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d magazine 2013. 09.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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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후쿠시마 NOW 기획 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 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통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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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09/2013, no.202 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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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PSPD MAGAZINE 2013. 09. (202)

특집 후쿠시마 NOW

기획 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 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통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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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애써 무시한다.

우린 진정 ‘오늘’만

살 것인가?

atopy의 작업 노트

특집

통제되지 않는 위험, 원자력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도 수수방관하는 한·일 정부

원전과 방사능, 정확히 알고 무서워 하자

반 히데유키

양이원영

정남구

10

14

16

후쿠시마 NOW

시민운동, 진짜 위기일까?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 - 2000년 여름 고난의 행군

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KBS가 버린 남자, 뉴스 하나 들고 우리에게 온 남자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그를 만나고, 기록하고, 여기 공개하다

- 전진한 회원

다시 시험대에 오른 소크라테스

구체제의 망령

촛불시위의 원조‘들’

철없는 세상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복지 확대 외치는 박근혜 정부, 빈곤정책은 축소

내 돈 34,900원은 어디에 쓰였을까?

지금 참여연대는 합창연습 중

청년마을에 청년이 없다구요?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엉뚱한 상상이 세상을 구한다?

노래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나는 미친 듯 뛴다

도시여자의 산골 표류기 - 어르신편

참여연대 회계보고와 살림살이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정현백

임종진

이태호

차병직

이정환

박상규

호모아줌마데스

이용마

정태인

김정인

권복기

이태호

김은정

우진희

이진선

박진호

시민참여팀

박태근

이명석

도시여자

이송희

오유진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史

기획

통인

만남

정치

경제

역사

생활

처장보고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시민참여

시민참여

읽자

놀자

살림

투명회계

튼튼날개

040607

1824

26

30

34363840

444950515254

565860

6264

알림

기획

사람

칼럼

살맛

통인뉴스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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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요즘 시민운동 위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재정 확충과 유능한 활

동가를 충원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디어에서 시민운동이 차지하는 지면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런 점을 들어 시민운동의 전성기는 지나 갔다고도 하고, 사회운동을 향한 젊은

이들의 열정이 줄어들기에 더욱 그렇다는 얘기도 나온다. 혹자는 시민운동 위기론은 시민운동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 흥사단이 100주년을 맞이하였고, 내년에는 참여연대가 20주년 그리고 한국YMCA전국

연맹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참여연대도 과거 20년의 활동에 대한

자성적 평가와 미래 비전에 대한 토론으로 바쁘다. 이런 토론이 진행되면서 시민운동의 위기

에 대한 문제의식도 더욱 첨예해지는 모양이다.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만큼 NGO가 폭발적으

로 증가한 국가는 드물다. 시민단체총람 작성팀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를 25,000개로 집계한

다. 그러나 실제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는 1/5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최근 국정원 사태로 인해 진행되고 있는 촛불문화제가 열릴 때마다, 바로 옆에서 수백 내지 수

천 명을 모아 집회를 방해하는 우익 단체들의 횡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뽕짝 가요를 크게 틀거

나 해병대 군복차림을 한 남자들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구호는 바로 NGO의 한국적인 변형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보수적인 시민단체가 대거 등장하면서 상황은 많이 복잡해졌다.

지금은 그 세력이 약화되었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한때 115개 시군지부와 17만 명의 회원

을 가졌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가스통을 들고 참여연대를 에워쌌던 어버이연합도 시민단체에

포함되지 않는가.

시민운동 위기론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나 운동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년 사

이에 풀뿌리 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사회복지가 확대되

시민운동, 진짜 위기일까?

4 201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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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지역에서 사회서비스 활동에 주력하는 단체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2008년 미

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 이후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유연자발집단’들이 시민의

영향력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운동 위기론은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대 권

익주창(advocacy)단체들의 문제의식이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생겨나면서 ‘메이저 단

체’의 사회적 비중이나 역할이 다소 분점 되는 점, 그리고 보수정권의 시민단체를 향한 겁박이

생존을 어렵게 만든 점도 여기에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호 교수는 2010년 기준으로 기부금 총액이 10조 원을 넘어서고 있고 그중 65%가 일반시

민의 소액기부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시민단체의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것이

다. 시민단체에 대한 통계는 여전히 허술하지만, 국제비교연구에 의하면 한국 시민단체의 영

향력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상호, ‘시민’적 상상력과 ‘운동’적 급진

성을 복원하라, <민주>, 2013년 여름호 참조) 또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보

수집권당의 정치적 집중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풀뿌리 단체의 증가나 촛불시민과 같은 유연자발집단의 등장이 참여연대, 경실련, 환

경운동연합 등 권익주창형 단체들의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유연자발집단은 때로는 폭발

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휘발성이 크고 지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다양한 ‘차

이’를 넘어서 통합적인 담론이나 정치적 요구로 수렴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권익주창

형 단체들의 전문성, 씽크탱크로서의 역할 그리고 의견수렴과 통합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

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참여연대와 같은 권익주창형 단체들은 정치·사회적 이슈에의 집중이나 정파적 이해관

계의 대립구도를 넘어서, 생활정치에 조금 더 다가가야 한다. 탈 중심화 된 네트워크를 중심으

로 모여드는 일반 시민들과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보수정부와 보수화

의 압박 속에 있지만, 그래도 대안적인 삶을 지향하는 시민운동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5참여사회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민단체연대회의와 시민평화포럼의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시민단체간의 연대와 소통 및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 400여 개의 시민단

체가 모인 시민단체연대회의나 평화이슈를 둘러싼 시민단체의 결집체인 시민평화포럼의 창조적인 발전에도 힘을 보태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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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3 9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널 보다가 문득 슬펐어.

하루종일 끓던 태양도 기운을 내리던 때였지.

바알간 쪽빛이 너의 얼굴에 드리워진 모습도 너무나 보기 좋았는데 말이지.

괜히 가슴이 허해지더구나.

네 탓이 아니니 걱정은 마렴

널 보다가 문득, 나를 봤거든.

난 이제 너처럼 진흙탕에 뛰어들지를 않아.

난 이제 너처럼 미꾸라지 잡는 재미도 잃었구.

난 이제 너처럼 늦은 오후를 즐길 여유도 기억하지 않아.

난 이제 너처럼,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거지.

가슴에 아직 지니고 있는 줄로 알았던 탓일까.

그래서 너를 보다가 문득 슬퍼졌나봐.

웃통 벗어 제끼고 그 안에 뛰어들 생각이 전혀 안 나니 말이야.

그렇다고 너보다 세상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있을까.

뭐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구나.

그러나 혹시 모르겠다.

이 아쉬움이 너를,

내가 잃어버린 소년의 가슴을 다시 불러올지도 모르니 말이구나.

그래. 더 이상 잃지 않으마.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

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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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아.참.

이달 참여사회 <특집>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입니다.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실을 시인한 이후

우리나라에도 방사능 공포가 급격히 퍼졌습니다. 최근 저장탱크에서도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되었다는 발

표로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

지, 한일 양국의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본과 한국의 환경활동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다른 한 분

은 위험의 과장이 가져올 또 다른 위험에 대해 우리에게 진지한 성찰을 당부합니다. <기획>에서는 조중동

의 네이버 때리기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은 참여연대 상근자들이 지리산을 엉금엉금 종주하는 장면을 유쾌하고 드라마틱하

게 재연하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근자 축구팀 ‘차며연대’의 즐거운 연전연패 얘기는 덤입

니다.

<통인>은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100% 시민후원으로 운영되는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이끌면서 탐사저널리

즘의 새 장을 열고 있는 김용진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뉴스를 하기 위해 KBS를 나왔다는 그를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만남>은 정보공개센터 소장인 전진한 회원을 만났습니다. 참여연대 상근자 출신의 입심 좋은 전진한 회원

이 말하는 하루하루 기록하고 공개함으로써 성취되는 혁명에 대해 귀를 기울여보시죠.

<통인뉴스> 섹션에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하는 서명 용지가 첨부

되어 있습니다. 절취선을 따라 오려서 주위 분들에게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는 9월 10일, 참여연대가 열 아홉 살이 됩니다. 함께 축하해 주세요.

통인동에서,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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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은 결국 우리의 식탁을 공격한다 ⓒatopy

추석 밥상에 오를 생선이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후쿠시마에서 이번에는 저장 탱크에서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데

정부는 괴담일 뿐이라며 안심하라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밥상 걱정에서 조금 눈을 돌려보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후쿠시마 어민들의 고통도 느껴집니다.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반 히데유키 씨와 <한겨레> 도쿄특파원 정남구 기자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환경운동가 양이원영 씨는 한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합니다.

후쿠시마 NOW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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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10

대략 10의 17제곱(10경) 베크렐✽에 달했다. 그중에는 반감

기가 수일 이하로 짧은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렇

다 하더라도 이 수치는 제대로 평가된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피폭방사선량도 과소평가되고 있다. 또 방

사선을 피하기 위한 올바른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강제피난대상자 이외는 옥외 생활을 평소대로 계속

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은 18세 이하 36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평생에 걸쳐 계속하게 될 이 조사

중에 갑상선 초음파진단이 포함되어 있다. 36만 명을 조

사하는 데에 3년 정도 걸리는데, 현재는 19만 명이 진단을

마친 상태이다. 8월 20일에 발표된 진단 결과에 의하면,

18건의 갑상선암 증상이 발견되었다. 또 갑상선암이 의심

되는 사례도 25건 이상이다.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후쿠

시마현 현민 건강관리조사위원회는 이러한 증상들이 후

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의한 피폭과 연관되어 있다

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

례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주장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지났

지만 사태는 수습되기 보다는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방

사능이 대량으로 방출되는 참혹한 사고가 일어나면, 사고

의 수습뿐만 아니라 사후 처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지금

일본은 제대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15만 명이 피

난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데 그것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

인다.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재해를 복구하는 것은 사람

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만, 원전으로 인한 재해로부터

복구하는 일은 사람들을 점점 분열시키고 있다고 후쿠시

마 사람들은 한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얻을 수 있

는 교훈은 탈원전으로 전환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원자력

산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 글에

서는 최근에 밝혀진 심각한 사태를 전하고, 우리들의 과

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갑상선암의 증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대량의 방사능이 공기

중에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요오드나 세슘 등의 방출량은

통제되지 않는 위험,원자력

반 히데유키(Hideyuki Ban)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이자 환경활동가. 원자력정보자료실은 일본에서

가장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시민단체로, 오랜 활동 역사를 가지고 있

음. 한국 정부는 원자력정보자료실이 2013년 교보환경대상 수상자로 결정되

면서 4월 19일 수상을 위해 방한한 반 히데유키씨의 입국을 거부했음.

특집

후쿠시마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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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참여사회

다. 처음에는 다른 사고의 예를 봐도 이렇게 빨리 발견되

지는 않는다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방사선의 영향이 명

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갑상선암의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

들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러한 설명을 신뢰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암 연구의 최첨단 기관인 국립 암센터가 발표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의 통계에 의하면, 0세부

터 19세까지 갑상선암 증상이 발생한 예는 100만 명 당 2

명이다. 반면 지금 후쿠시마의 경우 100만 명으로 환산하

면 약 100명이 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

으로 높은 수치이다. 피폭 이전에 후쿠시마현의 갑상선암

발생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

었다. 방사선 피폭 이외의 이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

사가 진행됨에 따라 증상이 발생한 수와 비율도 함께 증

가해 왔다. 이후에도 발병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단지

발병 비율이 증가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강하게 피폭 당

한 아이들부터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발

병은 피폭의 영향을 시사하는 것인데, 이러한 현실에 직

면한 후쿠시마현의 아이들과 부모들의 불안은 매우 커지

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공포, 이제부터 본격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폐쇄 로드맵을 발

표했지만, 폐쇄는커녕 심각한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직면

2011년 5월 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원전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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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13 9

해 있다. 오염수가 증가하는 원인은 녹아내린 핵연료를

계속 냉각시켜야 하는데 격납용기와 원자로 건물에 균열

이 생기고 있고, 원자로 주변에는 지하수가 많아 건물 안

으로 일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에 의하면, 원전 부지 내 흐르는 지하수 양은

하루 1,000톤에 달하고 그중 400톤이 건물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건물 안의 방사선량이 높아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유입 장소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도 없다.

증가한 오염수를 밖으로 방출시킬 수가 없어 탱크에 저장

해왔는데,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지진의 영향이라

고 생각되는) 건물 내 균열로 인해 오염수가 지하로 누설

되고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는 문제와 저장 탱크의 내구성

이 약해 오염수가 누설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다.

도쿄전력은 7월 참의원 선거 직후에 원자로 건물에서

새어 나온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수와 섞여 바다

로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전부터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공표하지 않았다. 오염수가 지하로 새

나가고 있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이다. 원자

로 건물 안의 균열 때문에 용융연료를 냉각하면서 방사능

에 오염된 냉각수가 터빈 건물 안까지 새나오기 때문이다.

터빈 건물 안의 균열 때문에 오염수가 케이블과 해수 냉각

용 배관 등의 갱도로 흘러나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

견된 것은 2011년 4월 2일이었다. 당시 도쿄전력은 갱도의

출구를 막는 것만으로 대응을 끝냈다. 방사능 수치가 시간

당 1시버트✽✽로 매우 높았고, 터빈 건물 안부터 갱도의 입

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주장이었

다. 어쩌면 이 시점부터 갱도의 균열로 인해 고농도의 오

염수가 누설되고 지하수가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 후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퍼올리는 대책을 강

구했는데, 이것은 근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지하수 오

염은 방지할 수 없고, 단지 바다로 유출되는 양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가장 최근에는 탱크로부터 오

염수가 누설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오염수의 물웅덩이

바로 위 50센티미터 높이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밀리시버트(mSv)에 달한다. 극도로 오염된 상태다.

300톤의 오염수가 배수구로부터 먼 바다로 흘러 나간 것

으로 보인다. 일찍이 탱크에서 누설이 있을 것이라는 우

려가 제기되었는데, 그것은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제조

2013년 6월 2일 일본 국회 앞에서는 아베 정부의 원전

재가동 방침에 대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6만명의 일

본 시민들이 모여 “원전 필요 없다”는 현수막을 걸고

다양한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 일본 레이버넷

Page 13: PSPD MAGAZINE 2013. 09. (202)

13참여사회

된 탱크가 용접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볼트

로 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0톤 용량의 이러한 탱크

350기가 제작되었다. 접합부는 고무패킹을 사용했는데,

설치 당시부터 2년 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

다. 지금의 상황은 우려했던 그대로이다. 이 문제에 대한

유효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에 누설사고는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도쿄전력의 허술한 대응에 분노하는 어민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도쿄전력의 예측이 허술했

기 때문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개발된 세슘 제거장

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자 도쿄전력은 “사리”라고 불

리는 새로운 세슘 제거장치를 통해 세슘을 제거하기로 했

다.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되고 있는 냉각수에서 우선 세

슘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그 후에는 다른 방사능을 제

거하기 위해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개발했다. 이것이

가동되면 트리튬(방사선수소) 이외 많은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트리튬수를 묽게 해서 해양에 방출

할 계획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 대로 되었다면 탱크에 저

장된 오염수는 서서히 감소하고, 누설되기 전에 탱크는

비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ALPS는 설계 실수로 인해 계획

대로 가동할 수 없었다. 현재는 고장으로 정지상태다. 때

문에 트리튬수를 대량으로 저장하기 위해 설치한 지하 저

수조에 오염수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는데, 여기에서 오염

수가 누설되고 만 것이다. 이 때부터 지하 저수조에서 탱

크 저장으로 전환했다.

다음에는 하루 400톤의 지하수 유입에 대한 대책으로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퍼 올려 바다로 내보내려 했다. 이

것으로 지하수의 건물 안으로의 유입을 100톤 정도 감소

시키겠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어

민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지하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기준치 이하의 지하수 방출을 인정하면 그 다음에는

기준치 이하의 트리튬수의 방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

염물질을 바다로 방출할수록 어업의 재개는 더욱 멀어지

게 된다. 도쿄전력은 어민들의 동의 없이는 바다로 방출하

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해양 방출 계획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염수를 오랫동안 모으기 위해 견고하게 용접

된 대용량 탱크를 제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도쿄전력은

이 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국 도쿄전력의 엉거주춤

한 대응은 또 다른 사고를 초래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더

늦추게 할 것이다. 이러한 도쿄전력의 태도와 오염수 누설

사고로 어민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도 완전 재가동 나선 아베정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아베정권은 후쿠시마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

고, 사고는 매듭짓지 못한 채 수렁에 빠졌다. 그런데도 아

베정권은 다른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을 확인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

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재

가동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 현지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 가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후쿠시마 폭발사고 이후에 17만 명이 모

여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고, 820만 명의 서명을 모아서

탈원전을 호소했다. 민주당 정권하에서 한 때는 탈원전의

방향이 결정되었지만 아베정권은 이것을 파기했다. 지금

도 많은 일본 시민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저지하

는 싸움에 참여하고 있다.

✽번역도움 : 박경희 자원활동가

✽베크렐 Bq 원자핵이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되어 가는 비율을 표시한 방사능 단위로, 1Bq는

1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능을 말한다. 즉, 방사성물질이 1초에 1번 나오

는 것을 측정하는 단위로 방사선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중요 단위이다.

✽✽시버트 Sv 스웨덴의 물리학자 R.M.시버트에서 유래. 방사선의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양으로, 방사선을 방호할 목적으로 종류와 에너지가 다른 방사선이 생체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

하여 최근에 정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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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13 9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방사

능 공포’는 이제 시작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 진

행형이라 언제든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고 더 큰 사

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

난 7월 24일과 25일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와 고농도

방사능 증기의 유출을 시인했다. 8월 7일에는 일본 정부

도 지난 2년 반 동안 매일 3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

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도쿄전력은 지난 20

일, 지상보관 탱크에서 리터 당 8천 만 베크렐의 방사능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유출되었음을 확인했다.

후쿠시마 사고와 심각성 축소하는 일본정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1일,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

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2단계 올렸다. 하지만 이는

지상보관 탱크에서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만 문제 삼은 것

으로 현재 진행형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축소

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지하수를 통해 바다로 유출된 오염수를 샘

플 측정해 본 결과 리터당 31억~23억 5천 만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루 300톤이면

930테라~705테라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흘러들

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년 5개월 동안 무려 최대 81만

8천 테라 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태평양 바다로 흘러들

어갔다. 하루 동안의 방사능 오염만으로도 사고 등급 5등

급(500테라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핵종의 유출)이며, 사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도 수수방관하는 한·일 정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현재 에너지대안포럼 기획운

영위원,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변화연구소 연구위원, ‘핵없는

사회를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특집

후쿠시마 NOW

2013년 8월 1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고농도 방사능

유출에 직무유기, 원자력안전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Page 15: PSPD MAGAZINE 2013. 09. (202)

15참여사회

고 당시 발생한 양을 제외한 지금까지 양으로도 7등급을

훨씬 상회한다. 후쿠시마에서 7등급 사고가 두 번 일어난

셈이다. 여기에 방사능 증기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은 포함

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속수무책이며 오염은 더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최근의 방사능 누출에 대

처하는 일본 정부와 최인접국가인 한국 정부의 태도는 수

수방관 그 자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모

습은 보기 어렵다. 양국정부는 국제 사고 등급 기준과 사

고에 대처하는 국내 매뉴얼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현 세

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직무를

유기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 사고 대처 매뉴얼도 무시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

후 『인접국가 방사능누출 사고 매뉴얼』을 작성했다. 매뉴

얼에 따르면 ‘인접국가에서 방사성물질 누출 또는 방사능

오염 가능성 발생’만으로도 ‘관심’경보를 발령하고 기상청,

소방방재청, 관세청,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16개 관련 기관들이 점검 태세에 들어가도록 했다. 나아

가 ‘인접국가 원자력시설 사고로 인해 방사성물질 대규모

환경 누출 확인’일 경우 ‘주의’ 경보를 발령하고 기존 16개

기관에 국방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까지 합쳐 20개 기관이 정보수집, 모니터, 검사, 분석, 지

원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 방사능 오염 확산

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시민들에게 ‘방사능 괴담 유포자

처벌’이라는 독재국가에나 있을 법한 방안을 내어 놓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매뉴얼을 직접 작성해놓고도 경보

발령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현재도 진행중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서

한·일양국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으니 양국 정부에 대

한 국민들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후쿠시

마 원전사고에 대한 피해를 가능한 축소하려는 듯 보인

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인접국가들이다.

인접국가들은 강력한 자국민 보호조치를 비롯해 일본정

부에 대한 항의와 추가 방사능 오염수 유출 반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스로 작성한

매뉴얼에도 따르지 않을 뿐더러 인접국가인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나

정보공개 조차도 못 따라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를 목도하고도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사고가 나지 않을 것

이라고 큰소리치는 안일함의 반영인가.

구분 판단 기준 비고

관심(Blue) ● 인접국가 원자력시설 사고 발생(INES 4~5등급) 사고

- 인접국가에서 방사성물질 환경 누출 또는 방사능오염 가능성 발생 징후

✽INES: 국제 원자력사고-고장등급(3등급 이하 : 고장, 4~7등급 : 사고) 감시

환경

주의(Yellow) ● 인접국가 원자력시설 사고(INES 6~7등급)로 인해 방사성물질 대량 환경 누출 확인 감시

강화

● 인접국의 방사성물질 국내 유입(유의할 수준) 경계경보 발령,

경계(Orange) - 인접국 방사성물질 누출 정도, 기류분석 등 환경감시 강화,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1mSv) 초과 예시 행동요령 홍보 등

● 인접국의 방사성물질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어 국민 보호조치가 필요한 단계

- 방호방재법 제29조(현장지휘센터의 장의 권한), 동시행규칙 제15조(긴급 주민보호조치의 결정기준 등) 심각경보 발령,

심각(Red) 제1항 별표4(긴급 주민보호조치의 결정 기준)의 기준 초과 또는 초과가 우려되는 경우 국민보호조치 이행 등

- 식품위생법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의 기준초과 또는 초과가 우려되는 경우

『인접국가 방사능누출 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출처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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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13 9

낮아지고 있는 일본 방사능수치

믿을 만한 전문가 집단인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이 8월 초

도쿄 신주쿠의 대기 중 방사선량을 정밀 측정했다. 낮은 곳

은 시간당 0.06 마이크로시버트(μSv), 풀밭 바로 위에서 잰

가장 높은 곳이 시간당 0.09 마이크로시버트였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0.04 마이크

로시버트 안팎에 견주면 여전히 높은 상태지만, 도쿄의 방

사선량이 완만하게 내려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시간당 0.1

마이크로시버트 안팎인 서울보다는 이미 한참 낮다. 후쿠

시마 고농도 오염구역에서 피난한 9만여 명 가운데 5만 명

가량은 앞으로도 한동안 고향에 돌아갈 기약이 없는 상태

지만, 사고 원전이 내뿜는 방사성 물질은 사고 초기에 견줘

크게 줄었다. 대지진이 또 일어나 원전 건물이 붕괴하거나

원자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년 반 동안 도쿄에 살고 있

는 내게는 몇 가지 새로운 생활습관이 생겼다. 내가 사는

고토구는 도쿄에서도 상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곳이

라 작년까지는 아이들을 오염물질이 고이는 물웅덩이 근

처에 가지 못하게 했다. 지금도 수돗물은 식수로 쓰지 않

는다. 후쿠시마현産 식재료는 사지 않는다. 기준치 이하라

도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

이다. 세슘(핵분열에 의해 생성되는 대표적인 인공 방사

성 물질) 흡착 성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야생 표고버섯

원전과 방사능, 정확히 알고무서워하자

정남구 <한겨레> 도쿄 특파원

<한겨레> 경제부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했고 2010년

2월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취재한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시대의 창, 2012)을

썼다.

특집

후쿠시마 NOW

Ⓒatopy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해 3월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Page 17: PSPD MAGAZINE 2013. 09. (202)

17참여사회

과 블루베리, 차도 먹지 않는다. 방사능 내부피폭의 영향

은 아직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으니, 오염된 음

식물의 섭취는 최대한 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 차례 먹는다고 큰 탈이 나지는 않으니, 우연히 먹었다

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공급받는 생활협동조합(팔시스템즈)의 안내 자료를 보면,

최근 검사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사례는 아주 드문 것

같다.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대충 계산한

바로는 도쿄에서 지금처럼 1년간 지낼 경우, 흉부 시티촬

영 한번 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방사능에 노출된다.

수산물에 대한 우려는 여전

사실 수산물은 좀 걱정이 된다. 후쿠시마현뿐 아니라 그

주변 현의 민물에 사는 물고기는 오염도가 높아서 낚시가

금지돼 있다. 민물고기야 안 먹으면 되지만 바다 생선은

안 먹기 어렵다. 원전사고로 대기 중에 흩어진 방사성 물

질은 상당 부분 바다로 흘러들었다. 또 후쿠시마 주변 육

지로 떨어져 내린 방사성 물질은 빗물을 타고 바다로 흘

러들고 있다. 원전에서는 지금도 하루 400톤씩 고농도 오

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2011년 4월에 500톤 가량의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됐고, 최근에도 오염수가 바

다로 새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다

오염이 계속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염도가

높은 해역의 어로 활동은 통제되고 있다. 생선에 대한 방

사능 검사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오염된 해역에 살던 물고기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잡

히고, 오염된 생선이 검사를 빠져나가 유통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른 일본인들도, 나도 아직은

생선을 크게 기피하지는 않지만 어린이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꺼림칙하다.

과장된 위험, 오히려 진지한 성찰 방해할 수도

한국에선 이른바 ‘방사능 괴담’을 두고 말이 많은 듯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소문을 뜯어보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은 한국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을 만날 때, 이런 소문을 진실로 믿고 하는 얘기 때문

에 상처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위험을 크게 과장한 이야

기는 사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원전사고를 겪어본 일본인의 대다수는 장기적으로 원전

을 없애자고 한다. 이미 겪은 고통만으로도 원전이 현세

대와 우리 후손에게 장기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충분

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장 나와 가족에게 치명적인 위

험이 올까만 걱정하는 태도로는 원전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어렵다. 위험이 눈에서 사라지는 순간, 성찰도 사

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먼저 원전과 방사능에 대해 정확히

알고 무서워하자.

2013년 8월 26일 환경운동연합, 아이쿱생협, 시민방사

능감시센터 등 환경단체와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

구 태평로 시의회 건물 들머리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

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석자들은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에 대해

정기 및 수시 방사성 물질검사 실시를 촉구했다.

사진 <한겨레>

Page 18: PSPD MAGAZINE 2013. 09.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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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2000년 여름 고난의 행군

참여연대 20년 20장면

Scene #13

2000년 6월,

그해 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총선연대 운동이 끝나고 절반 넘게 파견됐던

간사들이 복귀했지만 참여연대 사무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전리품처럼 마음속에 품은 쾌감과 자부심에는 아쉬움과 공허함이 얼룩져 있었다.

박원순 당시 사무처장은 간사들의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위해

지리산 ‘고난의 행군’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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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참여사회

선의의 아침이 우리를 밤의 혼란에서 건져내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면, 벌떡 일어날 것인가 조금 더 누워 뒤척일 것

인가 고민에 빠진다. 그 순간의 고뇌와 기민하지 못한 몸

뚱어리의 자세는 게으름이 아니라 균형을 위한 몸과 마음

의 협력 작용을 표상한다. 균형은 안정적이고 밋밋하기

그지없지만, 그 정태적 고요함 속에 폭발의 힘을 가두고

있다. 모든 힘은 균형을 깨뜨리며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여연대의 이름으로 발산되는 힘과 그 이면에

깔린 균형은 어떻게 조절될까?

2000년 6월 15일,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버스 한

대가 인사동을 출발했다. 30여 명의 참여연대 상근자와

몇 명의 자원봉사자를 태우고 남쪽으로 달렸다. 대절한

관광버스가 움직인다고 야유회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행선지가 지리산이라고 등산 대회라 단정할 수도 없었다.

지금 찾아보면 기록에는 거창하게 ‘고난의 행군’이라 표기

돼 있다. 어감이 지시하는 대로 종교단체의 행사도 아니

었다. 하지만 그 버스에는 무언가 목적이 적재돼 있었을

것이다. 버스 자체는 결코 알 수 없는, 인간이 버스에 붙

여 놓은 목적 같은 것이라도 말이다.

좌우 두 칸 씩 열두 줄로 배열된 의자에 파묻힌 면면은

지은, 광복, 송희, 강준, 은아 등 자못 중립적 표정을 지

닌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초여름 나들이에 임의

로 선정된 단순한 갑남을녀는 아니었다. 그들의 개체는

서로 얽혀 참여연대라는 단일공동체의 형체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은 다시 사법, 행정, 경제,

정의, 투명사회 민주주의 따위로 분화됐다. 그들은 세상

의 변화에 요구되는 덕목을 자신의 이름으로 대신하는

은유의 승객들이었다. 그런데 버스에 실린 하중은 그것

만이 아니었다. 사회를 향한 자발적 가면 안쪽의 페르소

나는 다른 고민을 잔뜩 안고 있었다. 불투명한 미래, 얄

팍한 지갑, 부족해 보이는 능력, 취미생활의 욕망과 불만

족스러운 건강 그리고 사랑 또는 배신. 조금씩 기우뚱거

연재 순서

#01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 1997 소액주주운동

#02 법원 하나를 날려버린 고발장 - 1998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03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 - 2000 낙천낙선운동

#04 호루라기를 나눠 드립니다 - 1994~공익제보자 지원 운동

#05 “비가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 2004, 2010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06 어느 문패에 대한 20년의 명상 - 1994 참여연대 창립선언문

#07 ‘올리브’가 서쪽으로 가서는 안 되는 까닭

- 2003~2008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08 깃발의 상상력 - 1인시위

#09 작은 것도 치열하다 - 1997~ 작은권리찾기운동

#10 만리장성으로도 광장을 막지는 못한다 - 2009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11 종이에 새긴 희망, 열정 그리고 고뇌 - 참여사회

#12 햇빛은 어디에 필요한가 - 1998년~ 선샤인 프로젝트

#13 은유의 전사들 지리산 방황기 – 2000년 여름 고난의 행군

월간 『참여사회』는 참여연대 창립 2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참여연대가 이

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장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련자

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2000년 여름, 전체 상근자가

지리산으로 떠났던 ‘고난의 행군’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 차병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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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13 9

리며 달리는 모양으로 미루어, 그날의 버스야말로 균형

이 필요한 듯했다.

그해 초부터 봄을 지나는 몇 개월 동안 전국을 들썩이

게 하고 세계 시민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총선연대 운

동이 막을 내리고, 절반 넘게 파견됐던 간사들이 복귀한

참여연대 사무실의 분위기는 여전히 조금씩 겉돌고 있었

다. 전리품처럼 마음속에 품은 쾌감과 자부심에는 아쉬움

과 공허함 따위가 얼룩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 부조

화는 박원순의 눈에 금방 띄게 마련이었다. 총선연대 이

후의 정치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참여연대 고

유의 업무는 언제 재정비할 것인가. 이미 아름다운재단의

설립 구상까지 겹쳐 있던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고 초조했

다. 정신재무장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조급함도

있었다.

초보자를 위한 1박 3일의 종주일정

산행에 능숙한 박원순이 노고단 가까이에서 뒤돌아보니

성삼재 주차장에서 시작한 행군의 무리는 생쥐가 쏠아 놓

은 노끈처럼 점점이 이어졌다. 점 하나하나가 그의 관심

의 대상인 참여연대 정신의 주체들이었다. 자신에게 손오

공의 능력만 있어도 한꺼번에 입김을 불어 넣어 일사불란

한 개혁의 전사로 만들고 싶은 눈초리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활동가들이 까치발로 뻗은 손길보다

더 높은 선반 위에 있었다. 발돋움하는 그들의 땀과 호흡

을 빼앗아 그 빈자리에 신뢰할 만한 땅의 정기라도 채워

주었으면 하는 염원을 의탁하기 위해 지리산을 찾았던 것

이다.

발바닥 두 개로 1,915미터의 두께를 떠받쳐 오르는 이

들은 아무도 자신의 정신세계를 타인이 나서서 간섭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리고, 꿈에

비해 능력이 모자라고, 비정상적으로 쌓인 일 곁에서 휴

식은 부족하고, 따라서 열심히 해도 잦은 실수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렇지만 정해진 기준의 틀을 통

해 볼 때 비친 모습이 그럴 뿐, 다면성과 복잡성을 지닌

인간 활동가들이었다. 짧은 경험에 긴 고민이 호응하여

나름대로 전문성을 익혀 가고 있었다. 가끔 차분한 이성

보다 격정의 감정을 앞세우긴 하지만 책임이 무엇인지 잘

인식하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작은 기여가 동료의 그것과

합치면 권력을 꾸짖을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에 즐거

워하고, 그 성과는 시민사회 영웅의 몫으로 돌려도 결코

아쉬워하지 않는 겸손도 갖추었다.

하지만 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대부분은

가야 한다고 하니 버스를 탔을 뿐이었다. 태어나서 등산

은 처음이라는 사람도 많았다. 대학 시절 500명의 공학

도 중 그야말로 홍일점이었던 최현주는 소풍이라고 남학

생들을 따라나섰다가 북한산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입구

에서 돌아온 일이 유일한 산과의 조우였다. 지리산을 간

다는 바람에 남대문으로 가서 단체 할인으로 구입한 파이

2000년 6월 15일, 지리산 종주 중인 참여연대 간사들과 필자

Page 21: PSPD MAGAZINE 2013. 09. (202)

21참여사회

2005년 7월 ‘차며연대’와 경실련, 흥사단 축구경기 후 찍은 단체사진

프텐 릿지화를 생애 최초의 등산화로 소유하게 된 사람이

열 명이나 됐다. 지리산 종주가 무엇이며 얼마나 높이 또

멀리 걸어야 하는지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산을 걷

는 대열은 지리멸렬했다. 걸음은 느렸고, 휴식은 길었다.

벽소령에서는 이재명과 이샛별이 주저앉았다.

예정 시간보다 이미 두세 시간 늦었지만 숙소로 정한

세석산장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걸으면

해질 무렵엔 도착해 저녁을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막연한 기대였다. 그 뒤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 될지 아무

도 몰랐다.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산에 대한 순수한 감정이 워낙 강렬했든지 아니면 혼자

잘난 척하는 태도가 너무 심했든지 둘 중의 한쪽임이 분

명한 이탈리아의 발터 보나티는 미지에 대한 불가능의 감

정만이 진정한 알피니즘이라 주장했다. 그러한 신비로움

없이 계획과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육체의 움직임이라면

등반이 아니라 운동경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

미에서라면 참여연대의 그날 밤의 행렬은 알피니즘의 극

치였다. 벽소령에서 세석평전까지의 트레킹은 마치 헤드

라이트가 깨져버린 차로 터널을 지나는 모험이나 마찬가

지였다.

예측 가능하고 규칙에 따른 운동이라면 참여연대도 해

보았다. 교내 체육대회에서 신생 철학과를 한림대 챔피언

으로 등극시킨 경험을 가진 홍석인이 주도해 축구단을 만

들었는데, 훗날 그 팀은 ‘차며연대’라 불렸다. 자신의 희망

에 따라 적절히 포지션을 정했고, 간혹 조희연, 진영종이

값싼 용병으로 가세했다. 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

길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2001년 오마이컵 시민사회단

체 축구대회에 나가 1회전에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에 4:0

으로 패퇴했다. 수요일 오후의 성공회대 교수팀, 그 다음

주의 풍문여고 교사팀에 수시로 승리를 양보했다. 회원

대동제에서 회원팀과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

참여연대 간사들에게 보나티 같은 도전정신이 깃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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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3 9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축구 경기의 결과가 그랬듯이

지리산과의 호흡도 모조리 필연이 강한 우연이었다. 단지

믿음으로 삼았던 것은 사무국장 김성희가 짠 일정표에 쓰

여진 “초보자들을 기준으로 넉넉하게 잡은 진행안입니다”

라는 한 줄이었다.

혼비백산 야간산행으로 정상에 오르다

일정표에 보면 벽소령에서 세석산장까지 세 시간이 소요

된다고 했다. 그러나 세 시간이 지나도 절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 사이에 해는 졌고, 랜턴은 거의 없었다. 야간

산행은 애당초 계획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저마다 가쁘게 들이마신

산소를 심장이 뿜어낸 혈액에 실어 다리의 근육으로 열심

히 날랐지만, 러닝머신 위를 달리듯 물리적 거리는 쉽사

리 단축되지 않았다. 그나마 칠흙같은 어둠에 휩싸이자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대여섯 명씩 조를 나누었고, 앞장

선 사람은 기다시피 팔을 내저으며 선캄브리아기에 바다

였던 흔적을 더듬었다. 배는 고팠고, 체력은 고갈됐다. 만

약 여름의 지리산에 흔한 남동계절풍이 사면에 부딪쳐 상

승하며 비라도 퍼부었다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뻔했다.

누군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무 말이 없

었다. 그 울음은 슬픔이 아니라 고통에서 비롯하는 것일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본인의 증언에 의하면

두려움 탓이었다. 걷는데 도깨비가 자꾸 나타났다는 고백

이었다.

반쯤은 산사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김성희는 지칠 대

로 지쳐 초췌한 몰골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야간산

행의 위험 때문에 앞뒤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벽소령에

서 두어 시간 지체됐다 하더라도, 그가 짠 시간표에 따르

면 늦어도 밤 9시 이전에는 세석에 도착해 밤참 같은 저녁

을 끓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산장은커녕 손만 내밀어

도 닿는 나무조차 보이지 않았고, 더듬거리는 걸음은 점

점 느려졌다. 달팽이도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그보다 빠를

것 같았다. 선두 조가 세석산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를 맞으러 먹을 것을 손에 든 안

2001년 7월 19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영화배우팀과의 축구경기에서 ‘차며연대’는 7대 1로

대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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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참여사회

진걸이 맨발로 달려 나간 때는 밤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모두 소리 없이 쓰러졌다.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는 아침 햇살에 씻겨

갔다. 천왕봉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가

라앉아 있었다. 정상까지 예정된 세 시간은 또 몇 배로 늘

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끌다시피 하던 발걸음이라 부상

자도 생겼다. 무릎을 다친 이승희와 김민영, 발목을 삔 인

턴 한 명은 장터목에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이태호가

따라갔는데, 그는 중산리를 내려가는 내내 부상자를 부축

해주었다. 그 헌신적 태도가 이승희의 심장에 새겨졌다.

천왕봉에 이르자 일순 웃음을 되찾으며 술렁였다. 탁현

민은 히말라야 등정에 따라간 다큐멘터리 작가처럼 뛰어

다녔는데, 그의 손에는 참여연대로서는 거금을 들여 처음

장만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김박태식은 정복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을 4~5미터쯤 남겨 둔

아래쪽을 돌아 내려오는 유머를 과시했다. 최현주는 다시

는 산에 오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나

중에 남자를 만나면 한 번만 더 등산을 해야겠다고 즉시

번복했다.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

은 방법일 것 같다고 나름대로 최초의 산행 경험을 실용

적 교훈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훗날 결혼한 최현주는 지

리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내리막이라고 저절로 내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느린 속

도는 차며연대 축구단의 승률처럼 일관되게 유지했다. 정

말 천 리를 걷듯 걷고 또 걸어 진주에 도착했다. 저녁을

대접하겠노라고 기다리던 변호사 강대승과 경상대학의

정진상은 시내 천황식당에서 담배만 피워 물고 세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가까스로 식당 문을 닫기 전에 들어서

서 석쇠에 바싹 구운 불고기와 숙주나물이 매끄러운 진주

비빔밥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놋그릇의 비워낸 부피 만

큼 무거워진 승객을 실은 버스가 자정을 넘어 고속도로를

관통함으로써, 1박 3일의 대장정은 종결됐다.

그날 고난의 행군이 남긴 것

차며연대가 특별히 기억하는 시합의 상대는 영화배우팀

이었다. 2001년 7월 19일, 동대문운동장에서 격돌한 결과

7:1로 크게 졌지만 뿌듯함은 있었다. 공격 전면에 나선 안

성기, 박중훈, 최종원 같은 스타들과 맞붙어서가 아니라,

동대문 축구장에서 뛰었다는 역사적 의미 때문이었다.

1925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경기장으로 준공된 축구장

은 철거를 위해 폐쇄하기 직전이었는데, 신문선의 주선으

로 승률 꼴찌의 축구선수들이 그 잔디를 밟아본 것이다.

전체 간사 대부분이 참여한 그해 6월의 지리산 종주에

서 기대했던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개인의 능력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고통을 수반한 단체행동을 통해 개별적

신체감각의 집단화를 꾀한 것일까? 그 공통의 감각은 참

여연대라는 이름 아래 정신의 유대를 공고히 하였을까?

이성과 감성의 균형은 조절했을까? 그런 단체주의적

기획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개개 구성원의 자유주의적

개성이 너무 뚜렷했다. 따라서 등산은 어수선하게 마무

리됐지만, 무모한 일정 속에 의미는 남겼다. 밤길을 헤맨

어리석음이 미답의 암벽에서 논리적 선을 찾아내는 순결

주의 알피니스트의 지적 모험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불

가능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기어

이 해내고 마는 참여연대의 정신 같은 것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산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경험은 각자의 것이

다. 지금까지도 가끔 기억을 떠올리곤하는 이유가 거기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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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네이버 때리기, 진짜 속내는

언론사들의 억울함도 이해는 된다. 네이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나도 그동안 네이버를 조지는 기사를 숱하게

썼지만 최근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네이버 비판에는 동

의할 수 없다. 언뜻 캠페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사 이

해관계에 얽힌 사안을 공적 이슈로 포장하는 지면 사유화

일 뿐이다. 애초에 기사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기사들

도 많다.

언론사들의 불만은 네이버 첫 화면 개편에서 비롯했다.

지난 4월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바꾸면서 언론사 사

이트의 페이지뷰가 평균 1/3 이하로 줄어들었다.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자 다른 포털로 옮겨가거나 아

예 뉴스를 보지 않는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트래픽과 영향력 동시에 급감, 뉴스스탠드의 악몽

그러나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은 조중동의 작품이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뉴스캐스트 시절에는 52개 언

론사가 네이버 첫 화면에 랜덤 롤링되면서 거의 비슷한

빈도로 노출됐다. 조중동은 그게 불만이었다. 듣보잡 언

론사들과 N분의 1로 섞이고 싶지 않다, 독자들이 직접 언

론사를 선택하게 하자, 저질 사이비 언론사들을 퇴출하

자, 그래서 나온 게 뉴스스탠드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조중동으로 몰리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뉴스 트래

픽이 급감했다. 어떤 뉴스도 선택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상대적으로 조중동의 피해가 적게 나타났

지만 그렇다고 영향력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은 전혀 새롭지 않다. 지난해부터

조선일보가 일부 제기했던 이슈를 반복해서 확대 재생산

하고 있다. 독과점 횡포?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점유율이 높은 것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

정하는 건 다른 문제다. 검색 서비스와 부동산, 오픈마켓,

가격비교, 웹툰, 음원 서비스가 모두 다른 시장이기 때문

이다. 2008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시장지배

적 사업자로 규정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네이버가 옳다

는 이야기가 아니다. 큰 힘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검색 공정성이다. 광고성

링크를 상단에 배치하는 건 네이버의 핵심 수익모델이니

까 그렇다 쳐도, 내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외

부 콘텐츠를 배제하는 건 포털의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비

판을 받아도 싸다. 네이버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전략

으로 덩치를 키워왔고 지금도 그런 전략으로 기득권을 유

지하고 있다.

기획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

직업은 블로거. 부업은 기자. 이정환 닷컴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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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참여사회

조중동+연합뉴스의 네이버 독립, 성공할 수 있을까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 기사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인터넷

전반의 문제인 경우가 많고(음란 콘텐츠나 저작권 문제

등) 다분히 감정적인 비판이기도 하다(네이버가 이런 것

까지 하느냐는 등). 그리고 조중동이 네이버에 갖는 불만

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네이버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마땅

치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아마도 조중동은 네이버에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네이버에서 오는 트래픽이 크지 않기 때문

이기도 하고 중장기적으로 콘텐츠를 유료화 하려면 공짜

뉴스를 없애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논조

를 보면 조중동은 아예 포털이 뉴스를 다루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연합뉴스를

압박해 네이버에서 빠져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런 이유에서다. 정부 지원을 받는 통신사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B2C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조중동의 논리지만 연합뉴스는 네이

버의 방대한 독자 기반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기사 전재료를 깎아주면

서 언론사들을 달래고 있지만 조중동의

비판은 막무가내다. 조중동이 직접 통신

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

다. 네이버와 연합뉴스를 동시에 압박하

는 전략이다.

뉴스 없는 네이버, 법으로 밀어붙인다?

조중동의 네이버 비판에는 네이버에 넘어간 권력을 되찾

아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결국 조중동의

진짜 의도는 네이버에서 공짜 뉴스를 없애라는 것이다.

조중동이 추동하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에

서는 네이버 규제 법제화도 논의되고 있다. 다급한 네이

버도 뉴스 서비스의 철수 또는 전면 유료화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의 전략이 성공할까. 지난 2004년 스포츠지들이

일제히 포털에서 탈퇴하고 파란닷컴으로 옮겨갔을 때를

떠올려보자. 스포츠지들의 빈자리를 신생 연예·스포츠지

들이 채웠고 파란닷컴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문을 닫았

다. 조중동+연합뉴스까지 빠져나간다고 해도 빈자리는 크

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까지 모두

뉴스를 없앤다고 해도(그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조중

동이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2013년 4월 네이버는 그동안 첫 화면에서 제공해왔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소비자가 직접 언론사를 편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뉴스캐스트 형식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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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

KBS가 버린 남자, 뉴스 하나 들고 우리에게 온 사람

글 박상규 오마이 뉴스 기자

사진 박영록 사진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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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참여사회

“저널리스트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 안정된 고용, 적

당한 사회적 대우와 보수, 타인에게 뭔가 있어 보이고 싶

은 욕심으로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면 당장 때려 치워야 한

다. 그걸 하려고 언론인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인은

그것 이상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 말을 할때 눈에 힘을 줬

다. 작은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실렸다. 사실 특별한 이야

기도 아니다. 식상하고 진부한 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이

야기를 누구나 힘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걸 실천

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뉴스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기자’ 김용진이 지난 2월 KBS를 떠날 때 남긴 말이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시작된 방송 탄압은 기어코 기자 김용

진을 야인으로 만들었다. KBS에서 탐사보도팀장으로서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연 그다. 권력이 감추고 싶어하는

걸 그는 추적했다. 기자에게 그건 의무이자 명예다. 하지

만 그게 죄(?)가 되어 김 기자는 이명박 정부 내내 지역으

로 유배 아닌 유배를 떠났다. 뉴스가 하고 싶어 일명 ‘신의

직장’ KBS를 떠나 <뉴스타파>에 둥지를 튼 김용진. 보란

듯이 조세도피처 관련 보도로 세상을 크게 흔들었다. 세명

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한 수 배우

고자 하는 마음으로 기자 김용진을 만났다.

출범 6개월을 맞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이 60~70%대로 높게 나왔다. 방송사 덕을 봤다는 지적이 많다.

“덕을 좀 봤을 거다. 방송만이 아니라 주류 매체들이 정권의 문제점

지적보다 우호적인 보도를 많이 하지 않았나. 언론이 정권의 문제와

부족한 점에 의도적으로 눈감았다.”

요즘 지상파 TV 뉴스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방송이 주로 다루는 이슈가 정해져 있다(웃음). 날씨, 동물, 스포츠

등을 주로 다루더라. 주류 매체, 특히 공공재 성격이 강한 지상파가

그런 것만 주요 뉴스로 다루는 건 문제다. 수용자(시민)들이 사회적

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슈와 정보를 충분히 입수하는데 장애가

된다. 박근혜 정부가 뭘 하는지, 진짜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은폐되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등을 방송이 잘 다루

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해야 한다. 국정원

사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방송사가 뉴스로) 다루는 빈도와 내

용이 너무 부족하다. 국정원은 임무와 무관한 일을 했고, 많은 직원

이 여기에 동원됐다. 특히 정권을 홍보하고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

는 사건과 (여론)조작 활동 등은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국정원

은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정원이 일탈했다는 걸 국민은 제대로 알아

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차단됐다. 요즘 SNS를 많이 하지

만, 국민들 다 이용하는 건 아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상

파 방송과 주요 신문으로 정보를 획득한다. 주요 정보 공급 창구들이

오염되고 왜곡됐으니,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지난 2월 KBS를 퇴사할 때 ‘KBS에서 내 용도는 더 이상 없다’는 말

을 했다. 내부에 남아 더 싸울 수는 없었나.

“내부에서 나름대로 싸웠다. 하지만 KBS라는 관료조직에서 개인적

으로 뭔가를 돌파하는 건 한계가 있다. KBS에는 여전히 훌륭한 후

배, 언론인들이 많다. 그 친구들이 공영방송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

다. 그런 노력은 여전히 유효하고 계속해야 한다. KBS는 국민 수신

료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다. ‘그냥 보지 말자’ 식으로 포기해선 안

되는 중요한 기관이다. 내부에서 KBS를 바로 잡을 충분한 역량이 있

다고 본다.”

KBS 퇴사 뒤 <뉴스타파>로 왔다. 왜 <뉴스타파>였나.

“<뉴스타파>를 염두에 두고 KBS에서 나왔다. 시즌 1,2때부터 기획,

제작에 관여했다. 2012년 대선 이후에 <뉴스타파>를 향한 많은 시민

의 성원이 있었다. 새로운 매체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들을 목격했다.

대선 이후 자연스럽게 <뉴스타파> 조직이 커졌다. 시민들의 후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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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였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조직을 꾸리자는 문제의식이 있었

다. 언론사 해고자와 언론노조 지원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도 했다. 장기적으로 투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지속가능한 <뉴스

타파>, 그걸 염두하고 KBS를 떠났다.”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회원이 3만 명 정도다. 운영하는데 문제는 없나?

“(웃음)그런 질문 많이 받는데, 문제가 왜 없겠나. 근무하는 인력 중에

는 KBS, MBC, YTN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런 방송사의 예

산, 장비, 제작 인프라 등과 <뉴스타파>는 비교가 안 된다. 또 브랜드

파워 문제도 있다. KBS, MBC, YTN 소속으로 취재하는 것과 <뉴스타

파> 소속으로 일하는 건 큰 차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시즌 1,2에 비하

면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달라졌다. 브랜드 인지도도 올라갔고, 후원

도 많아졌다. 기본적 취재와 제작에는 어려움이 없다. <뉴스타파>는

광고를 안 받고, 수익 사업도 없다. 100% 시민 후원으로 운영된다.

국내에선 처음인데, 해외 모델을 배우고 벤치마킹했다. 사례를 검토

한 결과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미국 ‘프로퍼블리카(www.

propublica.org)’는 5년 됐는데, 미국의 유력 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의 ‘메디아파르(Mediapart)’는 유료인데, 독자가 7만 5000명

정도다. 이들 매체를 보면 (독자와 후원자는) 계단식으로 급증했다.

중요한 뉴스를 터뜨렸을 때 구독자의 관심이 급증하고 후원자가 모

였다. <뉴스타파>도 그렇다.”

흔히 말하는 ‘진보 매체’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진보 매체만이 아니다. 보수 매체들도 어렵다. 모두 (회사 운영을)

광고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광고는 경기에 따라 변동할 수밖에 없다.

또 광고주의 입김에 흔들릴 수도 있고. 광고 의존 모델을 탈피해야

한다.”

보도 측면에서 조언할 게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인터넷 세상이다. 정보는 무한대로 솟는다. 많은 정보 속에

서 의미있는 걸 찾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직업 저널리

스트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 정보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속보 경쟁 시대는 지났다. 저널리즘 매체와 전문 저널리스트들

은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심층적인 탐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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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참여사회

보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 명단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에게 조세도피처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였다. 누가 거길

이용하는지 몰랐다. 대기업과 재벌, 사회 고위 인사들이 그곳을 활용

해 낼 세금을 안 내고, ‘검은돈’을 감췄다. 그걸 목격하고 세상에 보

여준 게 큰 성과다. 그들을 감시하고 추적해야 할 조세당국, 검찰 등

은 그동안 뭘 했는가. 조세도피처 보도 이후 일명 ‘전두환추징법’이

생기고, 해외 세금 포탈자에게 영구히 세금을 부과하는 ‘뉴스타파법’

도 발의됐다. 여론을 환기시키고, 제도 개혁까지 이끌어 냈으니 상당

히 보람있었다. 탐사보도의 전형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매체도 많고, 기자도 많은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널리즘이

위기인 시대다.

“우리 세대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후배 언론인이 많다. 하지만 조

직이 그런 젊은 기자와 피디들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저널리스트의 수준이 낮아진 건 아니다. 물론 언론인들의 책임도 적

지 않다. 너무 쉽게 기사를 쓰고, 보도자료나 취재원의 입만 따라가

는 경향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그런 게 지상파 뉴스에서 극명하

게 나타났다. 단순한 날씨와 동물 보도가 저널리즘의 역할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그런 것들이 메인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 스스로 무

덤을 파는 꼴이다. 설사 대중이 그런 소식에 솔깃해도, 언론인들은

대중의 수요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진짜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다.”

<뉴스타파>가 요즘 취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국가 예산에 집중할 생각이다. 대규모 예산을 쓰는 국

책 사업과 그 배후의 역학관계를 들여다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건

<뉴스타파>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제대로 된 매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게 진짜 뉴스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전임교수를 하고 있다

“탐사보도, 방송보도, 매체비평 등을 가르친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

이 많은데, 실습으로 <단비뉴스>를 운영한다. 학생들과 기획·제작

하고, 데스킹도 한다. 학생들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익혀가는

걸 보는게 재밌고 보람있다”

일종의 ‘후배 양성’인데,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나.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저널리스트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 안정

된 고용, 적당한 사회적 대우와 보수, 타인에게 뭔가 있어 보이고 싶

은 욕심으로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면 당장 때려 치워야 한다. 그걸

하려고 언론인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인은 그것 이상의 목표

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대개 주류 매체를 지향하는데,

한국의 주류 매체는 ‘올드매체’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공

간이 다양하게 열려있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준비하라고 조언

한다.”

많은 시민이 언론을 걱정한다. 언론 독립을 위해 시민은 뭘 해야 할까.

“언론의 불균형이 심하다. 이를 시정할 빠르고 유력한 길은 공영방

송의 정상화다. 시민이 주인이니 바로 잡을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

하루 빨리 시민 품으로 가져와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영리 독립매체

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독립매체들이 저널리즘 역할을 제대로 하

면 뉴스 소비자들이 기성매체의 한계를 절감할 테고, 이는 다시 여

러 매체에 자극이 될 거다. 수동적인 뉴스 소비보다는 필요한 정보

를 찾아나서고, 매체들이 뉴스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똑바로 하

라’고 요구해야 한다.”

참여연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뉴스타파> 조직을 정비할 때 회원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연대

를 많이 참고했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민간 싱크탱크가 거의 없다.

국책 기관 제외하면 재벌 연구기관이다. 이들의 연구물을 언론이 무

비판적으로 받아 쓴다. 참여연대가 독립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

다.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니 단발적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요한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박상규 오마이뉴스 기자

단언컨대, 서른이 될 때까지 ‘기자’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연히 <오

마이뉴스>에 입사해 거의 10년 동안 일했다. 너무 오래 일했다. 곧 세계여

행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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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전진한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사진 Nina Ahn

그를 만나고, 기록하고, 여기 공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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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참여사회

2002년 참여연대 간사 공채 현장

대구에서 막 상경한 그는 대학신문 한 장을 면접관들에게 내밀었다.

박원순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참석했던 강연 기사가 실린 지면.

그 안에는 치명적이고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활자로 기록되어 있

었다.

“강의가 끝나고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자 박원순 사무처장이 말했

어요, 지금 질문하면 참여연대 간사 채용 시 1차 시험은 무조건 통과

시켜 주겠다고. 손을 번쩍 들고 참여연대는 왜 언론개혁운동은 안 합

니까 했더니, 당신이 들어와서 직접 하라고 하더군요.”

그 한 마디 말을 가슴에 품고 그는 고향땅을 떠났다. 한 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신세계를 향하여, 훗날 자신의 인생에서 르네상스로 기

록될 시대를 향하여 그는 힘차게 전진했다.

기록1 : 르네상스 시대

전진한 회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참여연대 간사가 되고 지금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소장으로 일하는 그도 학창시

절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뭘 해야 하나 막막했어요. 하도 할 게 없어서 고시공부를

하던 중에 그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박원순 처장한테 엄청 감동받아

서 나도 평생 저런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회원 인터뷰를 하다보면 유독 자주 듣는 이름, 박원순. 부드러운

인상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의 말은 사람들을 열정으로 달

뜨게 하고 분노로 흔들리게 한다. 내부에 감춰져있던 에너지를 끓어

오르게 만드는 힘, 부드러운 카리스마란 이런 것일 게다.

“졸업 후에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덕분에 법

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철저히 깨달을 수 있었죠. 제 전공이 법학인

데 사실 고시 안 보면 별 필요가 없거든요. 근데 노동법이 사람의 생

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까 내 배움을 가난한 사

람들을 위해 쓰고 싶어졌어요. 참여연대도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

생각했죠.”

마지막 면접시험을 치르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길에 받았던 합

격 통보. 그날의 흥분과 설레임….

“너무 좋아서, 행복했던 그 마음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장밋빛 미래가 아니었다. 셋방은

걸핏하면 물이 샜고 곰팡이로 뒤덮였다. 집 때문에 당할 만한 일은

모두 당해봤다는 그에게 정작 타향살이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참여연대였다.

“당시 간사 월급이 70만원 정도였는데 하루 세 끼 밥 먹고 일상생

활을 하기엔 턱없는 액수였죠. 밥만 먹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갔어요,

조계사에서 국수도 얻어먹고 임원들 경조사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가고. 문제는 주말이었죠.”

집과 여타 실생활에서 비롯되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

을 했다는 이 용의주도한 남자에게 참여연대는 어떤 곳이었을까?

“활동가로서 갖추어야할 기초적인 능력을 모두 배운 곳이죠. 글은

어떻게 쓰는지 기자회견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시민들을 설득할

것인지 등 참여연대가 가지고 있던 노하우를 모두 전수받았죠. 그 점

에 있어서는 지금도 무척 감사해요.”

보수색이 강한 대구와 달리 서울엔 다양한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

이 있었다.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동안 만났던 많은 활동가들은 그가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충격과

함께 과거의 시대는 깨져버렸고 그 빈자리는 한층 더 풍요로워진 생

각들로 넘실거렸다.

“참여연대에서 일했던 그 시기야말로 제 인생에서 르네상스였죠.”

기록2 : 독립, 그 이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여연대를 떠났다. “참여연대는, 활동가 각

자의 개성이나 다양성을 표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은 아니라고 생

각해요. 참여연대만의 운동방식으로 묶어내려는 경향이 강하죠. 당

시엔 월급도 그렇고 수습기간도 무척 길었어요.”

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거친 근로환경일 수밖에 없는 곳이

당시의 참여연대였다. 자신이 외국인노동자보다 더 어려웠다며 볼멘

소리까지 한다. 그래도 그런 이유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닐 것이다.

“‘정보공개사업단’이 없어진 게 가장 큰 계기가 되었죠. 제가 참여

연대에 와서 제일 먼저 배치 받은 곳이었는데 그 일이 무척 재미있

었거든요.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나가서 내가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그렇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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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협동사무처장으로 있던 하승수 변호사를 만나 도움도 요청하

고 명지대 기록관리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도 했다. 전국의 기록관리대

학원 학생들을 조직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았다. 흩어져있던 아키비스

트(기록관리 전문가)들은 그렇게 모여들었고, 마침내 ‘정보공개’를 사

회운동의 새로운 분야로 탄생시켰다.

“아키비스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보공개센터’를 창립하는 일

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재정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고 또 그들 자체가

훌륭한 인적자원이었죠. 창립회원 160여 명 중에 100명이 아키비스

트들이었으니까요.”

참여연대의 한쪽 공간을 빌려 시작한 초라한 첫 걸음. 하지만 그

의 시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보공개운동 단체의 출범을 알리는 서

막이었다.

“투표, 집회, 시위 등은 민주주의의 일부일 뿐입니다. 일상생활에

서 우리가 알고 싶은 자료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가능

하다면 굉장한 민주주의인 거죠. 아직도 일반 시민들은 검찰이나 경

찰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일을 두려워 하거든요.”

더는 이런 두려움 없이, 14살 이상이면 그곳이 청와대든 국정원이

든 당당하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민

주주의다.

“참여연대처럼 논평, 보도자료, 기자회견, 집회 등은 하지 않아요.

그럴 여건도 안 되구요. 단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 결과를 저희

단체 블로그에 올릴 뿐이죠.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면 거부한 사실을

올립니다. 거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혹을 불러일으키니까요.”

인터넷 검색창에 ‘정보공개센터’를 쳤다. 어렵고 무거운 정보들만

이 가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책과 사서가 없는 서울시구립공공도

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대출자료 우편서비스 현황’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정보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들 앞에서도 난

본능적으로 운영여건에 대한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다. 말 그대로 비

영리민간단체니 말이다.

“정부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참여연대에서 배운 거죠. 920명의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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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참여사회

원이 내는 회비와 투명한 운영을 통해 쌓은 신뢰 덕에 여러 공익재단

으로부터 받는 후원금으로 운영해요. 때로 언론사들과 협력 사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 서비스를 대행해

주었죠. 그런 과정에서 들어오는 후원금도 있구요.”

그러면서 힘주어 덧붙인다, 활동가들 월급도 참여연대 만큼은 준

다고…. 장하세요!

기록3 : 기록이 없는 나라

“한번은 회원 한 명이 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공

무원의 실수로 촌지 내역을 보내 온 적도 있어요. 하하하, 그때 난리

가 났었죠.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요청을 많이

했는데, 그때 오 전 시장이 디자인사업이란 명목으로 예산을 펑펑 써

대고 있었거든요. 근데 선거 중이라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거예요.

행정소송을 하기엔 시간이 없고, 생각 끝에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소

송’을 했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했으니 그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구요.”

이 또한 우리나라 최초였다. 결국 승소했고 배상금으로 받은 100

만 원은 평소 정보공개 청구에 열심인 분들을 초대하여 조촐한 막걸

리 파티를 벌이는 데 쓰였다.

“요즘은 원자력발전과 핵문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얻은 정보와 해외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한국어로 번역도 하고 해서 누구라도 원전과 관련된 내용들을

알기 쉽게 하려는 거죠.”

이런 그가 제발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

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 NLL 사건과 관련해서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

의록을 공개했어요. 그것도 100장이 넘는 양을, 국익을 지켜야할 국

정원이 직접…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가 있는 것은 퇴임 후 15년을

보호할 테니 당신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의 기록을 제대로 남겨달라

는 건데,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어떤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겠어요?

자기가 남긴 기록 때문에 죽은 후에도 부관참시 당할 게 뻔한데. 이

법을 만들 때 동참했던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비공개 기간을 퇴임

후 100년으로 하자는 말까지 했었어요. 근데 법이 제정된 지 6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진 겁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그는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긴 최초의 대

통령이 되었다. 그럼 그전에는? 기록이 없단다.

“노태우 대통령 때 대북 특사를 42번 파견했어요. 근데 남아있는

기록은 아무것도 없어요. 남북이 마흔 두 번이나 만나서 무슨 이야기

들을 했는지 영영 알 수가 없는 거죠.”

1945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민국은 기록이 없다. 유구히 이어져

내려오던 기록의 역사는 그렇게 50년 동안 멈춰 서 있어야했다. ‘정

보공개’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상에 맞서 싸우는 그에겐 이 시기야말

로 진정한 암흑기였다.

기만이 난무하는 시대

올 여름, 역사책을 읽고 싶다던 딸 아이에게 단순무식한 나는 박시백

의 ‘조선왕조실록’ 20권을 사다 바쳤다. 조선왕조실록, 무려 472년이

란 세월이 기록된 이천 칠십 칠 권의 책, 그리고 사관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열람이 허용되지 않았던 역사. 그 앞에 서서 ‘정보공

개라는 것은 애초에 기록이 없으면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는다.

조지 오웰은 말했다. ‘기만이 난무하는 시대엔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야말로 혁명적 행위이다’라고. 기록과 정보와 공개라는 말로 차고 넘

치는 전진한 회원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어쩌면 혁명이란, 너무 멀

리서 반짝여서, 그래서 아름다운 별처럼, 그런 게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힘을 지닌 자들이 자꾸만 감추려 하는 것들을 세상 밖

으로 끄집어내는 일, 진리를 말하기 이전에 어느 것이 진리인지를 살

펴보고 가늠해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

그가 하는 일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2013년 여름 그와의 만남

을 여기,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

활동을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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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에서 좌경용공, 종북세력까지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용어 중 하나가 ‘빨갱이’

일 것이다. 사실 이 말은 친일파들이 미국을 등에 업고 살아남기 위

해 외세를 거부하는 민족주의 세력을 반미 공산주의 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고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빨갱이란 말의

효용성은 극도로 높아졌다. 무자비한 살육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말 한마디에 핏대를 세우며 원한을 풀었다. 이승만, 박

정희 두 정권에서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찰,

검찰, 정보기관 등 국가기관을 최대한 동원해 이 야만적인 행위를

부추기고 이용했다.

1980년대에는 ‘좌경용공 세력’이라는 말이 널리 유포되었다. 빨갱

이라는 이름하에 너무 많은 정치적 탄압이 이루어지면서 그 효용성

이 반감된 데 따른 것인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 기능

은 빨갱이란 말과 똑같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파를 색출

해 탄압하는 데 있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빨갱이’나 ‘좌경용공’ 같은 용어들은 점

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국회 절반을 차지하는 야당을 싸잡아 빨갱

이나 좌경용공으로 몰수는 없게 된 것이다. 특히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북한의 침략 위협을 전제하고 사용된 이 용어들은 그 현실적 기반을 잃어버렸

다. 그러자 얼마 전부터 ‘종북세력’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의 ‘빨갱이’나 ‘좌경용공’ 같은 용어와

다소 혼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종북’이 보다 일반화되었다. 처음에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사용하기 시작

하더니 국회의원, 그리고 이제는 정부기관에서까지 일상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쓰임새도 대단

히 폭넓다. 현 정부나 여당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종북’이란 딱지가 붙는다.

다시 시험대에 오른소크라테스

정치

이용마 MBC 해직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

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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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참여사회

정권 보위의 보검이 된 ‘종북세력’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종북세력’이 등장했다. 국정원이 대선 기간에 인터넷

댓글을 단 것은 종북세력들의 심리전에 대항하기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빨갱이’와 ‘좌경용공’에

이어 ‘종북세력’이 국정원의 불법적인 활동을 정당화하는 전가의 보도로 다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자

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말하는 ‘종북’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재의 야권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

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낸시랭이나 김여진

씨 같은 연예인들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국민들도 역시 ‘종북세력’으로 규정된다.

이 쯤 되면 국정원이 ‘종북’이라는 용어를 통해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해진다. 정권 보위활동을 국

가안보라는 허울로 치장하고, ‘반공’이라는 철 지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다양한 의견이 보장되어야 하는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 그랬듯이 전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막아 현 정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청문회에서 나타난 여당 의

원들과 주요 증인들의 뻔뻔하고 치졸한 행태는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증인선서를 거

부하며 큰소리를 치고, 국민의 대표라는 여당 의원들이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작태를 서슴지 않는다. 국정조

사는 철저히 무력화되었고, 청문회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는 이념 선전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본인이 임명한 검찰의 손으로 밝혀진 국정원과 경찰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

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던 정치인 박근혜의 자부심은 어디로 갔나? 아니,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

을 통해 본인의 원칙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법 위에 대통령이 있고, 대통령 위에 ‘종북세력 타도’라는 대원

칙이 있다. 설령 국가기관이 불법을 저질렀다 해도 ‘종북세력 척결’ 원칙에 맞으면 문제가 없다. 박정희 시대

처럼 국민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13년 6월 22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규탄 촛불대회’에 반대해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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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기후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고 한

다. 장맛비라기보다 스콜이라 불러 마땅한 국지성 호우로 여름을 보

냈으며 사과 과수원의 북방한계선이 어느덧 강원도까지 치올라 왔다

니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얘기다. 하지만 어느 덧 8월 하순, 새벽에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한 줄기 스쳐가기도 한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이 취임한 지도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아무리 간접화법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드러날 것은 결국 드러나는 법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

책기조 역시 뚜렷해졌다.

박근혜 정부 6개월, 경제 정책 기조는 ‘줄푸세’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박대통령은 전임 토건 대통령과 다르리

라, 기대했다. 독재자의 딸답게 재벌을 휘어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선

거를 승리로 이끈 필승의 구호,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어느

정도는 실천하지 않을까. 그래야 끝까지 부여잡고 싶은 이미지 “신뢰

의 정치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노인연금의 축소나 ‘4대 중증 질환’의 비급여 제외에서 보듯

이 맞춤형 복지는 날이 갈수록 빈약해지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

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

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진전됐다고 평가할 이는 없을 것이다.

매달 <참여사회>에서 점검했듯이 굵직굵직한 정책은 모두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

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으로 2007년 17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공약)”를 가

리키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시장만능론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낙수효과”라는 구체제의 주문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 기조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앞으로 재앙이 될 정책들이 쏟아지

고 있다. 어느 통계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최근에 발표된 표를 들여다보면서 점검해 보자.

구체제의 망령

경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

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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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참여사회

보다시피, 2011년까지 두 자릿수로 늘어나서 한국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 증가율은 0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

락이며 전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수출 증가

율에 정확히 비례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의 투자가 살 길이라며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데 급급했

다. 지난달에 소개한 각종 규제완화, 특히 수도권 규제완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재벌들이 오랜 숙원이던 수도권

의 땅을 사들인다고 해서 당장 설비투자가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정부가 희망을 걸고 있는 건, 그래도 플러스를 보이고 있는 건설투자 분야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동산 붐

은, 빈사 상태인 대형 건설사를 살리는 일인 동시에 가계부채의 폭발을 막고, 또한 경제성장률도 올리는 묘수로

보일 것이다. 하여 국토부장관은 주택공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전월세 폭등이 일어나자 금융위원회

는 전월세 대출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기후변화 보다 더 무서운 재앙, 민영화

또 하나 확실히 나타난 기조는 민영화이다.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재정 부족 사태에서 비롯되었

다. 정부는 하반기와 내년에 3~4% 성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거의 100% 그런 일은 벌

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인 부자 감세를 되돌리는 일은, 예의 투자 때문에 하면 안 된다. 그렇다

면 남은 것은 민영화다. 의료민영화와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로 출발한 이 흐름을 방관한다면, 곧 인천공항과

가스공사도 덮칠 것이다. 즉 정부는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자연과 공공재를 팔아서 재정을 확충하고 성장률

을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다. 더구나 한미 FTA가 발효되어 있으므로 이렇게 파괴된 공공성은 다시 복원되기도

어렵다. 기후가 아열대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꺼져가는 구체제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이 시도를 막지

못하면, 우리가 4년 뒤 정신을 차린다 해도 너무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2011 2012 2013

연간 연간 6월 3/4 4/4 1/4 2/4 4월 5월 6월

소매판매액 4.5 2.3 -0.4 1.2 0.4 -1.2 0.4 -0.7 0.0 0.9

(전년 동기 대비) - - 1.1 2.6 2.5 0.2 1.1 2.0 0.5 0.8

설비투자지수 4.0 -2.0 -3.7 -6.8 0.8 -4.5 -1.6 -3.8 0.8 4.5

(전년 동기 대비) - - -7.0 -8.2 -6.9 -15.4 -10.6 -12.1 -11.9 -7.8

건설기성액 -6.4 -5.8 -1.7 1.0 1.4 4.4 6.9 9.6 -4.0 0.4

(전년 동기 대비) - - -14.6 -2.3 -5.6 5.2 14.8 19.4 12.6 12.8

수 출 1) 19.0 -1.3 0.9 -5.8 -0.4 0.4 0.8 0.2 3.1 -1.0[2.6]

수 입 1) 23.3 -0.9 -6.3 -6.9 -1.1 -3.0 -2.7 -0.4 -4.6 -3.0[2.7]

경상수지(억달러) 260.7 431.4 58.8 145.6 148.3 99.7 198.0 39.3 86.4 72.4

주: 1) 통관기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 ]내는 7월중

자료: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관세청,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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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례 풍경

운구 행렬이 종로를 거쳐 남대문에 도착했다. 상여 뒤로 수많은 만장

과 수천 명의 시민이 따랐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

데, 오후 1시부터 노제가 시작되었다. 학생·여성·교사 대표가 제

문을 읽고 학생들이 추모의 노래를 합창했다. 장지로 떠날 때도 많은

시민들이 동행했다. 최초의 사회장인 김덕구 장례의 풍경이다. 구두

수선공이던 김덕구는 1898년 11월 21일 독립협회에 대한 정부의 탄

압에 항의하는 만민공동회 집회에 참가했다가 보수단체인 황국협회

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만민공동회는 그가 평범한 시민으로서 애

국과 충의를 실천하며 순국한 의사義士라고 추앙하며 사회장을 추진

했다.

수많은 인파가 운집하여 평범한 한 시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민주

주의를 거부하는 정부와 보수 세력에 항의하던 110여 년 전의 장례

‘시위’ 풍경. 그리 낯설지 않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위 풍경 그 문화의

뿌리에는 만민공동회운동, 그리고 3.1운동이 있었다.

스스로 모여 함께 싸운다

처음 만민공동회를 개최한 것은 독립협회였다. 하지만 만민공동회가 연일 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

와 시위의 장이 된 것은 독립협회가 폐쇄되고 간부들이 죄다 체포되었을 때였다. 또렷한 지도부와 운영 방침

없이 자발적인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며 꾸려간 공동체가 바로 만민공동회였다.

만민공동회는 민주주의의 공연장이었다. 당시 서울 인구는 17만 명 정도였는데 매일 1~2만 명이 모였다. 학

생, 상인, 여성을 비롯한 서울 시민들이 연일 철야농성을 펼쳤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민공동회에 지지를 표

하며 성금을 보내왔다. 집을 판 돈을 보낸 이, 배를 보낸 과일 장수, 술을 보낸 술장수에서 감옥의 죄수는 물론

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성금이나 물품을 쾌척했다. 나무꾼들이 기부한 장작은 철야농성장의 밤하늘

을 훤히 비췄다. 만민공동회를 엄호하던 200여 명의 군인이 지지를 표명하며 스스로 해산하기도 했다.

189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찬비와 추위를 무릅쓰고 철야농성을 불사하던 만민공동회는 결국 정부의 폭력

촛불시위의 원조‘들’

역사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학교육과 교수

참여연대 창립 멤버, 현 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였다. 한국 민

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궤적을 좇는 작업과 함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Page 39: PSPD MAGAZINE 2013. 09. (202)

39참여사회

진압에 의해 해산되었다. 하지만 지도부 없이 시민의 자발성에 의거해 몇 달간 집회와 시위를 지속했다는 점,

전국에서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면서 민주주의 가치 구현을 위한 연대의 전통이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다

3.1운동 역시 일사불란한 지도부 없이 세 달 가량 지속된 저항운동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인 차원에서 일본 식

민 통치의 폭압적 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의 회복을 의미하는 독립을 요구한 목숨을 건 항쟁이었다는 점에

선 만민공동회와 차원을 달리한다.

3월 1일 서울의 시위는 탑골공원을 출발한 학생과 시민 등 시위대와 이들을 진압하려는 군인, 기마경찰, 형

사, 헌병 등이 종로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흥분과 긴장 속에 시작되었다. 이날 이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댔고,

시위는 계속되었다. 다양한 저항 방식도 등장했다. 시위의 주력부대인 학생은 동맹휴학으로 맞섰다. 상인은 철

시를, 노동자는 동맹파업을 단행했다. 농촌 시위는 주로 장날에 일어났다. 주동자가 왕래가 잦은 장터에서 연

설하거나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시위군중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거리행진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화 되는 과정에서 도시락을 싸들고 원거리 시위마다 참가하는 만세꾼도 생겨

났다.

3.1운동 시위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태극기와 애국가의 등장이었다. 시위 현장에는 ‘독립만세’ 깃

발과 함께 태극기가 휘날렸다. 면사무소에 일장기 대신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손수 그리거나 만든 태극기를 집

집마다 내걸은 마을도 등장했다. 새로운 운동가들도 등장했는데 이 틈을 타서 애국가가 널리 불려지기 시작했

다. 이렇게 3.1운동을 거치면서 태극기와 애국가가 민주주의 실현과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과 노래로서 시민권

을 획득하게 된다.

지금,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민주주의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시민 스스로 모여들어 함께 연대하

며 전국적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권력이 정의롭지 못할 때 시민이 영웅을 기다리지 않고 횃불이나 촛불

로 스스로를 밝히며 항거해 왔던 지난한 역사를 이어가듯, 오늘도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atopy

Page 40: PSPD MAGAZINE 2013. 09. (202)

40 2013 9

아흔이 넘도록 건강하게 살다 돌아가신 외조부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

던 말씀이 있다. 제철음식이 사라지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된

다. 제철마저 사라지면 세상이 망조가 든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긴 여름을 겪는 요즘, 외조부의 말씀이 자주

떠오른다. 올 여름, 지독한 더위를 겪으며 더욱 그랬다. 2013년 여름

은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라는 표현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님을 보여줬

다. 낮 기온이 40도에 이르렀고, 밤 기온도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훨

씬 넘는 30도를 기록한 날이 적지 않았다. 10`~20년 전만 하더라도

30~31도는 여름 한낮의 기온이었다. 한밤중의 수은주가 30도를 넘

자 언론은 이를 초열대야라고 부르고 있다.

폭염의 이유에 대해 기상관계자들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확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왜 그렇게 강력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예전에는 엘니뇨니 라니냐니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었다. 물론 그 때도 엘니뇨 현상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날씨가 왜 덥냐고요? 더운 공기가 몰려와서 그렇습니다”

“아, 그렇군요” 여기까지다.

예년보다 길고 추워진 겨울 날씨에 대해서도 “찬 기압이 확장을 해서 그렇다”고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은 “아,

그렇군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간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날씨가 정말 이상해졌다. 변화 속도도 너무 빠르다. 소

한, 입춘 등 절기를 지칭하는 용어는 도리어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 외조부 말씀처럼 제철이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걱정하는 사람은 적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걱정하는 나라나 정부가 없다. 지구촌은 지금 끓어오르

는 가마솥이다. 물이 끓어오르면 그 안에 든 개구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 한때 지구촌 지도자들이 모여 온

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고, 교토의정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구의 미래에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었

철없는 세상

생활

권복기 한겨레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심플 & 소울’로 살려다가

느닷없이 디지털 분야에서 일하게 돼 여전히

‘멘붕’을 겪고 있지만 하늘의 뜻이 있을 것으

로 굳게 믿고 있음. 청년과 지역공동체를 화

두로 남은 생을 살며 맘씨 좋은 할아버지로

늙는 게 꿈인 언론인.

Page 41: PSPD MAGAZINE 2013. 09. (202)

41참여사회

던 이 귀한 문서는 미국이 인준을 거부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

다. 지금 지구촌의 화두는 오로지 돈이다.

지도자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개별 인간들의 어리석음도 그

에 못지않다. 외조부의 말씀처럼 제철 음식이 줄어들면서 사람

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듯 보인다. 단적인 예가 과

일이다. 더울 때 나는 과일은 체온을 식혀준다. 겨울에 수박을

먹고 열대 과일을 먹으면 체온이 떨어지고 따라서 면역력도 떨

어진다. 병에 취약해진다.

우리 몸은 수백 만 년 동안 제철음식에 적응해왔다. 따라서

우리가 ‘철없이’ 먹는 음식이 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의학계의 연구 거리조차 되

지 않는다. 제철음식을 먹으라는 권고는 산업적으로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지구온난

화를 가속화하고,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배출가스의 20%가 축산업에서 나온다고 발표했다. 축산업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자동

차, 비행기, 트럭, 배, 기차 등이 배출하는 가스의 23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육식에 대한 요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공기청정기 광고를 보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본다. 바깥의 공기는 썩어 가는

데 방 안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고 산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신다는 발상은 너무 어이가 없다. 평생 방 안에서

만 살 수 있는가? 이런 어리석음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구에 뭔가 큰 문제

가 생겼고, 그로 인해 기후라는 절대불변의 생활환경이 인간이 살기 부적합한 쪽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올해처럼 추석이 빠른 해에는 추석 연휴에 에어컨을 켜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호모사피엔스,

지혜 있는 사람. 현생 인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들은 그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어리석다.

호모사피엔스보다는 ‘철없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외조부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자꾸 걱정된다.

Page 42: PSPD MAGAZINE 2013. 09. (202)

[영화상영] 이야기가 있는 다큐

매월 두 번째 수요일 저녁은 회원모임 ‘청년마을’과 함

께 다큐보는 날! 하반기에는 2013년 서울환경영화제의

인기 다큐멘터리 시리즈, ‘왜 빈곤한가’(Why poverty)’를

상영할 예정입니다.

9.11 수 오후 7시

만화로 보는 빈곤의 역사 2012 58min

쉽고 재미있게 보는 빈곤의 역사

10.16 수 오후 7시

기브 어스 더 머니 2012 58min

유명 록스타 U2의 사회적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

11.13 수 오후 7시

라페아, 솔라마마 2012 58min

교육 받지 못한 빈곤 지역 출신 중년 여성들의

직업훈련 이야기

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

참가비 5천원(음료제공)

[역사탐방] 청계천·북촌의 역사문화를 찾아 떠나요!

우리에게 친숙한 청계천과 북촌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계세요? 청계천과 북촌은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사건들

의 중요한 현장입니다. 문화·유산 전문가 황평우 회원

과 청계천과 북촌의 생생한 역사현장으로 떠나보아요~

일시

10.12 토 13:30~17:00 [청계천] 역사문화를 찾아서

11.09 토 13:30~17:00 [북촌] 역사문화를 찾아서

모이는 곳 ✽추후 공지

참가인원 30명(입금순으로 선착순 마감)

✽초등학생 이상 누구나 신청가능

참가비 1회 1만원(자료집 제공) ✽개별신청가능

입금계좌 국민은행 995701-01-057713 (참여연대)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email protected] 02-723-4251

가을 문화프로그램

2013 회원가을여행은 전통문화의 박물관, 안동으로

떠납니다. 안동대 이효걸 교수와 함께 안동의 유교적

전통문화와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를 둘러보고 안동의

별미도 맛 볼 수 있습니다. 안동은 한국독립운동의

중심지이며 진보적 사회주의·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역사와 전통의 가치가 퇴색되는 요즘,

유교적 가치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서 전통과 역사를

생각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가비 단체버스 이용시 8만원(어린이 4만원) 개인차량 이용시 7만원(어린이 3만 5천원) 교통비, 숙박, 4회 식사(안동찜닭, 헛제사밥), 간식, 입장료, 답사, 여행자보험 포함

대구경북 거주, 1박2일 힘든 회원님의 경우 부분참여 가능합니다

답사 1만 5천원 / 저녁행사 2만원(식사포함) / 답사&저녁행사 3만원

출발 10.26(토) 08:30 서울 서초구민회관 / 지방·개별 출발은 우베사이트 참조문의 시민참여 팀 02-723-4251 [email protected]신청 웹사이트 www.peoplepower21.org

Page 43: PSPD MAGAZINE 2013. 09. (202)

●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 복지 확대 외치던 박근혜 정부, 빈곤정책은 축소

2013 민/생/보/위

● 내 돈 34,900원은 어디에 쓰였을까?

원조투명성 캠페인 ‘34,900원 행방 찾기’

● 지금 참여연대는 합창연습 중

● 청년마을에 청년이 없다구요?

참여연대 회원모임 청년마을

●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참여연대는

무엇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요?

통인뉴스가 전해드립니다.

✽‘공감 그리고 행동’은 참여연대의 2013년 슬로건입니다.

통인뉴스

Page 44: PSPD MAGAZINE 2013. 09. (202)

2013 9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44 2013 7

이태호 사무처장이 보고합니다

공감과 행동, 이달의 참여연대

● 길었던 여름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 주기는 하려나봅니다. 상근자들이 휴가에서 돌아오고 아침 저

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참여연대는 생일잔치 준비로 부산해집니다. 참여연대 창립기념일이 9월

10일입니다. 매년 창립기념일에는 생일잔치를 겸해서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연대를 위해 십시일반 정

성을 모으는 후원행사를 개최합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9월 10일 창립기념행사 겸 후원의 밤! 물론 계

좌이체도 가능합니다.

● 지난 8월 22일 제게 벌금형이 선고

되었습니다. 2011년 11월과 12월, 한

미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두 개의

집회에 참가한 것에 대해 서울중앙지

법(형사24단독 이은정 판사)이 제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것이었습니

다. 국회 담장 밖 100미터 이내의 장

소에서 열린 불법집회에 참여했고 12

월에도 시내에서 불법 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정치 선진국

에서는 국회에 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 앞마당에서의 시위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

니다. 시청 앞, 시의회 앞,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자유롭게 보장되는 집회와 시위가 정작 민의의 전

당인 국회 앞에서는 불허되는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저는 박주민 변호사와 더불어 헌법재판소에 직접 이 규제조항의 위헌 여부를 물을 계획입니다. 1심 판

결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에 이미 항소한 상태구요. 한편, 지난 7월부터 참여연대와 시민단체들은 국회

안마당을 국민에게 개방하라는 청원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시민의 서명을 모으고 있습니다.

● 8월 들어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촛불집회가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참여연대가 그 한가운데 있

었습니다. 촛불의 압력 속에 지난 7월 이래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정조사’도 8월 들어 재개되었습니다

만, 국정조사 기간 내내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노골적인 비협조로 일관했습니다.

주요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거부하는 초유의 일도 발생했구요. 하지만, 국정조사가 무의미한 것은 결

코 아니었습니다. 우선, 집권여당과 증인들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을 경험하면서 다수 시민들은 과연 누가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춧불집회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국정

조사는 앞으로도 진상규명 작업이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를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참여연

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이어갈 독립적인 특별검사의 임명을 촉

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회원님들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실거죠? (다음 페이지에

1

Page 45: PSPD MAGAZINE 2013. 09. (202)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참여사회 45참여사회

서 함께 하실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9월의 주말에도 촛불집회는 이어질 예정입니다.

● 정부의 조세개혁(?)방안에 대해서 회원님은 어

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부가 지난 8월 9일 소득공

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여 근로소득 상위 약 30%

이내의 근로자에게 소득세를 더 거두는 것을 포함

하는 조세개혁안을 내놨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기울자, 불과 나흘만에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 증세 대

상을 대폭 줄이는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서민

중산층 지갑 얇게 한 것을 원점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복지누수’ 감사결과

가 발표되더니 마치 입을 맞춘듯 정부여당에서 ‘증세없는 복지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참여연대는 근로소득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원인을 제대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

연대 조세재정센터는 여론의 반발이 기본적으로 재정부족을 탓하면서도 부자들에게 부과해야 할 부

동산 세제, 기업에게 부과해야 할 법인세제의 강화에는 소극적이고 심지어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

는 ‘조세형평의 원리’에 따라 고르게 세원과 세율을 확대하면서 일관되고 진실하게 복지확대를 병행한

다면, 유리지갑 월급쟁이 중 상대적인 고수익자들의 소득세를 일부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참여연대는 조세형평성을 고려하고 필수적인 복지제도를

운영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세제개혁방안을 정기국회에 제시할 예정입니다.

● 갑甲의 횡포에 맞선 을乙들과 함께하는 참여연대의 활동도 왕성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래 페이

지에서 참여연대가 함께 하고 있는 을의 반란을 한 눈에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갑의 횡포에 맞서는 을과 함께합니다] http://www.peoplepower21.org/1033404

●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가을학기를 개강했습니다. 강좌개설 5주년을 맞아 푸짐한 진보 인문

행복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풍성한 가을학기 강좌 신청하세요!

1 캐나다 오타와 연방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 캐나다는 사전신고만

하면 국회 앞 잔디밭에서 언제든지 집회를 할 수 있다. 영국, 일본 도쿄도 등도 의

회인근 지역에서 집회를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과 미국처럼 의회 앞 시위를 금지

하고 있는 경우에도 우리나라처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에서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예외적 규정을 함께 명시하고 있다.

2 8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사건 독립적 특검수사 촉구 범국민서명운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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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장의 서명용지에 서명을 받은 후, 절취하여 우편 혹은 팩스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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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 PSPD MAGAZINE 2013. 09. (202)

처장보고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시민참여

박근혜 정부가 최저생계비 기

준을 5.5% 인상하기로 발표

하고 역대 3번째로 높은 인상

률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

지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

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최

저생계비는 1999년 최초로 계

측된 이래 2013년 포함 4번에

걸쳐 추가로 계측되었으므로

정부안은 역대 계측치에 비추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에 불과하다. 더욱이 99년 최초 발표 당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40.7%였던 최저생계비 기준이 2013년에는 도시근로자 평균 32.5%에 불과해 상

대적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최저생활보장을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 국민들에게는 국가로부터 부족분을 제공받을 수 있는

수급권을 권리로서 보장하도록 입법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기초법의 근간인 최저생계비를 사

실상 폐기하고 추상적인 최저보장수준 개념으로 대체하는 등 기초법의 기본 골격을 무너뜨리는 사실상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최저생계비는 2014년 9월까지만 각종 복지급여에 적용되며 그 이후

부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최저생계비를 국가가 결정하여 그 이하의 빈곤층 국민들을 기

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장하도록 한 실정법상의 국가의무를 형해화시키고, 최저생계비 보장을 빈곤층

수급자들의 권리가 아닌 정부의 시혜적 조치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경우 빈곤층 수급

자들이 받을 급여도 정부 예산의 규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7월, 시민·노동단체와 기초생활 수급당사자들은 최저생계비 결정에 수급당사자들의 요구

를 반영하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2013 민/생/보/위(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발족

했다. 민생보위는 ‘수급자 중심의 1000인위원단’을 꾸리기 위해 무더웠던 7~8월의 주말, 쪽방촌과 임대

아파트 지역 등에서 보냈다. 또한 민생보위는 8월 22일 ‘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발표 및 올바른 기초생

활보장제도 민생보위 요구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수급당사자 22가구의 가계부조사를 통해 최저생

계비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비현실적인 2013년도 최저생계비 결정과 정부의 최저생계비 폐지 계

획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8월 23일에는 ‘수급권자 하루 잔치’를 열고 각종 장터와 상담(기초법/건강/

파산), 수급권자 만민공동회, 수급권자 대동 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관련 단체들과

수급당사자들은 기초법 개악 저지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 확대 외치던 박근혜 정부, 빈곤정책은 축소2013 민/생/보/위

김은정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49참여사회

Page 50: PSPD MAGAZINE 2013. 09.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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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34,900원은 어디에 쓰였을까?원조투명성 캠페인 ‘34,900원 행방 찾기’

우진희 평화국제팀 간사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관에 제공

되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

다. 원조 자금이 시민들이 낸 세금

으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ODA에 1조 7000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국민 1인당

34,900원을 지출한 셈이다. 이렇게 조성된 ODA의 사용 내역과 출처를 공개해 원조 자금의 쓰임새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원조투명성’이다.

원조투명성은 원조를 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하여금 납세자로서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원조를 받는 국가의 자원분배와 성장을 도와 최적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따

라서 ODA 정보 공개는 원조를 받는 수원국 시민들에게도 중요하다. “학교에는 창문이 12개가 설치되

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8개뿐입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케

냐의 한 지역주민의 말이다. 이처럼 ODA가 애초 계획대로 제대로 사용되는지 감시하는 데에 정보공

개는 필수적이다.

보다 투명한 원조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중 하나가 바로 국제원조투명성이니셔티브

(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IATI)의 설립이다. IATI가 정한 공통기준에 따라 자발적

으로 ODA 정보를 공개하기로 동참한 국가와 국제기구는 165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미국, 영국, 스위

스 등 미주, 유럽 공여국을 비롯해 유엔 산하기구, 세계은행, 국제민간재단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IATI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4개 시민단체는 보다 투명한 ODA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원조투명성 캠페

인 ‘34,900원 행방찾기’를 시작했다. 납세자인 시민이 나서서 한국 정부의 IATI 가입을 촉구하는 이번

캠페인은 7월 9일부터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10월 17일까지 100일간 진행된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방법은 ①공식 사이트(goodaidinfo.tumblr.com)에서 한국 정부의 IATI 가입 청

원 서명하기 ②한국 정부의 IATI 가입 촉구 메시지 인증사진 올리기 ③거리캠페인 참가하기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홈페이지(www.peoplepower21.org/1063678)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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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는 예신희 회원이 기증해 주신 피아노가 놓여있다. 8월 어느날 오후 업무시간

중에 누군가 피아노를 치더니 곧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에이오우-’ 발성연습에 열중하다가

곧 파트별로 화음연습에 들어간다. 다가오는 9월 10일 참여연대 19돌 창립기념일에 피날레로 장식될

참여연대 합창단 연습소리였던 것.

이번 합창을 위해 특별히 회원, 임원, 간사 등이 골고루 섞인 합창단 멤버 약 30명 정도가 일시적으로

구성되었다. 반주는 정책홍보팀 김다혜 간사가, 지휘는 이태호 사무처장이 맡았다.

소싯적 교회 고등부 성가대를 지휘해 본 오래된 경험을 되살려 지휘봉을 잡은 이태호 처장은 합창의

포인트인 박자, 강약, 발성 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기는 하는데 스스로도 영 미덥지 않은 눈치다. 연습

하는 합창단원들도 초보, 그걸 지휘하겠다는 지휘자도 초보, 모두가 각 자 연습 중이다. 그렇게 합창연

습 때문에 업무시간이 연장(?)되었지만 합창의 묘미에 빠져든 간사들, 그리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함께

한 임원, 회원들도 싱글벙글 웃으며 합창에 참여했다.

공연을 위한 합창곡은 이번 창립행사의 주제인 ‘공감 그리고 행동’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한다. 작년

말 ‘레미제라블 신드롬’으로 많은 시민들이 영화를 통해 공감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 나왔던

OST 중 ‘Do you hear the people sing?’, 한국에서는 ‘민중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 창립행

사에 맞게 ‘참여와 연대의 노래’로 개사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곡은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

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라는 가사가 ‘행동’을 함께하자는 의미로 잘 다가와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선

정했다.

열심히 연습하는 만큼 9월 10일 참여연대 창립기념일에 피날레를 장식하게 될 합창단의 모습이 기대

된다. 하지만 행사 당일 공연이 돌연 취소되거나 곡목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지금 참여연대는 합창연습 중

이진선 시민참여팀장

51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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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마을에 청년이 없다구요??참여연대 회원모임 청년마을

박진호 청년마을 촌장

회원모임 소개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새삼 그동안의 청년마을 활동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

히 2006년 신입회원한마당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즉흥극을 통해 청년마을을 소개하려고 썼던 대본을

발견하고는 “아! 이 때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즉흥극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당시 대

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각색해 보았습니다.

문 청년마을은 언제 시작되었고,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입니까?

답 1997년 1월 ‘내일을 여는 청년마을’로 공식 출범하였습니다. 참여연대 창립 당시 청년위원들이 회원 중심의 활동을 결의하면

서 만들었습니다.

문 청년마을은 어떤 활동은 하나요?

답 각종 강연 및 캠페인을 진행했고, 노숙자와 독거노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버마민주화를 위한 지원활

동도 했구요. 정기모임 사랑방에서는 토론도 하고 친목도 다집니다. 올해는 매월 두 번째 수요일, 회원들과 함께 다큐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참, 회원들끼리 책을 돌려보는 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문 “청년마을에는 청년이 없다?”

답 청년마을은 마음만 청년이면 신체적 연령을 초월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20·30대 회원들이 많은 편입니다. 다양

한 연령층의 새로운 청년회원들을 기다립니다.

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답 2002년 <한겨레>에 실린 참여연대 광고에 청년마을 회원 두 명이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난 생각한다. 아닌 건 아

닌 거라고!” “그렇지만 난 생각한다.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라는 문구와 함께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년들이 가져야 할

마음이겠지요? 청년마을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세요.

✽ 하반기 영화 상영 9.11 / 10.9 / 11.13 / 12.11 문의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참여문의 박진호 청년마을 촌장 [email protected] 사이트 youngvillage.cyworld.com

마라톤 모임과 함께 국제평화마라톤에서 달려요

일시 10.3(목) 오전 8시 집결, 9시 출발장소 2호선 삼성역 코엑스 앞 도로참가부문 풀코스/하프코스/10Km/5Km접수기간 9.6(금)까지참가비 20,000원

산행하기 좋은 9월 산사랑 산행일정

9.7 토 청계산 (집결지 대공원역 2번 출구)

9.15 일 삼악산 (집결지 경춘선 강촌역)

9.21 토 한양도성 (집결지 창의문) *신분증 필참

9.28 토 관악산 (집결지 서울대 시계탑)집결 오전 9시 30분

회원모임 함께해요!

✽자세한 내용은 회원전용웹사이트 활기차 참조 member.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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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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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참여연대 회원은 13,432명.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2014년에는 15,000회원과 함께할 수 있겠지요?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주시는 회원님들을 소개합니다.

* 회원 수와 명단은 2013년 8월 20일을 기준

신입회원님, 반갑습니다!

곽은지, 권혜진, 권호걸, 김건호, 김기태, 김길영, 김만권, 김명숙, 김미양, 김미진, 김상범, 김성미, 김성진, 김승현, 김아람, 김애별, 김외숙, 김정

숙, 김정호, 김지선, 김지예, 김지현, 김학순, 노춘호, 문찬석, 박경옥, 박세완, 박주연, 박창호, 백우철, 성혜경, 송정민, 신동진, 안진언, 양선미, 양

정호, 오연주, 유혜영, 윤상인, 윤희정, 이경호, 이선아, 이수옥, 이수현, 이은하, 이인영, 이정은, 이진희, 이창섭, 임서경, 임진수, 정념스님, 정병

렬, 정양례, 정용주, 정하윤, 조남일, 조성현, 조승호, 조정희, 진정아, 한송희, 현수민, 황유진

(7월 21일부터 8월 20일 사이에 가입한 64명, 가나다순)

이인영 회원 (2013년 8월 2일 가입)

“참여연대 회원인 엄마 때문에 참여사회를 읽게 되었어요. 근데 읽다가 참여연대가

적자인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죠. 적은 액수이지만 도움

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앞으로 회비를 밀리지 않기 위해 용돈을 아껴 쓸 생각

이에요”(박현아 회원 큰 딸, 1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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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신입회원 한마디!

●�건강한 시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 김길영

●�항상 응원합니다. - 김미양

●�국정원 없애고 민주주의 되찾읍시다. - 김상범

●�이제야 가입하게 되어서 미안하네요. 과거, 현재, 미래의 참여연대의

활동을 적극 지지합니다!!! - 김성미

●�소중한 활동 응원합니다! - 김승현

●�갑갑한 세상에 힘을 내 주시기 바랍니다. - 김아람

●�세상이 바뀌면 좋겠어요. - 김애별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미래의 민주주의 모습이라 생각됩니

다. 작은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나길 기대합니다.̂ ̂ - 김정숙

●�사회 참여 활동을 꽤 오랜만에 하게 되네요. 젊은 시절에는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어느새 뒤로 물러나게 되었지요. - 김지애

●�늦게나마 참여하게 되었네요. 고생들 하시고요. - 김학순

●�오십 평생 먹고 살기 바빠 사회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 인터넷방송을 들어보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돌아가서 참여

할 곳을 찾아 함께합니다. - 노춘호

●�너무 적어서 죄송합니다. - 박세완

●�진작에 가입했어야 하는 것을, 너무 늦었습니다. 금액이 정말 약소하지

만, 그 부끄러운 마음을 무릅쓰고 함께 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봅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늦여름, 무더위에 건

강하시기 바라오며... 함께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시는 여러분, 고

맙습니다.̂ ̂ - 성혜경

●�늘 감사합니다. ̂ ̂ - 신동진

●�자동차보험 보통약관이 너무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해서 서민의 정의에

앞장서고자 가입합니다. - 안진언

●�응원합니다! - 양선미

●�소외받는 사람들의 정의를 위해 힘써주세요. - 양정호

●��작은 참여로 큰 물결에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오연주

●��1년 전부터 후원금 내야지 하다가 너무 늦게 가입하게 되었어요.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형편이 좀 더 나아지면 후원금도 늘리겠습

니다. - 유혜영

●�정직하고 양심있는 시민이 주인되는 나라 만들어요! - 윤성인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 윤희정

●�행동하지 않는 신념은 거짓 - 이수현

●�희망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화이팅 :D - 이진희

●�손자들이 맞이할 살만한 세상을 위하여~ �� - 조남일

●�보다나은 사회를 위해 다함께 노력합시다. - 조정희

●�이 나라에서 제발 좀! 사람답게, 신명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 한송희

●�정당도 중요하지만 조금 성격이 다른 사회단체 등 정의로운 일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 현수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화이팅 입니다. - 황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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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55

회비를 증액해 주신 회원님, 고맙습니다!

고재호, 고정주, 김경숙, 김동현, 김복규, 김성희, 김은숙, 김은정, 김정미, 김진욱, 김희태, 남병오, 류재향, 모은정, 민경란, 민기현,

백하영, 부근림, 서범진, 손윤정, 손혜경, 송영재, 송정부, 안동환, 오순택, 유병돈, 윤예니, 윤지혜, 윤희정, 이경화, 이승호, 이유리,

이윤열, 이주성, 이창훈, 이형철, 임숙희, 임월진, 정기영, 정영래, 조석민, 조윤정, 최원구, 최종문, 최준식, 한병송, 한용석, 허혜원,

현영철, 홍순원 (7월 21일부터 8월 20일 사이에 회비를 증액한 50명, 가나다 순)

이경화 회원 (2011년 12월 16일 가입)

참여사회, ‘날개를 달았습니다’ 코너를 평소 유심히 보는데요, 회비가 약소해 늘

올려야지 하다가 이사를 하고 주소를 수정하면서 회비를 증액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마음의 빚이 있고 의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

렵습니다. 20년이 다 되도록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를 지켜보면 작게

나마 후원하고 있는 게 뿌듯합니다. 이제 내년이면 스무살이 되는 참여연대, 지

난 20년보다 더 의미 있는, 이 사회의 촛불같은 활동 지속하길 기대합니다!

친구나 이웃을 참여연대로 이끌어주신 멋쟁이 회원님♥

고영진, 김남근, 김남희, 김영근, 김혜수, 모은정, 박현아, 박현희, 안진걸, 정운현, 윤성의, 윤정현, 이은정, 이정민 어머님, 장동엽,

정세윤, 천웅소, 최인숙 (7월 21일부터 8월 20일 사이에 신입 회원을 추천한 18명, 가나다순)

윤성의 회원 (2008년 6월 19일 가입)

“내가 참여하는 만큼 바뀌는 세상 맞아?” 라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포문을 연 그

녀는, 가입시키고 싶으면 본인을 설득해보라며 귀를 활짝 열었습니다. 하수상

한 시절 쉽게 답하지 못한 내게 ‘우리 죽고 나서’나 ‘전 세계가 방사능에 오염되

고 나서’나 바뀌는 거 아니냐며 정색하고는 이내 “가입완료!”를 외쳐주었네요.

반전매력! 함께 우쿨렐레 수업을 들으며 선율을 매만지려던 마음이 어떻게든

세상을 보다 낫게 매만져보려는 마음으로 커지는 순간이랄까요.

한결같은 10년 지기 회원님♥

김정현, 박의용, 방은제, 배동인, 시명준 ,윤광석, 이병령, 이상업, 이수효, 이정희, 이주연, 이호성, 전옥배, 전제일, 정재욱, 함상구

(2003년 7월 26일부터 2003년 8월 20일 사이에 가입해 현재까지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16명, 가나다 순)

전옥배 회원 (2003년 7월 29일 가입)

“참여연대 매체사업팀에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활동하다 그만두면서 회원으

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제 동기 중에 김현정씨가 계속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당

시 핵심 멤버였던 선배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면서 참여연대 활동력이 다소 떨어

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는 참여연대를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처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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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인천 프로젝트』 정재승, 이민호, 천관율, 윤신영,

백인천 프로젝트 팀 지음, 사이언스북스

2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 사전』

알베르토 망겔·자니 과달루피 지음, 최애리 옮김, 궁리

3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우진하 옮김, 북로드

❷ ❸

읽자

엉뚱한 상상이 세상을 구한다?

(나는 여전히 믿지 않지만) 역사 속 수많은 천재는, 대개

당대에는 인정받기는커녕 괴짜라 놀림 받기 일쑤였고, 그

들의 업적은 칭찬은커녕 제대로 이해받지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엉뚱한 상상과 거침없

는 실천은 무언가를 이루어냈고, 오늘 우리는 그 바탕 위

에서 살아간다(고 나는 믿는다). 앞선 두 문장이 진실이라

면, 오늘날 세상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그 기준까지 바꿔놓을 상상과 실천을 좀 더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덕질’이나 ‘잉여력’이라 불리기도

하는, 세상을 구할 엉뚱한 상상을 찾아보자.

4할 타자가 사라졌다고 이 난리를?

『백인천 프로젝트』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해에 백인천이 4할 타율을 기록한 이후 왜 4할 타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과학자

정재승의 트위터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야구

를 사랑하는 사람과 통계분석에 능한 사람 그리고 『머니

볼』을 재밌게 읽은 사람까지 수십 명이 힘을 보탰고, 한국

야구위원회(KBO)의 잘못된 자료까지 바로잡으며 공식적

인 과학 논문을 영문으로 발표하는 데 이르렀다.(이 논문

의 저자는 무려 58명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한데 엉

켜 가설을 세우고 자료를 분석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은, 멋지게 표현하면 집단 지성이지만 현실적으로 표현

하면 100일 동안의 분투라고 하는 게 어울릴 텐데, 그 과

정을 들여다보면 4할 타자가 사라진 까닭보다도 개방, 참

여, 공유라는 시민 과학의 3요소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지

점이 더욱 흥미롭다. 4할 타자가 언제고 나올 가능성을

품고 있듯이 여러분의 엉뚱한 질문 또한 비슷한 물음표를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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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참여사회

가진 이들과 함께 풀어낼 가능성을 품고 있지 않을까. 트

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뭐든 좋다. 머뭇거리지 말고 도

전해보시라.

페트병으로 만든 배, 태평양을 건너다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영국의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의 막내아들로 모험가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북극

점 횡단 과정에서 급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 때문에 탐험

을 중단했는데, 이때 생태계 파괴의 현장을 목격했다. 이

후 새로운 탐험 주제를 찾다가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1㎢당 1만 7,800개나 된다는 국제연합환경계획

의 보고서를 읽고는, 이 사태를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마

음먹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인간이 바다를 오

염시킨 가장 확실한 증거가 플라스틱이라면, 그 플라스틱

으로 배를 만들어 태평양을 횡단하며 플라스틱이 쓰레기

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로 하는 데 이른다. 우

여곡절 끝에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돛, 전기를 생

산하는 풍력 발전기, 태양 전지판, 자전거 발전기 그리고

1만 2,500개의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자가발전 돛

단배가 완성되는데, 이 과정을 보면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줄이고 새로운

자원 개발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주인공의 노력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쓰레기 섬과 그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 앞에

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거대한 모험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란다.

상상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번에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세계적인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과 이탈리아 여행작가 자니 과달루피는

아틀란티스와 드라큘라의 성에서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까지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

에 관한 백과사전』을 만들었다.(이런 걸 어디에 쓰느냐고

생각한다면 뒷부분은 읽지 않아도 좋다. 누가 손해일까?)

이 장소는 실제 지도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지명을 만들어낸 작가 자신도 그곳을 찾아갈 수 없

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1,200여 개에 이르는 장소를 찾

아 지리상 위치부터 지형, 생태, 역사, 제도, 풍습에 이르

기까지, 마치 그 장소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 생생하고 세

밀하게 그려낸다. 로빈슨 크루소의 섬에서 그의 친구가

되어준다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서성대는 북극의 평

원에서 그의 얼굴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면 어떨까.(말

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뒷부분은 읽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았다.) 수많은 문헌에서 길어

올린 방대한 자료는 상상의 장소를 현실만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실제 그곳을 탐험하듯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는

저자의 자세는 그곳이 현실에 존재하는 양 우리를 착각하

게 한다. “작가들이 꿈꾸었던 많은 장소들은 그 자체로서

완벽하며 다른 어떤 정당화도 필요로 하지 않”듯이 오늘

함께 살펴본 엉뚱한 상상과 실천도 그 자체로 귀한 값어

치가 있지 않을까. 마침 이 책에서 한국의 상상 지명을 다

루지 않았으니,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

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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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음악 공연이

많아졌다. 꿈도 꾸기 어려웠던 스타 뮤지션들이 줄줄이

내한하고, 왕년의 전설들도 차례차례 인사를 하고 간다.

메탈리카나 라디오헤드 같은 록 스타들만이 아니다. 재

즈, 월드뮤직, 라틴,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쟁쟁한 뮤지

션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굳이 물 건너온 사람들만 챙길

필요도 없다. 국내의 뮤지션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좇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다. 그렇다면 그들을

어떻게 만날까? 만약 정식 콘서트 장에서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음악을 ‘감상’할 거라면, 나는 굳이 ‘놀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확 트인 야

외에서 음악을 만나는 일이다. 거기에는 색다른 즐길 거

리가 가득하다.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평생 못 잊을 야외공연들을 만나

곤 했다. 뉴욕 윈터가든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브루클

린 공원에서 고란 브라고비치 밴드를 만난 것은 큰 행운

이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무

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의 기억이다. 꼬마들부터 팔순

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그 공연 자체를, 그날 저녁

의 환희를 함께 만들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배운 ‘야외

콘서트 놀이’를 함께 나누고 싶다.

야외 콘서트는 하나의 파티다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의 기본은 무엇일까? 충분한

연습과 꼼꼼한 레퍼토리, 악기와 무대 장치는 당연하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의상이다. 그들이 얼마

야외 콘서트에서 즐기는 색다른 ‘놀이’

폭염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주말, 오랜만에 올림픽 경

기장의 야외 콘서트에서 온몸을 불태워버렸다. 이제 밖에

서 펄쩍펄쩍 뛰면서 음악을 들을 나이는 지난 게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그래도 기회를 놓칠세라 푸드득하

며 달려갔다. 세 군데 무대에서 교차로 벌어지는 뮤지션

들의 목록을 꼼꼼히 체크하고, 이 공연 저 공연 부지런히

오고갔다. 처음엔 땡볕에 몸이 타버릴 것 같았고, 중간엔

땀에 절어 파김치가 된 듯했고, 돌아올 때는 폭우까지 만

나 폭삭 젖어버렸다. 하지만 그 기쁨의 순간들을 어찌 잊

을까. 그래 더 늦기 전에 또 달리자. 이 폭염에도 놀았는

데 선선한 가을쯤이야.

노래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나는 미친 듯 뛴다 야외 콘서트로 놀기

이명석 저술업자

Page 59: PSPD MAGAZINE 2013. 09. (202)

59참여사회

나 성의있게 이 무대를 만들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의무는 관객들에게도 있다. 야외 콘서트는 하나의

파티다. 우리가 파티의 주인이라면 그에 걸맞은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 록 콘서트라면 참여하는 뮤지션의 이미지

가 박힌 T셔츠와 청바지에 약간의 액세서리를 더한다. 재

즈 콘서트라면 팔랑거리는 셔츠에 조금 더 화려해 보이는

장식도 좋다. 물론 야외니까 편하게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차림이어야 하겠지만, 어디서 운동하다가 달려온 모습은

곤란하다. 그날을 추억하는 누군가의 공연 현장 사진에

당신이 잠옷 차림으로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라.

한낮의 야외라면 모자나 선글라스도 아주 요긴하다. 멋

도 부리고 얼굴도 가릴 수 있다. 돗자리나 푹신한 방석도

필요하다. 비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너

무 큰 우산은 뒷자리에 방해가 될 여지가 많다. 밤을 보내

야 한다면 작은 초나 야광등을 가져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이건 필요할거야’ 라면서 사실은 자랑할 무

언가를 챙기는 거다. 평범한 돗자리 대신 언젠가 방석을

만들기 위해 동대문에서 떼어온 뒤 옷방에 처박아뒀던 화

려한 천을 깔아보면 어떨까?

파티라면 역시 음식이 중요하다. 공연장에서 음식물 반

입을 막는 경우도 있지만, 허가가 된 장소라면 심혈을 기

울인 소풍용 요리와 와인으로 야외 파티 분위기를 낼 수

도 있다. 남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야외용 접이 의

자 등 캠핑용품도 쏠쏠한 쓰임새를 얻을 수 있다.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줄 간단한 게임 도구들도 좋다. 혹

은 미리 텀블러에 담아온 차를 마시며 우아하게 책을 읽

을 수도 있겠다.

자 이제 공연이 시작된다. 부끄러움은 버리고 무대 앞

군중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소리 지르며 깡충깡충 뛰

면서 평소의 스트레스를 함께 터뜨리자. 삼바나 살사 같

은 라틴 리듬이 나오면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도 좋다. 주

변에서 볼까봐 부끄럽다고? 모두가 미쳐 있는데 안 미치

는 게 더 이상하다. 오늘은 모든 게 허락된 날이다.

이명석

만화, 여행, 커피, 지도 등 호기심이 닿는 갖가지 것들을 즐기고 탐구하

며, 그 놀이의 과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Page 60: PSPD MAGAZINE 2013. 09. (202)

60 2013 9

살림

나 너무 불편해, 그런데 말야...

서른여덟 살이야. 굳이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정확히 내

나이의 두 배 즉, 70대 어르신들과 한 마을에서 살고 있

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야. 50, 60대 분들도 거의 안

계셔. 그러니 남자랑 나는 이 마을에서 중간세대 없는 ‘어

린이’라고나 할까? 저번에 살던 마을에서는 산골유학을

계기로 어르신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 마을

에서는 딱히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어. 이사 온지 만 2년

이 되었는데 난 혼자 잘 노는 외톨이야. 내 성격상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안부를 묻지도 않아. 지나칠 때 인

사만 할 뿐이지. 마을행사에도 잘 안가. 남자만 보내.

나도 노력이란 것을 해봤어. 떡을 돌린다, 인사를 드린

다며 마을회관에도 찾아가고 했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세대차이, 문화차이, 성차이 등등 차이 투성이야. 여자인

내가 생각이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도, 운전하는 것도,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것도 다 못마땅해 하셔. 게다가 난

농사일은 하나도 안하지, 그렇다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

는 것도 아니지.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지, 남의 아이들

을 키우지. 난 이 곳에서 흉이 너무 많은 여자야.

나 너무 불편해. 마을에서 시집살이 할 생각 없거든.

그래서 난 마을에 살지만 마을에서의 일상을 공유하지는

않아. 다들 나랑 같이 사는 남자를 딱하게 쳐다봐. 가끔

마주치면 “오늘도 서방은 열심히 일하더라. 새참 좀 갖다

도시여자의 산골표류기 어

르신편

도시여자

Page 61: PSPD MAGAZINE 2013. 09. (202)

61참여사회

줬어.”하셔. 난 “네. 농사일하는 것 정말 좋아하나 봐요.

챙겨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그만이야. ‘너도 좀 돌

아다니지만 말고 일 좀 해라’ 라는 의미시겠지? 그러던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80살까지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어”

몇 달 전 어느 밤이었어. 쐬주를 글라스에 드시는 내 나

이 두 배인 여자 어르신을 발견한 거야. 그 분은 어르신

친구들에게 소문을 적극적으로 내셔서 젊은 나랑 술마시

는 것이 하나의 큰 자랑이 되었다고 해. 며칠 전이야. 마

을에 낯선 남자가 한 명 나타났는데, 담소를 나누던 여

자 어르신들에게 불쾌감과 공포를 준 모양이야. 여자 어

르신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한 집에 모여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쐬주를 마시며 불안을 달래고 계셨어. 그러다가

나를 부르셨어. 물론 처음부터 간절히 원하신 대상은 젊

고 건강한 나의 남자였지. 하지만 난, 남자는 하루의 노

동이 피곤해 일찍 잠들었다고 강하게 말했지. 처음에는

너무 아쉬워하셨지만, 현실을 인정하시고 꿩 대신 닭이

라고 나와 함께 술로 밤을 찢게 된 거야.

시간이 지나자 어르신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

어놓기 시작했는데 말이야. 아… 그게 말이야. 과거에 살

아온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에 시집온 이야기가 아니라,

남편과 시댁 욕이 아니라, 농사일을 얼마나 힘들게 해 오

셨는지가 아니라, 과거의 소녀 같은 모습이 아니라… 바

로 지금, 이곳에서 당신들의 사랑이야기를 해주셨어. 이

야기가 눈이 부시다는 느낌 알아? 한 올 한 올 이야기가

풀어헤쳐지는데 눈이 부셔서 황홀한 느낌. 그리고 80살

이 되기 전까지 더욱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

을 말씀하셨어. 쑥스러워하시지 않고. 두 눈 번쩍이며 강

하게 말이야. 멋진 언니들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더 싸

가지 없는 년이라고 소문날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했지.

내 나이 서른여덟이야. 내 나이만큼 더 사는 것이 행복

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살아나가는 그 순

간순간의 이야기가 눈이 부실만큼 보석이 되게 살고 싶

어. 과거에 어땠고, 미래에 어떠하고 싶다가 아니라. 지

금의 이야기가 빛이 나게 말이야. 그리고 열심히, 바쁘

게, 정직하게, 기분좋게, 행복하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착하게… 이런 수식어하고는 거리가 먼 삶 말이야. 나의

이야기로 살아나가는 하루를 살겠다고 ‘으라차차’ 해보는

거야.

나. 답. 게.

도시여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에 산골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낸 지

벌써 4년. 마음만은 성격만은 원하든 원치 않든 여전히 도시여자.

Page 62: PSPD MAGAZINE 2013. 09. (202)

62 2013 5

투명회계

참여연대 사업·운영비는십시일반 후원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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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

1 매출액 145,601,756

● 회비수입 122,166,598

사무처

공익법센터

국제연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사법감시센터

사회복지위원회

시민경제위원회

의정감시센터

조세재정개혁센터

참여사회

평화군축센터

행정감시센터

도시락

86,208,398

1,509,200

823,200

1,743,700

4,372,200

2,698,500

8,541,400

3,915,100

3,282,300

1,358,700

1,616,300

2,064,300

3,793,300

240,000

● 정기후원금수입 920,000

● 부정기후원금수입 10,523,975

● 사업수입 11,991,183

2 매출원가

3 매출총이익 145,601,756

5 영업손실

6 영업외수익 1,037,390

● 이자수익 1,015,110

● 잡이익 22,280

8 법인세차감전손실

9 법인세

손익

지출(원)

4 판매비와 관리비 153,515,456

● 급여 91,225,238

● 복리후생비 8,140,960

● 여비교통비 367,340

● 통신비 2,562,280

● 전력비 1,848,410

● 세금과공과금 5,154,540

● 임차료 682,473

● 보험료 422,290

● 차량유지비 219,910

● 교육훈련비 494,000

● 도서인쇄비 168,120

● 회의비 4,899,840

● 사무용품비 442,190

● 소모품비 706,770

● 지급수수료 6,074,906

● 건물관리비 969,650

● 사업비 25,321,519

● 발송비 831,020

● 부설기관회비등 2,984,000

-7,913,700

7 영업외비용 2,643,767

● 이자비용 2,203,767

● 기부금 440,000

● 잡손실

-9,520,077

-9,520,077

2013년 7월 참여연대 회계보고(센터/위원회포함)

✽참여연대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면 70%는 회원이 지정한 센터로, 나머지 30%는 사무처로 지급됩니다.

본인의 후원 센터가 어디인지 잊어버리셨다고요? 참여연대 웹사이트 ‘회원마당 활기차’에 로그인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회비는 사무처와 분배하지 않고 100% 연구소에 지급합니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독립법인으로 재정과 회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Page 63: PSPD MAGAZINE 2013. 09. (202)

이송희 운영기획팀장이 전하는

참여연대 살림살이

공감, 그리고 행동

● 7월에 늘어난 부정기후원금은 사과(iMAC)기금 덕분입니다. 홍보물 디자인 및 편집을 위한 컴퓨터 구입에 도움주신 손길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7~8월 참여사회에 나갔던 참여연대 티셔츠 광고를 기억하시죠? 청년 연수 프로그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 판매였는데,

절찬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사업수입에 포함돼 있습니다.

● 1박 2일로 진행된 간사 워크숍과 20주년위원회 워크숍 등으로 회의비가 조금 늘었습니다. 워크숍에서 나온 많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증막 더위에도 불구하고 전력비가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동기 대비 역대 최저 수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참고 참고 또 참

고 있습니다.

2012년 참여연대의 전체 수입가운데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2.42%입니다.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

만, 사실 참여연대만한 재정규모(2012년 결산 기준 수입 총액은 19억 7천만 원, 지출 총액은 20억 2천만 원)의 단

체로서는 보기 드문 높은 수치입니다. 모두 1만 3천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변함없는 정성 덕분이지요.

참여연대는 재정부족분을 마련하기 위해 참여연대 아카데미 강좌같은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만, 시민교육 사

업 자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 아닌데다 회원의 교육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30% 이상의 회원 할인율을 적용

하는 등의 이유로 많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창립기념일인 9월 10일을 전후하여 참여연대

회원과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시민들로부터 생일축하금 겸 격려금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 8월부터 회원님

들께 문자와 이메일, 참여사회 등을 통해 “참여연대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시길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회비납부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후원인데, 별도의 후원까지 ‘한 번 더’ 부탁드리는 저희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

습니다.

올해로 참여연대가 열 아홉 살입니다. 아직은 완전한 성인이 아니기에, 회원들께서 회비 외 후원 혹은 회비증액

등의 방법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데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추신: 8월 27일 현재, 참여연대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신 분들이 372명에 달합니다. 마음과 정성과 물질을 더해주

신 회원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연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전체수입가운데 회비비율(%) 61.8 66.0 65.9 68.7 69.0 72.4

참여연대의 전체 수입 가운데 회비 비율(%)

Page 64: PSPD MAGAZINE 2013. 09. (202)

64 2013 9

튼튼날개_ ‘날개’는 물품 후원을 말합니다

날 개 니달 았 습를 다

이달의 날개

국정원 국정조사 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 가보셨다거나, 월간 참여사회를 꼼꼼히 읽으셨다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참여연대 회원 노래모임 “참좋다”를 아실텐데요.

참좋다는 참여연대 행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회에도 초대받아 공연을 하곤 합니다.

일하랴, 집회나 행사 등 공연 쫓아다니랴 바쁜 와중에 참좋다가 참여연대 상근 간사들만을 위한 공연을 열어주었습니다.

“참좋다와 간사들이 함께 하는 휴식”, 일명 “참간식”이라 불리는 공연입니다.

집회에서 종종 듣던 민가와, 간사들을 위한 노래, 그리고 간사들과 함께 할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홍의표 회장의 웃음 가득한 사회와 감미롭고 감동적인 노래들 덕분에

태교에 힘쓰고 있는 간사도, 야근하던 중 들리는 노랫소리에 하나 둘 모여든 간사들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참좋다 여러분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17" 모니터 한 대, 디지털 카메라 한

대, 식기세척기 한 대를 보내주셨습

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송정부 님께서 03

책 세 권을 보내주셨습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할지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김균 대표님께서 01

음료 두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아

껴 마시겠습니다

자두 한 봉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올

해 처음 맛 본 자두는 정말 상큼했

어요.

컴퓨터 한 대를 보내주셨습니다. 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셔서 감사합니

다.

양미숙 님께서

장재란 님께서

최상구 님께서

05

07

09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넉넉하게 보내

주셨습니다. 항상 감사하지만 다음에

또 부탁드릴게요, 선배님.

박순철 님께서02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옥수

수를 한 상자 보내주셨습니다. 옥수

수 맛나게 삶는 비결 좀 알려주세요!!

커피 두 봉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맛

난 커피, 아껴서 마시겠습니다.

아카데미 강좌 리플렛을 고급코팅용

지로 2000매나 인쇄해 보내주셨습

니다. 완전 멋져요!

이선종 님께서

정현백 대표님께서

김대현 님께서

06

08

10

A4용지 스물 다섯 상자를 보내주셨

습니다. 얼마나 감사 인사를 드려야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숨은천사 님께서04

Page 65: PSPD MAGAZINE 2013. 09. (202)

65참여사회

● 참여연대에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을 더 많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시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에 필요한 악세사리 날개 요청 합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접이식카트 : MAGNA 플랫폼 트럭

비디오카메라 삼각대 : Sachtler Ace M MS 1001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참여연대용 중고 핸드폰(3G 공기계도 좋아요) 1개

●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우표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날 개 세달 아 주를 요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우표라니, 무슨 뜻이에요?

문자 그대로, 사용하실 일이 없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우표를 뜻한답니다. 작년에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던

우표”라며 엄청난 양을 보내주신 회원님이 계신데요. 그 우표를 아주 유용하게 모두 다 사용했거든요. 소소한 우편

발송이 잦은 시민참여팀은 우표가 많이 필요합니다. 한꺼번에 묶어 다량 발송을 하면 좋겠지만, 틈틈이 보낼 우편

물도 많거든요. 특히 신입회원이시라면 웰컴팩에 다닥다닥 붙은 우표를 보셨을거에요. ̂ ;̂

그 우표가 날개로 들어왔던 우표랍니다.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우표가 있으시다면, 수량에 관계없이 보내주세

요. 확!실!히! 사용하겠습니다.

참여연대용 중고 핸드폰은 또 무언가요?

참여연대 핸드폰 번호, 다들 아시지…겠지요? 기억을 잘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ㅜㅜ

참여연대 행사 안내나 참가 신청을 문자 메시지로 하거나 받을 경우에 사용하고요.

최근에는 참여연대 튼튼해져라~ 튼튼재정 캠페인을 맞아 보낸 문자 메시지, 받으셨…겠지요? 확인 못하셨다면 자

세한 내용은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도 있어요. 문제는 튼튼재정 캠페인에 참여 의사를 보내주신

회원님들께 답신을 제대로 못할 때가 있습니다. 키패드가 눌러지지 않거나,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오타를 수

정하느라 답신이 늦곤 합니다. 절대 고의가 아니라는 점 부디 알아주세요. 혹시 핸드폰을 바꾸셨는데 남는 공기계

(3G)가 있다면 보내주세요. 새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참여연대 핸드폰 번호는 010-2305-5301 입니다. 튼튼

재정 캠페인에 참여하실 분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 ^

Q

Q

날개를 담당하는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가 말하는 날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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