권과 체제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정보와 선전으로 북한주민에게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유통시켰다. 다시 말해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 김일성 ․ 김정일 부자 우상화,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당 선전선동부의 지휘 ․ 감독 하에 북한주민들에게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제공되어져 왔다. 그러나 국가경제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북한주민의 정보획득 방식과 유통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정보의 획득방식이 훨씬 다양화 되었고, 정보유통도 지역간 ․ 대인간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형성은 외부정보와 문화의 북한 내 유통과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에 대한 갈증과 욕구를 해소시키는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 기능은 갈수록 그 영향력이 북한사회에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록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 내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의 확장은 북한주민의 북한 정권과 체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 역시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 비공식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된 외부정보와 문화는 북한주민들이 당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상적 무장을 해제시키는 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부정보와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다수의 북한주민들은 선전선동의 허구성과 거짓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과 문화적 수용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청소년과 대학생과 같은 젊은 세대는 외부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수용행태를 당국의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내 비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은 북한당국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공식커뮤니케이션 부문과 역학적인 관계를 지속하면서 그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국가가 인민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주민 스스로가 살기위해 비공식적 부문에서의 경제활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장마당과 같은 북한당국이 공인한 시장을 통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경제활동을 지속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마당과 같은 시장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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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품과 외부정보가 유입되고 확산되는 지역간 ․ 대인간 ․ 계층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더욱 더 구조적으로 체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주민들의 외부정보와 문화에 대한 욕구는 계층과 성별, 나이, 지역을 넘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 북한주민의 비판적 사고 형성과 대항여론 조성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의 강력한 선전선동수단으로서 신문과 방송 등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이용해 사상과 정보를 통제해오고 있다. 북한 당국은 철저히 외부정보의 유입과 유통을 감시와 통제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뉴스에 대해서도 당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생산 ․ 분배하는 철저한 정보 통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북한 당국의 강력하고 철저한 정보 통제는 북한주민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욕구, 그리고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행동이 분출되는 것을 억제하고, 나아가 북한 정권의 필요에 따라 북한주민을 선동하고 동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90년대 전후로 북한을 둘러싼 급속한 대내외적 환경변화는 북한의 국가경제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북한 경제체제의 핵심인 계획경제와 자립경제에 기반한 공동생산과 중앙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더 이상 국가가 인민의 최소 생존조건인 식량과 생필품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각자의 생존을 위해 국경 월경, 지역 내 혹은 지역 간 공식/비공식 시장 활동 등과 같은 개별적 활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북한주민은 체제와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 그리고 새로운 의식과 생활양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북한주민들이 외부에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관심과 신뢰로 이어졌고, 북한 내 정보의 유입, 유통, 확산은 지역간 ․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

북한 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구조로서 지역간 ․ 대인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외부세계의 정보와 품목이 유통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당면한 북한체제의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정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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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의 대항여론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 당국이 체제유지가 가능했던 것은 철저하고 강력한 외부정보 차단과 함께 감시와 처벌에 기반한 공포정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북한주민이 국경을 넘어 자유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남아 있는 북한 내 주민들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외부정보를 접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정보통제나 사상무장, 억압적 공포정치 등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주민 계층과 지위, 지역에 상관없이 북한 전역에 다양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고, 이렇게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되는 다양한 외부정보들은 다수의 북한주민들이 북한 체제의 허구성과 부당성을 깨닫게 할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과 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주민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으로서 식량과 생필품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북한 체제와 정권에 불신과 불만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체제 부정적 사고와 태도는 기존에 북한 내부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유입된 외부정보콘텐츠를 접촉한 대부분의 북한주민은 북한 체제와 한국 등 외부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태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북한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체제 불신과 불만에 대한 북한주민의 여론은 일정시기가 되면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주의 국가경제시스템 붕괴 이후 북한 당국은 북한주민의 시장 활동 허용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고 주민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북한주민의 지역내/지역간 시장 활동은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한 외부정보의 유통과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북한주민의 외부정보 이용은 공식적/강제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정보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상과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형성하여 태도적 차원에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한 대항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와 사상이념무장의 선전선동수단으로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의식 변화와 태도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부문 간 갈등과 병존은 향후 북한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주민의 비판적 의식 형성과 대항여론 조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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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정책 방안은 북한주민의 외부정보접촉 채널인 국내외 대북방송매체의 지속적인 활동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KBS 한민족방송을 중심으로 국내외 민간대북방송 등의 지속적인 활동과 지원은 북한주민의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욕구와 필요에 부흥할 수 있는 핵심적 수단이고, 특히 북한 내 방송수신권역이 기술발달과 북한 매체 유입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내부에서 수신된 다양한 외부세계정보는 대인간 ․ 지역간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 ․ 확산되고 있다.

3. 문화적 통합을 위한 맞춤식 정보콘텐츠 생산과 보급 확대북한의 경제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당의 감시와 통제가 약화되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며 북한 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들이 북한 전역으로 유입되고 확산되었다.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 붕괴 초기에는 생존을 위한 식량과 생필품 위주의 유입과 유통이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이루어져 오다가 이후 점차적으로 다양한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의 유통과 확산으로까지 이어졌다.

북한내부로 유입된 다양한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들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북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경험했던 콘텐츠들과는 차원이 다른 내용과 재미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면서 빠르게 지역에서 지역으로 혹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확산되었다. 외부영상콘텐츠의 전달매체인 대북방송, CD, DVD, USB, MP3 등의 이용을 통해 북한주민은 다양한 외부정보와 생활상을 경험하게 되고, 무엇보다 기존에 북한 당국으로부터 배우고 학습했던 것과 전혀 다른 한국의 발전된 경제상과 사람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보면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유입된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를 통해 현재의 북한 체제 모순과 자신들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북한주민의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 이용에 있어 접촉기회가 많고 시청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용과 정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북한주민의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의 접촉기회 확대와 반복적 이용으로 인해 북한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불만은 때로는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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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행위를 야기하고, 나아가 체제 자체에 대한 북한주민의 새로운 비판적 의식 형성과 대항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북한 전역으로 유입되는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관련하여 뉴스시사정보, 영화, 드라마, 다큐 및 교양시사물, 음반 및 뮤직비디오, 만화 및 애니메이션, 게임, 학습프로그램 등 남한사회의 전 영역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북한주민은 드라마와 영화를 가장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북한주민들에게 개인주의에 기초한 기쁨과 눈물, 사랑과 증오, 삶에 대한 심오한 고민과 이슈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목선을 타고 한국으로 향하다 일본에 표류한 탈북자 가족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TV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의 삶을 동경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9.20일자). 한편 남한의 가요, 패션, 생활용품 등도 계층과 지역에 관계없이 유통되고 확산되어지면서 남한을 새롭게 인식하거나 심지어 젊은 층에서는 따라 하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주민에게 유통되고 소비되는 외부정보매체와 콘텐츠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상실감과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 그리고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과 동경 등은 끊임없이 북한주민으로 하여금 외부정보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태도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기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이념에 반한 북한주민의 개인주의 가치관 시장주의 가치관 형성, 그리고 남한의 생활대중문화에 대한 이해와 동경, 모방 등은 향후 대북방송매체와 콘텐츠 생산방향에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갖는다.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북한식 통제체제에서 주입된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으로 사회화된 다수의 북한주민들이 선행적으로 남한의 정보콘텐츠를 이용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고 이후 남북의 문화적 통합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는 외부정보콘텐츠가 북한주민의 남한의 긍정적인 상과 북한 체제 비판 의식을 형성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에 대한 왜곡 선전선동이 지속되고 있고, 유입된 외부정보콘텐츠 가운데에도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허구적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주민의 남한사회에 대한 왜곡된 상을 심겨주거나 혹은 과거에 학습된 부정적 인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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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시키는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북한주민의 남한 등 외부세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형성되지 않도록 계층별 ․ 세대별 ․ 사안별 맞춤식 정보콘텐츠 생산과 보급이 정책실행목표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강동완(2011)이 제시한 대북매체관련 콘텐츠 제고방안은 의미 있는 제안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북한주민에게 남한의 발전상을 가감 없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의 콘텐츠 생산이다. 다시 말해 텍스트 위주의 정치적으로 경직된 내용을 위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자연스럽게 남한의 생활 속에서 보이는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주민이 남한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해소하는 콘텐츠 생산이다. 남북한 체제경쟁과 대립 속에서 북한주민은 오랫동안 사상학습을 통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주입된 남한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깊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북한주민의 두려움과 거부감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남한주민들이 아픔을 서로 공유하고 나누면서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인간애를 보여주는 영상콘텐츠를 생산 ․ 보급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주민들은 국경을 넘은 가족이나 지인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탈북자에 대한 상당한 왜곡된 정보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주민에게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사례를 세분화하고 구체화하여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계층을 고려하여 고위급 탈북자의 성공사례부터 소시민의 행복한 일상적인 삶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제적인 삶의 적응과정을 보여주는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비슷한 외부국가가 변화되고 있는 현실과 방향을 북한체제와 비교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콘텐츠를 생산 ․ 보급한 것 역시 필요하다. 남북한 체제경쟁 하에서 단순히 비교준거점으로 남한의 발전상과 체제우월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변화를 겪고 있는 다양한 국가를 비교대상으로 북한 체제변화의 당위성, 목표, 방향,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담은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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