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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 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l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이러한 조건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는 위의 내용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용허락규약 ( Legal Code) 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Disclaimer 저작자표시. 귀하는 원저작자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비영리. 귀하는 이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변경금지. 귀하는 이 저작물을 개작, 변형 또는 가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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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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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legalcod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 사회학석사학위논문

    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 분석

    -랜덤채팅어플 '돛단배'의 여성이용자를 중심으로

    2016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 회 학 과

    양 진 선

  • 국문초록

    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 분석

    -랜덤채팅어플 '돛단배'의 여성이용자를 중심으로-

    본 연구는 한국사회 친밀성의 새로운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이버공간 내 익명관

    계에서 형성되는 친밀성의 구조를 분석한다.1990년대 PC통신의 시작과 2000년대 초

    반 인터넷 이용의 확대,그리고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통해 ‘매개된

    의사소통’(mediatedcommunication)은 현대의 주요한 상호작용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오늘날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SocialNetwork

    Service)의 확장은 가상공간으로 여겨지던 사이버공간을 일상의 체험적 층위에서 현

    실공간과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구성하고 있다.일상으로 유입된 사이버공간은 또한

    익명적 의사소통을 발전시킨다.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매개된 의사소통은 다양

    한 층위의 익명성을 전제하며,현대인들은 익명성에 기반한 의사소통에서 자신을 드

    러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체화한다.본 연구는 오늘날 ‘문제화’되고 있는 친밀

    성의 양상과 ‘일상화’되어가는 익명적 상호작용의 교차점을 통해 새롭게 나타나는 친

    밀성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했다.이를 위해 먼저 니클라스 루만의 친밀소통 개념을

    중심으로 친밀성의 구조를 이론적으로 고찰하였다.다음으로 공간의 본질적 목적을

    사교(sociability)로 명시하는 익명채팅의 의사소통구조와 친밀소통구조를 파악하고자

    랜덤채팅어플리케이션 ‘돛단배’를 사례로 분석했다.아울러 ‘돛단배’이용자들과의 면

    접을 통해 개인들이 익명채팅을 통해 형성되는 친밀관계를 어떻게 의미화하는지 밝혀

    내고자 했다.이때 현대사회 친밀성의 특징인 젠더관계의 변화와 이성애 친밀성 내

    여성의 위치를 주목하기 위해 면접대상자는 여성이용자로 한정한다.

    Ⅱ장에서는 연구의 주요개념인 친밀성을 니클라스 루만의 친밀소통 이론을 토대로

    사회학적 개념으로 조작한다.현대사회에서 친밀성이 문제화되는 현상을 루만의 체계

    이론을 통해 분석하며,새롭게 나타나는 친밀성의 양상을 구조화할 분석틀을 마련한

    다.루만은 역사적으로 두 번의 분기를 통해 친밀소통이 사랑의 코드를 형성하며 다

  • 른 소통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분화되었다고 보았다.하나는 17세기 친밀관계에서 여성

    이 거부권을 가짐으로써 관계의 자율성이 형성되는 ‘열정적 사랑’의 코드이며,다른

    하나는 관계에 대한 자아의 반성을 통해 친밀관계의 성찰성이 확립되는 1900년대 ‘낭

    만적 사랑’의 코드이다.현대사회 친밀성의 변화는 ‘관계의 자율성’과 ‘자아의 성찰성’

    의 양상이 변화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야기되었다.먼저 ‘관계의 자율성’의 차원에서 비

    대칭적 젠더관계는 대칭적 젠더관계로 진화한다.낭만적 사랑의 의미론에서 전제하는

    비대칭적 젠더관계는 더 이상 일반적으로 소통되지 않으며,‘평등’,‘합의’,‘소통’등의

    가치의 부상은 대칭적인 젠더관계에 점차 큰 개연성을 부여한다.이는 남성과 여성이

    대등한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뜻이 아니라 비대칭성을 통해 의미화된 남성성과 여성성

    의 이분법이 무효화되는 경향을 의미한다.다음으로 ‘자아의 성찰성’의 차원에서 인지

    적 성찰성은 미학적 성찰성을 수용한다.성찰성을 구성하는 사회구조는 정보통신과

    의사소통의 구조로 대체되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통한 ‘매개된 의사소통’의 확대는 타

    자지향적 성찰,유희적 의사소통,습관적이고 감각적인 체험 중심의 미학적 성찰성을

    구성한다.

    Ⅲ장에서는 Ⅱ장에서 구성한 이론적 분석틀을 활용하여 새로운 친밀성의 양상이 상

    징적으로 나타나는 익명채팅의 소통구조를 분석한다.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랜덤채팅어플리케이션 ‘살랑살랑 돛단배’를 사례로 선정하였다.‘돛단배’는 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 규모와 4년 이상의 유지되고 있는 어플이라는 점에서 익명채팅어플

    의 상징적인 위치를 확보한다.친밀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상호작용 자체

    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자신의 세계를 드러내고 인정을 주고

    받는 친밀소통은 인격적 차원의 소통이며 비인격적,수단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대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익명채팅공간은 사교가 아닌 다른

    목적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제재를 가한다.또한 대화를 하는 방식에서도

    대화참여자들이 대등하게 위치하고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하도록 대화

    의 규칙을 설정하고 신고기능을 활용한다.더불어 일대일 대화만 가능한 형식,오직

    문자텍스트만을 수단으로 하는 대화,익명성과 휘발적인 관계를 전제한 대화방의 규

    칙과 의례는 친밀소통이 가능한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때 상호간 동의를 전제하는 규칙들은 여성이용자에게 젠더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

    게 해주는 장치로 여겨진다.또한 스마트폰 어플이라는 특성상 채팅이용자들은 타인

    과의 상시적인 연결 상태를 유지하며 유희적이고 습관적인 대화를 즐긴다.기존의 친

    밀성이 자아 내면의 인지적이고 반성적인 성찰에 근거하였다면 익명채팅은 체험적,

  • 감각적,습관적,타인지향적인 미학적 성찰성에 근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낭만적 사랑의 코드와 구별되는 ‘관계의 대칭적 자율성’과 ‘자아의 미학

    적 성찰성’이 발휘되는 익명채팅에서 ‘비인격적 친밀성’이 가시화된다.비대면적,익명

    적 사교공간인 익명채팅에서 이용자들은 서로의 세계를 어느 때보다 ‘진실되게’드러

    내고 그것을 상호인정하는 관계를 형성한다.또한 언제나 ‘연결된 존재’(connected

    presence)로서 관계의 안정감을 얻고,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드러내는 인격적 소통을

    경험한다.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개인의 삶의 역사로 기록되지 않고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상상된 합의를 전제하고 있다.즉 익명채팅은 구조적으로 ‘휘발적

    관계’가 전제된 공간이다.관계의 휘발성은 ‘정상적’시공간의 서사를 가진 낭만적 사

    랑과 구별된다.휘발적 관계는 익명채팅에서 친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전제이기도

    하다.채팅이용자들은 휘발적 관계를 전제로 면대면 관계에서는 ‘위험한’친밀소통을

    시도하고 경험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익명채팅의 친밀소통은 지극히 전인격적인 소통

    이지만 그 속에서 발전하는 관계는 비인격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모순적 친밀성,‘비인

    격적 친밀성’을 구성한다.

    Ⅳ장에서는 익명채팅이용자들이 익명채팅에서 형성된 친밀성을 의미화하는 방식을

    분석한다.이때 이용자들이 익명채팅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중

    심으로 상반된 두 입장이 나타난다.익명채팅의 친밀관계는 전형적인 낭만적 사랑의

    서사,‘안정적 시공간’을 근거하는 친밀관계의 정상성으로부터 괴리된 ‘비정상적인 것’

    이라는 낙인이 작동한다.특히 사회적 낙인이 익명채팅이용자에게 부여되는데 이들은

    “변태적인 사람”,“이상한 사람”,“모르는 사람”,“상관없는 사람”으로 정상적 친밀관

    계의 인간상,“멀쩡한 사람”,“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신원이 확인이 되는 사람”,

    “오랜 친구”와 대비된다.이러한 사회적 낙인을 체화하는 이용자들은 익명채팅을 자

    신의 경험으로 의미화하기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경우만은 다른 것으로 분리한.혹은

    익명채팅의 관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남는 게 없는”관계로 부정하는 태도가 두드러

    진다.반면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이용자들은 개인주의적 시각에서 자신

    의 경험을 중심으로 익명채팅의 친밀성을 긍정한다.이들은 그 속에서 형성된 경험을

    자신의 일상에 위치시키고 자아의 경험으로 내면화하는 태도를 보인다.

    본 연구는 익명채팅을 사례로 현대사회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친밀성의

    구조를 분석하고자 하였다.결과적으로 도출한 ‘비인격적 친밀성’은 전인격적 소통과

    비인격적 관계라는 현대인들의 모순된 욕구가 사이버공간을 통해 실현되는 현상을 가

    시화하는 개념이다.이는 비판사회학적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친밀성을 하나의 소통

    체계로 그 변화를 소통체계 내부의 변화에서부터 파악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의를

    갖는다.또한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매개된 상호작용,특히 익명적 의사소통을

  • 친밀성을 중심으로 분석해보는 사회학적 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주요어:친밀성,사교성,비인격적 친밀성,니클라스 루만,익명채팅,사이버공간,

    청년층 여성,휘발적 관계

    학 번:2011-20103

  • Ⅰ.서론

    1.문제제기 ········································································ 1

    2.선행연구 검토 ································································· 4

    1)친밀성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 ··········································· 4

    2)채팅의 상호작용 ·························································· 8

    3.연구대상과 방법 ······························································· 12

    1)연구대상 ···································································· 12

    2)연구방법 ···································································· 16

    Ⅱ.이론적 고찰과 분석틀························································· 19

    1.현대사회와 친밀성의 구조:루만의 친밀성 이론 분석 ··················· 21

    1)친밀체계의 독립분화 ····················································· 21

    2)사랑의 의미론의 변동 ···················································· 23

    3)친밀성의 문제화 ·························································· 26

    4)친밀성 구조의 도식화 ···················································· 28

    2.‘비인격적 친밀성’의 개념화:루만의 친밀성 이론 정교화 ··············· 30

    1)인격적 개체성과 친밀성 ················································· 30

    2)‘비인격적 친밀성‘의 분석틀 ·············································· 33

    3)‘관계의 자율성’의 변화 ··················································· 34

    4)‘자아의 성찰성’의 변화 ··················································· 37

    목 차

  • Ⅲ.익명채팅어플리케이션의 사교성과 친밀성 ······························ 40

    1.익명채팅어플의 현황과 ‘돛단배’사례분석 ································· 41

    2.돛단배 공간의 ‘사교성’························································ 44

    1)익명의 참여자:사교의 전제 ············································· 45

    2)랜덤의 연결:사교의 목적 ··············································· 48

    3.돛단배 공간의 ‘친밀성’······················································· 52

    1)대화상대방의 설정 ························································ 52

    2)대화의 구조 ································································ 56

    (1)능동적 참여의 전제 ··················································· 56

    (2)일대일 대화 ···························································· 58

    (3)문자텍스트를 매개한 의사소통······································· 59

    Ⅳ.여성이용자들의 익명채팅 경험과 의미화································· 63

    1.익명채팅의 시작 ······························································· 64

    1)‘사교에 대한 충동’:외로움과 심심함의 혼합··························· 65

    2)면대면 대인관계 소통의 한계 ··········································· 67

    2.익명채팅의 의사소통 양상과 친밀성의 형성 ······························ 71

    1)관계의 자율성 ····························································· 72

    (1)대화상대방의 선택 ······················································ 72

    (2)대화시공간의 조정······················································· 76

    (3)‘자기묘사를 타당화하기’··············································· 78

    2)자아의 성찰성 ····························································· 82

    (1)타자지향적 연결 ························································ 83

    (2)놀이로서의 대화························································· 85

    (3)휘발적 관계 ····························································· 87

    3.‘비인격적 친밀성’에 대한 의미화 ··········································· 91

    1)‘비인격적 친밀성’의 거부 ················································ 91

    (1)사회적 낙인의 체화 ···················································· 91

    (2)경제적 이해······························································· 95

  • (3)‘비인격적 친밀관계’와 일상의 분리 ·································· 96

    2)‘비인격적 친밀성’의 수용 ················································ 98

    (1)사회적 낙인과 거리두기 ··············································· 98

    (2)친밀성의 개인화························································· 99

    (3)‘비인격적 친밀성’의 내면화 ··········································· 101

    Ⅴ.결론 ··············································································· 104

    1.연구결과 요약 ································································· 104

    2.연구의 함의 및 향후 과제 ··················································· 107

    참고문헌 ·············································································· 109

  • 친밀체계의 독립분화······················································· 29

    친밀체계의 문제화 ························································ 33

    돛단배:가입절차 ·························································· 46

    돛단배:대화상대방 선택 ················································· 46

    Tinder:가입절차 ························································ 47

    Tinder:대화상대방 선정·················································· 47

    돛단배:채팅방 신고기능 ················································· 50

    돛단배:신고조항 ························································ 50

    2011년 대화상대방 선택 범주 ··········································· 53

    2015년 대화상대방 선택 범주 ·········································· 53

    1km:위치 기반 매칭 채팅어플 ········································ 55

    Skout:위치 기반 매칭 채팅어플 ······································ 55

    돛단배:대화 방식 ······················································· 57

    돛단배:대화 중단 ······················································· 57

    돛단배:채팅방 목록 ····················································· 59

    가가랜덤채팅:대화창 ··················································· 60

    돛단배:대화진행 ························································ 61

    카카오톡:대화창 ························································ 61

    익명채팅에 대한 사회적 낙인 ·········································· 94

    익명채팅 경험의 의미화 양상 ·········································· 103

    면접참여자 특성 ····························································· 15

    SNS의 기능별 유형화························································ 43

    표 목 차

    그 림 목 차

  • 일러두기

    1.인용문 내 표시

    -밑줄:연구자가 인용문 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

    -‘...’:연구자가 말끝을 흐림

    -[...]:연구자가 인용문을 생략함

    -(...):연구자가 관찰한 면접참여자의 특성 ex.(손을 저으며)

    -질:질문(연구자)

    -답:응답(면접참여자)

    2.이미지 사용

    -‘돛단배’어플의 이미지는 개발자가 공개한 것과 연구자가 캡쳐한 것을 사용함.

    -기타 채팅어플,채팅사이트의 이미지는 해당 기업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것을

    이용하였음.따라서 얼굴이미지에도 별도의 모자이크처리를 하지 않음.

  • Ⅰ.서론 1

    Ⅰ.서론

    1.문제제기

    사적 영역으로 분리되던 친밀관계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공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된 국가적 경제위기는 개인적 차원의 불안정한 친밀관계로 재

    현되고 서사화되었다.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경제적 문제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가시화하는 것은 핵가족의 분열이었다.2010년대 후반부터는 취업난과 높은 물가 등

    불안정한 경제와 청년층을 결부시킨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삼포세대는 한국

    의 청년층이 사회적,경제적 압박으로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는”1)사태를 지시한다.88만원 세대와 같이

    저임금 청년세대를 나타내는 신조어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crisis)이후 유럽의 ‘천유로 세대’,미국의 ‘빈털터리 세대’등 한국에 국한

    된 현상이 아니다.그러나 삼포세대의 ‘포기’는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연애,결혼,출

    산이라는 규범화된 친밀관계의 불가능성을 의미한다.문제의 범주는 가족관계와 이웃

    관계,사회적 공동체를 넘어 친밀관계의 가장 ‘사적이고’‘이상적인’영역으로 재현되

    는 연인관계로 이어진다.‘올바른’친밀관계를 형성하는 각종 교육과 처세술,‘문제적

    인’친밀관계에 대한 언론보도와 친밀관계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오락프로그램들까지,

    친밀관계는 공사를 가로지르는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친밀성 연구를 지속해온 사회학자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친밀성의 새로

    운 양상을 지적한다.에바 일루즈나 크리스티안 슐트 등 서구의 사회학자들은 ‘온라인

    데이팅사이트’를 현대적 사랑의 단면으로 제시한다(일루즈,2010;2013;슐트,2008;

    2013).이들의 연구가 전제하는 바는 인터넷으로 매개된 상호작용이 보편화되었다는

    점과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성에 대한 욕구와 실천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현대사회 친밀성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친밀관계의 ‘문제화’양상

    뿐만 아니라 오늘날 확산되는 매개된 의사소통의 특성과 사이버공간의 상호작용을 함

    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공간의 의사소통은 1990년대 PC통신이 보급되고 2000년대 인터넷이 시작되면

    서 다양한 학문영역의 연구대상이 되었다.사회학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

    호작용 중에서도 그것이 오프라인공간으로 이어져 공동체적 이슈로 발발하는 현상을

    1)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D%8F%AC%EC%84%B8%EB%8C%80

  • 2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주목해왔다.따라서 PC통신 시기에는 온라인 접근성의 계급적,지역적 불평등,인터

    넷이 대중화된 후에는 촛불집회와 같은 집단적 이벤트를 주도하는 온라인카페에 대한

    연구가 주도적이었다.그러나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과 함께 SNS(SocialNetwork

    Service)의 이용이 확장되면서 개인들의 상호작용과 관계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매개된 의사소통(mediatedcommunication)’은 보편화되고

    있으며,취향과 목적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소통방식과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

    다.매개된 의사소통을 주도하는 양식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매체로 문자텍스트를

    교환하는 ‘채팅(chatting)’이다.이때 채팅은 인터넷망을 통해 문자텍스트를 면대면 대

    화처럼 주고받는 의사소통을 의미한다.국내에서 채팅문화는 PC통신의 ‘대화방’을 통

    해 시작되었으며,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인스턴트 메신저와 SNS로 확대되었다.특히

    SNS의 대중화는 가상공간으로 여겨지던 사이버공간을 체험과 감각의 층위에서 현실

    공간,오프라인공간과 분리할 수 없게 만들었다.사이버공간이 일상으로 유입되면서

    또한 확장되는 것은 익명적 의사소통이다.사이버공간에서는 익명의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뉴스에 댓글을 쓰고 답변을 달며,게시판에 개인적 어려움을 호소하

    고 위로와 해결책을 얻는다.기존의 인맥을 토대로 활용되던 SNS연결망은 이제 세

    계의 누군가들과 자유롭고 간단한 상호작용의 기회를 무한히 제공한다.컴퓨터와 스

    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적 상호소통은 갈수록 일상적인 경험

    이 되어간다.

    본 연구는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는 친밀관계의 양상과,‘일상화’되어가는 익명적 상

    호작용의 교차점을 주목한다.즉 일상적인 익명적 의사소통에서 어떤 양상의 친밀관

    계를 관찰할 수 있는지,그것이 현대 친밀성의 변화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분석

    하고자 한다.두 가지 변수는 인과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으로 영향

    을 미치는 관계로 간주된다.익명적 의사소통의 양상이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공

    간으로는 ‘익명채팅’2)을 선정한다.익명채팅은 사이버공간에서도 특정 의도나 정체성

    을 가진 공동체와 달리 대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며 사이버공간의 공동체

    적 특성보다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친밀관계를 관찰하기에도 적합하다.결과

    적으로 연구의 대상은 ‘익명채팅에서 형성되는 친밀성의 구조’로 집중되며,최종적인

    연구문제는 ‘사람들은 왜 익명채팅이라는 형식의 상호작용을 하는가’로 요약할 수 있

    2)어플마켓에서 익명채팅은 주로 ‘랜덤채팅’으로 불린다.이때 ‘랜덤’의 대화상대방 연결은 필수적으

    로 익명의 참여자들을 전제한다.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채팅에서 우연적(randomly)으로 연결되

    는 ‘랜덤’의 특성 보다 이용자들의 익명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익명채팅으로 명명한다.그러나

    어플에 대해 각 회사가 명시하고 있는 바가 있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조건에 따라 랜덤채팅어플

    이라는 이름도 사용한다.‘돛단배’를 비롯한 대부분의 익명채팅어플들이 ‘익명’보다 ‘랜덤’이라는

    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익명성이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와 ‘랜덤’이 가지는 놀이의 뉘앙스 때문

    이라 짐작할 수 있다.3장 ‘돛단배’분석에서 더 자세히 논의한다.

  • Ⅰ.서론 3

    다.

    본 논문의 연구문제는 세 가지 하위 질문으로 분류된다.첫째,현대사회에서 친밀성

    은 어떻게 ‘문제’가 되었나.먼저 친밀성 개념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위해 기존의

    사회학이 다루었던 친밀성 이론들을 검토한다.그리고 비판사회학적 접근과 구별되는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을 통해 친밀성을 하나의 독립적인 체계로 분석한다.루만

    의 친밀성 논의는 인간이 아닌 ‘소통’을 분석단위로 가지면서,친밀성을 하나의 소통

    양식으로 분석한다.곧 친밀소통이 어떻게 다른 종류의 소통과 구별되며,그 자체로

    유효한 정당성을 확보하는지 소통양상의 역사적 변화를 통해 설명한다.2장 이론적

    성찰에서는 루만의 체계이론을 도식화하여 현대사회 친밀성의 구조변화를 설명할 분

    석틀을 마련한다.

    둘째,익명채팅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친밀한 소통으로 발전하는가.익명채팅은 대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다시 말해 짐멜(Simmel,1971)이 사회의 근간으

    로 개념화한 “사교에 대한 충동(impulsetosociality)”이 명시적으로 합의되고 상상되

    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루만에 따르면 사교성은 친밀관계가 발전하기 위해 전제

    되는 인격적 소통의 기본형식이다.그렇다면 비면대면일 뿐만 아니라 익명관계를 유

    지하는 채팅에서 어떻게 친밀소통이 가능하고 그것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그러한

    소통과 관계는 친밀성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가.익명채팅의 소통구조는 사교 자체를

    목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친밀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3

    장에서는 익명채팅어플리케이션(이하 익명채팅어플)의 사례분석을 통해 익명채팅의

    의사소통 구조를 분석한다.

    셋째,여성들은 익명채팅의 친밀소통을 어떻게 경험하고 의미화하는가.친밀성의 구

    조변동을 야기하는 주된 변화 중 하나는 젠더관계의 비대칭성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

    는다는 점이다.엘리자베스 벡은 이를 “여성의 개인화”(엘리자베스-울리히 벡,2002)

    라고 명명한다.그러나 벡이 다시 지적하듯 친밀관계에서 여성이 기대하는 자율성은

    현실의 비대칭적 젠더관계에 부딪힌다.이때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특징으로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탈각하는 익명채팅은 대화의 규칙과 장치를 통해 이용자들 간의 관

    계를 조작하는 공간이다.4장에서는 여성들이 익명채팅의 친밀소통에서 젠더관계의

    자율성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살펴본다.더불어 여성이용자들이 자신의 친밀관계의 경

    험을 의미화하는 데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 4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2.선행연구 검토

    본 연구의 목적을 명료하게 제시하기 위해 두 종류의 선행연구를 검토한다.먼저 친

    밀성에 대한 기존의 사회학 연구 지형 속에서 본 연구의 위치를 파악한다.다음으로

    익명채팅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연구경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1)친밀성에 대한 사회학의 논의

    친밀성은 사회학의 다양한 하위영역에서 연구되어 왔다.근대화론,신자유주의,자본

    주의 등 구조적 차원에서 친밀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사회이론,친밀성을 젠더화된 규

    범 및 수행과 연결시키는 여성학적 논의,친밀성의 제도화와 가족제도의 변화를 다루

    는 가족사회학,더불어 대안적 친밀관계를 가시화하는 정치사회학 논의가 있다.이하

    에서는 본 논문의 연구대상인 친밀성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선행연구를 세 가

    지로 분류한다.첫째,‘성찰적 근대화론’을 통해 후기 근대의 ‘성찰적’친밀관계를 논하

    는 후기근대화론이다.둘째,현대 사회의 친밀관계를 신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라는

    구조적 차원에서 문제화하는 사회비판이론이다.셋째,앞선 두 연구경향의 영향 하에

    서 새로운 대안적 친밀관계를 가시화하는 연구들을 검토한다.

    먼저 ‘성찰적 근대화(reflexivemodernization)'이론을 제시하는 일군의 사회이론가

    들은 친밀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현대성의 상징적 단면으로 진단한다.기든스(2003)는

    현대사회를 성찰성이 내재된 사회라는 점에서 전통사회와 구별짓는다.그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자연의 법칙과 신의 원리가 아니라 내부-준거적인 체계(internally

    referent system)를 통해 작동한다. 이 체계는 “제도적 성찰성(institutional

    reflexivity)”과 “자아 성찰성”으로 구분되며(기든스,2003:64.이하 같은 책)3) “오늘날

    자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성찰적 기획(relfexiveproject)"(66)이다.재생산을 위

    한 자연의 섭리였던 섹슈얼리티는 이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된다.동성애를

    비롯한 비규범적 섹슈얼리티는 오늘날 하나의 개인적 특성으로 이해된다.섹슈얼리티

    는 자연적 조건이 아니라 현대인이 ’가지고‘있으며 개발해나가는 정체성이 된 것이다

    3)‘제도적 성찰성’과 ‘자아 성찰성’분리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분리를 암시하는데,친밀관계는

    후자와 더 밀접한 것으로 이해된다.홍찬숙(2015)은 이러한 분리가 “‘산업 대 생활’이라는 이분법

    으로 정치의 영역이 분할된 것으로”(홍찬숙,2015:122)수용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하지만

    기든스는 사적 영역의 민주화는 공적영역의 민주주의,가장 확장된 수준의 전지구적인 정치 질

    서의 민주화로의 연결의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친밀성은 공적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실

    현된 것과 완전히 상응하는 방식으로,개인간의 상호작용 영역이 전면적으로 민주화되는 것을

    함축한다.”(28)

  • Ⅰ.서론 5

    (44).따라서 현대의 섹슈얼리티는 ”자유부동하는 (free-floating)"(44),"조형적 섹슈얼

    리티(plastic sexuality)“로 정의된다. 조형적 섹슈얼리티는 ”순수한 관계(pure

    relationship)"로 일컬어지는 친밀관계의 발전과 병행한다.(104)전통사회에서 혈연의

    의무나 경제적 조건에 의해 계약적 결혼을 하고 관계를 맺던 것과 달리 ‘순수한 관계’

    는 관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순수한 관계’는 “관계에 들어가 있는 각 개인에게

    충분한 만족을 준다고 당사자 모두가 생각하는 한에서만 지속“(103)되기 때문에 “자

    율성의 원칙에 따라 협상된 평등한 질서”를 목표로 삼는다.(286)따라서 평등과 민주

    주의라는 현대 제도적 가치에 맞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현대인에게 친밀관계 역시

    성찰의 대상이 된다.결과적으로 ‘성찰적’친밀관계는 “사적 영역의 민주화”(273)를 도

    모한다.

    기든스가 친밀성을 ‘개인들의 민주주의’로 귀속시킨다면,엘리자베스-울리히 벡(이하

    벡)은 친밀관계의 변화를 경제구조의 변화,노동시장의 자유와 연결 짓는다.현대사회

    의 ‘개인화’는 친밀영역과 경제영역의 모순적인 관계를 하나로 묶는다.개인이 자신의

    성취감과 행복을 위해 경력을 쌓고 실적을 올리는 행위는 노동시장의 ‘일반 명령’과

    분리될 수 없다(벡.1999:29.이하 벡의 같은 책).그러나 취업시장과 일터에서 요구되

    거나 강제되는 개인의 유동성은 기존의 ‘정상’가족을 지속하는 일과 양립할 수 없다.

    노동시장의 구조는 모든 개인을 독립적 노동자로 간주하며 공과 사,일터와 가정,남

    성과 여성의 역할 등을 전제한 산업시대 핵가족의 토대를 지양한다.따라서 벡은 현

    대의 친밀관계의 “문제화”는 “여성의 개인화”를 통해 야기된 것으로 주장한다.(130)

    여성들이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유연한 개인이 될 때,이전의 가부장적 친밀제도는 지

    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근대적 사랑과 핵가족제도가 전제하는 “이성애규범성

    (Heteronormativity)”4)(Warner,1991)과 젠더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어왔

    다.그러나 벡은 기든스와 같이 평등하고 순수한 관계의 발전을 전망하지 않는다.교

    육과 직업의 기회가 평등화되면서 양성의 자격은 동등해지지만 현실의 성차별과 여성

    의 빈곤화는 점점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44).벡에 따르면 친밀영역의 개인화는 다

    양한 가족이 인정되는 민주주의 확대의 가능성과 함께 가족의 소멸 가능성에 대한 불

    안이 반현대적 근본주의로 귀결될 가능성 또한 내재하고 있다(홍찬숙,2013:261).

    다음으로 신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친밀관계의 변화를 분석

    하는 연구들을 살펴본다.에바 일루즈는 현대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한 사회학적 분석

    4)이성애규범성(Heteronormativity)은 1991년 퀴어이론에 대한 논의들 속에서 마이클 워너(Warner,

    1991)에 의해 개념화되었다.이성애 규범에 기반한 공사 이분법은 여성,섹슈얼리티,친밀성,감

    정 등을 집,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한정시키면서 자연화된 이성애를 지속적으로 은폐한다

    (Valentine,1993).벡(1993)에 따르면 여성의 개인화는 공사의 규범적 분리와 상응할 수 없기 때

    문에 친밀성의 구조적 변동을 야기한다.

  • 6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의 필요성을 가시화했다.초기작『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2014)에서 그녀는 현대

    의 로맨스의 서사는 소비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현대인들은 영화관과 레

    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고,선물로 고마움을 표현하고,커플링으로 관계를 확인하며

    사랑을 소통한다.일루즈는 단지 로맨스가 상품화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상품이 낭만

    화되는 지점을 강조한다.따라서 로맨스의 상품화가 감정의 영역을 타락시켰다는 도

    덕적 비판과 달리 소비자본주의는 로맨스의 경험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난다.그

    러나 일루즈는 이후의 저작들 『감정 자본주의』(2010),『사랑은 왜 아픈가』(2013)

    에서 앞선 주장을 수정한다.더 큰 그림에서 사회 제도의 변화가 사랑의 의지를 이루

    는 구조를 변화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일루즈,2013:20).사랑은 선택이 된다.결

    혼시장은 사랑을 감정적으로도 인지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만든다.

    선택은 다시 자아의 자율성과 합리성의 증명이며 사랑은 인정투쟁의 공간이 된다.일

    루즈는 거래와 투쟁의 장이 된 현대의 사랑에서 여성들은 지속적인 관계를 꿈꾸고 남

    성들은 더 많은 선택권과 경험을 원한다고 보았다.결과적으로 남성이 ‘감정권력’의

    주도권을 갖는다.따라서 일루즈에 따르면 ‘사랑은 왜 아픈가’라는 질문을 하는 주체

    는 여성이다.여성도 남성도 모두 남성의 인정을 원한다는 일루즈의 ‘인정투쟁’전제

    는 “철저하게 이성애중심적”이며 이분법적 젠더화에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허윤,2013:164).

    그러나 신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 하에서 재구성되는 친밀성에 대한 일루즈의 통찰

    은 국내의 친밀성 연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박이은실(2013)은 낭만적 사랑이 계급

    화된 상징권력 구조에 근거하여 계급화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현재 한국에서

    소비의 취향은 부르디외의 지적처럼 사회계층별로 구별되는 양상을 보이며(품격지향,

    상승지향,실용지향)소비력은 갈수록 양극화되는 소득의 차이에 근간한다.결과적으

    로 후기자본주의시대 낭만적 사랑의 실천은 근대적 이성애와 소비자본주의,그리고

    금융자본주의의 합작품으로 평가된다(박이은실.2013:55).신자유주의의 ‘주체화’담론에

    근거한 연구들은 성적 주체성과 자기계발 프로젝트로서의 사랑이 맞물리는 현상을 주

    목한다(변혜정,2010;이희영,2008;김정영 외,2014).이희영(2008)은 한국종합여성지

    분석을 통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섹스 경험과 자기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섹

    슈얼리티 담론이 21세기 한국 가부장제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주요 기제라고 보았

    다.여성들을 향한 능동적인 섹스에 대한 강조는 혼전순결의 담론을 해체하면서,섹스

    를 개인적 욕구의 표현이자 중요한 소통방식으로 친밀성의 핵심에 위치시켰다(이희

    영.2008:181).능동적인 섹스와 친밀관계 속에서의 주체화담론은 특히 청년층 여성들

    을 대상으로 재생산된다.청년들의 연애과정을 소재로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을 분석한 김정영 외(2014)는 청년층에게 연애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개인화된 성

  • Ⅰ.서론 7

    장의 기제로 의미화 된다고 지적한다.“자기 테크놀로지로서 재개념화되는 연애의 모

    습은 사회적 불확정성을 ‘자기’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극복하려는 후기 근대적 개인성의

    실천”으로 나타난다(김정영 외,2014:46).

    친밀성의 변화를 신자유주의 주체화 양상으로 분석하는 앞선 연구들은 암시적으로

    ‘도시’라는 공간을 전제한다.그리고 현대의 친밀성의 양상과 도시공간의 긴밀한 결합

    을 분석하는 선행연구들도 있다.이현재(2015)는 친밀성이 공/사가 구별되는 도시공간

    의 자유로운 개인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았다.따라서 시기별로 형성된 도시문화를 토

    대로 사랑의 의미가 변화해온 것을 분석한다.고대 그리스의 공적 영역,정치적 영역

    이었던 폴리스에서 에로스(eros)는 남성 시민의 인격함양 프로젝트였다.이후 근대 자

    본주의 도시의 로맨스는 경제나 사회적인 영역과 구분되는 사적 영역에서 인격으로서

    의 자아실현을 목표로 한다.그리고 오늘날 후기자본주의 도시의 소비문화 속에서 개

    인은 사랑을 통해 감정과 육체적 욕망을 가진 ‘섹시한’자아를 구축하고자 한다.이현

    재(2015)는 도덕적 인격과 분리된 섹시함이라는 “에로스 자본”(일루즈,2013:110)을 통

    해 자기계발의 프로젝트가 된 사랑을 “포스트모던 로맨스”라 일컫는다.

    셋째,새로운 양상의 대안적 친밀관계들을 제안하거나 가시화하는 연구들이 있다.천

    선영(2008)은 친밀성 또는 내밀성이 근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

    역의 분리를 통해 형성된 개념임을 주목한다.“민감하고도 은밀한 개인적 정보,관계

    그리고 공간과 관련한 일신상의 개인적 영역”(천선영,2008:43)인 친밀성은 사적 영역

    에 속한다.오늘날 친밀성의 구조적 변동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도전을

    받는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비롯한 “공간조정 테크놀로지”

    와 “프라이버시의 종말”로 표현되는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 이러한 현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상의 관계보다 더 먼 거리를 확보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리스크”를 갖는 대

    중매체를 통한 고백,혹은 “나를 오롯한 전체로 투영할 수 있지만 그 시간과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나의 삶 전체를 구속하진 않는”사이버 공간에서 ‘가상된 친밀

    성’이 나타난다(천선영,2088:65-6).“공개고백성사”는 이처럼 대중적으로 생산되고 소

    비되는 ‘가상된 친밀성’을 의미한다.

    김순남(2013)은 “동성애 친밀성”을 이성애 결혼과 가족 규범을 해체하고 (재)구성하

    는 삶의 모델로 제시한다.“동성애 친밀성”은 이성애규범과 협상하고 이를 재구성하

    는 과정이면서 섹슈얼리티뿐만 아니라 젠더,계급,연령위계가 얽힌 친밀성의 복잡한

    지형을 가시화하는 개념이다.동성애 커플의 면접을 통해 분석한 “동성애 친밀성”은

    가족제도의 외곽에서 ‘가족하기’,‘동거하기’,‘사랑하기’를 실천하며 사랑,우정,보살핌

    을 포함하는 대안적 삶의 가능성으로 제시된다.이때 “비규범적(non-standard)친밀

    성의 실천과정을 포착하는 것은 친밀성의 변동에 관한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환경,

  • 8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차별,불평등성을 가시화하는 과정이며,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된 집합적인 삶의 실험들

    의 잠재적 조건에 주목하는 것”(김순남,2013:92)으로 의미화된다.

    정성훈(2013)은 ‘이성애’중심의 친밀성의 한계를 지적하며 ‘우정의 공동체’를 형성하

    는 도시공동체의 친밀성을 주목한다.현대의 ‘낭만적 사랑’의 비현실성과 성별의 비대

    칭성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평등하고 민주적인 연인관계(기든스,2003),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사랑(슐트,2008)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그러나 정성훈은 여전히 연애

    관계 혹은 부부관계에 한정된 친밀관계가 내재한 문제들에 ‘친밀공동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우정의 네트워크’인 친밀공동체는 “사회적 관계인 우정을 사랑과 상호 상

    승관계를 이룰 수 있게”(정성훈,2013:367)해준다.낭만적 사랑이 남성중심주의로 비

    판받았다면 마을공동체에서 남성은 육아와 교육에 참여하는 등 일대일 친밀관계의 갈

    등을 완화한다.또한 생활협동조합과 정치적 참여로 친밀공동체가 보여주는 공공성은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맞서는 잠재력과 사회적 공공성의 확장가능성을 제시한다(정

    성훈,2013:369).

    이제까지 살펴본 국내외 선행연구들은 루만의 친밀성 이론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루만은 자신의 체계이론을 토대로 사회학에서 친밀성에 대한 역사적·구조적 분석을

    정립한 친밀성 연구의 선구자이다.특히 서구의 이론가들,기든스나 벡,슐트와 일루

    즈는 열정적 사랑과 낭만적 사랑에 대한 루만의 이론을 자신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수

    용한다.국내 연구들은 서구로부터 수입된 친밀성 개념이 오늘날의 한국에서 어떤 양

    상을 보여주는지 주목한다.이때 친밀성을 어떤 관점에서,어떤 개념으로 조작할 것인

    가는 현상에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있다.앞선 선행연구들이 제시하는 개인화,민주

    주의,신자유주의,후기자본주의,가부장제,이성애중심주의 등의 개념은 모두 현대사

    회 친밀성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다.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루만의 논의를

    토대로 친밀성을 하나의 독립된 소통체계로 간주한다.친밀소통은 어떻게 다른 소통

    의 양상과 분리되어 독립성을 갖는지,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친밀소통은 왜 ‘문제’로

    나타나는지 주목한다.이러한 변화는 현상적으로 선행연구들이 제시했듯 정치구조,경

    제구조의 영향이나 개인의 주체화 양식의 변화와 맞물려 가시화된다.그럼에도 불구

    하고 친밀성이 하나의 소통체계라면 무엇보다 친밀소통 체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채팅의 상호작용

    채팅에 대한 선행연구는 시기적으로 발전해온 채팅의 매체에 따라 세 단계로 분류된

    다.첫째는 1990년대 PC통신의 ‘대화방’,둘째는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매개로 하여

  • Ⅰ.서론 9

    2000년대 이후 유행하는 온라인 채팅,마지막으로 2010년대부터 스마트폰의 어플리케

    이션을 활용한 채팅어플리케이션이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부터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CMC)이라는 이름으로 PC통신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가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텍스트를 주고받는 채팅(대화방)은 ‘토론방’과 함께 PC통신의 가장 대표

    적인 기능으로 주목받았다(이건,1996:60).이건(1996)은 PC통신 대화방에서 자생적으

    로 발생하는 의사소통 질서를 주목했다.방법론적으로 대화방의 대화 텍스트분석과

    설문조사를 통해 대화방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질서를 분류했다.결과적으로 대화

    방이 형성되고 대화상대방을 선택하기 위한 ‘연령의 질서’,대화방이 유지되기 위한

    ‘자기표현의 질서’,‘연령별 언어사용 및 대화내용의 질서’,‘규제의 질서’를 통해 익명

    적 대화방은 “가상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사이버공간사회학의 초기부터 두드러지는 여성주의 연구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성 정

    체성을 논의하며,특히 대화방에서 나타나는 사이버(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구자순

    (1999)은 PC통신 대화방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정체성의 표현과 의사소통

    형태를 분석하였다.사이버공간의 “익명성,비면대면성,표현의 자유,전자언어적 텍스

    트 사용으로 사회현실의 성의 억압구조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성질서가 형성”될 것이

    라는 기대와 달리 사회의 성별규범은 대화방에서도 재현되는 것으로 드러난다(구자

    순,1999:37).그러나 한편으로 성규범적인 의사소통은 대화방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보완하며 “여성적 언어표현”역시 여성들의 적극적 의사소통을 돕는다.

    이는 채팅이용자들의 관계망이 형성되지 않은 익명의 채팅공간에서 젠더화된 상호작

    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윤세정(1999)은 대화방 이용자들과의

    면접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사이버성폭력을 분석하였다.PC통신이 대중적으로 보급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남성과 소수의 여성이라는 구도는 성별권력관계를 생산하

    고 이것이 사이버성폭력의 발생배경으로 지적된다.익명적 조건에서 개인에게 자율성

    이 더 부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무차별적인 성적 대화에 노출되는 여성들은 현실

    공간과 유사한 성폭력 경험을 호소하였다.이때 여성들의 대응은 두 가지로 나타난

    다.개인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자신의 성별을 은폐하거나,폭력적 언행을 무시하거

    나,채팅을 중단하는 것이다.또는 사이버공간의 성폭력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면서

    이를 이슈화하거나 법적 대응을 마련하는 집단적인 저항이 모색되기도 했다.이미정

    (2003)역시 사이버성폭력이 대화방에서 자주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며 사이버성폭력

    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했다.그 결과 여성들이 대화방

    에서 성규범에 따른 표현의 제약을 많이 느끼며,온라인 상호작용에서 성정체성은 약

    화되기보다 강화된다고 결론짓는다.요약하자면 여성주의 선행연구들은 채팅 속 이성

  • 10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간의 관계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문제를 지적해왔다.사이버성폭력이 연구

    대상이 될 때 여성들이 ‘피해자’로 재현되고,성폭력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는 결론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그러나 동시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리된 젠더

    화된 욕망은 지속적으로 의문시되어 왔다.예를 들어 심영희(2005)는 정보화사회와 함

    께 부상하는 사이버섹스가 여성들에게 여성성을 수행하는 타자화된 성,재생산적인

    성이 아니라,자신의 삶과 욕망을 실천할 수 있는 성적 주체로서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심영희,2005:131).

    2000년대 초반부터 개인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채팅 이용자도

    급격하게 증가한다.5)PC통신이 성별,계층,연령,학력 면에서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

    다면,인터넷의 보급은 채팅이용자의 범위를 전 영역으로 확장한다.세이클럽,스카이

    러브 등 전문적 채팅사이트는 1000만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했다.6)채팅

    의 규모가 커지고 기능이 확장되면서 학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채팅이용자에 대한 분

    석이 이루어졌다.청소년교육과 법,정책 차원에서는 인터넷 중독이나 채팅을 통한 조

    건만남,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다.언어학에서는 채팅에서 사용되는 새

    로운 언어와 화법에 대해,컴퓨터공학에서는 채팅기능 활용을 위한 연구들이 집적된

    다.또는 커뮤니케이션,언론정보,신문방송학에서 채팅이용과 일상적 대인관계에 대

    한 양적 연구가 확대된다.전체적으로 성규범에 대한 논의와 기능적인 차원의 연구가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사회학에서 채팅을 다루는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던 편이다.그

    것은 사회학에서 사이버공간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기보다 사이버공간 중에서도 오프

    라인으로 영향력이 이어지는 사이버공동체로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

    다.7)

    5)인터넷 이용률은 1999년 만 6세이상 인구의 22.4%에서 2006년 약 3.3배가량 증가해 74.8%에 달

    한다.2014년에는 3세 이상 인구로 범주가 확대되며 인터넷이용률은 87.6%이다.(한국인터넷진흥

    원 2006년,2014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조사)

    6)세이클럽(www.sayclub.com)은 1999년 7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01년 실회원 천만명을 넘

    어섰다.당시 실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 회원 수가 천 만명이 넘는 첫 사례였다.가입자 전

    체가 이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온라인채팅이 일반적 놀이이자 문화로 자리잡았음

    을 보여준다.동시접속자는 최고 15만 4472명으로 기록되었다.

    .《매일경제》.2001.05.29.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0121172

    7)구자순(2008)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사이버공간사회학 연구동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하위 부문 범주 중 사이버공동체에 대한 연구가 총 82편 중 27편으로 가장 다수를 차지한다.PC

    통신이 상용화되었던 1990년대는 사회제도적인 차원에서 정보화사회와 정보불평등에 대한 논의

    가 주를 이루었다면,2000년대 초반부터는 인터넷 가입자가 증가하고 대선,월드컵,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사안이 겹쳐지면서 사이버공동체의 사교와 공론이 현실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

    한 논의가 활발해진다.그 후 2000년대 중반부터는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의 일인미디어가 유행

    하면서 사이버공간을 통한 새로운 사회연결망과 사회자본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더불어 고

    프만의 자아표현과 인상관리 이론을 중심으로 사이버공간의 개인들의 의사소통 양상에 주목하는

  • Ⅰ.서론 11

    2009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정보검색과 의사소통을 위한 인터넷 활용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집중되기 시작한다.8)익명채팅어플리케이션은 국내에서뿐만 아니

    라 세계의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9)국내에서 랜덤채팅어플에 대한

    선행연구는 적은 편이지만 여러가지 접근을 보여준다.먼저 랜덤채팅어플을 ‘소셜데이

    팅(SocialDating)’,즉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기술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이성

    교제수단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있다(김인영,2011;강재원,2012;이효정 외,2014).김

    인영(2011)은 기존의 온라인데이팅 서비스에 모바일을 통한 위치기반 서비스와 SNS

    를 결합한 몇몇 채팅어플의 특성을 강조하며,채팅어플은 편리함과 신뢰를 확보한 연

    애산업으로서 더욱 확장될 것을 전망한다.10)이효정 외(2014)역시 채팅어플을 모바

    일 앱 기반 소셜데이팅 콘텐츠로 종류로 분류한다.두 연구 모두 시장경제와 관련하

    여 온라인데이팅(미팅,번개팅,채팅,화상채팅)이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소셜데이팅

    콘테츠와 서비스로 변화되어 시장을 확대한 것으로 본다.특히 김주은(2014)은 ‘연애

    상품’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성간 만남의 경제성을 극대화하고 감정소모를 최소화하는

    익명채팅은 연애가 자본주의의 체제에 포섭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한다.본

    연구는 위의 선행연구들이 익명채팅어플을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기술과 상품의 결합

    으로만 간주하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김주은(2014)의 경우 후기자본주의의 상품화된

    연애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친밀성 담론 속에서 익명채팅어플의 등장을 강조한다.

    하지만 익명채팅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양상을 오직 자본주의의 합리성에 따라

    재편된 연애관계로 축소시키는 한계를 갖는다.

    문혜미 외(2014)는 랜덤채팅어플이용 경험과 대학생의 사이버섹스,성지식,성적 자

    율성의 관련성을 검토한다.약 500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 연구

    는 “성지식과 성적 자율성은 랜덤채팅어플 이용경험여부에 따른 두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2014:92)고 밝히지만,연구의 계획에서부터 분석까지 랜덤채

    팅어플이 사이버섹스와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에도 불구하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8)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4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의 ‘가구 정보통신기기 보유현황’에 따르면 스마

    트폰(84.1%),디지털TV(76.4%),데스크탑컴퓨터(70.2%)순위다.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기기의

    보유가 확대되면서,가구인터넷접속률은 2014년(98.5%)로 줄곧 증가하지만 가구 컴퓨터 보유율

    은 2012년(82.3%)에서 2014년(78.2%)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이다.

    9)어플리케이션 마켓분석 사이트 앱애니(www.appannie.com)에 따르면 각 국의 어플리케이션 마켓

    이 상호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국가 간 실행의 유사성을 보여준다.예를 들어 배터리 잔

    량확인,빠른 길 찾기,날씨확인 등의 정보확인용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 사용이 확장된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강세인데,‘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기’,즉 익명채팅어플리케이션 역시 한국,

    일본,미국 등에서 활발히 이용되며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어플이다.

    10)김인영(2011)이 규정하는 소셜네트워크데이팅은 저자의 말처럼 아직 확정된 개념이 아니며,저

    자가 분석대상으로 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은 상업적 매칭서비스가 강화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 12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고 랜덤채팅을 사이버섹스와 관련시키는 논의는 언론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편견

    이 반영된 문제를 보여준다.

    익명채팅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초기에는 대화방의 공동체적 질서,성정체성,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연구들에 집중되었다면 후기 연구들은 채팅이 ‘연애상품’으로 활용되는

    현상과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를 주목한다.그러나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동향에 거리

    를 두고 익명채팅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소통의 구조와 양상을 사회학적 연구대상으

    로 다룬다.먼저 사람들이 왜 이러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하는지,익명채팅은 어떤 공

    간으로 상상되고 활용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나아가 익명채팅에서 형성되는 친밀성

    의 양상을 현대사회의 친밀소통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지어 논의한다.

    4.연구대상과 방법

    1)연구대상

    본 연구는 체계이론을 통해 현대사회 친밀성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고,이것이 가

    시화되는 공간으로서 익명채팅을 분석한다.이를 위한 연구 대상은 세 가지로 분류된

    다.

    첫째,친밀성의 구조변화를 경험적 차원에서 접근할 분석틀을 구성하기 위해 니클라

    스 루만의 체계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루만의 체계이론은 사회의 분석단위를

    구조나 행위자가 아니라 소통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탈인본주의적 관점”(루만,

    2009:13)을 견지한다.따라서 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친밀성의 양상은 사회구

    조나 행위자의 실천의 관점이 아니라 친밀체계의 소통의 변화양식을 따라 설명될 것

    이다.2장에서는 루만의 저작,『열정으로서의 사랑-친밀성의 코드화』를 중심으로

    친밀성의 구조를 도식화한다.또한 이를 토대로 현대의 친밀성의 변화를 설명할 분석

    틀을 구성한다.

    둘째,친밀성의 구조적 변화를 경험적 차원에서 분석할 사례로 익명채팅어플리케이

    션 ‘살랑살랑 돛단배’를 연구대상으로 갖는다.인터넷을 매체로 문자텍스트를 통해 의

    사소통하는 채팅은 사이버공간11)의 상호작용 양식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일상적인

    11)본 연구의 범위는 현실공간과 분리된 사이버공간(cyberspace)에서 형성되는 친밀성으로 한정되

    지 않는다.사이버공간이라는 단어는 1980년대 중반 깁스(Gibson)에 의해 처음 사용될 때는 실

    재하지 않는 허구의 공간,육체에서 이탈된 의식만이 들어갈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공간을 의

    미했다.그러나 인터넷이 일상화된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사이버공간은 더 이상 온

    라인/오프라인,혹은 가상/실재의 구분으로 설명될 수 없다.특히 휴대전화의 모바일 인터페이스

  • Ⅰ.서론 13

    방법이다.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동호회 카페,정치적 토론장,SNS,인

    스턴트 메신저(instantmessenger)에 따라 채팅의 방식도 다르고 친밀성의 양상도 균

    일하지 않다.사이버공간은 각 공간에 따라 이용자들의 행동가능성(affordance)은 다

    른데,특정 공간이 가지는 분위기가 하나의 환경으로 이용자들의 행동을 통제하기 때

    문이다(황상민,2000:145-150).따라서 사이버공간의 채팅의 특성이 가장 극대화되어

    있으며,친밀관계의 형성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해

    진다.

    질적 사례연구는 "하나의 요소,현상 또는 사회 단위에 대한 집중적이고 전체적인

    서술과 분석"이다(메리엄,2005:45).사례연구에서는 특히 사례(case)를 어떻게 위치시

    킬 것인지가 주요한 문제로 제기되며 연구대상으로서 사례는 몇 가지 특성이 요구된

    다.먼저 주변 사례들과 구분이 되는 경계(boundary)를 가져야 하며(제한성),현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맥락을 줄 수 있어야 한다(맥락성).또한 사례연구가 일반적이고

    전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 아닌 만큼,사례가 내포하는 구체적인 현상에 초점

    을 맞추어야 한다.(구체성)정보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만큼 양적연구에서는

    제한되는 상호작용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이 요청되고(복잡성),현재성을 가진 사례

    를 통해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 적합하다(현재성)(유기웅 외,2012:98-100).이러한 기

    준들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오늘날 가장 주된 의사소통 매체인 스마트폰에서,익명채

    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익명채팅어플리케이션을 주목한다.특히 익명채팅에서 이

    루어지는 친밀성을 가시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취미나 특정 정보 공유,소개팅이나

    공동체 만남이 목적 아닌 대화 그 자체가 목적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어플을 분류했

    다.더불어 이용자 수가 상당 수준을 넘기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어플을 사

    례의 후보로 선정하였다.기준에 맞게 선택된 사례는 랜덤채팅어플 ‘돛단배’이다.

    ’돛단배‘는 2011년 국내에 출시되어 가장 초기에 보급된 랜덤채팅어플리케이션 중 하

    나로 현재까지 가장 많은 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대규모 익명채팅어플 중 하나다.12)

    사이버공간의 의사소통양식과 친밀성의 형성을 분석하기 위해 ‘돛단배’어플리케이션

    의 작동방식과 대화방식을 1차 분석대상으로 다룬다.대화공간의 규율은 이용자들의

    요청에 의해서도 변화됐지만 어플을 만들고 관리하는 관리자의 의도가 중요하게 반영

    되어 있다.따라서 ‘돛단배’개발자이자 관리자인 ‘스푼앤로쓰(Spoon&Ross)엔터테인

    로 사이버공간이 들어오면서 공간의 이동성과 커뮤니케이션이 확장되었고 인간의 관계와 삶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허은·이종숙,2009:257-8).다만 본 연구에서 익명채팅

    을 통해 친밀성의 양상를 분석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밀성의 구조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따라서 “비인격적 친밀성”이라는 친밀성의 변화는 매개된 의사소통의 확장을

    통해 발전된 것이지만,그것은 가상공간에 한정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12)사례로서의 ’돛단배‘의 특성에 대해서는 3장에서 더 분석하도록 한다.

  • 14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먼트’의 대표와의 면담을 진행하였다.더불어 풍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돛단

    배 관리자와 이용자가 돛단배의 온라인 카페와 관리자 블로그에 게시한 글,‘돛단배’

    의 이용약관 등을 참고자료로 추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익명채팅을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되고,익명채팅의 경험을 어떻

    게 의미화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돛단배’이용자들과 반구조화된 면접을 진행하였다.

    랜덤채팅어플의 다수의 이용자가 10대,20대 30대라는 사실과,이들이 청소년기부터

    온라인채팅을 접하고 자라온 세대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면접대상자를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청년층으로 한정하였다.10대의 경우 미성년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성인과는

    다른 도덕적 준거와 접근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연구대상에서 제한했다.본 연구는

    이론적 성찰을 통해 친밀성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젠더관계의 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보았다.특히 친밀관계와 그 내부의 상호적 자율성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친밀성의 젠더관계를 변화시키는 요소로서 주목하고자 했다.또한 상대적으로

    익명채팅의 사용에 대한 더 많은 불안과 편견을 감수하는 여성들이 채팅을 하게 되는

    과정과 경험의 의미화 양상이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진다.따라서 면접대상자를 청년

    층여성들로 한정하였다.더불어 익명채팅의 시작에서부터 면대면 만남으로 연장되는

    과정을 총괄적으로 분석하고자 했기 때문에 면접 대상자는 돛단배를 통해 면대면 만

    남을 경험해본 여성들로 제한했다.본 연구를 위해 선정한 면접참여자 14명의 정보는

    과 같다.이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평균적인 학력이 높은 편에 속한다.13)직업은 학생 5명(대학생 4명,대학원생

    1명),무직 1명이며,8명은 사무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직종에 분포되어 있다.연구자

    가 인위적으로 조절한 범주는 ‘돛단배’의 이용기간과 오프라인 만남 횟수였다.두 변

    수에 따라 익명채팅에 대한 경험과 의미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

    다.결과적으로 에서 나타나듯 만남 횟수는 1회에서 20회 이상,이용기간은 2일

    에서 3년 이상으로 다양하게 분포한다.그러나 이용자가 어플을 이용한 전체 기간과

    이용시간 자체가 상응하는 것은 아니다.대부분 채팅을 집중적으로 하는 기간과 그렇

    지 않은 기간이 반복되고 어플을 간헐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13)이는 연령에서 젊은 세대일수록,학력이 높을수록 스마트폰의 이용률,온라인의 글쓰기의 활동

    률,SNS의 활용도가 높은 기존의 통계자료들과 상응한다(배영,2012).

  • Ⅰ.서론 15

    나이 직업 학력 지역익명채팅초기경험

    이용기간 만남 횟수오프라인관계

    1 A 29 공무원 대졸 전주다모임

    버디버디네이트온

    2년 10회연인

    일회성

    2 B 27웹디자이너

    대학 재학

    서울버디버디.세이클럽

    5개월 1회 일회성

    3 C 27 사업가 대졸 과천세이클럽버디버디 1년 반 1회 일회성

    4 D 27사무직

    고졸남양주

    네이트온 1년 1회 연인

    5 E 24 대학생 대학 재학

    서울세이클럽버디버디네이트온

    3년 9-10회 연인일회성

    6 F 32 출판업 대졸 서울 없음 1년 이상 10회 연인(결혼예정)

    7 G 29학원강

    사대졸 서울

    버디버디네이트온세이클럽

    3개월 10회 이상 일회성

    8 H 24 대학생대학 재학 서울 없음 4개월 3회

    연인일회성

    9 I 28 무직 대졸 서울버디버디네이트온 2일 1회 일회성

    10 J 25 대학대학재학 서울

    버디버디네이트온 2개월

    1회(다른 어플을 통한

    경험이 다수)

    친구연인

    일회성

    11 K 22 대학생대학 재학

    서울온라인 카페

    채팅1년 이상

    5회(다른 어플을 통한

    경험이 다수)

    연인친구

    일회성

    12 L 26 대학원생

    대졸 서울 버디버디네이트온

    3년 5회 데이트원나잇

    13 M 29 직장인 대졸 광주온라인 게임

    채팅세이클럽

    1년 3회 일회성

    14 N 27 공무원 대졸 대전온라인 게임

    채팅세이클럽

    1년 이상 5회일회성친구연인

    면접참여자 특성

  • 16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돛단배’공간의 행위규칙과 대화양상을 비롯한 의사소통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연

    구자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채팅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관찰을 진행했다.

    약 1년 동안 주기적이고 상시적으로 총 1000여명의 이용자들과 대화를 했다.익명채

    팅의 특성과 연구자 윤리에 따라 이들의 개인적인 정보를 파악하거나 대화내용을 수

    집할 수 없으므로 양적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하지만 지속적인 참여와

    관찰은 익명채팅공간의 분위기나 의사소통의 방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연구방법

    본 연구에서 사용된 연구 방법은 크게 이론적 고찰과 사이버공간 사례연구,면접과

    참여관찰로 나눌 수 있다.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승인

    받은 연구로(승인번호;1411/002-007),IRB연구윤리 심사기준에 의거하여 참여자의 자

    발적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먼저 이론적 성찰은 친밀성을 사회학적 개념으로 조작하고 경험적 차원의 자료에 접

    근할 수 있는 분석틀을 구성하기 위한 방법이다.친밀성이라는 개념은 일상적으로 혹

    은 학계에서도 특정 대상과의 관계나 감정적,인식론적,의지적 범주를 넘나들며 폭넓

    게 사용되고 있다.따라서 사이버공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형성되는 친밀성을 규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친밀성에 대한 이론적 검토와 조작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친

    밀성이 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 다루어져 온 지평을 검토하면서,니클라스 루만의 체

    계이론을 중심으로 친밀성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시도한다.

    다음으로 사용한 방법은 사례연구(casestudy)이다.메리엄(2005)은 스미스(Smith,

    1978)을 인용하며,사례는 하나의 "제한된 체계(유계체계boundedsystem)"로 제시되

    어야 함을 강조한다.곧 사례연구는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특징을 이루는 중요한 요

    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혀냄으로써 그 현상을 체계적으로 밝혀내야 한다(메리엄,

    2005:36-8).본 연구는 익명적 상호작용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층위의 소통을 ‘새로

    운 친밀성의 양상’이라는 하나의 “제한된 체계”로 구성하기 위해 사례연구를 방법론

    으로 선택하였다.이때 현대사회 친밀성의 변화를 상징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으로 익명채팅을 주목하였다.친밀성은 인격적 소통인 ‘사교’와의 연관 속에서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루만,2009:120)익명채팅의 의사소통 구조가 ‘사교적 대화’를

    목적으로 조작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면대면 만남의 다양한 연합(association)에

    도 사교활동은 이루어지지만,다른 목적 없이 사교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공간은

    면대면 공간에서 규정하기 어렵다.또한 익명채팅어플은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확장

    되는 ‘매개된 소통’에서 나타나는 친밀성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다.

  • Ⅰ.서론 17

    익명채팅의 사례는 랜덤채팅어플리케이션 ‘돛단배’를 선정하였다.‘돛단배’어플은

    500만명 이상의 가입자의 규모와 4년 이상의 지속기간의 측면에서 익명채팅어플의 상

    징적인 위치를 확보한다.3장에서는 돛단배의 의사소통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익명채팅

    의 사교성과 친밀성이 형성가능한 조건 구체적으로 기술한다.이론적 차원의 분석을

    경험적 차원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용된 방법은 반구조화된 면접(semi-structuredinterview)이다.면접은

    익명채팅을 시도하고,채팅공간의 상호작용을 경험하고,그것이 오프라인의 만남으로

    까지 연결되는 이용자의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수행되었다.면접참여자가 면접에서

    전해주는 정보,특정한 사건,인물,현상 등에 대한 경험은 객관적 실재이기보다 참여

    자의 개인적 특성,문화적 배경,선입견 등에 의해 조형된 구성체이다(유기웅 외,

    2012:185).따라서 면접을 통해 익명채팅에서 형성되는 친밀관계의 경험을 정보로 획

    득할 뿐만 아니라 면접참여자가 그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는지,그 의미화 과정에서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반구조화된 면접은 연구자가 연구의 주제에 대한 질문을 하면 참여자가 내용을 구성

    하여 대답하는 "주관적 이론"(박성희.2004:188)을 이용한다.곧 연구자는 연구 주제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참여자에게 개방적인 질문을 해도 명백한 대답을 얻

    을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예를 들어 "사람들이 왜 익명채팅을 한다고 생각합니

    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참여자는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대답하게 된다.또한

    연구자의 이론적 가정에 근거한 질문에 대해서 참여자는 가설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답을 주며 연구주제를 내부자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돕는다.결과적으로 연구자의

    이론과 총체적인 연관성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박성

    희,2004:189).

    연구자는 직접 ‘돛단배’에서 채팅을 통해 면접을 요청하거나 ‘돛단배’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카페 등에 모집공고를 내서 면접참여자를 모집하였다.여성이용자들은 익명채

    팅을 통해 만남(면접)을 요청하는 연구자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있었기 때문에,면접

    참여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연구자도 ‘돛단배’어플의 특성상 대화상대방의

    인적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묻고 면접의 의사를 물어

    야 했기 때문에 특정한 조건의 대상자를 선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대화상대방

    의 연령대와 성별을 제외한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랜덤채팅의 구조상 면접대상

    자의 선출방식은 무작위 추출이었다.모집공고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할 때도 마찬가

    지로 연령대와 성별 외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집에 참여가능한 사람이 확보된 후

    에 돛단배의 이용기간이나 면대면 만남의 횟수에 한해 다양한 사례를 확보할 수 있도

    록 참여자 선정을 조정하였다.선정된 참여자에게는 메일과 메시지를 통해 면접에 대

  • 18익명채팅에서 나타나는 ‘비인격적 친밀성’의 구조분석

    한 정보를 공유하고,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면접을 진행하였다.면접은 약

    2시간 소요 되었고,필요한 경우 추가로 이메일이나 전화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의 전체과정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근거이론 연구(groundedtheory

    study)를 토대로 하였다.그러스웰(2005)은 질적연구의 다섯 가지 전통을 분류하는데

    근거 이론 연구는 이중에서도 사회학의 전통적인 연구방식으로 간주된다.14)글래저와

    스트라우스(GlaserandStrauss)에 의해 개념화된 근거이론 연구는 특정 현상을 분석

    함으로써 추상적 분석적 구조를 생성하거나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그러스웰,

    2005:80).이를 위해 텍스트를 코딩을 통해 분절하고,여러 차례의 추상화단계를 통해

    새로운 범주를 형성하고,범주들 간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명제를 발전시킨다.더불어

    이론적 코딩(theoreticalcoding)은 근거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이다(플릭,2009:313).본 연구에서는 새로운 랜덤채팅에서 나타나는 친밀성의 발

    생과정과 결과를 추상적 개념과 명제로 도출하기 위해 이론적 코딩에 해당하는 개방

    코딩,축 코딩,선택코딩을 활용하였다.

    14)다섯 가지 방법에는 첫째 “연구자에게 말하여지거나 문서와 기록물에서 발견되는 한 개인과 그

    의 경험에 관한 연구”인 ‘전기 연구’(biographicalstudy),둘째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

    러 개인들의 체험의 의미를 기술”하는 ‘현상학적 연구’(phenomenologicalstudy),셋째,“특정 상

    황에 관련된 어떤 이론,즉 어떤 현상에 대한 추상적 분석적 구조를 생성하거나 발견”하는 ‘근거

    이론 연구’(groundedtheorystudy),넷째 “문화적 또는 사회적 집단이나 체계에 대한 기술과 해

    석”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기술지’(ethnography),다섯째 “맥락 속에서 풍부한 여러 가지 정보원

    들을 포함하는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자료수집을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하나의 ‘경계지어진

    체계’나 하나의 사례(또는 여러 사례들)를 탐색하는”‘사례연구’(casestudy)가 속한다(그레스웰,

    2005:71-90).

  • Ⅱ.이론적 고찰과 분석틀 19

    Ⅱ.이론적 성찰과 분석틀

    ‘친밀(親密)’이라는 말은 일상적 어법으로나 학문적 연구에서나 폭넓게 사용되고 있

    다.표준대국어사전에서 ‘친밀’은 ‘지내는 사이가 매우 친하고 가까움’으로 정의된다.15)

    이러한 정의는 친밀함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양상을 드러낼 뿐 그 판단의 기준이나

    적용의 범위를 전혀 제한하지 않는다.일상적으로도 친밀함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

    정적인 영역으로 여겨지거나 가족과 연인처럼 특정관계를 수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친밀성의 역사를 분석한 테오도로 첼딘(TheodoreZeldin)에 따르면 친밀성이

    지시하는 바는 시대를 거쳐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먼저 기원적으로 친밀성은 공

    간과 사물들에 대한 것이었다.예를 들어 “친척들이나 이웃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부

    터 빠져나와 틀어박히는 친밀한 방”혹은 “마술이 깃든 것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머리

    댕기와 같은 친밀한 선물이나 유물”을 지시했다.이후 보다 “낭만적인 것(romantics)”

    이 두 번째 친밀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이때 친밀성은 소통을 넘어서 각자의 정

    체성을 잃게 되는 두 남녀의 영혼의 결합을 뜻한다.성적 관계 역시 이러한 설명할

    수 없는 천상의 결합을 위한 수단으로 작동했다.마지막 세 번째 친밀성은 현대 일반

    적으로 의미하는 마음(minds)의 친밀성이다.친밀한 관계는 완전한 하나의 결합이 되

    려고 하기보다 각자의 세계를 서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동반자관계(partnership)관계

    로 나아간다.서로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화는 지속되지만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며,오히려 그 차이를 통해 서로를 완성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