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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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8 2013년 3월 27일 수요일러시아 FOCUS ┃ 스포츠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
“빅토르는 러시아팀엔 특별 보너스 같은 선물”
빅토르 안으로 제2 인생, 안현수
러시아, 살아 보니 따뜻한 나라 이젠 정말 내 집 같아
김 엘레나 에디터은퇴해도 여기서 계속 공부할 계획
국적 바꿀 때 격려해 준 팬들 큰 힘
경기 끝나면 한국 선수들과 잘 지내
러시아 미녀 많지만 내 짝은 아직
▶ 1면에서 계속
훈련 결과는 선수 각자가 얼마나 운동을 소화
하고 얼마나 자신에게 잘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
하다고 봐요. 이제 저는 적응했고, 이곳 스타일이
좋아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국에 적응했었기
때문에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어떻습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이상했지요. 항상 같이 운동
하던 선수들과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입
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
을 했고, 여기 와서도 상황은 똑같다고 생각합니
다. 단지 나라와 유니폼이 바뀌었을 뿐인 거죠. 얼
음판 밖에선 한국 선수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래도 국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쨌든 제가 국적을 바꾼다는 게 한국에선
큰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역할이 러시아에
서 아주 중요하고, 내가 잘하면 한국 후배들에게
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제가 이곳으
로 옴으로써 러시아팀이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주
고 싶고요. 지금은 힘든 거 다 잊고 1년이 채 남지
않은 올림픽 하나만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이라 1등에 대한 강
박관념도 많았습니다. 메달을 따면 다른 나라 선
수들은 굉장히 좋아해도 한국 선수들은 실망하
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러시아에서는 메달 색에
관계없이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좋아하고 축
하해 주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제가 부상을 많이 당하니까 부모님께서는 편
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를 바라셨어요.
러시아로 온 것도 부모님이 여러 곳을 알아보고
알려주셨기 때문이고, 저도 고민 후에 러시아로
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곳에서 운
동을 시작한 것인 만큼 열심히 하고 또 국제대회
에 나가니까 부모님은 기뻐하십니다. 지금은 동
생들도 있고 해서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고 아버
지만 몇 번 러시아에 오셨어요. 제가 여기서 자리
를 잘 잡으면 부모님들은 이리로 오고 싶은 생각
도 있다고 하셔요.”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아침 7~8시 사이에 일어나 식사를 한 뒤 2~3
시간 훈련하고 점심 먹고 씻고 쉬었다가 오후에
다시 훈련을 합니다. 거의 이런 식이에요. 자유시
간이 비교적 많아 개인훈련은 이 시간을 이용하
는 편입니다.”
-쉬는 시간엔 뭘 하나요.
“저녁 6시면 일정이 대개 끝나기 때문에 마리
나와 러시아어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쉽
니다. 운동만큼 휴식도
중요하기 때문이고
다음날 훈련에 지
장이 없으려면 그
렇게 하는 게 맞다
고 생각합니다. 일
정이 있으면 휴식
시간이 있어도 잘
나가지 않고, 휴일
이 며칠 계속될 때
는 외출을 합니다.
모스크바 지하철도 많이 탔고, 가볼 만한 데는
거의 다 가본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는 상트페테
르부르크도 갔었습니다. 생각보다 잘 돌아다닙
니다. 딱히 필요한 게 없으니까 그냥 혼자 돌아다
닙니다. 숙소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바람을 쐬
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음식은 어떻습니까. 한국 사람에게 러시아
음식은 힘들다고 하던데.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음식을 가리
는 타입이 아니라 잘 먹기는 했지만 항상 같은 음
식만 먹게 되고, 한국 식습관도 있다 보니 약간
의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이 한국 음식
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서 먹고 싶으면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보통 블린
(러시아 팬케이크)에 꿀을 발라 먹기도 하고 아
무튼 여러 가지 다 잘 먹습니다. 밥도 꼭 챙겨 먹
습니다. 그리고 스태프들의 추천이나 훈련에
필요한 열량이 있기 때문에 고기 위주로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 생활을 끝내면 어떻게
할 겁니까.
“다시 한국으로 갈 생각은 아직 없습
니다.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여기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 내 미래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
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후에도 언어 실력
을 늘리고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부분도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남으려고 해
요. 스포츠 관련 분야 공부를 했
으면 좋겠습니다. 트레이너같이
선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했
으면 좋겠어요.”
-러시아 여자 친구가 있나요.
러시아엔 미녀가 많잖아요.
“다니면서 러시아 여성들을 많
이 보게 되는데, 한국 사람들보다 이
목구비가 뚜렷하고 키가 크잖아요. 다
리도 길고. 그래서 다 예쁘게 보이는 것
같아요. 동양 사람도 예쁜 여성이 많지만
그런 점에서 비교가 되니까 전체적으론 인
식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튼 아직은 누구를
만난다거나 이런 것은 없어요.”
-한국 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제가 여기 올 때 많이 응원해 주셨지만 걱정
도 많이 해주시고, 또 그만큼 격려를 많이 해주
셨기 때문에 팬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적응하기
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또 많은 비난도 있
었습니다. 국적을 바꿔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했
을 때 많은 분이 안 좋은 말도 많이 하셨어요. 그
와중에도 많은 팬이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열심
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국제무대에 섰을
때 누구보다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 그 팬들이었
기 때문에 너무 기뻤습니다. 그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선수로서 메달에 상관없이 계속해 전
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나의 마
지막 무대가 될지 모를 내년 올림픽에서 좋은 모
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 끝
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러시아를 얼마나 알았습니까. 편견은 없었나요.
“여기 올 때까지 잘 몰랐습니다. 한국 사람들
에게 러시아는 아직 약간 무서운 나라로 여겨지
고 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와 보니 그렇지도 않
았고, 오히려 운동하는 데는 더 편했습니다. 다
만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할 수 없는 것
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겠지요. 시간이 지나 러
시아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그런 문제는 해결되
겠지요. 그래서 한국 친구에겐 늘 좋은 이야기들
만 해줍니다. 제가 여기서 잘 생활하고 있다는 것
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처음 생각과 달리
편해지고 익숙해지는 것을 보니 잘 왔다는 생각
이 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춥지도 않고. 그리고
가끔 한국에 들어가는데, 갈 때는 ‘이걸 하고 저
걸 해야지’ 그러는데 막상 가 있으면 빨리 러시아
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러시아
로 오기 전엔 ‘추운 나라’였지만 사람들을 겪고
조금 생활하고 나니 ‘따뜻한 나
라’가 된 거죠. 사람들이
저를 따스하게 대하
는 것에 대해 고마
움을 느끼는 것 같
아요.”
안현수 선수가 한국에서처럼
러시아 빙상에 기여하고 있는
지 러시아 빙상연맹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회장을 만나봤다.
-빅토르 안의 역할은 어떤가.
“빅토르의 공헌을 인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지
만,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은 흥미롭고 전도가
밝은 팀이며 독창성을 가진 다양한 선수들로 구
성돼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팀이 받은 엑스트라-보너스(특별상여금)
라 할 수 있다. 빅토르는 단독으로 승리를 거둘
능력도 있고 팀의 계주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도
기여했디. 데르레첸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시
리즈 라운드별 대회의 계주 분야에서 지금의 러
시아 대표팀이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
며 경쟁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대회 결과
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
-팀에 대한 기여는.
“빅토르의 역할은 위에서 말한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설적인 선수이며 러시아 선수들
에겐 천상의 인물이다. 전 세계가 빅토르를 ‘쇼트
트랙의 신’이라고 불렀다. 러시아 선수들은 바로
곁에 서 있는 빅토르와 함께 훈련하면서, 그 역시
지치고 부상을 입고 고통도 참아내는 자신과 다
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빅
토르의 기술과 경주 전략도 배우는데 이런 것은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억나는 점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빅토르 안이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빙상 경기에 출전한 모스크바 월드컵대회
를 기억한다. 미국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이 빅토르와 함께 사진을 찍고 트위터에 올리면
서 ‘신의 귀환’이란 제목을 달았다. 우리 선수들
은 훈련을 하면서 ‘신’과 같이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것은 심리 훈련에 큰 도움
을 준다.”
아나톨리 사모흐발로브 기자
정리=안승환
게스트 에디터
인터뷰하는 안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