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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Vol.13. No.1 2014. 4. pp 33~57 3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 경북 문경의 한 도검 장인 사례를 중심으로 - 박 경 용 *1) The Making of Traditional Sword and Traditional Knowledge on SensibilityㆍTechnology - A Case of a Sword Craftsman in Munkyung County, Kyungpook Province - Bak, Gyeong-Yong 국문 요약 본고를 통해서는 도검 장인의 구술생애사 맥락을 중심으로 단조ㆍ단접, 검신 연마, 담금질, 상감과 조각 등 주요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시각과 청각, 촉각 등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양상과 내용을 살펴보 았다. 전통 도검은 무형문화의 전통지식을 담고 있는 금속공예 분야로서 전승 맥이 단절되었다가 최근 한 장인의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이는 다른 공예 분야와 마찬가지로 제작 기술과 지식이 개인의 머릿속 에 들어 있어 발화나 구체적 행위를 통해 암묵적으로 인지되고 소통, 전승되므로 ‘경험지’ 혹은 ‘암묵지’ 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작과정의 단조나 단접, 연마, 담금질, 상감, 조각 등과 같은 세밀한 기술이 대부분 경험적 감(感)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통 도검의 효율적 전승을 위한 한 가지 방안은 계보주의와 기능의 원형주의에 매몰된 현행 무형문화재 정책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비록 스승 없이 개인적 노력으로 도검 제작 기능을 복원했을지라도, 그 성과와 전승 의지를 감안하여 법적 지원으로 안심하고 기능 전승 에 몰두할 수 있도록 조처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 도검, 전통지식, 도검 장인, 구술생애사, 감각지식 Abstract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examine the aspects of traditional knowledge on the sense of sight, seeing and touch in the making of traditional swords, focused on a context of oral life history of a sword craftsman in Munkyung county, Kyungpook province. A traditional sword is a kind of iron crafts including various traditional knowledges on sensibilityㆍtechnology. And *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강의교수(Lecturer, Department of archaeology & Anthropolog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E-mail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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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Vol.13. No.1 2014. 4. pp 33~57

    3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 경북 문경의 한 도검 장인 사례를 중심으로 -

    박 경 용*1)

    The Making of Traditional Sword and Traditional Knowledge on

    SensibilityㆍTechnology

    - A Case of a Sword Craftsman in Munkyung County, Kyungpook Province -

    Bak, Gyeong-Yong

    국문 요약

    본고를 통해서는 도검 장인의 구술생애사 맥락을 중심으로 단조ㆍ단접, 검신 연마, 담금질, 상감과

    조각 등 주요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시각과 청각, 촉각 등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양상과 내용을 살펴보

    았다. 전통 도검은 무형문화의 전통지식을 담고 있는 금속공예 분야로서 전승 맥이 단절되었다가 최근

    한 장인의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이는 다른 공예 분야와 마찬가지로 제작 기술과 지식이 개인의 머릿속

    에 들어 있어 발화나 구체적 행위를 통해 암묵적으로 인지되고 소통, 전승되므로 ‘경험지’ 혹은 ‘암묵지’

    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작과정의 단조나 단접, 연마, 담금질, 상감, 조각 등과 같은 세밀한 기술이 대부분

    경험적 감(感)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통 도검의 효율적 전승을 위한 한 가지 방안은 계보주의와 기능의

    원형주의에 매몰된 현행 무형문화재 정책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비록 스승 없이 개인적 노력으로

    도검 제작 기능을 복원했을지라도, 그 성과와 전승 의지를 감안하여 법적 지원으로 안심하고 기능 전승

    에 몰두할 수 있도록 조처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 도검, 전통지식, 도검 장인, 구술생애사, 감각지식

    Abstract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examine the aspects of traditional knowledge on the sense of

    sight, seeing and touch in the making of traditional swords, focused on a context of oral life

    history of a sword craftsman in Munkyung county, Kyungpook province. A traditional sword

    is a kind of iron crafts including various traditional knowledges on sensibilityㆍtechnology. And

    *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강의교수(Lecturer, Department of archaeology & Anthropolog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E-mail : [email protected]

  • 34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it have been became extinct for a long time since Chosun dynasty, but being restored by a great

    deal efforts of a sword craftsman. The technology for making traditional sword is not only an

    experience knowledge but also tacit knowledge because it is appreciated and communicated,

    transmitted through speech and behaviour in everyday lives tacitly. Therefore the making works

    of forming, welding, grinding of a sword body, hardening, inlaid work and craving etc. have

    being performed through empirical feelings or sensual knowledges on the sense of sight, seeing

    and touch. The knowledge and technology of empirical sense on sight, seeing and touch have

    been applied as a standard for judgement to all manufacture processes in a temperature of

    heating an iron, a homogeneity of a sword body line and the time of hardening etc..

    KeyWords : a sword, traditional knowledge, a sword craftsman, oral life history, sensual

    knowledge

    Ⅰ. 머리말

    도검(刀劍)은 쇠를 이용하여 다양한 철제 기물을 제작하는 야철(冶鐵) 공예의 한 분야로서 칼과 검을

    총칭하는 말이다. ‘도(刀)’는 한 날을 지닌 칼을 의미하며, 칼의 날 부분이 휘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환도(環刀), 쌍수도(雙手刀), 단도(短刀), 월도(月刀), 협도(挾刀) 등의 무구(武具)와 부엌칼을 비롯한 가정

    용구나 일상의 용도로 활용되었다. 반면 ‘검(劍)’이란 양날의 직선으로 되어 있으며, 보통 유한계층의 상징

    적 위세를 나타내는 의장용이나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용으로 사용되었다(송일훈 외, 2000:

    48; 강성문, 2002: 67-68).

    전통 도검이란 고래로부터 전승되어온 제작 기술이나 기법이 모양이나 문양, 용도 등에 체현된 칼과

    검을 말한다. 조선시대에 대표적인 도검류는 환도로서 군기감 산하 경공장이나 상의원 소속의 환도장(環

    刀匠)에 의해 만들어졌다(강성문, 2002: 67). 농기구를 비롯한 가정용 도검류는 각처의 대장장이 야장에

    의해 생산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 도검은 전래의 무예나 야철 기능을 전승하는 과정에서 일부 무술인

    들에 의해 소장, 활용되거나 야철 장인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전통 도검은 전통사회에서 일상생활은 물론

    무예 수련이나 전쟁 수행과정 등에서 필수적인 물건이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제작 기술이 전승되어온 사인검(四寅劍)이나 사진검(四辰劍)은 전통 도검의 대표적

    인 사례이다. 특히 사인검은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의 네 가지가 합쳐지는 시간대

    에 완성됨으로써 가장 깨끗한 기운이 서려있고 정의의 상징으로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주술・종교성을 지닌다. 사인검은 궁중에서 제작되어 임금이 나라의 최고 군사 지휘관에게 군령권을 위임하는 상징으

    로 건네졌다고도 한다. 다음은 사인검 제작 기술을 복원, 전승해오고 있는 고려왕검연구소(소장 이상선)1)

    홍보자료의 관련 내용이다.

    1) 전통야철 도검 장인 이상선(남, 58세) 소장이 설립했으며, 직계 자녀인 딸(이혜은, 32세)과 아들(이승대, 30세)이 연구원으

    로 기능을 전승 중이다.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35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사인검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12간지 중 호랑이를 뜻하는 인년, 인월, 인

    일, 인시에 만들어진 검으로 사인검 정신은 정의로써 악을 징벌하고자 하는 데 있다. 사인검은 임금

    이 병마를 지휘하는 장수에게 주었던 검으로 임금의 도장이 새겨져 있으며 명령을 어긴 자는 허락

    없이 죽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ʻ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ʼ 혹은 간단히 ʻ사인검ʼ이라고 불리는 양날의 칼이 왕실에서 제작되었다. 이 칼은 4가지 인(寅)의 시간이 합쳐지는 시간대, 즉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제작된

    것으로서 순양(純陽)의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음(陰)한 사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졌다. 사가에서

    도 일부 제작된 흔적이 있으나 사인검의 대부분은 왕실에서 제작하여 궁중에 보관하거나 혹은 종친과

    총신들에게 하사되었다. 미신을 배격하는 조선의 유학자들은 사인검 제작 풍습을 ʻ좌도(左道)ʼ라고 비난하고 중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내내 사인검의 제작은 계속 이어지

    게 된다.

    사인검은 대부분이 주조에 의하여 제작되었고 단조로 만들어진 경우에도 재질이 연철이었기 때문

    에 실천적 의미에서는 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벽사용의 부적에 가까운 물건이다. 하지만 개화기에

    우리나라를 찾았던 외국인들은 다른 칼은 다 제쳐 놓고 이 사인검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현

    재도 해외의 도검 관련 사이트에서 가끔씩이나마 이야기되는 조선의 칼은 이 사인검뿐이다. 사인검은

    그 형태가 일본, 중국의 도검과 확연히 구별되며 온갖 기이한 주문과 기호, 다양한 별자리가 칼 전체

    에 걸쳐서 금과 은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에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동양적 신비감이

    느껴진다. 현대에 와서 이미 사인검 제작의 전통은 단절되었으나 사인검의 전통 공예적인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전통 신앙의 의미는 여전하며 이를 복원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상의 내용처럼 전통 도검은 기능에 더해 유통과정의 상징성으로 인하여 모양과 문양, 장식 등에서도

    예술적 미감이 뛰어나다. 특히 형태상으로 이웃하는 중국, 일본의 것과도 달라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사인검을 비롯한 전통 도검은 전래의 야철 및 금속공예의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

    회로의 이행기에서 그 전승의 맥이 단절되었다. 현실적 수요의 과소화와 5명 내외뿐인 도검 장인의 희소

    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반인들도 일본에만 도검문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한국 고유의 전통 도검

    문화에 대해 인식이 희박하다. 이로 인해 도검공예의 산업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아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우며, 근근이 맥을 이어오는 도검 장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를 통틀어 전통 도검 분야의 무형문화재 항목조차 설정되어 있지 않음은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전통공예 중 도검 분야에 대한 학술적 연구조차도 등한시 되어왔다. 손에 꼽을 정도지만 삼국시

    대 환두대도(유연희, 1987; 구자봉, 2005; 남수진, 2013)와 조선시대 환도(이석재, 2006), 도검의 군사적 운

    용(강성문, 2002) 등 역사학적인 관점의 연구가 대부분이다. 도검의 문화적 관점에서는 마상무예(김영섭,

    2003)와 예도(銳刀)의 무예 실제(송일훈 외, 1999) 등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편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통

    제련법에 의한 도검의 복원(한정욱, 2010)과 담금질(장희방, 2004)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검 관련 기

    술 전승 인물에 대해서는 상감입사장(소성영, 2001)과 대장장이(주경미, 2011)를 중심으로 장인으로서의

    삶이 조명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에서 본고는 전통 도검의 복원을 위해 애써온 한 장인의 생애사적 맥락에서 전승 주체의

    경험과 인식에 기초하여 사인검 제작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 36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한다. 이는 무형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전통지식의 맥락에서 전통 도검의 문화적 함의를 이해

    하기 위함이다. 전통 공예분야는 수작업에 의존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장인의 경험지식이 절대적으로 요

    구된다는 점에서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문화적 함의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우선 제Ⅱ장에서 감각ㆍ기

    술 전통지식의 범주를 살펴본 후 전통 도검을 비롯한 금속공예 분야에서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내용을

    검토할 것이다. 그런 다음 제Ⅲ장에서는 사인검 제작 기능을 복원, 전승해오고 있는 한 장인의 도검 입문

    과 기술 습득 및 복원, 전승과정을 생애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것이다. 제Ⅳ장에서는 전통도검 제작과정

    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장인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주요 공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존재 양상과 내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제Ⅴ장에서는 이상의 고찰 내용을 요약, 정리한 후 전통 도검

    기능의 전승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본고는 2012년 2월에 실시된 현지조사와 이후의 간헐적인 보완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들과 관련 보고

    서(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2: 404-438)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필자는 초고 작성 과정부터 2대

    계승자인 장인의 딸을 통해 메일과 전화 등으로 도검 장인으로부터 보충자료들을 수집했다. 본고에 수록

    된 도검 제작 과정에 대한 사진자료들은 모두 이와 같은 보완연구 과정에서 수집되었다. 전통 도검의 문

    화적 함의에 대한 연구가 희소한 상태에서 본 연구를 위해 도검 장인의 구술생애사 맥락에 기초한 경험과

    인식에 주목하였다. 이는 무형문화에 대한 기존의 기능 중심, 문화원형 중심, 전통문화보전 중심적 관점에

    서 새로운 접근방법의 일환인 구술생애사 중심, 문화원리 중심, 전통문화의 창조성 중심 조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0 : 8-10). 특히 전승 주체의 경험과 인식에 기초한 장인의 구술

    생애사적 맥락은 무형문화의 특정 기능과 박제화된 전통성 고수보다는 전승자인 ‘사람’을 중심으로 접근

    함으로써 전승자의 문화 창조성과 전승 의지, 무형문화에 대한 인식, 지식체계 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Ⅱ. 금속공예 전승과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범주

    전통지식(traditional knowledge)이란 ‘이전 세대로부터 문화적 관습을 통해 전승받거나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획득된 자연과 사회에 대한 지식’(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0 : 3)으로 유ㆍ무형의 다양한

    문화적 사상(cultural things)으로 존재한다. 이처럼 전통지식은 넓은 의미로는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오는

    민속예술과 공예, 음식, 의례, 생산기술, 사회적 습속, 믿음체계와 종교 등 무형문화 일반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좁은 의미로는 이들 무형문화 중에서도 사회 유지 및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

    나 전략적 방책으로 한정된다.

    전통지식은 미각,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등 오감을 통해 음식의 맛을 내고 미술과 음악을 창조하며

    각종 도구와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술과 관련 지식이다. 이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전승되기

    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전인적 도제 형식으로 장기간의 경험적 체험을 통해 습득된다.

    전통사회에서는 측정을 위한 과학적 기준과 데이터가 설정되지 않아 대부분 오감을 통해 맛의 정도와

    물건의 완성도, 미의 정도 등을 추산하고 평가했다. 이는 이른바 ‘눈대중의 노하우’ 혹은 ‘감(感)의 지식’에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37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해당한다. 이와 같은 전통지식은 일상의 생활과정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되므로 경험지(experience

    knowledge)이자 인격지(personal knowledge)일 뿐만 아니라, 지식이 문자나 도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개인의 머릿속에 내재하여 발화나 구체적 행위를 통해 암묵적으로 인지되고 소통, 전승되므로

    암묵지(tacit knowledge)이기도 하다. 전통지식으로서의 경험지는 명시지(explicit knowledge) 혹은 형식

    지와는 구분된다(Polanyi, 1968, 최철병, 1998 : 119-121 재인용).

    전통지식은 복합적이고 다차원성을 지니므로 유형의 것과 무형의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성격의 문

    화적 사상들이 혼재한다. 예컨대 전통 창호(窓戶)는 전통 건물의 문살로서 형태가 있는 유형문화 요소이

    지만, 제작 기술과 무늬에 내포된 의미 등은 무형적인 전통지식이다.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는 벽사와 대동

    단결의 세시 무형문화이지만, 동원되는 악기와 복장, 기물 등의 유형적인 문화요소를 포함한다.

    전통지식은 분류기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범주화가 가능한데, 자연ㆍ우주 전통지식,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물질ㆍ물건 전통지식 등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무형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바탕으로 전통지식을 수집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연구해온 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0: 13) 측의 입장이다. 아래 에서처럼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은 미각,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등 감각적 인지과정을 통해 오래 전부터 창안, 습득, 전승되어온 전통지식의 영역을 의미한다.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범주

    구분 성격 주요 내용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미각전통주, 발효식품(고추장ㆍ된장ㆍ간장ㆍ김치ㆍ젓갈), 막걸리, 향토식품, 조림식품, 장아찌,

    떡, 다과, 전통음료, 두부, 약선

    시각 민화, 풍속화, 벽화, 탱화, 풍경, 현판, 족자, 선화(禪畵), 천연염색

    청각 민요, 상여소리, 무가, 규방가사

    촉각 침선, 한지, 옻칠, 목공예, 갓일, 매듭, 염색, 단청, 누비

    공감각 풍물, 판소리, 탈춤, 사물놀이

    *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0, 13쪽 참조.

    미각의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은 전통주, 발효식품(고추장ㆍ된장ㆍ간장ㆍ김치ㆍ젓갈), 막걸리, 향토식품,

    조림식품, 장아찌, 떡, 다과, 전통음료, 두부, 약선(藥饍) 등 전통적인 맛과 관련되는 영역이다. 시각의 감각

    ㆍ기술 전통지식은 민화, 풍속화, 벽화, 탱화, 풍경, 현판, 족자, 선화(禪畵), 천연염색 등 눈으로 바라보는

    전통 회화적 요소를 일컫는다. 청각의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은 민요, 상여소리, 무가, 규방가사 등 귀로 들

    어 음미할 수 있는 전통 음악적 요소를 포함한다. 촉각의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은 침선, 한지, 옻칠, 목공예,

    갓일, 매듭, 염색, 단청, 누비 등 전통적인 수공예 분야에서 전승되어온 무형문화를 의미한다. 한편 공감각

    (共感覺, synesthesia)의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은 풍물, 판소리, 탈춤, 사물놀이 등 청각이나 촉각, 시각 등

    하나의 감각기관에 자극을 줌으로써 여러 다른 감각기관들로 하여금 동시에 감응하게 하고 영향을 미치

    는 영역을 일컫는다.

    이와 같은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에 대한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지침과 전략을 갖는다. 첫째,

  • 38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음식의 맛을 내고 그림과 음악 등 예술의 미적 감각을 느끼고 판단하며, 각종 기물 제작과정에서 최적의

    작업조건과 완성도 등을 판단하는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주목한다. 둘째, 개인과 가족, 마을 안과 밖의

    여러 차원에서 산재하는 문화요소들을 발굴하여 연구한다. 일반인과 준전문인, 전문인을 모두 포함해서

    연구하되, 생애사적 맥락 속에서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전승 동기와 과정, 내용 등을 고찰한다. 셋째, 마

    을 공동체 차원에서는 자연 및 인문 환경적 조건과 관련한 생활사적 맥락 속에서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을

    살펴본다. 넷째, 개인, 가족, 공동체, 고을 등 여러 수준에서 개인과 사회집단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면서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을 고찰한다. 일상생활 속의 맛과 색깔, 소리, 촉감, 공감각의 전통지식을 분야별로

    검토하되, 개인의 경험과 인식, 기술(기능), 의미 부여방식 등에 주목한다. 다섯째, 김치나 민화, 지화, 도검

    등 유형적 문화요소의 경우 제조 혹은 제작 기능과 기술, 절차를 비롯하여 기능 습득 방식과 전승계보,

    현재적 함의, 지속과 변화 등에 대해 고찰한다. 여섯째, 문화요소들에 개재되는 미각,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등의 판단 기준과 과학적 근거 및 인식, 태도 등에 주목한다. 버무린 김치 맛에 대한 판단 기준과

    양념 배합비율, 옹기 가마 속의 불의 색깔을 보고 적정 온도를 판단하는 근거, 천연염색의 적절한 색깔

    판단 기준과 과학적 근거 등은 몇 가지 사례들에 해당한다. 일곱째, 민요, 판소리, 오광대놀음, 굿놀이 등

    무형적 요소의 경우 그 생성 배경과 역사성, 놀음 구성과 형식, 내용, 전승집단의 특성에 더하여 악기나

    복장, 기물 등의 유형적 요소들에도 주목한다. 여덟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완성도를 판단하는 미각,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기준과 과학적 근거 및 태도를 살펴본다. 아홉째,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변화와

    소멸, 지속에 대한 전승자의 인식과 태도, 의미부여 등에 대해 살펴본다. 열 번째,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을

    집단적으로 전승 중인 마을을 대상으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조사한다. 열한 번째, 전문인의 기능에만

    국한하지 말고 이들의 독특한 세계관이나 창조적 행위에 주목하여 이를 규정하는 논리와 근거를 탐색한

    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인의 생애사적 맥락 속에서 기능 전승 동기 및 학습과정, 기능에 부여하는 의미와

    의식, 태도 등을 다각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전북대학교 무형문화연구소, 2010: 6-7; 박경용ㆍ김필성,

    2012: 197-201).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전통 도검을 포함하는 금속공예 일반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의 주요 내

    용은 다음 와 같다. 금속공예는 크게 대장간 야장에 의해 만들어지는 농기구를 비롯한 일상생활

    철물과 도검류 및 금은세공을 포함하는 예술적인 금속공예로 구분된다. 전통적으로 금속공예는 쇠를 제

    련하여 원재료를 만들고 이를 불에 녹여 단조ㆍ단접과정을 통해 성형한 후 연마, 담금질, 상감, 조각, 조립

    등을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장기간의 수련에 의해 습득된 경험

    지식이 바탕이 된다. 이 점에서 제조 공정의 적정 수준과 완성도의 판단 과정에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우선 좋은 쇠를 고르는 눈대중과 쇳물 색깔로 제련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각적 안목이 필요하다. 쇠가 달구어지는 색깔로 연마와 담금질 시기와 작업의 성과 등을 판단한다. 또한

    연마과정에서 생기는 소리로 쇠의 온도를 판단하며 만져봄으로써 두께나 연마 및 광택의 정도, 표면의

    균질도 등을 판단한다.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39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금속공예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분야 주요 내용

    일상생활 철물(대장간) 농기구, 생활도구ㆍ좋은 쇠를 고르는 눈대중

    ㆍ쇳물 색깔로 제련 상태 판단

    ㆍ쇠가 달구어지는 색깔로 적정 온도 판단

    ㆍ변화되는 색깔로 담금질 정도 판단

    ㆍ연마과정에서 생기는 소리로 온도 판단

    ㆍ만져보고 두께나 연마, 광택의 정도 판단

    ㆍ눈 감각으로 선의 균질성 판단

    금속공예

    도검

    장석

    연관

    유기

    악기

    보석

    장신구 …

    Ⅲ. 이상선 장인의 도검 입문과 기술 습득과정

    전통도검 장인 이상선(李相善)은 1955년 3월 3일(양력) 충남 예산군 고덕면 오추리에서 4남 1녀 중 4남

    으로 출생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아버지는 그가 3살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 말기에 일본에 징용으로 가서 9개월가량 생활했는데, 고된 일과 좋지 않은 환경으로

    병을 얻어 귀국한지 1년 만에 작고하였다. 이때 막내 동생은 생후 7개월밖에 안 되었다. 그리하여 31세에

    과부가 된 어머니가 고생하며 자식들을 길러냈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생활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그는 공부가 싫어 일부러 중학교 진학도 마다했다. 그

    리하여 항시 대장간이나 그릇 등 무엇을 만드는 곳에 가서 놀기도 하는 등 일찍부터 이른바 ‘장이’들의

    일에 관심이 더 많았다. 이와 같은 그의 성향은 일찍부터 아마도 공예인의 길을 걸으리라는 미래 삶을

    예시하는 것도 같았다. 실제로 그의 종조부는 한옥을 짓는 목수였으며, 외조부는 상(床)을 만드는 소목(小

    木)이었다. 그의 피 속에 조상들의 이러한 공예 기술의 인자가 필시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외조부가 한 번씩 집으로 찾아와 조부님과 함께 담소를 나누시곤 했는데, ‘욕심은 지니

    되, 심술은 부려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형들은 공부를 해서 한 명은 서울에서 농협에 근무하며 종친회 종사(宗事)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전

    주 이씨로 양녕대군의 15세손이다. 당시 형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역대 임금

    의 능제(陵祭)를 모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능제 지내는 날이 되면 10대였던 그는 종종 형의 제복

    (祭服)을 지참하여 현장까지 가곤 했다. 경기도 양주와 여주에도 가고, 16세 되던 해에 서울 경북궁에도

    갔다. 종묘 제례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는 건물 내 문갑 위에 얹혀있던 사인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검을 보는 순간 그는 내심으로 그걸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을 품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부터

    는 머릿속으로 자꾸만 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그리하여 집안의 쇳덩이와 철사를 꺼

    내고, 종조부가 사용하던 연장을 몰래 훔쳐다가 불에 달구고 두드려보는 등 이른바 실습을 했다. 당시

    그의 종조부는 연로하여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한 채 연장은 연장함에 담겨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종조

  • 40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부의 연장이 남아돌 리 없었다. 이로 인해 당숙과는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 장인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16세에 오토바이를 구입하여 8km나

    떨어진 천안시를 비롯하여 예산, 당진, 합덕 등지를 돌아다니며 대장간에서 칼을 만드는 기본기술을 익혔

    다. 그는 20세까지 4년간을 이렇게 다니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 곳에 그리고 한 사람에게만

    기능을 배우게 될 경우 시야가 좁아짐은 물론 한 사람의 기술만 전수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즈음 그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현재 그의 쉰 듯한 목소리도 이때 성대까지 다쳤던

    영향 때문이다. 약 1~2년가량 꼬박 모든 일을 놓고 몸을 추스렸다. 건강이 회복된 후에는 또다시 다양한

    공예 공부를 하게 된다. 목공소에도 다녀보고 서울로 가서는 종로의 어느 은장도 공방에서도 일했다.

    23세 때는 귀향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일본제 트랙터도 구입하여 부지런히 일했다. 26세 때는 4세

    아래의 서산 출신 아내와 결혼도 했다. 농사 짓던 5~6년간 공예 관련 일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공예가의

    운명은 그를 비켜나지 않았다. 트랙터 보습 날이 망가지면 이를 교체해야 되는데 수입품이어서 원활하게

    조달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이를 만들어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대장간에 직접 가서 트랙터

    보습날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대장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트랙터를 사게 된 것이 다시

    검을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럴 즈음 백씨의 일이 잘못되어 농토가 유실되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본격 도검 제작 일에 매달릴

    결심을 하게 되었다. 45세 때 고향을 떠나 충남 온양으로 갔다. 이제부터는 처자식을 먹여 살릴 방도로

    이 일을 해야 될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막상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관계 법령

    에 의해 마음대로 도검 제작공방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검은 무기류에 포함되므로 엄격한 총포화약단속

    법 때문이었다. 실의에 빠진 그는 이때부터 요강까지 방안에 들여놓은 채 약 6개월간 두문불출하였다.

    대신 아내가 인근 제사공장에서 일을 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이후 관계 법령이 개정되자, 그는 인천의 공업지대로 들어갔다. 일을 할 수 있는 가게를 열어놓고 도검

    제작 공방 개설 서류를 관계 기관에 제출했다. 그렇지만 5~6년이 되어도 허가가 나지 않아 부러진 골프

    채를 수리해주며 한해한해를 버텨나갔다. 이때도 아내는 봉제공장에 일을 다녔다. 도검은 제작했지만, 공

    개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하여 버리거나 집안에 가득 걸어놓기만 했다. 한번은 그의 집에 조무래기들이 물

    건을 훔치다 들켜 경찰서로 연행된 적이 있는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그도 경찰서로 가서 아이들

    을 대면한 적이 있었다. 혹시 아이들이 집안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도검의 존재를 발설하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도둑을 맞고도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었다.

    1991년에야 비로소 도검 공방 허가가 나 꿈에 그리던 ‘태극공방’을 열 수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 도검을

    만들 수 있어 공방 명칭도 ‘이조검’, ‘조선왕검’ 등으로 차례로 바꾸었다. 당시에는 도검 문화가 활성화되는

    시기로 전국적으로 3개의 도검 제작업소가 설립되어 있었다. 그는 인천에서 계속 도검을 만들어오다 10여

    년 전부터 경북 문경으로 와서 를 열었다. 폐교를 활용함으로써 운동장과 건물 등에다

    주거 공간 외에 넓은 작업실과 전시실까지 갖출 수 있었다. 일찌감치 아버지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해온

    아들이 그에게는 큰 힘이 된다. 3년 전부터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딸까지 전통도검 전승과정에 합류

    해 세 부자녀가 의기투합했다.

    지금까지 사진검을 비롯한 도검 제작도 90회나 실시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 전통도검 제작 기능이 단절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41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온전히 계승, 발전시켜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국가

    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갈고닦은 도검 제작 기능이 사회

    적 수요 부족과 세인의 무관심에 더하여 기능의 원형주의와 계보주의 등과 같은 탄력적이지 못한 문화정

    책상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는 문화유산을 지켜나가려는 사람의 정신과 애착, 노력보다는

    기능 중심이라는 제도상의 제약 때문이다. 그가 고서나 박물관 전시 실물 등을 통해 복원한 사진검, 사인

    검은 제작 전통의 단절로 인해 계보를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도검에 대한 전문 논문이나 연구서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도 미약했다. 반면 일본은 2차

    대전을 거치면서 국가 정책상 도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일본도를 모방해서 만드는 경향도 적지 않았다. 그는 도검문화도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영

    향을 미친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목도됨을 굉장히 아쉬워한다.

    그가 사인검과 사진검에 주목한 것도 여태까지 순수한 우리의 전통 도검류로서 불모의 상태로 묻혀

    있었다는 점에 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문화 암흑기에서조차도 일제가 다른 곳은 모두 손을 대어도 사인

    검, 사진검만큼은 어떻게 하지 못했다고 본다. 우리의 전통도검을 우뚝 세움으로써 도검문화의 맥(脈)을

    잇고, 이를 바탕으로 민족문화의 전통을 후대에 온전히 전승시키고자 한다. 이상선 장인은 이런 생각에서

    초기에는 전통 도검류를 발굴,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의 뒤를 잇겠다고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마음 든든하

    다. 세속적 명성이나 사회적 타이틀보다는 전통 도검 제작기술을 잇는다는 자부심 속에서 그의 장인다운

    풍모를 읽을 수 있다.

  • 42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Ⅳ. 전통도검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지식

    1. 쇠 고르기와 불에 달구기

    도검을 제작하기 위한 대강의 절차는 쇠를 골라 불에 달구어서 성형(단조), 연마(날 세우기), 열처리(담

    금질), 최종 연마, 조립 등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전통 도검, 특히 사인검 제작과정에서는 조각

    및 상감을 해야 하고, 장식과 매듭 등 미감에도 신경을 써야 하므로 훨씬 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이상선 장인에 의하면, 전통 도검 제작 과정은 아래와 같이 모두 14단계로 세분된다. 단조ㆍ단접 작업

    후에는 3차례에 걸쳐 검신(劍身) 연마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단조ㆍ단접 작업뿐만 아니라

    담금질과 상감 및 조각 작업 이후 검신의 표면이나 날의 기울기 등이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 단조ㆍ단접

    - 1차 검신 연마작업

    - 담금질 작업

    - 2차 검신 연마작업

    - 상감 및 조각 작업

    - 3차 검신 연마작업

    - 검자루 제작하기

    - 코등이 제작하기

    - 검 조립하기

    - 검집 제작하기

    - 장식 제작하기

    - 매듭 제작하기

    - 검 좌대 제작하기

    - 도검 완성

    1. 쇠 고르기와 불에 달구기

    전통 도검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쇠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검(劍) 제작에 적합한 쇠가

    있는가 하면 도(刀)를 만드는 데 적합한 쇠가 있다. 사진검이나 사인검 등 검을 만들 때는 검 날에 조각을

    하고 상감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강도가 너무 높지 않은 쇠가 사용된다. 이상선 장인은 포항제철에서

    도검 제작용의 쇠를 구입해 쓰는데, 강도가 아주 약한 10~15 정도의 순철을 활용한다. 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강도가 50 정도는 돼야 한다. 담금질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검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

    이상선 장인은 사인검 제작 시 길이 50cm, 두께 20mm, 폭 50mm 정도의 쇳덩이를 이용한다. 이 정도

    규격으로는 대형 검 1개를 만들 수 있는데, 소형 검은 2개가 제작 가능하다. 도검 제작을 위해서는 쇠를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4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화덕에다 집어넣고 일정 온도 이상으로 달구어야 한다. 예전에는 흙으로 화덕을 설치한 후 소나무나 참나

    무 숯을 넣고 풀무질을 해서 화력을 돋우었다. 지금은 쇠로 만든 화덕에다 갈탄이라고도 일컫는 코크스를

    넣고 풀무질 대신 전기 모터를 이용하여 화력을 높인다. 이른바 개량 화덕인 셈인데, 일부에서는 숯 대신

    가스 불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가 생각하기로는 숯으로는 단 시간 내에 센 불을 얻기가 어렵다고 한다. 예전처럼 전통식 가마의 화

    덕에서 풀무질을 하는 경우와는 달리 운동장 노지에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3일 사인검 제작

    시에는 대안으로 길이 2m가량의 참나무를 7~8겹씩 쌓아놓고 불을 놓았다. 이렇게 해서 참나무 더미가

    절반쯤 타게 되면 상당히 센 불이 만들어진다. 전통적으로는 사전에 만들어진 숯을 이용했지만, 그는 도검

    제작 당일 참나무를 태워 생기는 숯을 즉석에서 얻어 불을 만든다.

    옛날 같으면 인제 사인검, 사진검 만들려면 일단은 담금질이 되어야 하잖아요. 가마를 불어서 공기를

    억지로 내어가지고 풀무질을 해서 하는 건 불이 센데, 노천에서 열을 내서 한다는 건 숯 가지고는

    이게 안 돼요.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참나무를 한 2m씩 잘라가지고 그것을 7~8겹씩 갖다 쌓아놓고

    불을 지르거든. 그러면은 그 불이 거의 반쯤 탔을 때는 숯으로 변환돼서 불이 겁나게 세요. 2010년도

    에도 그렇게 했고, 올해도 그렇게 했는데, 그런 방법은 옛날에 숯으로 했다고 해서 내가 꼭 숯으로

    할 필요는 없어요. 그게 숯은 뭐 어차피 불이 타면 숯이 되니까, 참나무를 태워서 숯을 만들면 되겠

    다. 그래서 그 방법을 나는 쓰거든. 참나무를 태워가지고 반쯤 불이 타면 스스로 숯이 열을 내지요

    (이상선, 58세, 남)

    2. 단조 및 단접 : 불의 색깔과 온도, 소리

    도검 제작 시 단조(鍛造)ㆍ단접(鍛接) 과정은 검신(劍身)의 기본 형태를 잡아주고 쇠의 성질을 바꿔주

    기 위해 달구어진 쇠를 늘이고 접어서 두드리는 작업이다. 과거 제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이렇게 함으로써 쇠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예전에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

    을 걸러냈으므로 도검의 재료 속에는 정제되지 않은 흙이나 모래 등의 불순물이 섞여있었다.

    두드리는 작업의 경우 만드는 물건에 따라 두드려서 늘리는 것도 있고 늘려진 것을 접어서 다시 두드리

    는 것도 있다. 쇠뭉치의 경우에는 일단 두드려서 최대한 길게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련기술의

    발달로 쇠가 잘 정련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전통의 고수와 장인의 정성을 다하는 과정으로 여러 번씩 단

    조ㆍ단접과정을 거친다.

    전통적으로는 ‘머리띠이’라고도 일컫는 모루쇠 위에다 쇠를 얹고 큰 해머로 두드렸다. 달구어진 쇠가 식

    기 전에 두드려야 일의 능률이 확보되므로 보통 2~3인이 한 조가 되어 호흡을 맞춰가며 쉴 새 없이 두드려

    야 한다. 그러므로 전통 대장간에는 보통 5~6명씩의 장정이 고용되어 있었다. 정확한 부위를 때려야 하고

    또 구성원 간 때리는 시간차를 잘 가늠해야 하므로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단조를 위한 해머질은 반복

    동작을 계속해야 하므로 손목이나 팔, 어깨, 허리 등에 근육 질환도 생기곤 한다. 때로는 손가락이나 팔,

    다리를 다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달구어진 쇠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튀게 되는 버걱(스케일)에 화상을 입기

    도 한다. 버걱은 쇠가 불에 달구어지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물

  • 44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질이다. 단조ㆍ단접과정에서는 반드시 버걱을 제거해야만 접은 부분이 원활하게 접합 가능하다.

    지금은 기계 제작기술의 발달로 샌딩 용의 반자동식 단조기계가 개발되어 사용된다. 스프링을 장착하

    여 반복적으로 해머질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해서 스프링단조기 혹은 스프링해머라고도 일컫는다. 단조기

    계는 1980년대부터 차츰 보급되기 시작했다. 기계 한대로 처리 가능한 일의 능률도 장정 5~10인에 맞먹

    을 정도이다.

    이상선 장인은 본인이 직접 고안, 제작한 7마력의 단조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단조기계를 이용하면 사

    람의 힘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일정한 힘을 장시간 균일하게 가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단조기계 작업이 마무리되면 장인과 계승자인 아들이 잔매질(잔망치질)을 번갈아 수행함으

    로써 검신의 세밀한 모양을 조형해 낸다.

    쇠를 달구면 버걱이라고 하는 스케일이 녹아나온다. 스케일을 걷어내지 않으면 단접이 되지 않는다.

    이는 쇠 속의 불순물 성분이므로 예전부터 철물 단조작업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단

    조 과정에서 스케일 제거는 가장 핵심이 되는 작업이다. 수차례 단조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쇠의 용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버걱.스케일은 쇠가 불에 들어가면 제 몸 보호를 위해서 표피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건 쓸 수가 없어

    다 쏟아내 버립니다. 쇠의 손실율도 있죠. 그러니 계속 단조를 할 수 없지. 단조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 스케일 제거입니다. 스케일을 제거 하지 않으면 쇠하고 같이 접합이 안돼요.

    (이상선, 58세, 남)

    이상선 장인은 도검 제작 시 보통 7~8회씩 쇠를 접었다 두드리는 단접과정을 거친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서 특히 사인검이나 사진검을 만들 때는 전통의 고수라는 측면에서 필수적인 기술에 속한다. 하

    지만 과학적으로 따진다면, 지금은 제련술의 발달로 여러 번씩이나 단조ㆍ단접하는 과정은 오히려 원료

    와 인력 낭비에 더하여 쇠의 조직이 파괴됨으로써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제철소에서 나오는 쇠를 쓰잖아요. 그거는 옛날 방식으로 지키기 위해서 하는 거지. 질로

    서는 많이 떨어진다 이거지. 지금은 단접을 보통 우리가 접는 게 일곱 번 여덟 번 접거든요. 그런데

    정성은 무지하게 많이 들어갔는데, 그게 성능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이거죠. 그런데 그 옛날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단접을 하는 거지. [옛날에는] 그게 질이 좋아지라고 하죠. 단접을 계속해서 그 이물

    질을 빼내야 됐으니께. 그 당시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되고요. 지금 쇠는 포항제철서 나오는 철을

    가지고 내가 단접으로 뚜드리고 하는 거는 조직파괴를 시키는 거죠. 그러니께 옛날에는 그렇게 했어

    야 했고, 지금은 그걸 안 해두 좋은 칼이 될 수 있는데. 그건 우리 전통에 맞지 않아서 하는 거지.

    (이상선, 58세, 남)

    금이나 은과는 달리 도검의 재료인 쇠는 1300℃ 이상의 고온에서 비로소 녹게 된다. 너무 높은 온도에

    서 쇠가 녹아버리면 안 되므로 장인은 단조ㆍ단접작업에 적합한 일정 온도에서 달구어진 쇠를 밖으로

    꺼낸다. 화덕에서 쇠가 덜 달구어져도 원활한 작업이 어렵다. 따라서 장인은 작업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

    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온도계를 설치하여 매번 이를 확인해가며 작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45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에서 터득된 이른바 감(感)의 지식이 요구된다. 전통 기예의 장인에게 특히 요구되는 능력이자 신체의

    오감으로 인지되고 판별되는 앎의 영역이다. 이상선 장인의 딸이 “아버지는 눈이 저울이고 손이 저울이

    다”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감각적 경험지식을 일컬음이다.

    그는 단조작업 시기를 화덕에서 달구어지는 쇠의 색깔을 통해 판단한다. 그에 의하면, 쇠가 화덕에 들

    어가서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먼저 시커멓게 변하면서 차츰 붉은 색깔을 띤다고 한다. 그는 이 시점의 쇠

    온도를 500℃ 정도로 판단한다. 여기서 시간이 더해지면서 800~900℃로 올라가는데, 쇠 전체가 검은 빛

    이 소멸되면서 붉게 변한다. 단조ㆍ단접작업을 위해서는 쇠의 온도를 더 높여나간다. 1200℃에 근접하면

    녹기 직전까지 이르며, 쇠의 색깔도 차츰 붉은 빛에서 노란색깔로 변한다. 따라서 쇠의 온도가 1000~110

    0℃ 정도 되는 시점, 즉 색깔이 노랗게 변하기 직전 단계의 시뻘건 상태에서 쇠를 꺼내 단조ㆍ단접작업을

    시작한다.

    인제 쇠를 단조하기 전에 불을 달구는 과정에서 온도가 어느 정도 일정한 것인지를 어떻게 보고 어떻

    게 판별하는 것인지는…. 우리가 판별하는 방법은 불이 뜨거워지면 쇠가 시커멓게 변해요. 처음에는

    시커멓게 되다가 새빨갛게 변하죠. 인제 노란 불빛, 노란색이 나면은 쇠가 거의 녹는다는 징조요.

    그러면 그 노랗고 빨갛기 전에 그 전에 중간 고 때 되면 노랗다고 보면 1300℃가 넘어가는데. 뻘게지

    고 시커매지면 500℃. 빨개지면 800℃에서 900℃ 사이거든요. 그런데 단조 볼일 때는 1200℃ 녹기

    직전까지 가요. 그러고 인제 단조는 한 1000℃에서 1100℃ 그때 돼서 때리고.

    (이상선, 58세, 남)

    이와 같은 작업 적기를 판단하는 것은 신체 감각기관, 즉 눈의 시각을 통해서다. 육안으로 쇠가 달구어

    지는 색깔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환경 여건 조성도 필수적이다. 너무 밝은 낮 시간보다는

    사방이 어두운 시간대가 단조ㆍ단접작업 하기에 더 적합하다. 이상선 장인도 이를 감안하여 이른 아침이

    나 늦은 저녁시간대를 이용한다. 그의 작업공간은 폐교의 넓은 운동장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낮 시간대에

    작업하는 경우에는 막을 친 상태에서 내부를 약간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화덕 속에서 달구어지는

    쇠의 색깔을 육안으로 분명히 파악해서 작업하기에 최적한 온도를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작업 시기를 포착하기 위함이다.

    결국엔 인제 쇠를 불에 달굴 때 쇠를 언제 꺼내서 단조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 하는 판단은 온도

    계로 재는 게 아니고 육안으로 색깔을 보고 하죠. 그래서 그 작업을 하는 거는 어두운 데서 하는 게

    젤 좋아요. 그래서 지금은 난 노천에서 작업하므로 거의 아침저녁으로 하죠. 아침저녁으로 좀 늦은

    시간에 이렇게 어두운 시간에 그때 색깔구분이 명확하고 온도를 정확히 알 수가 있죠. 순전히 경험에

    의한 감(感), 느낌으로 해야 돼요.

    (이상선, 58세, 남)

    이상선 장인은 단조ㆍ단접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온도 조건이라고 말한다. 쇠가 적절히 달구어

    진 상태에서 해머질을 하게 되면 ‘퍽퍽!’ 하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쇠가 덜 달구어졌거나 작업 도중 시간

    경과로 인해 일정 이하로 온도가 떨어지면 ‘땡땡!’ 하는 소리가 난다. 이 경우 해머로 내리치면 쇠가 균열

    이 되기 싶다. 그러면 쇠를 화덕 속에 집어넣고 다시 가열해서 반복 작업을 해야 한다. 단접작업의 경우에

  • 46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는 한번 접을 때마다 쇠를 매번 불 속에 넣어 달구어야 한다. 따라서 검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9~10회 반복한다. 장인의 숙련도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지만, 작업하는 날씨 여건이 횟수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다. 바깥 날씨가 추우면 화덕에서 나온 쇠가 금방 식어버린다.

    단조작업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기술은 쇠의 온도를 잘 감지해서 작업하는 겁니다. 온도가 안 맞으면

    때리면 터지거든. 균열이 가거든. 불에 달궈서 꺼낼 때의 쇠의 온도 그걸 말하는 거죠. 온도가 어느

    정도 되는 시점에서 망치질을 멈춰야 되거든. 다 식은 상태에서 망치질을 때린다 하면… 쇠는 달구어

    졌을 땐 ‘퍽퍽!’ 소리가 나요. ‘퍽퍽!’ 소리가 나는데 식었을 때는 ‘땡땡!’ 하는 소리가 나요. ‘퍽퍽!’

    소리에서 ‘땡땡!’ 소리 나기 전에 [망치질을] 멈춰야 된다고. 그럼 다시 달궈서 다시 해야지. 그건

    온도야. 아주 중요한 감(感)의 기술이지요. 쇠가 달구어지면 사람들이 쇳소리가 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쇳소리가 안나. 하하하!

    (이상선, 58세, 남)

    3. 검신 연마 : 시각적 감(感)에 의한 선(線)의 균질성

    ‘연마’란 단조ㆍ단접이 마무리된 칼날을 제작하고자 하는 형태에 맞도록 세밀하게 깎아내어 표면을 매

    끄럽게 정리해주는 공정이다. 이를 다른 말로는 깎아내기라고도 부른다. 단조를 거친 칼날은 해머나 망치

    질의 흔적으로 표면이 무디고 둔탁하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부분을 깎아내야 한다. 예전에는 이를 야스리

    혹은 조울칼 등으로 일컫는 연마 도구를 이용하여 마치 대패질하듯 고르지 못한 부분을 깎아냈다. 이를

    후속단계의 물레작업과 구별하여 야스리작업이라고 칭한다. 조울칼을 이용한 연마작업은 한 두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 없는 반복 동작으로 칼날의 수직과 수평을 고르게 잡는다. 이를 위해 조울칼도

    거친 것부터 부드러운 것까지 여러 단계가 있었다. 그런 다음 발로 밟아가며 물레 형식의 수동식 연마기

    로 정교함을 더한다. 연마용 물레에는 둥근 모양의 헝겊에 돌가루를 묻힌 ‘빠고’ 혹은 ‘아부라’라는 도구를

    부착해서 사용한다. 최종적으로는 숫돌에다 칼날을 갈아 연마를 완성한다.

    과거에는 깎아내기라 해가지고 이제 쇠를 깎아냈죠. 야스리로 대패질을 손으로 해가지고 긁어서 깎아

    냈죠. 칼 자체로. 옛날에는 야스리 자체를 만들었어요. 야스리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조울칼이

    지. [단조 후에는 검의 표면이] 울퉁불퉁하잖아요. 옛날에는 쇠를 달궈가지고 칼로 그걸 긁어냈죠.

    긁어내다가 그게 물레 방식이 나와 가지고 발로 밟으면 좌우로 회전하는 돌을 놓고 끝으로 감아가지

    고. 발로 밟으면 회전에 이제 좌우로. 옛날에는 조울칼로 깎아내 가지고 인제 물레방법으로 연마를

    했지. (이상선, 58세, 남)

    지금은 조울칼을 이용한 수작업 없이 곧바로 ‘샌딩기’라고도 일컫는 연마기계를 이용하여 도검의 날을

    바로잡는다. 연마기는 모터의 동력에 의해 사포(빼빠)를 장착한 벨트가 돌아가면서 칼날을 매끄럽게 만들

    어낸다. 연마용 사포는 이전의 아부라가 발전된 형식이다. 장인은 두 손으로 검신을 잡고 회전하는 좌우

    두개의 빼빠 사이에 검신을 대고 표면을 정교하게 다듬는다. 칼날의 모양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각을

    세워 균형을 잡고, 더 갈아서 날을 세워주기도 한다. 이전에는 굵기가 다른 여러 종류의 조울칼을 이용하

    여 수작업으로 했다면, 지금은 거칠고 고운 여러 단계의 사포를 장착한 연마기계를 이용한다. 도검 연마작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47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업의 신구공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구 공정] 야스리작업(여러 단계의 조울칼) ⇒ 물레작업 ⇒ 숫돌 갈기

    [신 공정] 샌딩작업(여러 단계의 사포) ⇒ 숫돌 갈기

    빼빠는 단단한 모래알 같은 광석 물질이 조밀하게 박혀 있는 연마용 도구로 회전력에 의해 칼날 표면을

    부드럽게 연마해준다. 처음에는 다소 거친 것부터 시작해서 차츰 부드러운 것으로 나아간다. 거칠고 부드

    러운 정도를 ‘빼빠 광수’라고 일컫는데, 초기 거친 연마는 빼빠 광수가 40번부터 시작하여 60번, 80번 등으

    로 증가한다. 가장 부드러운 연마는 빼빠 광수가 230번까지 올라간다. 이와 같은 샌딩 과정을 수십 회씩이

    나 거침으로써 비로소 칼날이 제 모양을 갖추게 된다. 연마작업의 마지막 수준에서는 광택기를 이용하여

    빛을 내는 광택작업이 이루어진다.

    이상선 장인이 현재 사용하는 연마기계는 스스로 고안해서 제작한 것이다. 다른 분야의 공작기계는 흔

    하지만, 도검 제작용의 기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야철산업 중에서도 도검 공예부문이 그만큼 취약

    하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도검 제작 전통이 단절되어 왔음을 반증한다. 그는 도검 제작용의 기계를 구

    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시피 했었다.

    사진검이나 사인검 제작 시에는 표면에 여러 가지 문양을 새겨 넣는 조각 및 상감(象嵌) 작업을 하므로

    몇 단계의 연마작업을 거친다. 즉 1차 검신 연마작업 후 담금질을 하고 2차 연마과정에 들어간다. 이후

    상감작업을 하고 다시 3차 연마작업이 이루어진다.

    도검 연마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검신 각 부위의 선(線)을 균형 있게 잡아내는 데 있다. ‘선이

    잘 살면 날이 잘 산다’는 말처럼, 도검에서 선은 칼날의 예리함뿐만 아니라 예술적 미감까지 높인다. 도검

    에서 선의 미감은 직선과 곡선 모두를 포함한다. 직선은 주로 곧은 양날을 가진 검(劍)에서 그리고 후자는

    둥근 모양과 외날을 갖는 도(刀)에서 강조된다. 그렇지만 도검의 선이 갖는 조화와 균형의 미감은 검과

    칼 모두에서 중요하다.

    연마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선을 잡는 데 있어요. 검의 선. 선이 잘 살면 날이 잘 살고. 칼의

    선은 인제… 칼은 두 가지로 분류해요. 검이 있고 도가 있고. 검은 칼 검 자를 쓰고요. 도는 칼 도자

    를 써요. 검은 반듯하고, 양날이 섰고. 도는 한날이 섰고 곡선이 있고. 그래서 칼은 칼 도자를 쓰는

    데, 도는 칼과에 들어가고요. 검은 창 과에 들어가고. 사인검은 직선이고 양날이 섰지요. 그래서 검

    이고 인제 창과에 들어가고. 인제 그래서 검을 보고 ‘도’라고 하면 그건 안 되는 말이고. 칼보고 어떤

    그냥 칼이라 하면 돼요. 부엌칼도 도고, 주방용 칼, 과도 모두 도라고 보면 돼요. 두 가지 모두에

    선이 있어요 (이상선, 58세, 남)

    도검에서 선은 검신의 위에서 아래로 곧게 지나가는 것도 있고, 칼 등 부위와 표면, 칼날을 횡으로 가르

    는 선도 있다. 또한 칼자루나 코등이 등에는 약간씩의 굴곡을 갖는 곡선도 있다. 칼자루 쪽이 두껍고 칼끝

    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검신의 두께에도 선이 있다. 검의 높낮이를 강조함도 결국 전체적인 선의 중요성을

    이름이다. 전체적인 선의 비례관계가 잘 이루어져야 본래 기능도 살아난다. 선이 비뚤어지면 보기에도

  • 48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좋지 않을 뿐더러 물건이 잘 베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선이 비뚤어지면 못 쓰는 검’이라고 단정한다.

    이상선 장인은 검이나 도 모두에서 “잘라서 보면 다이아몬드 형식으로 선이 잘 살아야” 전체적으로 아름

    답고 연마가 양호한 것으로 간주한다. 선이 비뚤어지면 아름답지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연마작업도 잘못

    된 것이다. 도검 제작에서 선을 제대로 살리기가 어려운 만큼 장인의 오랜 경험지식을 요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것은 없으므로 감과 느낌으로 해야 한다”는 말은 이를 이름이다.

    칼을 아래위로 지나가는 선이 쫙 있는데, 선 살리기가 진짜 힘들어요. 칼도 그렇고 도도 그렇고. 잘

    라서 보면 다이아몬드 형식으로 선이 잘 살아야 칼이 이쁘고 연마가 잘 된 거거든요. 선이 삐뚤어지

    면, 연마가 잘 안된 거죠. 그래 칼은 연마가 젤 중요한 게 선을 살리는 것이지. 선은 다 있어요. 검뿐

    만 아니라 도도 있고. 직선도 있고 곡선도 있고요. 직선도 가운데는 반듯하게 되어야 하는데, 그게

    인제 삐뚤어지면 검은 못 쓰는 거지. 근데 그 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으로 해야 돼. 연마할 때 뒤집

    어서도 하는데, 내가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 부분이 갈려 나가니께. 칼은 높낮이가 똑 같아야 돼.

    앞쪽엔 두껍고 끝 쪽에 가면 얇아야 돼요. 그게 칼의 기본이에요. 칼은 선하고 두께 잘 맞춰야 하구.

    그게 숫자로 표현되는 거는 없어요. 감으로 느낌으로 해야죠.

    (이상선, 58세, 남)

    검은 선의 종류에 따라 사각도, 오각도, 육각도 등으로 다양하다. 각각의 선이 곧고 일정해야 미감이

    뛰어나고 기능도 양호하다. 검의 날은 보통 칼끝에서 3분의 1정도만 세우고, 손잡이까지 3분의 2는 방패

    기능으로 사용한다.

    도검 연마공정에서 장인이 자주 검신을 들고 눈으로 견주어보는 것은 검신의 선을 가늠하기 위해서이

    다. 연마공정의 핵심은 도검의 부분적, 전체적인 선을 얼마나 조화롭게 완성시키느냐로 귀결된다. ‘연마는

    곧 검의 선을 살리는 작업’이라 함은 이 때문이다. 도검의 선은 길이와 넓이, 두께 간의 일정한 비례관계가

    수치로 계산되지 않는다. 오로지 오랜 경험 속에서 터득된 시각의 감(感)에 의존한다.

    휘어진 선은 전체적인 면에서 이제 얼마나 잘 갔느냐. 그래야 칼이 아름답다고 하죠. 이 선이 가매

    삐뚤어지거나 이러면 보기가 참 안 좋죠. 선이라 하는 게 전체적으로 뭔가 흐트러짐 없이 아주 조화롭

    게 가야 하죠. 그러고 사람들은 칼이 아주 예리하기만 하면 잘 드는 줄 알아요. 그런데 칼은 칼에

    첫째 선이 전체적으로 잘 서야 뭘 잘랐을 때도 잘 들고요. 연마는 도검의 선을 살리는 작업이지요.

    (이상선, 58세, 남)

    4. 담금질 : 시각적 감도(感度)와 온도, 색깔, 시간

    담금질은 열처리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는 연마 후의 검신을 불에 달구었다가 식히는 과정으로 칼날에

    강도를 주기 위한 공정이다. 담금질을 하기 위해서는 쇠가 불에 달구어지도록 가열시킨 후 검의 날 쪽으

    로 5mm 정도씩만 물이나 기름에 담가 식히면서 열처리한다. 담금질을 오랫동안 하게 되면 온도 차이가

    커져 금(균열)이 생기므로 고도의 기술과 경험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담금질은 열을 식히는 재료에 따라 물 열처리와 기름 열처리 방식으로 나뉜다. 이상선 장인은 대체로

    물 열처리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사인검 제작 시에는 반드시 물을 사용한다. 열처리용 물은 맹물이 사용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49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되며, 기름은 열산유가 쓰인다. 물 열처리 시에는 강도가 좋지만, 급랭으로 인하여 칼날에 크랙이 생겨

    불량률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기름은 물보다 점도율이 낮으므로 균열이 덜 생긴다. 대신 기름으로 열처리

    한 검은 물 열처리에 비해 강도가 저하된다.

    담금질은 기름에도 하고 물에도 합니다. 지금은 큰 열처리 공장도 있고 그러니께 인제 산업화가 되다

    보니깐 그런 데서 쓰는 건 열산류라고 나오는 기름이 있어요. 열처리 할 때만 거 쓰는 기름이 나오는

    데. 우리가 여기서 쓰는 건 폐유 종류 많이 쓰죠. 물에 담그는 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요. 그게

    그 담금질 과정에서 균열이 많이 가요. 근데 기름은 물보단 점도율이 좀 낮기 때문에 균열이 안 가죠.

    전통방법은 내가 볼 때는 물로 많이 했을 거예요. 그땐 기름도 없었고. 사인검은 물로 해요. 그건

    그 순수한 맹물로 하는데.

    (이상선, 58세, 남)

    도검의 담금질 작업은 보통 연마작업이 85~90%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100%의

    연마작업을 하지 않고 10~15% 정도 미완의 상태에서 담금질을 하는 이유는 담금질 과정에서 검 날의

    일부가 갑작스런 온도 변화로 인해 수축되어 모양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상선 장인은 이와 같은 변형을

    “칼날이 약간씩 먹는다”거나 “칼날이 운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담금질 후 2차 연마작업을 통해 연마공정

    을 완성시킨다.

    1차 연마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까지 행할 것인가는 열처리 강도로 표현되는 담금질 방법에 따라 다르

    다. 담금질을 강하게 할 경우라면, 검 날의 수축 정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1차 연마공정을 75% 수준에

    서 마친다. 반면 담금질을 좀 약하게 하는 경우에는 85~90% 수준까지 높인다. 열처리 강도가 강하면 검

    날의 강도도 강해진다.

    칼을 이제 만들 때 두께라든지 폭이라든지 이런 걸 다 감안해서 만들잖아요. 그런데 딱 규격으로다가

    연마가 다 끝난 상태에서 담금질이 들어가면 뜨거운 거에서 찬 걸로 온도변화가 딱 생기기 때문에

    칼날이 약간씩 먹을 수가 있죠. 그걸 깎아낸다고 약간 줄지. 15% 내지 10%를 냄겨 놓고 담금질을

    허구 나서 또 다시 연마작업이 들어갔을 때는 내가 원하는 규격의 칼이 나오는 거예요. 날이 운다는

    것은 변형이 조금씩 온다는 거지.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르긴 헌데. 온도를 세게 할 거 같으면 뭐 75%도

    돼요. 연마과정을 많이 냄겨 놔요. 인제 약하게 들어간 거 같으면 90% 높게도 해가지고 들어가고.

    저기 열처리 강도가 세냐 아니냐에 따라서 연마작업의 퍼센트가 70% 될 수도 있고 90% 될 수도 있고.

    (이상선, 58세, 남)

    담금질은 쇠를 강하게 하는 기능 향상 외에도 벽사의 심리적인 의미도 갖는다. 특히 사인검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의 네 가지 시간이 합쳐지는 특정 시간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므로 그러하다. 달구어진

    쇠가 차가운 액체에 갑자기 담가짐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악한 기운이 한꺼번에 소멸된다

    는 믿음이다. 소장자의 경우에도 개인이나 가정의 잡귀를 물리치고 안녕과 부귀영화를 가져온다는 믿음

    의 주술・종교적인 태도를 갖는다.따라서 사인검이나 사진검은 제조과정에서 한번 담금질된 후 절대 불 속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검

  • 50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제작시간을 감안할 때 특정 시간대에 완성이 불가능하므로 그는 담금질 공정까지 마친 경우를 사인검이

    나 사진검의 범주에 넣는다. 이상선 장인은 담금질에 실패한 경우 버리게 되는데, 온전한 것은 ⅓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전통 도검 제작에서 담금질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는데, 장인의 감각적 경험지식이 절대적

    으로 필요하다.

    담금질이라는 건 불속에 들어가서 쇠를 강하게 만드는 그런 기술이죠. 우선은 쇠를 강하게 만들면

    어떤 그 동안에 잡귀를 불에 태워버리고 좋은 기운만 남기는 그런 뜻이지. 그 시간에 불에 들어갔다

    나온 칼은 다시 불에 들어가면 안 되지. [좋은 기운이] 다 소실된다고 보거든요. 그러므로 그 시에

    들어가서 담금질이 끝난 칼은 또 불에 들어가면 절대 안 돼. 젤 중요한 작업이 담금질인데, 담금질이

    잘못됐다고 또 불에다가 담그고 하는 건 사인검이 아니죠. 사인검이라 하는 거는 담금질까지 완성이

    된 걸 말하죠. 칼에 문양을 넣고 문양을 넣고 하는 건 차후에 만드는 거고. 그 시에 담금질이 끝난

    거는 백년이 지나서 완성을 해도 사인검이지. 그런께 그 시에 잘못된 건 버리는 수밖에 없어요. 담금

    질이 잘못된 건 과감하게 버리고 좋은 것만 가지고 만들어야지.

    (이상선, 58세, 남)

    담금질의 과정을 조절하고 그 완성도를 파악하는 데도 시각적 감도(感度)에 의존한다. 쇠가 뜨거운 상

    태로 찬 물 속에 담가지면, 담금질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의 색깔이 차이난다. 쇠가 탄 부위의 스케일

    (버걱)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물에 담긴 부위는 흰색이 가미된 회색으로 변하고, 주위로는 스케일이 낀다.

    지금은 강도 측정용 기계인 경도기(강도현기)가 보급되어 간혹 활용되지만, 대체로 쇠가 액체와 접촉하여

    변하는 색깔을 통해 육안으로 판단한다. 과거에는 담금질 부위를 정(釘)으로 파보거나 쇠를 깎는 도구인

    야스리로 대패질하듯 밀어보기도 했다. 담금질이 잘된 경우에는 ‘슥슥!’ 하는 소리만 날 뿐 걸리는 것이

    없다.

    담금질이 잘됐다 안됐다 하는 것도 옛날에는 결국 육안으로 판단하지요. 쇠가 이제 탄 정도를 가지고

    하거든요. 뜨거운 데서 찬물로 들어가면 쇠가 이제 담금질 된 부분하고 안 된 부분하고 색깔이 달라

    요. 그 쇠가 이제 탄다고 그렇게 설명해요. 쇠가 탄 부위가 이제 그 스케일 낀 정도가 달라요. 긍께

    그거 보고 이제 쇠 탄 걸 보고 이제 됐다 안됐다 육안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옛날에는 야스리로 밀어

    보기도 했어요. 담금질 된 부분은 야스리로 밀면 안 밀려요. 슥슥 소리만 나고. 그렇지 않으면 이제

    정으로 파보든지 하고. 파보면 안 파지지. 옛날엔 그런 방법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었어요. 결국 이것

    도 경험에 의한 것이지. 옛날에 했던 분들은 그렇게 안 해도 그 쇠 탄 정도만 봐도 아마 알았을 거예

    요. 불에 담글 때 전체적으로 푹 담그는 게 아니고 날 쪽만 담그기 때문에 거기서 쇠 색깔이 달라지

    지. 그건 육안으로다 판단하는 수밖에 없어요. 담금질을 기름과 물 중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색깔

    종류가 조금씩 달라요.

    (이상선, 58세, 남)

    담금질 기술은 온도 차이를 이용하여 칼의 날 부위를 휘어지게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대부

    분 단조과정에서 휨 모양으로 성형하지만, 일본에서는 담금질 기법을 활용하여 휘게 만든다. 이상선 장인

    의 생각에는 오히려 담금질 휨 방법이 더 용이하며, 전통사회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방법을 많이 활용

    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우선 얇은 날 부위에 1차 담금질을 하게 되면 그 부위의 열이 식으면서 검은 색깔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51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로 변한다. 이때 다시 칼 날 외의 좀 더 넓은 부위까지 2차 담금질을 한다. 그렇게 되면 두꺼운 부위에서는

    조직이 당겨지는 반면, 얇은 날 부위는 조직이 팽창되므로 휘게 된다. 이때 칼날의 휨의 정도를 조절하는

    데도 온도 차이를 이용한다. 즉 휨의 정도를 줄이고자 할 때는 열이 좀 더 많이 식었을 때 2차 담금질을

    행한다. 두꺼운 부위와 얇은 날 부위의 온도 차이가 적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적게 휜다.

    일반 칼은 휨의 정도와 무관하게 활용 가능하지만, 직선형의 사인검은 휘어지면 사용할 수 없다. 앞에

    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신의 선이 바로 잡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인검은 양날이므로 양쪽 모두를 담금

    질해야 한다. 담금질 과정에서 한쪽이 약간 휘더라도 반대쪽을 담금질함으로써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만일

    한쪽 부위를 담금질한 후 곧바로 반대쪽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휘어진 상태로 굳어져버린다. 따라서 사인

    검 담금질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양쪽의 것을 모두 끝내는 것이 좋다. 이상선 장인도 불 속에서 달궈진

    검의 온도를 잘못 추산하여 반대쪽 검 날의 담금질 시간을 늦추는 바람에 휘어진 부위를 되돌리지 못해

    상당량의 불량품을 낸 적도 있다. 설령 온도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해도 재보는 사이에 온도 변화가 생겨

    적기를 놓칠 수도 있으므로 육안의 경험지식이 필수적이다. 도검 제작과정에서 담금질을 시간 싸움이라

    고 일컬음은 이 때문이다.

    사인검은 곡선이 아니고 직선이므로 뒤집어 뺑 돌려서 열처리를 하거든요. 양날이니깐. 반면 도는

    약간 덜 휘어도 쓰고 더 휘어도 쓰고 다 써요. 근데 검은 반듯한 것에서 벗어나면 못써요. 다른 한쪽

    에 열처리를 하면은 [휘어졌던 것이] 자동으로 돌아와져요. 그러면 또 뒤집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에 따라서 달르거든. 휘어진 상태에서 [시간 끌면] 굳어져 버릴 수 있고. 그런께 빨리 반대쪽으로

    얼마나 빨리 뒤집어서 물에 담그는가에 따라서 칼이 반듯이 잡히거든요. 그것은 시간싸움입니다. 얼

    마나 빨리 그 칼을 뒤집는가죠. 정확한 온도에서 빨리 뒤집어 줘야 칼이 돌아갔던 게 원위치로 딱

    돌아오는데 너무 이제 그 환원되어가고 달궈진 온도를 내가 정확히 못 봐가지고 칼이 많이 돌아갔지.

    (불량품을 가리키며) 검은 한쪽으로 휘면 못쓰거든요. 선이 반듯해야 하는데 선이 벗어낫잖아요. 검

    담금질하기가 최고 힘들어요.

    (이상선, 58세, 남)

    이상선 장인은 이런 점에서 적정 온도를 어떻게 잘 판별해서 적기에 실행하는가를 담금질의 가장 중요

    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온도 조건은 작업의 시간과 관련되므로 민첩성과 고도의 판단력을 요한다. 달구어

    진 쇠의 색깔이 변하는 순간의 시간을 포착하는 장인의 동물적 감각이 필수적이다.

    연마된 쇠가 가마 속에서 달구어지고 있을 때, 어느 시점에서 담금질 공정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도 동물

    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쇠는 불 속에서 검은 색깔이다가 차츰 붉게 변한다. 그 다음에는 노란 색깔로 변한

    다. 노란 색깔은 1000℃ 이상의 고열일 때 나타난다. 보통 가열된 쇠는 900℃ 정도에서 열처리 과정을 거친

    다. 달구어진 쇠는 가마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온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보통 노란 색깔로

    변하는 시점에서 담금질을 시도한다. 담금질 과정에서 계절 요인을 감안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금질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랄까요. 제일 중요한 건 온도죠. 온도는 결국 육안으로 보고 판

    단해야죠. 그렇다고 저기 뭐 온도 측정기를 군데군데 찍어보는 시간에 다 식으니깐. 두께가 두껍고

    얇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이걸 찍어보는 시간에 벌써 적정 시간을 놓친다 말이죠. 그러니껜 저

    가 육안으로 보고 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연마작업에서 열처리 과정으로 넘어가는 적기로 판단하는

  • 52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기준도 전부 육안으로 정해야지. 색깔 보고 하지. 색깔이 어떨 때 담금질로 들어가느냐 하면, 이게

    인제 빨개졌다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과정 고~때. 빨강에서 노란색깔이면 온도가 더 올라가지. 그렇

    게 그 시점을 왜 잡느냐고요? 불에서 나와서 움직이면 식는 시간이 있어요. 그것까지 계산하는 거예

    요. 온도가 뭐 900℃에서 열처리를 혀야 하는데 그게 불속에서 900℃라 해서 꺼내서 여기 오면 벌써

    700℃로 뚝 떨어지는데요. 그런 판단까지 필요하다 이거죠. 그런 거는 보통 그냥 다 혼자 독학으로

    알아야죠. 체험적 지식인 셈이죠. 이런 건 경험적 지식이지만은 참 과학적 근거가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이거 뭐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지요.

    (이상선, 58세, 남)

    담금질이 끝나면 검 날에 약간의 변형이 생기므로 다시 연마작업을 해준다. 이때는 여러 가지 무늬를

    상감하므로 95% 수준의 연마가 이루어진다. 상감작업을 하지 않는 칼의 경우에는 98~100% 수준까지

    연마해도 된다. 담금질한 검신은 쇠를 달구었다가 갑자기 식혔기 때문에 표면에 스케일이 생기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서 신중하게 연마를 해야 한다. 또한 담금질 작업 과정에서 칼날이 약간씩 틀어지기

    도 하므로 이를 감안하여 수직과 수평의 선을 잘 잡아주어야 한다.

    5. 상감(象嵌) 및 조각 작업 : 시각과 촉각의 감도(感度)

    2차 검신 연마작업을 거친 후에는 검신에 도안을 그린 다음 조각이나 상감 작업을 통해 장식성을 높여

    준다. 조각은 검신의 표면에다 조각정을 이용하여 음각으로 조이질을 해서 파내면서 장식하는 방법이다.

    상감은 음각으로 조각해서 파낸 내부에다 금, 은, 동선 등을 사용해 박음 기법으로 조각면을 채운 후 연마

    해주는 방법이다.

    상감작업은 이처럼 검신 부위를 파내고 금이나 은을 넣기 때문에 오랜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그대

    로 보존되어 왔다. 반면 입사(入絲)기법은 정으로 파내지 않고 얇은 요철 판에 테이프 붙이듯이 찍어서

    삽입하므로 상감의 경우보다 장기 보존이 어렵다. 상감작업 후에는 다시 사포로 계속 문질러서 그 부위를

    연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상당한 공력이 들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들므로 뼛심이 들어갈 정

    도라고 표현한다.

    상감은 무늬를 새겨 넣는 건데 조각은 파주는 거고. 상감은 파주는 모양 자체도 약간 틀려요. 파주고

    은사를 망치로 때려요. 힘을 가해서 꽝 때려서. 삽입해서 그 다음에 다시 연마를 해줘요. 그러면 넣

    을 문양을 생각해서 조각을 다 하고 파지요. 파는 걸 ‘조이질’ 내지는 ‘조각’이라고 해요. 입사(入絲)는

    뭐냐면 표면을 찍어요. 얇은 판을 이 모양대로 해서 찍은 요철에 테이프로 붙이듯이 하는 거고. 입사

    는 그런 식이고요. 상감작업은 파서 넣는 거죠. [입사] 얘들은 파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위에 얹혀지

    는 거예요. 근데 상감작업은 파서 넣기 때문에 여태까지도 사인검이나 그런 게 보존이 되어 있는 게

    은이 부식이 되지 않고 쇠하고 같이 있었기 때문에. 빠져나오거나 얇지 않아서 유실이 되지 않는 거

    죠. 그렇게 상감작업을 거쳐서 다시 연마를 하고 광택작업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인제 검 날이

    완성되지요. 이 빼빠 과정이 엄청 고난스럽죠. (이상선 장인을 가리키며) 아버지 말씀대로 ‘뼛심이

    들어갈 정도로’ 힘이 드는 작업이죠.

    (이혜은, 32세, 여)

  • 도검(刀劍) 제작과정에 나타나는 감각ㆍ기술 전통지식 5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상감을 위해서는 먼저 새기고자 하는 무늬를 표면에 도안한다. 그런 다음 끌이라고도 일컫는 조각정으

    로 부위를 8mm 깊이로 파낸다. 이때 밑 부분은 넓게 파되, 윗부분은 표면의 흐트러짐을 막기 위해 가능한

    좁게 판다. 파낸 내부에는 지름 1mm 가량의 금사(金絲)나 은사(銀絲)를 넣고 망치로 때려서 메운다. 사인

    검의 상감 재료로 예전에는 검신에는 금을 그리고 자루에는 은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은 금값이 비싸 주

    로 은사를 사용한다.

    상감 작업에서 활용되는 무늬로는 성좌(星座) 28수와 금좌 28개를 비롯하여 일월(日月)상을 딴 27개의

    글자가 새겨진다. 외에도 때로는 기하학적 무늬나 기호를 비롯하여 용무늬나 불교경전 글귀도 들어간다.

    이와 같은 상감 무늬나 글귀는 벽사와 안녕, 행운, 부귀, 고귀함, 권세 등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담고 있다.

    사인검 만드는 거는 중간에 문양 넣는 상감기법이 하나 더 들어가죠. 거기에는 기존에 들어가 있는

    성좌(星座) 이십팔수 들어가고. 별자리. 그러고 금좌 스물여덟 개. 그리고 사인검이라는 글귀도 들어

    가고. 사인검에 대한 글귀가 스물일곱 자가 들어가요. 사인검이라고 하고 뭐 일월상이라고 해서 들어

    가고. 석자씩을 떼서 들어가는 글씨가 있어요. 또 뭐 용무늬도 들어가고 경전도 들어가고. 조각은

    정이 한번만 나가면 되죠. 조각이 한번만 나가면 어떤 글씨고 선이고 형태가 이루어지는데. 상감기법

    은 예를 들어서 이제 샘을 파야 되죠. 선 자체를 이제 선으로 판 것이죠. 위는 좁고 밑에는 넓고.

    8mm를 파가지고 1mm 금사나 은사로 때려 넣는 거죠. 근데 홈을 한번 파기 위해서 정이 다섯 번

    정도는 가야 돼요. 훨씬 정교하다 이 말이죠. 무늬를 그려가지고 파내가지고 여기다가 은이나 금을

    넣는 거지요.

    (이상선, 58세, 남)

    상감 및 조각공정이 완성되면 부위를 매끄럽게 다듬는 마지막 연마작업이 이루어진다. 최종적으로는

    검의 날을 부드러운 숫돌에 갈아준다. 지금은 연마 기술이 발달하여 기계만으로도 가능하나, 예전에는

    대부분 손에 의한 숫돌작업으로 날을 완성했다. 숫돌작업은 도검의 종류에 따라 수월성에 차이가 난다.

    보통 칼날이 삼각일 때는 용이하지만, 고주방법의 둥근 형일 때는 여간 어렵지 않다.

    숫돌질은 연마작업이 끝난 검의 날을 최종적으로 숫돌에 가는 공정입니다. 지금은 연습용 수련도 같

    은 거 기계로도 많이 해요. 예전에는 전부 손으로 갈았죠. 지금도 숫돌작업을 해달라는 분은 해주고.

    숫돌작업을 하면은 칼 관리하기가 좀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거 선택사항인데, 옛날에는 다 숫돌

    작업을 해야 됐죠. 지금마냥 그런 정교한 연마기술이 없었으니께. 지금은 연마만 해서도 충분히 다

    날을 세울 수 있는데, 옛날에는 그런 게 없었으니께 이제 다 숫돌작업으로 했죠. 숫돌은 옛날엔 천연

    석을 썼어요. 지금은 가공석도 많은데. 최종연마는 이제 천연석으로 많이 써요. 이제 칼날이 삼각일

    때는 숫돌 들어가기가 편해요 근데 고주방법일 때는 숫돌 들어가기가 참 힘들어요. 둥근 거니까요.

    날이 반반한 삼각은 숫돌을 대고 밀면 되는데 고주방법은 둥글기 때문에.

    (이상선, 58세, 남)

    2차 연마작업이 끝난 후에는 상감작업을 거친 검신을 마무리 연마하여 준다. 연마가 마무리 되면 검신

    의 광택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검신의 날을 세워주고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공정이다. 광택작업을 함으

  • 54 박 경 용

    대구경북연구 제13권 제1호

    로써 검신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어 외부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도록 해준다.

    이른바 ‘선(線)의 완성’으로서 검의 미감과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이다.

    상감 및 조각 작업의 완성도는 연마 후 금이나 은을 삽입한 부위에 빈틈이 없어야 하며 문양도 정교하

    게 드러나야 한다. 이는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장인은 육안으로 이를 판단한다. 검날의 완성도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손으로 표면을 만져보거나 휘둘러보고 물체를 타격해봄으로써 손끝으

    로 전해지는 촉감과 청각의 감도가 활용된다. 검의 표면은 굴곡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손으

    로 만져지는 이른바 울렁거리는 느낌이 오게 된다. 또한 완성된 검날을 휘둘렀을 때 휨의 무게중심이 몸

    으로 느껴지며 공기를 가르는 특유의 바람소리가 난다. 타격 시에도 물체에 부딪어 반사되는 타격감이나

    진동이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이상의 제작과정이 끝나면 검신을 장착하기 위한 검자루와 코등이(방패),2) 검집3) 등을 만들고 최종적

    으로 검을 조립4)한다. 검자루는 대개 목재나 황ㆍ적동의 비철금속을 사용하여 제작하는데, 이를 재단하

    여 형태에 맞도록 연마하여 성형해준다. 검신에서와 마찬가지로 상감 및 조각 작업을 병행하거나 끈을

    묶어 장식성을 높여준다. 검자루의 상감작업은 검신과 동일한 주제의 도안으로 디자인되는데, 당초문에다

    때로는 검의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보통의 검은 소장자의 취향에 따라 전통문양이나 가훈, 본인의 이름을

    새긴다. 비철금속을 이용한 상감작업 후에는 디자인에 따라 표면을 처리해주는 기술 중 하나인 착색작업

    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로써 상감을 한 금이나 은의 표면들을 돋보이게 해준다.

    그런 다음 외형의 미감을 높이기 위한 장식5)과 매듭6)을 제작하여 검에 부착한다. 검을 완성한 후에는

    장미목이나 향나무, 가죽나무 등의 목재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거치할 수 있도록 좌대7)를 제작함으로써

    마무리한다.

    2) 검신과 검자루가 완성되면 검날과 검자루를 이어주는 코등이를 만든다. 코등이는 ‘방패’라고도 일컫는다. 코등이 장식은

    도검의 디자인에 있어 돋보이게 할 수도 있고, 두드러지지 않도록 상도와 일체형으로 할 수도 한다. 방패를 별도로 만들

    지 않는 경우는 ‘상도칼’이라고 일컫는다. 형태는 연마하여 성형할 수도 있고, 주물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코등이에도 조

    각이나 상감 혹은 천공 등으로 장식을 해주기도 한다.

    3) 검날의 일체가 조립단계에 오게 되면 검집을 성형하게 되는데, 검집은 대개 목재로 제작된다. 목재를 두 면으로 나누어

    반씩 파낸 뒤 두 쪽을 마주 붙여서 하나의 검집으로 만들며, 맞붙인 형태로 연마해준다. 검집은 목재의 결을 그대로 살

    리기도 하며, 표면에 칠을 해주거나 어피(가오리가죽)나 가죽 등을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4) 제작된 검날, 검자루, 코등이, 조종관 등을 서로 조립하여 검신을 완성한다. 이때 균형미와 중심을 잘 고려해서 조립하여

    검을 쥐었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해준다. 조종관은 검자루의 끝에 나사 형식으로 장착되며, 검을 고정시키는 무게추

    역할을 한다.

    5) 검의 장식은 형태를 성형하기 용이한 비철금속을 사용한다. 비철금속을 휘거나 서로 이어 붙여주어서 대략의 형태를 완

    성한 후 검신과 마찬가지로 연마하고 광택까지 내준다. 디자인에 따라 조각이나 상감 혹은 천공으로 장식효과를 더 낼

    수도 있다. 장식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검과의 일체성이다. 그래서 장식을 구상하고 성형할 때에는 크기를 꼼꼼

    히 측정할 필요가 있다.

    6) 검의 매듭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장식성에 의미를 두는 경우는 호화로운 매듭장식을 사용한다. 너무 작아서 약해 보이

    지 않도록 제작하되 색감도 채도가 너무 높지 않은 색을 선택하여 검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해준다. 또 검 장식으로 쓰일

    매듭실은 광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