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82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ENTREPRENEURSHIP FOR THE CREATIVE ECONOMY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기업가 정신

Upload: others

Post on 13-Apr-2022

2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EntrEprEnEurship

for thE

CrEativE EConomy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기업가정신

Page 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 1

기업가정신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Page 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 2

제작대행 (주)FKI미디어(02-3771-0245)

지 은 이

발 행 인

발 행 처

등록번호

주 소

전 화

팩 스

홈페이지

I S B N

정 가

초판 1쇄 인쇄 2013년 9월 23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9월 26일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제318-1982-000003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7-3 하나대투증권빌딩

02-3771-0001

02-785-0270~3

www.keri.org

978-89-8031-654-0

15,000원

-이 책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한국경제연구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무단 전재를 금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KERI Column 등에 게재되었던 것을 수정 및 재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기업가정신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CIP2013017517)

Page 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 2

기업가정신

최병일·황인학 외 지음

창조경제 성공의 핵심조건

Page 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손길승 5 4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

는 한 단어를 얘기하자면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나는 기업가

정신(企業家精神)을 꼽는다. 나를 춤추게 하는 말이라면 과장

인 듯싶기도 하고, 스스로 얘기하려니 쑥스럽기는 하나, 사

실 그렇다. 나는 그만큼 기업가정신을 굳게 믿는 신봉자이다.

학교를 마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안정되고 훌륭한

길을 선택할 때 나는 수원의 작은 직물공장에 들어갔다.

그분들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때 나는 경

영 전장(戰場)에서 뼈를 깎는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보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손길승

SK그룹 명예회장(전 SK그룹 회장)

Page 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 4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면 작은 직물공장 선경(鮮京)이 에너지, 통신 분야의 세계적

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50여 년 시간을 함께했다. 내가 가

진 청춘, 열정, 에너지, 지식, 그리고 인생까지 모두 거기에

바쳤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몰입했었다. 그리고 지금

의 나는 그 사실에 아주 만족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에 나는 그렇게 일해 왔다. 내가 한 일

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일천하다. 위로는 정주영, 이병철, 구

인회, 최종현 같은 훌륭하신 분들부터, 지금의 이건희, 정몽

구, 구본무 회장 같은 불세(不世)의 거장(巨匠)들이 걸어온 길

은 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과정이었고, 역사였다. 물론,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수도 없이 많은 거장(巨匠)들이 있음

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거장(巨匠)들과 대한민국 경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출발선에서는 손에 쥔 것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다

른 하나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또 쫓아오는 각각의 뭔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선경이 SK로 성장, 발전하면서 에너지

Page 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손길승 7 6

와 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온 것처

럼 말이다. 삼성의 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차의 자동차, LG

의 전자와 화학 등은 이미 세계 탑(TOP)이다. 일일이 얘기하

지 않아도 큰 기업은 큰 기업대로,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

에 맞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무엇을 가졌을까? 세계 질서가

경제역량에 의해 재편(再編)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화된다

는 점에서 경제력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무역규모에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우리의 오늘을 세계가 부러워하고, 앞 다투어 배우려 한

다. 아니 그것을 넘어 우리는 선진국, 중후진국 모두가 경

계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의 오늘

이 있기까지 그리 시간이 많았던 것은 분명 아니다. 선진국

200여 년 역사를 우리는 불과 60여 년 만에 해냈다. 자원

도 없고, 남북이 분단된 그야말로 혈혈단신의 생면부지 자

갈밭에서 출발한 우리였던 점을 감안해보면, 속내를 잘 모

르는 외부인이 보면 신기하다 할 것이다.

Page 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 6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을 2013년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창조경제쯤으로 해석하고 싶다. 우리의

크고 작은 경제 거장(巨匠)들이 전장의 상흔만 남아 있던 땅

에서 오늘을 만들었던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출발이고, 실

체였기 때문이다. 또 누구도 그렇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지

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대

한민국의 오늘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정확

한 오리지널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만

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저력이 바로 기

업가정신 그 자체다.

개인적인 얘기로 잠시 돌아가보자. 내가 세상에 출사하

던 1965년 대한민국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 바로 ‘일하는

해’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정 최고지표는 수출이었고, 그

해 1억7천만불 달성이 요즘 말로 KPI(Key Performance Index)였

다. 그때 수출 주력상품은 오징어, 통조림, 김, 쌀 등이었다.

안 먹고 안 입고 내다 파는 데 주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0대 수출품 중 최고는 바로 합판이었다. 요즘 세대들에겐

Page 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손길승 9 8

아프리카 어느 나라 얘기 아니냐고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

러나, 불행히도 분명히 우리나라의 50여 년 전 역사였다.

이 칼럼집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너무 식상하다’는 소리

를 들을지 모르겠으나, 이만큼 우리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

여줄 수 있는 실례(實例)도 많지 않다. 이를 오늘의 지표로

다시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총 수출은 5,479억불이다. 세계 7

위이다. 2011년 7위에 올라간 이래 7위를 지키고 있다.

5,695억불을 수출한 6위 프랑스와 불과 2백억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내가 선경에 입사하던 65년의 대한민국 수출

액이 1억7천만불이던 시절과는 이미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

다. 당시 선경도 매출 1억에 불과했지만, 지금 SK는 150조

를 넘나들고 있다. 경천동지 그 자체다.

그 저력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은 자

동차, 반도체, 선박, 핸드폰, 석유화학, 전자제품 같은 상품

이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을 상상해보시라. 바로 어떤 제품

Page 1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 8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도 우리가 원천 소스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선진 기업들에 의해 강한 경계의 대상이란

부분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내가 생각한 결론은

바로 절박함이다. 다른 나라나 기업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여전히 오징어 잡아서 수출해야 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

한다’는 절박함이다.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거장(巨匠)들이 선택

한 길은 SK식 표현으로 ‘수펙스(SUPEX)’라는 방식이었다. 나

는 이것을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른다. 방식은 다르겠으나,

‘다른 국가, 기업들보다 높은 목표 수준을 설정하고, 성공하

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여기에 민관

의 협력과 리더십이 더해졌다. 풀어서 설명하면, ①해야 한

다는 사명감 ②할 수 있다는 자신감 ③해내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 ④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동반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다. 사람을 빼고는 자원이라곤 없었던 대한

민국이 60여 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선진국, 선진 기업의

경계 대상이 된 성장동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Page 1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손길승 11 10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지금 우리는 산업화 중심의 성

장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혹자는 거시경제의 선순환이

어느 지점에서부터 잘 돌지 않는다며 이를 동맥경화로 표

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2013년의 용어로 민관(民官)의 모든

거장(巨匠)들이 창조경제(創造經濟)를 얘기하고 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방식에 있어서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부러운 국가, 기업들이 많이 있

다. 기업가정신도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창의(創意)와 혁신

(革新)을 키워드로 한 창조경제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기업가정신의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출발선을 만들 것

이다. 16명의 저자가 다양한 시각에서 그 실마리를 충실하

게 제공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기업가정신의 A에서부터 Z까지를

조명하는 면에서, 기업가정신이 현재의 동맥경화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나 혁신과 창의라는 새로운 키워드의 기업가정신으로

창조경제를 어떻게 융성(隆盛)하게 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으

Page 1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 10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

니, 독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 방정식을 풀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한다. 기업가정신이란 말이 더 많은 거장(巨匠)들

을 춤추게 했으면 좋겠다.

Page 1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송병락 13 12

이 책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의 글을 시작으로 경

제계,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열

여섯 분의 귀중한 글 17편을 3개의 장으로 편성한 것이다.

제1장에서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제2장에서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밝힌다. 기업가정신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성공은 물론 저성장의 늪

에 빠진 한국경제를 일류 선진국을 향해 달리도록 하는 데

핵심조건임도 강조한다. 제3장에서는 그렇게 하기 위한 전

략과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평가)이 2011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송병락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Page 1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 12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년 말에 EU 선진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한 바 있

다. 그런데, 실제로 저성장의 결과를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EU 선진국 평균에 근접했다. 요는 한국이 이미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이 핵심 성공요인이 되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

이다. 한국을 그런 선진국으로 끌어 올린 가장 중요한 요인

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이것이 제1장의 주제이다.

미국의 잉크매거진 편집장인 조지 젠드론이 경영학의 시

조 피터 드러커에게 “기업가정신 발휘에 있어서 세계 최고

는 역시 미국이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드러커

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그 점에 있어서 세계 제1

은 의문의 여지없이 한국이다(피터 드러커의 책 《Next Society》).”

한국의 수출은 1964년 1억 달러에서 2011년 5천억 달러를

넘었다. 이런 경제 기적을 창출한 것이 바로 한국 기업인들

의 기업가정신인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런 경제 기적을 창

출할 기업가정신은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그의 글에서 잘 지적

한 바와 같이 안타깝게도 “2000년대 IT버블 이후 한국사회

Page 1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송병락 15 14

는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의 침체를 겪고 있다.” 이것이 한

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점에서 한국

경제연구원이 기획한 이 책은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운명은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잘 살리

고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최병일 원장의 말처럼 “창조경제

가 어쩌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위기 탈출 기회일지

도 모른다.” 제2장의 글을 쓴 다섯 분의 저자는 모두 기업

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은 한국경제의 제2 도약을 위해서,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

교수와 추창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창조경제의 성공

을 위해서,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창조경영을 통한

한국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김용열 홍익대학교 경영학 교

수는 한국 기업의 혁신 성공을 위해서 각각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3장에서 다섯 분의 저자는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핵

심적 전략과 정책방향을 잘 지적하고 있다. 정혁준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의 개

Page 1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 14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발, 반성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벤처경영학 교수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한 구체적 정책대안, 고영하 한국엔젤투자

협회장은 창조대국 건설방향,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

단 사무총장은 기업가정신의 올바른 교육방향, 그리고 홍

대순 ADL코리아 부회장은 사내 기업가정신 개발의 중요성

을 각각 강조한다.

이 책에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들이 매우 많다. 몇 가지

예를 보자. 권오용 전 SK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시

작 이후 이룩한 경영성과는 매출액, 고용, 주식시가총액 기

준 등으로 보면 잭 웰치(GE)나 스티브 잡스(애플)를 크게 앞선

다고 했다. 필자는 한국에 외국의 기업경영인들을 능가하

는 인재들이 수없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세계에서 기업

인 조찬 강연회가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기업경영 연

구모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의

경영인들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그의 글에

서 “인구 100만 명당 대기업의 수는 한국이 7개로 일본

Page 1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송병락 17 16

14개의 2분의 1, 독일 21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

다. 실제로 미국 《포춘》지의 통계에 따르면 월마트 한 회사

의 종업원이 무려 220만 명이나 된다. 반면 한국에서 종업

원 300명 이상인 대기업은 모든 업종을 포함해서 3,334

개인데,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를 모두 합해도 260만 명에

불과하다(통계청 〈한국통계연감, 2012〉). 한국에는 세계적인 대기

업의 수도 적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

다. 그러나 월마트 같은 회사 2개만 만들면 실업 문제는 저

절로 해소된다. 오히려 인력난이 심해질지 모른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조직에는 미̂ 일̂ 독의 3대 유형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드러

커는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으므로 모방은 안 된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조직이나 경영

이 바로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은 그 어느 것도 모방할 것

이 아니라 모두의 강점을 융합하여 앞서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융합 전략의 핵심이다.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한국의 대기업 조직이나 경영을 내

Page 1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 16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생각대로 뜯어고쳐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를 모르

는 사람이다.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생산요소를 잘못 가르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많은 교과서들이 생산요소로 노동, 자본, 토

지 및 기업가정신의 4가지를 언급하는데, 한국에서 가장 인

기 있는 미국경제원론서인 맨큐의 《경제원론》에서는 생산

요소는 기업가정신을 빼고 노동, 자본, 토지의 3가지라고 한

다. 생산에 공헌한 대가로 노동은 임금, 자본은 이자, 토지

는 지대 그리고 기업가정신은 이윤을 각각 받는다. 그런데

기업가정신을 제외하면 노동자들이 이윤도 차지해야 된다

는 논리가 된다. 이는 노사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부품시장에서는

협력전략, 제품시장에서는 경쟁전략, 특허시장에서는 전쟁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그리고 혁신제품으로 끊임없는 창조

적 파괴를 일으킨다. 차원 높은 기업가정신이 성공의 핵심

Page 1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발간사 송병락 19 18

요인이 된다. 조지프 슘페터는 이처럼 세계적인 ‘대기업’들

의 차원 높은 ‘기업가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적 제품의 개발

을 통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전략’을 중시한다. 피터

드러커는 이런 5가지가 중요하게 되는 경제를 ‘슘페터 경제’

라고 한다. 자본주의 2.0이 케인즈경제시대라면 자본주의

3.0이후는 슘페터경제시대가 된다.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학교 교수

는 앞으로 한국은 두 가지 즉, 주식회사와 자본주의시장경

제를 잘해야 된다고 했다. 그의 연구실에서 들은 말이다.

그는 1750년까지 한^중 일̂ 등 동아시아가 서양을 앞서 있

었는데, 그 후 서양이 동아시아를 추월하게 된 것은 서양의

이 두 가지 발명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나라든 이 두 가지

를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주식회사를 잘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고 시장경제이다. 앞으로 민간은 기업가

정신을 잘 고취하고 정부는 시장경제시스템을 잘 정착시켜

야 한다. 최병일 원장은 특히 정부가 이스라엘처럼 기업가

Page 2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 18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

정신을 꽃 피우고, 기업가정신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야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다른 많

은 저자들도 강조하는 바이다.

필자는 이 책을 펼치고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내렸다.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열여섯 명의 저자

가 각각 다양한 배경과 시각에서 아주 쉽게 설명해서 중고

등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

제가 극심한 침체의 늪을 빠져나와 다시 한 번 일류 선진

국을 향하여 힘차게 달리는 데 이 책이 힘을 보탤 수 있으

리라 생각한다. 절박한 때에 단비와 같은 책을 기획출간해

준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저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Page 2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프롤로그 최병일 21 20

약방의 감초처럼 경제 관련 세미나에서 빠지지 않는 질

문이 있다. “신성장동력이 뭡니까?”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스웨덴…… 최근 몇 년간 국제경제컨

퍼런스에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한 국가들이다. 이는 2008

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모든 국가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무엇이 신성장동력일까? 처음 이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난

환경산업, 바이오산업,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등이 신성장

동력일 것이라고 답하곤 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선진국

의 규제강화 추세, 중국경제의 급부상에 따른 세계 에너지

수요의 급증, 화석연료의 고갈, 평균수명의 연장, 고령화 추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Page 2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 20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세 등을 이유로 덧붙이며 말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난

대답을 바꾸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꾸기로 했다. 그 계기

는 이스라엘 방문이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영감을 제공한 책으

로 알려진 《창업국가(Start-up Nation)》(댄 세노르, 사울 싱어 공저, 2010)

는 사방이 적대국가로 둘러싸여 있고, 매일 어디선가 폭탄

이 터지고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는 첨예한 갈등과 팽팽한

긴장의 이미지로 알려진 이스라엘이,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

득한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이스라엘-아시아 비

즈니스 써밋’에 연사로 초대받아 그 창업국가의 현장에 발

을 디디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화, 고령화를 겪는 아시아경

제에 이스라엘의 기술과 혁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화두를 던져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써밋 프로그램

중 하나는 《창업국가》 첫머리에 소개된 배터리 생산·보급

회사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 방문이었다. 베터플레이스

는 젊은 기업가 샤이 아가시의 전기자동차 상용화라는 꿈

Page 2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프롤로그 최병일 23 22

을 현실로 바꾸는 곳이었다. 그는 이스라엘 전역에 전기차

동력 제공을 위한 배터리 충전, 교환소를 설계하는 ‘전기차

전원공급망’을 구상했다. 신속하고 안전하게 전기차에 동력

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전기차도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석유의존에서 벗어나 친

환경 재생에너지로 굴러가는 전기자동차라니! 사방이 적이

자 중동 산유국들로 포위된 이스라엘이 전기자동차를 실

현시킨다는 것은 제2의 건국 선언만큼 벅찬 일이다. 베터플

레이스의 꿈엔 덴마크,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도 동참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귀국한 다음날, 베터플레이스가 파

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전기차 공급 지연, 배터리충전소

망 구축 지연에 따른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파산 원인이라고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우

려되던 석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

되는 등 세계 에너지시장의 지각변동도 베터플레이스의 궤

도 이탈을 부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샤이 아가

Page 2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 22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시의 불가능한 꿈은 여기까지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베

터플레이스의 좌초는 그의 비즈니스 모델의 좌초이지, 전기

차의 미래를 꿈꾸는 다른 도전자들의 좌절을 뜻하지는 않

을 것이다.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우뚝 서게 한 기업가정

신이 살아있는 한, 아가시의 도전과 좌절은 다른 이의 도전

으로 이어지고, 설령 그가 좌절한다 해도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하여 “신성장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

의 새로운 답변은 “기업가정신”이다. 나의 부연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기업가정신을 창달하고 진흥하는 국가는 지금

당장 그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어도 희망의 미래

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만, 기업가정신과 질주하는 탐욕

을 동의어로 간주하고 속박하며 옥죄는 일에 골몰하는 국

가는 당장의 경제 상황이 넉넉하다고 해도 깜깜한 암흑 같

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기업

가정신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 되었다.”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선견지명,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Page 2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프롤로그 최병일 25 24

대담한 발상의 전환과 도전정신, 남과 다른 경쟁우위를 만

들어내고 유지하려는 혁신정신,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욕

구를 다른 경쟁자보다 더 빨리 더 만족스럽게 채워주려는

상인정신의 총집합체인 기업가정신. 박근혜 정부가 국정패

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의 관건 역시 기업가정신이다.

독립주권국가가 된 후 20세기 절반을 서구의 선진산업국

을 추격하는 데 다 보낸 대한민국에게 21세기가 부여했던

시대적 과제는 이제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혁신적

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고도

성장의 신화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성장률 2%가 일상화되고 버젓한 일자리는 점점

만들기 어려우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중인 고령화의

은빛 쓰나미를 맞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우리

의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박근혜 대통령은 창

조경제라는 패러다임 변화로 풀어가고 있다.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이 이루어내야 하는 창조경제는

슘페터가 꿰뚫어 본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의 요체인 ‘창

Page 2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 24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을 통해, 무역주도형 경

제에서 무역과 내수가 동시에 견인하는 쌍끌이 경제로 전

환하면서,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확대선순환 균형경

제의 정착일 것이다. 이런 창조경제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

면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현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 환

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 관건은 정치권이 쥐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본 틀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무

엇인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한 시장 환

경을 효율성과 형평성이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

성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합’을 위한 부문 간 벽

허물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

조정 역시 정치의 영역이다.

한국정치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간의 경

Page 2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프롤로그 최병일 27 26

험만으로 가늠한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역대 정부가

추진하였던 벤처산업 육성, 지식기반경제, 서비스분야의 산

업화 등 대한민국을 변모시키겠다는 집권 초기의 거대 구

상들은 요란한 팡파레를 울리며 시작되었지만 모두 도상계

획에만 머물렀다. 기득권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올 변

화를 거부했고, 집권세력은 반대세력을 설득할 전략이 부

족했으며 과감하게 돌파할 결단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

치의 참담한 실패는 내수 확대 구호만 요란할 뿐, 일자리의

70%를 책임져야 하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그

시절에 비해 달라진 것 없이 골목상권만 과밀포화상태로

치닫게 했다. 서비스분야의 버젓한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이루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창조경제가 산업분야의 융·복

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기존의 산업별로 분절된 정책 환경을 한 그릇에 넣고 비벼

내며 혁신해야 한다. 기득권의 보호논리에 길들여진 부처

할거주의를 온실에서 드넓은 벌판으로 끌어내어 창조경제

Page 2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7 26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

판 정책 대통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정부

의 창조경제 구상이 또 다시 한국정치의 실패와 마주한다

면 한국경제는 풍파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엔진이 꺼져가

는 배의 처지와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에겐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데…… 창조경제가 어쩌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위기 탈출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들은 알

고 있을까.

이스라엘 방문에서 만난 사울 싱어와의 두 시간 넘는 대

화에서, 그는 자신의 책 《창업국가》를 통해 두 가지 메시지

를 던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스라엘은 창의와 혁신

으로 무장된 기업가정신이 넘쳐나는 국가라는 것, 그리고

정부가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기업가정신을 꽃피게 했다는

것. 창조경제의 돛을 올리려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가장 필

요한 것도 바로 이 두 가지가 아닐까.

Page 2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contents 29 28

31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윤상호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황인학

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한정화

오너와 기업가정신·권오용

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이문원

33

40

50

67

82

20

4

12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다

제1장

발간사 한국경제의 동맥경화, 기업가정신으로 풀어라·손길승

기업가정신, 창조경제의 성공조건·송병락

프롤로그 왜 지금 다시 기업가정신인가?·최병일

목 차

Page 3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9 28

99

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권혁철

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추창근

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김영욱

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박남규

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김용열

101

117

133

150

165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창조경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키워드로서 기업가정신을 말하다

제2장

183

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정혁준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반성식

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고영하

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금기현

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홍대순

185

202

218

228

255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전략과 방향을 논하다

제3장

에필로그 창조경제의 요체는 기업가정신·황인학 273

Page 3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PB 30

Page 3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다

Page 3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➊ 33 32

Page 3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3 32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

께 화두로 던진 창조경제론(creative economy)에 대한민국 모

든 이의 눈이 쏠리고 있다. 각 정부 부처의 새로운 수장들

은 창조경제론에 기반을 둔 정책의 개발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학자와 연구기관들은 창조경제의 의미와 당

위성에 대한 검토에, 기업들은 창조경제론으로 인해 변화하

거나 새로 도입될 정책들을 예측하는 데 모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창조경제론이 향후 5년간 추진될 경제정책들

의 중심축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 이러한 관심과

집중은 당연하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창조경제, 창조적 파괴,그리고 기업가정신

Page 3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➊ 35 34

창조경제론과

슘페터

창조경제론을 접하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은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경제

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슘페터(Schumpeter) 교수의 ‘창조

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일 것이다. 슘페터 교수

가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라는 저서를 통해 약 70년 전에 처음 거론한

창조적 파괴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가정신을 통해

시장질서가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과정, 즉 계속되는 기업가

의 도전과 노력으로 기존의 제품, 생산과정, 그리고 시장관

행과 구조 등이 파괴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치열한 경쟁 속

에서 누구보다 먼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매진하는

기업가에 의해 기술 혁신이 가능해지고 신시장이 창출되며

경제도 발전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원리를 말하

기도 한다.

슘페터 교수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를 이해한다면 모호

Page 3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5 34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한 개념으로만 다가오던 창조경제의 실질적 의미를 어느 정

도 파악할 수 있다. 향후 5년간 경제정책의 기반이 될 창조

경제란 적어도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슘페터 교수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통한 선순환적 경제구조, 즉 기업가

정신을 통한 변화와 혁신의 움직임 속에서 경제적 기득권

의 파괴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경제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를 기존의 생산 중심적

산업에서 벗어나 지식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로 패러다

임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표출하는 수단

이기도 하다. 이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시기적절한 방향 제시이며, 오늘만이 아닌 미래에도

항시 잊지 말아야 할 경제정책의 원칙이기도 하다.

창조경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들

하지만 창조경제론를 이해하거나 정책적 기반으로서 그

성공적 안착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Page 3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➊ 37 36

기업가정신은 기득권과 관행을 혁파해 나가는 것

우선, 기업가정신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오해다. 많은 이

들이 한국 사회, 특히 젊은 세대에서 위험 회피적 성향이

강해졌다고 거론하며 위험에 대한 선호와 모험이 다시 필

요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그런 무

조건적 혹은 무한적 도전정신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은 특정인에게만 이윤의 기회로 포착되어진,

고착화된 경제적 기득권과 관행 등을 고도의 계산과 치밀

한 계획을 통해 혁파해 나가는 도전정신을 말한다. 즉, 기

업가정신은 사회구성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

이 아니라 각 구성원이 미개척된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는

창의적 선구안 및 계획을 구체화하는 실행능력 여부, 시장

경쟁을 통한 혁파적 과정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

진 결과에 수긍하는 사회적 유연성 혹은 사회적 자본이라

는 제도적 기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어느 방향에서 표출될 것인가

또한 기업가정신이 어느 방향에서 표출될 것인가도 주시

Page 3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7 36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긍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부정적

요소도 갖고 있다. 특히 기업가정신이 경제학자들이 지대

추구 활동(rent-seeking activity)으로 간주하는 경제적 행위, 즉

정부의 규제와 정치권의 특혜로 만들어지는 경제적 지대

나 우월적 지위를 얻기 위한 소모적 경제활동으로 표출된

다면 창조적 파괴가 아닌 파괴적 창조(destructive creation)라는

결과로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게 된다.

특히 창조경제론 혹은 지식경제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로

의 전환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기

존의 경제적 지대의 소유권자만 새로 선정하거나 새로운

경제적 지대를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책입안

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실제로 지식경제로의 경제구조 전환이라는 과제 중 대부

분이 소프트웨어, 콘텐츠 제작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

의 재정적 지원정책으로 이어져 정작 창조경제로의 전환에

쓰여야 할 대부분의 국력이 값싼 정부지원자금이라는 특

혜만을 가장 먼저 탈취하기 위한 노력으로 소모되는 부정

적 기업가정신으로 표출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Page 3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➊ 39 38

창조경제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는 경

제체제를 뜻한다. 정부가 이 미지의 세계를 이미 알고 있

는 것처럼 특정 기업군이나 산업에 대한 특혜만을 강조한

다면,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시작은 기업가정신의 정상 작동을 막는

시장규제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에서부터

창조경제의 시작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변화

를 파악하고 창조적 파괴라는 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을 견

인하는 기업가정신의 정상적 작동을 막고 있는 시장규제

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창조경제론에 제대로

부합할 수 있는 정책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

는 특정 산업, 기업군, 그리고 소득계층의 부양을 위한 재

정 및 세제 지원과 같은 보이는 손의 역할이 아니다. 창조

적 파괴라는 본래의 기업가정신이 표출될 수 있도록 시장

의 원칙과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Page 4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39 38창조경제, 창조적 파괴, 그리고 기업가정신

제도의 개선이다.

또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시장질서와 경제적 결

과를 기업가의 혁신과 노력의 정당한 산물로 수긍하는 사

회적 합의까지 더불어 이끌어낼 수 있다면 창조경제론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크다.

Page 4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➋ 41 40

“오늘날 한 나라의 국력은 그 나라가 보

유하고 있는 군함의 수가 아니라 그 나라에 내세울 만한 민

간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하는 게 더 적합하다. 예를 들

어 미국은 2001년 기준으로 그런 기업들이 550만 개나 있

는 반면, 북한은 하나도 없다. 또한 민간기업의 수가 많을수

록 그 나라의 정치적 자유도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1

- J. Micklethwait & A. Wooldridge(2005)

1  “Today, the number of private-sector companies that a country boasts-the United States had 5 1·2million corporations in 2001, North Korea, as far as we can tell, none-is a better guide to its status than the number of battleships it can muster. It is also not a bad guide to its political freedom” (p.xx). John Micklethwait & Adrian Wooldridge, 『The Company-A Short History of a Revolutionary Idea』, Chronicles Book, 2005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Page 4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41 40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6.25전쟁 당시 UN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MacArthur) 장

군은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

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종군기자로 왔던 영국의 타임지

(《The Times》)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핀다

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

다”며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봤다. 부존자원, 자본, 기

술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전쟁

은 그나마 남아 있는 것마저 파괴하고, 나라와 국민을 더

궁핍하게 만들었다. 외국의 구호물자를 받아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묵은 곡식은 떨어

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먹을 게 없는 춘궁기(春窮期)

는 태산보다 넘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경제개발계획이 추진

되기 직전인 1961년에는 필리핀만 해도 우리보다 세 배나

잘사는 선진국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2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저개발 농업

국가에서 근대적인 산업국가로 기적처럼 변신했다. 쓰레기

2  1961년도 한국의 1인당 GDP는 91.6달러, 필리핀은 260.2달러였다. 2009년도에는 한국 1만7,078달러, 필리핀 1,752달러이다(자료: World Bank).

Page 4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➋ 43 42

통에서는 장미가 피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

주화를 동시에 꽃피우는 기적을 일궈냈다. 2009년 11월

에는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하면서 피지원국이 지원국으로 지위

를 전환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From Chips To Ships.” 말 그대로 반도체 칩에서부터

자동차, 선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수출을 하는 제조업

강국이며, 201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상품 수출

을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비

약적인 증가를 거듭해 2만 달러에 이르고, 필리핀을 포함

해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대한민국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

기 위해 가고 싶은 동경의 나라가 되었다. 보릿고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낱말은 국어사전을 찾아봐야 이해할 정

도로 가난의 ‘보릿고개’는 지난 역사가 되었다.

Page 4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43 42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한국의 산업 발전 과정은

창업 1세대의 도전과 성취의 과정

저개발 농업국 상태에서 50년도 되지 않아 선진 공업국

으로 도약한 한국경제의 발전 과정은 놀랍다. 부존자원은

물론이고 산업 인프라도 없고, 자본과 기술,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철강, 정유·화학, 기계, 전기̂ 전자, 자동차, 조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발전한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저변에 우리 국민의 높은 근면성과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인적 자원 외에

는 사실상 아무것도 내로라 할 게 없는 상태에서 선진 공

업국으로 도약한 데에는 개발연대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

신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산업 인프라와 자본, 기술을

제대로 갖춘 선진국 기업들도 감히 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

를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도전정신으로 불모지(不毛地) 환경

에서 감행하고, 온갖 시련을 혁신적인 발상으로 극복하면

서 성공에 이른 과정은 삼성, 현대, LG, SK, POSCO 등 창

Page 4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➋ 45 44

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한국

산업의 발전 과정은 이들 창업 1세대들의 도전과 성취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은 이미 존재하는 생

산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해 신제품을 만들거나 또는 혁신적

인 방식으로 재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원의 것이 아

니었다. 자본, 기술, 주변 인프라, 경험과 같은 주요 생산요

소가 부족한 상태, 즉 사실상 무(無)에서 산업을 만들어내

는 그런 정신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기업가정신이

높이 평가되고 국내외 경영학계의 연구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는 많다. 현대그룹 창업자로서 지난

3월 21일자로 타계 10주기를 맞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경

우만 봐도 경부고속도로와 소양강댐 건설 이야기, 미국의

반대를 이겨내면서 1974년 자동차 독자 모델 ‘포니’를 만들

어 성공시킨 이야기,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유조선 건조 계약을 따내고

1974년 6월에 조선소 건립과 함께 동시에 2척의 배를 성

공리에 진수해 세계 조선사에 전무후무의 기록을 세운 이

Page 4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45 44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야기, 1984년 폐유조선을 이용해 서산방조제 물막이 공사

를 마무리한 이야기, 일본에 밀려서 다들 안 된다던 88서

울올림픽을 성공리에 유치했던 이야기 등등 영웅적 서사시

와 같은 사례들이 넘친다.

기업가정신은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요

소이다.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부존자원이 부족했

어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게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고, 더 잘 살려면 기업가정신이

계속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가적 발견(entrepreneurial discovery)’

이 계속되지 않으면 우리와 똑같은 풀 세트 제조업 구조를

가진 중국에게 금방 추격당해 지금 가진 세계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 다행히 이제는 자본도 있고, 기초·원천기술은

아직 미흡하지만 제조기술, 상용화기술은 많이 나아지는

등 과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개발연대에

비해 물적 환경도 좋아졌다.

Page 4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➋ 47 46

니트족 100만 명 시대,

청년층 기업가정신 약하기 때문

그런데도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며 걱정하

는 이들이 많다. 과거 개발연대에서 보던 모험투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의

지도 없는 청년백수, 이른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청년층의

기업가정신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창업 1세대들이 20대에 창업했던 것에 비하

면 지금 청년들의 기업가정신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근로

자를 고용하는 등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이때 이들이 중소기

업에 취업해서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도전정신을 발

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기업의 수가 상대적으

로 적기 때문에 대기업에 일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취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관련,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

Page 4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47 46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많고

대기업은 적은 편이라 능력 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종종 있을 법한데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조업 부문에 국한해서 볼 때, 인구 1만 명당 대기업

의 수는 우리가 0.07개로, 일본(0.14)의 2분의 1, 독일(0.21)

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에 인구 1만 명당 소기업의 수

는 우리가 9.7개로 독일의 7.1개, 일본의 5.8개에 비해 월등

히 많다.3 이처럼 중소기업의 개체도 많고, 한계선 위에 있

는 중소기업도 있다. 이런 중소기업은 상당히 우량해서 대

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데도 실제 성장사례

는 대단히 희소하다. 왜인가? ‘키우지 못한다’면 몰라도 키

울 수 있음에도 ‘키우지 않는다’면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

음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곧 중소기업을 졸업해야 할 만

큼 건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은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3  2007년 통계, 여기에서 대기업은 종업원 500인 이상 기준이며, 소기업은 종업원 10~50인 기준

Page 4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➋ 49 48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 기업인의 55%가 사업을 축소하거

나 외형적인 확대를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

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다.

기업들의 ‘피터팬 신드롬’은

이중적인 기업정책 탓

능력이 있고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애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

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소기업이 되면 지원과 보호, 동

정을 받지만 대기업이 되면 지원이 끊기는 동시에 질시와

비판, 규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회와의 관계

적 측면에서 보면 중소 규모로 남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

은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중소기업으로 계속 머물고자 하는 일종의 기업들의 ‘피

터팬 신드롬’은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이

중적인 기업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최근 들어 정부

Page 5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49 48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는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많이 강조한다. 대기업이 좀

더 양보하고 솔선해서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지원하라는 압박인데, 기업을 키우지 않는 것이 유

리한 선택이 되도록 만든 정부정책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가정

신을 고양시키려 한다면 가장 먼저, 기업을 키우는 것이 유

리한 선택이 되도록 경제제도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4

4  이중적 기업정책의 자세한 내용은 음선필 외(2009),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혁 과제』, 한국제도경제학회 참조

Page 5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51 50

창조경제 구현을 핵심 국정기조로 내

세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한때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 개념 정의와 실현 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

었지만,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창조경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논의 중에 공통분모를 뽑아보

자면 ‘국민 개개인의 창조적 역량 발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식, 기술, 문화의 융

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며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

해 궁극적으로 국민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Page 5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1 50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20세기 후반 우리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

본 등의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형(fast follower) 성장전략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경제성장

을 이루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이른 시점에서 한계에 직면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개발도상국은 턱밑까지 따라와 우

리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창조경제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만, 누가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

다. 창조와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위험부담은 누가 질 것인가, 결국은 기업

가가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고, 기업가의 창조성과 도전정

신, 즉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답이다.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다.

Page 5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53 52

한국의 기업가정신

한국이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탁

월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성취

욕과 성공체험의 선순환’ 때문이었다. 높은 성취욕을 바탕

으로 도전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게 되자 긍정적 피

드백의 사이클이 가속화되어 온 것이다.

사실 1960년대 이전 한국인의 성취욕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존

의 욕구는 강렬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빈곤의 악순환

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60년대 고도 경제성장 과정

에서 정책적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나

자 ‘배고픈 자의 정신력(hungry spirit)’이 ‘하면 된다(can do spirit)’

의 도전정신으로 전환되었다.

19세기 말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은 조선 사회와

민중을 본 후 무지하고 게으르며 더러워서 발전의 가능성

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연

해주로 이민을 온 조선 사람들을 보고 일말의 가능성을 발

Page 5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3 52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견했다. 그가 진단한 바에 의하면, 조선 사람들의 생산 의

욕이 저조한 원인은 그 당시 착취를 일삼는 사회정치체제

에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기업가정신이란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내가 열심

히 노력하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실현

할 수 있다는 보편적 믿음이 그 사회에 존재하는가가 핵심

인 것이다.

20세기 중반 한국 사회는 식민지 상황과 전쟁을 경험하면

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무너졌고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생존

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와 함께 유교주의

문화권에서 형성된 높은 교육열과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성취

욕 형성과 선진국 추격을 위한 학습역량의 기반이 되었다.

사람은 교육을 받으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형성되고 보

다 나은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60년대에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자 우리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정부 주도형 ‘당근과 채찍’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

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한국의 기업가정신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

Page 5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55 54

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산업화시대의 기업가정신에서 지식정

보화시대의 기업가정신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90년대 후반에 나타난 벤처 붐은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했

지만, 2000년대 초반 그 벤처 붐이 꺼지면서 새로운 흐름은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새로

운 양상이 나타나면서 제2의 벤처 붐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

여주고 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많은 비즈니

스 모델이 나타났고 바이오, 그린, 메디컬 등의 분야에서 시

장 확대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아직은 충분하지 않지만 이

러한 현상이 창조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지수

6050

3040

2010

-20-10-0

-30

00 01 02 03 04 05 06 07 08 09

한국은행 SERI

자료 |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Page 5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5 54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이와 같은 긍정적인 신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관적인

진단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IT 버블 이후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의 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

석한 기업가정신 지수5에 따르면 2000년 49.6에서 최근 -2까

지 하락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가정신 지수6가 2000

년 55.5에서 최근 -22.1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지수가 다소 제조업 중심으로 측정되었지만

5  기업가정신 지수(한국은행): 제조업체 증가율+ (실질설비투자 증가율 - GDP성장률)+민간연구개발비 증가율

6  기업가정신 지수(삼성경제연구소): 사업체수 증가율+실질설비투자증가율+수출증가율

경제성장 단계별 창업 유형

창업수

경제성장

중진국

후진국생계형 창업

선진국기회추구형 창업

자료 |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Page 5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57 56

전반적으로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로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낙후된 상태에서 취업의 기회가

부족할 때는 생계추구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사회가 안정될수록 위험도가 높은

창업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되고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

호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시장의 기회

가 늘어나면 기회추구형 창업이 늘어나면서 창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U자형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중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옮겨가는 위치에 있다. 아직도

생계형 창업이 많아서 실패율이 높은 반면, 기회추구형 창

업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또한 성공률도 높지 않은 진퇴

양난(stuck-in-the-middle)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가정신의

침체 원인

그렇다면 기업가정신 침체의 원인은 무엇인가?

Page 5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7 56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첫째, 사업의 위험은 점점 높아지는데, 성공의 기회는 계

속 줄어드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즉 위험대비 보상의 불균

형으로 인해 우수인력의 창업활동이 저조해지고 있다. 신

기술이나 첨단기술을 활용한 창업은 성과에 대한 불활성

성이 높은 본질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현실

은 실패에 대한 창업자 개인의 위험부담이 과도하게 높은

편이다. 이는 사업 실패 시 회사 부채가 개인부채로 전환

되어 인생 실패로 연결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벤처버블 붕괴과

정에서 벤처기업인들의 실패 사례도 기업가정신 위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둘째,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정착

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기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재벌기업의 성장은 한국경제 발전

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 기업하

기 어려울 정도로 갑을(甲乙) 관계가 고착화된 것도 반 기업

정서 형성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기껏 기술개발하고 인력

양성했더니 대기업에서 다 가져가더라’, ‘연구해서 생산단가

Page 5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59 58

낮췄더니 다 뺏어가더라’는 중소기업의 울분과,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의 고착화는 중소기업의 기업하고자 하는 의

욕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과거 개도국 시절의 ‘헝그리 정신’과 ‘하면 된다’는

정신이 소멸되었다는 사실이다. 절대적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어렵고 위험한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이 약화

된 것이다.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경제발전 과정에

서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가 되기는 하나, 선진국

에서처럼 기회추구형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호작용을 일

으키면서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어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예컨대, 성공의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현상으로 인해

청년들은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기업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정착되지 않은 문제는 중소기업의 성공의 기회를 줄

이는 결과를 야기하고 의존적 관계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Page 6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59 58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전략 방향과 정책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려면 우선 실패비용을 완화해야

한다. 혁신형 창업은 실패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완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업일수록 우

수인력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기업가 개인이 부담하는

위험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대보

증제도 및 파산제도의 개선과 아울러 실패 기업인들이 재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획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

한 이를 위해서는 융자 위주의 창업지원에서 투자 위주의

지원시스템으로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창업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

할 때까지 평균 2.8회 창업을 한다고 한다. 실패에 따른 비

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이것이 스티브 잡스

라는 성공신화를 있게 한 환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패비

용을 완화해 국내 벤처생태계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모

습으로 재구축하고자 마련된 것이 지난 5월 중기청에서 발

Page 6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61 60

표한 ‘벤처̂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이다.

금번 대책에서는 벤처·창업기업의 ‘고위험·고수익’ 구조

에 부합한 지원이 되도록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융

자→투자’ 중심으로 변경하고, 엔젤투자 및 기술혁신형

M&A 활성화, 코넥스 신설 등을 통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회수 시스템을 갖추어 가면서, 창업 플랫폼을 다양화

하고, 재도전 환경을 개선하는 등 벤처생태계의 하부 인프

라도 확충하고자 노력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

만 우선 시급한 과제들을 먼저 해결함으로써 ‘창업→성장

→회수→재투자, 재도전’으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의 선

순환 고리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질

서의 확립을 통한 반 기업 정서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큰 요인 중

의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에 의한 불

공정거래질서의 만연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줄여 생존력을 약화시키고 우수인력의 유

인도 줄게 만들어 장기적인 상생협력을 어렵게 할 것이다.

Page 6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1 60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뿐만 아니라 기업 생태계도 약화시켜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

어질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많은 논

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고 효율

성과 합리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틀린 말이 아니

다. 그러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양극화는 가속화

될 것이고 사회적 이동성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결국은

사회발전의 역동성이 상실되어 사회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패기업의 양산은 실패가정을 양산시

키고 중산층의 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복지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사회 불안정은 커지게 된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답이 창조경제, 경제민주

화, 기업가정신의 실현이다.

대기업 선도형

동반성장의 실현

그간 정부가 공정거래질서와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Page 6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63 62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도 과거의 관

행은 여전한 상태다.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불공정거

래질서를 완화시키고 스스로 상생협력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간 대기업이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모습이 사회적 압력에 저항하는 단계에

서 동반성장 정책을 수용하는 수준에 와 있다면, 향후에는

기업 스스로가 동반성장에 진정성을 가지고 그것을 하나

의 문화로 만들어가는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

블리주 실천이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솔선수범해 바람

직한 경영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확산시켜 사회적인 규범과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차원이 아닌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즉 경

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통해 기업이 사회와 공

존하며, 더불어 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

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Page 6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3 62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를 형

성하고 각각의 경제 주체가 다양성과 독창성, 창의성을 갖도

록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러한 토대에서 기업가

정신도 자유롭게 발현될 것이며 창조경제도 성공할 수 있다.

아울러 시장기회를 확대하고,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

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사업의 기

회는 시장에서 오고, 시장의 확대는 투자 마인드를 촉진해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된다. 시장의 확대는 새로운 기회를 만

들고, 기회를 추구하다 보면 시장이 확대되는 선순환적 사

이클이 회복된다. 따라서 지속적인 시장의 확대야말로 한국

의 기업가정신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인구나 소득 면에서 내수시장의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본전략으로 해외시장 확대정책을 추구해왔

고 높은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간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

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첨단기술이나 신기술을 사업화

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개인의 창의적

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창업

Page 6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65 64

초기단계에서 기술의 상용화를 시도할 수 있는 시드머니

형태의 지원과 함께 사업화 단계에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

도록 외부 투자기관과의 연결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창조제품의 초기시장 판로 확보를 위해 정부 구

매시장 확대 등의 정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말 도입되었던 ‘국산 1호기 지정제도’와 같이 창조제품에

대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수의계약을 허용함으로써 정부

구매가 창조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

장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서 시장테스트를 거친 기업들이 과감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대기업이 이러한 기

회를 열어준다면 성공가능성은 배가될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적 마인드와 역량을 가진

잠재적 기업가집단이 형성되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때

부터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에서는 창업교육이나 기업가 양성을 위한 교육이 확대

되어야 한다. 기업가적 역량을 갖춘 잠재적인 집단이 커질

때, 좋은 기업가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Page 6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5 64기업가정신과 사회경제 생태계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은

선진사회로 도약할 열쇠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은 한국이 선진화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열쇠이며, 공동체의 바람직한 미래를 결정하는 핵

심요소이다. 선진국은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진보냐 보

수냐의 이념적 장벽을 넘어서 ‘기업가주의(entrepreneurism)’를

향해 나가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창업국가 미국

(Start-up America)’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EU는 중

소기업과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위한 10대 강령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간

우리의 ‘헝그리 정신’과 ‘하면 된다’의 정신이 전쟁의 상처와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면, 이 시점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발전경험과 성공자산을 기반으로 창의성

과 혁신 중심의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활성화를 이루어야

한다.

Page 6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7 66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➌ 67 66

한국은 50년 전 시작한 ‘근대화 혁명’의 성공을 기반으

로 이제는 ‘선진화 혁명’을 실현해야 할 때이다. 그 과정에서

축적한 민주화 역량이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수직적 갑을 관계를 수평적 동반성장 관계로 바꾸어야 하

며, 사회 각 분야에서 실험정신과 창의성이 존중받고, 생각

과 방법의 다름에 대한 관용의 폭이 확대되어야 한다. 갑

과 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정부와 민간이 서로 협력할

때, 우리 공동체의 선진화된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경

제와 기업가정신이 활짝 꽃피게 될 것이다.

Page 6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7 66오너와 기업가정신 67 66

우리나라에서는 큰 회사를 재벌이라

부르고 그 회사의 회장을 오너라고 부른다. 삼성, 현대자동

차, SK, LG 등이 큰 회사고 이건희, 정몽구, 최태원, 구본무

회장 등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오너들의 기업가정신은 어떨까. 그리고 그들이 창업하거

나 수성해서 키워온 기업 구성원들의 기업가정신은 어떨까.

기업경영의 성과,

기업가정신의 바로미터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발휘됐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별

권오용

SK그룹 고문

오너와

기업가정신

Page 6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69 68

하는 첫 번째 기준은 경영성과다. 그가 회장으로(오너로) 있

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

해야 기업가정신이 발현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기업

가정신은 이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할 당시 삼성그룹의 매출은 29조 원, 2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화두

1993년 6월 7일 2013년 6월 7일

신경영 선언 ➜ 신경영 새출발

양 중심에서 질 경영으로 전환 ➜ 사업의 품격과 가치 제고

양질의 제품 빨리 만들어 시장 장악 ➜ 도전과 혁신으로 창조경영 완성

낡은 의식 및 관행과 결별 ➜ 이웃 및 지역사회와 상생

출처 | 한국경제신문

삼성그룹의 변화

1993년 2012년

29조 원 매출 380조 원(13배 증가)

107억 달러 수출 1,572억 달러(15배 증가)

8,000억 원 세전이익 39조 원(49배 증가)

14만 명 임직원 수 42만 명(3배 증가)

Page 7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69 68오너와 기업가정신

이 지난 2012년의 매출은 13배 늘어난 380조 원이 됐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49배, 시가총액은 44배 늘었다. 정

몽구 회장도 1999년 취임 당시에 비해 시가총액이 29배,

매출은 11배 늘어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외국의 경우 애플의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재임 기간(1997~2011) 동안 시가총액이 115배, 매출은

국내외 대표 CEO의 성과

구분 시가총액 매출액 순이익 임직원 수

삼성그룹 이 건 희(1987~현재)

327배9 2,940

38배92 3,550

13배15 200

4배10만 42만

APPLE 스티브 잡스(1997~2011)

115배30 3,467

18배71 1,276

흑자전환

적자 3282배

3만 6만 400

현대차그룹 정 몽 구(1999~현재)

29배44 1,259

11배132 1,480

15배11 160

1.5배9만 2천 14만

GE 잭 웰치

(1980~2000)

26배140 3,700

5배249 1,296

8배15 127

22% 감소40만 2천 31만 3천

·삼성그룹 자체 발표기준(시가총액은 증권거래소 11월 26일 기준)·현대자동차 그룹 자료는 금융감독원 공시, 증권거래소 11월 26일 기준·삼성그룹 현대차 매출 /순익은 2012년 예상치·GE(1980~2000 기준), APPLE(2011.2Q~2012.1Q기준) 미국공시, 환율(1,080원/$ 기준)

출처 | CEO 스코어

Page 7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71 70

18배 늘었다. 재벌 및 CEO,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 스

코어’는 취임 이후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이건희 회장의 경

영성과를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GE)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오너는

기업가정신이 없나?

경영성과를 오너로 불리는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과 그렇

지 않은 비가족지배기업을 비교한 자료를 보자. 이 역시 고

용창출능력, 매출액신장률 등 여러 측면에서 가족지배기업

이 비가족지배기업보다 우수하고 주가 상승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indado, et al(2009), Mckinsey & Co.(2010) 등의 해외 연

구에 따르면 가족지배기업의 경영성과는 창업주세대일 때

가장 좋고(Founder Effect) 승계 이후에도 설립자 가문이 계속

이사회나 감독위원회에서 활동해야 성과가 유지된다는 연

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결과는 기업이 오너 일가에 의

Page 7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1 70오너와 기업가정신

해 지배된다는 사실이 오너리스크로 지목되면서 성과 또한

평가 절하되는 국내의 일부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부

에서는 오너지배의 경영구조가 한국에서만 있는 현상이라

는 편견도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너경영이 비효율

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Faccio&Lang(2002)이 서유

럽 13개국 상장사 5,232개 사의 소유 현황을 분석해본 결

과, 프랑스(64.8%)와 독일(64.2%)을 비롯해 가족지배기업이

50%를 넘는 국가가 5곳이나 되었다.

구 분 가족기업 일반기업가족기업 일반기업

(영국 제외 시)

2007년평균

종업원 수 825명 941명 847명 871명

부가가치(천 달러) 68,193 130,835 71,872 100,729

자기자본이익률(ROE) 25% 20% 26% 16%

2005년대비

2007년

부가가치 성장률 21.5% 14.9% 19.0% 13.0%

매출액 성장률 20.0% 17.0% 19.1% 11.7%

신규 일자리 수 92명 46명 102명 39명

가족기업 vs. 일반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조사시기 및 대상 | ’05~’07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근로자수 250~5,000명의 3만 4,416개 기업

자료 | Ernst&Young.,(2010), ‘Flexible, focused and forward-looking. How a distinctive business approach is sustaining family firms through the downturn’ p.4

Page 7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73 72

중국도 같은 분석이 있다. 《포브스》 2011년 11월호에 실

린 자료를 보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가족기업은 460개로

민영상장기업(1,268개)의 32.68%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된 가

족기업의 총자산 이익률(ROA)은 6.66%로 국유상장기업의

구분 기업수(개사) 분산소유(%) 가족소유*(%) 국가소유(%) 기타(%)

오스트리아 99 11.1 52.9 15.3 20.7

벨기에 130 20.0 51.5 2.3 26.2

핀란드 129 28.7 48.8 15.8 6.7

프랑스 607 14.0 64.8 5.1 16.1

독일 704 10.4 64.2 6.3 19.1

아일랜드 69 62.3 24.6 1.5 11.6

이탈리아 208 13.0 59.1 10.3 17.6

노르웨이 155 36.8 38.6 13.1 11.5

포르투갈 87 21.8 60.3 5.8 12.1

스페인 632 26.4 55.8 4.1 13.7

스웨덴 245 39.2 46.9 4.9 9.0

스위스 214 27.6 48.1 7.3 17.0

영국 1,953 63.1 23.7 0.1 13.1

주요국 상장사들의 소유주체별 비중

주 | *의결권 20% 보유 기준

자료 | Faccio, M. & Lang, Larry.H.P.,(2002), 'The ultimate ownership of Western European corporatio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65, p.379

Page 7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3 72오너와 기업가정신

1.75%보다 3.8배나 높을 뿐 아니라 상장 민간기업의 2.82%

보다도 2.36배나 높았다.

전경련은 해외조사기관이 거론한 오너지배기업의 장점을

정리하며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

사결정 △고용구조 안정화 △책임경영 도모 △주주 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상황에서의 구심점 기능 △이해관계자

와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거래관계 △대리인 문제 해결 등

을 꼽았다. 이 같은 분석대로라면 기업가정신은 기업을 소

유함으로써 더 활성화되고 기업은 기업가정신의 기반에서

성장·발전한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과

기업가정신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회장이 중앙공무원교육원

에서 강의한 적이 있었다. 국장급 인사들이 참석했는데 질

의응답 시간에 한 참석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공사할 때

시멘트도 빼먹고 철근도 덜 넣고 하지 않나요?” 정 회장을

Page 7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75 74

애먹이기 위해 한 질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정 회장은 이렇

게 대답했다. “당신들이 돈을 달라고 하니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현대가 사우디에 가서 공사하면 세계에서 가장 잘 짓

는데 거기는 돈을 달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딱 한 사

람만 빼고, 내 돈 안 받아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딱

한 사람은 아웅산 묘역 테러사건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김재익 씨였다고 한다. 이상은 현장에 있었던 한 참석자의

얘기를 전해들은 것이다.

정경유착은 기업가정신 최대의 적이다. 한국 기업의 성

장사에서 정경유착은 경영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주장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정경유착의 최대 수혜자인 기업의

오너는 정주영 회장의 예처럼 정경유착을 경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권력이 어떤가. 대통령의 한마디로 그룹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가 아니었던가. 오너들은 이런 분위기

가 싫어서 더 해외로, 밖으로 나갔으리라 짐작된다. 이건희

회장의 “기업 2류, 정부 3류, 정치 4류” 발언은 그 후에 닥

친 풍파를 생각하면 절대 해서도, 나와서도 안 될 발언이었

다.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했다. 그만큼 정경유착을 싫어

Page 7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5 74오너와 기업가정신

했기 때문이다.

양적으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질적으로는 30위

RANK COUNTRY /TERRITORY SCORE RANK COUNTRY /

TERRITORY SCORE

1 Denmark 90 18 France 71

1 Finland 90 19 Austria 69

1 New Zealand 90 19 Ireland 69

4 Sweden 88 21 Spain 65

5 Swizerland 86 22 Estonia 64

6 Australia 85 23 Portugal 63

6 Norway 85 24 Slovenia 61

8 Canada 84 25 Israel 60

8 Netherlands 84 26 Poland 58

10 Iceland 82 27 Korea(South) 56

11 Luxembourg 80 28 Hungary 55

12 Germany 79 29 Czech Republic 49

13 Belgium 75 29 Turkey 49

14 Japan 74 31 Slovakia 46

14 United Kingdom 74 32 Italy 42

16 United States 73 33 Greece 36

17 Chile 72 34 Mexico 34

OECD 국가 부패인식지수(CPI)

출처 |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Page 7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77 76

권의 중진국이 한국의 객관적 성적표지만 정책 결정의 투

명성은 133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117위, 정부

규제부담은 114위, 정부지출의 낭비 여부는 107위이다.

2012년 WEF의 세계 경쟁력 순위 평가에 나온 공공부문

의 경쟁력은 우리 경제의 성적표에 비하면 낙제점 수준이

다. 이는 동시에 정경유착으로 우리 기업이 경영상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결론을 유추하게 한다.

불공정거래나 배임과 같은 기업범죄도 일반적인 인식과

객관적 사실은 크게 괴리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

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적발해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

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에 불복해 소송으로 법률적 구제

를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유일호 국회의원의 자료에 따르

면, 2011년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시 공정위

승소율은 금액 기준 46.4%, 건수 기준으로 64.2%에 불과

했다. 불공정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그 자체로 큰

뉴스가 되어 기업의 불공정한 이미지가 대중의 인식에 박

히게 되지만 실상은 두 배 이상 과장되어 각인된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무리한 법 집행으로 기업들만 시간, 돈에 이

Page 7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7 76오너와 기업가정신

미지까지 크게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게임을 했다.

정경유착과 함께 기업의 부의 축적과정에서 또 하나 왜

곡되어 인식되는 부분이 노동 착취다. 약자의 노동을 착취

해서 기업을 성장시켰다고 주장하는 좌파 경제학자들의 논

리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현대자동

차에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투입된 근로시간(HPV)을

보면 해외공장들은 울산공장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의 갤럭시S4는 처음부터 구미(한국), 베트남, 중국에서 동시

에 생산한다. 품질은 똑같다. 그런데 고졸 초임의 월 급여

는 구미가 3,284달러, 베트남이 250달러다.

정경유착이나 노동착취나 모두 기업가정신을 훼손하는

요소다. 이런 사회·정치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

이 성장해온 것은 남다른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Page 7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79 78

2세 상속과

기업가정신

어려운 외부 환경을 극복하며 고도의 기업가정신으로 기

업을 일궈온 오너들은 어느 시점부터 남모를 고민에 빠진

다. 자식 등이 커가면서 누군가에게는 기업을 경영하게 하

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데 대

상도 방법도 마뜩치가 않다. 안에서조차 정리가 잘 안 되는

데 감시의 눈초리도 매섭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내분이 발생해 부자간에, 형제

간에, 숙질간에, 남매간에 볼썽사나운 풍경이 벌어지고 애

써 쌓았던 기업가정신의 좋은 이미지마저도 잃어버린다.

“부자가 삼대를 못 간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창업자들이 무에서 유를 창

조한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했다고 해서 그들의 2세, 3세

가 반드시 탁월한 경영능력을 물려받았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경영사학자인 챈들러는 가족기업의 전문경영인 체제

로의 전환이 미국의 고도성장을 이룬 원동력이었던 반면,

Page 8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79 78오너와 기업가정신

프랑스는 가족경영에 계속 의존한 결과 산업화가 늦어졌다

고 주장한다.

어쨌든 정답이 없는 것이 기업의 세계다. 2세라고 해서

경영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배제시

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모든 문제

에 정답을 준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2세 승계는 후계자

프로그램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잭 웰치가 무려 7년 가

까이 자신의 후계자를 키워낸 것은 GE의 뛰어난 경영성과

와 잠재역량의 표출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2세 경영기업이 줄 도산한 사례도 있고 또 2세, 3세로 오

면서 더 뛰어난 성과를 낸 경우도 있어 이 역시 정답이 없

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제는 2세, 3세로

의 경영권 승계는 후계자 프로그램에 의해 정상적 경영활

동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Page 8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➍ 81 80

기업문화와

기업가정신

현장에서 직접 경영을 해본 경험에 따르면 어떤 프로젝

트든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덤벼들면 성과가 다르

게 나타났다. 한국의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보고서가 수없

이 많이 나왔는데 며칠 밤을 지새우고 찾은 일본정부의 한

보고서는 그 논의를 완전히 역전시켜버렸다고 한다. 요금체

계는 마케팅부서의 일이었는데 그것을 내 일로 여기고 덤

벼든 홍보담당자의 주인의식이 그런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경영자 단계에 가면 오너십은 더 큰 열정으로 변한다. 7

시 반 조찬회의에 나오면서 “다른 회의 마치고 오느라고 조

금 늦었어”라고 하던 정주영 회장. 밤 10시에 일을 마치고

TV로 중계되는 축구시합을 보다 12시경 수행비서가 문 앞

에서 서성대는 모습을 보고 “회장님 아직 계시느냐”고 물었

더니 “사무실에서 밤 새우실 것 같다”고 하던 김우중 회장

의 모습, 회장 앞에 갈 때는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는 삼성의 승지원 심야회의 등은 불같이 일하는 오너들의

Page 8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81 80오너와 기업가정신

모습이자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기업문화의 단면들이다.

그러나 오너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에만 집착하는 기업문

화는 덜 지속적이다. 강력한 오너가 있으면 개인으로보다

팀으로 결정을 내릴 때 더 모험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모험

이행’으로부터는 좀 더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몇

차례 옳은 결정을 내리면서 차츰 자기 결정을 과신하는 확

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이를 경계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야 한다. 결국, 구성원 개개인이 오너십의 주체로 회사에 직

언할 수 있을 때라야 확증편향을 막을 수 있다. 어떻게 하

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떻게 하면 성공

할 수 없는지 우린 비교적 잘 안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문화가 실패를 막고 성공으로 기업을 인도할 수 있다.

오너는 배로 말하면 노를 젓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배를

고르는 사람이다. 한 회사가 성공을 거두려면 올바른 산업

에 진출했는가가 더 결정적이다. “노를 잘 젓는 것도 중요하

지만, 그보다 애당초 좋은 배에 타는 게 훨씬 낫다.” 워렌 버

핏이 했던 말이다. 이런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오너의 몫이

고 회사에 물려줄 가장 소중한 기업가정신이라 할 수 있다.

Page 8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83 82

다음은 한국광고주협회 월간지 《KAA

저널》 2010년 3월호 기사 〈드라마 속에 나타난 반 기업 정

서〉 중 일부다.

“출생의 비밀, 불치병, 불륜과 외도, 배신과 복수, 재벌 태

우기와 흔들기, 한국 드라마의 단골 식단 5종 세트다. (중

략) 이 과정에서 기업, 기업가는 재벌로 언급되며 편법, 비

리, 유착, 특혜, 불법, 탈법, 투기, 폭력집단으로 묘사되었다.

독선적이고 오만하며 냉혹한 사람으로 그려지며 부정축재,

탈세, 분식회계, 노동착취를 일삼고, 세습경영, 문어발확장,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Page 8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83 82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정략결혼, 해외도피를 일삼는 등 자극적인 묘사와 전개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그럼 이 같은 진단으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은 뭔가

달라졌을까.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언론보도상으로는 그렇

다. 여전히 우려와 걱정들이 많다.

“대부분 엇비슷한 주제로 경쟁하면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드라마는 점점 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내용 위

주로 그려진다. 큰 기업이건 작은 기업이건 패밀리들이 하

는 것은 경영권 다툼밖에 없다. 그것도 20대,30대의 새파

란 경영후계자 후보들이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고 삼각 애

정관계는 기본 메뉴이며, 회사 내부 사정을 외부에 알리기

도 하고, 외부의 힘을 빌려 경영권을 뺏고 뺏기는 것이 이야

기 패턴이다”7

7  한국경제, 2011.5.18, [시론]〈너희가 기업을 아느냐〉, 조환익 KOTRA 사장

Page 8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85 84

“우리 드라마에서 만나는 회장님은 ‘인자한 얼굴 뒤에 추

악한 내면을 숨긴 인물’, 사모님은 ‘고상한 외모지만 속물

인 여성’, 아들과 딸은 ‘고급 컨버터블을 몰며 방탕하게 사

는 천방지축 족속’으로 그려지는 것이 공식화될 정도다. 범

죄수사물이나 가족물이 대부분인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와

달리 우리 드라마에서는 기업인 일가가 자주 등장하며 그

역할도 주인공을 괴롭히고 비도덕적 행위를 자행하는 등

악의 축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8

물론 간단하게는 그저 부유층에 대한 서민층의 반감을

반영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사실상 드라

마의 극적 대립구도 속성과 맞아떨어지는 구석도 있다. 드라

마의 극적 대립구도란 본래 가난한 자, 힘 없는 자가 선(善)의

편에 서고, 부유한 자, 힘 있는 자가 그 대척점에서 악(惡)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단순히 부유층에 대한 서민층의 질시라 볼 수만

8  《중앙일보》2012년 10월 26일자, [경제 view &] 〈TV 드라마 속 반 기업 정서〉,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Page 8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85 84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은 없는 부분이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 역

시 경제적 측면에선 부유층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어

떤 드라마도 이들을 기업가들만큼 공격하지는 않는다. 간

혹 악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개인

적인 측면에서의 악덕만 묘사될 뿐이다. 의사나 변호사가

직업적 측면에서 과잉진료를 한다든가 의뢰인을 속인다든

가 하는 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간 기업, 기업

가, 기업가정신과 대중문화 콘텐츠가 만난 지점들을 시대

순서대로 차례차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기업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1960~80년대

한국 대중문화산업 중 기업과 기업가를 처음 다루기 시

작한 것은 영화 장르였다. 대략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

된 흐름인데, 〈미워도 다시 한 번〉(1968) 등 딱히 기업의 운

영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단순히 부유층의 상징으로서 기업

Page 8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87 86

가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부유층과 서민층 간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리려 할 때 이 같은 설정을 동

원했다.

이후 TV드라마가 활성화된 1970년대부터는 주로 TV

쪽에서 기업과 기업가들을 다루곤 했다. TBS 〈데릴사위〉,

〈청실홍실〉, MBC 〈청춘의 덫〉 등이 대표적이다. 역시 영화

와 마찬가지로, 단순 부유층 설정과정에서 기업가들이 등

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역시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다룰

때 이 같은 설정이 주로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1960~70년대 사이의 영화와 TV드라마를

오고간 기업가 설정은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검열

문제 등도 역할을 했을 수 있지만, 아직 일반 대중 차원에

서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

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또한 부유층에 대한 반감 역시

딱히 크지 않았던 시점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단순 부유층으로서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가에 대

해 본격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가 다루기 시작한 건, 한국

에서 재벌기업의 형태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한 1980

Page 8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87 86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년대부터다. 이때는 영화, TV드라마에 더해 새롭게 떠오른

만화 장르까지 가세한 상황이었다.

TV드라마의 경우 KBS 〈현대 입지전〉, 〈개성상인〉, 〈북청

물장수〉, 〈객주〉, 그리고 MBC 〈거부실록〉, 〈야망의 25시〉,

〈내일은 태양〉, 〈사랑과 야망〉 등 대부분 기업과 기업가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지닌 콘텐츠가 많았다. 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란 개념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이라, 기

업가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예찬 성격이 강했다.

만화도 마찬가지였는데, 주로 허영만과 이현세의 기업극

화들이 TV드라마와 비슷한 시각으로 등장해 10~20대 젊

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1980년대의 대표 만화

라 할 수 있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역시 유독 기업

과 기업가에 대해서만큼은 너그럽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

줬다. 부정적으로 등장한 것은 특이하게도 출세와 야망에

불타는 샐러리맨 캐릭터였다.

1980년대 전반에 걸쳐 유일하게 기업가에 부정적 시각

을 보여준 대중문화 장르는 영화였다. 이장호 감독의 〈바

람 불어 좋은 날〉(1980)과 〈바보 선언〉(1983), 임권택 감독의

Page 8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89 88

〈오염된 자식들〉(1983)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의 경우 기업가

의 기업 운영을 문제 삼았다기보다 ‘부유층으로서의 기업

가’ 또는 ‘기업가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자녀’ 등을 다루

며, 도덕적 타락을 보여주려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는 어찌됐건 기업은 ‘좋은 것’이었고, 그 기업을

잘 운영해 키우려고 하는 기업가 역시 ‘좋은 사람’이었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부유층으로서의 기업가’ 정도만 영화

장르에서 간혹 눈에 띄었을 뿐이다.

TV드라마가

기업과 기업가 관련 콘텐츠 전체를 떠맡게 된 1990년대

이어진 1990년대 상황은 특기할 만하다. 일단 만화장르

가 기업과 기업가를 다루는 일에서 떨어져 나갔다. 1990

년대 초반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어온 일본만화들

에 10~20대 젊은 남성층 시장을 빼앗긴 탓이다. 이 시

기부터 한국만화는 중장년 남성층을 위한 무협극화와

10~20대 젊은 여성층을 위한 순정만화 등 일본만화가 접

Page 9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89 88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근하지 못한 장르들에 천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영화장르 역시 1990년대부터는 기업과 기업가를 다

루지 않게 됐는데, 이는 TV수상기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1980년대를 거치며 TV드라마 역시 어마어마한 숫자로 양

산된 현실과 맞닿아 있다. 결국 “TV드라마 같은 무료 콘텐

츠에서 기업과 기업가 문제가 끊임없이 다뤄지는데, 유료

콘텐츠인 영화가 같은 소재를 택한다는 건 자살행위”(이응진

전 KBS 드라마국장)란 입장에서였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기업과 기업가 관련 대중문화 콘텐

츠=TV드라마’란 공식이 자리 잡은 시점이다. 1990년대 이

후 TV드라마가 기업 관련 대중문화 콘텐츠 전체를 독식하

는 상황은 지금껏 바뀌지 않고 있으며, 여타 장르가 기업

관련 소재를 포기한 만큼 TV드라마는 관련 콘텐츠 개체수

를 크게 늘렸다. 위 언론 기사와 칼럼 등이 모두 TV드라마

만을 반 기업 정서 유포지점으로 잡고 있는 것도 모두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그럼 이 1990년대의 기업과 기업가 관련 TV드라마는

어떤 형태였을까. 놀랍게도, 이때까지만 해도 TV드라마는

Page 9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91 90

기업과 기업가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줬다.

기업에서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청춘들을 그린 MBC 〈질

투〉와 〈행복어사전〉, 기업가들의 경영활동 모습이 자주 비

춰진 KBS2 〈야망의 세월〉, 〈젊은이의 양지〉, MBC 〈국희〉,

SBS 〈모래시계〉, 〈아스팔트 사나이〉 등 대부분 관련 콘텐츠

에서 기업과 기업가들의 모습은 상당 부분 건전하며 진취

적이었다.

여러 언론 기사나 칼럼 등에서 지적된 관점, 즉 TV드라

마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과 기업가들을 부정적 시각으

로 다뤘다는 관점은 사실상 ‘부유층으로서의 기업가’를 다

루는 과정에서 그 도덕적 타락을 보여준 부분까지 일괄적

으로 반 기업 정서로 편입시켰을 때나 성립되는 얘기다. 실

질적으로 부유층에 대한 반감을 넘어 반 기업 정서 유포로

까지 불릴 만한 대중문화 콘텐츠는, 적어도 1990년대까지

는 제대로 등장한 바가 없다.

그 시작은 엄밀히 말해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가 사

회 곳곳으로 번져 나간 2000년대 초반부터라고 봐야 한다.

기껏해야 10여 년 남짓한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일 뿐이다.

Page 9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1 90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2000년대 초반, 아침시간대부터 서서히 잠식해 나간

반 기업 정서 드라마

기업과 기업가에 부정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깔고 들어간

이른바 ‘반 기업 정서’ 드라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침

시간대를 통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랑과 이별〉,

〈외출〉, 〈얼음꽃〉 등 SBS 아침드라마를 중심으로 〈황금마

차〉, 〈성녀와 마녀〉 등 MBC 아침드라마들이 바통을 이어갔

다. 이때부턴 기업가들이 경영 과정에서 갖가지 비리와 악

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반 기업 정서 드라마는 아침

시간대라는, 일정 부분 게토(ghetto)화된 시간대에만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이후 2003~2004년경에 이르자 TV드라

마 자체에서 젊은 시청자층이 빠져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TV드라마를 본다’는 입장에선 큰 변화가 없었던 것

으로 파악되지만, 젊은 층이 인터넷 다운로드나 DMB 등

시청률 조사에 잡히지 않는 미디어를 통해 TV드라마를 보

는 경향이 짙어지자 TV드라마 자체가 시청률을 내주는 계

Page 9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93 92

층, 즉 중장년층 취향으로 재편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러자 애초 아침드라마를 가리키던 ‘막장드라마’란 단어

는 곧 저녁시간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등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아침드라마가 즐겨 설정하던 반 기업 정서 소재

는 마찬가지로 저녁시간대에도 등장하게 됐다. 언론이 반

기업 정서 드라마들을 우려하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딱 이때쯤부터다.

이후 2008년, 지독한 중장년 여성층용 반 기업 정서 막

장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유사

드라마들이 거의 모든 요일, 모든 시간대에 등장하기 시작

했다. 이 시점부터는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들

이 보다 구체화되고 보다 다양화됐다.

TV드라마 속 기업가들은 부정축재, 탈세, 분식회계, 노동

착취, 세습경영, 문어발확장, 정략결혼, 해외도피 등 다양한

지점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같은 경

향은 4~5년째 이어져 현 시점에까지 이르고 있다. 여전히

언론은 반 기업 정서 드라마를 우려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그런 드라마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Page 9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3 92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서두에 제시됐던 의문, 즉 더 이상 부유층에 대한 서민

층의 질시라 볼 수만은 없는 반 기업 정서 드라마 현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왜 2000년

대 초반부터 아침드라마를 기점으로 노골적 반 기업 정서

드라마들이 시작됐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저녁시간대

까지 반 기업 정서 드라마들이 점령하게 되면서 왜 중장년

여성층 취향에서도 크게 벗어난, 다양하고 구체적인 경영

상 악행 묘사들이 등장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은 비교적 쉽게 풀린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여파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계층은 당시 기업에

다니던 40~50대 중장년층이었다. 2000년대 들어 중장년

층 대상으로 명퇴 바람이 일면서 ‘사오정’, ‘오륙도’ 등 유행

어가 떠돌았다.

이들은 ‘58년 개띠’란 대명사로도 불렸는데, “70~80년

대 압축성장 시대에 미친 듯이 일했던 그들이다. 하지만

97년 IMF 사태 이후 중간 관리자로 성장한 그들에게 닥친

것은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의 칼날이었다. 자식 키우느라

가족 건사하느라 젊음을 소진한 그들은 미처 노후를 준비

Page 9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95 94

할 겨를도 없었다”9는 식으로 묘사되곤 했다.

그런데 아침드라마는 바로 이들 ‘58년 개띠’로 대변되는

40~50대 중장년 남성층의 배우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드

라마였다. 가정에 불화를 가져다준 기업들에 분노가 가장

큰 계층은 사실상 40~50대 중장년 여성층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 시청자층이 지닌 사회적 반감을 고스란

히 반영해 담아낸 게 바로 반 기업 정서 드라마의 태동점

인 아침드라마였단 얘기다.

또한 그런 점에서 단순 부유층인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

직과 기업, 기업가의 묘사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문직

부유층은 중장년 여성층의 삶에 위기감을 던져준 일이 없

다.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위 설명처럼, 기

업은 다르다. 모든 종류의 피해의식이 기업과 기업가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간명한 해석이다.

9  뉴스엔 2010.4.3, 〈58개띠, 유신독재서 IMF까지, 굴곡 현대사 중심에 그들이 있었다〉

Page 9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5 94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왜곡된 TV드라마 속 기업과 기업가, 기업가정신,

바로잡을 방법은 무엇인가

그럼 두 번째 의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측면이

제시될 수 있지만, 먼저 평일 저녁시간대까지 막장드라마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층의 요구까지 반영하게 된 상

황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젊은 층의 최대 관심사인 취업관

문은 딱히 좁지 않았다. 벤처열풍이 크게 한몫했다. 그러

나 2005년 이후 벤처거품이 꺼지고, 완전고용신화가 완전

히 과거의 산물로 돌아간 뒤부터 기업, 특히 재벌기업에 대

한 젊은 층의 분노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에서 1명을 뽑는데 100명이 지원했다면, 나머지 99

명은 모두 반 기업으로 돌아서는 상황”(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

협회 회장)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층은 중장년층과

달리 사회현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를

원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 시점 지상파 방송사 대부분을 좌

Page 9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97 96

익 성향의 노조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꼭 젊은 층 안배가 아니더라도, 다분히 정치적 목적에서 드

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족벌신문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의 MBC 〈히어로〉, 야권

성향 정치인을 우상화한 SBS 〈대물〉 등 예로 들 만한 TV드

라마들이 많다.

이밖에 좌익언론 중심으로 뉴스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국내 포털사이트의 현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

작가 처우 문제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 지금과 같은

극단적 반 기업 정서 드라마의 범람으로 이어졌다고 추측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 대다수가 단순 부유

층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기보다, 유독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구도라는 점도 다시 짚

어볼 필요가 있다.

그럼 이처럼 왜곡된 TV드라마 속 기업과 기업가, 기업가

정신을 바로잡을 방법은 존재할까. 일단 애초 반 기업 정서

드라마 범람의 원인이 된 지점, 즉 시청률 차원에서 중장년

여성층 취향을 반영하게 된 지점만 바로 잡아도 상당부분

Page 9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7 96대중문화 콘텐츠 속 기업가, 기업가정신의 문제

효과를 볼 것으로 여겨진다. 현 TV드라마 시청률 집계구조

가 인터넷 다운로드 등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형태까지

감안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경우, 최소한도 기업과 기업가

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한 막장 드라마들을 본래 위치인

아침시간대에 돌려놓을 수는 있으리란 얘기다.

물론 젊은 층이 계속 반 기업 정서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근래 들어 조금씩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지표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세대가 점차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파악되는데, MBC 〈커피프린스 1호점〉,

SBS 〈화려한 유산〉, 〈시크릿 가든〉 등 기업과 기업가 묘사

가 딱히 부정적이지 않았던 드라마들이 젊은 층에서 유난

한 인기를 얻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물론 이처럼 시장이 자연스럽게 변화되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도 가능하다. 일정 부분

상업성을 벗어나 공익성 실현이 요구되는 KBS, MBC 등 지

상파 공영방송에 대해, 각종 시민사회단체 등 여론의 입장

에서 기업과 기업가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드라마

제작을 요구하는 일이다.

Page 9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1장 기업가정신의 어제와 오늘 ➎ PB 98

이미 KBS에서는 긍정적 기업가상을 홍보하는 교양프로

그램 〈글로벌 성공시대〉가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편성

돼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방향성을 드라마에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그리 까다롭거나 얼토당토않은 게 아니다.

대중적 반응이 어떨지는 드라마 자체의 상품적 매력에 달

린 일이지만, 적어도 TV드라마 속 편향된 기업과 기업가, 기

업가정신 만연을 일정 부분 제지시키는 역할 정도는 충분

히 가능하리라 본다.

Page 10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99 99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창조경제의 성공을 좌우하는 키워드로서

기업가정신을 말하다

Page 10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01 100

Page 10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01 100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에서 성장

률 8% 이상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30여 년간이나 지속해

온 국가는 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일본이 20여 년간 고도성장을 지속했었고, 현재 중국이

30여 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른바 ‘한강

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고도성장 역사는 세계 경

제성장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

록이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기업가정신에서

Page 10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03 102

멈춰버린

성장엔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결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

한 국가 그룹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다다랐으며,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OECD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의 기쁨은 잠깐이

었고, 대한민국은 1997년 IMF 위기라는 혹독한 경제위기

를 겪어야 했다. 그 이후 경제성장률은 하강을 계속해, 이

제는 겨우 3%대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멈춰버린 것이다.

2012년 2.2% 성장률을 보였던 한국경제는 2013년에

도 2%대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저성장 기조와 관련해 정

치인들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현재 우리의 경제성장률

이 3%대의 저성장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수

준에서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들은 얼마 전까

지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마(魔)의 5% 벽이 있는 것처럼

Page 10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03 102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말하더니 이제는 4%대 벽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말들은 사실과는 다르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들 중에서 여전히 5~6%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국가가 있다는 사실은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3~4%대 벽을

언급하는 것은 자신들의 무능력이나 잘못된 정책을 호도하

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높은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를 본다면 우리에게도 3%,

4%가 아니라 5% 혹은 그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도 충분

히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한 국가의 경제성

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할 때 크게 두 가지 부분으

로 나눈다. 하나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들을 투입해

이루어낸 경제성장 부분이 있고, 다른 하나는 생산요소의

투입이 아닌 다른 요인, 즉 생산성 향상에 기인한 경제성장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제까지 어

떤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는 어떤 방향의 성

Page 10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05 104

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장요인들을 찾아서, 그것들이 제

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만 제2의 경제도약

이 가능할 것이다.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의 한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처음으로 추진되면서 우

리나라는 30여 년 만에 국민총생산은 13억 5,000만 달러에

서 3,769억 달러로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서

1994년 8,483달러로 127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해외

무역은 508배 증가했고, 수출과 수입은 각각 2,402배, 292

배 증가했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돌파했

다. 이런 엄청난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이룬 원동력은 무엇

이었을까?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두 가지 요인 중 폭발적인 요소투

입에 의한 성장이 바로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성장 경험이

Page 10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05 104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었다.

우선, 자본과 노동 등 요소의 폭발적 투입이 있었다. 1965

년부터 1980년까지 우리나라의 총투자는 연평균 15.9%씩

증가했고, 1980년부터 1987년까지는 매년 10%씩 증가했다.

이런 투자 증가세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

들 정도의 폭발적 증가였다. 이 폭발적인 투자의 증가로 인

해 국민총생산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22%

에 이르렀고, 1980년대 중반까지는 30%, 그리고 그 이후에

는 37%까지 도달했다. 또 이런 폭발적인 투자의 증가를 뒷

받침하는 저축률도 매우 높았다. 1961년 3%에 불과했던 저

축률은 1988년에는 38%까지 증가했고, 그 이후 상당기간

동안 이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

고 폭발하는 투자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많은 부분을 외

자유치로 메워야 할 정도였다. 물론 이 외자는 경제가 성

장하고 저축이 늘면서 점차 감소하게 된다. 총투자에서 외

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초반 48%까지 이르렀으나,

1980년대 중반이 되면서 8.8%로 떨어졌고, 1980년대 후반

이 되면 한국이 순채권국으로 변하게 된다.

Page 10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07 106

자본의 축적과 더불어 중요했던 요소는 노동이었다. 경

제개발 과정 중 노동공급은 그 양은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

도 한마디로 무한정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1960

년대 초반 전체 노동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당시 우리나라 농업의 생산성은 제로에 가까웠

다. 농업부문 생산성이 제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력 대부분이 실제로는 은폐된 실업상태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한편, 도시 지역에서의 실업률은 약

16~17%에 달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력의

약 40~50%가 공개적 혹은 은폐된 실업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량 실업상태에 있는 노동력들이 도시지역에

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던 현대식 공장들이 필요로 하는 인

력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정부는 무한정

공급되는 이 인력들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별다른 염려 없

이 자신의 개발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고, 기업들로서는 매

우 낮은 임금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달성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1960년에는 근로 능력이 있는 인

Page 10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07 106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구 중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들의 비중이 42.3%에 달

했었다. 또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는 겨

우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5년이 되면 근로인구 중 약

80%가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였고, 고등학교 졸업 이

상도 44%나 되었다. 나아가 대학 졸업자가 약 20%나 되었

다. 세계은행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육을 통한 근로

자들의 질적 향상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

었다.

요약하자면, 경제개발 초기 40~50%에 달했던 실제 실

업률은 1990년대에는 2.5%로 낮아지면서 한 세대 만에 실

제로 근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났고, 일본

의 수준에 육박할 정도의 교육수준을 갖춘 근로자들을 대

량 확보할 수 있었으며, 국민총생산의 35%에 달하는 저축

률 및 투자율이 달성된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경

제성장의 한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의 경

제성장이 이러한 어마어마한 요소투입에 의해 이루어졌다

는 것을 어렵지 않게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매킨지 보

고서 등은 한국경제 성장의 약 80% 이상이 자본과 노동

Page 10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09 108

이라는 요소투입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나라 경제성장의 결정적 요인은 바로 이 요소투입에 있었

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이 여전히 가능

하냐는 것이다. 크게 낮아진 실업률, 고등학교 졸업자 중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크게 낮

아진 저축률 등을 고려할 때 요소투입이 제2의 경제도약

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IMF 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1996년 크루

그먼(Paul Krugman)은 우리나라 등을 위시한 동아시아 국가

들의 경제성장이 과거 소련의 요소투입형 경제성장과 매우

닮았으며, 소련이 망했듯이 동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도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요소투

입에 의한 성장이 아닌 새로운 경제성장 요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경고는 1997

년 IMF 위기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Page 11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09 108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원천은

블랙박스

앞서 언급했듯이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 이외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들의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한다. 생산요소들의 효율성 증진, 즉 총요소생산

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경제성장

의 매우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이

론은 경제적 효율성이 바탕이 되지 않는 경제성장은 생산

요소들의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제

로로 수렴하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

은 투입요소당 수확을 증가시키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만 가능하다. 크루그먼이 경고했던 내용도 결국 이런 생각

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요소생산성 향상에 의한 경제성장 비

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약

30%였고, 2000년대 들어 약 50%까지 늘어났다. 많이 증가

Page 11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11 110

했다고 하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선

진국들에서는 경제성장의 70~80% 정도가 바로 총요소생산

성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총요소생산성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성장이 아직도

후진적 성장을 하고 있다는 말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

로는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엄청난 성

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만약 우

리가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기여분을 현재

의 50%에서 선진국의 경우처럼 70~80%까지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충분

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풀어야 할 제2의 경제도약의 비밀이

숨어 있다. 즉 제2의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이 총요소생산

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총요소생산성이라는 것이 이른

바 ‘블랙박스’로 불린다는 사실이다. 총요소생산성에는 기

술, 노사관계, 경영기법 등은 물론 법과 제도 등 다양한 요

Page 11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1 110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떤 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어쩌면 경제성장 중 자본과 노동의 투입으로 설명되지 않

는 부분을 일컫는 말로 총요소생산성을 사용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정도로 오리무중인 것이 총요소생산성이다.

블랙박스와

창조경제

일각에서는 우리의 경제성장이 정부 주도의 시장개입과

산업정책의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말은 신뢰

하기 어렵다. 설혹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 하에서 고도의 경

제성장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과 산업정책의 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어떤 산업이 성

공할 것인지, 어떤 정책이 효과적일지 등등에 대한 자세하

고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만 하는데, 어떤 정부도 이러

한 정보를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산업

Page 11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13 112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것은 우연이었거나 아니면 정

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었을 때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제성장 경험

을 통해 수많은 문제를 대략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공은 정부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

장개입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 일본이 우리에 앞서 행해서

성공했던 것들을 단지 ‘모방(copy)’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

다. 일본이 행했던 정책들과 우리의 경제개발 계획들을 면

밀히 살펴보면, 우리에 앞서 일본 정부가 행했던 정책들을

약 5년 혹은 10년의 기간을 두고 우리가 뒤따라가고 있음

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단계에서는 어떤 산업부문을 육성

해야 할 것인가, 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일본은 우리에게 모

범답안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성공모델이 존재하고 그

들이 한 일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지시하고 조정

할 수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가깝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웠

던 일본의 뒤를 따르면서 우리는 ‘후발자 이익’을 착실히 보

Page 11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3 112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 후발자 이익도 이제는 사라졌다. 거의 모든 품

목에서 우리나라 제품과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

하게 경쟁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이미 우리가 일본 제품

들을 추월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모방할 것이 거

의 남아 있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어

떤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을 사용해야 효과적

인지 스스로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만

약 정부가 여전히 계획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중시한다면,

점증하는 경제의 복잡성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

획득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들이 추진했던

육성정책들, 예를 들어 벤처육성정책이나 녹색성장정책들

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경제에서는 정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맞다.

과거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끌었던 동력들이 힘을

잃고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모색

해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루어야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그 길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은 채 오리무중이다. 이럴 때

Page 11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15 114

앞으로 길을 헤치며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보는

것(try & error)’이다.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길을 모색하는 과

정에서 해법들이 도출되고, 그 해법들은 곧 정답으로 이끄

는 나침반이 된다. 각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책임과 판단

하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시행과 오류(try &

error)가 빈번하게 나타나겠지만, 그 과정은 새로운 성장동력

을 찾는 통과의례로 여겨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창조라는 말은 전에 없던 무언

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근

본적으로 ‘해본다(try & error)’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

다.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해보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

로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Page 11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5 114한국경제 제2의 도약은 기업가정신에서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따라서 창조경제에서는 각 경제 주체들에게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어야만 하며, 정부

정책은 과거의 정부주도, 시장개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

유로운 시장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만 창조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와 관련해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을 언급했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정부가 여전히 계획

자(Planer)로서의 지위를 고수하고, 특정산업 육성과 같은 정

책을 추진하는 한편, 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상생’

이나 ‘보호’ 혹은 ‘평등’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억누른다면 그

것은 창조경제와는 동떨어진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타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 타인들이 해보지 못한 것, 타

인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 타인들이 만들어보지 못한 것

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것이 곧 창조경제

다. 그런데 자신만의 합리적 계산을 통해 남들에게는 보이

Page 11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7 116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➊ 117 116

지 않는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혁신을 통해 시장의 확대

를 시도하는 경제발전의 근원지를 기업가정신이라 부른다.

이렇게 본다면,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곧 창조경제이며, 창조

경제는 기업가정신이 잘 발현되는 경제에 다름 아니다. 창

조경제와 더불어 현재 기업가정신이 재조명받는 이유가 바

로 이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추격형 경제가 아닌 선도형 경제에 대

해 언급했지만, 이 선도형 경제에서는 혁신을 주도하는 기

업가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경제발전의 원천이다.

규제를 철폐해 시장에 자율을 되돌려줌으로써 혁신을 통

해 창조적 파괴를 감행하는 기업가정신이 활발하게 발휘될

수 있는 올바른 의미에서의 창조경제는 침체된 한국경제를

반전시켜 제2의 경제도약으로 이끄는 유효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age 11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7 116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117 116

창조경제의 시동이 걸렸다. 박근혜 정

부 국정 화두이자 ‘근혜노믹스’의 키워드다. 그래서 경제정

책의 모든 길은 창조경제로 통하고 있지만, 그 개념과 의미

를 두고 초기에 많은 혼선이 빚어졌고 정부와 학계에서는

과잉 해석의 양상을 띠면서 지금도 여전히 명쾌하게 정의

되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 설명해도 구체적으로 손에 잡

히는 것 없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탓이다.

논란이 거듭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가닥을 잡

았다. 창조경제란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일자

추창근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Page 11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19 118

리·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규정했다.

또 “지금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

면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새

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

들어내자”고 했다.

‘새로운 발명이나 혁신을 통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시

장, 새로운 영역의 산업·서비스를 창출하는 것’, ‘기존 산업

에 기술·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 등으로 대략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은 ‘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을 축으

로 융합해 기존 주력산업 및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창

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새로운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창조의 사전적 의미는 ‘처음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이다. 여기에 ‘경제’라는 말이 붙으면 전에 없던 가치가 창

출되고 그것이 순환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서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의 혁신, 이를테면 스티브 잡스

Page 12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19 118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가 스마트폰을 만들어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과 같은

창조적 행위가 여러 곳에서 다발적이고 연속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 사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라는 말을 처음

쓴 영국의 존 호킨스가 2001년 그의 책을 통해 제시한 개

념은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문화 콘텐츠 산업을 창조경제의 핵

심 동력으로 키우기로 하고, 음악·영화·애니메이션 및 캐

릭터·뮤지컬·게임을 5대 킬러 콘텐츠로 정해 집중 육성한

다는 구체적인 국정과제를 제시한 것은 그 방향에 부합한

다. 그러나 이것은 창조경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창조경제,

성장 절벽의 돌파구

근래 많은 외국기관들과 매체가 일제히 한국경제의 성

장동력이 사라졌음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포린 폴리시

(Foreign Policy)》는 한국경제의 현상을 이미 한강의 기적을 이

Page 12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21 120

끌었던 성공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멈춰버린 기적’

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15년 만에

내놓은 한국보고서에서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성장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지금 한국경제는 ‘뜨거워

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표현했다. 심각한 위기가 진

행되고 있지만 그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한 채 결국 서서히 죽음에 이르고 만

다는 얘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아시아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발표한 성장전망도 충격적이다. ADB는 한국의

2013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의 국내총생산(GDP) 상위 11개국 가운데 꼴찌 수

준이다. 아시아의 평균 성장전망치가 6.6%임을 감안하면

각국이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성장궤도로 복귀하고 있

는 상황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성장률 2%대의 저성장 늪

에 갇힌 것이다. OECD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더 낮다. 세계의 성장 모범생이었던 한국이 열등생

으로 추락했음을 확인시켜주는 수치다.

Page 12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21 120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이런 경고들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

고된 위기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 1980년대 연평균

8.6%였으나 1990년대 6.4%, 2000년대 4.5%로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

기간의 성장률은 2.9%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 2011년 1

분기 1.3%(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13년 1분기까

지 8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여태

한국경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저성장의 고착

화 구조에 빠졌다.

우리 경제가 ‘성장의 절벽’에 부딪히게 된 이유는 여러 가

지다. 무엇보다 경제발전을 위한 ‘따라잡기(catch-up)’ 모델의

한계를 첫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와

산업이 일부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구

축한 것은 정부가 주도한 요소투입형 발전전략의 결실이다.

노동과 자본 등 성장의 자원을 특정의 분야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퍼스트 팔로어(first follower; 발 빠른 추격), 패스트 세컨

드(fast second; 발 빠른 모방)를 추구해온 방식으로 우리는 이런

경로를 통해 압축성장을 이뤄낸 세계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Page 12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23 122

사례다. 선진국들이 거쳐야 했던 실패를 피해 가고, 그들이

이미 검증한 성공모델을 신속하게 따라잡음으로써 경제발

전을 견인하는 핵심요소인 창의와 혁신 없이도 빠른 성장

이 가능했던, 후발국에서는 효율적인 발전전략이다.

우리의 고도성장이 멈춰지고 성장동력이 사라졌다는 것

은 이 같은 ‘선진국 따라잡기’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낮아졌

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 더 이상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게 됐다. 결과는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고

용의 위기, 장기적인 경제침체다. 종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

상 성장할 수 없게 됐으니 창의와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패러다임, 창조경제로의 이행은 한국경

제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절실한 시대적 과제로 다가왔다.

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창조경제는 이제껏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내 성

Page 12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23 122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경제 생태계를

재구축하자는 얘기다. 그동안의 경험적 방식이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가 분명하지

않은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창조는 창의성에서 나

온다. 따라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틀에

서 벗어난 혁신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 본질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이다. 그 상상

력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시장에 팔아 이득을 최대한

끌어내는 과정들이 경제 전반에 널리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촉진하는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바탕이 창

의와 융합이라면 산업과 기술·서비스 등의 영역 구분부터

허물어지고 기존의 제도나 관행의 틀도 깨져야 한다. 이는

개인과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것, 다시 말해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경쟁의 제한을

없애는 자유시장 시스템에서만 가능하다. 시장경제의 본질

을 훼손하는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 획일적 지시나 명령 체

제에서 결코 창의성은 발휘될 수 없다. 창조경제와 정부규

Page 12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25 124

제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개념이다.

결국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는 ‘자유, 창의, 융합, 도전, 혁

신, 시장경제…’ 등의 단어들로 정리된다. 그런 요소들을 모

두 포괄하는 키워드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자유시장경

제에서 오래전부터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고민해온 화두가 바로 기업가정신이었다. 기업·기업가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목표가 ‘남들이 하지 않았거나 못한 새

로운 비즈니스, 나만의 제품·기술·서비스로 창출한 독점

적 가치를 통해 시장의 법칙을 만들고 확고한 지배력을 확

보하는 것’인데, 이것이 다시 말하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

를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인 것이다.

기업가란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찾아내 자신의

책임 아래 돈이나 사람 등의 필요한 자원을 조달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사업을 벌이고 그 성과를 향유

하며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모두 기업가의 몫이다.

만약 사업이 실패할 경우 자신이 투자한 자본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믿고 투자해준 출자자와 돈을 꾸어준 채

권자들에게도 손해를 입히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가들은

Page 12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25 124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업을 시작하는가? 첫째

이유는 사업이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

다. 부(富) 자체가 반드시 목표가 되지 않는다 해도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주어지는 어떤 보상, 인센티브는 사업을 일

으키는 최대의 동기이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개척과 도전이요, 위험감수

(risk taking)정신이다. 개척자는 남들이 가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시행착오에 따른

위험감수의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선박이나 반도체·휴대폰·TV,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선전하

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등 한국 대표 산업의 존재 자체를

생각하기 힘들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1983년 3월 15일 ‘왜 우

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과 함께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다. 삼성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로 할 수 있는 산업이 첨단의 반도체로, 성장성

이 클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지대하고 기술

및 두뇌 집약적인 고부가 산업이며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

Page 12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27 126

신력과 창조성 측면에서도 한국에 적합한 산업이라고 강조

했다. 하지만 국내외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시 일본 미쓰비

시연구소는 한국의 취약한 내수시장, 빈약한 수출경쟁력,

열악한 기술경쟁력, 부족한 투자여력, 미비한 사회간접자본

등 ‘삼성이 반도체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비웃었다. 국내 연구기관도 마찬가지였다.

1982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반도체는 인구 1억 명, GNP(국

민 1인당 총생산) 1만 달러, 내수판매 50% 이상인 국가에서 가

능한 산업으로 기술·인력·자본이 없는 한국에겐 불가능하

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도 반도체와 같은 불확실한 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의 실패가 가져올 국가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사업 중단을 요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삼

성의 도전결과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

을 것이다.

정주영 현대 회장은 배를 지을 도크도 갖추지 못했으면

서도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한 장으로 선주를 설득해 대형

선박을 수주, 오늘날 한국을 세계 최고의 조선왕국으로 키

웠다. 그런 창의적이고 개척적인 기업가정신의 신화를 만들

Page 12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27 126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어 내면서 한국경제는 기적과 같은 성취를 이뤄냈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의 특징을 조지프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즉 ‘혁신(innovation)’

으로 설명했다. 그가 말한 혁신은 신제품의 발명 또는 개

발, 새로운 생산 방법이나 신기술의 개발, 신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료나 부품의 공급, 신산업에서 새로운 기업(조직)의

설립 등이다. 혁신 주체(innovator)로서 기업가의 이러한 혁신

은 결국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것이지만, 인류 생활의 질

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발전시키며 자본주의 사회가 끊임없

이 진화를 거듭하는 원동력이 된다. 반면, 혁신에 뒤처져

소비자 선택의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도태된다. 이 과정이

창조적 파괴인 것이다.

지금의 글로벌 경쟁 구조에서 한 나라가 잘살고 못살고

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국제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얼마

나 많으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경쟁력은 다른 경쟁국가나

기업보다 더 빨리 또 효과적으로 혁신을 이뤄내야만 확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기

존의 기업 내에서 혁신을 독려하고 혁신의 결과를 실제 사

Page 12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29 128

업으로 펼치는 경영자도 기업가이다.

창조경제,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것이 급

선무다. 무엇보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

지는, 아직 가보지 못한 발전경로를 찾아 성장하는 경제이

다. 그것을 이뤄내는 다양한 산업과 기술분야, 특히 변화와

발전속도가 매우 빠른 과학기술과 ICT 요소들의 융합이 어

떤 방향으로 이뤄지고 얼마나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해

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직접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일으키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보면 정부의 할 일은 혁

신이 촉진될 수 있는 창의성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방해하는 칸막이를 걷어치우는 것, 그런 환경에서

기업과 개인이 마음껏 기업가정신을 펼쳐 도전적으로 새로

운 사업을 벌이고 경쟁하면서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일자

Page 13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29 128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제 성공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경제 관련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

고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개인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자유시장원리의 작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

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과 개인이

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성격과 방향·내용을 상세히 규정하

고 그 틀에 맞춰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계하면서 방법론까

지 제시해 앞장서 이끌어 나가려 한다면 그건 잘못된 접근

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창조와 자율의 경제가 아닌 규제경

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창조적 파괴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

하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자생적인

질서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창조적 파괴의 과정에서 도태되

는 기업을 사회적 약자로 보호한다면 결국 혁신을 가로막

게 될 뿐이다. 그것은 창조경제의 적이자 기업가정신을 퇴

락시키는 독(毒)이나 다름없다.

기업가정신 고양을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 벤처창업 활성

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은 곧

Page 13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31 130

벤처정신이고 벤처창업이 창조경제의 가장 확실한 모델이

기 때문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그동안 없었던 비즈니스 모

델을 창출하는 창업이나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

한 신산업에의 모험적인 도전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고 높

은 위험부담이 있으나 성공의 기대이득은 실패의 손실보다

몇 배나 크다. 이는 벤처창업의 가장 큰 동기이자 왕성한

기업가정신에 의해 주도되는 이유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

디어를 갖고 있어도 실패에 따른 징벌의 부담이 기업가 개

인에게 과도한 위험으로 전가되는 우리 사회 여건이나 신

용제도·금융환경에서는 도전적인 창업의 유인(誘因)을 기대

하기 힘들다. 이는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최대의 장애물

이다. 창조경제가 꽃피기 위해서는 다반사인 실패를 자산

으로 삼아 예외적인 성공을 일궈낼 수 있도록 하는 벤처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극복해야 할 과제

창조경제의 길은 아직 분명치 않다. 명확한 프로그램과

Page 13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1 130기업가정신 못 살리면 창조경제 없다

모델도, 시장의 성공 예도 없는 상태로 산업·기술·문화 등

을 융합하고 자원을 배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산

업을 창출하고 육성한다는 방향 자체가 추상적인 탓이다.

그럼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정부보다는

기업이 훨씬 창조적이고, 융합과 창의·혁신은 자율과 경쟁

을 핵심가치로 하는 시장에서만 일어나며, 그것을 실현하

는 동력이 기업가정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경영

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Peter F.Drucker)가 한국을 기업가정신

이 가장 활기차게 발휘되고 있는 나라로 손꼽은 때가 있었

다. 실제 우리 기업의 혁신은 놀랄 만큼 활발했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많은 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서면서 한

국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래

전의 얘기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 기업가정신과 대

기업의 성취는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 기업 정서에

포획된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시장자유를 부정하고 기업

할 자유를 박탈하는 규제가 양산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Page 13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3 132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➋ 133 132

의 관계를 착취하고 수탈당하는 ‘갑(甲)과 을(乙)’로 규정, 갑

에게 과도한 배상금을 매기고 사적인 계약에 간섭하고 특

정 사업을 금지하면서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규제, 기업인

들을 까딱하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징벌적 법안들이 국회

에서 쏟아지고 있다. 혁신은 멈춰지고 기업가정신이 죽어가

면서 경제가 갈수록 무력해지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는 창조경제도 새로운 성장동력도 기

대하기 어렵다.

Page 13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3 132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133 132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과학기

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

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부가가

치를 창출하는 경제”라고 정의한다. 청와대와 미래창조과

학부도 대동소이하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로 국민을 행

복하게 만드는, 창의력에 기반을 둔 경제”(미래부), “창의성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역량, 도전적 문화, 지식교류의 기

반, 지식재산 보호제도 선진화 등 ‘좋은 환경’을 만나 산업

과 산업, 산업과 문화라는 융합을 통해 꽃을 피우는 경제”

(청와대)다. 키워드가 상상력, 창의적 아이디어(창조성), 융·복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Page 13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35 134

합, 창업 활성화, 국가경쟁력 강화다. 창조경영도 똑같다. 스

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 두바이 국왕 셰이크 모하

메드는 “야망과 상상력, 도전정신과 실행력”, 삼성 이건희

회장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경영”이라고 정의했다. 창조경영의 키워드 역시 창조

경제와 똑같은 상상력, 도전정신, 역발상, 융·복합이다.

창조경제의

태동 배경

창조경제와 창조경영은 정의뿐 아니라 태동 배경도 같

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주창한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저성장 극복이다. 1990년대만 해도 6%에 달했

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3.8%(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로 떨

어졌고, 2016년에는 2%대(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전망)로 낮아진

다. 이를 극복하려면 창조경제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둘째

는 일자리 창출이다. 현재 64%인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로 끌어올리려면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

Page 13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5 134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이다.

요컨대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중소·벤처기

업을 육성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면 저성장과 ‘일자

리 없는 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창조경영의 태동 배경도 마찬가지다. 2006년 9월 이건

희 회장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창조경영을 들고 나왔

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먹고살 게 없다”, 둘째는

“등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휴대폰과 반도체가 잘나갔

지만, 그 다음 돈줄(cash-cow) 역할을 할 업종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고, 지금까지는 글로벌 기업이 찾아낸 신성장동력을

따라가는 ‘참고서 경영’으로 됐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신성

장동력을 찾아내려면 창조경영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

였다.

물론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창조경영은 기업의 경영전

략 영역이고, 창조경제는 나라의 경제정책 분야이기 때문

이다. 예컨대 창조경제의 목적은 앞의 두 가지 외에 또 있

는데, 양극화의 완화가 그것이다. 물론 이는 창조경영에는

Page 13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37 136

없는 목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

자와 가난한 자 등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창업 활성화와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을 통해 극복하겠다

는 취지다. 물론 이는 창조경제의 부차적인 목적이다. 저성

장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그 결과 양극화는 완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저

성장의 극복이라는 지향점은 창조경제나 창조경영, 둘 다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창조경영으로 창조경제를 살펴보는 이유는 창조경제

는 현 정부 들어 시작된 초유의 일인 반면 창조경영은 이

미 국내 기업들이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경영을 시

행하면서 제기된 과제와 문제점을 보면 창조경제의 성공

조건과 미래도 보인다는 의미다.

Page 13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7 136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창조경영의

성공 조건

창조경영의 성공 조건은 대략 다섯 가지다(이하 신순철·김동

준, 『창조경영』, 2007년 참조).

첫째는 창의적 인재의 영입과 육성, 활용으로 창조경영에

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창조경영에서 창의적 인재는 다

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새로운 콘셉트와 스토리를 창조하

고 시스템적 사고를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

람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면 창조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신조 마사토 같은

인물이다. 2007년 삼성전자 주총에서 당시 윤종용 부회

장이 주주들에게 “앞으로 삼성전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

같은 기업이 되겠다”고 해서 회자됐던 그 동물원의 수의사

다. 적자가 심해 폐쇄 위기에 놓였던 이 동물원은 신조에

의해 세계 각지에서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당시 신조가 낸 창의적 아이디어가 ‘펭

Page 13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39 138

귄을 날게 하라’였다. 수족관을 지어 펭귄이 물속에서 헤엄

치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눈앞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삼성 이 회장이 창조경영을 주창하면서 “천재급 인

재를 확보하라”고 강조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향후 10년

을 먹고살 수 있는 신수종 산업을 발굴하려면 신조 마사토

같은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둘째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창조교육의 시행이

다. 창조경영에서 얘기하는 창조교육은 사고력 향상에 초

점을 맞춘 학습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이다. 창의적 사고력

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토론식 교육이 장려된다. 그래야 남

과 다른 사고와 시각이 길러진다는 이유에서다.

세 번째 성공 조건은 팀워크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강

화다. 창조경영이 성공하려면 창조적 개인의 재능과 능력만

으로는 안 되며 이를 조직 전체의 힘으로 승화시켜야만 한

다는 취지다. 예컨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활동할 무대를 제공하며, 하의상달(下意上達)의 조직문화로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사내 정보 공유시

스템을 활성화하고, 조직 구성원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Page 14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39 138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네 번째는 혁신을 장려하고 도전하는 조직문화의 조성이

다. 이건희 회장이 2007년 신년사에서 “실패와 창조는 물

과 물고기의 관계이므로 실패를 받아들이는 풍토를 조성해

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다섯 번째가 개방적인 기업조직의 구축으로, 다양한 문

화와 다른 가치관,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해야 새로운

시각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인데,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다른 문화, 언어, 업

무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야 창의

적 인재가 된다. 창조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융·복합 역시 이러한 개방적 사고와 문화에서 활발하게 일

어난다.

이상 요약하면 창조경영의 성패는 창의적 인재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이들이 가진 열정과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

휘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지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이다.

창조경제의 성공조건도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발표한 창

Page 14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41 140

조경제의 실행계획을 보면 성공조건은 대략 일곱 가지 정

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창의적 인재의 육성이다. 창조경제의 대가인 영

국 존 호킨스는 그의 저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에서

‘창조적 인간’을 가장 먼저 들고 있다. 또 박남규 서울대 교

수는 창조적 인간은 전문지식과 뛰어난 사고, 창의적인 결

과물을 만들려는 열정(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

한다.1 이런 점에서 창조경제도 창조경영과 마찬가지로 창

조교육을 중시한다. 창의력을 죽이는 현행 교육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이 강조되는 건 이 때문이다.

둘째는 창조금융인데, 창의적 인재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저성장 극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창조경제의 목적을 달성

하는 데 기여하려면 혁신형 창업의 활성화가 절실한데, 창

조금융은 이를 위한 자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험

자본, 엔젤투자, 벤처캐피탈, 모태펀드 등 과거에도 이런 기

능을 하는 금융이 있었다. 여기에 현 정부는 ‘위풍당당 콘

1  매일경제, 2013.4.20

Page 14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41 140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텐츠 코리아 펀드’와 ‘성장사다리 펀드’ 등을 추가로 조성하

려고 하는 것이다. 또 대출보다는 직접투자 형태로 지원하

고, 설령 대출로 지원하더라도 연대보증제 등을 폐지하겠다

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가 가능

한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세 번째가 정부개혁과 규제완화다. 우선 ‘정부 3.0’을 통

해 부처 간 칸막이를 폐지하고,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공

공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해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

겠다는 것이다. 또 융·복합화에 따른 신산업 등장이 가능

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네 번째는 기술평가 시스템의 구축과 기술 마케팅의 활

성화다. 지금까지는 사업화가 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신기

술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설령 사업화가 됐더

라도 기술가치를 평가해 투자나 대출을 받는 시스템도 구

축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나온 계획이다. 여기에 이스라

엘의 와이즈만 연구소가 예다(Yeda)라는 기술 마케팅회사

를 설립해 높은 기술사업화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데서도

Page 14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43 142

벤치마킹했다. 미래부가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려는 건 이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융합 및 통섭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

는 일인데, 무한상상실과 아이디어 뱅크의 설립, 클러스터

의 활성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섯 번째는 대기업 및 중소·벤처기업과의 불공정거래

를 차단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일곱 번째는 창조성을 배양

하기 위한 기초과학과 인문학 육성 등이다.

이상 정리하면 창조경제의 성공 역시 창조경영과 마찬가

지로 창의적 인재의 육성과 이들의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과제와 한계

하지만 이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남과

다른 사고는 물론 열정까지 같이 갖고 있는 사람을 육성하

는 것도 어렵고, 게다가 이들의 기업가정신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문화와 풍토를 만드는 것도 어렵다.

Page 14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43 142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국내 기업에서 가장 먼저 창조경영을 주창한 삼성의 사

례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을 들고

나온 건 2006년이다. 그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사장

단회의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

는 창조적 경영에 나서달라”고 강조했을 때부터다. 1년 뒤

인 2007년 7월에도 이 회장은 “창조적 경영으로 2010년

쯤 다가올 예측하기 어려운 급속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에선 창조경영 지침서

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창조경영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 회장이 최근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창조경영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이 그 증거다. 스마트폰

은 또 다른 증거다. 비록 스마트폰이 삼성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러한 신개념의 제품을 창조한 건 애

플이지 삼성이 아니다. 삼성은 단지 남들보다 더 빠르고 혁

신적인 방법으로 애플을 추격했을 뿐이다. 그럼, 그 이유

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창조라는 용어의

난해함이다. 창조는 ‘현재까지 없었던 걸 새로 만들어내는

Page 14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45 144

일’(두산 세계대백과의 정의)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창조는 혁신과 다르다. 혁신은 기존의 것, 익숙한 것을 버리

는 것인데 반해 창조는 익숙한 것이 없으므로 버릴 게 없

다.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는 혁신, 스티브 잡스는 창조

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는 만큼 삼성 임직원들에게 창조

는 대단히 어렵고, 그래서 절박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샌드위치, 펀더멘틀, 보틀넥 등

을 강조하면서 위기론을 설파하는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조성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별

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위기를 강조해도 임직원들이

안 믿는다”거나 “고정관념이 있으니 못 알아듣는다”는 이

회장의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명하복의 문화다.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해

야 하고, 가급적 이견이나 반론을 제기해서는 안 되는 풍토

다. ‘튀면 죽는다’는 속설이 횡행하는 이유다. 물론 이는 삼

성만의 문제도, 국내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 모

Page 14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45 144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든 조직이 안고 있는 병폐다. 문제는 창의성의 생명은 자율

성이기 때문에 이런 문화와 풍토 속에서는 창의성이 발휘

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는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미래부가 강조했듯이 창조

경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 주역인 경제”다.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열정과 동참에 달려 있다

는 의미다. 문제는 창조경제를 모르겠다거나 시큰둥해 하

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그러니 전 국민이 주역인

창조경제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 임직원들도 창조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터에 전 국민에게 창조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렇더라도 창조경제를 성공하려면 최소

한 다음의 두 가지는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이 회장처럼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

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자칫 한국형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돼야 한다.

두 번째는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는 일이다. 창조경

영과 마찬가지로 주입식에서 토론형으로, 교사 위주에서 학

Page 14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47 146

생 위주로, 암기식에서 문제해결 능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

다. 평준화 교육의 재검토와 영재교육의 확산은 물론 대학

입시의 혁신도 시작돼야 한다. 이 회장이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라고 했듯이, 교육 현장을 바꾸지 않고서는 전 국민

을 창조경제로 끌어들이기가 대단히 힘들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기업가정신의 확산이다. 창조

적 인재들이 활동하는 데 장애가 되는 걸림돌을 정부가 앞

장서 치우는 일이다. 상명하복의 문화부터 바꿔야 하는 이

유다. 반론과 이견 등의 다른 생각과 문화를 장려하지 않

으면 새로운 시각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창조경영

의 사례에서 봤듯이 대단히 어려운 숙제다. 하루아침에 문

화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작이라도 해야

하고, 그 첫 단추는 대통령과 정부의 리더십과 일하는 방식

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창조경영의 문제점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는 이른바 ‘깨알 리더십’, 대통령이 말하면 장

관은 한마디 말도 없이 오로지 고개 숙인 채 받아쓰기만

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Page 14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47 146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규제완화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규제가 기업

가정신의 발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 정부 모두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결같

이 규제완화를 강조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여전히 정부 스스로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도 창업을 하려면 수십, 수백 개의 정

부 기관으로부터 도장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단적인 예

가 원격진료다.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지만, 환자 옆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무인자동차인 스마트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업

체가 이를 개발해도 무선주파수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선통신사업자의 자격 취득 문제가 난관인데다, 자동차

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규제도 걸림돌이

다. 이런 것들이 해결돼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

가 기업가정신을 맘껏 발휘할 수 있고 또한 창조경제도 성

공할 수 있다.

Page 14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➌ 149 148

창조경제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한국 기업은 그동안 추격형 모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

로 성장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모델을 지속할 수 없다. 스스로 망망대해를 건너

가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게 창조경영은 피할 수 없

는 과제다. 그래서 창조경영을 수 년째 강조하고 있지만 아

직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창의

적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우리의 교육시스템에, 그들

이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상명하복의 조

직풍토와 문화 때문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미래 역시 그리 밝지 못

하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현장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고, 관치가 여전히 민간 자율성과 기업가정신의 발

현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설령 이 정부에서 결실을 보지 못

하더라도 첫 단추는 제대로 꿰어야 한다. 리더십과 일하는

Page 15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49 148기업 발전의 성공조건으로서 창조경영

방식의 개혁, 그리고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시작돼야 한다.

국내 기업의 창조경영이 왜 제대로 안 되는지를 곰곰이 생

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Page 15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51 150

창조경제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중

요한 화두가 되면서, 창조경제와 기업의 역할, 그리고 기업

가정신의 상호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조경제와

창의성의 관계

가장 먼저 창조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아

담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경제구조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아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Page 15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1 150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야 한다. 전통적 경제원칙의 생산함수는 자본과 노동의 결

합으로, 산업혁명 이후 대규모 자본을 활용한 소품종 대량

생산이라는 경제구조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소품종 대량생

산에 따른 막대한 재고문제는 제품 자체보다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훨씬 많은 가

치를 만드는 정보 기반의 경제구조를 만들었다.

정보가 재화 자체의 본원적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가장 먼저 그리고

효과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가치창출의 새로운

원천이 되었다. 따라서 경제의 기반구조는 인적·물적 네트

워크가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경제로 진화했다. 그리

고 이후 경제구조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보편화된 반면, 새

로운 원천지식을 먼저 창출하고 이를 선점해 가치를 창조

하려는 지식경제로 진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식기반 경제 및 네트워크 경제조차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

인적 노동력, 정보, 네트워크, 및 지식이 뛰어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한 기업이 보다 많은 가치를 창

Page 15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53 152

출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교해보자. 지난 5년

간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평균 3배 이상의 직원과 평균 4

배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으며, 매년 신규로 취득하

는 특허 숫자 역시 애플보다 약 10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삼성전자 매출액의 절반 정도

였던 애플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와 비슷했고, 특히 지난 2

년 동안에는 양사의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애플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보다 평균 2배에서 4배까지 높았다.

이처럼 최근의 경제 기반구조는 창의성을 활용하는 기업

들이 훨씬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자본, 노동,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들도 창의성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시장경쟁에 대처하는

새로운 대안이 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창의성을 새로운 경

제 기반구조로 활용하는 창조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창의성은 무엇

이고, 창의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창조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

Page 15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3 152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1874년 갈튼의 연구에서 학문적 기원을 찾을 수 있

는 창의성은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unprecedented) 독창적 방법(unique)으로 가치(useful)를 창출하

는 과정(process) 혹은 산출물(solution)’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런 창의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투입요소는 무엇일까?

창의성(Creativity)이라는 산출물(Output)을 만들기 위한 투

입요소(Input)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지식이고, 둘째는 뛰어난 사고기법이며, 셋째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려는 열정이다.

창의적 산출물(Creative Outcome)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첫째는 물리적 결합(Combination)기법인데,

바로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창조경제는 융복합 산업

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둘째는, 화학적 통

합(Integration) 기법으로서 두 개 이상의 요소 간 결합이 새

로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재창

조(Transformation) 기법으로서 동일 요소를 완전히 새롭게 탄

생시키는 것이다.

Page 15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55 154

창조경제 하에서

기업의 역할

전통경제가 아닌 창조경제 하에서 개별 기업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전통경제를 구성하는 기업활동의 본원적

원칙은 분업화를 통한 전문화이다. 기업은 다양한 활동의

효율성을 위해, 전담부서를 만드는 분업제도와, 전담부서가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면서 축적하는 노하우를 기반으로

업무 생산성을 제고한다. 그럼 이런 분업화와 전문화는 도

대체 언제 생겨난 것일까? 실질적인 기원은 아담 스미스가

1776년에 저술한 국부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부강한

국가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분업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

고, 그가 제시한 원칙은 지난 200년 이상 전통경제를 지탱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아담 스미스의 분업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T형 자동차로 잘 알려진 포드자동차

이다. 헨리 포드의 분업을 통한 작업의 전문화는 1908년

부터 20년간 조립라인의 개념을 기반으로 자동차의 생산

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대다수

Page 15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5 154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기업들이 현재 교조적으로 생각하는 분업화와 전문화의 역

사는 겨우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

결합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창조

경제 하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경제활동 원칙이 완전히 달

라져야 한다. 분업화와 전문화 대신 지역 간, 산업 간, 기술

간, 기업 간, 그리고 부서 간 수평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노

력과 개별부서 내에서 수직적 경계를 없애는 과감한 융합

과 통섭의 원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융합과 통섭의 원칙을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실현시키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전형적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에서는

이미 도요타가 판매와 생산시스템을 완벽하게 통합해 재고

가 필요 없는 선판매·후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또 다른 예

로는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롤스로이스이다. 롤스로이스

는 엔진을 판매하는 대신 시간당 임대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하늘에서 날고 있는 자사 엔진들을 실시

간으로 모니터링해, 엔진 결함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시

스템을 구축하고, 정비서비스가 필요한 엔진을 장착한 비

행기가 착륙하기 이전에 해당 공항에 정비팀을 파견해 대

Page 15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57 156

기시키는 전사적인 수평적 조율체계를 실현시키고 있다. 롤

스로이스는 이런 협력체제를 통해 고객인 항공회사들이 자

사 엔진을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 간의 계층구조를 혁신적으로 없애는 기업들도 증

가하고 있다. 부서 간 경계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한 직위를 부여하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한시적으로 팀장 직책을 운영하지만, 프로젝트

가 종료되면 다시 일반 팀원으로 돌아가는 수평적 조직구

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창조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두말할

여지없이 가치창출 주체인 개별 기업들이다. 산업 간 경계

가 무너지고 기술 간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

서 개별 기업의 생존 및 성장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관건

은, 지난 100년 동안 산업, 조직, 부서, 그리고 구성원들에

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분업화와 전문화의 원칙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Page 15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7 156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한

기업가정신

창조경제 하에서 개별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와는 혁신적으로 다른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기업가정신이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을

말한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개념은 기업이 처해 있는 국가

의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대표적 학자로는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를 들 수 있다. 그

는 기업가정신을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기

술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

서는 혁신자의 자세로 보았다. 다시 말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

고 창의적인 정신이 전통적 개념의 기업가정신이다.

창조경제 하에서 이러한 강력한 기업가정신은 불가능을

Page 15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59 158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바로 이러한

창조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류사회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십년 이상 반복하던 일을 어느 날 갑자기 투입은

반으로 줄이고, 반대로 산출은 두 배 이상 늘리라고 요구한

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은 얼핏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충분히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국토의 60% 정도가 매우 건조한 불모지이며, 연평균 강

수량도 세계 평균(880㎜)에 미치지 못하는 전형적인 물 부

족국가인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농업생산성이 바로 대표적

인 사례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무렵 전체 인구 중

약 70%가 농업에 종사했다. 현재는 농업인구가 3% 정도까

지 줄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이스라엘의 농업생산성은 15

배 이상 증가했다. 다시 말하면, 투입 기준으로는 96%가

줄었는데, 산출은 1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째, 농업은 5%의 기

술력과 95%의 노동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과

감히 버렸다. 토지, 강수조건, 노동력이라는 기준에서는 정

Page 16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59 158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말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낮은 농업분야를 이스라엘은

99% 창조적 기술력을 활용해 최첨단산업으로 변화시켰

다. 둘째, 인간이 절대로 변화시킬 수 없는 자연조건을 새

롭게 창조하려고 노력했다. 농업생산성에서 가장 중요한 영

향을 미치는 강수량 부족 문제를, 이스라엘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수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극

복했다. 이스라엘의 연간 물 사용량은 20억t㎥가량에 불

과하지만, 이 가운데 4분의 3 정도를 재처리해서 농업용수

로 사용한다. 생활용수 재활용율 75%로, 세계 2위인 스페

인(18%)에 비해서도 단연코 압도적인 기록이다. 셋째, 이스

라엘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네타핌(Netafim)이 농업경

영에 필요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창조했다. 식물에게 필요한

양의 물을, 필요한 시기에, 식물뿌리에 직접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 방울 물주기)’ 기술력을 창조한

것이다. 이 기술은 직경이 5∼20㎜ 정도 되는 호스에 미세

한 구멍을 뚫어서 땅속에 묻고, 물이 필요한 해당 작물에

게만 바로 물을 공급하는 기술로, 가장 적은 양의 물로 최

대의 관수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네타핌은 현재 점적관수

Page 16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61 160

기술을 전 세계 100개 국가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농업경영 사례는 사용 가능한 자원이 얼마

나 많은가보다는, 제한된 자원이지만 최대한 창조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창의

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 문

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공식이나 혹은 비책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매우 간단한 비법이 있다. 그것은 기업가들이 새로운 아이

디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99번을 실패할 수 있으

면 된다.

그렇다면 99번을 실패할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

지난 150년 동안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신제품 개발을 통

해 지속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재료공학 분

Page 16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1 160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야의 코닝을 생각할 수 있다. 코닝의 성공 뒤에는 세 가지

숨겨진 비결이 있다. 첫째, 지난 100년 동안 겨우 8명의

CTO가 평균 12년 이상씩 재임하면서 전체적인 연구개발

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했다. 둘째, 미래 불확실성이 높은 신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때도 투자의 성공 여부

에 대한 판단평가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장기적 관점에

서 했다. 다른 기업과는 달리 코닝은 CEO가 재임하는 기

간 동안이 아니라, 심지어 CEO의 생존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것이 불투명한 경우에도 과감한 연구개발 투

자를 할 수 있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셋째, 미래기술 투자

에 대한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책임지는 기술전략위원회를

구성할 때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뿐만 아니라, 가장

큰 실수를 했던 사람들도 반드시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방

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수많은 한국 기업들은 이렇게 쉬운 비책을 쉽

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99

번이나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잠금장치들

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전략실행을 책임지는 임원 인사제도

Page 16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63 162

가 단기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임원들을 1년 단위로 그리고 제조업

에서도 2~3년 단위로 재계약해야 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99번을 실패하라고 요구하면, 이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구

멍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같다.

둘째, 연구개발에 대한 평가기준이 재무적 성과지표에 기

반하고 있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재무적 성

과지표는 분기, 반년, 혹은 일 년 단위로 변화하는 단기 지

표인 반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본원적으로 매우 장기

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순적 구조에서는 99번을

실패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실패에 대한 용서와 실패로부터 학습하려는 전통

이 매우 부족하다. 한국 기업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현상

중의 하나가 신규사업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장기간 재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규사업의 평균적인 성공확률은

25%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두세 번 정도 신규사업에 실패

하면, 여지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임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

Page 16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3 162창조경제 발현 위한 기업의 역할

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구글에서 배워라

창조경제 시대에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기업가정

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

터넷 검색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너무

나 잘 알려진 구글이다. 구글의 최근 전략적 행보들과 지

난 2010년 출범시킨 연구개발 부서인 구글 Lab X의 미래전

략들이 바로 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풍력회사를 인수해 대형 프로펠러를 탑재한 비

행체를 하늘에 띄워서 고도 2,000피트의 높이에서 풍력

을 이용해서 발전을 하고, 생성된 전기를 지상으로 전송하

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언론을 장식했던

구글 글래스는 사람들이 착용하는 안경에 소형 컴퓨터뿐

만 아니라 컴퓨터 디스플레이까지 탑재하기 위한 초기 시

제품이다. 구글이 개발한 최초의 무인자동차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이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이동

Page 16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5 164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➍ 165 164

가능성과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

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본업과도 상관없어 보인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일들에 연간 6~7조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자한다. 왜냐하면 구글은 백만분의 1의 성공 가능성과

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재무적 성과가 동반될 것이라

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전통경제와는 달리 창조경제 하에서는 투입

과 산출의 비율이 혁신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

문화와 분업화라는 과거의 가치에서 벗어나서, 창조경제라

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업가정신의 가장 중요한 축은

융합과 통섭의 원칙을 기반으로 불가능에 도전해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많은 경영자

들이 이런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해외시장을 개척

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Page 16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5 164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165 164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불분

명하지만 신규기업의 설립과 기존 기업의 혁신 등 창조적인

기업활동이 창조경제의 한 요소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간 신규기업의 설립, 즉 창업에 관련된 기업가정신

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기울여져 왔다. 그러나 이미 설립

되어 운영 중인 기업이 어떻게 혁신적인 활동을 할 것인지

에 관한 기업가정신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왔다.

김용열

홍익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

사내 기업가정신과혁신

Page 16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67 166

기존 기업에서

혁신의 의의

설립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기존 기업은 창업 초기의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쇠퇴하기 마련이다. 기업이 설립되어

오랜 기간이 경과하고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예전에 없었

던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대기업병’이라

고 한다. 기존의 대기업에서는 신규 벤처비즈니스에서 찾

아볼 수 있는 유연성이나 도전의욕이 보이지 않고 경직성

과 안주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중소기업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가정신이 필수적

이다. 어렵게 창업이나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죽음의 계

곡(death valley)과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진 중소?벤처기업이 얼마나 많

은가? 중소기업의 성장경로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업

이나 기술의 다각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창의적인 기업가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계적으로 신설법인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생계

Page 16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7 166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형이 아닌 기회형 창업, 즉 기술창업은 정체되어 있고 경제

상황 악화로 신규 창업의 여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창업

부문의 기업가정신 약화 현상은 기존 기업 부문에서도 비

슷할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나 기업그룹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혁신과

패러다임

전반적인 기업가정신의 쇠퇴 추세 속에서 창업과 기존

기업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 기업의 혁신, 즉 기업혁

신은 종래의 제도와 관행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와 패

러다임을 창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업혁신은 짜인

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통제하는 관리적인 방식을 벗

어나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존중하고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기업가적 활동을 지향하게 된다.

기업혁신의 프로세스에서 조직 내의 어느 계층이 혁신의

Page 16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69 168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 선진국 기업의 사례에서 경험적으

로 몇 가지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전략적 기업혁신의 모델이다. 여기서는 해당 기업

의 최고경영층이 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CEO가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스스로 강력한 리더십을 수행함으

로써 중간관리자에게 변혁의 여파를 확산하려는 것이다.

전략적 기업혁신의 사례로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이 대표적이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1981년 취임 초부

터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선도해 사업의 매각매수와 인원조

정, 의식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GE는 업계 상위 1, 2위

에 속하는 사업만을 운영한다는 방침 아래 높은 경쟁력과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고 오랜 기간에 걸쳐 한 번도 상위 기

업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유일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둘째, 기업혁신에 관한 진화론적 관점을 들 수 있다. 진

화론적 경영의 논자들은 기업혁신의 주체로서 중간관리자

의 역할을 중시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기업 내에서 변

화의 계기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고 조직 내부의 도태와

Page 17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69 168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선택 과정을 거쳐 진화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최고경영자가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

문에 기업가적인 중간관리자의 변혁형 리더십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화론적 기업혁신에 관해서는 3M이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다. 3M에서는 ‘제품챔피언(product champion)’이라고 불

리는 수많은 중간관리자가 끊임없이 제품개발의 아이디어

를 제안하고 이것이 조직 내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거쳐 전

사적으로 파급되는 독특한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있다. 중

간관리자들이 전략적 이니셔티브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제도적 장치로 3M은 25%를 넘는 신제품 비율을 유지하

는 혁신적 기업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셋째, 상호작용 모델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전략적 관점

과 진화적 관점을 융합한 것으로서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

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기업혁신이 전개된다는 점을 강조한

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변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

하고 이것이 중간관리자에 전파되어 자율적으로 해석, 발

전되어 가는 프로세스이다. 또한 중간관리자에 의해 이루

Page 17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71 170

어진 돌출이 경영 상층부로부터 지지를 받고 증폭되는 피

드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상호작용 모델의 사례로는 장기불황 이전 일본 전자업체

들의 혁신프로세스를 들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사례연구에

서는 변혁의 계기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고의적인 현상타파로부터 제공되는데 이 경

우 중간관리자도 예상외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호작용형 기업혁신의 프로세스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의 동적 상승효과가 중요한 요인

이 된다.

기업혁신을 위해서는 현상을 부정하거나 타파하고 새로

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무시하고 백지 위에 새로

그림을 그리듯이 틀을 새로 짜는 것으로, 이는 다른 말로

발상이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다.

과거의 기본틀을 유지한 채 미조정(fine tuning)을 통해 새

로운 가치체계를 창조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기 마련이다.

흔히 기업의 실무자들 사이에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과

Page 17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1 170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관련해 “5%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도 50%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과 조직의 속성

상 몇 퍼센트의 개선은 현재 하고 있는 방식을 조금 수정

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지만 몇 십 퍼센트의 개혁을 위해

서는 현재의 방식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

적으로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소폭적인 개선은 현행의 패러다임 안에서(within the paradigm)

이루어지는 데 반해 대폭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은 패러다

임 자체의 전환(paradigm shift)을 필요로 한다. 학습이론에 따

르면 전자는 기존의 룰에 따라 업무의 처리기술을 습득하

는 단일루프 학습(single-loop learning)이고 후자는 일의 전제

조건이나 목표 자체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이중루프 학습

(double-loop learning)에 해당한다. 학습방법 자체를 학습하도

록 하는 것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는 제도, 절차, 관리, 업무 등과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 이외에도 이념, 규범, 문화, 전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요소가 존재해 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기업에 속한 전체 구성원의 의식과 행동을 구속하는 일

Page 17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73 172

정한 가치체계를 바꾸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패러다임이라고 해서 당초 Kuhn(1962)이 말한 것처럼 과학

의 세계 전체에 통용되는 기본적인 인식과 같이 그 범위가

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관점에서 기업혁신이나 의식개혁을 위

한 전략적 변화에 대해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첫

째, 관리스타일이나 업무프로세스 등을 바꾼다고 해도 그

근저에 있는 가치나 지향성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

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조직 및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바꾸려면 보다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서

본보기가 되는 활동이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내 기업가정신

신규창업이 아닌 기존 기업의 혁신에 관련된 기업가적

활동을 사내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른다. 사내 기업가정신이

라고 하면 대기업 내부의 혁신활동을 지칭하는 경우가 일

반적이지만, 규모가 작고 조직이 간단한 중소기업에서도 이

Page 17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3 172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개념은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제품개발이나 해외진출 시 매우 혁신적인 활

동이 전개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가적 요인이 작

용했음을 다수 관찰했다.

대기업은 사내 벤처와 같은 부서를 중심으로 혹은 사내

기업가라고 할 수 있는 소수 담당자에 의해 사내 기업가활

동이 공식적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설립자 본

인이나 일부 창업 시 핵심인력들에 의해 개인적으로 기업

가정신이 발휘되는 것이 보통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혁신의 주체 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본질에서 보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사내 기업가정신의 성격은 유사

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기업에서 일하는 중간 관리자나 현장의 관리자

들은 자신이 회사를 구성하는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한 평소에 하는 일도 정해진 규칙과 절차

에 따라 예전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

러나 일부 예외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기업 내에

도 자신의 업무와 주변의 상황에 끊임없는 문제의식을 가

Page 17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75 174

지고 무언가 보다 나은 것, 좀 더 새로운 것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일상의 업무에서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전략

및 사업과 관련해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위험에 도전하

는 중간관리자를 사내 기업가라고 부른다. Pinchot(1985)에

의하면 사내 기업가들은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를 늘 추

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반드시 행

동에 옮기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Kanter(1983) 역시 기업

내에서 경영환경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그에

관련된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change

masters’라고 부르면서 이들이 기업 변혁의 모체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Kanter(1989)는 대기업들이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

고 혁신을 향한 방법론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몸을 움직

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Fast, Friendly, Flexible,

Focused’ 등 네 가지 F로 시작되는 요인이 필요함을 역설

했다.

Burgelman(1983)은 사내 기업가정신이 구체적으로 어떻

Page 17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5 174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해 전략프로세스 모델을 제시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개인 차원의 전략적 행동, 조직 차원의

맥락, 회사 차원의 전략 개념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두 가지 프로세스가 전개된다. 두 가지 중 어

느 것이 일반적인지는 기업이나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회사의 전략 개념 하에서 유도된 전략 행동이 나

타나는데 이것을 조직의 구조적 맥락에서 보호·강화하는

프로세스다. 또 하나는 회사의 전략 개념과 무관하게 자율

적 전략 행동을 하는 개인들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정해진

사내 기업가정신의 전략프로세스 모델

자료 | Burgelman(1983)

강한 영향 약한 영향

회사의 전략 개념

전략적 맥락

구조적 맥락

자율적 전략행동

유도된 전략행동

Page 17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77 176

구조와 별도로 조직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프로세스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자율적 전략 행동을 하는 개인들이

바로 위에서 말한 사내 기업가 또는 ‘change masters’에 해

당할 것이다.

기존 기업의 기업가적 활동, 특히 신사업 개발에 관련된

사내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 어떠한 요인들이 중요

한지 살펴보았다. 먼저, 기존 사업 위주로 배분되는 경영자

원을 신사업에도 할당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강력한 전략

지향이 필요하다. 회사의 전략지향은 CEO 리더십에 의해

표출되는 경향이 있지만 광범위하게 공유된 위기의식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회사 차원의 전략지향이 강하다고 해도

기존 기업의 기업가적 활동이 저절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사내 기업가정신의 영향 요인

기업가적 몰입 관리적 지원 전략적 지향

·자율성

·과업 만족도·경영자원의 범위·기존 기업의 유리성

·지원제도

·유연한 통제·실패의 허용

·명백한 전략 개념·최고경영층 리더십·위기의식 공유

Page 17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7 176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는 점이다. 기업 안에서 스스로 기업가적으로 행동하고 기

존의 관리시스템을 초월할 수 있는 개인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기업가적인 개인은 대부분 중간관리층에서

나오는데 잠재적인 회사 내 기업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

율성을 줄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된다.

회사의 전략지향과 개인의 기업가적 행동이 확보되었을

때 이를 결합해 혁신활동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조직

의 섬세한 지원과 보호의 프로세스이다. 기업 내의 신사업

추진은 수많은 위험요인에 직면하게 되는데 중간에 좌초하

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충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기

존 기업의 혁신과 사내 기업가정신을 위해서는 상기의 여

러 요인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각각의 요인들은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Wolcott and Lippitz(2007)는 사내 기업가정신의 운용 현

황이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네 가지 유형

을 제시했다. 특정 부서를 지정해 전담조직을 두는 경우와

여러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수행하는 경우, 필요재원을 상

Page 17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79 178

설적으로 배분하는 경우와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경우의

조합으로 유형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대개 대기업은 생

산자형이 많고 중소기업에서는 기회주의형이 일반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기존 기업 혁신 위한

기업가정신도 매우 중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규기업의 창업뿐 아니라 기존 기업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

사내 기업가정신의 운용 유형

자료 | Wolcott and Lippitz(2007)

실행가능형

기회주의형

생산자형

옹호자형

집중전담 조직분산

개별적

자원 권한

상설적

Page 18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79 178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신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기존 기업의 기업가정신은 그렇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복잡한 대기업은 기업가정신 발휘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그러나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기존 기업의 기업가정신이 필

수적으로 요구된다.

기존 기업의 기업가정신은 조직 활성화, 신사업 개발의

두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맞이

해 경영자들이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

는데, 이는 위기의식 공유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조직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초기에는 신사업 진출이 매우 왕성했으나 최

근 들어 점차 신사업의 빈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조직 활성화와 마찬가지로 신사업 추진에는 도전과 개

척, 현상 타파, 패러다임 전환의 의식과 행동을 불러일으키

는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급진적 혁신을 위해 관리적 영

역을 뛰어넘는 기업가적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내

기업가정신에 관련된 기업 차원의 전략적 과제에 대해서는

앞에서 논의했다. 이에 더해 정책적으로 고려될 사항은 없

Page 18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2장 왜 기업가정신이 중요한가 ➎ 181 180

는지 간략히 언급하기로 한다.

기존 기업의 기업가적 활동, 특히 신사업 추진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사업다각화의 형태로 연결된다. 중소기업은 제

한된 경영자원 하에서 동종이나 이종의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더 나아가서는 추가된 사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

다. 왕성한 기업가정신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

업을 지속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창의적 사업이나 제품을 육성하고 지

원하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정책이 필요해진다. 죽음의 계

곡과 다윈의 바다를 넘을 수 있는 지원에는 자금이나 인

력 외에도 판로 확보, 시장 유지,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수

단이 있을 수 있다. 레인콤이 MP3 사업을 중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부터 정부의 역할이나 지원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신사업 창조와 관련해서는 더욱 민감한 사안

이 제기될 수 있다. 가뜩이나 경제민주화 논의가 활발하게

되고 있는 터에 신사업 개발을 이유로 사업부나 계열사의

Page 18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81 180사내 기업가정신과 혁신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경제력 집중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순환이나 비순환의 출자구조를 이용해 신규

계열사를 설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고 내부거래

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build and scrap’의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융합화, 파괴적 혁신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 신사

업을 추가하는 것은 용인하거나 권장하는 반면 기업의 전

략적 판단에 의해 규모와 범위의 확장이 이루어진 만큼 기

존 분야의 축소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확장

일변도(build only)’의 전략을 고수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기업

가 활동에 대한 공정거래정책의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Page 18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PB 182

Page 18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전략과 방향을 논하다

Page 18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85 184

Page 18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85 184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은 한국의 선진국 진입이 계속 좌절되는 가장 큰 이유로

고령화를 들고 있다. 고령화는 내수시장 침체, 성장잠재력

위축 등의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데, 바로 혁신성향의 쇠

퇴다.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한국은 고령인구의 증가로

사회 전반적으로 혁신 성향과 기업가정신이 쇠퇴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1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기업가정

1  맥킨지 보고서 ‘고령화 충격, 활로는 있는가’(2004.9)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한겨레신문 기자

창의·혁신·소통의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Page 18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87 186

신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8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1회 기업가정신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위키피디아 설립자 지미 웨일스도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기업

가들의 출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업가정신의 부활

을 역설했다.

한국의 변화와 혁신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는 기업가정신

지난 60년간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740여 배로 커

졌다.2 1인당 국민소득(GNI)은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970년 255달러에 그쳤으나, 2011년 2만 2,489달러로

2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좁은 국토와 빈약한 천연자원에도 한국은 세계에서 유

례없는 성공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이렇게 변화와 혁신을

2  《문화일보》〈건국 60주년-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2008.8.12)

Page 18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87 186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이끈 원동력 중 하나는 기업가정신이었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등은 기업가정신의 표상이었다.

기업가정신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참화를 거치면서

도 쇠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내공장’ 수준에 불과했던 한

국의 기업들은 60년 만에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대형선박,

휴대전화, LCD TV 등 세계 1등 제품을 앞세워 지구촌 곳곳

으로 지평선을 넓혀가며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현황

자료 | 한국은행

18,000

20,000

22,000

24,000

(달러) 1인당 GNI / 좌측, 전기대비증감 / 우측 (달러)

4,000

16,000

12,000

2,000

14,000

3,000

10,000

1,000

8,000

0

2,000-3,000

4,000

-2,0006,000

-1,000

0

’70 ’82 ’94’76 ’88 ’00 ’06’72 ’84 ’96’78 ’90 ’02 ’08’74 ’86 ’98’80 ’92 ’04 ’10

-4,000

Page 18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89 188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기업가정신은 땅에 떨어졌다. 한국

은행의 ‘기업가정신지수’는 1999년 41.9로 고점을 찍고 하

락해 2005년에는 4.5에 그쳤다.3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희망직업 1위는 초등학교 교사였

다. 이어 의사와 공무원, 중고교 교사, 회사원 등이 순위에

올랐다. 10위권에 기업가는 없었다. 안정적이고 위험이 작

은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창업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창업은 2011년 19.5%

로 2010년(19.3%)보다 소폭 늘었지만 2000년대 벤처붐이 일

었던 54.5%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가정신 지표 역시 하락세

다. 1977년 72.3으로 정점을 기록한 기업가정신 지표는 2001

년 이후부터 4~7의 저조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대별로는 1970년대가 32로 가장 높았고, 1980년대에는 22

3  《매일경제》〈韓銀, 기업가정신 실종 경고〉(2007.3.26)

Page 19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89 188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를 기록했지만 1990년대에는 9, 2000년대엔 6에 그쳤다. 삼

성경제연구소 기업가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체 수, 실질

설비투자, 수출 증가율을 종합해 산출하는 이 지수는 2000

년 61.1에서 2007년 24.2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의 도전정신과 활력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 사실

을 보여주고 있는 지표들이다. 창업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일자리가 창출

되지 않을 뿐더러 국가경쟁력도 떨어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

업은 3개뿐이었다. 2001년 37세였던 창업자 평균연령은

현재 45세를 넘어섰다. 취업난 속에서도 청년들은 창업이

나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여전히 안정된 일자리만 찾

는 상황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기업가정신이 쇠퇴한 대표적인 국가

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Forbes)》4는 2013년 1월 ‘일본

의 기업가정신 약화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을 분석했

4  《Forbes》 ‘The Entrepreneurship Vacuum in Japan: Why It Matters and How to Address It(2013.1.3)

Page 19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91 190

다. 《포브스》는 기업가정신 약화가 일본경제 장기침체의 주

요 원인이 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

했다. 이들 사례는 문화, 사회, 교육, 법, 금융적인 요인들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이 절실하다

한국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시대의 수

일본의 기업가정신 약화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

문화적 요인관습과 전통, 일관성 등을 중시하는 집단적 문화로 위험을 수반한 도전 기피

사회적 요인기업가의 사회적 위상이 높지 않고, 가장의 안정적 가족 부양 의무 강조

교육적 요인기업가정신 및 창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부재와 영어 등 외국어 능력 낮음

법적 요인기업가 개인, 연대 보증인 및 그 가족에까지 채무변제 책임이 이전되는 도산법

금융적 요인충분한 담보 없이는 대출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관행 및 벤처 투자시장의 미성숙

자료 | 《포브스》

Page 19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1 190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많은 젊은이들이 기업가정신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

려는 도전정신이 절실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

을 밟지 않으려면 기업가정신을 향상시켜야 한다. 청년들과

호흡하는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기업가정신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은 개천에서 용 나던 ‘개발시

대’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은 정주영 회장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 힘든 시대라는 것이다.

물론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을 일으켜 세우며 기업

가정신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창업

정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창업정신을 포함한 혁신, 리더십 등 그 범위를 확장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 역시 기업가정신을 통해 발휘할 수 있

는 키워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

운 방식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혁신’

이라고 규정하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것

을 기업가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슘페터 이전의 경제학자들

Page 19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93 192

은 부의 원천이 희소하거나 가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했

다. 이는 비옥한 땅에서 나오는 곡식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지대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리카도(David Ricardo)

의 ‘차익지대이론(差額地代理論)’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기업

은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자본과 기술, 특허, 저작권 같은

자원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슘페터의 생각은 달랐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창조적 파괴활동을 하는 것이 바로 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라고 여겼다. 이 때문에 혁신활동으로 얻게 되는 지

대를 ‘기업가 지대’, 혹은 ‘슘페터 지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당시엔 슘페터의 생각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슘페터는 재조명을 받는

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처음에는 아무런 자원

도 없었지만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부를 모은 기

업들이 속속 나오면서부터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가진 기

업이라도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허망하게 무너져 버

린다. 금융위기 뒤 미국 자동차 빅3가 그랬고,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그랬다. 리카도의 차익지대이론으로는 도무

Page 19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3 192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지 설명할 수 없었다.

슘페터의 이론만이 이런 현상에 바른 답을 제시했다. 현

상유지에 빠져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며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는 기업

가는 더 이상 기업가가 아니라 관료화된 전문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혁신을 통한 기업가정신은 자본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이와 함께 사

회 전반에 기업가정신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이런 문화가 없다면

혁신과 창조는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

는 문화가 정착돼야 창업과 같은 도전이 이뤄지고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진다. 미국처럼 창업에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Page 19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95 194

있는 기회가 한국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투자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실패를 통해 혁신이 일

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는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있을 때 학교에서 ‘사업에 실패해도

다시 받아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구글을 창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실패한 사람의 경험

역시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제도와 문화적인 지원 역시 뒤따라야 한다. 한국형 기업

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카우프만재단과 같이 기업가정신을 전문적

으로 연구하는 한국형 기업가정신 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기존 교육과정과는 별도로 대학 안에 기업가정신을 체험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취업,

학업 외에도 창업이라는 ‘또 다른 선택’이 있는 것을 학생

들이 직접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Page 19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5 194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정부는 그동안 ‘브레인코리아(BK) 21’ 사업으로 대학의 우

수 연구 인력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학문을 강조

하는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논문실적이 가장 중시될 수밖

에 없었다.

청년들이 기업가정신을 배우고 창업 프로젝트 실무를 익

히게 하려면 창업과 기술을 사업화한 경험을 갖춘 교수진

의 도움이 필요하다. 명문고, 명문대학을 거쳐 대기업에 취

업하는 획일화된 성공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창업을 활

성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도 기업가정신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실패를 용인하고 창의력과 혁신을 발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내 기업가제도

(CIC)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세스도 구

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설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지속적

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고용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Page 19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97 196

기업가정신 발휘해야

자영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

나는 자영업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한 베이비붐

(1955~1963년생) 세대가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28.8%로 미

국 7.0%, 일본 12.3%, 영국 13.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도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보다 월

등히 높으며 멕시코, 스페인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은 명퇴했거나 은퇴해 더 이상 일

할 수 없어 노후를 위해 가게를 여는 것 정도로 여기는 경

우가 흔하다. 제대로 된 전략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자영업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할 때는 전략이 필요하지만, 자영업을 할 때

는 그냥 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게도 엄연한 기업이다. 자영업도 하나의 새로운 기업을

Page 19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7 196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경영과 다르지 않다. 업종, 규모와 관

계없이 경쟁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차별화를 시

도해야 한다. 자영업에서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기

업가정신을 발휘해야 자영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가정신을 CEO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는

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기업가정신은 최고경영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

니다. 평범한 직원들에게 기업가정신은 더욱 필요하다.

기업들의 화두는

창조경영

기업가정신이 CEO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기

업가정신이 창업정신만을 의미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기

업가정신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창업정신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창의와 혁신, 변화, 개선 등을 모두 아우른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가정신은 창업뿐만 아니라 기

존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지속적

Page 19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199 198

으로 더 나은 조직으로 거듭나게 한다.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은 주인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용어

로 다가서야 한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창조경영이다. 이

말은 기업가정신의 다른 말이다. 기업들은 지시와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사원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

는다. ‘이 회사가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직원과 ‘회사에서

주는 월급 때문에 일한다’는 직원과는 성과에서 차이가 난

다. 기업은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을 원한다. 이런 사람이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은 CEO보다 직원에게 더 파급 효과가 크다.

직원들 역시 CEO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사내에서 기업가정신을 고취시켜야 한다. 지속적인 혁신 과

정을 통해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고 꿈과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기업가정신은 리더십으로 확장된다. 갈수록 자력으

로 성공하기 힘든 경영상황에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다

양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구성원들의 의사를 응집시키는

리더십도 기업가정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Page 20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199 198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임직원에게 기업가정신을 불어 넣고 꿈과 비전을 제시하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주로 제조업에 한정되어 왔다. 금

융업에서 기업가정신의 전형은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은 기업가정신이 제조업의 전유물인지 알고 있다.

물론 금융업은 그 특성상 위험을 대비해야 하기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가 그 어느 산업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금

융업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금융산업은 미국의 ‘혁신경제’를 견인했다.5 2012

년 12월 중소기업청이 낸 자료를 보면, 2011년 미국의 벤처

투자액은 GDP 대비 0.34%(한국 0.12%)이며 이 중 엔젤투자자

의 투자 비중은 43.6%(한국 1.9%)로, 벤처캐피탈의 강력한 기

반과 엔젤투자의 축적된 경험이 미국의 기업가정신 활성화

와 벤처산업 성장을 이끌어왔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적시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함으

로써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핵심기능

5  《Harvard Business Review》 ‘How to Make Finance Work ’(R.Greenwood&Scharfstein, 2012.3)

Page 20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➊ 201 200

이다. 창조적인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과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자본을 대출해주는 금융 인프라가 잘 갖

춰진 경제구조일수록 기업가정신은 충만해진다. 금융산업

의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야 한국경제는 산업분야와 금융분

야의 두 날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가 주

력 제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철도회사들은 19세기 중반 서부개척 붐으로 수

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세기 초 거대한 산업을 형

성했다. 월스트리트의 증권가에서 철도회사의 주식은 ‘블

루칩’으로 통했다. 하지만 2차 대전 뒤 항공산업이 급성장

하면서 철도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속도와 편

리함이라는 경쟁우위를 항공사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회사들은 오로지 고객을 수송하는

사업을 하는 데 머물렀다. 물류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

지도 못했고, 비행기와 다른 여행 서비스에 도전하지도 않

았다. 철도사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중 가장

큰 시사점은 도전을 멈추고 안주할 경우 쇠퇴할 수밖에 없

다는 것이다.

Page 20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01 200창의·혁신·소통의 21세기형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기업가정신은

경제강국이 되는 지렛대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미국의 철도회사처럼

쇠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은 과거의 기업가정

신을 향상시켜 청년들에게 새롭게 다가서야 할 시점이다.

21세기형 기업가정신으로 창의와 혁신, 소통, 새로운 리

더십의 전형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한국이 선진국

의 문턱을 넘는 디딤돌이 되고, 경제강국이 되는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Page 20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03 202

새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패러

다임을 열기 위해 혁신적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창업과 중

소·벤처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적

극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가정신과 일자리 창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상호연관성을

반성식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벤처경영학과 교수한국 글로벌기업가정신 연구센터(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Center) 대표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정책적 대안

Page 20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03 202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가진다. 창조경제에 대해 대통령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의

를 바탕으로 정리하면 ‘창조경제란 창의성과 정보통신기술

을 활용,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 일자리, 성장동력을 창출

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창조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창조경제란 글로벌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창업 생태계와 기업가정신 문화의 조성을 통해

경제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가정신과 일자리 창

출이라고 볼 수 있다.

창업활동은 혁신을 통해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

해 국가경제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촉매제로서 역할

을 한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어느 정도의 경력을 지닌

초·중년 단계의 연령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모든 연

령층에서 창업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Page 20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05 204

기업가정신,

창업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노력 요구돼

이렇듯 창업의 중요성과 광범위한 범위에서 창업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연구와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우수인력을 창업으로 유도하고 사내 기업가정신 문

화의 조성 등으로 기회추구형의 혁신창업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연구보고서(반성식

외, 2013. 2)의 일반성인조사(APS)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창업 후 3.5년(42개월) 미만의 초기창업활동(TEA: Total Early-

stage Entrepreneurial Activity) 비율은 6.6%로 24개의 혁신주도

형 국가 중 10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도의 TEA 비율 7.8%로 23개 혁신주도형 국가 중

6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따라서 TEA만으

로 볼 때, 우리나라의 창업활동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위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안정기 소유경영활동은 창업 후 42개월이 경과되

Page 20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05 204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어 안정된 상태로 경영이 정착된 단계를 의미한다. 2012년

표본에서 안정기 소유경영활동의 비율은 9.6%로서 TEA 비

율 6.6%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 혁신주도형 경제에서 안정

기 소유경영자가 초기 창업자보다 더 많다는 일반적인 추

세와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 안정기 소유경영 비

율은 2011년 10.9%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 최근년도 TEA의 하락은 주로 생계형 창업의 감

소에 기인한다. 2011년에 비해 2012년에는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크게 하락(3.2% 2.3%)하고 기회추구형 창업의 비중

은 소폭 하락(4.4% 4.3%)했다. 또한, 순수하게 개선 기회를

추구하는 창업활동 비중(% of TEA)은 증가(36.2% 46.2%)하

고 생계형 창업 비중은 감소(41.5% 34.9%)한 것을 비교해보

면 기회추구형 창업활동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창업활동의 질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기술 창업, 새로운 제품·서비스, 고객을 대

상으로 하는 창업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성격의 창업이

증대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혁신주도형

국가의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창업활동의 질

Page 20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07 206

적인 측면에서 기회추구형 혁신창업 비중이 현재보다는 더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종업원 창업, 사내창업 활성화를 통해 기업가정신이 일

상적인 습관이 되도록 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기회추구

형 혁신창업 증대를 더욱 효과적으로 촉진시킬 수 있다.

GEM 2012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종업원 창업활

동(EEA, 2.0%)은 전년도(2.38%) 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혁신주

도형 경제를 영위하는 국가의 평균(4.6%, 2011년)에 비해 격차

가 크게 나타나므로 대폭적인 정책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먼저, 국내 인력의 역량과 기술 등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산업을 발굴하고 대학, 연구소, 산업체

등의 우수인력을 기회추구형 혁신창업으로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운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종업원 창업활동은

초기창업활동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므로, 그 중요성을 기

업경영자 및 정부의 정책결정자가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적극 지원해 사내 기업가적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구조 측면에서 서비스 창업 활성화를 위해 비

즈니스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

Page 20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07 206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리나라는 60~70년대의 경공업, 80년대의 중화학공업, 90

년대의 정밀화학, 기계, 전자공업을 거쳐 오늘날은 TV, 반도

체, 휴대폰 등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러나

제조업만으로는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

기 어렵다.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지

식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지식서비스산업이란 넓

은 의미로 연구개발, 디자인, 컨설팅,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소매업의 비중은 혁신주도형 경제 쪽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비즈니스 서비스업은 혁신주도형 경제 쪽

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EM 2012 연

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도소매업의 비중이 높고, 비

즈니스 서비스업의 비중이 낮다.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비중

이 낮은 것은 국내 기업들의 지식서비스업에 대한 인식부재

와 그에 따른 낮은 시장소비가격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의 창업확산 지원정책과 이들의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강화는 동 산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 전반의 동반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

Page 20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09 208

요하다.

따라서 대표적인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인 컨설팅산업 등

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컨설

팅 대학원 설립과 지원으로 전문인력 양성에 노력하고 있

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서울에 비해 낙후되어 있어 이에 대한 대책

이 필요하다. 예컨대, 창업보육센터는 제조업 위주로 지원

되고 있어 창업컨설팅 서비스 업체는 현실적으로 거의 입

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창업컨설팅 서비스 기

업에게도 창업보육센터 입주 기회를 확대해 제조업 및 다

른 지식산업기업과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 기회 부여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의 창업확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관련 성공사례를 시각방송매체를 통한 홍보

와 교육, 연구, 인프라 및 네트워크 활동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창업보육센터는 제조업 위주에서 제조업,

연구개발, 디자인, 컨설팅,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지식서비스

융합지원센터로서 발전이 필요하다.

Page 21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09 208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셋째,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창업지원 네트워크 구축과 지원제도

개선 등 새로운 대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GEM 2012 연구

에 의하면 우리나라 TEA의 특징적인 사항은 18~24세 연

령대의 TEA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 구간의 혁신주

도형 경제국가 TEA는 10%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18~24세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거나 군 복무시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창업은 물리적·재무적 지원보다는 노하우의

축적을 위한 창업교육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에 더욱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특별시에서 주관하는 ‘청년창업 1000 프로젝

트’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서울특별시는 청년

벤처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창의성과 경쟁력을 갖춘 우수

창업아이템을 대상으로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를 개최해 매

년 약 1,300명(약 3,500명이 응모)이 지원혜택을 받는 다고 한

다. 심사과정을 통해 예상보다 좋은 사업기회와 창업에 대

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많은 젊은 예비창업자들을 볼 수

Page 21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11 210

있었다. 특히 여성 예비창업자들이 과반수를 차지해 여성

창업이 매우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향후 여성창업 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예비창업자의 사업기회

나 열정과는 달리 창업교육 경험이 전혀 없이 창업을 시도

하고자 하는 예비창업자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향후 IT나 모바일 응용산업 분야가 성장할 가능

성이 큰 만큼 대학졸업 후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창업

활동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대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에 관한 부족한 지식과 정

보 및 자원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해외동포 사업가를 포함

한 국내외 산학연관 글로벌 창업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예비창업자들이 창

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 실리콘밸리, 미국 보스턴 루트

128 등 해외 산업체 연계 글로벌 창업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중장기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용하고, 법률, 회

계, 금융 등 창업 컨설팅 서비스 인프라 지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군복무 중 창업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군복무를

하면서도 창업과 연계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Page 21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1 210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지원이 필요하며, 아울러 모든 지원은 창업 성공률 제고를

위해 사후 지속적인 성과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창업지식과 네트워킹의 하부구조 개선을 위한 정

책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GEM 2012년 국가전문가조

사(NES)는 창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여건에 관

한 전문가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가 조

사에 의하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창업환경은 전반적으

로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보다는 높게 나타났으며, 혁신주도

형 국가의 평균보다는 근소하지만 높게 조사되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창업환경 중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분야는 정부정책과 프로그램, 시장

개방성, 물리적 인프라, 문화 및 사회규범, 창업기회, 창업을

위한 능력과 지식, 지식재산권 등이다. 그중에서도 정부정

책과 프로그램은 혁신주도형 국가들과 비교해 양호한 추세

를 이어오고 있으며 높은 시장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

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상업 및 서비스 인프라, 재무환

경, 여성창업, 교육훈련 분야는 혁신주도형 국가에 비해 상

당히 열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창업에 필요한

Page 21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13 212

창업컨설팅, 법률 및 회계서비스, 금융서비스 등의 인프라

개선이 매우 주요 과제로 여겨진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 인

프라는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양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

으므로 창업 관련 컨설팅교육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

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창업기업들이 외부와의 사업협력관계를 위한 활동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 대부분이 협소한 개인적 네

트워크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초기 창업

가들은 대부분 기존에 형성된 인맥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

한다. 따라서 창업가가 갖추어야 할 유·무형의 제반 자원

과 지식에 대한 협력관계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

성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실질적 창업에 진출할 의사는 없

지만 사업 경험이 풍부한 유휴인력을 창업가 지원 네트워

크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제도권 금융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참여 확

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

Page 21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3 212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해 M&A 시장 활성화, IPO시장 기능 정상화 노력, 벤처캐피

탈과 엔젤투자 등 창업 금융환경 개선을 통한 벤처생태계

조성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개별기업에 직접 투

자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

되는 각종 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 등에 투자하는

모태펀드(Fund-of-Funds)를 운용해 개별기업 직접투자의 리스

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엔젤매칭펀드 운용을 통해

창업기업에 대한 엔젤투자 시 정부가 조성한 펀드에서 매

칭으로 자금을 투자해줌으로써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을 지

원해주고 있다. 또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혁신적인 자금조

달수단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크라우

드펀딩(Crowd Funding) 제도 도입을 통한 초기 창업기업 지원

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창조미래펀드 조성 및 중소기업 전

용 주식거래 시장인 코넥스(KONEX) 개장 등 초기 창업자를

위한 지원정책들의 성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개인이 아닌 벤처캐피탈이나 은행 등의 제

도권 금융기관조차 초기 창업기업가에게 우호적으로 자금

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후기 투자에 더욱

Page 21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15 214

집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고, 은행은 위험관리 차원에

서 위험한 초기 창업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다.

이렇게 점점 악화하고 있는 창업자금 공급환경을 정부

의 보조금 확대로 만회할 수 있고 또 이미 그런 정책을 효

과적으로 실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창업 생태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금융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참

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창업을 촉진하고 경쟁

력이 있는 우수한 초기창업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의

조성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우수 벤처캐피탈 육성과 엔젤투자, IPO, M&A 시장환

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수한 창업 생태계 구축 위한

사회, 문화, 정치적 환경여건 조성되어야

우리나라의 창업활동은 1인 창조기업 육성을 비롯한 창

업기술 R&D 지원, 뿌리제조기업 육성 등 미래선도형 제

조업 위주의 창업지원정책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

Page 21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5 214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창업의도는 2009년 이후 크

게 하락하고 그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반성인조사(APS)에서 나타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

는 응답자의 비율은 2010년 34.3%, 2011년 39.6%에서

2012년 40.4%로 증가해 2011년 이후 약 40%로 크게 증

가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TEA도 하락하고 있으며, 창업을 통한 고성장 기

대도 2012년에는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처럼 우리나

라의 전반적인 성인들의 창업에 대한 성장 및 발전의 기대

감은 2009년 이후 개선되지 않고 현상유지 또는 다소 감

소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상을 개선하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서는 먼저 우수한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회, 문화, 정

치적 환경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회추구형

혁신창업, 비즈니스 서비스 창업, 청년창업, 종업원 창업 등

창업 활성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

다. 또한, 성장가능성이 높은 핵심산업을 발굴하고 우수인

력을 창업으로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외

Page 21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➋ 217 216

산업체 연계 글로벌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다수의 청·장년층 잠재적 창업가들을 대상으

로 한 글로벌 지향성과 새로운 고객창출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글로벌기업가정신 연구와 교육, 창업 서비스 인프

라의 구축 및 조직적인 상생협력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기

업가정신을 계발하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창업문화의 창출

이 필요하다. 또한 GEM 2012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

라 남성의 TEA 비율은 10.8%로 혁신주도형 경제국가들

중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반면, 여성의 창

업비율은 2.3%로 혁신주도형 경제국가들 중에서 2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남성과 여성의 창업률 격차가 크게 나타났

다. 따라서 아직도 남성 창업에 비해 매우 저조한 여성 창

업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 창업을 지원해 이민자들의 창업과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창업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교육, 창업프로그램과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촌 창업지원을 위한 전

문기관을 설립하고 창업교육과 연구, 창업 컨설팅, 창업보

Page 21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7 216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정책적 대안

육, 네트워크 등 창업인프라 구축과 이를 위한 적극적 지원

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통해 기업가정신과 일자

리 창출에 전념하고 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새로운

창업혁명을 통해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고, 좋은 결실을 거

두어 국민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이

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age 21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➌ 219 218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그럼 왜 갑자

기 이 시점에서 창조경제인가? 1953년 6.25전쟁 이후 60

년 동안 우리는 세계 11번째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엄청

난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와 성장이 지체

되며 현재 소득 2만 달러대에 멈추어 있다. 얼마 전 매킨지

보고서가 한국의 위기는 북핵이 아니라 경제성장이 멈춘

것이라고도 지적했듯이 한국경제의 성장 지체는 우리 경제

가 당면한 큰 위기이다.

지금까지의 한국경제는 모방을 통해 성장해왔다. 모방경

제의 시대에는 후진국이 중진국을, 중진국은 선진국의 성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창조경제를 넘어창조대국으로

Page 22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19 218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

장모델을 모방하고 그것을 극대화하며 성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소니나 노키아, 애플을 벤치마킹해

서 성장해왔고, 현대자동차는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 등

선진국 기업을 모방해서 여기까지 성장해왔다.

우리나라가 모방경제에서 최적화된 방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대단하지만, 우리보다 모방을 더 잘하는 나라가

나타났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

가 10개가 넘는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회사가 30개가 넘

는다. 중국의 거센 추격이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10년 전에 누가 소니가 무너지리라 생각했던가. 5년 전에

누가 노키아가 무너지리라 생각했던가. 그런데 소니, 노키아

가 무너졌다. 소니와 노키아의 몰락은 일본과 핀란드의 경

제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는 우리에게 대기업에만 의존해서

는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시사점을 안겨준

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창조경제로 가야 한다.

Page 22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➌ 221 220

지속적 성장 위해선

도전과 혁신이 필요

한 사회가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의 핵심요소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 도전과 혁신에서

나오는 창조력과 상상력은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도전과 혁신은 대기업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기업은 조직이 비대하고 관료화된 구조 때문에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상대적

으로 혁신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작은 기업에서 잘 일

어난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작은 기업들이 이루어낸 혁신역

량을 사들여 내재화해서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

과 영업 역량을 활용해서 그들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개방형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한

다. 이 개방형 혁신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는 조직이나 지

역, 국가는 지속해서 성장해나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끊임없이

창업하는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역량을 구글이나

Page 22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21 220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

애플 같은 큰 기업들이 사들여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는 135년 된 회사이다.

이 회사는 100년 전에도 1등이고, 50년 전에도 1등이고,

10년 전에도 1등, 지금도 업계에서 1등이다. 그 비결이 무

엇인가 봤더니 해마다 40여 개 회사를 M&A해 새로운 성

장동력을 만들어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를 예로 들어보자. 핀란드의 노키

아는 2007년도에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냈을 때부터 흔

들리기 시작해서 2009년도부터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노

키아가 무너지면서 4만 명의 직원이 해고되었다. 그 당시

노키아의 매출은 핀란드 GDP의 20%를 차지했는데 노키

아가 그 해 무너지면서 2009년도 핀란드 GDP 성장률은

-8.3%로 떨어졌다. 그런 핀란드의 GDP 성장률이 2012년

에 +2.3%로 상승했다. 핀란드의 경제가 이처럼 빨리 회복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에 있다. 노키아에서 해고된 젊은

이들이 대부분 창업에 도전해 수백 개의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들이 핀란드의 성장동력을 만들었다. 핀란드 관료들은

우리가 너무 노키아에 의존했다며 2009년의 핀란드 경제

Page 22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➌ 223 222

위기의 원인을 노키아에 돌렸다면, 2012년도에는 노키아

가 망해서 핀란드의 경제가 좋아졌다는 역설적인 말을 하

고 있다. 핀란드의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노키아에 들어

가 있을 때는 혁신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해고된 후 창

업해서 그런 새로운 혁신역량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

듯 대기업에서는 인재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들이 창업해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결국 혁신

을 이루어낸다.

창조경제로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들

물론, 이러한 혁신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창조경제로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

어야 한다.

첫째,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재를 만들어내

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나라의 기술을 모방하기 위

한 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모방경제 시대에는 남의 지식

Page 22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23 222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

을 베끼기 위해서 국·영·수만 무조건 달달 외우는 그런 교

육방식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창조경제 시대에는 창의력

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

하고 그런 교육을 받은 인재가 빛을 발할 것이다. 선진국에

서는 어렸을 때부터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을 한다.

미국은 유치원 때부터 게임을 통해서 창업교육을 하고 초·

중·고등학교 때에는 각 단계에 맞는 창업교육과 기업가정

신 교육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창

업을 꿈꾸며 성장해나간다. 또 다른 예로 독일을 보면 대학

진학률이 40%밖에 안 된다. 독일은 60%의 학생을 위해

직업교육을 하고 어릴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가르친다. 반

면, 상대적으로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국·영·수만 열

심히 해서 오로지 수능에만 열중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창업이라는 것을 꿈조차 꾸지 않는다. 대학 졸업하면 창업

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막상 창업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다양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은 협력을 통해 이루어

Page 22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➌ 225 224

져야 한다. 창조경제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을 통한 혁

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나 혼자만의 1등을 위해 개

인의 역량만 키우는 개인주의적인 교육풍토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협력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공동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

과를 낼 수 없으므로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협력하는 교육

을 받고 자란다. 이런 아이들은 커서도 다양한 협력이 가

능하다.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나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할 때 더 시너지효과

를 낸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

런데 우리 교육은 그 다양한 사람들을 몇 가지의 성공방정

식에 맞춰서 붕어빵처럼 찍어내려고 하고 있다. 누구나 가

지고 있는 그런 재능을 교육을 통해 사회가 찾아주고 그

재능을 키워주는 속에서 다양한 창조적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둘째,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

Page 22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25 224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

워하는 환경 속에서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는 창업하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창

업은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도 창업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가장 똑

똑한 젊은이들은 고시공부를 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이며, 창업투

자에 적극적인 엔젤투자자가 많은 사회이다. 현재 우리 정

부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많은 돈을 융자해주고 있다.

이러한 융자는 창업가들이 실패했을 때 그들을 신용불량

자로 전락하게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똑똑한 투

자자로서 창업가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매년 500여 개의 기업이 정부지원을 받

으려고 지원한다. 정부 내에 있는 120명 정도의 투자가치

평가사(evaluator)가 어떤 기업에 정부자금을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500개 업체에 파견을 나간다. 팀워크를 확

인하기 위해 2~3개월 정도 같이 지낸다. 이렇게 2~3개월

Page 22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➌ 227 226

이 지나면 이들 투자가치 평가사들이 리포트를 작성한다.

리포트 결과를 바탕으로 500개 기업 중 120개 기업에 투

자하게 된다. 1개 업체당 투자금액은 한국 돈으로 7,000

만 원 정도다. 이 가운데 20%가 성공하게 된다. 투자가 끝

이 아니다. 투자한 다음 6개월에서 1년 뒤 다시 평가한다.

성취가 있으면 벤처캐피탈들이 와서 투자를 집행한다. 만

약 벤처캐피탈들의 투자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판단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5억 원 정도 정부

가 직접투자를 진행한다. 우리 정부도 창업하는 사람들에

게 융자를 해주고 뒷짐만 질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창업

성공의 열매를 공유하고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필

요가 있다. 유럽 역시 실패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

망이 잘 돼 있어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회안전망을 갖추어 창업

하는 사람들을 장려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미국이나 다른 여타 선진

국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있을 때에 우리

는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

Page 22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27 226창조경제를 넘어 창조대국으로

렵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고 헤

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창업이 활성화되고 혁신이 일어

나야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장해나갈 수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 우리가 성장동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교

육을 통해 창조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

업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이 아동기부터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창업문화의 자연스러운 체득이 이루어질 때 전

반적인 창업성공 확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국내의 수많은 창업가가 한두 번의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

콘밸리 창업시장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실패에 대한 관용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의 많은 청년이 창업에 뜻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이러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제조건이 해결된다면 대한민국이 창조경제 시대에 창업

대국으로 발전해 세계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Page 22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29 228

박근혜정부의 최대 화두는 창조경제

실현이다. 그런데 창조경제에 대한 정의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그런대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와 접목해 새로운 산업

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을 강화하는 것이 ‘창조경제’

라고 정의했다.

창조경제

패러다임 변화

물론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용어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사무총장

기업가정신,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Page 23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29 228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는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선진국들에서 오래전부

터 사용해왔던 용어이다. 최근 들어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가 되면서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봉착하

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는 해결방법의 하나로 창조경제가

제시되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세계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뀌고 있

다. 토지, 노동, 자본으로 대변되는 ‘산업경제 시대’에서 지식

과 정보가 가치창출의 핵심이 되는 ‘지식정보경제 시대’를

거쳐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치창출과 성장의 핵심동력이 되

는 ‘창조경제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창조경제, 이것

은 산업경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6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가

되고 있다. 새 정부가 이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창조경

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지식이나 기술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

6  한정화, 일자리 창출과 청년창업 활성화 세미나 자료집, 2012

Page 23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31 230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과 전혀 다른 창의적이고 상상력

이 기초가 된 지식이나 기술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경제성

장은 물론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젊은이들

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다.

대기업 취업보다

창업 선택하는 기업가정신이 더 중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혁신적 기술개발, 새로운 시장창출, 정부차원의

다양한 지원책,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국제협력과 글로벌

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기업가정신 함

양이 아닐까 싶다. 청년들이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해 새로

운 업(業)을 만들어 가는 기업가정신을 발현하지 않으면 창

조경제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가정신, 그것 또한 쉬운 개념이 아니다. 창조경제만

큼 어려운 용어이다. 학자들마다 정의가 각각이다. 마이클

Page 23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1 230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모리스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파악하고, 이 기회를 이용하

기 위해 다양한 자원을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교수인 도널드 쿠라타코는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비전을 창조하고 구축하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가지 정의를 종합해볼 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

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창업정신’

을 기업가정신으로 정리해도 될 것 같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빌

게이츠는 기업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지속성장을 위해 정

부가 해야 할 역할을 묻는 대통령의 질문에 대해 “대기업

에 취업하는 것보다 창업을 선택하는 기업가정신을 더 높

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가정신이 얼

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렇다. 세계적인 기업가정신 아이콘하면, 페이스

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다. 그는 1984년생으로 우리나

라 나이로 이제 서른 살이다. 그는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

을 졸업하지 않고 2005년 21살의 나이로 페이스북을 설

Page 23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33 232

립했다. 여자 친구의 일상을 보기 위해 개발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창업 7년째인 지난해 5월 나스

닥에 상장시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주커버그는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재산 100억 달러에 이르는 억만장자 부자가

되었고, 3,500명의 본사 직원을 고용하면서 일자리 창출

에도 상당히 기여함으로써 제대로 기업가정신을 발현한 인

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 ‘저조’

이처럼 개인의 부(富)도 챙기면서 자신은 물론 동료들을

고용하면서 청년실업을 해결해주는 ‘한국의 주커버그’를 많

이 탄생시킨다는 것이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창조

경제의 핵심이다. 한 해 대학 졸업생 57만 명 가운데 40%

에 이르는 20만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백수’로 놀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이 정부의 생각이다.

Page 23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3 232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우리나라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 기업가정

신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루에도 테크, 인터넷이란 이름의

벤처기업들이 젊은 창업자들에 의해 수없이 설립되었다. 그

야말로 기업가정신이 최고로 발현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벤

처열기가 식으면서 혁신적 창업정신, 즉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도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업가정신이란 단

어가 무색할 정도가 된 것이다.

국 가 2001년 2003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1년 2012년

독일 8.0 5.2 5.4 - 4.1 5.6 5.3

대만 - - - - - 7.9 7.5

미국 11.6 11.9 12.4 9.6 8.0 12.3 12.8

스페인 8.2 6.8 5.7 7.6 5.1 5.3 5.8

영국 7.8 6.4 6.2 5.5 5.7 7.9 9.0

이탈리아 10.2 3.2 4.9 5.0 3.7 - -

일본 5.2 2.8 2.2 4.3 3.3 5.2 4.0

중국 - 12.0 13.7 16.4 18.8 24.0 -

프랑스 7.4 1.6 5.4 3.2 4.3 5.7 5.2

핀란드 7.7 6.9 5.0 6.9 5.2 6.3 -

한국 14.9 - - - 7.0 7.8 6.6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의 초기창업활동지수 국가별 추이

자료 |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2012 연구보고서

Page 23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35 234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최악의 상황’이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 등 외국 선진국과 비교하면 많

이 부족하다.

미국 뱁슨컬리지와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등이 발표한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가정

신의 평가측도가 되는 초기창업활동7지수가 6.6%로 나타

났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1년 14.9%이던 것이 2011

년 7.8%, 2012년 6.6%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성인 100

명 중 업력 3.5년 미만의 창업자 수가 2001년도 15명 정

도에서 7명 정도로 절반 이상 줄어들고 있다. 조사대상 69

개 국가의 평균인 7.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흡하다.

특히 기업가정신 최고의 국가인 미국은 2001년 11.6%에

서 계속 상승세를 유지해 2011년 12.3%, 2012년 12.8%로

초기창업활동이 상당히 활발함을 보여주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초기창업활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

7  조사대상자인 18~64세 성인 중 현재 3.5년 이하의 창업기업을 소유하는 경영자가 차지하는 비율

Page 23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5 234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능하다.8

그러한 사례는 또 있다. OECD 기업가정신 지표도 이

8  반성식,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2012 연구보고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2013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창업주 수

국 가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1년

독일 1.11 1.21 1.19 1.18 1.18 - -1.35

스페인 4.82 5.04 5.42 5.3 3.91 2.92 2.59

영국 9.77 8.3 9.19 11.04 9.1 8.04 10.41

이스라엘 5.28 4.56 4.4 4.56 4.46 - -4.46

이탈리아 1.80 1.90 1.93 2.01 1.89 1.77 1.63

인도 0.05 0.05 0.02 0.07 0.11 - 0.09

일본 1.3 1.32 1.73 1.47 1.28 - 1.10

프랑스 2.78 2.86 3.03 3.53 3.52 3.07 3.13

핀란드 2.45 2.59 2.98 3.92 3.84 3.37 3.60

한국 1.67 0.92 1.88 1.56 1.72 - 1.83

유럽연합 4.39 4.5 5.31 6.12 5.68 4.77 -

OECD 4.48 4.32 4.87 5.22 4.61 4.61 -

세계 2.78 2.92 3.25 3.66 3.7 3.15 3.42

주 | 1) 기업가정신이 왕성하다고 알려져 있는 대만과 미국의 자료는 미수록

2) 경제활동인구는 25세 이상 65세 미만을 의미함

자료 | 세계은행(2012), World Development Indicator

Page 23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37 236

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은행(WDI: World Development Indicator)

이 기업의 생성 및 소멸 등을 기준으로 밝힌 ‘경제활동인구

천 명당 창업자 수’ 현황 자료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주

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2011

년 경제활동인구 천 명당 창업자 수는 평균 1.83명으로

OECD 평균의 3.42명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

교육이 가장 큰 문제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젊은이들의 도전

의식 부재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정부의 지원정책, 스펙 쌓

기에 의존하는 교육시스템, 창업-투자-재도전으로 이어지

는 선순환 창업생태계 조성 등 그 이유가 적지 않다. 하지

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기업가정신 교육’ 문제이다.

창조경제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

Page 23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7 236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가 없다. 마크 주커버그처럼 성공적인 청년창업이 이루어지

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성공적인 청년창업의 사례를 보면 기업가정신 교육

을 통해 기업가로서 올바른 태도와 의식, 사업가로서의 역

량, 적절한 기회와 만남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9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교육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

다.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별도

의 기업가정신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

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다. KAIST, 한양

대, 충남대, 순천향대, 숙명여대 등 5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내로라하는 스탠포드, 하버드, MIT 등 200여 개 대학이

기업가정신센터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를 창업을 통해 사업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모

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조짐

은 좋다. 중기청과 교육부가 학생들의 기업가정신 함양을

9  한정화, 일자리 창출과 청년창업 활성화 세미나 자료집, 2012

Page 23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39 238

통한 창업활성화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2011

년부터 전국 18개의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해 기업

가정신 교육을 통한 창업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섰으며, 교

육부는 지난해부터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을 운영하

면서 참여대학 61개에 별도의 창업교육센터를 설치해 학

생들의 기업가마인드 확산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외형

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큰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

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능력을 배

양하기보다는 진학이나 취업에 주력해온 대학으로서는 제

대로 된 기업가정신 교육체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아

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렇다고 마냥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의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예상외로 높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

요가 있다. 고용정보원이 전국대학교 학생 1,000명을 대상

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3%가 ‘창업

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실제 창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우’는 4.9%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

Page 24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39 238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창업교육을 적극

적으로 수행해 학생창업이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조사대상 학생 86.4%가 ‘창업교육이 필요하

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창업교육

만족도 70점으로 ‘보통’

그럼 실제 현재 우리의 창업교육 실태는 어떤가? 한마디

로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2013

년 대학산학협력백서에 따르면 2011년 전국 대학교 창업

강좌 수는 2,582개이며, 이를 통해 15만 3,258명10의 학

생이 창업강좌를 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대학(전문대

학 포함) 전체 학생 수가 290만 명에 이른다고 봤을 때 4.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지원사

10  일반대학 1,950개 강좌개설, 131,002명이 창업강좌를 이수했으며, 전문대학이 632개의 창업강좌를 개설해 22,256명이 이수했다.

Page 24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41 240

업의 통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LINC대학 가운데

실태조사에 응한 54개 대학이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창업

관련 강좌 수는 모두 974건으로 학교당 평균 18과목을

창업 강좌로 개설했으며, 이를 통해 수업을 받은 학생 수

는 모두 5만 7,087명으로 학교당 평균 1,057명이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2011년 창업강좌 수 714건

(36.4% 증가), 수강학생 수 4만 5,504명(25.5% 증가)보다 늘어

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기업가정신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LINC 지원사업 대학의 교과과

정을 보면 60% 이상이 창업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이나 기

업가 마인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일반 교양수준의 강

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창

업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LINC사업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창업강좌를 교육과정별

로 나눠볼 때 2012년 창업에 관한 이론 또는 기업가 마인

드 함양 등 창업일반과 관련된 교양과목이 전체 63%이고,

경영학 인문사회, 공학, 예체능 등 각 전공영역에서 창업과

Page 24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41 240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연관해 편성된 전공과목이 34.2%에 이르는 반면 사업계획

서 작성, 모의창업, 시제품 개발 등 창업 관련 실습을 주로

하는 실습과목은 2.8%에 그치고 있다.11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대학에서 창업강좌를 듣는 수

강생들의 만족도는 ‘보통’ 정도이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

단이 LINC사업지원대학에서 창업강좌를 수강하는 3,765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 만족도12를 측정한 결과

7점 만점에 평균 4.73점으로 ‘보통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

11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창업교육센터운영실태조사, 2013.2

12  창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창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 창업교육이 진로선택에 미치는 영향, 향후 창업의지, 교수 교육방법 등 5개 부문 20개 항목으로 구성

내 용2012년 2011년 증가율

강좌수 이수자수 강좌수 이수자수 강좌수 이수자수

교양과목 614 42,373 438 33,744 40.1 25.5

전공과목 333 13,694 261 11,331 27.6 20.8

실습과목 27 1,020 15 429 80.0 137.7

합 계 974 57,087 714 45,504 36.4 25.5

LINC사업대학 개설강좌 및 이수자 현황

자료 |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Page 24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43 242

타났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70.14점이다.13

대학 창업교육,

4.5%로 상당히 저조

기업가정신 교육은 창업을 하고, 해당기업 또는 사업체

를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고양시키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

의 활동을 촉진하며, 사회적 책임성을 다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는 게 많은 학자들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지속적인 기업가정신 교육

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은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기업가정신 교육과정을 넣어 어릴 때부터 혁신적인 창업정

신과 역량을 키우고 직접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이를 증명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일천하다. 청소년의 기업가정신

13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대학창업 강좌 이수학생 만족도 조사, 2013.3

Page 24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43 242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육이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기청이 전국 특성화고 가운데 124개교(2012년 기준)를 선

정해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비즈쿨(Bizcool)을 운영하고 있

지만 고등학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초등학교(12개)와

중학교(8개)를 합쳐 20개로 전국 초중학교 9,057개의 0.2%

에 불과하다. 이처럼 초중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전무

한 상태나 다름없다.

미 대학

기업가정신 과정 5,000개 개설

기업가정신의 원동력은 ‘성취욕’과 ‘성공체험’의 선순환적

작용으로서 기존의 사회적 위치에서 더 나은 삶으로 이동

하려는 사회적 성장(Social mobility)의 욕구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실현되는 사회가 될 때 그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우리의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청년창업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주마다 기업가정신 교육

Page 24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45 244

내용이나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기업가로서 갖

춰야 할 태도와 의식을 교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아이오와 등 10개 주에서는 기업가정신 교육대학교 이전까

지 12년 동안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제화해 놓고 있다.

미국의 초·중·고등학교 기업가정신 교육의 역사는 100

년이 넘었고, 정규교육과정(Mini-Society), 방과후 프로그램

(Making a job), 특별 프로그램(Entre Prep) 등으로 진행하면서 청

소년 시절부터 기업가로서 태도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 세계적인 기업가정신기관인 카우프만재단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1992년부터 리더십센터를 설립해 예

비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는 ‘패스트트랙(FastTrac)’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연령에 따라 기업가정신 교육프로그램을 차별화해 운영하

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각각에 대해 별도의 교육프로그

램을 마련했으며, 대학생에 대해서는 전공분야에 상관없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카우프만 캠퍼스’를 미국

스탠포드, 하버드 등 20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반

Page 24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45 244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인을 대상으로도 미국 전역에서 300여 개 기관을 통해 기

업가정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200여 개의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전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

가정신 관련 교과과정은 무려 5,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

로 알려졌다. 스탠포드 등 일부 대학의 경우 공과대학 등에

서 기업가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별도

의 기업가정신센터를 설립, 전문교과과정을 통해 기업가정

신을 함양하고 있다.

미국 못지않게 최근 들어 유럽 국가들도 기업가정신 교

육이 활발하다. 2003년 리투아니아가 가장 먼저 기업가정

신 교육을 시작한 후 2004년 영국과 노르웨이가 기업가

정신을 정신교육과정에 편입해 교육에 나섰으며, 현재 스웨

덴, 덴마크, 헝가리,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대부분 유럽 국

가들이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교차교과과정(Crosscurricular)의 형태로 진행하거나 분리된 교

과과정의 한 필수과목으로 운영해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

Page 24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47 246

으로 학습하도록 한다. 그동안 많은 유럽 국가들은 기업가

정신을 공식적인 교과과정으로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각급 학교 실정에 맞게 필수과목으로 채택하

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세계경제포럼의 유럽

소위원회가 유럽 각국에 초·중·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기업가정신을 반영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14

14  유럽의 기업가정신교육, National Strategies, Curricula and Learning Outcomes, European Commission, 2013.3

국 가 주요 내용

영 국 4단계(15~19세) 학교 90% 정도가 기업가정신 교육 채택, 교사용 기업가정신 교육 온라인 툴 개발중

스페인 중소기업청(SME) 교재 개발 배포, 교육개혁을 통해 중학생에게 기업가정신 교육 필수과목으로 채택 추진중

핀란드 교육부와 문화부 기업가정신 교육 지침(2009년) 확정·운영, 기업가정신 5개년 계획 수립

오스트리아 고등학생 대상 경진대회, 교사지원정책, 초등학생 기업가정신 필수과목채택

유럽 주요 국가 기업가정신 교육의 특징

Page 24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47 246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국 가 주요 내용

벨기에 기업가정신 관련 온라인지원센터 운영, 경진대회 네트워크활용을 위한 실전창업 교육 도입

네넬란드 초등학교가 원할 경우 기업가정신 교육 보조금 지급, 초·중·고등학교 교사 양성프로그램 운영

덴마크

현재 중등학교 비즈니스, 노동 관련 교육에 기업가정신 반영, 고등학교는 각 과목에 기업가정신 반영. 앞으로 과학기술부, 문화부, 교육부, 경제부가 공동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 까지 기업가정신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운영할 예정

스웨덴 기업가정신 경제교육에 반영, 교사용 기업가정신 사례 발굴 및 교재개발 배포

터 키 정부차원의 기업가정신 전문 교육과정 운영, 전문교재 개발 배포

슬로바키아 ‘직업교육(Work Education)’ 전문 교과과정 운영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기업가정신 필수과목으로 채택, 중등학교

루마니아 초등학교 기업가정신 정식 교과과정에 반영, 정부차원 중학생 대상 교사의 비즈니스 경진 개최

폴란드 중등학교 기업가정신 필수과목 채택

불가리아 중고등학교 사회과목에 기업가정신 교육과정 반영, 유치원부터 기업가정신 교육 의무화하기 위한 법제정 추진

키프로스

중학생 대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에 참여해 희망직종 경험기회 부여(학생들의 비즈니스 실제 체험), 초등학교 교장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 의무화, 키프로스 대학 고등학생 대상 창업경진대회 실시

라트비아 지역의 성공기업인과 만남 주선

몰 타 기업가정신 관련 프로그램(네트워킹, 인턴십) 진행 초·중학교 지원

자료 | 유럽의 기업가정신 교육, National Strategies, 2013년 3월 자료 재구성

Page 24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49 248

기업가정신 교육

전 대학 확산 필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가정신 교육 확산을 위해 선

결해야 할 과제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대학을 포함해 300개가 넘는 모든 대학

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독자적인

기업가정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5개의 대학을 비롯해 중

기청의 창업선도대학과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지원

사업 대학 등 일부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업

가정신 교육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겪는 일자리 창출

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정부 및 공공기

관,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골몰

하는 대학생들을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 창업

으로 이끌어내기 어렵다.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기에 적합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

는 것 못지않게 잠재적인 기업가를 발굴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창업의 성공률이 높다는 점에

Page 25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49 248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비춰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

업가정신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대학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한 창업이 취업을 못하는 학생들의 또 다른 대안

으로 생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가정신 교과목

이 일반 교양과목으로서만이 아니라 실전창업에 도움이 되

는 정규교과목으로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대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단기적인 과제라면 현

재 전국 1만 1,360개에 이르는 초·중·고등학교의 기업가

정신 교육과정 채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법제화를 통해

초·중·고등학생들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의무화하는 의미

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인재가 넘치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적극 도입

해야 한다. 할 수 있으면 의무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영재학교, 과학고

의 연구경험기회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이라

Page 25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51 250

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정학교 위주로 추진되는 교육으로

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 발현국가’로

우뚝 설 수 없다는 점에서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로 기

업가정신 교육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교육자

양성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전

담교원이 상당히 부족하다. 현재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

육을 하는 교원들은 경영학과 관련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산학협력선도대학과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을 추진

하면서 일부 대학이 창업이나 산업체의 경험이 있는 전문

교원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창업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의 창업교육 전담 교원이 평

균 1.78명이라고 보면 다른 대학의 사정이 어떠할지 예측

이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체계적

Page 25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1 250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 양성(Trainers of Trainers)이 무엇보

다 시급하다. 현재 정부가 학생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

진 중에 있는 산학협력중점교수 채용을 확대해 창업이나

산업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대학생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

록 하고, 각 대학의 창업 관련 유사 전공자나 관심 있는 교

수를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쉽

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 교육에 관심 있는 교수

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해외 전문대학의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체계적

인 커리큘럼과 교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가로서

인식과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초교육에서부터 실질적이

고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역량교육이 짜임새 있게 이

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강의실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이론적인 강의보다

는 현장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기업이나 관련 기관

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현장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Page 25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53 252

뱁슨 칼리지

The Arthur M. Blank

Babson College Entrepreneurship Center

·기업가정신 전문 대학, 연구 및 교육· 학부 수업을 기초(Foundation), 중급(Intermediate), 고급(Advance) 등 단계별로 운영

·경영과 기업가정신 기초(FME)·기업가정신 교육자를 위한 심포지엄(SEE)

리하이 대학

Baker Institute

·진학준비 단계부터 대학원까지 체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 시행·교육을 산업계와 협력을 통해 수행·학생은 물론 교수들의 기업가정신 발현에도 주력·기술 관련 기업가정신 교육 실시

시카고 대학

Polsky

Entrepreneurship Center

·동문, 기업가 등의 자문위원회·전담교수 8명 확보·다양한 Activity, Club 운영

아이오와 대학

John Pappajohn Entrepreneurial Center

·지역특화프로그램 운영·공대, 의대 등 융합과정 운영·동문-학생창업 연계 멘토링

센트루이스 대학

SLU Cook School of Business's Center for Entrepreneurship

미국대학의 기업가정신 교육 현황

Page 25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3 252기업가정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우수 기업가정신 교육 모델 선정·학부 기업가정신 교육 상위 25위·여성 기업가정신 강점

루이즈빌 대학

Forcht Center for 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에 대한 학부, 석사, 박사 교육과정 운영·우수 기업가마인드 교육 모델선정

미주리대학(갠사스시티)

Institute for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카우프만재단과 지역적 연계·한국 교수가 현재 운영 관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Carolina Entrepreneurial Initiative

·예술대학과 과학대학 신입생 대상 기업가정신 교육 ·카우프만재단의 지원으로 운영·학생, 교수, 직원 등이 팀으로 한 창업경진대회 실시

조지워싱턴 대학

Center for Entrepreneurial Excellence

·카프만재단에서 자금지원을 통한 기업가정신 교육기관 연구·기업가정신 교육 및 교육자의 교육 연구 강점

일리노이 대학

TEC(Technology Entrepreneur Center)

AEL(Academy for Entrepreneurial Leadership)

·학생, 교수,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 실시·기업가정신에 관심 있는 교수들의 Faculty Fellows 프로그램 실시

MIT

MIT Etrepreneurship Center

Page 25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5 254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➍ 255 254

·상근(Full Time) 관리자를 따라 고용·경험 많은 실무교수 25명 확보·현재 50개 이상의 기업가정신 교육과정 개설·MIT $100K 사업 경진대회

UC버클리 대학

·기업가정신은 교육은 공대와 경영대에서 별도 프로그램으로 운영·창업 경험이나 기업체 경험이 있는 교수가 창업프로그램 faculty로 참여·공대 석사과정은 전문기술 교육, 캡스톤디자인 교육, 리더십 교육으로 구성·캡스톤디자인 수업 및 프로젝트는 주로 기업체 지원으로 추진

스탠포드 대학

Stanford Entrepreneurship Network(SEN)

Stanford Technology Venture Program(STVP)

·전문적 기업가정신프로그램인 ‘코치스 온 콜(Coaches-on-Call)’을 운영·실리콘밸리 내외의 차세대 기업가·공과대학 교육과정 트랙·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공동 참여해 교육과 연구를 진행

· 과학 기술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매우 다양한 지식기술 창업 관련 정규 코스 교육과목을 제공 양성

·학생과 지역 기업가와 네트워크를 촉진하기 위해서 ‘기업가 리더(entrepreneurial thought leaders)’ 강연 시리즈, 전국 기업가 훈련 캠프(E-bootcamp) 등을 주최

Kauffman Foundation

Kauffman Campuses

·미국 내 대학과 협약 후 교육 지원·KEF와 업무 협약 체결·창업교육 전문 프로그램 개발·보유

자료 | 해외선진대학 창업교육센터 조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조사, 2012년 8월

Page 25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5 254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255 254

최근 대한민국 경제를 논하면서 ‘솔개

의 우화’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의 조류 중에서 가장 수명이 긴

새는 바로 솔개이다. 솔개의 수명은 70년 정도라고 하는데,

모든 솔개가 70년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고, 약 40년이 지

난 후에는 부리, 발톱, 날개가 노화되는데, 30년을 더 살고

자 하는 솔개는 부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송두리째 뽑혀 나

갈 때까지 바위에 부리를 쪼아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기를

기다리고 깃털, 발톱도 뽑아서 새롭게 구성해 70년까지의

수명을 영위하는 것이다. 바로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익

홍대순

ADL KOREA 부회장

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위대한 기업으로

Page 25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57 256

숙함을 철저히 배격하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환골탈태를

통해 미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사내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인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최강자 중 하나였던 코닥의 사례

를 보자.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운명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비단 코닥뿐이겠는

가? 워크맨 등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던 일본의 소니, 휴대

폰의 지존이라 불리던 핀란드의 노키아를 보라. 대마불사

라는 수식어가 초라할 만큼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은 대기

업들이 하나 둘씩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간 대기업 주도로 성장이 이루어져왔

고, 현재까지도 한국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및

역할은 매우 큰 상황이다. 따라서 대기업이 흔들리게 되면

한국경제에도 타격이 매우 클 수 있기에 대기업의 지속적

인 성장은 우리가 풀어야 할 매우 주요한 어젠다임에 틀림

Page 25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7 256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없다.

외부시장 환경은 어떠한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

환되었고, 실물중심의 산업경제(Industrial Economy)는 창조사

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하에서 창조경제 시대로 접어들었

으며, 이러한 창조경제의 등장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의 전환에 버금가는 큰 변화로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의

변화가 예상된다. 바야흐로 창조경제가 전 세계 역사를 새

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창조경제하에서의 주도권을 잡아가

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구사해 가고 있다. 산업경제에

서는 요소투입형(노동, 자본 등)에 의한 생산성?효율성이 중시되

었던 반면에 창조경제에서는 요소투입형보다는 창의적 아

이디어인 상상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이를 통해 경제

혁신과 사회혁신을 일으키는 구조로서 효과성(Effectiveness)

이 훨씬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된다. 따라서 산업경제에서는

기업의 흥망성쇠가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 창조경제

하에서는 기업의 흥망성쇠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지속성장 관점에서 보면, 창조경제 시

Page 25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59 258

대에는 그만큼 빨리 무너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후발주자

가 선두주자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역설

적으로 마련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코닥, 소니, 노키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울러 창조경제라는 외부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대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

은 바로 다름 아닌 ‘사내 기업가정신’이다. 사내 기업가정신

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벤처·창업에서 얘기하는 창업가 개

인차원의 기업가정신과는 달리, 대기업 같은 조직 내에서

기업가정신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것이라 볼 수 있

으며, 그 중요성이 대한민국 대기업에서는 더욱 각별하다.

앞에서 언급한 기업 사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대기업은

성장과정 속에서 자칫 과거 성공경험에 젖어 오히려 안주

하는 경우도 많고, 조직이 관료화되는 경향도 짙다. 조직이

관료화되다 보면 조직 내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일지라

도 사장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은 해외 선도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그야말로

바쁘게 살아왔다. 무엇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선

Page 26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59 258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도기업들의 제품 추격에 온 힘을 다 쏟았고, 그야말로 눈부

신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2012년에 대한민국은 무역규모 1조 달러로 세계 8강,

그리고 20-50(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5,000만 명 인구) 클럽에는 세

계에서 7번째로 가입되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반면에 1인

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달성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

전히 2만 달러와 유사한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한계를 보

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창조경제 하에서의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 및 새로운 성공방정식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간 대한민국 기업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 선

도기업을 추격해가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어떠

한 창의적인 제품(What)으로 세상을 리드할 것인가보다는

해외 선도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어떻게(How) 하면 빠르게

추격해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즉, 추격전략에

기반하다 보니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이 약화되기도

하고, 그 필요성의 절실함도 축소된 경향이 있으며, 조직운

영 시 자율·창의보다는 하라는 일을 열심히 하는, 어찌 보

면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에 훨씬 익숙해져온 측면이 존재한

Page 26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61 260

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관리는 오히려 조직 내 창의성을 떨

어뜨리고, 조직 구성원에게 자발적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가 쉽지 않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구글의 20% 타임제는 1주일에

하루는 본인 업무 이외의 일을 자유롭고,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흔히 마음대로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인데, 조직관리

차원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일지 모

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

업이 창조경제 시대에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성

공의 방정식을 바꾸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며, 아울러 대한

민국이 산업경제 시대에서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냈듯이, 창

조경제 시대에서 제2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사내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대기업으로 환골탈태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사내 기업가정신이 창조경제 시대에 ‘있으면

좋은(Nice to Have)’의 개념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Must

Have)’ 개념이 되어야 한다.

Page 26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61 260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사내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제언

지금까지 창조경제하에서의 사내 기업가정신의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내 기업가정신

이 조직 내에 확립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에 대해 3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제언 1: 숙제는 이제 그만! 출제를 하라

‘숙제를 잘한다는 것’과 ‘출제를 잘한다는 것’, 여기서 ‘출

제’의 의미는 세상 및 시장을 구상하고 창조해가는 제품의

출시를 의미하고, ‘숙제’의 의미는 누군가가 출제해놓은 것

을 어떻게 빨리 추격해서 개발·출시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의 사례를 들어보면 애플은 출제를 한 것이고,

다른 기업들은 출제된 애플의 스마트폰에 기반을 두고 어

떻게 신속하게 기술을 개발해서 추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일종의 숙제를 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age 26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63 262

출제를 잘 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데,

필자는 이를 Innovation Premium이라 부르고 싶다. 아주

쉽게 보자면 PSR(Price Sales Ratio)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PSR

이 1보다 크면 클수록 해당기업은 Innovation Premium

을 많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PSR은 약 2.7, 구글의

PSR은 약 5.9, 페이스북의 PSR은 11정도이다. 그만큼 해당

기업은 출제를 하고 있는 프리미엄을 획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 또한 출제를 해오다가, 출제

빈도가 더뎌지면 성장의 퇴보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출제의 또 다른 사례로 마차(馬車)의 예를 들어보면, 마차

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차의 속도, 편의성의 증가

를 구상하며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주력하는 기업은

숙제를 잘 하는 기업인 반면, 운송수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며, 마차가 아닌 아예 다른 제품의 콘셉트 혁신을 통

해 ‘자동차’라는 제품을 구상하고 세상에 출시한다면 이는

출제를 잘 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차라는 틀

안에서 숙제를 하는 기업과 마차가 아닌 새로운 틀을 제시

Page 26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63 262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하고 출제하는 기업은 근본적으로 그 성장의 곡선이 다를

것이다. 숙제를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출제를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향후 개선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서는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볼 필요성이 있

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 시 앞에서 언급한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의 세 가지 기준에 의해서 살펴볼 수 있

으며,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즉각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

편할 필요가 있다. 즉, 어느 기업이 세상을 잘 상상하고, 그

상상된 제품을 성공적으로 세상에 구현할 것인가가 중요하

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사업 포트폴리오에 연계

된 R&D 또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기업에서 잘

못 짜여진, 즉 승부를 보기 어려운, 또는 세상을 리드하기

어려울 것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

성되어 있고, 이에 기반을 둔 연구개발 활동이 활발히 이루

어지고 있다면, 이는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을 극단

적으로 ‘0’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Page 26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65 264

이처럼 출제와 숙제는 매우 간단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하며, 출제를 하는 것은

사내 기업가정신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출제보다는 숙제하는 경향이 매우 많음을 보아왔으

며, 이러한 과거 패턴이 계속될 때는 미래사회에서 승부보

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자, 이제 질문해보자. 우리 기업은 숙제를 잘 하는 기업

인지, 아니면 출제를 잘 하는 기업인지 말이다. 출제를 하고

있지 않다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즉각 재편하는 작업이 추

진되어야 할 것이다

제언 2: 자율성을 부여하고 열정에 불을 지펴라

이제 두 번째 제언으로서, 그렇다면 출제를 잘 하는 기업

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조치로는 바로 조직

내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조직 내 자율성 부여는 사

내 기업가정신 확립에서 매우 중요하다. 조직 내 자율성이

없다면 이미 사내 기업가정신은 물 건너갔다고 보아도 과언

이 아니다.

Page 26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65 264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조직 내 자율성 부여는 조직 구성원에게 창의적인 아이

디어를 마음껏 표출하게끔 해주는 메커니즘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즉, 조직 구성원은 자유롭게 마음껏 상상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기업은 의미 있는

아이디어 채택, 그리고 신제품·신사업 추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주는 첫 단추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

에서 유념할 것은 자율성을 부여했다고 해서 선순환 구조

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어

떤 기업들은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흉내는 내지만 진정 자

율성 부여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해놓고, 조직 구성원들

의 아이디어를 도출하게끔 한 이후에, 신제품·신사업 아이

디어 선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투명하거나 불명료한 의

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마도

조직 구성원들의 모티베이션은 추락할 것이며, 자율성을 부

여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말로만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생

각하고, 다음부터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도출하려고 하

지도 않을 것이다. 도출한다고 해도 억지로 하기 때문에 그

Page 26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67 266

아이디어의 질 또한 현저히 저하될 것이다.

좀 더 부연 설명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매우

혁신적이고 때로는 위험감수성이 있는 그리고 진취성이 있

는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것은 이

래서,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하고, 기존사업에 익숙한 틀

에 젖어서 정말 해당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

마저 사장·기각되고, 빛을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조직 내 자율성을 부

여할 경우 신사업·신제품 아이디어의 선정 등의 의사결정

과정상의 투명성과 조직 구성원과의 신뢰가 구축되어야만

진정한 자율성이 꽃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없으면,

의무감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조직 구성원은 일이 재미

가 없을 것이며, 회사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의 발굴에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의사결정

상의 공정성은 조직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게 되는데, 이러

한 신뢰는 조직 구성원 스스로 모티베이션이 되게끔 한다.

즉, 자발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신나게 일을 하게 될 것이

Page 26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67 266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다. 일반적으로 일이 재미가 있으면, 놀이 수준이 되어버린

다. 그만큼 해도 해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가 몰입하게 된다. 이는 논어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데,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즐거워하고 즐기는 자를 따라

잡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처럼 자율과 상상·창의에 기

반을 두고 자발적 내적 동기가 강하게 부여되고 스스로가

‘일=놀이’가 되어 일을 즐기게 될 때, 바로 열정을 불태우

게 되는 것이다.

모티베이션 관점에서 보면,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생산성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상과 처벌’ 같

은 것이 매우 의미가 있었으며, 통제와 관리를 통한 효율

성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은 오히려

창의를 약화시킬 뿐더러 근시안적인 생각을 촉진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기업가정신과는 배치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에게 심어야 할 모티베이션은 보

상과 처벌을 넘어서는 자발적 내적 동기가 되어야 할 것이

다. 왜냐하면 자발적 내적 동기는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을

지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Page 26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69 268

따라서 정리해보면 자율성 부여가 우선 시행되어야 하며,

의사결정과정에서 공정성이라는 메커니즘이 가동되어야 할

것이고, 단순한 처벌과 보상이 아닌 자발적 내적 동기·열정

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놀이’가

되면서, 신나게 마음껏 조직 구성원들이 끼를 발휘하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

해 업무공간의 변화, 그리고 앞서 언급한 구글의 20% 타임

제 같은 것들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심리학적

인 관점에서 보면 업무공간의 자유로움은 참신한 아이디어

를 분출시키는 데 좋은 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지금 이러한 자율을 얼마만큼 부여하고 있

는지, 그리고 구성원의 열정을 얼마만큼 지피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고 개선사항이 있으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제언 3: 개미형 인재가 아닌 거미형 인재를 육성하라

세 번째로 사내 기업가정신의 정착 및 확립을 위해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창의적인 인적

Page 27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69 268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자원’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바로 ‘거미형 인재’를 어느 기

업이 더 많이 보유하느냐가 지속적이고도 혁신적인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거미형 인재는 어떤 인재인가? 거미형 인재는 개

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세상을 그려가면서 거미줄로 먹

이를 기다리는 선제적 스타일이라 볼 수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거미형 인재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

력을 바탕으로 미래세계를 상상하며 탄생된 스마트폰은 사

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구현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개성과 창의력으로 무한상상

의 나래를 펼쳐가며, 세상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미래사

회를 선점, 리드해 가는 인재가 바로 거미형 인재인 것이다.

반면에 개미형 인재는 근면, 성실로 대변되는 근대산업

사회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즉, 조직 내에서 열심히 묵

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이 미덕

이 되어 있었으며, ‘빨리빨리’ 등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바

탕으로 일사불란한 조직에 기반해 움직이는 인재를 일컫

는다. 그러나 이러한 개미형 인재가 지닌 DNA가 창조경

Page 27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71 270

제, 그리고 기업가정신의 고취를 위해 적합한 것인가에 대

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창조

경제 시대의 핵심은 자율과 창의라고 볼 수 있으며, 개인

의 획일성보다는 개인의 개성 및 다양성이 중시되어야 하

고, 조직에서의 경직성보다는 자율성이 중시되어야 하기 때

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개미형 인재

는 이와 대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개성, 자율, 창의

가 자칫 저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개

미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 기업에서는 기업의 인재상을 과

거와 다르게 내세워야 할 것이며, 이를 끊임없이 지향한다

는 Commitment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인재상의 철학이 실

제로 인재육성·교육, 성과평가 및 승진 등의 HRM(Human

Resource Management)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뒷받침이 없으면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대한 신뢰가

없게 될 것이며, 조직 구성원 스스로 이러한 인재가 되고자

하는 동기가 사라질 것이다. 더욱 더 개개인의 개성이 살

아 움직이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미형 인적 DNA

가 필요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거미형 인적 DNA

Page 27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71 270사내 기업가정신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거미형 인적 DNA

를 누가 더 많이, 어느 기업이 더 많이, 어느 국가가 더 많

이 보유하느냐가 바로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재양성 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정부차원에서는 과거와 다른 교육철학이 투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월급쟁이 양성을 위한 교육이 아닌 지도자·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며, 획

일적인 교육이 아닌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으로의 전환

등 교육의 질이 근본적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어린이 때부터 창의, 개성이 몸에 체화되고 그러한 분위기

를 토대로 창의문화가 새롭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숙

제만 잘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아닌 진정 창의가 넘

쳐나는, ‘출제를 잘 하는’ 인재강국으로 변모되어야 한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창조경제 구현의 기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사내 기업가정신의 중요성 및 가

Page 273: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273 272제3장 기업가정신, 어떻게 살릴 것인가 ➎ 273 272

치와 더불어 사내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한 3대 제언에 대

해 살펴보았다.

‘창조경제’와 ‘사내 기업가정신’은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

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즉, 창조경제 구현 시 대기업의 사내

기업가정신이 체화되어 있지 않게 되면, 대한민국 대기업의

성장잠재력 및 경쟁우위는 하락할 것이다. 반면에 사내 기

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은 무한상상 속에서 세상을 이끌어

가면서 끊임없는 성장을 구가해 갈 것이다. 이렇듯 사내 기

업가정신은 창조경제 구현의 기틀이 되는 것이며, 사내 기

업가정신의 부족은 창조경제에서의 승자가 되는 것을 어렵

게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창조경제

하에서 새로운 틀로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사내 기

업가정신의 고취는 대한민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

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솔개의

우화처럼 다시 새롭게 시작·변모하고, 사내 기업가정신으

로 재무장함으로써 창조경제하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

시 한 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Page 274: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창조경제의 요체는기업가정신 273 272 273 272

지금 한국경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지

난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의 성과를 거두었

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범 사례(best

practice)였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 경제는 제조업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세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이어지고 일자리 창출력도 급속히 떨어져 가고 있다. 이대

로 가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암울한 이야기가 들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OECD에서는

2013년 6월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30년대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0%대로 떨어져 사실상 성장 엔진이

창조경제의 요체는

기업가정신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age 275: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에필로그 황인학 275 274

멈출 것이라고까지 경고한다. 과거에는 노동과 자본의 요

소투입 증대와 제조업 기반의 수출 주도전략으로 고도성장

을 구가하였지만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점차 효력을 잃어가

고 있으며, 이에 우리 국민의 소득 불안, 일자리 불안은 높

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 위치가 불안하고 앞으로도 낙관하기 어려

운 이유는 무엇인가.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 위기와 세계

적 경기침체 등 외부요인 탓을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외부요인을 탓하기에는 훨씬 구조

적이고 내재적이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모색과 전환

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

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근

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

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정의하고, 창조경제의 목

표는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

는 것’이라고 했다.

Page 276: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창조경제의 요체는기업가정신 275 274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어떻

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5월에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

사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19세 이상의 국민 2,000명에게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 국민 대

다수가 창조경제라는 용어 자체는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잘 모른다고 하

였다. 경제민주화도 그렇지만 창조경제는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정한 것에

대해 84%가 동의한다 하였고, 동의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56%가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우리 국민들은 창조경제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되어 우리 경제의 식어가고 있는 성장 엔진을 다시 살려내

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의도 또한 국민의 기대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반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경제 재도약,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 개선의 목표를 모두 이

Page 277: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에필로그 황인학 277 276

루었으면 하는 충심으로 이 책을 기획하였다. 여기에 글을

기꺼이 써주신 분들은 배경과 직업이 다양하나 여기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바는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다

른 무엇보다도 온 국민과 기업의 ‘혁신 하려는 의욕’, ‘경제

하려는 의욕’이 넘쳐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서 창조경제나 창조산업을 창조하려 해서는 안 되고 또 그

럴 수도 없는 일이다.

혹시라도 정부 주도 하에 융합에 기초한 신산업 또는 신

기술을 직접 육성하려는 것은 과거 정부의 산업정책과 차

이가 없고 성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경제환경은

과거의 추격, 모방시대와 다르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적 선

택이 시장의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과 위험은 더

욱 커졌다. 융합이든 과학기술이든 또는 현 단계에서 우리

가 미처 알지 못하는 생판 무지(pure negligence)의 영역에서

든 온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자발적인 창조자, 도전자

가 되어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창조경제의 모습이 구현될 수 있다.

Page 278: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창조경제의 요체는기업가정신 277 276

이처럼 더 나은 삶을 위해 과거의 생각·해석과 방식을

혁신하고 또는 도전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 접목하

려는 태도가 기업가정신이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성패 여부

는 한마디로 줄이면 기업가정신의 진흥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흔히들 기업인에게

요구되는 자질 또는 덕목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업인, 예비 창업자는 물론이고 학생, 주부, 공무

원 등 모든 국민이 자기 분야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과

거의 방식을 혁신하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려는 노력 모두

가 기업가정신의 소산이다.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발전과 국민경제의 성장을 결정하

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그 중요성이 과소평

가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주어진 환경을 탓

하지 않고 또는 부존자원에 의해 설정된 한계를 뛰어 넘어

개인과 국민경제의 생산가능영역을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라는 점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험이 그러했

다. 우리나라가 부존자원, 기술과 자본, 경험도 없이 반세기

Page 279: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에필로그 황인학 279 278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에서 시작해서 2만 불을 넘

는 선진국의 문턱에 오르게 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온 국민의 ‘잘살아 보자’와 ‘하면 된다’는 긍정 의지와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달

리 기업가정신이 쇠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 NEET족이

100만 명을 넘는다’, ‘생계형 창업은 많아도 도전적 혁신형

창업은 드물다’, ‘중소기업이 많아도 중견·대기업으로 성장

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의 사내 기업가정신도

예전만 못하다’는 등 기업가정신의 실종을 걱정하는 이야기

가 넘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의 실태가 이런데도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미흡했던 게 작

금의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야 매년 11월에 기업가

정신주간 행사를 갖기 시작했으나 행사는 형식에 그쳤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어물

정한 태도는 다른 선진국의 대응자세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EU에서는 ‘리스본 유럽 위원회’를 통해 일찍부터 EU

Page 280: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창조경제의 요체는기업가정신 279 278

회원국의 ‘기업가정신의 고양(高揚)’을 핵심 의제로 채택하

고 정기적으로 회원국의 기업가정신 실태조사보고서를 작

성하는 등 오랫동안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신규 창업은

적고 기존 기업의 성장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 EU 회원국

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는데, 이는 우리의 문제와도 다르지

않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기업가정신의 회복과 확산을 위

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

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중요함에도 관심이 미흡했던 까닭은 아마

도 기업가정신을 개인의 기질과 역량으로만 치부했기 때문

이 아닌가 싶다. 즉 개인의 도전과 모험정신, 융합지식과 혁

신역량을 기업가정신의 핵심요소로 본 것이다. 전혀 틀린

관점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단지 인성과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통제하는 정책과 제도에 더 많이 영

향 받는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실패가 자산이 아니라 패망

이 되는 사회, 융복합화 기술이나 상품을 개발해도 칸막이

규제 법령에 막혀 좌절하는 사회, 애써 만든 창조적 아이디

Page 281: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에필로그 황인학 PB 280

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손쉽게 남의 손에 넘어가는 사회, 성

공해도 사회적 인정이 아니라 질시와 규제가 가해지는 사

회,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의와 혁신의 도전적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기 어렵고 따라서 창조경제의 구현도 요원할 것이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은 만큼 부

처별로 다양한 정책 메뉴가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의 회복과 확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정책도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다. 창조경제의 근간은 기업가

정신이며, 기업가정신은 단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와 정책’에 반응하는 함수이다. 정부는 바로 이 점을 감안

하여 창의와 혁신에 기초한 기업가적 발견과정이 자유롭고

충분하게 일어나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고 조성하는 일

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공동 필

자들의 마음을 모아서 이 책을 출간한다.

Page 282: ENTREPRENEURSHIP FOR TH E CREATIVE ECONOMY 기업가 정신

기업가정신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이 이루어내야 하는 창조경제는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확대선순환 균형경제의 정착일 것이다. 이런 창조경제를 우리 것으

로 만들려면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휘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혁신을 위한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무엇인지, 실패하더라

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한 시장환경을 효율성과 형평성이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성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핵심 부분인 ‘융합’을 위한 부

문 간 벽 허물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 충돌 조정 역

시 정치의 영역이다. 과연 한국정치는 이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상이 또 다시 한국정치의 실패와 마주한다면 한

국경제는 풍파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엔진이 꺼져가는 배의 처지와 다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 창조경제는 어

쩌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마지막 위기 탈출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ISBN 978-89-8031-654-0 93320788980 316540

9 3 3 2 0

9

값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