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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고인이 요주의 마약사범이라 볼 수 없다면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함정수사를 할 필요성이 없다(서울북부지법 2006. 4. 13. 선고 2006노95 판결). 2) 이인영, “함정수사에 관한 소론”, 형사정책연구소식 제12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2, 7․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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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제 9 주차 함정수사 - KOCWcontents.kocw.net/KOCW/document/2014/cu/parkchankeol5/8.pdf · 학논총 제27집 제1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3, 134-135면(‘범죄의사는

제 9 주차 함정수사

Ⅰ. 함정수사의 의의

1.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

법 제199조 제1항 본문). 동 조항은 임의수사의 근거조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임의

수사의 방법은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춘다면 합목적성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허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임의수사라고 하여 무제한적인 허용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다음과 같은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즉 수사는 당해 사건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것으로서,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

며, 수사결과 얻어지는 이익과 수사에 의한 법익침해가 부당하게 균형을 잃지 않도

록 해야 하는데, 이를 수사비례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또한 수사는 신의칙을 준수하

면서 수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비례의 원칙과 수사의 신의칙은 상당성의 관

점에서 평가되고 있는 바, 함정수사가 과연 수사의 상당성을 갖춘 적절한 수사기법

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하여 제기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형사소송법의 두 가지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적법절차의 준수를 통한 피고

인의 인권보장과 효율적인 수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이 서로 상충하고 있는 대

표적인 분야가 함정수사이다. 단속과 처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필요성1)이 인정

되지만, 국가기관이 수사의 신의칙에 위반하여 사술행위를 이용하는 방법은 상당성

이 결여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일반적인 수사의 경우와는 달리 사후대응이

아니라 일정한 범죄적 성향을 가진 잠재적 범인에 대한 사전대응적 수사의 전형이

바로 함정수사라고 할 수 있는데,2) 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명시

적으로 함정수사를 허용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함정수사를 강

제수사의 일종으로 파악하여 강제수사법정주의를 근거로 곧바로 함정수사를 위법하

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함정수사는 직접 강제력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상대

1)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고인이 요주의 마약사범이라 볼 수 없다면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함정수사를 할 필요성이 없다(서울북부지법 2006. 4. 13. 선고 2006노95 판결).

2) 이인영, “함정수사에 관한 소론”, 형사정책연구소식 제12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2, 7․8, 7면.

Page 2: 제 9 주차 함정수사 - KOCWcontents.kocw.net/KOCW/document/2014/cu/parkchankeol5/8.pdf · 학논총 제27집 제1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3, 134-135면(‘범죄의사는

방의 의사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함정수사는 임의수사의 한 방

법으로 보아야 한다.3) 다만 범죄의 예방과 방지를 그 임무로 하는 국가기관이 함정

을 파 놓고 취약자(피유인자)의 범죄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사의 신의

칙과 국가행위의 청렴성의 관점에서 그 위법성이 검토되어야 한다.4)

2. 함정수사의 개념

(1) 학설의 입장

함정수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학자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범의유발형

수사만을 함정수사의 범위에 포함시켜 개념정의를 하는 견해에 의하면 대체로 ‘수

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사주나 의뢰를 받은 자(하수인, 정보원, 협력자 등)가 신분

을 숨긴 채로 제3자에게 범죄를 교사하고, 그 제3자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는 것

을 기다렸다가 그를 체포5)하고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방법’6)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범의유발형 수사와 기회제공형 수사 모두를 함정수사의 범위에 포함시켜

개념정의를 하는 견해에 의하면 대체로 ‘수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사주나 의뢰를

받은 자(하수인, 정보원, 협력자 등)가 신분을 숨긴 채로 제3자에게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의를 유발하고, 그 제3자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범인을 체포하고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방법’7)이라고 말한다.

(2) 판례의 입장

3) 이재상, §16/25; 정웅석․백승민, 425-426면. 일본 최고재판소도 함정수사는 임의수사라고 판시하고 있다(日最判 平成 16. 7. 12.)

4) 심희기․양동철, 111면.5) 여기서 말하는 체포는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뿐만 아니라 영장에 의한 체포도 포함하는 것이다. 대

체적으로 전자의 방법으로 체포할 것이지만, 보다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영장을 발부받고서도 바로 체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6) 신동운, 121면; 신양균, “함정수사의 적법성”, 형사법연구 제21권 제4호, 한국형사법학회, 2009. 12, 155면; 정신교, “함정수사의 합리적 통제방안”, 법학연구 제42집, 한국법학회, 2011. 5, 250면.

7) 배종대․이상돈․정승환, §14/11; 유인창, “함정수사의 법적 효력에 관한 연구”, 법학연구 제20집, 한국법학회, 2005. 11, 525면; 윤용규, “함정수사에 관한 소고”, 「한일형사법의 과제와 전망(수운 이한교교수 정년기념논문집)」, 화성사, 2000, 47면; 이은모, “함정수사의 적법성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 법학논총 제27집 제1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3, 134-135면(‘범죄의사는 내심의 영역에 머무르는 한 형법의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신분을 숨긴 채로 시민의 범죄를 교사하는 것도 방조하는 것도 함정수사라고 보아야 한다’); 정웅석․백승민, 4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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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

하는 것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단순히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인을 검거하는 데 불과한 경우 또는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를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8) 판례는 범

죄자에게 범죄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범죄를 유발한 경우만을 위법한 함

정수사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함정수사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여 수사기관의 행

위가 범의유발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을 기망하는 수사방법일

지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1963년에 선고된 함정수사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9) 이래 적어도 2005년까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

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

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

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하는 판결10)을 한 바 있는데, 이는 기회제공형 수사의 경우라고 할지라

도 ‘모든 경우’에 있어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 따라’서만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된다. 또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

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11) 이

는 기회제공형 수사로 판단되기만 하면 곧바로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결론으

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법한 함정수사로 ‘단정’할 수 없을 뿐이지 다른

사유가 있을 경우 위법한 함정수사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기회제공형 수사의 경우도 경우에 따라 위법한 수사방법에 해당할

8)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4532 판결;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1066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도1377 판결;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490 판결; 대법원 1983. 4. 12. 선고 82도2433 판결.

9) 대법원 1963. 9. 12. 선고 63도190 판결(‘마약 사범을 단속하는 공무원이 정보원을 앞세워서 피고인으로부터 마약을 매수케 하여 본건 범죄를 행하게 한 것이라 하더라도 전혀 범의가 없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본건 범행을 유발케 하였다는 아무런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 본건에 있어서는 위 사실만 가지고 피고인의 본건 소위가 범죄가 아니 된다거나 공소제기절차 내지 공소권에 흠이 있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고 또 그와 같은 수사행위는 이를 도의적으로 비난함은 별문제로서 그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된 것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논지는 채용할 수 없다’).

10)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672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46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11)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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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3) 검 토

학설의 경우 과거에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적법

이라는 도식이 주류12)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만을

위법한 것으로 보고,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항상 적법한 것으로 본다면, 범죄의사

를 이미 가진 자에 대한 수사의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문제점과

동시에 범죄의사를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한 수사의 경우에 있어서는 활용할 수 있는

수사기법이 극히 제한된다는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미 범의를 가진 자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수사기관의 함정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 동일한 수사방법이

범의의 유무에 따라 위법의 유무가 달라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범의유발형 함정수사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가 국가에 의한 범죄의 창출․조장이라

는 데에 있다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도 마찬가지로 허용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논

리일관적이다. 또한 함정수사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와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로 구

별하는 것은 피유인자의 주관에 기초하고 있어 명확한 구별이 쉽지 않은 문제점도

제기된다.

한편 판례의 경우 함정수사의 유형구별 자체를 부정하고, 범의유발형의 경우만을

함정수사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13) 함정수사가 범죄수사의 중요한 기법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당하다고 본다.14) 함정수사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지는

수사방법이라고 대체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간이 아닌 야간에 집중

적으로 수사를 하는 ‘밤샘’수사, 아침부터 익일 새벽까지 쉬지 않고 수사하는 ‘마라

톤’수사, ‘휴일’수사 등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수사방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는 허용될 수도 있다. ‘함정’수사도 이와 마찬가지로, 단어의 수식이 말해주는 것처

럼 범죄자를 함정에 빠뜨려서 수사를 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

12) 권오걸, 197면; 이만종, “경찰 함정수사의 형사법적 고찰”, 한국경찰연구 제6권 제2호, 한국경찰연구학회, 2007, 143-144면; 진계호, 199면; 차용석․최용성, 160면.

13) 하지만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과 다른 취지의 견해를 피력한 것도 있다. 즉 ‘넓은 의미의 함정수사는 이른바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구분되어, 전자는 범의를 가진 자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수사방법상 그 상당성이 인정되어 적법한 반면, 후자는 국가에게 요구되는 수사의 염결성 및 적법절차의 법리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다’(서울북부지법 2006. 4. 13. 선고 2006노95 판결).

14) 지영환, “함정수사의 위법판단기준과 법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경희법학 제41권 제1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06. 6, 2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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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함정을 사용해서라도 범죄인을 검거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범죄의 특성상 함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범죄의 예방 및 진압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

이 인정되어 불가피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함

정의 방법 중에서 피고인의 인권보장 차원에서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기법을 사

용한다면 비록 함정수사일지라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고 할지라도 일정한 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 있

어서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할 필요성이 있으며,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라고 할지라도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있어서는 적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즉 국가에게 요구되는 수사의 염결성 및 적법절차의 법리에 반해 인정되지

않는 ‘위법한’ 함정수사와 수사방법상 그 상당성이 인정되는 ‘적법한’ 함정수사의 구

분이 필요한 것인데, 최근에는 함정수사에 대하여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을 기

준으로 구분하는 도식보다는 ‘위법’과 ‘적법’을 기준으로 함정수사의 허용여부를 구

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추세15)이다. 결론적으로 수사기법의 하나로 사용되는 함정

수사는 적법한 함정수사와 위법한 함정수사로 구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

다.

Ⅱ. 위법한 함정수사와 적법한 함정수사의 구별기준

1. 학설의 입장

(1) 주관적 기준설

범죄인의 범죄의사 유무에 따라 위법한 함정수사와 적법한 함정수사를 구별하는

견해16)이다. 이에 의하면 함정수사의 핵심은 ‘범인의 내심에 의한 범의유발’이고, 수

15) 신양균, 앞의 논문, 156면(‘ …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포함하여 함정수사 전반에 대한 적법성을 검토하는데 있다’); 이은모, 앞의 논문, 134-135면(‘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물론이고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도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며, 다만 그 위법․적법의 판단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뿐이다’); 정신교, 앞의 논문, 255면(‘함정수사의 유형론과 관련해 범죄수사방식의 한 유형이라는 측면과 특정 학설에 편중되지 않는 측면에 비추어 …’).

16) 송광섭, 562-563면; 신동운, 122면(수사형태의 객관적 측면 자체는 수사관에 대한 징계처분이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의하여 규제할 수 있는 한편, 시민에게 범죄의사가 얼마나 강력하게 유발되었는가를 판단할 때 이미 고려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Sorrells v. United States, 287 U.S. 435(1932); Sherman v. United States, 356 U.S. 369(1958); United States v. Russell, 411 U.S. 423(1973); Hampton v. United States, 425 U.S. 484(1976); Mathews v. Un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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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관의 수사방법 등은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 주관적 기준설은 먼저 범죄가 수

사기관에 의하여 유인되었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다음으로 피고인이 기소된 것과 같

은 종류의 범죄를 범할 성향이 사전에 있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17)

하지만 同說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기 전에 범죄인이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었는가가 핵심기준이 된다면, 수사

의 상당성과 위법성의 판단은 전적으로 범죄인의 내심과 성향에 의존하게 되고, 수

사를 위하여 동원된 수사기관의 수법이나 범죄에 대한 관여 정도 등은 전혀 고려되

지 않는다. 둘째, 수사기관의 올바르지 못한 행위가 피고인의 범의에 의하여 상쇄될

수는 없다. 셋째, 범의유발과 기회제공이라는 판단기준이 그렇게 명확한 기준이 아

닐 수도 있다. 넷째, 피고인의 범의를 파악함에 있어서 피고인의 행위가 아니라 피

고인의 과거의 행동 또는 성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피고인의 현재의 행위에 대

한 유․무죄의 판단이 사실상 피고인의 과거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불합리가 있

다.18) 즉 전과가 있는 피고인에 대한 함정수사는 많은 경우에 범의유발형에 해당하

지 않게 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19) 피고인의 성격이나 사

전 경향을 입증하기 위하여 전과․세평 등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통상의 증거법

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섯째, 수사기관이 동일한 정도의 사술을 사용한 경우에 피

교사자의 주관에 따라 위법의 유무를 구별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20)

(2) 객관적 기준설

객관적 기준설은 수사의 객관적 정당성을 기준으로 함정수사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수사기관이 범죄에 대하여 얼마나 부당하게 관여하였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

다는 견해21)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동원한 기망적 방법 그 자체만을 판단의 기준으

States, 485 U.S. 58(1988); Jacobson v. United States, 503 U.S. 540(1992))의 기본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17) 신양균, 앞의 논문, 158면.18) 유인창, 앞의 논문, 535-536면.19) 이은모, 앞의 논문, 141면. 조 국, “‘함정수사’의 위법성 기준과 법적 효과에 대한 재검토”, 형사법

연구 제14호, 한국형사법학회, 2000, 82면(‘전과가 있거나 악평이 있는 피고인에게는 어떠한 함정수사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결론에 빠질 수 있으며, 수사활동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무의미해지고 만다’).

20) 이재상, 앞의 책, §16/26; 임동규, 앞의 책, 124면.21) 미국에서도 수사기관이 사용한 유혹의 방법 자체를 문제 삼아 범죄에 관여할 의사가 없는 자를 범죄

에 관여하게 할 위험을 발생하게 할 정도의 설득 내지 유혹의 방법을 사용한 경우에는 위법하다는 판례(Grossman v. States, 457 P.2d 226(Alaska 1969))와 객관설도 주장되고 있다(Lafave․Is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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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하고, 범인에게 존재하는 범의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범죄를 유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비록 실제로는

범죄의사가 그로 인해 유발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행위는 적법한 수사행

위에 해당한다. 또한 수사기관의 유인행위가 행위자의 입장에 선 일반인에게 얼마

나 영향을 미쳤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인이라도 피고인과 같은 입장에 처

했더라면 범죄를 저지를 만한 정도의 실질적 위험을 야기하는 유인수단을 수사기관

이 사용하여 범죄를 유인하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한다.

미국모범형법전 제2.13조 제1항에 의하면, ‘함정수사라는 무죄의 항변22)은 (a) 범

죄가 되는 행위가 허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유발하도록 계획한 기만행위를 국가기관

이 그 정을 알면서 행하거나 (b) 범죄를 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해

당 범죄를 범하게 할 정도의 위험한 설득 또는 유혹의 방법을 국가기관이 사용하여

타인의 범죄에 관여하도록 유혹 또는 권장한 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23) 또한

동조 제2항에 의하면 피고인이 함정수사에 기초한 무죄의 항변을 제기한 때 그 판

단은 배심이 아니라 법관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비록 범죄를 행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당장에’ 그리고 ‘기꺼이’ 그것을 실행에 옮길 태세가 되어

있지 않는 자를 유혹하거나 부추기는 경우에는 함정항변이 인정된다.

하지만 同說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수사기관의 행위태

양을 판단기준으로 하고 판단자료로서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개별적 의지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마음이 약한 사람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

이 높은 반면에, 위험한 상습범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둘째, 피교사

자가 사전에 범죄경향이 있었는가의 여부는 수사기관이 수사방법을 선택할 때 중요

한 판단자료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셋째, 피교사자가 함

정수사의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24)

(3) 종합적 기준설

King, Criminal Procedure(Fourth Edition), Thomson West, 2004, p.302). 연방대법원이 주관설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州법원과 학설은 객관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문제는 통상 절차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법상의 무죄의 항변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22) 함정항변(entrapment defense)은 수사기관이 취한 수사방법이 부당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단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피교사자의 범의라는 내심의 의사만으로 함정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므로 비록 피고인에게 범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실행에 착수할 의도가 없는 자로 하여금 즉각적인 실행에 옮기도록 한 경우에도 함정항변이 인정된다.

23) American Law Institute Model Penal Code §2.13. 1962.24) 임동규, 1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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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기준설은 피고인의 범의와 수사기관이 행한 법집행의 정당성을 동시에 고

려하자는 견해25)이다. 이는 범의 없는 일반인을 보호하는 주관적 기준설을 원칙적

인 판단기준으로 하면서,26) 수사기관이 채택한 함정수사기법이 일반인도 유혹이 될

정도로 강한 매력을 제공하지 않았는가도 함께 판단한다. 그 결과 범의가 없는 자

에게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하였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

하고, 범의가 있는 자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이 사용한 수사기법이 적법절차의 원

리를 위반하였거나 일반인도 범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으로 인정된

다면 역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본다.27) 종합적 기준설이 객관적 기준설

과 다른 점은 상대방의 범의를 유발한 이상 아무리 허용되는 수사기법을 사용한 경

우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개인을 수사목적의 도구로 삼는 것 자체가 금지되므로 위

법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있다.

독일의 경우 수사기관의 행위가 피교사자에게 있어서 기존 범의의 구체화에 그친

경우에는 적법하고 그것을 초월한 경우에는 위법이라는 ‘범의의 구체화이론’28)이 있

다. 이는 피고인에게 존재하는 범의의 근거와 정도,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준비(주

관적 요소), 수사기관에 의한 범죄유발의 태양․강도․목적, 피고인의 범죄실행에

대한 고유의 능동성(객관적 요소) 등의 판단기준 중 주관적 요소에 중점을 둔 이론

인데, 종합적 기준설과 같은 취지로 보인다.

(4) 이원설

범죄의 종류에 따라 함정수사의 기준을 달리하는 견해29)이다. 먼저 범의유발형

25) 손동권, 165면; 신동운, 123면; 이은모, 앞의 논문, 142면; 임동규, 124면; 정신교, 앞의 논문, 255면.

26) 만약 종합적 기준설이 주관적․객관적 기준 모두를 충족하여야 이를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한다면, 수사기관의 사술 등에 의하여 비로소 범죄의사를 형성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사용한 함정수사의 기법이나 정도에 따라서는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게 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이은모, 앞의 논문, 142면).

27) 조 국, 앞의 논문, 83면.28) ‘범의의 구체화이론’이 인간의 존엄을 매개로 피고인의 내심에 존재하는 범의를 위법성 판단의 기준

으로 한다면, ‘중대한 영향기준이론’은 모순되고 간계를 부리는 국가활동의 비난을 직접적인 위법성의 근거로 삼는다(유인창, 앞의 논문, 533면). 한편 미국의 올가미이론은 범의가 유발된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는 경우 피교사자에게 무죄의 항변을 인정함으로서 소송법적으로 피교사자를 구제하려는데 주안점이 있는 반면에, 독일의 범의의 구체화이론은 수사기관에 의해 범의가 창조된 위법한 함정수사인 경우 법치국가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소송절차를 정지함으로서 위법한 국가활동을 제한하는 소극적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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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수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마약범죄, 뇌물범죄, 조

직범죄 등의 수사에 있어서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가 허용되지만, 재산범죄나 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특별한 수사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함정수사가 허용되지 않

는다고 한다. 이는 주관과 객관을 종합하여 함정수사의 한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

므로 절충설로 볼 여지가 있으나, 범죄의 유형별로 함정수사의 허용여부를 이원화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원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同說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함정수사가 마약범

죄와 밀수범죄의 수사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수사기법이지만, 적법성의 기준을

범죄의 종류에 따라 달리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30) 둘째, 함정수사의 필요

성이 주로 마약범죄나 조직범죄 등에서 인정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유형의

범죄수사에 있어서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가 허용된다는 견해는 기회제공형 함정수

사의 대부분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타당하지 않다.31)

2. 판례의 입장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기존 판례의 입장은 피고인에게

사전범의가 있었는지 유무를 핵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여 왔다.32) 하지만 최근 판

례에 의하면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

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

단하여야 한다’는 전제하에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

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

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함

29) 이재상, §16/26; 정웅석․백승민, 426면30) 임동규, 124면.31) 이은모, 앞의 논문, 134면.32) 대법원 1982. 6. 8. 선고 82도884 판결(‘이른바 함정수사에 의하여 피고인의 범의가 비로소 야기된

것이거나 함정수사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함정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대법원 1983. 4. 12. 선고 82도2433 판결(‘피고인이 미국으로부터 물품을 밀수입할 것을 먼저 데이비드엘·영에게 제의하였음을 알 수 있으니 피고인은 본래 범의를 가진 자라 할 것이니 여기에 함정수사라는 관념이 개재할 수 없으며 기록에 의하여 본건 범죄가 외국기관에 의하여 연출되었다고 볼 증거는 발견되지 아니 한다’);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도915 판결;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49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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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써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지만,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피유

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

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

가 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33) 세부적

인 기준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34) 하지만 주관적

기준설에 치우쳐 있는 기본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35)

3. 검 토

위법한 함정수사와 적법한 함정수사의 구별은 수사기관에 의한 기망행위의 한계

를 과연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서 함정수

사 법리가 등장한 초기에는 주관적 기준설에 따라 피유인자의 범의 유무를 절대적

33)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2794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804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680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2339 판결.

34) 그러나 최근 판례가 다룬 사안들은 정보원들이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 없이 사적인 목적에서 피고인들을 범죄로 유인한 사례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수사기관이나 그 의뢰를 받은 정보원 등이 범인을 유인한 사례들에 대해서도 판례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견해(신양균, 앞의 논문, 163면)가 있다.

35)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경찰관들은 지하철경찰대 소속으로서 사당역 인근에서 만취한 취객을 상대로 한 이른바 부축빼기 수법의 범죄가 빈발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하철 막차 근무를 마친 후 함께 범행장소인 까치공원으로 갔는데, 그곳 공원 옆 인도에 만취한 피해자가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보고서 “그 장소에서 사건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잠복을 하기로 결심하고, 차량을 피해자로부터 약 10m거리인 길 옆 모퉁이에 주차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던 중 피고인(51세)이 접근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어 피고인이 위와 같은 범행에 이르자 즉석에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할 때, 위와 같이 노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경찰관들로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의 적당한 보호조치를 하였어야 마땅할 것인데도, 오히려 그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범죄수사에 나아간 것이고, 이는 지극히 부적절한 직무집행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을 가장 우선적인 사명으로 삼고 있는바(경찰법 제3조 참조), 범죄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일반 국민인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면서까지 수사에 나아가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또 수사에 국민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미끼로 이용하여 범죄수사에 나아가는 것을 두고 적법한 경찰권의 행사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상태나 저항 유무에 따라서는 잠재적 범죄자가 단순한 절도 범행이 아닌 강도의 범행으로 급작스럽게 나아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고, 더구나 정신을 잃고 노상에 쓰러져 있는 시민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이 사건과 같이 잠재적 범죄행위에 대한 단속 및 수사에 나아가는 것은, 경찰의 직분을 도외시하여 범죄수사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들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문제될 뿐으로서, 위 경찰관들의 행위는 단지 피해자 근처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발견하고 스스로 범의를 일으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이어서,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잘못된 수사방법에 관여한 경찰관에 대한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스스로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행위에 나아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기소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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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기준으로 하여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후 주관적이며

내심적인 요소인 피유인자의 의도 파악이 쉽지 않으며, 수사기관이 행하는 수사기

법 자체에 대한 검증을 행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객관적 기준설이 등장하였고, 주

관적 요소와 객관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자는 종합적 고려설 등도 등장하기에 이르

렀다. 판례도 이러한 학설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바, 최근에는 당해 사안이 함정

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실정

이다.

생각건대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학설의 대립상

황에서 어떠한 학설이 보다 우월한 것인지를 판단하여 당해 학설에 동조한다는 입

장을 피력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법과 적법을 명확히 구별

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정립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

서 최근 판례가 구체적인 기준들을 비교적 상세히 적시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태

도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

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

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만 할 뿐, 이들 판단요소에 대

한 보다 세부적인 부연설명은 전무한 실정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이 항상 그러하듯이, 단순한 판단기준의 나열은 오히려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함에 있어 실질적으로 더 곤란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판단기준의 정립이 필요한데, 판

례가 제시한 기준들을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수사기관이 함정수사를 할 수 있는 범죄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범죄의 성질에 따라 일정한 종류의 범죄로 그 적용대상을 한정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36)이다. 예를 들면 통상의 수사방법으로 사실해명이 어렵거나 현

저하게 곤란한 사건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견해37), 재산범죄나 폭력범죄의

36) 윤용규, 앞의 논문, 47면.37) 신양균, 앞의 논문, 165면. 신양균 교수는 함정수사와 관련된 입법화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주

장하는데, 대상범죄에 대한 범위설정의 어려움, 수사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9조의 존재, 입법시 위법한 함정수사가 법률의 규정에 반하는 수사로서 형식재판에 의해 소송을 종결해야 하는 불합리성 등을 그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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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 통상의 방법으로는 범죄의 진상파악이 불

가능하고 오히려 진상파악을 더 곤란하게 만들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는 견해38), 개인적인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견

해39) 등이 그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의a 내지 제110조의e에서 신분위장수사관

(Verdeckte Ermitteln)의 투입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투입할 수 있는 범죄군으로

‘신분위장수사관은 금지된 마약류 거래 또는 무기거래 및 통화나 유가증권위조범죄

의 영역, 국가안보의 영역에서 업무상 또는 상습적으로 또는 범죄단체 기타 조직을

결성하여 행하는 범죄,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중죄, 특별히 중대한 중죄의 경우 등

다른 방법으로는 진상규명의 희망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한정을 하고 있

으며,40) 독일 연방대법원41)도 ‘인적 결합을 기초로 한 조직적 범죄 또는 직업적 범

죄와 선발된 조직형태, 복잡한 판매시스템 및 부분적으로는 공모에 관련되는 행위

형태에 의하여 특히 위험하거나 해명 곤란한 범죄’의 수사를 위하는 경우에 한하여

함정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 최고재판소는 ‘적어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

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 있어서, 통상의 수사방법만으로는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

란한 경우에, 기회가 있으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하는 것은 … 임의수사로서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

시42)하여, 함정수사의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함정수사가 허용되는 범죄를 한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해당 범죄의

성질에서 기인하는 바, 대표적으로 마약범죄, 성매매범죄, 밀수범죄, 뇌물범죄,43) 장

38) 정신교, 앞의 논문, 266면.39) 박이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하여 제기된 공소의 처리”, 대법원판례해설 통권 제59호, 법원도서관,

2006. 7, 450면.40) 한편 위장수사관의 투입은 검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피의자에 관한 경우와 일반인에게 개

방되어 있지 않은 주거에 위장수사관을 투입하는 경우에는 판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위장수사관은 가공의 신분을 설정 또는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이에 필요한 문서의 작성, 변경, 사용이 허용되며, 가공신분을 가지고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또한 위장수사관의 신분은 그 투입이 종료된 후에도 비밀로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위장수사관을 투입하여 얻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함정수사의 시행에 대한 내부적 통제절차로서, 그 필요성을 느끼는 수사기관 개인이 행하여서는 곤란하고, ‘검사의 동의 등’ 조직 내부의 논의과정을 거쳐 계획적․조직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임상규, “미수의 교사와 함정수사”, 형사법연구 제22권 제2호, 한국형사법학회, 2010. 6, 270면)이 있다.

41) BGH Urt. Vom 10. 6. 1975, GA 1975, S. 333f; BGH NJW 1980, S. 1761.42) 일본 최고재판소 2004. 7. 12. 결정, 형집 제7권 제5호, 333면.43) 뇌물범죄는 공여자와 수수자 모두 직접적으로 부정한 이익을 취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자는 직접적

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성윤환, “함정수사에 관한 연구”, 중앙법학 제9권 제4호, 중앙법학회, 2007. 12, 1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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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죄, 조직범죄, 도박범죄 등과 같은 합의에 의한 범죄 또는 피해자 없는 범죄44)

는 당사자 상호간의 의사합치로 인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없

어 수사하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매우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범인

의 검거와 증거의 수집이 다른 범죄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다. 또

한 범죄가 발생한 후에 사후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수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

렵고, 일정한 한도 내에서 피의자를 미리 수사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사용

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45) 그러므로 특수한 범죄들의 경우 기존에 있던

전통적인 수사방법으로는 그 단속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함정수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46)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1963. 9. 12. 최초로 함정수사에 대하여 언급한 이래,

2012. 현재 총 18건47)의 대법원 판결들을 내놓고 있는데, 이를 범죄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마약법 위반(63도190)․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82도884,

2000도3490)․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2004도1066, 2005도1247, 2006도

3464, 2006도2339, 2007도3672, 2007도4532, 2007도7680, 2008도2794) 등의 마약범죄

11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밀수)(82도2433),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2007도10804), 형법 제364조(업무상과실장물운반, 보

관)(87도915), 형법 제329조(절도)(2007도1903, 2007도3164),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

별조치법 위반(무면허의료행위)(92도1377),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2008도

7362)48) 각 1건이 그것이다.

44) 하지만 피해자 없는 범죄의 실체 내지는 범위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임상규, 앞의 논문, 267면)이 있다.

45) 신양균, 앞의 논문, 154면.46) 유인창, 앞의 논문, 525면.47) 이는 대법원 홈페이지에 ‘함정수사’라는 검색어로 판결문 전문이 공개되어 있는 사건의 수를 합산한

것이다.48)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피고인은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자인바, 노래연습장

업자는 접대부를 고용․알선하거나 호객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6. 11. 1. 00:05경 안산시 상록구 ○○동 소재 ○○○노래연습장 7번방에서, 남자손님인 공소외 이○○에게 시간당 2만원을 받기로 하고, 속칭 ‘노래방도우미’인 공소외 최○○(여, 25세)을 불러주어 함께 노래하게 하여 접대부를 알선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들이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가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였던 점, 피고인측은 평소 자신들이 손님들에게 도우미를 불러 준 적도 없으며, 더군다나 이 사건 당일 도우미를 불러달라는 다른 손님들이 있었으나 응하지 않고 모두 돌려보낸 바 있다고 주장하는데, 위 노래방이 평소 손님들에게 도우미 알선 영업을 해 왔다는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위 경찰관들도 그와 같은 제보나 첩보를 가지고 이 사건 노래방에 대한 단속을 한 것이 아닌 점, 위 경찰관들이 피고인측으로부터 한 차례 거절당하였으면서도 다시 위 노래방에 찾아가 도우미를 불러 줄 것을 요구하여 도우미가 오게 된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단속은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피고인의 범의를 유발케 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이 사건 공소제기 또한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동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박찬걸, “함정수사의 허용요건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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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함정수사의 대상범죄를 사전에 미리 규정하는 것은 함정수사의 위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할 것이다. 입법을 통한 법령에의 규정이 어

렵다면, 판례 및 학설을 통하여 대상범죄의 기준49)을 마련해 두고 이에 부합하는

적용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서 위법한 함정수사의 사전 통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

다. 이에 따라 함정수사의 방법이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통상의 범죄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데 그치는 경우라도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보아야 한다.50)

(2)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일반 사인이 아니라 수사기관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

에, 함정‘수사’의 경우에도 수사기관의 개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사의 경우와 달리 함정수사에 있어서는 반드시 수사기관이 직접적으로 나서야 하

는 것은 아니고,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제3자(정보원, 끄나풀 등)를 통

하여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무방하다. 이에 반하여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없는 제3자

가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여 그로 인해 타인에게 범의가 유발된 경우

는 위법한 함정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51) 즉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

련을 맺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교사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

당하지 아니한다.52)

적 효과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을 중심으로 -”, 홍익법학 제12권 제3호, 홍익대학교 법학연구소, 2011. 10, 221-257면 참조.

49) 가령 ‘범죄의 중대성’과 관련하여 법정형의 하한이 1년 이상이거나 상한이 10년 이상인 경우로의 제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0) 손동권, 165면.51) 대법원 1987. 6. 9. 선고 87도915 판결(‘물품반출업무담당자가 소속회사에 밀반출행위를 사전에 알

리고 그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밀반출행위를 묵인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는 이른바 함정수사에 비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2794 판결(‘피고인 1이 2005. 5. 25. 공소외 2에게 필로폰 약 0.03g이 든 1회용 주사기를 교부하고, 같은 달 28. 18:00 무렵 필로폰 약 0.03g을 1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로 희석한 다음 자신의 팔에 주사하여 투약하였는바, 공소외 2가 같은 달 29. 위 사실을 검찰에 신고하여 위 피고인이 체포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2가 수사기관과 관련을 맺은 상태에서 위 피고인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필로폰을 교부하도록 하거나 필로폰을 투약하도록 유인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필로폰 투약 등이 함정수사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52)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804 판결. 그러나 이 경우는 정보원들이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 없이 사적인 목적에서 피고인들을 범죄로 유인한 사안에서 나온 판시사항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수사기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정보원 등이 피고인을 유인한 사례의 경우에도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인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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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인의 경위와 방법

함정수사에 있어서 유인의 경위 내지 목적은 다음과 같은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

다. 첫째, 근시일 내에 당해 범죄가 발생할 것이 객관적인 정황 등으로 미루어 보아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 둘째, 제보․첩보․풍문․기사 등을 통하여 당해 범죄사실에

대한 지속적인 현상이 유지53)되고 있다고 파악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수

사기관이 단속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유인을 한다거나 정보원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편의를 대가로 유인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또한 수사의

개시는 범죄의 혐의가 존재해야만 가능하므로,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둔 수사기관

의 주관적 혐의 없이 범죄예방이라는 차원에서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의를

유발하는 수사방법은 허용되지 아니한다.54)

유인의 방법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

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도 유인의 적정한 정도를 유지해야만 적법한 함정수사로 인

정될 것이다. 만약 수사기관의 행위가 범죄행위를 창조하는 정도에 이르러 범죄를

기꺼이 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 이외에 일반인이라고 할지라도 피고인이 처한 상

황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위법한 것이 된다. 예를 들면 금전적·

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는 경우,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법 등을 통하

여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는 경우,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

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을 하는 경우, 주저함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끈질기고 집요한 제안이 있는 경우55), 피고인의 행위가 불법이 아

니라고 하면서 범죄를 부추기는 경우, 수사기관에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

는 경우, 경미한 범죄를 수사하기 위하여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는 경우,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면 충분함에도 적극적으로 범

53) 대상범죄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혐의가 있어야 한다. 함정수사도 단순한 예방적 범죄투쟁이 아니라, 과거에 자행된 범죄의 진압과 일정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임상규, 앞의 논문, 269면).

54) 신양균, 앞의 논문, 165면.55)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도5571 판결: 피고인은 당초 이 사건 필로폰을 매매하거나 투약할

생각이 없었는데 경찰관의 지시를 받은 甲이 여러 날에 걸쳐 집요하게 피고인에게 필로폰을 구해 달라고 요청한 끝에 피고인이 이에 응하게 되었고 甲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필로폰 구입대금도 경찰관이 마련하여 준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당초 범죄의사가 없었던 피고인에게 경찰관과 甲이 공모한 계략에 의하여 범의를 일으키게 한 함정수사로 유발된 범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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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권유하여 범의를 유발시키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 함정수사에 의하여 제공된

기회가 유일무이하여 만약 수사기관의 기회제공이 없었다면 범행 자체를 저지를 수

없는 상황인 경우 등이라면 함정수사가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함정행위를 개시하

여 범죄행위자가 범죄의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

지 않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범죄실행을 한 자가 수사기관의 함정에 빠졌을 가능

성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위법하다.56) 하지만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사술

이나 계략 등에 의하여 범행을 유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검거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이 정보원을 이용하여 피고인을 검거장소로 유인한 것에

불과한 경우57) 등은 피고인의 범행이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일반적으로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한다. 하지만 기회제공형 수사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이 범죄수행에 현저한 영향력

을 행사한 경우에는 수사의 상당성이 결여되므로 위법한 함정수사가 되지만, 범의

유발형 수사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이 적법한 수사기법을 사용한 경우에는 수사의

상당성이 인정되므로 적법한 수사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범의유발형 수사의 경우

는 기회제공형 수사와 비교해 볼 때 위법한 수사로의 추정력이 다소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 뿐이지 위법한 수사로 간주하는 효과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유인자의 유인행위와 피유인자의 반응을 상호 비교해 볼 때, 유인을 통한

반응이 수사기관이 당초 목표로 하였던 것보다 크게 나올 경우에는 적법한 함정수

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단순히 필로폰의 수수를

유인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피유인자가 필로폰의 양과 가격 조건을 정하는

경우, 직접 필로폰을 구해와 판매하려 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적정한 이익을 약속하

여 거래의 상대방을 가장한데 불과하고 다른 모든 것은 피고인에게 맡겨져 있는 경

우, 필로폰 판매가 성공하였을 경우 분배되는 이익도 훨씬 더 많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마약의 대량입수가 가능하다는 등 피고인의 의사표현으로 보다 중

대한 혐의의 기초가 입증되는 경우 등 단순한 마약투약자를 넘어 마약거래선의 일

56) 송광섭, 565면.57)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453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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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로 나아갔다면 적법한 함정수사의 대상범죄인 마약판매, 수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5)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피고인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언제라도 기소된 것과 같은 범죄를 당시에

작정하고 자진해서 저질렀을 것이라고 인정되면 그에게 사전 범의(predisposition)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전 범의는 주관적 요소이기에 피교사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외부로 드러나는 객관적 정황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객관적 정황이라 함은 피교사자의 전과, 범죄성향, 대상범죄와

피교사자 간의 거리(밀접성), 범행의 동기 내지 피교사자가 범행으로 얻는 이익, 수

사기관의 교사 기술과 방법, 수사기관이 함정수사를 하게 된 경위 등으로 이를 종

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교사자의 사전 범의를 추단해야 한다. 함정수사의 위법성은

수사기관의 행위태양이나 정도 등을 판단기준으로 하여야 하지만, 판단자료로서는

일반인이 아닌 구체적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개별적

인 능력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 이 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은 객관적 정황을 판

단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전

범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수가기관측은 동종의 전과기록, 피고인이 이전에 동

종의 행위를 감행한 사례 및 경력 등의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게 된다.

하지만 피유인자의 사전범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동일․유사한 범죄에 대한 추

상적인 범죄의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고

의가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58) 또한 동종범죄의 전과

자라는 이유만으로 함정수사를 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당해 행위의 구체적 특

징이 아니라 과거의 행동에 대한 평가로 피고인의 범죄성향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정황증거 등을 통해 특정인이 수사기관이 해명

하려고 하는 범죄사실과 구체적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6)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58) 박이규, 앞의 논문, 45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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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서 공범이나 장물범의 체포 등을 위하여 범인의 체포시기를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수사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범죄사

실을 인지하고도 피고인을 바로 체포하지 않고 추가 범행을 지켜보고 있다가 범죄

사실이 많이 늘어난 뒤에야 피고인을 체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수

사와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거나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59) 하지만 수사

관들이 특진이나 수상 등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체포를 지연시켰다고

볼 만한 자료가 인정된다면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에서 처음으로 위법

한 함정수사를 인정한 적이 있는데,60) 당해 사안은 검찰 마약반(서울중앙지검 마약1

반)의 계장들이 정보원의 다른 마약범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수사기관의 수사

를 도운 공적을 만들어 그 정보원을 빼내려고 피고인들을 희생양으로 설정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는 사법의 청렴성에 대한 훼손행위임에 동시에 수사기관에 의한 유

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이 심각한 경우이기 때문에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한 것이

다.

Ⅲ. 위법한 함정수사를 통한 기소의 소송법상 처리

1. 위법한 함정수사를 기초로 한 증거의 증거능력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는 수사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수

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그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위법한 함정수사를 통하여 획득한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서는 위법수집

59)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7도3164 판결.60)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던 피고인들의 범행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어 검거하였을 뿐이라는 취지의 검

찰 마약수사주사 공소외 1과 제보자 공소외 2의 각 진술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원래 중국까지 가서 메스암페타민을 구해 올 생각이 없었는데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함정수사를 위한 이른바 '작업'에 의하여 비로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범의를 일으켰다고 하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을 뿐 아니라, 공소외 2의 유발행위 이전부터 피고인들에게 메스암페타민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려는 구체적인 범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인 1이 예정했던 것보다 하루 일찍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만으로 공소외 1, 공소외 2와 같이 계획했던 것과는 별개의 범의를 일으켜 메스암페타민 수입 범행을 감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이 부분 공소는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하여 범의를 유발케 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뒤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바로 그 범죄행위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규정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후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672 판결 등에서도 함정수사를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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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배제법칙에 의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증거능

력의 배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된 결과일 뿐 함정수사의 문제에 대한 본

격적인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이를 통해 함정수사의 위법성이 전면적으로 해

소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하여 얻은 증거에 대하여 단순히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위법수사에 대한 충분한 사전통제 및 사후대처에

미흡하다. 위법한 함정수사를 직접적인 계기로 해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배

제된다고 하더라도 함정에 빠진 자의 가벌성이 전적으로 부정된다는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보강수사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 여부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통해 얻어진 범죄혐의에 대해

검사는 수사를 개시해서도 안 되고 공소를 제기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위법한 함

정수사를 토대로 피고인이 실제로 기소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가벌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여러 가지 이론적인 시도들이 제시

되고 있다.

2.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기소의 통제방안

(1) 유죄판결설

함정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되지 않고 범의를 유발당한 자

가 자유로운 의사로 범죄를 실행한 이상 실체법상 이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61)이

다. 유죄판결설은 수사의 불법과 소송제기의 불법 또는 무효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

수사가 불법이라는 것과 사술에 의하여 죄를 범한 자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가

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 범의를 유발하는 수사방법은 공정성을 결하였다고 할 것이

므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함정수사를 소송조건

또는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 교사자가 사인이 아

니고 수사기관이라는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 피교사자에 대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위법하다거나 공소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점, 범인이 함정에 걸렸다는 사실은 수

사의 상당성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 유죄판결설에 의하는 경우에는 함정수사가

61) 김진환, “함정수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 고시계, 1989. 9, 96면; 윤용규, 앞의 논문, 64면; 이재상, §16/28; 정금천, “함정수사에 관한 고찰”, 형사법연구 제26호 특집호, 한국형사법학회, 2006, 753면; 지영환, 앞의 논문, 27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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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신의칙에 반한다는 점을 무시했다고 할 수 있으나, 신의칙에 반하는 수사의

소송법적 고려는 증거배제와의 관계에서 고려하면 족하다는 점, 함정수사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범죄의 성립을 조각한다고 할 수 없다는 점, 함정교

사와 통상의 교사를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견지에서 함정수사의 피교사자도 통

상의 교사의 피교사자와 마찬가지로 정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와 같이 유죄판결설은 위법한 함정수사의 경우라도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하지만, 함정수사의 위법성을 형벌감경사유 또는 양형참작사유62)로서 고

려63)할 수 있다고 하여 피고인의 입장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가 발생하였거나 강화된 자가 범

죄를 실행한 경우에 그 유혹자가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책임지는 것은 별 문제로

하고, 그 타인인 유혹자가 사인이 아니라 수사기관이라는 것만으로 그 범죄실행자

의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의 절차규정을 위반하거나

공소권을 소멸시킨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64)하여 기본적으로 유죄판결설에 입각하

고 있는데, 이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의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독특

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65)

하지만 피고인의 자유에 의한 범의가 강한 유혹이나 동기를 부여한 국가의 사술

에 의하여 발현되었고, 함정 자체가 공정한 법 적용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깨뜨린 것이므로 오히려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수사기관이며, 이것은 곧 적정절차

를 무시한 결과로서 형벌권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 함정수사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사유 또는 양형참작사유로만 고려할 경우 함정에 빠진 피고인의 이익보호

및 위법한 함정수사의 사전억제라는 측면에 미흡하다는 점, 위법한 수사행위로 함

62) 독일의 경우 함정수사가 위법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바로 피고사건에 대한 소송장애를 인정하여 공소기각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위법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는 양형단계에서 형의 감경을 고려하면 족하다는 판례(BGHSt 32, 345, 349, 350, 355; BGH StV 1985, 309; BGH StV 2001, 494)가 있다. 즉 적법절차위반이 상소이유는 되어도 소송장애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소송장애는 구체적 사실(Tatsache)의 유무에 따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함정수사가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섰는지의 판단은 사실판단이 아니라 일종의 가치판단이라고 한다(배종대․이상돈․정승환, §14/17).

63) 윤용규, 앞의 논문, 64면; 임상규, 앞의 논문, 275면; 최영홍, “함정수사와 법원의 대응”, 판례월보 제211호, 판례월보사, 1988. 4, 35면.

64) 日最判 昭和 28. 3. 5; 日最判 昭和 29. 11. 5. 하지만 동 판결은 범죄유발자의 형사책임을 긍정한 점에서 실체법상 위법의 여지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파악하면, 함정수사 자체를 전면적으로 적법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전수영, “함정수사의 형사법적 고찰”, 법학연구 제22집, 한국법학회, 2006. 5, 355면).

65) 하지만 그 후 법의 적정절차사항이 도입되어 최고재판소가 그 입장을 고수할 것인가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고, 나아가 이 판례는 실질적 구속력을 상실하였다는 지적도 있다(박이규, 앞의 논문, 447-44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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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 빠진 자를 구제하려는 문제의식이 없어 함정수사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

하다는 점66), 비록 함정에 빠진 자가 자유의사로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이

경우의 자유의사는 순수한 자유의사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유혹의 결과인 자유의사

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67)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 무죄판결설

무죄판결설은 함정수사를 가장 엄격하게 금지하려는 견해68)이다. 이에 의하면 타

인의 강한 유혹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통상의 경우보다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약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와 더불어 수사권남용이라는 국가에 대한

압도적 비난가능성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는 점,69) 수사기관

이 제공한 범죄의 동기나 기회를 일반인이 뿌리칠 수 없었다는 범죄인 개인의 특수

한 상황으로 인하여 범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적고 오히려 동정할 수 있는 경우

이므로 가벌적 위법성이 결여된다는 점, 국가가 법치국가 원리에 명백히 반하는 형

태로 실체를 해명하는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이미 형벌권이 상실된다고 보아야 한

다는 점,70) 함정수사 여부에 대한 실체심리를 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인권보장에도

더욱 철저하고 다양한 형태의 함정수사에 대한 탄력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형식재판

보다는 무죄판결이 타당하다는 점, 수사기관의 염결성과 범인의 특수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71) 미국의 경우에도 함정수사의 구제방법으로 배심원단에 의한

무죄방면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72) 수사가 위법하면 그 실체를 뒷받침하는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고, 이 경우 실체가 유죄이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능

력 있는 증거가 없다는 점,73) 반국가적․반사회적인 범죄로 그 폐해가 극심한 마

약․밀수․도박․인신매매 등은 그 범죄 성격상 함정수사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66) 심희기․양동철, 113면.67) 박광민, “함정수사의 규제”, 성균관법학 제7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연구소, 1996, 67면.68) 피고인의 보호차원에서 실체관계심리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공소기각판결을 해야 하고, 일단 실체관

계심리에 들어 간 경우에는 무죄판결을 해야 한다는 견해(유인창, 앞의 논문, 538면; 정신교, 앞의 논문, 259면; 조 국, 앞의 논문, 86면)도 무죄판결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69) 최영홍, 앞의 논문, 14면.70) 신양균, 78면.71) 신동운, 125면.72) ‘부당한 권유’(improper soliciation)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구제방법이며, 배심원에 함정항변을 제

출하지 못하게 한 원심판결은 재심을 요한다(Sorrells v. U.S. 287 U.S. 435(1932); Sherman v. U.S. 356 U.S. 369(1958)).

73) 손동권, 16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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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검거하기 불가능한 정황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점,74) 함정에 빠진 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한국 시민의 법감정에 반한

다는 점75), 함정수사에 대한 실체심리가 실제적으로 수반되는 현실에서 피고인에게

(확실한 기판력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무죄판결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그 논거로 하고 있다.76)

하지만 수사기관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만으로 고의가 조각될 수는 없으며, 책임

이 감경될 수는 있어도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수사기관의 행위가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또는 협박’의 정도에 이르러 피교사자의 행위가 형법 제10조의 강요된

행위로 책임조각이 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히 함정수사가 있었다

는 이유로 책임을 조각시킬 수는 없다는 점, 교사자가 수사기관인가 사인인가에 따

라 범죄의 성부를 달리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범죄의 성립요건이 충족됨

에도 법치국가의 원리 위배․적법절차의 원리 위배․불법과 책임의 약화 등을 이유

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형식적 범죄개념과 모순된다는 점77) 등의 비

판이 제기된다.

(3) 공소기각판결설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는 적정절차에 위배되는 수사에 의한 공소이므로 공소제기

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소송조건의 흠결 또는 소

송장애를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견해78)이다. 대법원도 2005.

10. 28.79) 명시적으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

74) 송광섭, 565면.75) 심희기․양동철, 114면.76) 대법원 판결 중에도 ‘이른바 함정수사의 위법성 때문에 범죄성립이 부정되려면…’이라는 표현이 등

장하는데(대법원 1998. 11. 22. 선고 98도2753 판결), 이를 무죄판결설의 입장으로 보는 견해(임수식, “함정수사의 의미”, 대법원판례해설 통권 제35호, 법원도서관, 2001. 6, 944면)도 있다.

77) 김준호, “위법한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 형사정책연구 제20권 제3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09. 9, 147면.

78) 권오걸, 197면; 박기석, “「함정수사의 위법성 기준과 법적 효과에 대한 재검토」에 대한 토론”, 형사법연구 제14호, 한국형사법학회, 2000, 89-90면; 박이규, 앞의 논문, 456-457면; 배종대․이상돈․정승환, §14/17; 송광섭, 566면; 이은모, 172면; 임동규, 125면; 정웅석․백승민, 428면; 조기영,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 형사법연구 제19권 제2호, 한국형사법학회, 2007. 6, 205면(‘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공소기각판결에는 기존 통설의 이해와는 달리 일사부재리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 … 위법한 함정수사를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이 확정된 후 검사가 동일 사안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사안의 성질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계호, 199-200면; 차용석․최용성, 161면.

79) 동 판결은 최초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인정하여 피고인을 구제한 사건으로서, 이전의 함정수사와 관련된 판결들이 유죄판결로 계속하여 인정되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진일보한 판결로 평가된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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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80)고 최초로 입장을 밝힌 이래 계속하여 공소기각판결

설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함

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를 검사의 소추재량에 위반한 일종의 공소권남용의 한 형

태81)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소기각판결설에 의하면 제327조82) 제2호는 동조의 다른 사유와 달리 단순히 검

사의 공소제기를 둘러싼 형식적 요건의 심사에 한정되는 규정이 아니라 다양한 형

태의 소송법적 관심사항을 소송조건으로 정형화하여 형사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법

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자의 배려에서 나온 일반조항의 성격을 갖는다고 본

다.83) 이러한 일반조항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제327조 제2호의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함정수사의 위법성이 인정

될 경우에는 더 이상 실체판결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형식재판으로 소송을 종결시

키는 것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 그 자체에 위법이 있는 경우에 한

정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수사절차의 위법을 문제 삼아 공소를 기각한다는 것은 타

당하지 않다는 점, 수사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공소제기의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공소제기의 절차에 수사절차가 포함된다고 하

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점, 함정수사는 어떤 형식으로 피고인을 소추하

는가하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가

라는 실체법의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함정수사의 실체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

하지 못한다는 점,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하여 실체심리로 나아가지 않고 형식재판

으로 소송을 종결해 버리는 것은 소위 ‘법원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점,84) 공소기각판결만이 반드시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담보하는 유일한 수단

이유로 인하여 2005년 이전에는 위법한 함정수사의 법적 효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80)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7362 판결;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7도3672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903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464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81) 소추재량권의 자의적 행사를 억제하기 위하여 인정되고 있는 공소권남용론도 형식재판인 공소기각의 판결로 사건을 종결시키고 있기 때문에 공소기각판결설과 결론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82)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피고인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는 때, 2.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3.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4. 제329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5.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사건에 대하여 고소의 취소가 있은 때, 6.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철회되었을 때

83) 정웅석․백승민, 앞의 책, 4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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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니라는 점, 비난받을 행위를 한 국가로부터 피고인을 가장 확고하게 보호하는

구제방법은 무죄판결이라는 점85)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 면소판결설

함정수사의 위법을 공소권의 존재 자체에 관한 문제로 파악하여 위법한 함정수사

를 행한 국가는 처벌적격을 잃기 때문에 실체적 소송조건을 결하여 면소판결을 선

고해야 한다고 한다.86) 함정수사를 위법한 수사활동으로 금지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유인에 의하여 범죄가 유발된 경우에 제한되어야 하므로 그 사정이 인정되기 위해

서는 피교사자의 범죄행위와 관련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실체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한다.

하지만 범죄의 실행이 정범의 책임으로 이루어진 이상 함정에 의하여 범의가 야

기되었다는 것만으로 국가의 처벌적격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면소판결의

본질에 관하여 실체관계적 형식재판설이 아닌 형식재판설을 따를 경우에는 형식적

소송조건과 실체적 소송조건의 구별을 하지 않는다는 점, 위법한 함정수사는 형사

소송법 제326조87)의 면소판결 사유의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다는 점, 형식재판의

경우에도 필요한 경우에는 실체 심리가 가능하다는 점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 검 토

유죄판결설은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의 공정한

법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너무나도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비록 함정에 빠진

자가 자유의사로 범죄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행위로 말미암

아 유발된 범죄이기 때문에 ‘강제된’ 의사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공소기각판결설의 최대 난점은 수사절차의 위법을 어떻게 공소제기절차의 위법으

로 상호 연결시킬 것인가에 있다. 왜냐하면 위법한 함정수사를 이유로 공소제기의

84) 김준호, 앞의 논문, 154면.85) 조 국, 앞의 논문, 85-86면.86) 김기두, “함정수사”, 월간고시, 1983. 7, 105면.87) 제326조(면소의 판결)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1. 확정판결이 있은 때,

2. 사면이 있은 때, 3. 공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 4.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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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이 인정될 때 비로소 제327조 제2호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

여 첫째, 모든 수사는 공소제기의 주체인 검사의 지휘 아래에 있고, 수사결과는 검

사의 공소제기와 직결된다는 점, 둘째,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의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해 검

사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의무가 부여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를 제기할

경우에는 공소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점,88) 넷째, 함정수사에서 수사기관이 범

죄행위의 생성에 관여하는 목적이 바로 자신이 관여하여 생성된 당해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제기에 있다는 점에서 함정수사는 공소제기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

으므로 통상의 수사절차와는 달리 함정수사의 위법성이 바로 공소제기의 위법성으

로 평가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 등을 논거로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하

지만 적법절차 원칙의 위배, 공소권의 남용, 수사와 공소의 일체불가분성 등은 위법

한 함정수사가 아닌 다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의 연결고리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위법한 함정수사를 면소판결로 해결하자는 견해는

형사소송법 제326조의 면소판결 사유에 함정수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타당

하지 않다. 만약 이를 인정한다면 초법규적 면소사유를 인정하게 되는 불합리한 점

이 발생한다.

생각건대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피고인의 구제는 무죄판결설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존의 무죄판결설은 위법한 함정수사가 과연 형사소송법 제

325조 전단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 등 범죄의 성립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개별 논거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325조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

야 한다’고 규정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

다. 첫 번째는 범죄의 성립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범죄의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이다. 이를 위

법한 함정수사와 관련시켜 보면, 무죄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충족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사정이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여 증거재판주의를 명시적으로

88) 이에 대하여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는 경우’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해석하기는 곤란하다는 견해(조기영, 앞의 논문, 200면)가 있다. 검사의 소추권 행사가 부적법하더라도 그것이 곧 소추권의 ‘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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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히고 있기 때문에, 모든 범죄사실의 증명은 증거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 그러므

로 위법한 함정수사에 빠져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법

한 함정수사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면 법원은 무죄판결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증거에 의하여 범행의 입증이 가능하다고도 주장할 수 있겠으나, 피유인자의 범죄

행위 자체가 함정수사에 의하여 창출된 이상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모든 증거는 결

국 함정수사와 관련이 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가 아닌 적법한

증거의 제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무죄판결설을 취할 경우 (범죄의 성립 또

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

음은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사유를 논거로 하는 무죄판

결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