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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9일간의 감동 드라마, ‘육상은 참 재미있네’ IAAF World Championships Daegu 2011 Cover Story 누가 육상을 재미없는 경기라 했던가. 대구 스타디움에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흥미진진한 축제였다. 탄탄한 근육과 날렵한 몸매를 갖춘 선수들은 예측 불허의 승부를 벌였고, 관중들은 시시각각 펼쳐지는 명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구 대회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던 순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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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IAAF World Championships Daegu 2011img.yonhapnews.co.kr/basic/svc/11_images/cover Story...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남자 100m 의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9일간의 감동 드라마, ‘육상은 참 재미있네’

IAAF World Championships Daegu 2011

Cover Story

누가 육상을 재미없는 경기라 했던가. 대구 스타디움에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흥미진진한 축제였다. 탄탄한 근육과 날렵한 몸매를 갖춘 선수들은 예측 불허의 승부를 벌였고, 관중들은 시시각각

펼쳐지는 명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구 대회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던 순간을 정리했다.

Page 2: IAAF World Championships Daegu 2011img.yonhapnews.co.kr/basic/svc/11_images/cover Story...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남자 100m 의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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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이틀째인 8월 28일 대구 스타디움이 술렁였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이 일어났

기 때문이다. 총성이 울리기 전에 스타트 블록을 박차고 나간 선수는 5번 레인의 볼트였다. 볼트는 경쟁자인 타이슨

게이와 아사파 파월이 불참해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뛰어보지도 못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슈퍼스타는 한 번의 실패에 주눅 들지 않았다.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위업은 날아갔지만, 볼트는 9월 3일 남

자 200m 결승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8명의 주자 가운데 출발 반응 시간이 가장 늦었지만, 직선 주로에서 폭

발적인 스피드를 내며 19초4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감을 되찾은 볼트는 대회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에서 다시 폭풍 같은 질주를 선보였다. 자메이카의 최

종 주자로 나선 볼트는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37초04의 세계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골인했다. 대회의 대미

를 장식한 그는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관중석의 열기를 한층 더 달궜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돌아온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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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은 역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였다. 지난 베를린 대회

에서 남자 100m와 200m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볼트는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며, 정상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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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의 요한 블레이크는 이번 대회 최고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는 우사

인 볼트가 빠져 무주공산이 된 남자 100m에서 1위에 등극하며 새로운 ‘인간

탄환’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남자 400m에서는 19세에 불과한 그레나다의 키

러니 제임스가 금빛 질주를 했다. 중미의 작은 섬나라 출신인 그는 두 번째로

참가한 성인 무대에서 2위를 0.03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미국의 스프린터인 카멜리타 지터는 큰 대회에 약하다는 속설을 깨고 2관왕

에 올랐으며, ‘걷기 여왕’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올가 카니스키나는 여자 경

보 20㎞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장거리 강국’인 케냐에서는 남자 마라톤

의 아벨 키루이와 남자 3,000m 장애물 달리기의 에제키엘 켐보이, 여자

5,000m의 비비안 체루이요트가 2연패를 했다.

더 빠르고 멀리, 활짝 웃은 우승자육상에서 순위는 대개 간발의 차로 갈린다. 심지어 육안으로는 똑같이 결승선을 통과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1위는 한 명뿐이다. 그중에는 연패(連覇)를 이룬 선수가 있는 반면, 혜성처럼 출현해 주목을 끄는 이도 있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1천945

명의 선수들이 47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

쟁했다. 접전 끝에 우승한 선수들은 다양

한 방식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금메달리스

트인 여자 100m의 카멜리타 지터(미국,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남자 100m

의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 여자 장대높

이뛰기의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 남자

원반던지기의 로베르트 하르팅(독일), 남

자 해머던지기의 무로후시 고지(일본), 남

자 세단뛰기의 크리스천 테일러(미국), 여

자 100m 허들의 샐리 피어슨(호주), 여자

경보 20㎞의 올가 카니스키나(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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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고개 숙인 별들이번 대회에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었다. 대회의 일정을 안내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에 등장한 우승 후보가

대부분 1위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이변이 속출했고, 보기 드문 해프닝도 발생했다.

남자 110m 허들 결승을 앞두고 사람들의 관심은 중국의 류샹과 쿠바

의 다이론 로블레스에게 쏠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간의 대결은 로

블레스의 승리로 확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로블레스는 경기 도중 류

샹의 팔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고, 이 때문에 중심을 잃

었던 류샹은 동메달 대신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세계기록

에 도전했던 여자 높이뛰기의 블랑카 블라시치와 2연패를 노렸던

남자 세단뛰기의 필립스 이도우도 2위에 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미녀새의 도약은 허무하게 끝났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6위에 그쳐 두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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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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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스타디움을 메운 관중들은 필드와 트랙에서 인간

능력의 한계에 맞서는 선수들의 몸동작에 열광하고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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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시작되기 전, 조직위원회의 가장 큰 걱정은 관중 동원이었다. 육상이 비

인기 종목이라는 현실 탓에 경기장 좌석이 얼마나 채워질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대구 대회에서 판매된 입장권은 46만4천여

장으로 이전 대회보다 많았고, 입장권 사용 비율도 90%를 넘어섰다.

스타디움에 깔린 ‘몬도 트랙’은 반발 탄성이 뛰어나 좋은 기록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세계신기록은 한 개뿐이었다. 그러나 도핑 테스트 결과, 금지 약

물을 투약한 사례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아 ‘깨끗한 대회’로 남게 됐다. 또 운

영 면에서는 일부 미비한 점이 있었지만,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 덕분에 전

반적으로 성공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번 대회의 종합우승은 금메달 12개를 휩쓸어 간 미국이 차지했다. 2013년 모스크바

대회 개최국인 러시아와 케냐는 9개와 7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며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카자흐스탄, 이란만이 메달을 획득했다. 육상 약소국인 남미의 콜롬비아, 아프

리카의 튀니지와 짐바브웨도 입상 선수를 배출했다. Y

한국 대표팀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최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서 유독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4

위를 차지했고, 2002년 한 ·일 월드컵에서는 4강에 진출했다. 대

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은 메달 획득보다는

10개 종목에서 10위 안에 들겠다는 ‘10-10’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남자 경보 20㎞에서 김현섭이 6위, 남

자 경보 50㎞에서 박칠성이 7위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다. 남자 멀

리뛰기에 나선 김덕현은 예선을 통과했지만, 이튿날 펼쳐진 세단

뛰기 예선에서 발목을 다쳐 결승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기대를 모

았던 남녀 마라톤과 남녀 장대높이뛰기, 남자 창던지기는 모두 10

위 밖으로 밀려나거나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록 만족스러운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남자 10종 경기의 김

건우와 남자 400m, 1,600m 계주팀은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젊

은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와 겨루며 경험을 쌓은 만큼, 장기

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기록 단축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1995년 예테보리 대회의 스웨덴,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개최국 노메달’로 기록됐다. 하지만 9월 3일 이벤트 종목

으로 열린 휠체어 T53 400m에서는 유병훈과 정동호가 값진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특히 유병훈은 막판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정동호를

앞지르고 50초69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대구 스타디움을 메운 육상

팬들은 이들의 선전에 뜨거운 함성으로 보답했다.

한국 대표팀‘10-10’ 목표 달성 실패

안타까운 마음 달래준 휠체어 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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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개최로 ‘대구’의 가치를 높이다폐막식과 불꽃놀이로 마무리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전 세계에 ‘대구’라는 도시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제육상

경기연맹(IAAF)의 라민 디악 회장은 이번 대회에 대해 “시설, 날씨, 분위기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었다”고 평했다.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 육상은 이번에도 아쉬운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