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함께해요 - c.h.a ·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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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마켓과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를 통해 <문화재 사랑>을 만나보세요 | 모바일앱진 | | 전자책 | 발간등록번호 | 11-1550000-000370-06 ISSN | 2005-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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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우리가함께해요 - C.H.A ·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 가족들의삶이집과의관계를통해서복되고 건강하기를소망하였다. 아울러서집에서이루어지는반복적인일상을통해서사람들이마음과생각도바르게

앱마켓과문화재청홈페이지(www.cha.go.kr)를통해<문화재사랑>을만나보세요

| 모바일앱진 | | 전자책 |

발간등록번호| 11-1550000-000370-06ISSN | 2005-3584

Page 2: 우리가함께해요 - C.H.A ·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 가족들의삶이집과의관계를통해서복되고 건강하기를소망하였다. 아울러서집에서이루어지는반복적인일상을통해서사람들이마음과생각도바르게

우리가함께해요

하나우리전통사상속공감과배려

둘한옥에담긴한국인의배려의마음,그기본에는빌림,어울림,되돌림의태도가있다

셋분노의사회,배려의성품으로치유할수있다

AAUUGGUUSSTT 22001155VVOOLL.. 112299한국인의

마음

배려配慮

나자신을소중히여기는만큼남을위하는마음으로성실히돕고보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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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음 ‘배려配慮’

나자신을소중히여기는만큼남을위하는마음으로성실히돕고보살피다

내이익만을중히여기지않고, 내입장만을생각하지않고타인과공동체, 나아가자연을위해성실히돕고보살폈던우리조상.모두의행복을위해내소유, 내권리를양보할줄알았던훈훈한배려의미덕은문화재를통해전해져우리마음에따뜻한울림을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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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배려配慮’

나자신을소중히여기는만큼

남을위하는마음으로성실히돕고보살피다

우리전통사상속공감과배려

김윤경

한옥에담긴한국인의배려의마음,

그기본에는빌림, 어울림, 되돌림의

태도가있다

윤재흥

분노의사회,

배려의성품으로치유할수있다

이영숙

한옥에서만볼수있는과학적이고아름다운

건축부재-보樑

이재균

배고픈시절, 조상의지혜로운영양섭취방법

-서산게국지

권현숙

푸르다못해검도록짙은섬 위의녹음

-강진까막섬상록수림신지선

정체성이살아있는가구, 자존심을지켜가는사람-가구디자이너진홍범

성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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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한을풀어주던놀이, 어린이의심신을

건강하게하는놀이-비석치기

김숙경

품삯받고대신울어주는곡비哭婢

김시덕

개성복식부기장부와조선시대회계문화

전성호

연합, 화합, 연대의상징

-터키케슈케크의전통

후세인이잇트

새롭게만나는한성백제

새롭게만들어나가는문화재의가치

-서울송파구, ‘ 되살아나는한성백제,

고대역사부활의꿈’

정진우

한국철도의역사가담긴등록문화재‘레일한토막’

손길신

아버지대신군역길 나선효녀부랑

유환석

광복70년 기념‘중명전, 고난을넘어미래로’특별전개최

문화유산보호에기여한숨은공로자를찾습니다

- 「2015년도문화유산보호유공자포상」후보자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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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호. 통권제129호발행일2015년 8월 1일 창간일2004년 10월 29일

발행처문화재청대변인실(우)35208 대전서구청사로189정부대전청사 전화 (042)481-4677 이메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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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유가에서는인간의공감능력과그에따른배려를인간의타

고난본성으로여겼다. 타고난공감능력과배려정신은바로인仁을

말한다. 『맹자孟子』에서는이를‘측은지심惻隱之心’을통해설명한다.

만약지금우리눈앞에서한어린아이가우물에막빠지려고한다

면 그 순간우리는어떠한계산도하지않고그 아이를구하기위

한행동을하게된다는것이다. 맹자는자기이익을계산하지않고

순간적으로 발동하는 이 순수한 마음이 측은지심이고 이것이 곧

우리 마음속에 공감과 배려가 타고난 것이라는 증거라고 하였다.

물론위기의순간에도다른이의어려움을모른척하는경우가없

다고 할수 없지만 이것은 사욕에 의해 인이 끊어진 것이고 만약

이런자가배려하는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거나 자기 잘못을

숨기려든다면 그것 자체가 타고난본성의싹이조금남아있다는

증거가된다고한다. 이런의미에서맹자(기원전 371~289경)는측은지심

이 없다면그는사람이아니라고하였고맹자보다앞서인仁사상을

펼친공자(기원전 551~479경)는 인仁이 없거나너무힘들어서이 마음을

실천하지못하는사람은보지못했다고하였다.

불가에서는이 세상이모든존재자들이상호의존적으로존재하는

연기緣起 구도속에놓여있다고본다. 샤카무니붓다(석가모니, Sakyamuni

01. 퇴계 이황 영정. 퇴계 이황은가정불화를 겪고있던 제자 이함형에게 편지를 써서부부의

도리에서군자의도리가 시작되므로아내를 배려심과공경심으로 대하며 박대하지 말라고 당

부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2. 명재선생유상. 명재윤증은조선후기의대학자로, 추수한

나락을 대문 밖에서 곧바로 옮기지 않고 일부러 마당에 일주일 정도 쌓아두어 누구든 가져갈

수 있게하는등 백성에대한배려의본을보였다. ⓒ문화콘텐츠닷컴 03. 운조루안채에딸린

부엌. 부엌내부에있는나무로된 쌀독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글이쓰여있다. 류이

주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쌀독을 두어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었

다. ⓒ문화재청

전통사상속공감과배려

인체내부의수많은신경세포가운데거울신경세포라는것이있다. 우리가다른사람이나동물이

어떤동작을할때그것을따라하게되거나비슷한기분을느끼게되는것이바로이 거울신경세포때문이라고한다.

가령다른사람이다치는장면을보거나이미다친상처를볼때그고통을떠올리면서자신도모르게인상을찌푸리는경우나,

반대로다른사람의애정표현을보면서미소짓는경우가모두이에해당한다.

우리가다른사람들, 동물들과공감할수있는것은비슷한종으로서같은경험을한다는것 이외에도

신경세포를통해타자의상황을거울처럼따라느끼게된다는생물학적근거를갖는다.

그런데거울신경세포의존재를모르던시절에도우리선조들은우리가늘공감하고배려할수밖에없는이유를생각했다.

우리전통사상의근간인유가, 불가, 도가사상에서이 점을확인할수있다.

글. 김윤경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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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않는것이매우중요하다고본다.

유가에서는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인 인仁이 기본적으로 하늘이

만물을낳고살리는마음(天地生物之心)과같다고보았다. 공감과배려

의 마음인 인仁의 의미는 자기 진심과 성의를 다하는 충忠과 나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서恕로 풀이된다. 이때 나를

미루어남의마음을잘헤아린다는것은내가하기싫은일은남에

게도시키지않는것에서부터출발한다.

다산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인仁의 글자모양이인人과이二의 결합

이고옛 전서에서인仁을인인人人으로썼다는사실을들어인仁이란

두사람사이에서실행되는도리라고보았다. 또공자의제자번지

樊遲가공자에게인仁에 대해묻자, 사람을사랑하는것이라고답한

내용을바탕으로인仁이란‘사람을향한사랑’이고‘사람과사람의

지극함’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자식과 부모, 형과 아우, 신하와

임금그리고위정자와백성이서로두사람의관계를형성하고이

속에서사랑하는마음을행하면그것이곧인仁이라고하였다. 인仁

이라는것은멀리있는고차원적원리가아니라타인과의관계에

서 진정으로 공감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옛 선비들은가장가까운인간관계인부모자식간의애정은말할

것도없고부부간의애정과도리를매우중요시했다. 특히부부가

있어야부모자식의관계가형성되기때문에부부를인륜의시작

으로 보았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가정불화를 겪고 있던 제자

이함형에게편지를써서부부의도리에서군자의도리가시작되므

로아내를배려심과공경심으로대하며박대하지말라고당부하기

도했다.

유가에서이러한타인에대한공감과배려는일상속에서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이웃, 사회, 심지어 동물들에게까지 확장된다. 한편

불가나도가에서는모든존재가애초에동등하기때문에차별없

는 배려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와 가까운 타인에게 집착하여

또다른타인을차별하는경우를경계한것이다.

1809년 빙허각이씨(憑虛閣李氏, 1759~1824)가 지은『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Buddha)는 이를 나뭇가지 세 개가 잠시 기대어 서있는 것에 비유했

다. 가령함께서 있는세 개의나뭇가지에서어느하나만빼내도

세워져있던그형상은없어지고나뭇가지들이모두쓰러지고마는

것처럼, 모든존재는인연에따라서로의존한채로잠시그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개의 나뭇가지처럼 세상 존재들은

모두일시적인조합이며언제든변할수있으므로이것이고정되

어있다고생각해서는안된다. 그런데도이 속에서변하지않는것

을찾고집착하는것 때문에존재자들에겐늘고통이따른다. 모든

존재는이런고통에처해있기때문에너나할것 없이같은처지이

고너를통해서나를보며나를통해서너를볼수있다. 이런구도

속에서는나를위하는것과남을위하는것이구조적으로차이가

없기때문에서로를위해주어기쁨을나누고(자, 慈) 고통을덜어주는

(비, 悲) 것이모두를구원하는길이다. 불교의자비는공감하고배려

할수밖에없는모든존재자들의의존적상태에서비롯되고우리

가근원적고통에서벗어나는효과적인실천법이되는것이다.

도가에서도마찬가지다. 도교사상의바탕이되는 『노자』와『장자』를

보면우주의원리인대도大道는만물을낳고길러주지만만물앞에서

주인노릇하지않고억지로끌고가지않으며만물이저대로자연스

럽게이루도록한다고. 따라서최상의도를닮은최상의덕은아무것

도하지않는것 같지만저절로다이루게하는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또 모든만물의가치는도의관점에서보면모두동등하기때문에

내가더 낫다는생각을지니는것은매우어리석은처사이다. 『장자』

의우화를보면몸에장애가있는도인들이많이등장한다. 도가에서

는타자를공감하고배려하되배려하는것을자랑하거나공을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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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논산명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90호). 밥 짓는 연기가

동네 멀리까지 보이지 않도록 굴뚝을 낮게 만들었다. ⓒ문화

재청 05. 맹인점복(1930년대). 조선시대에는 독질인, 잔질인,

폐질인 등 장애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매우 중시했다. ⓒ한국

민족문화대백과 06. 김준근의『기산풍속도화첩』중 <판수경

읽고>. 판수는 시각장애인을 뜻하는데, 조선왕조는 장애인들

이 할 수 있는 직업군을 개발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숭실대학교한국기독교박물관 07. 다산 정약용 선생 초상.

다산 정약용은 자식과 부모, 형과 아우, 신하와 임금 그리고

위정자와 백성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이 속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행하면 그것이 곧 인(仁)이라고 하였다. ⓒ한국데이터

베이스진흥원 08. 빙허각이씨가지은『규합총서』에는밥 먹

을 때 생각해야할 다섯가지사항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밥

상 앞에서먼저이 음식이어디서왔는지음식을만든사람들

의 공을생각하고, 욕심내지않으며내가그것을먹을자격이

되는지를생각해보라는내용이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일찍이맹자는성왕인주나라문왕이항상‘나이들어서아내가없

는홀아비(환, 鰥), 나이들어서남편이없는과부(과, 寡), 나이들어서자

식이없는노인(독, 獨), 부모없는어린아이(고, 孤)와같은천하의곤궁

한백성들을먼저배려하여정책을폈다’고하였다. 이를계승하는

유교정치에서는당연히사회적약자의배려를우선으로여겼다.

조선시대에는 매우 위독한 병에 걸린 사람(독질인, 篤疾人), 몸에 병이

남아있는사람(잔질인, 殘疾人), 고칠수없는병에걸린사람(폐질인, 廢疾人)

들을먼저돌보는데일종의도우미인보수保授를보내철마다보고

를받기도하였다. (『세조실록』권9. 3년1월16일) 독질인, 잔질인, 폐질인가운

데상당수는오늘날장애인에해당하는데이들을배려하는정책을

매우 중시하였던 것이다. 집안에 장애인이 있거나 장애인을 돌보

는자들은군역이나부역을면제해주고잘돌본사례에는포상을,

반대의경우에는처벌을내렸으며무엇보다장애인들이할수있

는직업군을개발하여자립할수있도록도왔다. 시각장애인인경

우는국가행사에서거문고타며시를읊는현송絃誦을맡고이들을

지원하는기관인명통사明通寺를통해정기적으로기우제를지내는

일을맡기도하였다.

유·불·도삼교를기본으로하는우리전통사상에서타자에대한

공감과배려는삼교의공통적인핵심사상에해당한다. 나로부터진

정한 공감과 배려를 회복함으로써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바로삼교가지향하는목적이기때문이다. 우리는선조들이남긴문

화유산곳곳에서이러한공감과배려의흔적을확인할수있다.

밥 먹을때 생각해야할다섯가지사항, 즉 식시오관食時五觀이 나

온다. 이 가운데밥상앞에서먼저이 음식이어디서왔는지음식

을 만든 사람들의 공을 생각하고, 욕심내지 않으며 내가 그것을

먹을만큼착한일을했고그런자격이되는지를생각해보라는말

이 있다. 또 전라남도 구례의 99칸 명문 양반가인 운조루雲鳥樓에

가면나무로된 쌀독마개에‘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글이쓰여 있

다. 그것은누구라도마개를풀어쌀을퍼 갈수있다는말이다. 운

조루의주인인류이주(柳爾 ,1726~1797)는사람들에게잘보이지않는

곳에 쌀독을 두어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고

한다. 또 논산명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제190호)도 밥 짓는 연기가 동네

멀리까지보이지않도록굴뚝을낮게하고추수한나락을대문밖

에서곧바로옮기지않고일부러마당에일주일정도쌓아두어누

구든가져갈수있게하였다고한다. 이런사례들은모두일상속에

서 내가아는주변사람들뿐만아니라

사회 전체로 공감과 배려를 확장하려

는시도로볼수있다. 이는유가나불

가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공감과 배려를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

하는것은더 좋은사회를만들려는우

리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들이었

다. 뿐만아니라사회적으로약자의위

치에선 자들에대한배려도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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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담긴배려의마음그기본에는빌림, 어울림, 되돌림의태도가있다

한옥으로불리는우리의옛집에는옛 사람들의생각과마음이잘담겨있다.

옛 사람들은집을지을때이상적인집에대한생각에기초해서집을지었다.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가족들의삶이집과의관계를통해서복되고건강하기를소망하였다.

아울러서집에서이루어지는반복적인일상을통해서사람들이마음과생각도바르게성숙되기를소망하였다.

그래서집은일상의공간이면서동시에교육의공간이었다. 집의건축에는생활을위한배려와더불어서교육적인배려도언제나함께있었다.

삶과교육이분명하게나누어지지않았던옛 사람들의삶에서그러한교육적배려는더욱큰의미를가지고있었다.

글. 윤재흥 (나사렛대학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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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공간이면서동시에교육의공간이었던옛집의핵심적인요소

에는자연과의관계도포함되었다. 옛집에는다양한형태로자연과

의 관계맺음이이루어져있음을발견할수있다. 옛집에반영되어

있는자연과의관계를간단하게정리하면‘빌림, 어울림, 되돌림’으

로표현할수있다. 빌림은자연으로부터터를빌린다는것이다. 어

울림은일생동안자연과어울려살아간다는것이다. 되돌림은삶

의 필요를충족한다음에는다시자연으로되돌린다는것이다. 또

궁극적으로는자신이비롯된자연으로돌아간다는것이다.

옛 사람들이집을지을때그첫 절차는지신에게땅을빌려서집을

짓는다고고하는텃제이다. 텃제는개기제開基祭라고도하는데땅을파

내고집을세우기전에땅의주인인지신에게제사를지내는것이다.

이 때지신에게‘집 지을땅을빌려주어고맙다’는제를지낸다. 자신

이 소유한터에집을지으면서‘빌린다’는표현을쓴다. 땅의진정한

주인은대지의신이고인간은잠시그땅을빌려서사는유한한존재

라는생각이다. 빌린땅이기에조심스럽게사용하고최대한보전하려

고하였다. 요즘같으면땅을깎고메우고높여서자신이원하는모양

을만들지만옛집과마을들은원래의땅생긴모양에맞추어지어져

있다. 안동하회마을의집들은둥근원추모양의땅생김을따라서각

기 앉은방향이달라서남향에서북향까지다양한방향을보이고있

다. 지형을따라서흐르는물줄기를바꾸는것도꺼려해서때로는집

마당을휘돌아나가는물줄기를그대로살리기도하고(아산외암마을송화

댁) 담장아래로물줄기가흘러가기도한다(담양소쇄원). 이 또한자연을

더근본으로여기고자연을훼손하지않으려는배려의결과이다.

01. 담양소쇄원(명승제40호)의 오곡문. 담장아래로물줄기가흘러가게했다. ⓒ문화재청 02.아산외암마을(중요민속문화재제236호). 선인들은지형을따라흐르는물줄기를바꾸는것도꺼

려해서담장아래로물줄기가흘러가도록놔두기도한다. 이 또한자연을훼손하지않으려는배려

의 결과이다.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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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짓는재료들도자연의보전을위한배려의마음을그대로반

영해서선택하고가공하였다. 흙과돌과풀과나무들이옛집의주

재료들이다. 그래서 집은 주변의 자연과 어울린 모양새다. 오래되

어 집이무너지고재료들이썩고흩어지면모든것이원래의자연

으로돌아가서아무런흔적을남기지않게된다. 빌린땅을원래의

상태대로되돌리려는마음의표현이라고할수있다. 재료를가공

함에있어서도마찬가지의배려가작용하였다. 자연을최대한훼손

하지않고원래의형태를보존할수있는방향으로노력하였다. 우

리 옛집이 가진 두드러지지 않는 부드러운 아름다움은 이와 같은

자연에대한배려가만들어낸자연과의어울림의결과인것이다.

자연재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가공해야 하는 경우에도 최소

한으로가공하려고노력했다. 생긴그대로휘어진나무를가져다가

기둥이나 대들보 등의 부재로 삼았다. 주춧돌도 자연석 그대로를

사용해서때로는기둥의길이가각기달라지는경우도있었다. 내

소사 봉래루를 떠받치고 있는 주추와 기둥은 자연을 배려하는 재

료의선택과가공을보여주는매우좋은예이다. 봉래루를받치고

있는주추와기둥은크기와모양이제각각이다. 낮았다가높아지고

다시 낮아지는 돌의 높이와 그에 맞추어 잘라낸 기둥의 길이들이

획일적이지않은리듬을만들어낸다. 모양과크기가각기다른자

연석을가져다주춧돌로썼음을알수있다. 그리고는건물을받치

는기둥의높이를돌의크기에맞추어서로다르게가공하였다. 이

를 통해 자연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면서 자연과 어울

린 건물을만들어사용하고자한세심한배려를읽을수있다.

자연석 위에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는 모양에 따라 기둥의 아랫부

분을 깎아내야 한다. 이러한 가공의 방법을 그렝이질이라고 한다.

매우 까다롭고 때로는 위험하기도 한 방법인데 굳이 그렇게 하는

것은기둥이흔들리거나미끄러지는것을방지하기위한기술적인

고려가작용한면이있다. 이와함께자연에대한배려가작용하였

다. 나무는세월이지나서썩으면흔적없이자연으로돌아가지만

돌은한번 깎아내면절대로원래의모양으로되돌릴수없기때문

이다. 나중에자연으로되돌릴때를생각해서가공의방법과대상

의 우선성을고려한것이다.

이와같은자연에대한배려와삼가는마음은옛집과마을들에골

고루배어있다. 안동하회마을이나아산외암마을등지금까지보

존된옛 마을들에서그와같은자연과의어울림을쉽게발견할수

있다. 이 마을들의지붕과지붕들이연이어만들어낸곡선은주변

산들의윤곽과닮은모양이다. 자연의원래모양을훼손하지않고

그 안에 조화롭게 안겨들고자 했던 배려가 두드러지지 않고 닮은

모양새를만들어낸것이다.

자연에대한배려의마음은인간과의관계에도반영되었다. 그래서

옛집에는곳곳에인간에대한배려, 공동체적삶에대한배려가담

겨 있다. 흔히조선시대를남녀유별의사회로보고여성들은집안에

갇혀서살았던것으로알고있다. 특히양반가의경우는남녀유별이

엄격해서여성들의공간이매우폐쇄적으로닫힌구조였다고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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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사실 여성공간은 남성들

의 공간에 비해 외부에 대해

폐쇄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데 이것은 외부인과의 관계에

한정된 경우가 더 많다. 한 집

사람들끼리는 남녀의 유별보

다는 남녀간의 어울림을 배려

하고또 여성들을배려한흔적

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남녀유

별을 유지하면서도 집 안에서

는비교적편리하게생활하고이동할수있는구조를갖춘것이다.

외암마을 참판댁의 경우에서도 그와 같은 여성에 대한 배려 장치

를여럿발견할수있다. 참판댁의안채는사랑채의뒤에위치해서

바깥사람들의눈길에서거의완전하게차단되어있다. 대문간에서

집 안을들여다보면안채는사랑채에가려서전혀보이지않는다.

사랑채의측면에위치한안채출입문도대문간에서는보이지않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안채사람들이바깥으로출입할수있는

작은문을안채출입문곁에따로마련하여출입의편리를도모하

였다. 한층더 여성을배려한장치는협소한안채에서의살림을보

완하기위해만들어놓은텃밭(참판댁에서는이 텃밭을남새밭으로부른다.)과의

출입통로이다. 참판댁에서는이곳을텃밭으로사용하지만많은경

우에 안채의 뒤뜰은 텃밭과 더불어 아름다운 수목을 심어서 자연

을접할수있게하였다. 이를통해서외부출입이제한된삶의답답

함과무료함을달랠수있도록하였다. 참판댁의텃밭출입통로는

사랑채의왼쪽측면에작은쪽문으로마련되어 있다. 사랑채의 옆

이 바로텃밭이기때문에이 쪽문을통해서바로텃밭으로출입할

수있다. 더구나이 텃밭은큰집과작은집두집으로이루어진참판

댁의작은집안채쪽문과연결되어있다. 따라서큰집의쪽문과텃

밭, 작은집의안채는외부인들의눈길에서벗어나자유롭게여성들

이 공유하고활용하는공간이었던셈이다. 결국남녀유별의질서를

따르면서도집안사람들끼리서로편리하게교류하고텃밭에서자

연과 어울릴 수 있는 배려를 여기에서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안동

하회의양진당養眞堂이나충효당忠孝堂에도외부인들은쉽게찾을수

없는안채와사랑채사이의출입통로가있다. 이들은모두남녀유

별이라는당시의사회적가치를존중하면서도가족들간의실제적

인 어울림과소통을배려한장치로이해할수있다.

이처럼 우리의 옛집에는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과 인간과 인간 사

이의어울림을위한배려들이곳곳에마련되어있다. 그 근원은자

연과의어울림의마음이다. 자연을전체로서조화로운질서로생각

하고인간역시그안에포함된존재로서파악하였다. 전체안에서

자신을 보는 태도와 커다란 질서 안에서 겸허하게 자신을 파악하

는자세가한국인의옛 삶의근본질서였다. 인간과인간의관계역

시 그와같은어울림의틀안에서고려되었다. 집에반영된다양한

배려들은그와같은어울림에기초한것이었다. 집에반영된어울

림의질서는일상의삶을통해서반복적이고체험적으로습관화되

는 어울림의 교육으로 연결되었다. 그 어울림의 마음이 한국인의

삶을관통하는배려의근원이다. 낮은울타리를두르고이웃과더

불어살며좁은집 안에서가족들과화목하게사는삶의바탕에는

그와같은배려와어울림의마음이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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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안동하회마을(중요민속문화재제122호)의 집들은둥근원추모양의땅 생김을따라서각기

앉은방향이다르다. ⓒ문화재청 04.원래대로휘어진기둥과부재들이돋보이는하회원지정

사연좌루. 우리조상은자연재료를부득이가공해야하는경우에도최소한으로가공하려고노

력했다. ⓒ윤재흥 05. 06. 아산외암마을참판댁의텃밭출입통로는사랑채의왼쪽측면에쪽

문으로마련되어있다. 사랑채의옆이바로텃밭이기때문에이 쪽문을통해서바로텃밭으로

출입할수있다. 남녀유별의질서를따르면서도집안사람들끼리서로편리하게교류하고텃밭

에서자연과어울릴수있는배려를찾아볼수있다. ⓒ윤재흥

※참고문헌

『 빌림어울림되돌림』, 윤재흥, 민속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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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문제로이웃과다투거나심지어방화와살인까지범하는현상들이급증하고있다.

환경부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따르면층간소음상담건수가2012년(7,021건)에 비해2013년(1만5455건)과2014년(1만6370건)에 급증하여

2년 새두배이상늘은것으로나타났다. 층간소음문제뿐이아니다. 주차문제또한이웃사이의주요갈등요인들가운데하나다.

좁은골목길에서의주차문제로갈등을겪다가홧김에흉기로이웃을살해하는가하면,

주차단속에불만을품고포클레인을몰아파출소를부순사례도있다.

이런현상들의밑바닥에는서로공감하지못한채분노를폭발해버리는현대사회의문제점들이복합적으로뒤섞여있다.

층간소음주차시비등으로폭행과살인을저지른피의자들은대부분처음에는위협만주려다가화를참지못해범죄를저질렀다고말한다.

결국이웃을배려하여작은손해나희생도감수하지못하고, 상대를용서하기보다는순간의분노를조절하지못하여일어난사건들이다.

글. 이영숙 ((사)한국성품협회대표, 건양대학교대학원교수)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 박사는“타인으로부터 무시당

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분노가 폭발한다”고 말한다.

자신의가치가무시당하거나자기보전욕구가박탈당할때 느끼

는감정이분노이다. 그렇다면우리는왜 작은일에쉽게분노할

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그 이면에

깔려있는데, 가령사회의발전속도에비해자신은정체하고있

다는 박탈감과 승자 독식의 사회 질서, 경제구조의 양극화로 인

한불안감등이다. 약육강식의사회에서살아남아야한다는스트

레스도만만치않다. 이런현대사회의부정적감정들이축적되어

분노의앙금을형성했다고볼수있다. 이렇게축적된분노가특

별한사건과만나자극을받으면걷잡을수없이분출하게된다.

분노가폭발하는과정에서놓쳐서는안 될 것이공감인지능력이

다. 공감인지능력이란‘다른사람의기본적인정서, 즉고통과기

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능력(이영숙,

2005)’이다. 즉 공감인지능력이 낮으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

고, 자신의감정만우선시함으로써분노를표출하기가쉬워진다.

그런데현대인들은바쁘고피로에지친‘소진증후군’을앓는경우

분노의사회, 배려의성품으로치유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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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에스컬레이터두줄서서타기, 우측보행, 교통약자에게자리양보, 성범죄예방등배려를통

한 교통문화제고를위한캠페인을벌이고있다. ⓒ연합콘텐츠 02. 올해초재개장한장충체육

관에마련되어있는장애인배려석. ⓒ연합콘텐츠 03. 지난7월 15일 국회에서열린‘ 제1회 인성

교육심포지엄’에서이영숙박사(사단법인한국성품협회대표)가 배려의성품등좋은성품을계

발시키는인성교육의가치와방법에대해강연하고있다. ⓒ좋은나무성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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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잘전달하고표현하는‘일상적인언어’에 익숙하지않은특징

을형성했다. 유독한국인들이부정적감정을표현함으로써해소

하는데힘들어하는까닭도이 때문이다.

분노를 축적한 사회, 공감인지능력의 부족, 부정적 감정을 잘 해

소하지못하는한국문화등우리사회를분노의사회로몰아가는

오늘의현상을바로잡으려면무엇보다좋은성품의회

복, 특히 ‘배려의 성품’을 회복해야 한다. 배려의

성품이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

여 사랑과관심을갖고잘 관찰하여보살펴주

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특히 진정한 배려

는‘다른사람’이 아닌‘나를배려하는것’에서부

터 시작된다. 배려配慮라는한자의의미는‘생각을나

눈다’는 것이다. 생각을 나누려면 먼저 자신에게‘긍정적

인 생각과감정’이 어느정도있어야부정적인생각과감정을해

소하고긍정적인생각과감정을채울수있다. 자기배려가있어

야타인도배려할수있다.

또 긍정적인생각과감정을채우려면‘기쁨의성품’이 필요하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

기쁨이다. 기쁨의성품으로높은자존감을소유한사람은긍정적

인 자아상을갖게마련이고, 자기자신이소중한만큼다른사람

도소중하다는‘배려의성품’을갖게된다.

공감인지능력을향상시키는것 또한중요하다. 상대방의생각, 감

정,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는데,

다음세 가지훈련을통해그 능력을배울수 있다. 상대방의말

에 경청하기,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수성강화하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

하기 등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언행뿐 아니라 숨겨진 생각과

감정에귀기울이다보면자연스럽게공감인지능력이향상된다.

감정을올바르게표현하는방법으로‘관계맺기의비밀-TAPE 요

법’등이그구체적인방안이라할수있다. ‘TAPE 요법’을통해

가 많은데 이에 따라 공감인지능력도 약화될 가능성

이 크며, 핵가족화와개인주의문화로정서적교류의기회가

줄어듦에따라공감인지능력을계발할기회도줄어들었다.

자신의생각과감정을표현하는데 익숙하지않은우리문화역

시 무분별한 분노 표출의 원인이다. 한국인의 문화적, 정서적 특

성에맞는인성교육을연구하다보면한국인의성품에영향을준

한국문화의배경에덕德의 영향이컸음을알수있다.

본래 덕이란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에 기인한다. 가령 인仁이라

는덕은막연한도덕관념이아니라‘나와너’라는구체적인관계

에서‘타인에대한사랑과이해’와같은감정에기반하고있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거나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할 때 다른 사람부터 세워주며, 자

신이 이루고자 할 때는 다른 사람부터 이루게 한다’는 구절을

보면잘알수있다.

이런‘덕’이 우리의전통사회에서제도화의과정을거쳐‘도덕적

의무’로발전하게되고, 구체적인인간관계에서사용하는일상적

언어가 아닌 추상적이고 위계적인 개념으로 변질됐다. 그러면서

사람사이에의무적으로행해야할도덕적측면이강조됐다. 이런

역기능적인 영향을받아한국인들의성품은자신의생각과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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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말과행동으로고마움을표현하는것(좋은나무성품학교정의)’

이다. 층간소음으로어려움을겪는다고가정하자. 이때감사의성

품이작동하면이웃에게이렇게말할수있다. “저는아랫집사는

이웃입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사는 이웃을 만나게 돼서 참

감사하네요.” 이런 표현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것은

물론상대방의마음까지여는효과가있다.

그 다음‘용서구하기(Apologize)’ 단계는자신의잘못된생각이나언

행을솔직하게인정하고반성을표현하는단계로가령이런대화

가이어질수있다. “제가지난달에이사오자마자먼저찾아뵙고

이사소음때문에힘드시지않았는지여쭸어야하는데이제야인

사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보고

용서를구하면상대방의마음도한결누그러진다.

그 다음에는자신이원하는바를정확하면서도긍정적인태도로

요청하는‘요청하기(Please)’ 단계이다.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으니좀조용히해주세요”하고불평불만섞인요청을하게되

면 갈등이생길수있다. 대신 “저희아이가고등학생이라서밤에

는좀예민하더라고요. 아이들이자는방에소음방지매트를두껍

게 깔아줄수있으세요?”하고긍정적으로요청하면훨씬효과적

이다.

마지막으로‘내 마음표현하기(Express)’는거짓없이감정을솔직하

게 표현하는 단계이다. 감정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친밀한

관계로발전시킬수있다. 이렇게말해보자. “저희아이들도어릴

때 참 많이 뛰어다니더라고요. 뛰지 말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이해합니다. 하지만아이들이더 크면집에서조용히쉴 시

간이필요하더라고요. 소음을조금만줄여주시길부탁드려요.”

이처럼사회를구성하는개인적차원에서분노를조절하고관리

하려는노력이사회적인노력과동시에필요하다. 즉성품교육을

통한배려심의배양이야말로그핵심적인노력인셈이다.

부정적인생각과감정을올바르게잘표현하는방법을배우고실

천하면타인을위한배려의성품을회복할수있다.

‘‘관계맺기의비밀-TAPE 요법’은관계의막힌담을헐어내고깨

진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관계회복 요법으로‘감사하기(Thank you)-

용서구하기(Apologize)-요청하기(Please)-내 마음표현하기(Express)’ 등 4

단계과정을거쳐감정을올바르게표현하는방법이다.

‘‘감사하기(Thank you)’는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마음을

여는단계다. 감사란‘ 다른사람이나에게어떤도움이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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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형12성품교육론>, 이영숙, 도서출판좋은나무성품학교, 2014

<성품ON>, 이영숙, 도서출판좋은나무성품학교, 2014

<The Anger Trap>, Les Carter & Frank Minirth, Jossey-Bass, 2004

<논어품질경영>, 박재흥,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

04. 서울도시철도공사관계자들이7호선열차안에서임신부들등교통약자를배려한철도이

용에대한이해와협조를구하는캠페인을진행하고있다. ⓒ연합콘텐츠 05. 한 40대 남성이평

소주차시비로다툼을벌였던이웃집자매를살해한사건현장. ⓒ연합콘텐츠 06. 2013년 5월

인천에서일어난화재사건현장. 층간소음문제로다투던집주인이세입자집에불을질러2명

을숨지게한사건으로, 최근층간소음, 주차문제등으로인한이웃간의갈등이급증하고있다.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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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건축물중한옥에서만볼수있는가장과학적이고아름답고우람한부재가보樑다.

보는지붕과기둥을연결하는위치에놓인구조로서각각이보여주는이름들은그것이지는기능과위치를말해준다.

보이지않는위치에있으나중요한역할을하는보는한옥의다른구조들과마찬가지로실용성, 심미성,

그리고그곳에사는사람들의이야기를품은한옥의중요한요소이다.

글. 이재균 (한옥연구소소장)

한옥에서만볼수있는과학적이고아름다운건축부재보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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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놓이는위치에따라대들보大樑, 중보中樑·종보宗樑, 충량衝樑,

툇보退樑, 소꼬리보(牛尾樑, 우미량), 귀보, 그리고 홍예보虹霓樑 등이

있다. 이해를 돕자면, 건물의 앞뒤를 연결하는 큰 보는 대들보

이며, 대들보 위에 올라가는 중보와 종보, 건물의 좌우측으로

대들보에서연결되는충량과소꼬리보, 툇마루위에툇보, 아치

형의홍예보가있는데, 이들은각기다른역할을분담하여지붕

무게를 분산해 준다. 또한 이 모든 보들의 명칭과는 상관없이

가공법에따라단면에서모서리부분을굴려깎아다듬은보와

보의단면을항아리처럼깎은항아리보도있다.

이 부재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모두 대들보에서 파생되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구조들에는 각기 다른

여러이야기가있고우리선조들의지혜가묻어있는것을발견

할수있다.

보 가운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아무

래도가장상징적인것은‘대량’, 즉‘대들보’이다. 대들보는수

평부재로서 건물의 중심부에 위치하는데, 위로는 중보와 종보

01. 사빈서원(경상북도문화재자료제39호) 대청의대들보. 대청상부의대들보위에는방형판

재의 동자주가, 종보 위에는 제형 판대공이 놓여 있다. ⓒ두피디아 02. 보머리와 보아지.

ⓒ이재균 03. 용주사대웅보전(경기도문화재자료제35호)의 보머리. 정조가꿈에용이여의주

를물고승천하는것을보고지어진용주사답게곳곳의보머리에용이조각되어있다. ⓒ이재균

04. 무지개형태를띤 홍예보. 보에서대들보로아치를그리면서완전한무지개를만들어낸다.

ⓒ이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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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받치고 아래로는 수직부재인 기둥을 통해 무게를 분산하는

중요한 부재다. 즉 대들보는 한옥건축물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

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대들보와 관련하여 동량지재(棟梁之

材, 대들보가 될 만한 훌륭한 인재)라는 사자성어나, 가정에서도 가장 또

는 장손을 일컬어 대들보에 비유하는 것, ‘대들보가 무너지면

집안이 주저앉는다’는 속담 등이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대들

보는한옥에익숙하지않은현대인에게도친숙한구조물이다.

대들보위로는중보또는종보가있다. 종보는말그대로맨 위

의 마지막 보를 뜻하고, 중보는 집의 규모가 클 경우 대들보와

종보사이에있는중간보를말한다. 집이작은 3량집에는중보

나종보없이대들보위에서종도리가형성돼 마감이된다.

집짓는 일 중 대들보를 치목할 때 목수들은 특히 심혈을 기울

인다. 보의 몸통 4면을 대패로 다듬고 면을 부드럽게 잡고, 굴

리고, 소매걷이, 훌치기 등의 온갖 기법과 정성을 들이는 것이

다. 여기에서 보의 뺄목 보머리를 살펴보면 그 형상의 종류가

여러형태를지니는것을볼수있다.

집의크기, 부재의굵기와길이에따라달라지지만일반적인오

량집의경우대들보의보머리는밖으로약1자정도가빠져나와

거기에 초각을 하거나 장식을 하여 부재를 오려내 멋을 낸다.

집의 수명하고는 전혀 상관없지만 집주인의 종교나 목수의 예

술적취향에따라보머리모양의차이가생긴다. 특이한보머리

의 대표적인예를들자면, 경기도화성에용주사사찰의보머리

가 있다. 이곳 보머리들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거나 잉어를

물고 있는 형상을 보여준다. 정조가 꿈에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것을보고지은용주사답게곳곳의보머리에용이조

각되어있다.

보와함께하는부재가있는데이 부재가보아지다. 보아지는지

붕의무게를분산하는역할을한다. 지붕의무게는우리가생각

하는 그 이상이다. 지붕의 무게는 30평의 가옥일 경우 적심과

기와무게를합쳐약 70~80톤정도에이른다. 이 무게를보혼자

서 감당하기란 힘들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둥이 더 힘

들게 될 것이다. 보아지가 없다면 기둥에 무리가 가서 변형이

생기고, 심하면 기둥이 갈라져 찢어질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05. 목수들은집짓는여러작업중에서도대들보를치목할때 특히심혈을기울인다. ⓒ이재균

06. 목수가보머리를치목하는모습. ⓒ이재균 07. 담양소쇄원(명승제40호) 제월당내부. 도

리와장혀, 보아지로결구된평5량가구이다.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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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후에 짠다. 대들보 길이를 3분의1로 나누어 동자주를 놓고

종보를 짜게 되면 3분변작법이요, 4분의1로 나누면 4분변작법

이 되는정교하고과학적인구조를보여준다.

측량, 측보, 충량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충량은 대들보에서

좌, 우 측면 기둥 위로 연결하는데 측면 칸이 2칸 이상인 기둥

에 연결되고건물크기에따라 3개 정도까지도걸려건물의균

형과무게를분산시키는역할을하는부재이다. 다른부재와다

르게 대들보 쪽으로 화려한 용 조각을 많이 하는데, 이는 용이

건물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종교적이고 또는 건축주의 염원이

깃든것이다.

충량과 거의 같은 역할을 하는 우미량은 보에서 도리 쪽으로

걸침보이고도리밑에는기둥이없다. 그 자리에기둥이있다면

충량이되는것이다.

툇보(퇴량, 退樑)는 1고주4량 이상 건물에서 대들보 밖으로 빠져나

온 보를 칭한다. 거기에 있는 마루를 툇마루라 부르고 그 공간

을툇간이라한다.

둘 이상의재목材木을합쳐서만든보를맞보合梁라한다. 맞보는

문門이나 문루門樓 같은 건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맞보를 부부

금슬 보라고도 불렀는데, 아마도 중심에서 합쳐지는 구조 때문

에 가정의중심을이루는부부가하나가되라는바라는마음에

서 맞보를그렇게불렀을것이다.

한편, 무지개 형태를 띤 보를 홍예보라 부른다. 즉 아치형을 지

니는 보들을 홍예보라고 일컫는 것이다. 사진 04의 홍예보를

자세히 보면 종보에서 대들보로 아치를 그리면서 양쪽으로 대

들보에꽂혀완전한무지개를만들어낸다. 가히훌륭하다아니

할수없는건축물로서, 이것도우리한옥에서만볼수있는예

술작품이다.

여러 보의 종류들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이 만든 부재 하나

하나에 과학과 미가 담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적이고

아름답고우람한우리의대들보와건물위쪽과옆쪽등요소요

소에 숨어서 자기 역할을 하는 보들. 이렇듯 작고 부수적인 구

조에서의미를드러내는훌륭하고아름다운한옥에다시한번

자랑스러움을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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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조상들은여기에도그림을그리고초각을하여건축구조

와예술을접목하기도하였다.

이 시대에 지어지는 집의 80% 이상이 오량집이다. 오량집이란

도리 5개로형성되었기때문에오량집이라불리는데, 여기에서

는대들보위에종보(마룻보)가 올라타마룻도리가형성되어마감

이 되는식의구조를보여준다.

종보는 지붕의 대공을 통해 무게를 가장 먼저 받아 대들보로

전달하는 부재이다. 종보는 대들보 길이를 나누어 동자주를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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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게는싱싱할때는찜이나튀김, 부침 등을해

먹지만오랫동안보관할수없다. 왜냐하면껍질

이 얇고부드럽기때문에빨리상한다. 하지만칠

게를오랫동안보관해서먹기위해서는액젓을담글

수밖에 없다. 깨끗이 씻은 칠게를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담가 단지 속에서 숙성시킨다. 100일 정도 숙성시키면 감칠맛

나는겟국이된다.

서산에서는 이 겟국으로 김치를 담아 먹는데, 게국지가 그것이

다. 겟국지, 깨국지, 갯국지 등 동네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

는데, ‘게 또는바다에서나오는것의국물을넣어만든김치’라

고 풀이할 수 있다. 즉, 겟국에다 김장이 끝난 후 늦배추, 늦무,

고추, 호박, 마늘 등 파지(상품가치가 없는 버려진 채소)를 깨끗이 씻어

넣고, 잘 버무려 한 달가량 숙성시키면 겟국과 채소가 혼합 숙

성되어담백하고감칠맛나는게국지(김치의일종)가 된다.

게국지는갯벌이맞닿아있는충남서산지역에서전해져내려오는토속음식이다.

겟국의주재료인칠게는달랑겟과에속하며등딱지길이가3.5cm 정도로길쭉하며앞이좀더 넓고작은과립과털로덮여있다.

수컷이암컷보다집게다리가크다. 충청도사투리로능쟁이라고도불리는칠게는서산일대갯벌에서많이서식하며

보통4~6월 사이에산란기를맞는다. 짝짓기를할때는암놈한마리에수놈여러마리가따라다닌다.

어두운밤에횃불을들고바닷가로나가면칠게가모여들어엄청난양의칠게를잡을수있다.

글. 권현숙 (요리연구가)

배고픈시절, 조상의지혜로운영양섭취방법

01. 서산에서는 게장 국물을 보관해두었다가 김장김치와 호박을 넣고 숙성시킨 뒤 제철에

나는해산물을넣고국처럼끓어먹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2. 게국지는김치자체를

말하는것이면서, 이 김치를넣어끓인찌개도게국지라부른다. ⓒ서산시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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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가 아닌 고추를 잘게 썰거나 빻은 풋고추를 넣는 것이

김장김치와다른점이다.

게국지의숙성시기는먹는사람의입맛에따라차이가난다. 요

즘노인들은예전추억때문에막담은게국지를선호하지만젓

갈과해산물이발효되기때문에시간이지날수록짠맛과시원함

이 더 우러나와3년 정도숙성시켜야제 맛이라는사람도있다.

요즘게국지에는게나젓갈류이외에꽃게등신선한해물이많

이 들어간다. 옛날에는 없어서 못 넣었지만 싱싱한 해물 즉‘생

것’을많이넣어끓이면더욱맛있게먹을수있다. 이제는맛도

맛이지만 옛날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게국지

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이 처음 먹기

에는짠맛이강하고젓갈냄새가진할수도있다.

해안에접해있는서산의지리적여건은젓갈과같은다

양한염장식품을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게국지는해안과갯벌

이 어우러진서산지역의생활환경을잘말해준다.

한편게국지는김치자체를말하는것이면서, 이 김치를넣어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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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기 때문에 근육과 뼈가 상했을 때도 효과가 있다. 특히 칠

게에는항암효과, 면역력강화, 혈당과콜레스테롤수치조절등

에 좋은키토산을비롯해, 아미노산, 미네랄, 철분, 칼슘등이다

량함유되어있다.

한편 과거 제주도에서는 쌀농사가 잘되지 않아 잡곡류를 이용

해서 죽을 끓였다. 제주도에서는 이 음식을 ‘갱이죽’이라 부른

다. 갱이죽에는 갖은 채소와 김치, 그리고 게가 들어간다. 작고

거무스레한 게를 돌에다 빻아서 뜨거운 물로 잘 우린 다음, 게

껍질과이물질을채에걸러죽을쒔다. 또한경북북부지역에는

‘ 갱시기’라는 음식이 있는데, 김치, 콩나물, 시래기 등에 찬밥을

넣고적은양의쌀로끓인죽을말한다.

게국지, 갱이죽, 갱시기는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배고픈 시절 게

를 이용해 만든 서민들의 좋은 영양식이었으며, 지금은 추억의

먹거리로인기를얻고있다.

인 찌개도게국지라부른다. 충남해안지역서는예로부터게장을

많이담가먹었는데, 그 게장에서건더기를건져먹은후남은국

물을 보관해두었다가 갯벌에서 잡은 꽃게와 농게 및 다른 해산

물들을더 넣어서다시게장을만들었다. 이렇게여러차례게장

을 담근 국물 속에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생성되었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이 국물에 김장김치와 호박을 넣고 숙성시

키는데, 어느정도숙성되면쭈구미나낙지등제철에나는해산

물을넣고국처럼끓어먹었다. 호박의달콤함이어우러진이 찌

개를‘게국지’라부르는것이다.

옛날에서는 김장철이 지나면 찌개 대신 상에 오르는 것이 이 게

국지찌개였다. 게국지찌개는어려웠던시절국물한방울까지도

알뜰하게먹을수있도록만들어낸소박하고지혜로운음식이다.

게국지는 겨울철에 자칫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이나 무기질 섭

취에 크게기여해왔다. 게는소화가잘되고게의짠맛은뭉친어

혈을풀어줘혈관계질환에효능이있으며, 게의찬성질은열을

내리게 한다. 특히 가슴에 열이 차고 얼굴이 부었을 때 먹으면

증상을가라앉히는효과가있다. 또한간을자양하고골수를보

03. 겟국의 주재료인 칠게. 달랑겟과에 속하며 등딱지 길이가 3.5cm 정도로 길쭉하며 앞이

좀 더 넓고작은과립과 털로덮여있다. ⓒ연합콘텐츠 04. 게국지는겟국에김장김치와호

박을 넣고 숙성을 시켜 만든다. ⓒ이미지투데이 05. 서산 간월도의 갯벌. 칠게는 서산일대

갯벌에서많이서식하며보통4~6월 사이에산란기를맞는다. ⓒ연합콘텐츠 06. 갱이죽. 제

주도의향토음식으로게를돌에다빻아서뜨거운물로잘 우린다음, 게 껍질과이물질을채

에 걸러 죽을 쑨다.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 07. 게국지는‘게 또는 바다에서 나오는 것의

국물을넣어만든김치’를말한다. ⓒ전통향토음식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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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다못해검도록짙은섬 위의녹음

『나의문화유산답사기』(저자유흥준) 제 1장을장식한남도답사의1번지는강진.

강진은다채로운문화의보고이며다양한생태를체험할수있는곳이기도하다.

나폴리에견줄만큼아름다운미항, 마량항이있고시대의아픔을노래한시인, 김영랑(金永 , 1903∼1950) 생가도있고,

다산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유배지가있고조개가지천으로널린갯벌과또하나,

120여 종이넘는상록수림과물고기가서식하는생태학의보고, 까막섬상록수림도있으니말이다.

‘모란이피기까지’김영랑의시비가서 있는강진마량항에서바다와어우러진까막섬상록수림을보러남으로남으로차를몰았다.

글. 신지선 사진. 김병구

강진까막섬상록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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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강진 마량항의 일몰. 02. 함께海길로 명명된 가우도 바닷길을 걸으면 바다 파도소리가

앞서거니뒷서거니하며따라온다. 03. 섬을가운데두고대구면청자촌과도암면다산초당,

백련사등의명소를잇는가우도출렁다리.

한참을달려와만난마량항은어촌특유의북적북적생기가가득

하다. 조선태종때마두진이이곳에설치되어만호절제도위가관

장하였고, 다산의유배지였고거북선이정박해있던전략적요충

지였으며 김영랑 시인과 이청준 소설가(서편제, 이어도 등을 발표) 등 걸

출한문화인사들을배출한곳이기도하지만이곳은그옛날부터

어민들이바다를품고살며생계를이어온삶의터전이었던것이

다. 정박해있는갖가지배와오밀조밀붙어있는횟집들, 수산시

장은삶의치열함을그대로보여주는것 같다. 비릿한바다내음

과함께만난마량항은그래서더 정겹고활기있는느낌이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바라보자니 신기한 모습으로 떠있는

두개의섬이보인다. 저 멀리뒤에연육교로이어진고금도古今島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그 앞에 사이좋게 서있는 큰 까막섬, 작은

까막섬. 이곳은상록수림이빼곡한생태의보고로1966년 천연기념

물 제 172호로 지정되었다. 이 섬은 고맙게도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환경을주어물고기를해안으로유인하는역할도한단다. 마

량항이더 풍요롭게느껴지는이유가여기에있었구나, 하는생각

을해본다. 주로후박나무와돈나무등 120여 종의난대림이분포

되어있다는까막섬은생태계의보호를위해신고를해야들어갈

수있게되어있단다. 아쉽지만무인도에대한호기심, 푸르다못해

까맣게보이는숲에대한환상등을접고다시발길을돌린다.

갑자기작은안내문이눈길을끈다. 움직이는섬, 까막섬에얽힌옛

이야기다. 원래남태평양에떠 있던까막섬은육지가되고싶어 강

진 앞바다까지찾아왔다. 그런데바닷가에서어떤여인이“발없는

섬도걸어다니는데내아들은두발이있어도걷지를못하는구나!”

탄식하였다. 그여인에게는걷지못하는아들이있었던것. 이 말을

듣고섬은그자리에서멈췄고신기하게도여인의아들이걸을수

있게되었다. 육지가되고싶은꿈을가졌던섬이다른사람의아픔

에 공감하고그사람의꿈을대신이루게해주었다는아름다운이

야기다. 작은일화인데도읽으면서마음이따뜻해지는기분이다.

훅, 하고 바닷바람이 불어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서로 경주하

듯바다를향해선 하얀등대와빨간등대는이곳이바다와육지

의 길을연결해주는곳이라는것을알려준다. 이곳마량항은신라

시대때부터포구의역할을다해왔다. 마량馬良이라함은‘말을건

네주는다리’라는뜻. 역사를따라올라가자면옛 탐라국이신라

에 조공을목적으로실어온말들을관리하던데서비롯된이름이

다. 그래서인지 마량항에서는 돌하르방들이 곳곳에 서있다. 그뿐

아니다. 고려시대 때는 강진만에서 만들어진 고려청자를 이곳에

서 개성까지 실어 날랐고 조선시대 때도 탐라에서 온 말들이 처

음육지에서먹이를먹는곳이기도했다.

바다와 육지를 이어 길을 내던 곳. 그 길을 따라 이번에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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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駕牛島출렁다리(1154m)를 건너기로한다.

향기 나는 섬 가우도, ‘함께海길’로 명명된

둘레길을 걸으면 바다 파도소리가 앞서거

니 뒷서거니하며따라올터이다. 바다를끼고

걸으니 이보다 운치 있는 길은 없을 것 같다. 가다보

니 영랑시인의벤치가있다. 시를읽으며잠시쉬었다가기로한

다. ‘ 모란이피기까지는나는아즉나의봄을기둘니고잇슬테요

모란이뚝뚝떠러져버린날나는비로소봄을여흰서름에잠길

테요’ 교과서에있던그 시인데도바다를마주하며다시읽어보

니 느낌이새롭다. 데크와흙길, 숲길을두루걸으면좋겠지만한

나절은족히걸릴것 같아다시출렁다리쪽으로발길을돌린다.

이제 좀 있으면 그토록 아름답다는 마량항의 일몰과 마주할 것.

그전에횟집에들러허기를채울욕심으로걸음을재촉한다.

횟집에들어서니시장기가더한다. 동시에무엇을먹어야할지고

민에 빠진다. 돔, 농어, 광어에 우럭, 장어, 산낙지에 간재미, 이보

다풍요로울수없는수산물들이상에오른다.

예로부터바다에사는사람들은부지

런했다고 한다. 부지런만 떨면 바다는

그 품을내주어사람배 하나채우는게 어렵

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몰에 붉게 흔들리는

칠면초, 푸르다못해까맣게흔들리는상록수림섬, 철새, 갈대, 조

개가지천인갯벌, 거친바다속에서싱싱하게들어올린수산물,

그리고거기엎드려거칠지만따듯한삶을나누는경건한사람들.

강진의마량항은모든것이그야말로풍요롭다.

맛있게 비벼진 간재미 회무침을 입 안 가득 느끼며 가까운 토요

일 다시 마량항을 찾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때는 가우도

둘레길을끝까지걸어봐야지, 토요일만열린다는수산

시장에도 가야지, 토요 음악회도 구경해야지, 다산

초당에도 가고 영랑 생가도 방문해봐야지, 까막섬

도가볼수있으면좋겠지? 생각은길을따

라똬리를틀며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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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뭔지잘몰랐다. 뭘 하고싶은지모른채치른대입시험.

그는네번이나고배를마시고나서야정말공부하고깨우쳐야할게뭔지알게됐다. 변화의단초가된 건 한권의책이었다.

입시고뭐고‘책이나보자’는생각으로짚어든책, 『나의문화유산답사기』는방황하던그에게등불이되어주었다.

우리고건축에매료된그는책에서보는것만으론성에안차, 직접답사를다니며꿈을키웠다.

그로부터20년, 지금의진홍범은가구디자이너다.

건축에서가구로대상은달라졌지만그가짓는궁극적인실체는변함없다.

20대에탐닉했던오래된아름다움, 우리고유의정체성을‘재현’하고‘재생’시키는것 말이다.

글. 성혜경

가구디자이너진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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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살아있는가구, 자존심을지켜가는사람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진홍범목공

소. 큰길에서 좀 떨어진 골목인데

도 지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앞에

서 한동안 지켜보니 오가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목공소를 유심히 보는 눈치였다. 게다가 수레를

끌고 가던 노인은 아예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가고, 한 중년남

자는신문을읽으며한참시간을보낸다. 좀의아한건 주인에게

온다간다말도없이그냥앉았다가는모습이었다. 그런데벤치

옆에 세워있는 ‘우리 골목길 쉼터’라고 쓴 팻말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약속시간보다일찍도착한덕분에동네구경, 사람구경실컷하

는 동안 진홍범 씨는 하던 작업을 마무리했다. 10여분 뒤 그와

정식으로인사를나누고지하서재로자리를옮겼다. 그동안전

시회에 냈던 작품들과 그의 책상,

그리고 작은 서가書架가 있는 아늑

한 공간이었다. 그는 매일 하루일

과를 마치고 이곳에 내려와 책을

읽는다. 책은지금도그에게‘등불’

같은존재. 역사, 미술, 사회, 철학…

학교에서다배울수없는지식들을가르쳐준다.

나뭇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잘 생긴 테이블에 마주앉은 진홍범

작가는숨을깊게들이쉬고나서천천히말문을열었다.“시작은

01. 진홍범작가는일과를마치면지하서재에내려와하루를정리한다. 그동안전시회에냈던

작품들과그의책상, 그리고작은서가(書架)가 있는공간이다.ⓒ김병구 02.‘ Side-Division 2011’.

진홍범작가는이 작품을통해우리가구의특징인면분할의미를표현했다. ⓒ진홍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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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목공방 주인이었어요. 파주의 어느 공동

묘지 속에서 작업장을 시작했죠. 조용한 곳에서 외로운 작업을

하다 보니 목표의식이 분명해지더군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습

니다.” 대학에서도시계획을전공한그는졸업후부동산회사에

들어갔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 20대의 꿈이 남아있었다. 목공을

시작한 건 10년 전쯤. 나무의 느낌이 좋았다. 나무를 자르고 다

듬는일이즐거웠다. 그에게늦었다는것은못넘을장애물이아

니었다. 단돈 500만원에 점포를 얻어 가구 만드는 일을 시작했

다. 자리가나빠도직장에다니며쌓은영업력으로커버할수있

으리라생각했지만현실은그렇지않았다. “놀더라도어떻게노

느냐가 중요하잖아요. 주문하는 사람도 없으니 내가 만들고 싶

은 걸 만들었죠. 작품가구를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어요. 시간이

남아도니열심히만들었구요. 그런데어느날은헤이리예술인마

을의 조규석 선생님께서 액자제작을 맡기러 와서는 작품들을

보시더니 제 작품들을 자기 갤러리에다 전시해보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때까진제가만든걸 작품이라고생각해본적도없었

는데말이죠.” 가구가아닌작품을만들고싶다는꿈이생긴시

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지난 2009년 겨울, 그는인사동공평미술관에서

첫 전시회를가졌다. 보여주고싶은마음보다듣고싶은마음에

서였다. 사람들에게 작품을 평가받고 싶었다. 직접 거리를 돌아

다니며 포스터까지 손수 붙여가며 준비한 전시회. 하지만 정작

전시기간에는 전시장에 가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장출혈로 병

원에 입원한 거예요. 정말 아쉬웠죠. 그런데 제 맘을 알았는지

아내가 전시회를 다시 해보라더군요. 정말 고마웠죠. 칼을 가는

심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2011년 봄, 비장한 마음

으로준비한두 번째전시회. 그는그 시점이 비로소작가의 길

에 들어선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우리 것을 제대로 보여주

자’는, 작가로서자신이할일을분명히인식했기때문이다.

그런 만큼‘ Side-Division 2011’은 그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통해우리가구의특징인면분할의미를표현하고싶

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면분할이라는 방식이 발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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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데는조상들의나무를다루는기능적, 미적인지혜로움이담겨있

어요.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 차이를 극복하고자 고안된 방법

이었죠. 하지만그냥나누지않고아름다움을고려해서나눴죠.”

현대가구는 매너리즘에 빠진 형식적인 장식미를 배제하고 군더

더기없는비례미와조형미, 그리고재료가가진순수함을잘표

현하는것이특징이다. 이런점에서‘Side Division 2011’은 이

시대에맞는목가구를잘표현한작품이다.

“나무눈매에서나타나는질감이 있어요. 사람 피부처럼숨구멍

이 있죠. 대량생산된가구는전부도장을해서나무가숨을쉴 수

가없어요. 거기다못을박아움직이지못하게해놓죠. 습도가높

아지면 못은 바스러져 버리지만 나무를 짜 맞춰서 이으면 나무

조각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힘을 상쇄하기 때문에 수백 년을 가

죠. 몇 년 쓰다버리는가구가아니라대를이어물려줄수있는

가구, 물려주고싶은가구를만들고싶어요.” 언젠가부터가구는

공예품이아닌공산품으로존재했다. 전통이사라지고정체성도

끊어져버렸다.“할아버지는있는데아버지는없는것과마찬가지

죠. 조선시대까지존재했던우리가구는일제강점기와근대화를

거치면서맥이끊겼어요. 단절됐던한국의고유성을우리대에서

되살려야해요.”물론개선해야할부분만있는것은아니다. 시대

의 흐름에맞춰활발히전개되고있는재료의다양화와타분야

와의결합도그중하나이다. 진홍범작가는이러한변화는바람

Page 32: 우리가함께해요 - C.H.A ·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 가족들의삶이집과의관계를통해서복되고 건강하기를소망하였다. 아울러서집에서이루어지는반복적인일상을통해서사람들이마음과생각도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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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몇 년 쓰다버리는가구가아니라대를이어물려줄수있는가구를만들고싶다’고 말하

는진홍범작가. 그는면분할과짜맞춤이라는우리가구디자인의요체를지켜나가고싶다.ⓒ

김병구 04. ‘진홍범의반닫이2014’. 전통의가치는지키되디자인은새로워야한다. 진홍범 작

가는지난것이아니라새로운것을창조하는디자이너이다.ⓒ진홍범 05. ‘Korean Roof’. 진홍범작가가가장아끼는작품으로, 의자의좌판은삼국시대도기의곡선을재해석한것이다.

roof의 뜻은지붕이아니다. 높은곳, 작가의의지이자다짐이다. ⓒ진홍범 06. ‘악어개구리’. 조

상들의해학과재치는그에게또하나의영감을준다. ⓒ진홍범

04 05

직한움직임이라생각한다. 하지만근본적인디자인의맥락을이

해하고디자인하는노력이선행돼야함을강조한다.

“옛것을그대로옮기면답습이자카피지만, 시대에맞게재해석하

고 창조하는일은매우신나는전통입니다. 내가하는작업이이

시대에꼭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그가이 일을하는이유는좋

아해서이기도하지만누군가가꼭해야할일이기때문이다. 디자

인에는그 민족의정체성이담겨있다. 그 고유함은그 나라문화

의 자존심이다. 진홍범작가는‘한국의가구디자이너’이자‘목수’

이다. 그는자존심을지키는목수가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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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치기 놀이는 소집단 놀이로, 주로 4~5명(많게는 10~16명)이 놀이

에 참여하며 마당은 물론 실내에서도 놀아진다. 놀이도구로는

손바닥만 한 넓적한 돌멩이, 비슷한 크기의 나무토막과 넓적한

팥단지가필요하다.

놀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정한 거

리의폭(3~4m, 연령에따라조절함)을두고땅바

닥에 두 줄을 긋는다. 가위 바위 보

를 하여 두 편으로 나눈다.

이긴 편은 말을 갖고 출발

선에 서고, 진편은 앞쪽에 그

은 줄에 비석을 세워 놓는

다. 이긴 편은 말을 던져

진 편의 비석을 쓰러뜨린

다. 이때‘던지기’는 줄을그

어놓은 출발점에서 말을 던지는 방법과 출발선에서 한발 뛰어

그 자리에서 말을 던지는 방법, 두발 뛰고 세발 뛴 자리에서 비

석을쓰러뜨리는방법이 있다. 말을한발뛰기의거리에던져놓

고한발을뛴 다음말을발등에올려놓고발로차서비석쓰러뜨

리기는‘차기’, 말을 머리에 올려놓고 말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

조심걸어가비석을쓰러뜨리는‘자세재기(치기)’도 있다. ‘자세재

기’는이밖에도다양한동작, 즉말을턱과목사이에끼고하기,

말을어깨에올려놓고하기, 말을겨드랑이에끼고하기, 말을가

슴에올려놓고하기, 말을등에올려놓고하기, 말을손등에올려

놓고하기, 말을가랑이에끼고걸어가서비석앞에서뒤로돌아

서서 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위와 같이 비석치기는 우리

민족 고유의 놀이이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신

체의 각 부위를 자극하는 감각동작 놀이로써 다양한 우수성을

지니고있다. 첫째, 기본적으로체력단련에탁월하다. 둘째, 신체

의 고정과 유연성의 조화를 조절해준다. 셋째, 거리측정 능력과

서민의한을풀어주던놀이, 어린이의심신을건강하게하는놀이

비석치기는한국고유의구비전승놀이로현대까지면면히계승되어오고있는놀이문화유산중하나이다.

어느시대에누가창안했는지문헌상의기록이없는작가미상의구전놀이이다. 다만구전에의해전해오고있는이야기는

조선후기에지방의사또가임기가끝나떠날때비석을세워주는관례가있었는데, 사또가떠난후비석앞을지나는사람들이

그간의폭정에시달렸던한을풀기위해그비석에돌팔매를던졌다고한다.

이후아이들의놀이가되어차기, 자세재기, 과녁맞추기등다양한감각과동작을활용한놀이로서현대까지보존되어오고있다.

글. 김숙경 ((사)한국전래놀이문화협회회장) 일러스트. 박근홍

비석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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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조절능력을 요구하여 몸의 균형유지 기능을 향상시킨다.

넷째, 말과비석간의공간조절능력, 몸과팔다리의힘 조절능

력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수에 대한 개념, 집중력, 관찰력, 판단

력, 순발력, 예측력, 지구력, 침착성을기를수있다. 여섯째, 유머

와 재치를 길러주고 협동심, 공동체의식 등 사회성을 신장시켜

준다. 일곱째, 비석이 쓰러질 때의 소리와 형태에 쾌감을 느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끝으로 인성교육 즉 양보심과 남을 이해

하고 수용하는 마음이 길러진다. 이와 같이 비석치기는 신체적,

사회적, 과학적으로매우훌륭한놀이이다.

근래에는 돌멩이 찾기가 너무 어렵다. 생활환경이 시대에 따라

변했기 때문이다. 옛날 어린이들은 생활주변에서 크고 작은 돌

멩이들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놀이를 즐김으로써 심심을 단련

했다. 하지만요즘아이들에게는놀이를할시간과장소가허락

되지않음은물론, 이제는비석이나돌멩이같은놀이도구를찾

기 힘들어졌다.

특히돌멩이나나무토막이요즘어린이들에게비석치기도구로

적합하지 않음은 운동신경 부족으로 비석치기를 하다 말을 잘

떨어뜨려 손이나 발등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

문이다. 비석치기를다치지않고즐겁게놀수있도록하기위해

새로 고안해 낸 방법(김숙경 제작)은‘팥 단지를 손바닥 반만 한 크

기로 넓적하게 만들어 말로 사용하고, 비석으로는 나무토막 대

신 우유팩또는음료수깡통(각각 10~15개정도)을활용하는것이다. 변

형된시대의흐름에따라놀이도구는변형되었으나놀이방법이

그대로 계승되고 있음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옛 선조들

이 창안해낸다양한놀이문화중에서도통합교육성이내포되어

있는 비석치기는 단연 강력하게 추천되어야 할 놀이라 생각한

다. 요즘 어린이들이비석치기를통해건강한신체와건전한성

격으로성장해주었으면하는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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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삯받고대신울어주는

죽음과울음(哭)은불가분의관계이다. 울음은가까운사람의죽음을슬퍼하는표현이기에우는것을죽음의례의시작으로여겼던것이다.

그래서고인故人과친한관계일수록울음의크기와길이는늘어나게된다.

전통적으로산사람들은3년 동안울음으로고인을기억하고추모하는기간을가졌는데, 고인에대한여운餘韻을해소하는방법이었다.

예서에서울음은‘곡哭’이라하였고, 불효를뉘우치는뜻으로곡소리가끊이지않도록하였다.

급기야번갈아가면서대신곡을하는대곡代哭까지생겼고, 이를해결하려고‘곡비哭婢’라는신종직업이생기기도하였다.

글.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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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를 규정한 예서禮書들에는 고인의 숨이 끊어

지면가슴을치고발을동동구르며슬픔에겨워

곡을한다는뜻의애곡벽용哀哭 踊을상례喪禮의 시작

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어버이의 죽음은 자식의 불효라고 여

겼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3년에 걸쳐 행해지는 대서사시

였던 전통 상례의 19개 절차는 곡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곡을

하는것으로마무리하도록규정되어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그러나주자(朱子, 1120~1200)의 『가례家禮』에는대곡하는시기를정하고

있다. 시신을싸서묶는절차인소렴小斂을하면번갈아가면서곡을

하더라도 곡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고, 시신을 입관하는

대렴大斂을마치고시신을임시로가매장하는빈殯을

하면대곡을그치도록규정한다. 또 성복(成服, 상주가상

복으로갈아입는의례)을하고조석전을올리면서부터시도때

도없이슬픔이복받치면곡을하는무시곡無時哭을하도록안내하고

있다. 상여가장지로떠나는발인하루전에대곡을시작하여상여가

장지에도착할때까지대곡을하여곡이끊이지않도록하고있다.

정리하자면, 상례를치르는전 과정에서대곡을하는것이아니라

첫 번째는소렴부터대렴을마칠때까지대곡을한다. 대렴다음날

성복한후무시곡을발인이틀전까지한다. 발인하루전부터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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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상여가장지에도착할때까지대곡을하여곡소리가끊이지않

도록한다. 그 이후부터는 3년상을마칠때까지대곡규정은보이

지 않는다는것이다. ‘번갈아가면서곡을하여곡소리가끊어지지

않도록한다(代哭不絶聲)’는규정이나오게된 배경에는고인때문에

산사람의몸이상하는것을방지하려는목적이강하게내재되어

있다. 『의례儀禮』라는예서에는대곡을하는이유를‘효자는슬퍼하

여 초췌해지므로 예법으로써 죽은 이 때문에 산사람의 몸이 손

상되는 것을 막고자 번갈아 가면서 대신 곡을 하도록 하여 곡소

리가끊어지지않게만한다’고 하였다. 즉, 상주는진이빠지도록

슬피울어야하지만, 그로 인해몸이초췌해져상례를치르지못

할까봐어쩔수없이번갈아가면서곡을할수밖에없었다는것

이다. 이는외형상고인의죽음을처리하는것으로보이는상례가

실제로는산사람을위한의례의성격도강했음을알게해준다.

대곡을하는방법은신분과계급에따라다르다. 『의례』「사상례」에

따르면‘군주는 관리의 계급 순위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선비는

친한관계에따라순서를정한다. 관리들은물시계를매달아두고

시간에맞추어교대로곡을한다. 그러나대부와선비는물시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로써 대곡이란 서로 번갈아가면

서 곡을 하여 상주가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음을 알

수있다. 이처럼초기예서에서는사람을사서대곡하게한다는내

용은찾아볼수없다.

그런데세종 3년(1421) 2월 12일 예조에서‘국장이나대신의예장禮

葬때 곡비는이전에시전의여자를시켰다. 그러나공정대왕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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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왕후의국장때는옛 제도에따라궁인이곡을하며따르게하

였다. 그러므로이후로는대신의예장에본가의노비를곡비로쓰

도록 하소서’라고 건의하니 왕이 그렇게 하도록 하였다는 것이

다. 『사례편람四禮便覽』(1844)에는발인을할때‘속칭곡비라하는데,

2명 혹은 4명이며, 베로 된 너울을 쓴다’는 여종이 등장하다. 또

『『사의士儀』(1870)에는 ‘상비(喪婢, 여자) 두 사람이 영거(靈車, 혼백을 운반하는

가마) 앞에서서고, 상노(喪奴, 남자) 두 사람이향탁香卓과의자를나누

어서지고영거의좌우에서곡을하면서간다’고하였다. 이 곡비

나 상비, 상노가바로곡을대신해주는대곡자였을것이지만여

염집의여자를사서대곡을했다는이야기는없다.

곡비가전통사회의애환으로각인된것은최근의일이다. 『국어사

전』에는‘양반의장례때 주인을대신하여곡하던계집종’이라고

풀고사례로『혼불』(1981~1996)이라는소설에서‘곡비의울음소리온

밤 내내 구슬픈 물굽이를…’이라는 대목을 들고 있다. 또한 2014

년 3월 방영된(KBS2) ‘곡비’와 2015년 4월 ‘총체적 난극-곡비’라는

연극이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들은하나같이‘곡비=천민’이라

는등식으로만바라보고있어곡비와대곡문화의실체와그 본래

의미를 읽어내지 못했다. 실제 곡비는 극히 드문 일이었고, 소설

외에어떤형태로존재했는지알수없기에일반화할수는없다.

우리에게곡비라는슬픈역사로알려져버린‘대곡’은슬픔에빠

진 상주를보호하고, 고인에대한여운을풀어주며, 자식된 도리

를 일깨우는 배려의 풍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대곡 문화는 세계

여러곳에서도나타나는보편적문화현상이었을지도모른다.

03

01. 백립(白笠)은국상(國喪) 때 백성들이쓰거나, 일반인들의상례

에서 대상(大祥)에서 역복(易服)할 때 쓰는 갓이어서 입식(笠飾)이

나 화려한입영(笠纓) 등 갓 장식을하지않는다. ⓒ국립민속박물

관 02. 만장을앞세운상여행렬이장지로향하는모습. 상여꾼이

선창으로상여소리를하면나머지상여꾼들도그소리를받는다.

상여를뒤따르는가족친지들은곡을하며장지까지간다. 곡비는

상여앞쪽영여의앞과좌우에서곡을하며따라간다. ⓒ국립민속

박물관 03. 저녁상식을올릴때 상주들이곡을하고있다. ⓒ국

립민속박물관 04. 『가례(家禮)』는유교식가정의례인관혼상제

를일반화한최초의중국판예서이다. 소렴(小斂)을하면번갈

아가면서 곡을하더라도곡소리가끊이지 않도록하고, 대렴

(大斂)을마치고시신을임시로가매장하는빈(殯)을하면대곡

을그치도록규정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5. 고침. 상주

들이짚으로만든자리를깔고짚으로만든베개를베고빈소를

지킬때 사용하는짚베개이다. ⓒ국립민속박물관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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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 동아일보가1면 특종으로보도하고이어서2014년 2월 27일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제587호로등록지정한‘개성복식부기장부’가학계에알려지기전까지조선시대는

근대자본주의의합리적이윤추구문화와는전혀상반된유교문화사회로인식되어왔다.

이에따라20세기한국사회는조선사회와철저히단절된식민지근대화론이학계의주류를형성하였다.

식민지근대화론은14세기말에서20세기초까지600여 년을단일체제로유지해온조선을정체된사회로규정하고

외부의힘에의해서만발전할수있었다고보고한국사회에전통과의단절을주문했던것이다.

그러나이 자료를이용한최근경제사학계와회계사학계의연구결과는기존의인식과전혀반대되는조선사회였음을제시한다.

글.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글로벌한국학부교수)

개성복식부기장부와조선시대회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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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복식부기 장부’는 개성지역에서 인삼 경작과 홍삼 제조를

통해중국과일본지역에수출한개성상인의국제적활동상을매

우 구체적으로보여준다. 이번에 지정된박재도집안의회계장부

는총 14책 1,298쪽의 기록이며주요장부인일기장日記帳, 외상·타

급장책外上·他給長冊과 보조장부인 주회계책周會計冊, 각처전답문기등

록各處田畓文記謄錄, 각인물출입기各人物出入記, 각인회계책各人會計冊, 외상

초外上抄와그외의어음, 편지, 증서등으로구성되어있다. 모든기

록이상호접합된문서로오늘날기업회계순환상의장부구조인

분개장, 총계장원장,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배분

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복식부기 방식으로 작성하여 대차균형

의 원리와원가회계, 그리고투자자와경영인과의이익배분계약관

계를확인시켜주는회계장부이다. 이는중국과일본은물론이거니

와유럽의회계사연구에서도찾아볼수없는세계적자료이다.

‘개성 복식부기 장부’는 고문서학과 서지학적 견지에서 현존하

는최초의개성복식부기회계장부로알려진 1786~1947년 기간의

북한사회과학원소장의일기장과원장집합과일본고베대학에

소장된 1854~1918년 기간의 회계장부 집합과 비교하여 볼 때 세

회계장부 집합은 모두 동일한 장부의 구조와 형식, 그리고 회계

관련전문용어를구사한것을확인할수있다. 이번에발굴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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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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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는비록앞서학계에소개된두장부집합보다시대가늦은장

부집합이지만회계사적으로보면북한사회과학원소장회계장

부, 일본 고베대학 소장 회계장부와 달리 일기장에서 최종 손익

계산서까지경제거래의전 과정을추적할수있는완벽히접합

된 회계장부집합이라는특징을갖는다.

단일 거래가대변과차변으로분개되고오늘날원장에해당되는

장부로전기되어야하는복식부기기술의특성상, 장부와장부사

이의 연관성을 갖추는 것은 복식부기 기술을 증명해낼 수 있는

가장중요한단서이다. 때문에고베대학의회계장부를처음수집

하고연구한일본히라이야스타로(平井泰太郞) 교수가일기장과타급

장책외상장책, 그리고결산서와의유기적연관성을찾지못한상

태에서내린연구결론, 즉‘개성상인의회계기록은현대적의미

의 복식부기 기록이 아니다’라는 회의적인 결론을 완전히 바꿀

수있는근거를이번장부는갖추고있는것이다. 북한사회과학

원 자료는2,027쪽에달하는거대한분량이지만한집안에서보존

되어온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분개장과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

서의 당기순이익 항목의 유기적 연관성을 추적 할 수 없는 한계

가있다. 이처럼현대식복식부기기술의보유를18세기까지소급

하는것이확실하지않은상황에서이번개성복식부기장부의발

견으로현존하는최초의회계장부와장부구조와형식, 그리고분

개 용어와 원장으로의 전기 등 관련 전문 용어와 코드가 일치하

여‘합리적자본주의’의 실존을증명할수있게됐다. 즉한국에서

18세기후반부터존재한다는사실을확실히규명할수있게되었

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굴된 회계장부는 1887년부터 1912년 모

든영업활동을복식부기방식으로기입하여추적할수있는유일

한자료이며, 이 자료의발굴과일부기록의현대회계방식으로

의 전환성공으로북한사회과학원소장기록과고베대학의회계

장부의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을 현대

기업경영분석방식으로분석할수있게되었다. 더불어분개에서

당기순이익계산과배분까지복식부기방식으로한치의오차없

이 기록한완벽한현대방식의복식부기자료라는것이실증된다.

A.C. Littleton, Michael Chatfield 미국 유럽 회계사학자들에 의하

3737

면 영국은 1885년까지 기업제조원가회계를체계적으로인식하지

못한상태였다. 독일은실증장부의제시없이‘현대방식의복식부

기’에 대한 사회과학적 인식만 확산된다. 1924년 W. Sombart의

근대자본주의론(Der Moderne Kapitalismus)과 Max Weber, Schumpeter 등

에 의한자본주의와복식부기와의연관성에대한사회과학적의

미 부여가 그것이다. 실증 장부 차원에서 1900년까지만 해도 영

국과미국의공식적인원가회계실무는존재하지않았고, 세계에

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원가관리 회계는 1899년에 출판된 H.L

Arnold의 저서『“the Complete Cost-Keeper New York” The

Engineering Magazine Press』이다. 서구유럽에서도 1885년 이전

에 원가 이론과 실무에 대한 관심은 다소 존재하였으나 원가문

제에 주의를 집중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본다. 반면박재도집안의회계장부는분개장, 총

계장원장,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배분에 이르

기까지전 과정을복식부기방식으로연결시켜완벽한대차균형

의 원리와원가회계, 그리고투자자와경영인과의이익배분계약

관계까지확인시켜주는, 20세기이전기록중세계유일의‘현대

방식의 복식부기 실무회계기록’이라는 세계회계사적 의의를 담

고있다.

02

01. 개성 복식부기 장부(등록문화재 제587호)는 개성지역에서 활동했던 박재도 상인 집안의

회계장부14책과다수의문서일괄로1887년에서 1912년까지25년 동안의대략30만 건의거래

내역이 1,298쪽의분량에기재되어있다. ⓒ문화재청 02. 개성상인들의주무대였던남대문시

장의1910년대풍경. ⓒ한국민족문화대백과

Page 39: 우리가함께해요 - C.H.A · 그리고그안에서살아가는 가족들의삶이집과의관계를통해서복되고 건강하기를소망하였다. 아울러서집에서이루어지는반복적인일상을통해서사람들이마음과생각도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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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화합, 연대의상징

733년의전통을지닌터키의유서깊은음식케슈케크Ke kek는 2011년에인류무형유산에등재되었다.

케슈케크는모든재료가한데어우러져깊은맛을내기때문에연합, 화합, 연대의상징으로불린다.

케슈케크는아나톨리아반도의여러지역에서결혼식, 명절, 할례의식과더불어

다른종류의의식에서도빠질수없는대표적인음식중하나이다.

또한매년여러지역에서케슈케크페스티벌이개최되고있으며‘케슈케크자선활동’이라는이름하에그전통을지속하고있다.

이 자선활동기간에는지역주민들의기부로모은돈으로많은양의케슈케크를만들고

자선활동에참여한수천명의사람들에게케슈케크를대접해주기도한다.

글. 후세인이잇트 (주한이스탄불문화원원장) 번역. 강수지

터키케슈케크의전통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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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음식문화중가장오래된것 중하나인케슈케크Ke kek는수

백 년 동안 재료와 조리법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만들어내는

유서깊은음식이다. 케슈케크안에들어가는재료는지역에따라

약간씩달라질수있지만밀과고기는케슈케크를만들때 꼭 필

요한 재료이다. 밀로 만들어진 음식인 케슈케크는 먹고 나면 꽤

오랫동안배고픔을느끼지않을만큼고열량의음식이다.

케슈케크는 준비방법과 더불어 익히는 과정에서 여러 번 재료를

빻고다지는과정을반복하기때문에만드는데만몇 시간이걸리

고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음식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이 각자

의 일을분담하여함께만든다. 먼저여성은하루전날밤에밀을

물에 불려놓고 고기를 준비한다. 다음날 불을 피우고 큰 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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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성은하루전날밤에밀과고기를준비한다. 다음날불을피우고큰솥이나냄비를준비한

다. 이후부터의재료손질은남성에게넘어가게된다. ⓒ유네스코(UNESCO) 02. 많은힘을필요로

하는케슈케크의주재료를빻는일은남성의몫이다. ⓒ유네스코(UNESCO) 03. 케슈케크를준비

하고먹는과정은집단적특성을띤다. 지역주민은물론인근마을사람들이초청되고, 의식이열

리는곳에서모두함께케슈케크를먹는다. ⓒ유네스코(UN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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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를 준비한다. 그 다음부터의 재료 손질은 남성에게 넘어가게

된다. 많은힘을필요로하는케슈케크의주재료를빻는일은남성

의 몫이다. 전통방법에있어서는대부분의과정이호두나무로만

들어진절구를이용하고남성들은재료를빻는일을수시간지속

한다. 이 힘든과정을거친후에는고기와밀의맛이서로잘섞일

수있도록만들어준다. 고기와밀이한데어우러져만들어진이 환

상적인맛은강한중독성을만들어낸다. 케슈케크에들어가는고

기는양고기또는소고기지만일반적으로목살을많이사용하며,

몇몇 지역에서는닭고기로만들기도한다. 케슈케크와잘 어울리

는음료로는아이란이나호샤프(과일로만든계피맛이나는음료수)가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케슈케크 안에 콩과 함께 잘게 빻아진 옥수수

도 첨가한다. 하지만 버터와 고추가 듬뿍 들어간 소스를 케슈케

크 위에뿌려먹는것은어느지역에서나공통적으로꼭 필요한

작업이다. 에게지역에서는케슈케크없이결혼식을열지않으며

동부지역에서는 가장 소중한 손님들에게 케슈케크를 대접한다.

터키의 부르두르 지역에서는 500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케슈케

크를만드는데, 이 지역에서는결혼식첫째날에신랑과마을청

년들이지게에밀을싣고서다불(북)과주르나라는전통악기를들

고 마을 중심가로 나선다. 이들은 깨끗하게 씻어 놓은 절구통에

밀을붓고긴 막대기를이용해끊임없이밀을빻기시작한다. 밀

을빻을때 한쪽에서는다른청년들이그지역의전통놀이를한

다. 밀을빻던사람들이피곤해지면절구치기를다른사람들에게

넘겨준다. 껍질을벗긴밀을다시지게에지고결혼식이있는집

으로 길을 나선다. 결혼식이 열리는 집에 도착한 청년들은 여기

서도 케슈케크를 옮기는 동작을 마치 놀이를 하듯이 흥겹게 이

어나간다. 케슈케크 빻는 일을 도맡아 한 청년들에게 결혼식을

연 주인집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준다 청년들이 가져온 빻은

밀은 저녁부터 물에 불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면 케슈케크를 만

들기시작한다.

야부즈셀림왕은1514년 이란정복에성공한그의군대에게휴가

04. 밀을물에불리기위해물을받는모습. ⓒ유네스코(UNESCO) 05. 밀의껍질을벗기는등대

부분의요리과정은주로실외에서이루어진다. ⓒ유네스코(UNESCO) 06. 케슈케크를준비하는

데에는특별한손재주로만들어진공동소유의절구가사용된다. ⓒ유네스코(UNESCO) 07. 지방

자치체와시민들이만든지역단체의긴밀한협력에의해케슈케크전통이보전되고있다. ⓒ유네

스코(UN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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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주고겨울을보내기위해그가태어난도시인아마스야로떠

나게 된다. 군대가 지나가게 될 한 마을에 나이 든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왕이마을을지나갈것이라는소식을듣고왕

에게 귀한 음식을 대접하기로 한다. 집 헛간에는 밀과 병아리콩

과함께며칠전 이웃들이준양고기와약간의갈비외에는아무

것도없었다. 여자는어쩔수없이있는재료들만을사용하여요

리를 만들어내야 했다. 여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요리를 만들

기 시작했다. 하지만요리에맛을더해줄고기가너무적었고고

민하던여자는조금이라도깊은맛을내기위해솥의가장아랫

부분에얼마안되는갈비를놓고그위에밀과병아리콩을첨가

하고 물을 부었다. 뜨거워진 난로의 장작불을 이용해서 솥에 담

긴 음식들을 익혔고 왕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자의 눈길은 길

쪽을 향해있었다. 솥이 달궈질수록 솥에 담긴 물은 점점 졸아들

었다. 물이졸아들면다시물을부었다. 하지만왕과군대의모습

은보이지않았다. 그 이후에도몇 시간이지났지만길에는오고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불에 올려놓은 음식은 시간이 지날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났다. 물을 계속 부었더니 밀과 병아리콩은

더 푹익어국물에우러났다. 새벽이밝아올때까지장작불은꺼

지지 않았고 음식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비로소 아침이 밝아오

자말을타고빠르게달려오는왕의군대가보였다. 여자는군대

가지나는곳으로달려가길을막아선뒤 자신이만든음식을한

국자맛보지않고서는길을내어줄수없다며한번만맛을봐달

라고 간청했다.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우리가 먼저 맛을 보고

왕에게 어울리는 음식인지 보겠다”고 말했다. 여자는 하루 종일

끓인 솥을 옮겨 군인들의 식탁에 음식을 내놓았다. 군인들은 음

식을 확인하기 위해 나무주걱을 가지고 휘저으며 솥 안을 확인

했다. 솥안에서고기냄새가나긴했지만고기는보이지않았다.

장작불에서 몇 시간 동안 끓여진 갈비는로쿰(터키식 디저트, 젤리의한

종류)같이녹아버려형체를알아볼수없었다. 음식의첫 모습은군

인들을만족시킬수없었다. 군인들중한명이여자에게다가가

“ 고기가들어갔었다면좋았을텐데(Ke ke etli olsaydı)”라고말했다. 여

자는나무주걱을속깊숙이집어넣은뒤 휘저어갈비에붙어있

던 약간의고기들을솥위에꺼내놓았다. 드디어음식의맛을본

군인들은야부즈셀림왕의상에올라갈수 있을정도의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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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믿음을의심치않았다. 예상대로왕또한음식을맛있게먹었

고 요리사에게 아마스야에 도착하자마자 이 음식을 만들어 모

든군대에나눠주도록명령했다.

이렇게“고기가 들어갔었다면 좋았을텐데”라고 불리던 음식은

그후에도계속해서왕의식탁에올랐고, 시간이흐르면서문장

의 앞 단어를 딴 케슈케크Ke kek라고 칭해지게 됐다. 이제 케슈

케크는 아마스야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으며 명절 아침

에, 가장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대접하는 아주 중요한 음식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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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백제는 백제가 건국된 때부터 웅진(현재 공주)으로 천도하기

전, 즉 하남 위례성에 수도를 두고 있었던 500년간(BC18~AD475년)을

말한다. 백제는 이 시기에한반도의가장기름지고풍요로운지

역에자리하며고대국가로발돋움하기위해힘썼다.

‘되살아나는 한성백제, 고대 역사 부활의 꿈’은 백제의 첫 도읍

지로서 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의 석촌동

고분군과 몽촌토성·풍납토성을 중심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알

리고 백제의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특

히 문화유산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일반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심어주고, 문화재가지역발전의장애요소가아닌문화

관광의 자원으로써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속가능한 성

장동력임을알리기위한목적아래시행하게되었다.

세부적인 프로그램으로 <백제의 피라미드와 만나다>는 어린이

를동반한가족을중심으로백제인형극‘바다건너구다라’, ‘한

성백제 호기심상자 만들기’, ‘백제인물캐릭터 책갈피 만들기’,

‘‘돌무지를쌓을돌덩이운반놀이’등의체험활동을통해한성백

제의역사유적과인물을즐겁고깊이있게만날수있는프로그

램이다.

문화재활용은‘신나고, 재미있고, 의미있는프로그램’이어야한다.

또한문화재는지역주민이활용하고동시에보존하는대상이어야한다. (사)문화살림은이처럼역사체험과문화재활용에대한

뚜렷한생각을토대로성숙한지역문화를만들어가는다양한프로그램을진행하고있다.

글. 정진우 사진. (사)문화살림

서울송파구, ‘되살아나는한성백제, 고대역사부활의꿈’

새롭게만나는한성백제새롭게만들어나가는문화재의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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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성백제 호기심상자 만들기’의 경우 (사)문화살림에서

특별제작한팝업북을통해한성백제의유적과인물등을쉽게

배울수있다.

또한 <찾아가는 한성백제 문화교실>은 학교로 찾아가 한성백

제를 알리는 실내수업으로, 그림자인형극과 한성백제큐브 만

들기(또는인물캐릭터책갈피만들기)를통해어린이들이직접이야기를

전개하고직접극을하면서한성백제유적의발견과정과해외

로 전파된백제의문화와인물을배울수있다. 풍납동주민들

이 갖고 있는 문화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풍납토성에서 찾아라! 생생백제>는 어린이

를동반한가족을대상으로풍납동의지도가그려져있는지도

손수건을 가지고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풍납동

도깨비시장상인들의협조를받아시장투어및 먹거리체험등

도 진행된다. 이밖에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백제의 돌말유

랑극장>, <꿈마을 몽촌토성 성곽돌기> 등 다양한 가족중심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반

한가족이중심이되다보니가족공동체회복과바른여가문화

의 형성에도큰역할을하고있다. 동시에소기의목적인문화

재에대한지역주민의인식전환과참여를통해문화재의가치

극대화를모색해나가고있다.

한편 2013년 시범사업으로시작한‘되살아나는한성백제, 고대

역사부활의꿈’은 2014년부터전면적으로유료화함과동시에

프로그램의질을높여나가고있다. 이러한노력의결과재신청

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통해 신규신청자

도늘고있다.

(사)문화살림은크게세 가지의목표를가지고‘되살아나는한

성백제, 고대 역사 부활의 꿈’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첫째

‘‘방치된 문화재’와 ‘침체된 지역’을 함께 치유·개선하여 행

복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며, 둘째 다양한 문화재 활용 콘텐

츠 및 프로그램의개발·시행을통해지역활성화에기여하는

것이며, 셋째지역사회에기반을둔추진주체구성및 협력체

계를구축하는것이다. 지역주민이주체가되는문화재의보존

과활용, ‘되살아나는한성백제, 고대역사부활의꿈’이 그 좋

은선례로자리매김하기를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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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바다건너구다라’는 30분정도진행하는창작극으로백제인왕인박사, 아직기, 전지왕의

누이인신제도원공주, 뱃사공, 일본의황자토도치랑자등이등장하여스토리를전개해나간

다. 02. ‘한성백제호기심상자만들기’는특별제작된팝업북으로한성백제의역사와문화유적,

인물등을쉽게배울수있는프로그램이다. 03. 그림자인형극등을통해한성백제유적의발견

과정과해외로전파된백제의문화와인물을배울수있다. 04. ‘돌무지를쌓을돌덩이운반놀

이’는온가족이함께하는놀이프로그램으로가족의협동심과친화력을키울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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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개한 철도문화재 중 하나인

‘‘레일한토막’에 간직된철도역사이

야기를소개한다. ‘1897년 미국일리노

이 스틸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1899년

개통된경인선부설에사용된소형레

일(30kg/m)로 우리나라에최초로도입된

철도 레일이며, 1936년 서울 용산의

철도종사원양성소에 철도박물관을

개관할 때부터 전시되었다’는 설명만으로 ‘대한제국기 경인철도

레일’의 가치를가늠하기는어려운일이다. 대부분의사람들이한

국철도는일제강점기때 일본에의해시작된것으로알고있다. 하

지만이 ‘레일한토막’은그것이사실이아님을우리에게증명해

주는문화유산인것이다. 고종시대사제3

집 내용에 의하면 조선왕조 시기인

1892년(고종29) 4월 미국인 James R. Morse

를 초청하여 경부철도 부설협의부터 시

작되었음을알수있다.

당시 논의는 중지되었지만 1896년(고종33)

3월 29일 James R. Morse에게 한국 최초

의 철도부설권을 허가해주는 결과를 가

져왔으며, Morse는 1897년 3월 22일부터경인철도부설공사를시작

하였다.

물론1899년 9월 18일 인천~제물포간경인철도의가假개통식이있

기 5개월전에일본의농간(미국인Norman Thorpe 교수는당시한국에곧전쟁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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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의역사가담긴등록문화재‘레일한토막’

지난3월 한국철도교통문화협회는박순구회장의제안에따라오래전부터오산시주민들의모임인‘좋은이웃들(Good neighbors)’의

협조를받아주한미제7공군장병및 가족등40명을초대하여문화체험안내를하면서철도박물관을방문하였다.

10년 이상철도박물관장으로재직하였던필자는이들을안내하면서한국최초의철도부설에미국이관여했던사실과

당시의유물이현재까지보존되고있다는사실에환호했다. 조금늦었지만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체험의기회를좀더 많이확산시켜야되겠다고생각하며, 우리는2차계획을세우기시작했다.

글·사진. 손길신 (경기도평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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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미국인들의 투자를 중단시킴으로서 부설권을 매수했다고 주장)으

로 부설권을 매도하고 공사에서 손을 떼었지만 1898년 1월 29일

자 뉴욕 발행 <Harper's Weekly>에 의하면 경인철도 역사의 설계

는 미국 본사에서 직접 했으며, 레일은 물론 한강철교용 철재 등

경인철도 부설공사에 필요한 모든 재료의 수송을 완료하였다고

했으며, 1898년 1월 27일자 <독립신문>은 동양에서 처음 보는 미

국의 큰 풍범선이 경인철도용 자재를 싣고 제물포항에 도착했음

을기사로게재하였다.

한국철도는1899년 9월 18일 일본이처음개통시켰지만, 대부분의

공사는미국인이했으며, 이에소요되는모든자재는미국에서운

반해온것이었다. 물론당시운행된최초의기관차역시미국의

Brooks사에서제작한Mogul-Tank형 증기기관차4량이었다. 한국

최초의철도유산으로유일하게남아있는‘ 대한제국기경인철도

레일’은최초의한국철도역사를증명해주는소중한문화유산인

것이다. 필자가관장으로재직하던중많은미국인철도마니아들

이 한국에남아있는미국산철도장비를찾아보기위해방문하였는

데, 철도박물관에전시중인‘레일한토막’을보며기뻐했고, 이어

서 그들은등록문화재제416호로등록된한국최초의디젤전기기

관차2001호보기위해부산에소재한철도차량정비단으로향했다.

모든문화유산은품고있는역사에따라우리만이아니라그역사

와관련된여러나라사람들이찾아보고, 즐기고, 연구하는소중한

자료들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가능하다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우리의문화유산을체험해볼수있는기회들을좀

더 많이마련해주었으면하는바람을가져본다.

01. 대한제국기경인철도레일(등록문화재제424호). 1899년 개통된경인선부설에사용된소형

레일(30kg/m)로우리나라에최초로도입된철도레일이다. 02. 대한제국기경인철도레일을제

작한미국일리노이스틸사. 03. 04지난3월, 한·미친선문화체험탐방의일환으로철도박물

관을방문한미 7공군명예지휘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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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사랑과 만나다> 코너는 독자 여러분이 만드는 코너입니다. 여행에서

만난문화재, 내가가장사랑하는문화재, 우리역사의흐름을알 수있었던박

물관 등 문화재와 관련된 독자 여러분의 기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는없으며문화재에관한소중한이야기, 나누고싶은이야기를언제든지

보내주시면, 기쁜마음으로지면에싣도록하겠습니다. 아래양식에맞는원고

와사진을연락가능한전화번호와함께보내주세요.

·원고분량 : A4용지기준 1장(10pt)

·사진 : 해당여행관련사진5매 이상

·보내실곳 : 문화재청대변인실김수현([email protected])

독자참여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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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유환석

조선광해군 때, 평안도차성군에부랑이라는처녀가홀아버지를모시고살고있었다. 부랑은몸이아픈아버지를대신해온갖힘든일을도맡아하며지극정성으로아버지를모셨다.

그러던어느날, 청천병력같은소식이들려온다. 인조반정후, 평안도의군을관리하게된 이괄이갑작스럽게모병령을내린것.

당시돈으로사람을사 군역의의무를대신지게하는대립(代立)은양인들사이에빈번한일이었지만, 그몸값이많게는한달에쌀아홉석에달했다.

아버지는딸걱정에매일뜬눈으로밤을새웠고, 부랑역시아픈몸으로혼자계실아버지를생각하며눈물로밤을지새웠다.

그러던어느날, 꿈같은일이일어난다.

부랑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생이될 결심까지 하지만, 그조차 뜻대로되지않는다.

결국부랑은자신이대신군역에나가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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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은남장을하고무사히입대를하게되지만,여자의몸으로훈련을감당하는것은

쉽지않은일이었다.

내 몸이성치않은데대립군(代立軍)을구할처지도안 되니, 참 큰일이구나.

너무걱정마세요.제가방법을찾아볼게요.

정말남자로보여야할텐데...

아비가딸을사지로보냈으니이 죄를어찌씻을수있겠니……

몸도편치않으신데, 밥은잘 챙겨드시는지……

아이고, 그만두거라. 네가무슨힘이있다고…

아버진, 제가힘이얼마나센데요~

……

아니, 네가어떻게??? 이게꿈이냐생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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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날처럼잠이오지않아밖을서성이던부랑은놀라운사실을엿듣게된다. 그것은인조반정일등공신인자신의처우에불만을품은이괄이반란을계획하고있다는사실이었다.

그길로몰래군대를빠져나온부랑은안주목사정충신의부대를찾아간다.

내 딸부랑이맞냐?

뭐라? 이괄이반란을꾸미고있다고? 이 사실을전한이가누구냐?

이에정충신은이괄의난을진압하며공을세울수있었다. 이후진무공신1등에책록된정충신은부랑에게자신의곁에남아줄것을제안하는데…

부랑의깊은효심과정의로운용기가자신은물론아버지에게도새로운삶을선물했다.

효녀부랑의이야기는장지연의『일사유사』에기록되어오늘날까지전하고있다.

고운옷을입고눈앞에나타난딸. 부랑은정3품인정충신의아내가되어돌아왔던것.

그사연은이러했다.

부랑은모든사실을고백하고, 사연을들은정충신은부랑의고운마음씨에반해그녀를아내로맞이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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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냐?전 차성군의군졸이온데장군님께꼭전해야할말이있습니다.

내 청을거절하는이유가무엇이냐?

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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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기념,

문화재청은광복70년을맞이하여특별전, ‘중명전, 고난을넘어

미래로’를 오는 8월 8일부터 9월 6일까지 개최한다. 중명전은

‘‘광명이 계속 이어져 그치지 않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우리나

라에서궁중에지어진최초의서양식건물중하나이다.

특히 을사늑약 체결(1905년)과 헤이그 특사 파견(1907년) 등 시련의

근대사를간직한현장으로, 이 같은역사적의의를간직한중명

전에서 개최되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역사적인 교훈을 되새기

는계기가되기를기대한다.

글·사진. 문화재청근대문화재과

‘중명전, 고난을넘어미래로’특별전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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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기간 : 2015. 8. 8.(토) ∼9. 6.(일)

•개막식 : 2015. 8. 7.(금) 19:00

•장소 : 덕수궁중명전(2층 전시실)

※중명전 : 을사늑약체결장소이면서헤이그특사를파견한장소

•내용 : 을사늑약, 헤이그특사및 항일독립운동문화재및 관련자료등

•주최 : 문화재청, 광복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후원 : 라이엇게임즈

덕수궁중명전

한국광복군서명문태극기(등록문화재제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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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문화재청정책총괄과

「 2015년도문화유산보호유공자포상」후보자접수

문화유산보호에기여한숨은공로자를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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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의 보존·연구·활용 분야에 뛰어난 공적을

세운개인과단체를발굴·포상하기위하여지난 7월 6일부터오

8월 31일까지「2015년도문화유산보호유공자포상」후보자추천

을받고있다.

「문화유산보호유공자포상」은문화유산애호의식을함양하고문

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 민족문화 발전에 이바지함

을목적으로하며, 문화분야최고영예인▲문화훈장과▲대통령

표창으로나누어수여된다.

❶포상추천

•문화유산보존·관리, 학술·연구, 봉사·활용등3개 부문별로

▲문화훈장▲대통령표창으로나누어접수함.

•포상인원은 ▲문화훈장 3명(개인)▲대통령표창 5명(개인 또는

단체) 등총8명(단체)이며, 대통령표창은부상으로상금각 1천

만원이수여됨.

•포상후보자자격은국적, 생존여부와관계없이대한민국문화

유산의보존·연구·활용에크게기여한자로서▲문화훈장은

20년 이상의 공적이 뚜렷한 개인 ▲대통령표창은 5년 이상의

공적이뚜렷한개인또는단체임.

❷추천방법

추천서와 정부포상동의서를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 새소식-공지

사항)에서 내려받아 접수기간(7.6.~8.31.) 내에 문화재청으로 방문 제출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고, 원본과 동일한 자료를 전자우편(freeri28

@korea.kr)으로도제출함.

❸후보자선정및시상식개최

•9월부터후보자에대한경력조회와외부전문가로구성된심사

위원회 등을 통해 최종 후보자 선정 후 국민의 공개검증 실시

함.

•오는12월 8일에시상식개최예정

❹문의

정책총괄과☎042-481-4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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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퍼즐 독자의소리•2015년 8월호문제입니다

•정답및 당첨자는다음달호에서확인하세요.

※2015년 7월호당첨자입니다.

1.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면 마량리에 있는 국가어항. 임진왜란 시기에는 거북천 1척이

상시대기하는전략적요충지였다.

2. 경상북도안동시풍천면하회리에있는조선중기의건물. 보물제306호.

4. 손으로떠서만든우리나라전래의종이.

5. 경상북도에있는군. 등운산에신라승인의상(義湘)이 창건한고운사가있다.(○○군)

7. 뜨거운물및 수증기를주기적으로공중으로분출하는온천으로비등천의일종.

11. 국가에서풍속을권장하기위해충신·효자·열녀등모범이되는사람을표창하고

자그사람이사는마을입구나집 문앞에세우던붉은문.

13. 주의, 주장, 이해를같이하는사람들이뭉쳐이룬단체나모임.

14. 들어가는맨 첫머리.

15. 손으로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분쟁이나 사건 등을 편법을 동원하여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는것.

17. 종숙의아내(종숙모).

18. 장례때에곡성(哭聲)이 끊어지지않도록곡(哭)하는비자(婢子).

19. 어떤일이나문제든지명철하게포착하고분석·평가하며해결대책을능숙하게세

우는뛰어난슬기와계략.

1. 말을기르는곳.

2. 볕이바로드는곳.

3. 조선시대에여자들이입었던예복. 당저고리·당적삼·당한삼이라고도한다.

6. 조선전기의문신. 세종때 『예기대문언두』를 편찬하고한글창제를위해음운연구를

해정확을기한끝에훈민정음을반포케했다.

8. 그물건의원래가격보다훨씬싼값.

9. 짙고산뜻한붉은빛치마. ‘같은값이면○○○○’는 값이같거나같은노력을한다

면 품질이좋은것을택한다뜻이다.

10. 어떤내용을듣는사람이납득하도록분명하게드러내어말함.

12. 작은보에서전달되는하중을받기위해기둥과기둥사이에건너지른보.

13. 당리와당략을아울러이르는말.

15. 앞뒤를잘 헤아려깊이생각하는신중성이나꾀가없음.

16. 묘에세우는비.

18. 24절기의여섯번째절기.

‘장승업, 틀을깬 자유분방한사유의세계’ 꼭지를재미있게읽었습니다. 미술을전공하

는 학생이지만한국사공부에빠져이 책을정기구독하며가장흥미롭게읽은글이었습

니다. 장승업의그림은단지천재성만으로인정받은것이아닌치밀한계획끝에자신만

의 자유분방함을더 한 것이었다는제작후기와함께인생전반에관한이야기가흥미로

웠습니다.

자유분방에관한특집기사가좋았습니다. 특히옥죄지않아야창의성나래가펼쳐진다는

글은몇 번이나고개를끄덕이며공감했습니다. 획일화되고정형화된틀에서벗어나는것

이‘눈에띄는행동’으로보이는것이아니라다양성과창의성으로인정받는건전한사회

가 되었으면좋겠습니다.

‘타락한 과거의 사생아들’ 글을 읽으며,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부정행위가 난무했다

는 사실에정말놀랐습니다. 글을 대신써주는사수, 글을 대신짓는거벽, 좋은자리를

잡아주는선접꾼이하나의 직업군을 이루는 지경이었다니 부정이 일상이 되어버린 과

거 풍경이떠올라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다가올세대에는부정행위라는단어가절대

나오지않기를바랍니다.

고향을떠나면다른것은모두잊을수있지만, 하나잊지못하는것이입맛이라고합니

다. 그만큼음식에대한사람들의본능은 그 깊이가깊은데그래서인지음식문화에관

한 기사인가자미식해에관련된기사가정말흥미로웠습니다. 음식의기원과기록을통

해문화까지알수있는좋은글이었습니다.

‘대한제국기철도통표’기사가아쉬웠습니다. 통표라는것에대해그림을곁들인자세한

설명이있었다면더 깊이있는기사였을텐데, 너무짧게글이끝나버리네요. 오히려철도

의 역사에관한분량이더 많은듯한느낌입니다.

“여러분의소중한의견에귀를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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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17쪽‘겨릅지붕은대마껍질을사용해서지붕을덮은것이다’에서‘대마의껍질’을‘대마

의 줄기’로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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