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관계학회(lera) 참관기 오바마당선과금융위기: 위기이자기회 · 20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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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구동향 고용관계학회(LERA) 참관기 오바마 당선과 금융위기 : 위기이자 기회 정선욱 (미국 코넬대학교 비교노사관계학 박사과정) >> _75 제61회 고용관계학회(Labor & Employment Relations Association, LERA)가 1월 2~5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이번 학회에는 미국 내 외의 긴박한 변화상을 반영한 듯 학계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현 상황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글에서는 학회에서 특별 세션으로 수 차례 다루어진 현 미국 노사관계와 노동문제에 대한 토론 내 용을 중심으로 미국 노사관계 및 노동관련 이슈를 소개하기로 한다. 1) 오바마 당선과 노사정책 친노동 성향의 대통령과 그에 따른 정책상의 변화가 어떻게 미국 노사관 1) 이 글에서 소개되는 내용이 학회 전반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전체 세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http://www.lera.uiuc.edu/meetings/Annual/2009/ program.asp 2009년 2월호 pp.75~80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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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고용관계학회(LERA) 참관기 오바마당선과금융위기: 위기이자기회 · 2015. 10. 21. · 고용관계학회(LERA) 참관기 오바마당선과금융위기: 위기이자기회

해외연구동향

고용관계학회(LERA) 참관기

오바마 당선과 금융위기 :

위기이자 기회

정선욱 (미국 코넬 학교 비교노사관계학 박사과정)

>> _75

제61회 고용관계학회(Labor & Employment Relations Association,

LERA)가 1월 2~5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이번 학회에는 미국 내

외의 긴박한 변화상을 반 한 듯 학계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당사자들이

참석하여 현 상황에 한 열띤 토론을 벌 다. 이 에서는 학회에서 특별

세션으로 수 차례 다루어진 현 미국 노사관계와 노동문제에 한 토론 내

용을 중심으로 미국 노사관계 및 노동관련 이슈를 소개하기로 한다.1)

■오바마 당선과 노사정책

친노동 성향의 통령과 그에 따른 정책상의 변화가 어떻게 미국 노사관

1) 이 에서 소개되는 내용이 학회 전반을 표하지는 않는다. 전체 세션에 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http://www.lera.uiuc.edu/meetings/Annual/2009/

program.asp

2009년 2월호 pp.75~80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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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번 학회의 주요 관심사항 중의 하나 다. 흥미롭게도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 관여하고 있는 학자들이 거 패널리스트로 참여하 다. 가령, 클린턴 정

부시절 노동장관으로 활동했던 로버트 라이시(버클리 학교), 장관 특별보좌관(Chief Economist)으

로 활동했던 리사 린치(브랜다이스 학교), 노사개혁위원회를 이끌었던 토마스 코칸(MIT), 오바마

정부 노동장관 후보로 거론되었던 할리 쉐이큰(버클리 학교) 등의 패널리스트들이 노사관계의 현

상황과 미래에 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밖에도 노동관련 전문기자인 스티븐 그린하우스(뉴욕타

임스)와 미국노동조합총연맹(AFL-CIO)의 고위 간부들2)이 참석하여 근로자자유선택법안(Employee

Free Choice Act : EFCA)의 전개 상황을 설명하 다.

토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바마 통령의 노동정책은 그의 노동장관 임명(힐다 솔리스)

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친노동 성향이다. 변수는 두 가지, 즉 최근 경제상황과 경제참모들의 성향

이다. 첫째, 최근 경제상황은 오바마의 노동정책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기업가들은 경제상황을

이유로 노동친화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히 로비할 것이며, 만일 뜻 로 안되면 오바마의

경제살리기 정책에 비협조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벌써부터 공개적으로 법안 통과 후의 후폭풍에

해 위협하고 있다. 둘째 문제는 오바마 경제참모들의 성향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경제관료들에 둘

러싸여 노동개혁 이슈가 흐지부지하게 끝난 것을 예로 들며 친노동 성향의 노동장관 한 명이 내각에

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하 다. 토마스 코칸(MIT)은 현실적인 정책 프로세스에

서 볼 때 노동관련 정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국민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노동∙노사문제가 미국

에서 가장 큰 이슈인 경제문제와 접히 연관되어 있는가가 인식되어야 한다며 설득 작업이 원활하

지 않을 경우 예전처럼 또 우선 순위에서 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 다. 또한, 상황

을 좀 더 냉정하게 보는 사람들은 최근 발표된 존 퍼거슨(MIT)의 논문3)을 예로 들며, 근로자자유선

2)미국노동조합총연맹(AFL-CIO)의 재정책임자이며 올해 은퇴 예정인 존 스위니 이후의 유력 지도자 중의

한 명으로 거론되는 리차드 트럼카, 미국노동조합총연맹(AFL-CIO)의 General Council인 조나단 히아트

등이 토론자로 참석하 다.

3) John-Paul Ferguson.(2008), “The Eyes of The Needles: A Sequential Model of Union Organizing Drives,

1994-2004,”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Review 62(1), p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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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법안의 통과로 노조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단체협상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면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의 프로세스에 해 좀 더 세련된 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 다.

노동 측면에서 보는 최근의 한 가지 긍정적인 현상은, 바이든 부통령이 이끌게 될 중산층 살리기

프로젝트에 노동장관이 참여하고 노동문제가 주요 이슈 중의 하나로 다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는 오바마 정부 내에서 노동문제가 하찮게 다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암시라는 것이다. 참

석자들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오바마 통령의 의지라며, 얼마나 그가 노동장관에 힘을 실어주고

(다른 사안을 손해보면서까지) 노동관련 입법에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향후 수년간

의 노동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기와 노사관계

현 금융위기가 노사관계 정책 및 연구에 어떤 향을 끼칠 것인가에 한 토론이 많았다. 세션 제

목이 암시하듯 금융위기는 사용자 입지 강화(Employer ascendancy)와 노동자의 협상력 약화(weaker

bargaining power)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

기침체를 이유로 들며 오바마 정부의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자자유선택법안(EFCA) 통과, 안

전기준 재개정과4) 초과근무규정 개정에5) 해 반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용자들은 노동부 인

력 및 예산 증액6)에 해서도 향후 미칠 향을 예상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동조합

기능과 관련된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노동조합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하 다. 호

잇 휠러(사우스캐롤라이나 학교)는 작업장의 정의와 보이스 측면에서, 앨리슨 모란츠(스탠포드

학교)는 작업장 안전과 근로자 건강 측면에서, 넷시 파이어스타인(Working family labor project)는

4) 지난 8년 동안 노동부는 안전관련 규정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의회와 법원에서 주도된 이후에야 안전관련

규정이 발표되었을 뿐, 노동부 주도로는 단 한 차례만 발표되었다.

5) 2004년 친기업 위주로 규정이 바뀌었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원상태로 복귀시키려고 하고 있다.

6) 부시 통령하에서 노동부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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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의 조화 측면에서 금융위기하에서 노동조합의 기능은 근로자에게 더욱 더 필요하다고 주

장하 다. 한편, 로즈마리 배트(코넬 학교) 교수는 금융위기는 연구자 관점에서 보면 연구 분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렇게 급변하는 작업장 환경에서는 단순히 통계데이터에 의지하는 연

구보다는 좀 더 현장 변화에 귀 기울이는 필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 다. 해리 캐츠(코넬 학

교)는 이런 때일수록 박사학위 연구자들이 학위 직후 학으로 직행하는 신 각종 연구기관에서 현

장의 빠른 변화와 작업장에서 새로이 일어나는 상황에 해 연구해 보는 것이 아주 필요하다고 주장

하 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현 금융위기는 수퍼자본주의를 규제할 좋은 기회라고 주장하는 패널리스트들

도 많았다. 토마스 코칸(MIT)은 현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경고를 주는 역사적 순간

(historical moment)이며 정부는 새로운 규제로서 수퍼자본주의를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

장하 다. 리사 린치(브랜다이스 학교)는 우선 책임감 없는 기업 활동에 해서는 정부규제가 필요

하다면서도 정부규제가 자칫 기업들로 하여금 또 다른 방책을 강구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업

의 사회적 책임(CSR) 측면에서 보다 강력한 소비자의 시민행동으로 기업의 일탈 행위를 견제할 필

요가 있다고 주장하 다.

■기타 관심 이슈(의료산업 및 국제화)

미국 경제에서 점점 더 비중을 높여가는 헬스케어 산업에 한 발표도 많았다. 크게 보았을 때 막

한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생산성이 그리 높지 않고 사용자, 노동자, 노동조합, 직종간 반목이 심한

이 산업에서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면서 노사관계를 좋게 만들 것인가에 한 미국 학자들간의

토론이 활발하 다. 애리엘 애브가(일리노이 학교)는 최근 도입이 보편화되고 있는 전자의료기록

장치(Electronic Medical Records)를 둘러싸고 왜 기업간 노사관계와 생산성에 차이가 나는지에 해

조사하 다. 그에 따르면, 최고경 진이 수동적으로 받아들 을 경우나 회사내 노사관계가 적 적

일 경우 전자의료기록장치의 도입은 부작용이 커서 도입 효과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

면, 상호 신뢰가 있고 최고경 진이 능동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경우 이 전자장치의 도입은 의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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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생산성(환자 만족도 포함)은 물론, 도입에 따른 국가 예산의 절감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폴 클라크(PSU)는 간호 인력의 수요공급 분석을 통해 의료산업 내의 노사관계 악화 현상을 소개하

다. 그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내 간호 인력은 300만 명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으로 예측해 보

았을 때 80만 명 이상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이 현상은 이미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간

호 인력 공급 차질은 병원내 간호사들의 작업환경의 악화를 불러일으켜 병원, 간호사, 소비자(환자)

에게 모두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에 한 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

다. 한편, 조디 지첼(브랜다이스 학교)은 병원내 직무설계와 업무 분담에 있어서 의사, 간호사 등

의 업무 주체들이 제 로 참여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생산성을 비교하며 병원내 각 주체들간

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 다.

한편, 올해에도 중국관련 세션은 참관자들로 붐볐다. 최근 중국 노동법 변화에 한 기업, 정부, 노

동자 등의 반응에 한 조사가 발표되었다. 패트릭 맥더마트(샐리스버리)는 련 지역의 지역 노동중

재위원회를 찾은 노동자와 사용자들에 한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의 노동중재제도가 비관론자들의

시선과는 달리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밝혔다. 기존의 연구 결과들은 노동중재제도의 비효

율성 및 노동자들의 지식 부족 및 접근상의 어려움을 들어 중국의 노동중재제도는 명목상의 제도라

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련 지역의 사용 실태를 통해 2000년 이후 노동자들의 중재관

련 지식 및 인식이 높아져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 만족도 또한 높은 것을 보 다. 이에 해 애

런 할리궈(하버드 학교)는 부분적으로는 동조하지만 련 상황을 중국 전역으로 일반화시키기는 어

렵다고 지적하 다. 중국의 정책 스타일, 즉 몇 군데의 시범 행정을 통해 이를 전역에 확산시키는 정

책 패턴을 볼 때 일부 발전 지역의 시범 케이스를 확 해석하는 것은 다수 일반 지역의 상황을 오

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 다. 하지만 그 역시 최근 중국 노동자들의 권리 의식이 신노동법 및

노동중재법 실시를 통해 확실히 향상되었기 때문에 노동중재제도 이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

라고 인정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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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경기침체의 심화와 오바마 정권의 시작이라는 큰 변화의 한 가운데서 열린

이번 고용관계학회는 문제해결 중심(problem-centric)이라는 학회의 특성을 반 하듯 일반 학술 세

션에 버금가는 현실반 적인 세션들이 많았다. 요약하면, 오바마 당선으로 인한 노동조합의 부활, 친

노동정책에 한 사용자들의 조직적 저항, 금융위기 심화로 인한 고용관계 불안, 새로운 연구 주제

로 자리잡은 헬스케어산업 및 그린에너지산업, 다국적기업의 로벌생산 시스템으로 인한 생산기지

(중국, 베트남, 동유럽) 국가에서의 노사관계에 한 높아진 관심, 미국 작업장의 빠른 변화로 인한

질적∙양적 연구방법을 아우르는 산업 연구(industry study)에 한 재각광, 고용관계 연구의 주요 연

구지 던 미국내 ILR스쿨7)의 혁신 및 변화에 한 토론 등이 이번 학회에서 다뤄졌다. 미국내 주요

ILR스쿨 학장들8)은 두 번의 공식적인 세션을 통해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고용관계 연구자들에

게 작업장 내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포착, 기존 이론과의 비교 및 새로운 이론화 작업

에 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하 다. 이들은 이러한 연구들이 각 주체들(국가, 기업, 노동조

합 등)들에게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 다.

7) 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School : 통합적 관점에서 고용관계를 다루는 단과 학으로 각 학들마다

인사관리, 노사관계, 조직행동 등의 분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코넬, 일리노이, 미네소타, 럿거스, 미시간

주립 (MSU)에 ILR 스쿨이 있다.

8) 코넬 학교해리캐츠학장, 럿거스 학교데이빗파인골드학장, 일리노이 학교조엘커쳐거셴필드학장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