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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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사업 2012년 성미산마을 조사연구 보고서 2012. 12. 20 (사)사람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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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사업

2012년성미산마을 조사연구 보고서

2012. 12. 20

(사)사람과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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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 기초연구조사 사업에 들어가며

신승철_철학박사

2012년 한 해 동안 마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23명의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에게 아파트는 대화와 소통, 관계가 끊긴 고립무원의 지대였을 것이다. 공동체의 파괴와 관계의 실종으로 인한 문명의 위기 앞에서 사람들이 호출한 것은 바로 마을이었다. 마을에 대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 서울시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제안에 의해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작되었지만, 그것은 위로부터 호명된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풀뿌리의 지혜가 모여 주민 주도형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미산마을은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의 모델로까지 이해되고 있을 정도로, 도시에서 공동체적 관계망을 만든 몇 개 안 되는 사례이다. 성미산 지역에서 마을의 관계망이 구체화된 것은 성미산 투쟁과 마을축제를 경유하고 나서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이 씨앗 한 톨처럼 존재했으며, 또한 느리지만 공동육아와 대안학교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마을의 관계망이 확산되고 공동체로서 활짝 꽃피우게 된 것은 성미산 개발사업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의 행동을 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면서부터이다.

성미산마을에서 일단 관계망이 형성된 다음에는 그 관계망을 바탕으로 하여 시너지효과가 생기기 시작했다. 친환경 반찬가게 <동네부엌>, 친환경 식당인 <성미산 밥상>, 친환경비누를 만드는 <비누두레>, 바느질 공방 <한땀두레>, 지역노인을 돌보는 <돌봄두레>, 공동주거를 만드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 재생과 순환을 도모하는 <되살림 가게>, <또바기 어린이집>, <성미산 어린이집>, <신촌 우리 어린이집>, <참나무 어린이집>, <도토리 방과 후 어린이집>과 <마을배움터>. <꿈터 택견>, <춤의 문 발레하우스>, <성미산학교>, <성미산 대동계>, <마을금고>, <풀방구리>, <성미산학교 미니샵카페>. <밀랍초공방>, <성미산 책방>, <문화로놀이짱 1/4하우스> 등등 셀 수 없는 동아리, 단체, 마을기업 등이 생겨났다.

본 연구 프로젝트는 성미산마을의 관계망이 어떤 욕망과 욕구에 기초해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양적 방법론/질적 방법론에 대한 조사연구 사업이다. 그러나 연구에서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했던 것은, 관계망이 창발해 내는 과정이나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양적/질적 방법론으로 나타내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마을 공동체를 모델화하지 않으면서, 복잡한 그물망과 같은 관계망의 생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마을 공동체 관계망이 갖고 있는 역동적인 활력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면서, 마을주민과 연구자들이 협력 작업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미래진행형적 사업이다. 그래서 과거를 묻는 작업이 가능하지만, 모델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어떤 이유에서건 주체성 생산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모두가 미래를 향해서 관계망을 작동시킨다. 마을이 한번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복잡한 그물망 속에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움직이듯이 역동적으로 작동하지만, 그것이 어떤 배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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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추적하기란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그래서 연구조사 사업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마을의 관계망을 스케치하는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마을만들기와 마을살이에 대한 가치에 대한 동의 없이 마을의 객관적인 실태조사에 머문다면, 결국 마을의 미래진행형적 의미를 담아낼 수 없으며, 관계망에 대한 비밀을 탐색할 수도 없게 되리라는 위험을 안고 말이다.

주민과 연구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활동하다보니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관계망이라는 차원이 사회학적 방법론이나 문화적 방법론과 달리, 새로운 분과라고 할 수 있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모색과 토론을 했지만, 결국 양적/질적 방법론으로 한정해서 기초조사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점에 있었다. 공동체적 관계망이 어떻게 생성했는가의 문제는 학문과 아카데미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색다른 차원의 과제였음이 여기서 드러났다. 그래서 최초의 목적과 연구 활동은 일정하게 괴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연구조사 사업과 별도로 마을의 관계망에 대한 연구는 연구방법론에 대한 모색의 과정으로 배치되었다. 마을을 장소적으로도 검토하였고, 문화적으로 검토하기도 했고, 네트워크 이론에 입각해서 검토하기도 했다. 연구 방법론의 정초를 위한 노력은 결과보고서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은 성미산 연구조사팀의 최초의 문제의식이자 마지막 문제의식까지 관통하는 일관된 질문이었다. 연구방법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자원, 연구인력, 시간의 부족은 우리 자신을 현실주의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한 측면이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연구팀이 모였지만, 공동체 관계망의 작동원리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돌봄과 살림의 정동의 작용, 욕망과 욕구와 활력의 교차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기에는 매우 부족한 시간이었다. 또한 프로젝트 자체가 실험적인 모델에 대해서 펀딩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설문조사와 인터뷰가 채택되었다. 그러나 연구조사 작업을 했던 팀은 사실은 관계망의 비밀과 미래적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멈추지 않았고, 조금씩 마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공감하는 작업을 했다.

2012년 가을 경에 연구조사팀은 설문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설문조사 작업에 호응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미산마을주민과 연구자가 함께 한 최초의 연구이며, 마을의 비밀을 스스로 직관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수조사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 한정되어 있는 조사였기 때문에 관계망 자체의 모든 영역을 포괄할 수 없었으며, 마을의 관계망의 생성과 작동의 비밀을 알기에는 설문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가장 기초적인 연구조사의 첫 단추를 뗐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또한 10월 달부터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는 가장 의미와 강렬도가 있는 주요 인물들로 한정되었다. 인터뷰의 진행과정은 마을이 어떻게 생성하고 움직였는지에 대한 대강의 스케치를 할 수 있었고, 교육 및 보육, 협동조합과 마을 기업 등에 대한 마을의 굵직굵직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마을살이에는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의 차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주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특히 마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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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미산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초설문조사2. 성미산마을 주민들에 대한 인터뷰3. 주민주도형 마을 만들기 사업 분석 방법론 구축4. 성미산마을 주민참여 연구자들과의 워크숍과 토론회

성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생활세계를 구축하는지에 대해서 조망할 수 있는 연구는 흔치 않았고 수치화된 지표로 측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연구는 개인 연구자의 작업이 아니라, 집단작업을 통해서 관계망의 성격 규명을 하고자 하는 첫 연구라는 점에서 연구자 자신이 관계망 속에 다시 배치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여러 지역에서 관계 맺기의 방식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마을 관계망에 대해서 연구조사를 수행하면서 입체적이고 복잡계로 진입한 관계망의 차원을 들여다보는 것이 하나의 지표를 형성하는 귀중한 사례연구라고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4가지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주민과 연구자가 융합하여 마을살이에 대한 분석방법론을 정초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성미산마을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약간 놀라서 묻는다. 그리고 묻게 된다. “성미산마을이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마을은 그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 질문을 받은 주민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마을은 행정구역이나 거주공간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의 관계이며, 만남이다. 아파트공간에서 고립되어 결국 자살을 선택했던 사람들의 절규와 비판을 넘어 서울시 마을만들기 사업은 사람의 숨결이 오가고, 돌봄과 살림의 정서작용이 오가는 관계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첫 단추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성미산마을 기초연구조사사업>은 관계망의 비밀을 푸는 기본적인 단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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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내용

<성미산마을 실태조사 설문분석>

김민수_(사)가배울 사무국장

1. 조사 배경

1) 기획의도 및 조사의 한계점성미산마을 연구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갔다. 처음에는 성미산마을 주민들

의 관계가 형성되는 미시적인 측면에 맞춰 조사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성미산마을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첫 모임이니만큼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장소(어린이집, 성미산학교, 두레생협 등)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주민들의 실태를 먼저 파악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다. 성미산마을이 교육과 육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교육과 육아를 중심으로 이 마을의 실태를 조사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항목을 만들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교육뿐만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활동들, 가령 마을기업, 두레생협, 성미산학교, 어린이집, 작은나무카페 등을 주민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그리고 주민들은 성미산마을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심화시키는지, 또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는 주민들이 이곳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에 관한 내용으로 조사항목이 확장되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완성한 설문조사 항목은 성미산마을에서 관계를 맺고 장소를 소비하는 주민들의 실태를 다양한 영역(이주배경, 정주성, 이웃관계, 공동체성, 마을활동, 교육 및 육아 등)에서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설문 대상자는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설문조사의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설문조사원이 마을활동가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설문이 주로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중심으로 이뤄졌다(응답자의 67.3%가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따라서 이번 실태조사의 설문 내용은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에 의미를 뒀으면 하다. 마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의 설문은 표본 수도 작고 연령층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이번 설문 응답자의 연령, 성별, 가족형태 등 설문의 인구학적 특성도 한 쪽으로 치우쳐있다. 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이번 설문이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 특히 주부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서 표본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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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성미산마을에 활동하는 주민들의 실태를 다양한 영역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이 실태조사가 향후 좀 더 심도 깊은 조사를 위한 매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 설문 내용성미산마을을 구성하는 주민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주민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방법은 조사원이 문항을 설명하며 설문을 진행하는 1:1 설문 방식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 설문지를 놓고 무작위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설문 항목은 크게 7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항목 내용

1. 이주 배경 • 성미산마을로 이주한 목적 및 동기• 이주 시기 및 이 전에 살던 지역

2. 정주성 및 장소성 • 주택의 주거 및 점유 형태• 지역에서 자주 방문하는 장소

3. 이웃관계 및 연결망 • 이웃관계를 맺게 되는 동기 및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이웃관계의 특징 및 관계의 불편한 점

4. 공동체성 및 정체성•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인지하는지 여부• 성미산마을 및 성미산주민의 범위•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지향해야할 태도

5. 마을활동 및 참여도 • 마을활동 참여 유무 및 참여하는 마을활동 종류• 참여하는 마을활동의 기간 및 참여 계기

6. 교육 및 육아 • 자녀들의 교육 형태• 제도교육(공교육)이나 대안교육(성미산학교)을 하는 이유

7. 인구학적 특징 • 응답자 성별, 학력, 소득수준, 직업, 연령 등

설문 조사기간은 2012년 8월, 한 달 동안 진행됐으며, 설문 분석은 ‘SPSS 12.0’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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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문 분석

1) 마을 이주 배경 및 정주성

자녀의 교육 및 육아의 문제로 성미산마을로 이주주민들이 성미산마을로 이주한 동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자녀의

교육 및 육아’의 이유로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높다. 다중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거의 절반(44.5%)이 ‘자녀의 교육 및 육아’로 성미산마을로 이주했는데, 마을에 갖춰진 교육 및 육아 인프라(공동육아, 성미산학교 등)가 타 지역 주민을 이 마을로 유입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육아 및 교육’ 인프라 이외에 이 마을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주민 동아리)’와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은 각각 6.7%와 7.3%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활동으로 엮여지는 친밀한 이웃관계는 12.9%로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단위 : 명)

항목1순위 2순위

종합

(다중응답분석)

빈도 % 빈도 % 빈도 %

교육 및 육아 235 65.6 31 10.1 245 44.5

문화활동(동아리, 소모임, 마을극장 등) 9 2.5 48 15.6 37 6.7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 활동 6 1.7 42 13.7 40 7.3

친밀한 이웃 관계 16 4.5 107 34.9 71 12.9

직장이 가까워서 60 16.8 37 12.1 88 16.0

교통 및 근린 환경의 쾌적함 23 6.4 38 12.4 40 7.3

기타 9 2.5 4 1.3 30 5.4

합계 358 100.0 307 100.0 551 100.0

<표 1> 마을 이주배경

그러나 마을 이주 배경을 1순위와 2순위로 나눠서 분석을 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을 이주 배경’ 1순위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65.6%가 ‘육아 및 교육’을 응답하며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순위를 묻는 질문에, ‘친밀한 이웃관계’과 3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문화활동’과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 역시 15.6%와 13.7%로 그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민들이 성미산마을로 이주한 배경의 가장 큰 요소는 자녀들의 교육 및 육아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문화활동과 다양한 마을기업 활동으로 엮여지는 친밀한 이웃관계 역시 이주에 주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성미산마을에서 가장 만족하는 항목을 묻는 질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성미산마을에서 가장 만족하는 항목으로 ‘교육 및 육아 인프라’(36.7%)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친근한 이웃관계’(18.2%)를 꼽는 것으로 보아, 이주 동기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이주 후의 생활에도 만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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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명)

항목 빈도 %

친근한 이웃 관계 59 18.2

교육 및 육아 인프라 119 36.7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 33 10.2

동아리, 소모임 등 다양한 문화활동 21 6.5

성미산 등 생태적 근린환경 15 4.6

이웃들의 대안적 가치에 관한 공감 55 17.0

기타 22 6.8

합계 324 100.0

<표 2> 마을에서 가장 만족하는 항목

45.0%가 지인을 통해 성미산마을을 알게 됨성미산마을을 알게 된 경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5.0%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

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언론 및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경우는 19.1%로 나타나고 있다. 입주년도와 마을을 알게 된 경로를 교차분석해보면 위의 수치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표 4>).

2004년 이전과 2004년 이후에 이주한 주민들 모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경우가 각각 41.1%와 46.0%로 제일 높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이전에 이주한 주민의 경우 ‘언론 및 매스컴’이 8.6%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2004년 이후에 이주한 주민은 ‘언론 및 매스컴’이 22.0%로 ‘지인을 통해’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표 4>). 이러한 결과는 2004년에 이 마을에 성미산학교가 설립되면서 다양한 매스컴에 기사화된 영향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특히 2004년 이후 성미산마을로 이주한 비율이 78.4%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점을 살펴보면(<표 3>) 성미산학교의 설립과 이로 인한 매스컴의 마을 홍보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양적 팽창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2004년 이전 이주 72 21.6

2004년 이후 이주 261 78.4

합계 324 100.0

<표 3> 마을 입주 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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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명)

항목 2004년 이전 2004년 이후 전체

언론 및 매스컴빈도 6 55 61

% 8.6 22.0 19.1

성미산에 관한 책과 문헌빈도 1 15 16

% 1.4 6.0 5.0

지인을 통해빈도 29 115 144

% 41.4 46.0 45.0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빈도 2 22 24

% 2.9 8.8 7.5

기타빈도 32 43 75

% 45.7 17.2 23.4

합계빈도 70 250 320

% 100.0 100.0 100.0

<표 4> 마을을 알게 된 경로

주택 구입 문제가 이주 시 가장 크게 불편했던 요소로 작용성미산마을 주민들은 마을로 이주할 때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주택 구입 및 임차의 어

려움’(67.3%)을 꼽았다. 특히 2004년 이후에 이주한 주민들의 경우 73.3%가 ‘주택 구입 및 임차의 어려움’을 꼽을 정도로 주택 구입의 어려움 더욱 많은 수의 주민들에게 불편한 요소가 되고 있다. 2004년 이후 성미산학교가 설립되고 다양한 매스컴에서 이 마을의 공동육아와 마을기업, 대안학교가 홍보됨으로써 성미산마을의 주요 장소(성미산학교, 생협, 어린이집)가 모여 있는 성산 1동에 주택을 구입해서 이주를 희망하는 주민들이 많으나 이 지역이 이주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주택 구입의 어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산 1동 주변인 망원동과 서교동 일대에 머물면서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활동(생협, 성미산학교, 마을기업 등)에 참여하는 가구가 설문응답자의 23.8%에 달한다(n=358, 성산동 거주 64.8%, 망원동 거주 11.5%, 서교동 거주 12.3%, 연남동 거주 3.4%, 기타 지역 8.1%).

후에 서술하겠지만, 이런 결과를 미뤄볼 때 성미산마을을 성미산이 소재하는 성산1동으로 한정해서 보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성미산마을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마을활동으로 여러 관계들이 엮이는 네트워크로 봐야 이해될 수 있다. 한정된 한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의 공동체라기보다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주민들이 성산1동에 위치한 장소들로 엮이며 창발적인 마을 활동이 이뤄지는 네트워크의 유동적인 엮임으로 이 마을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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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명)

항목 2004년 이전 2004년 이후 전체

주택 구입 및 임차의 어려움빈도 31 183 214

% 45.6 73.2 67.3

이웃관계 맺기의 어려움빈도 4 16 20

% 5.9 6.4 6.3

마을 활동 참여의 부담빈도 11 22 33

% 16.2 8.8 10.4

이웃의 잦은 간섭빈도 2 2 4

% 2.9 0.8 1.3

기타빈도 20 27 47

% 29.4 10.8 14.8

<표 5> 마을 이주 시 불편했던 점

전세로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음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많은 수는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으며(66.2%), 자가

(31.0%) 보다는 전세(54.6%)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의 비중(24.9%)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성산1동 인근에 아파트가 많이 입지하지 않은 결과로 추측할 수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아파트 90 24.9

다세대 및 다가구 239 66.2

단독주택 21 5.8

기타 11 3.0

합계 361 100.0

자가 112 31.0

전세 197 54.6

월세 47 13.0

기타 5 1.4

합계 361 100.0

<표 6> 주거 형태 및 점유 형태

2) 장소성 및 이웃관계

두레생협, 어린이집, 성미산학교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음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로 ‘두레생협’(32.4%)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

이고 있으며, 다음으로 ‘어린이집’(18.6%)과 ‘성미산학교’(13.8%)가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로 꼽혔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장소를 1순위와 2순위로 나눠서 살펴보면, 1순위로 이용하는 장소로 ‘어린이집’이 2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두레생협’이 26.5%, ‘성미산학교’가 19.6% 순으로 나타났다. 2순위를 살펴보면 1순위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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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게 ‘두레생협’이 38.4%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작은나무’가 18.2%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단위 : 명)

항목1순위 2순위

종합

(다중응답분석)

빈도 % 빈도 % 빈도 %

성미산학교 70 19.6 28 8.0 98 13.8

성미산 15 4.2 20 5.7 35 4.9

작은나무 21 5.9 64 18.2 85 12.0

어린이집 106 29.6 26 7.4 132 18.6

성미산마을극장 5 1.4 3 0.9 8 1.1

되살림 가게 8 2.2 20 5.7 28 3.9

개똥이네 집 8 2.2 9 2.6 17 2.4

두레생협 95 26.5 135 38.4 230 32.4

성미산밥상 2 0.6 12 3.4 14 2.0

동네부엌 5 1.4 13 3.7 18 2.5

동네 근방 술집 13 3.6 12 3.4 25 3.5

기타 10 2.8 10 2.8 20 2.8

합계 358 100.0 352 100.0 710 100.0

<표 7> 마을에서 자주 이용하는 장소

이상을 살펴보면 성미산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고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는 크게 ‘두레생협’, ‘어린이집’, ‘성미산학교’라는 세 축으로 형성된다고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의 이웃관계를 맺게 되는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73.4%는 이 마을에서 이웃관계를 맺게 되는 동기를 ‘교육 및 육아’라고 답하고 있다. 즉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학교’를 매개로 하는 ‘교육 및 육아’가 주민들의 이웃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표 8>). 또한 이웃관계를 지속시키는 매개는 ‘교육 및 육아, 생협 및 마을기업 등 마을관련 활동’(<표 9>)이 70.4%으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일상적인 만남과 관계를 형성하고 확장시키는 주요 매개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학교’, ‘두레생협 등과 같은 마을기업’이다. 성미산마을은 이 장소들을 축으로 해서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다양한 실천들이 이뤄진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 특정 장소들을 기반으로 해서 마을이 형성된다는 것은 마을 범위의 경계가 유동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이 마을의 주요 장소인 ‘어린이집’, ‘성미산학교’, ‘두레생협과 같은 마을기업’은 이 장소들이 속한 성산1동 주민들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주변 지역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장소이기 때문이고, 또한 성산1동 주민들 모두가 이 장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이 마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하는지를 알아보면 마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민 응답자의 48%(n=298)는 성미산마을을 ‘망원동’, ‘합정동’, ‘서교동’ 등 성산동 인근 일대 지역까지 성미산마을로 포함시키고 있다.

Page 12: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따라서 성미산마을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공동체라기 보다는 ‘육아와 교육’, 그리고 ‘대안적인 마을기업 활동’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이를 위한 실천과 활동으로 엮이는 주민들의 네트워크로 파악해야 한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교육 및 육아 223 73.4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 24 7.9

축제 등 마을 행사 5 1.6

지인의 소개 6 2.0

인근 이웃집 주민과 잦은 접촉 24 7.9

기타 22 7.2

합계 304 100.0

<표 8> 이웃관계를 맺게 되는 동기

(단위 : 명)

항목 빈도 %

교육 및 육아, 생협 및 마을기업 등 마을관련 활동을 통해 224 70.4

동아리, 소모임 등 비슷한 문화활동과 취미에 따라 31 9.7

인근 이웃집 주민과 잦은 접촉을 통해 37 11.6

동향, 동문, 직업 등과 같은 개인사적 배경에 따라 12 3.8

기타 14 4.4

합계 318 100.0

<표 9> 이웃관계가 지속되는 요인

이렇듯 ‘육아와 교육’, ‘마을기업 활동’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주민들의 일상적 행위와 실천이 현현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주민들은 이 마을의 이웃관계를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으로 엮이는 관계’(64.7%)로 파악하고 있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의 이웃관계의 개념인 ‘인접한 이웃 간의 친밀성으로 엮이는 관계’는 14.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으로 엮여지는 관계 222 64.7

인접한 이웃 간의 친밀성으로 엮여지는 관계 51 14.9

다양한 마을 활동을 통해 상이한 이웃들이 엮여지는 관계 49 14.3

소득, 학력, 직업 등 계층적 유사성에 따라 엮여지는 관계 5 1.5

기타 16 4.7

합계 343 100.0

<표 10> 이웃관계가 지속되는 요인

Page 13: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27.1%가 마을활동의 의무감 및 피로감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음주민들은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으로 ‘마을활동의 의무감 및 피로

감’(27.1%)을 꼽았다. 다음으로 15.1%가 ‘마을활동이 몇몇 주도적인 소수에 의해서 이뤄질 때’를 꼽았고, 11.1%는 ‘마을 주민들의 뒷담화’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이 마을이 ‘공동육아’, ‘성미산학교’, ‘생협과 마을기업’을 축으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의무감과 피로감이 주민들에게 불편한 점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이웃의 원치 않는 간섭 18 5.9

마을주민들의 뒷담화 35 11.5

마을활동의 의무감 및 피로감 82 27.0

마을활동의 정보공유가 안되는 점 27 8.9

마을활동이 몇몇 주도적인 소수에 의해서 이뤄질 때 46 15.1

개인의 개성과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28 9.2

기타 68 22.4

합계 304 100.0

<표 11> 성미산마을에서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

3) 마을 공동체성

응답자의 76.2%가 자신을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인식함성산1동을 포함한 인근 지역이 성미산마을로 불리는 것을 인지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

답자의 97.8%는 ‘인지하고 있다’라고 답해, 이 지역에 대한 성미산마을이라는 호명이 주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7.8%

2.2%

예 아니오

<그림 1> 이 지역이 성미산마을로 불리는 것을 인지하는 여부

Page 14: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또한 자신을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6.2%는 성미산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마을활동을 하는 주민과 활동을 하지 않는 주민에 따라 교차분석을 해보면,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85.7%가 자신을 성미산마을 주민이라고 답했고,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56.3%가 성미산마을 주민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를 미뤄볼 때, 주민들이 성미산마을주민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인 중에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위 : 명)

항목 마을활동 참여 마을활동 비참여 전체

마을 주민으로 생각빈도 203 63 266

% 85.7% 56.3% 76.2%

마을 주민으로 생각 안함빈도 34 49 83

% 14.3% 43.8% 23.8%

기타빈도 237 112 349

% 100.0% 100.0% 100.0%

<표 12>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생각하는지 여부

다양한 마을활동과 행사 참여를 통해 성미산마을의 주민 정체성을 형성주민들이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70.6%는 ‘공동육아, 대안교육, 동아리 등 일상적인 마을활동’을 통해서 성미산마을의 주민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한 19.2%는 ‘성미산축제, 성미산투쟁, 나무심기 등 마을행사’에 참여 하며 성미산마을 주민의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즉 성미산마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마을행사와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것에서 성미산마을 주민의 정체성이 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성미산축제, 성미산투쟁, 나무심기 등 마을 행사의 참여 55 19.7

공동육아, 대안학교, 동아리, 마을활동 등 일상적 마을활동 197 70.6

언론, 매스컴 등으로부터 성미산마을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9 3.2

기타 18 6.5

합계 279 100.0

<표 13> 성미산마을 주민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

성미산마을 주민이 가져야 할 태도로 주민들은 ‘다양한 이웃들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49.8%)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다음으로 ‘이웃들과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는 친화성’(21.2%)을 꼽았다.

Page 15: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빈도 %

마을활동에 적극적인 참여 53 19.4

다양한 이웃들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 136 49.8

새로운 마을활동과 사업을 조직할 수 있는 창의성 10 3.7

이웃들과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는 친화성 58 21.2

이웃들의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배려 12 4.4

기타 4 1.5

합계 273 100.0

<표 14> 성미산마을 주민이 가져야 할 태도

4) 마을활동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는 주민의 비율이 가장 높음성미산마을의 마을활동은 ‘교육 및 육아’, ‘생협 및 마을기업활동’, ‘문화활동(동아리, 소

모임, 마을극장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미산마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활동들은 주민들 간에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창조적이고 창발적인 이슈들을 만들고 조직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주민들 중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67.3%로 과반수 이상의 주민들이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 대상으로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교육 및 육아’가 41.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다음으로 ‘생협 및 마을기업활동’이 34.9%, ‘문화활동(동아리, 소모임, 마을극장 등)’이 21.3% 순으로 나타났다(<표 15>). 각각의 활동들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중첩하며 교차되어 나타나고 있다.

67.3%

32.7%

예 아니오

<그림 2> 마을활동 참여 유무

Page 16: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빈도 %

교육 및 육아 188 41.8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 157 34.9

문화활동(동아리, 소모임, 극장 등) 96 21.3

기타 9 2.0

합계 450 100.0

<표 15> 마을에서 활동하는 분야(다중응답 분석)

이 마을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주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많은 수의 주민이 ‘지인의 소개’로 마을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는 주민의 경우(n=172) 57.6%가 ‘지인의 소개’로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언론 및 책 등 소개자료’(25.0%)를 통해서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문화활동’에 참여하게 된 경우(n=94)도 ‘교육 및 육아’의 경우와 동일하게 41.5%가 ‘지인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순위로 ‘마을축제 및 행사를 통해’에 문화활동에 접촉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43.6%로 나와 ‘교육 및 육아’의 결과와 다르게 나타났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야는 ‘교육 및 육아’주민들이 성미산마을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야는 ‘교육 및 육아’로 응답

자의 72.1%가 선택했다. 다음으로 ‘문화활동’이 14.9%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차지했으며,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이 11.9%로 세 번째 수치를 차지했다. 성미산마을이 ‘교육 및 육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연계되어 있음을 이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교육 및 육아 145 72.1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 24 11.9

문화활동(동아리, 소모임, 극장 등) 30 14.9

기타 2 1.0

합계 201 100.0

<표 16> 가장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야

주민들이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는 평균 기간은 47개월로 약 4년 정도의 기간 동안 ‘교육 및 육아’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동안 참여하는 빈도는 약 6회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활동’의 경우 주민들의 평균 참여 기간은 25개월로 약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월 3회 정도의 빈도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Page 17: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평균 최소 최대 빈도

교육 및 육아 참여 기간 47개월 1개월 276개월 173

교육 및 육아 참여 빈도/월 6회 1회 96회 143

문화활동 참여 기간 25개월 1개월 120개월 88

문화활동 참여 빈도/월 3회 1회 20회 79

<표 17> 가장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야

‘생협 및 마을기업활동’ 분야 중 ‘두레생협’ 참여 비율이 가장 높음성미산마을은 ‘교육 및 육아’, ‘문화활동’ 이외에 ‘생협 및 마을기업’, 즉 사회적 경제에

관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가령 두레생협, 작은나무(카페), 성미산밥상, 한땀두레, 비누두레, 돌봄두레, 되살림가게, 소행주, 대동계, 동네금고 등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경제가 촘촘히 엮이며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생협 및 마을기업’ 활동에 관한 주민들의 참여가 어떻게 이뤄지는 살펴보려한다.

‘생협 및 마을기업’ 분야, 즉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곳은 ‘두레생협’으로 응답자의 25.9%가 ‘두레생협’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참여 비율이 높은 곳은 ‘작은나무’(카페)로 19.9%를 기록했고, ‘성미산밥상’도 18.1% 높은 참여 비율을 보이고 있다. ‘되살림가게’ 역시 15.9%로 상대적으로 높은 참여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두레생협 200 25.9

작은나무 154 19.9

성미산밥상 140 18.1

한땀두레 10 1.3

비누두레 30 3.9

돌봄두레 27 3.5

되살림가게 123 15.9

소행주 32 4.1

대동계 45 5.8

동네금고 11 1.4

합계 772 100.0

<표 18> 참여하는 생협 및 마을기업활동(다중응답분석)

‘모임 뒤풀이’와 ‘주민들의 일상적 수다’가 마을활동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성미산마을에 이렇듯 다양한 마을활동이 펼쳐지다보니 마을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에 중

요한 영향을 미치는 의견이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을활동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민들의 일상적 수다’가 37.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민들의 일상적으로 오고 가는 얘기와 수다 속에서 마을활동의 의견이 모아지고 이것이 마을활동 의사 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음으로 ‘모임 뒤풀이’가 34.1%로 나타고 있는데, 이 역시 다양한 마을활

Page 18: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동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상적 모임과 뒤풀이에서 마을활동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모임 뒷풀이(술자리) 77 34.1

주민들의 일상적 수다 84 37.2

마을 소식지 및 뉴스레터 32 14.2

기타 33 14.6

합계 226 100.0

<표 19> 마을활동 의사결정에 가장 영향력 있는 소통 방식

마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 중 55.3%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 마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 대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

의 55.3%는 ‘마을활동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18.4%는 ‘마을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알지 못해서’라고 답했으며, 11.4%는 ‘마을주민과 관계 맺기가 불편해서’라고 답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

마을활동을 인지하지 못해서 21 18.4

마을활동을 할 시간이 나지 않아서 63 55.3

하고 싶은 활동이 없어서 7 6.1

마을 주민들과 관계 맺기가 불편해서 13 11.4

기타 10 8.8

합계 114 100.0

<표 20> 마을활동 의사결정에 가장 영향력 있는 소통 방식

5) 교육

51.8%가 자녀들이 성미산학교에 등교응답자의 51.8%는 자녀들이 성미산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반수이상의

주민들이 자녀들을 대안교육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제도교육(공교육과 사립교육)에 자녀를 보낸다는 응답자는 45.7%로 대안교육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표 21>).

또한 방과후 교육이 이뤄지는 곳 역시 ‘성미산학교 방과후 교실 및 마을배움터’가 43.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방과후 교육 역시 대안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성서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의 이용은 6.3%, 사설학원은 3.1%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표 22>).

Page 19: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빈도 %

제도 교육(공립, 사립 교육) 75 45.7

성미산학교 85 51.8

기타 4 2.4

합계 164 100.0

<표 21> 자녀들의 교육형태

(단위 : 명)

항목 빈도 %

성서초등 방과후 학교 6 6.3

사설학원 3 3.1

성미산학교 방과후 교실 및 마을 배움터 42 43.8

가정에서(학습지, 홈스쿨 등) 16 16.7

기타 29 30.2

<표 22> 방과 후 교육이 이뤄지는 곳

획일화, 폭력, 경쟁 등 공교육 폐해로 인해 성미산학교를 선택성미산학교로 자녀의 교육을 선택한 주민들 중 71.9% ‘획일화, 폭력, 경쟁 등 공교육

폐해’의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15.8%는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성미산학교를 택했다고 답했다(<표 23>).

자녀들의 교육을 제도 교육으로 선택한 주민들의 경우, 57.6%는 ‘제도 교육이 가장 보편적인 교육’이기 때문에 제도교육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22.8%는 ‘성미산학교의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비용 때문’이라고 답하며, 비용의 문제가 대안교육을 포기한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표 24>).

비용의 문제는 성미산학교를 선택한 주민에게도 동일한 결과로 나타난다. 자녀의 성미산학교 교육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응답자의 50.0%는 ‘제도교육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꼽았다. 이외에도 ‘행정(선생, 교장 등), 학부모, 자녀 등 교육주체들의 의견 조율’이 29.2%로 성미산학교 교육 시 어려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표 25>).

(단위 : 명)

항목 빈도 %

획일화, 폭력, 경쟁 등 공교육의 폐해 82 71.9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 18 15.8

마을 활동을 하다 우연히 4 3.5

기타 10 8.8

합계 114 100.0

<표 23> 성미산학교 교육을 선택한 이유

Page 20: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빈도 %

가장 보편적인 교육이기 때문 53 57.6

성미산학교에 자녀가 입학할 수 있는 기회의 부족 6 6.5

성미산학교가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 1 1.1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21 22.8

대안 교육의 불신 및 불확실성 4 4.3

기타 7 7.6

합계 92 100.0

<표 24> 제도교육을 선택한 이유

(단위 : 명)

항목 빈도 %

행정(선생, 교장 등), 학부모, 자녀 등 교육주체들의 의견 조율 31 29.2

교육 운영을 위한 잦은 회의에 따른 피로감 10 9.4

제도 교육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불안감 2 1.9

제도 교육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53 50.0

기타 10 9.4

합계 106 100.0

<표 25> 성미산학교 교육 시 불편한 점

6) 인구학적 특성

30-40대의 자녀가 있는 핵가족 중심의 인구구성성미산마을 주민들의 응답자의 성별(n=370)은 여성이 67.8%로 남성 32.2%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설문 조사가 주로 여성, 특히 주부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서 나타난 현상이다. 연령대는 40대가 54.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30대가 36.5%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차지했으며, 50대가 4.1%를 차지하고 있다(<표 26>).

이들의 가족형태를 살펴보면 핵가족(부부+자녀)이 79.2%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다음으로 독신가구가 6.3%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볼 때 성미산마을을 자녀의 ‘교육 및 육아’를 위한 30-40대의 핵가족 중심의 공동체로 파악할 수 있겠다(<표 27>).

(단위 : 명)

항목 빈도 %

20대 13 3.5

30대 134 36.5

40대 201 54.8

50대 15 4.1

60대 이상 4 1.0

합계 367 100.0

<표 26> 성미산마을의 연령대

Page 21: 2012년성미산마을조사연구보고서(배포용)

(단위 : 명)

항목 빈도 %독신 가구 23 6.3

2인 가구(부부) 12 3.3 핵가족(부부, 자녀) 290 79.2

한부모 가구 9 2.5 대가족(조부모, 부부, 자녀) 20 5.5

기타 12 3.3 합계 366 100.0

<표 27> 성미산마을의 가족 형태

대졸 이상의 학력과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의 주민이 다수를 차지함성미산마을 주민들의 학력은 대졸이 68.6%(n=366)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

졸 이상(석, 박사)도 21.6%(n=366)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민들 가구의 월 소득을 살펴보면,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의 소득 가구가 25.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가구가 24.9%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의 소득 가구도 21.2%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100만원 미만 13 3.6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43 12.0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46 12.8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 91 25.4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 76 21.2

500만원 이상 89 24.9 합계 358 100.0

<표 28> 가구 월평균 소득

주민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사무, 관리직(공무원 포함)’ 2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부’가 19.2%로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서비스, 판매직’이 11.3%, ‘자영업(마을기업 운영 포함)’이 11.0%로 나타났다.

(단위 : 명)

항목 빈도 %생산직 4 1.1

사무, 관리직(공무원 포함) 94 25.8 서비스, 판매직 41 11.3

자영업(마을기업운영 포함) 40 11.0 마을활동가 20 5.5

학생 8 2.2 전업주부 70 19.2

연금생활자 1 0.3 무직 1 0.3

기타 85 23.4 합계 364 100.0

<표 29>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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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내용1. 기초사항 • 인적사항, 주거 및 점유 형태

• 이주 시기 및 이주 동기2. 개인적 배경 • 성미산마을 이주 이전의 개인사(가족, 전공, 직업 등)

• 이주 이전/이후 생활에 따른 의식의 변화3. 교육

• 자녀 교육 형태, 교육 선택의 동기 및 목표• 교육 선택에 대한 종합적 평가 및 해석• 자녀 교육 경험을 통한 연구 참여자 개인의 변화

4. 마을 활동• 마을에서 자주 참여/이용하는 활동/장소, 빈도, 지속원인 • 마을 활동 참여자로서 자기 정체성• 마을 참여 활동에 대한 평가

5. 이웃관계 • 연구 참여자의 이웃관계9순차적 시기에 따른 변천사)• 이웃관계의 형성 계기/특징/지속원인 등

인터뷰조사 내용

<성미산마을 실태조사 인터뷰 분석>

이규원_생태유아공동체 활동가

1. 조사배경

성미산마을 주민에 대한 설문조사 이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심층적인 측면들을 주요 연구주제로 하되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마을 주민들의 대다수가 ‘육아 및 교육’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육아 및 교육’을 핵심주제로 잡고 이를 통해 확대되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심층 인터뷰는 조사원이 질문지를 바탕으로 1:1 면접을 통해 진행했다. 설문 항목은 크게 5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2. 분석 내용

1) 유형분석: 마을주민 형성 준거집단성미산마을의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주로 형성되는 준거집단들은 앞서 통계자료에서

분석된 것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우선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상기 3개 집단이 완전히 별개로 분리되는 집단이 아니라 집단 내부에 구성원들이 서로 중첩되는 경우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공동육아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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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아동을 키운 부모들이 아동을 성미산학교로 보내어 성미산학교의 학부모가 되는 경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를 통해 학부모의 관심사가 먹거리, 주변 환경, 마을로 확대되어 마포두레생협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상기 언급한 3개 집단들을 중첩되지 않는 완전히 별개의 집단으로 볼 수는 없으나 각기 3개 집단에서 나타나는 마을 주민들의 특성의 패턴을 찾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기존의 보육시설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의 형태로 자녀양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형성된 모델이며 성미산마을의 ‘우리어린이집’의 경우 94년도에 개원한 최초의 공동육아 협동조합 중 하나이다. 현재 성미산마을에는 ‘우리어린이집’, ‘참나무어린이집’, ‘성미산어린이집’, ‘또바기어린이집’, 4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기본적으로 육아의 문제를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형태로 풀어내는 집단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존의 보육시설과 달리 육아를 모두 어린이집 교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며 이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그리고 학부모들 사이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요구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상근 활동가 없이 교사들 빼고 나면 나머지를 전부다 조합원들이 운영했거든요. 정말로 100% 조합 참여가 안 되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부모들이 회의를 안 하면 안 되는 거였고 회계를 처음 담당한 사람도 어린이집 회계를 다 해야 됐기 때문에 그런 철저한 책임에 의해 운영됐던 경험들이 있어요. (연구참여자 A)

어린이집에서 모이는 사람과 아는 사이가 되고 술 마시는 사이가 되고 같이 그 지역 행사도 참여하고, 자기가 다니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육아 부모하고도 만나게 되면서, 지역에 아는 사람이 있다라는 게 좀 뭐랄까 산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공동육아하면 청소도 해야 되고 시설유지 관리도 해야 되고 하루교사 역할도 해야 되지만 그런 걸 통해서 같이 지역에서 산다라는 느낌을 느끼게 돼서 그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연구참여자 B)

연구 참여자 B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학부모 위원회와 같은 공동의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청소, 시설 유지 관리, 일일교사 등)을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여 수행해야 한다. 공동육아 협동조합이 열악한 사회적 육아 환경이나 가족 및 친족 내부에서의 육아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 등으로 인한 문제들을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풀어보고자 시작한 집단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동의 육아를 매개로 하는 학부모들 간의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핵가족의 단위가 공동체의 수준으로 확대되어 집단의 힘을 의식하면서 집단에 대한 정체성과 소속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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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한 번도 그렇게 긴밀한 공동체를 상상해보지 않았던 어른들이 어린이집을 통해서 그런 걸 하게 돼요. 특히나 아빠들이 퇴근 후에 와서 어린이집에서 같이 교육 공부하고 동네 아줌마하고 술 먹고 그런 게 어딨냐구요. 생협만 해도 안돼요. 그냥 일반 조합원들이 남자와 여자가 같이 와서 술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그런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 그게 되는 거에요. 밤새도록 술 먹어도 아무도 머라고 안하자나요. (연구참여자 A)

특히 공동육아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육아를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데 연구참여자 A의 말처럼 공동육아는 일반적인 통념상의 가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동육아 학부모간의 새로운 ‘친밀성’의 공동체를 경험하게 한다. 즉, 단순히 공동육아에서 요구되는 의무를 통해 참여하게 되는 관계를 넘어서서 ‘육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인 가족생활에 가까우며 가족들 간에 평등하고 친밀한 관계 교류를 해나가는 공동체의 특성을 갖고 있다.

성미산마을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공동육아를 통해 형성된 학부모들의 공동체가 마을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주요 동력이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러한 집단적 동력의 형성이 단선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 특정 공동체가 형성되었다고 할 때 그러한 공동체는 오히려 해당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기가 쉬운 측면이 있다. 성미산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집단의 결속이 단순히 내부로만 향하지 않고 외부로 향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고 공동육아를 통해 학습된 부모들의 변화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저는 교사로 만나서 5년 동안 있으면서 저희 어린이집이 섬 같은 어린이집이라고 얘기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만 해도 그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 아이만 잘 키울 거냐, 왜 우리어린이집이라고 지었냐, 너네어린이집이라고 짓지. 우리 어린이집은 또 다른 벽이다... '우리'라는 걸로 내부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아이들이 지역과 만나야 한다고 많이 말했고 부모들도 그런 말 들으면 맞다고 하면서 고민이 만나지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누고 했었어요. (연구참여자 C)

질문 :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지역과의 소통을 하자고 교사들에게 제안을 하셨던 건가요?사표를 냈더니 그런 걸 해준다고 했어요(웃음). 사표를 냈었어요. 왜 그만두는 건데, 내가 왜 여기 있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지역에 대한 문턱을 더 낮추자, 우리가 기금을 내겠다, 출자금도 도토리 같은 경우도 그래서 100만원으로 낮추고 그랬거든요. ... 그냥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만 오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개방할 수 있는지 이런 고민들을 같이 하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고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받고 같이 해주기도 하고. 그것도 결국에는 교사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사실은 아이를 생각하다 보면 그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마을이나 지역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교사는 직업상 계속 아이들하고 붙어 있기 때문에 그 생각을 안 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거죠. 그 지역에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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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엄마 아빠들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잠깐 지역에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그 시점에는 다행히 그 때 초기 맴버들이 그런 교사들의 얘기나 이런 걸 주의 깊게 들어주고 그렇게 하셨던 게 있었죠. 제 입장에서 볼 때는 그런 게 해소가 되는 거죠. (연구참여자 A)

연구참여자 A와 C는 모두 어린이집 교사로 오래 활동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가입하는 부모들이 육아에 대해 일반적인 부모들보다 다른 가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부모들이 모두 지역과의 만남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처음부터 고민하고 그에 대한 인식들이 계발이 되어 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연구 참여자 A의 말처럼 특히 공동육아의 초기 단계에서는 학부모들이 아무리 공동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더라도 성미산마을에 살지 않는다는 측면 때문에 지역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측면들이 있었다. 우리어린이집이 개원한 이후로 공동육아가 전국에 많이 설립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육아만을 위해 성미산마을 인근 지역에서 이 어린이집으로 아동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존재했고, 추후에 공동육아를 경험하면서 성미산마을이 육아에 좋은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고 인식하여 성미산마을로 아예 이사를 오게 되는 경우들이 초기에 다수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경험한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에는 핵가족이라는 협소한 공동체가 어느 정도 폐쇄성을 유지한 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는 공동체로 외연을 일부 확대한 것에 불과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공동육아 어린이집 내부에서 지역과의 만남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어 기존의 어린이집에서 형성된 공동체 내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들을 수용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육아에서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논의로 발전하게 된다.

이제 아이들이 커서 방과후를 만들려고 하는 시점에서 ... 한 대여섯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갖고 방과후 하나를 운영하는 거는 좀 무리였어요. 그래서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지역에 여는 거에 대한 고민도 하고 그랬었죠. 그래도 그때는 지역에 대한 말은 나왔었지만 중심이 이쪽에 가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컨텐츠가 좋으니까 이런 식으로. 그러다가 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토요일에 전래놀이마당을 연거에요. 바깥 초등학교 아이들 누구나 와라 이러면서. 그것을 부모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후원해주고 도와주고 하는 일들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이제 지역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열어야 된다라는 것이 부모들은 그때 생각이 들기 시작하거고요. 교사들은 이미 아이들과 함께 경로당 찾아가기를 한다던가 성미산 나들이를 나들이를 주로 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던가 하는 지역알기 프로그램들을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런 게 이제 부모들이 배워가는 거죠. (연구참여자 E)

제가 왔을 때는 거의 정점에 달했을 때였기 때문에 .. 지역학교도 열고 이랬었거든요. 동네 아이들하고 어떻게 하면 만날까. 우리 애들만 맨날 이렇게 전래놀이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동네 애들에게 가르쳐주고, 우리 방과후가 아닌 학교 아이들을 위해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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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이렇게 뭐 수업을 열자 이런 걸 할 때 부모들이 기금도 거둬 주시고 또 교사들은 그런 품을 내고, 어쨌든 이 안에서 하려고만 하지 않는 다른 노력에 대해서 서로 마음이나 이런 것들을 열어 주고 함께 하려고 대개 노력을 많이 했던 거죠. 그런 게 가치가 있었어요. 가치가 있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과제를 계속 주는 거죠. 지역 방과 후 해보면 어떨까 그런. 우리 애들만 좀 잘 키워주세요 라고 얘기 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우리가 더 문턱이 낮은 방과후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지 라고 하는 제안서도 같이 쓰게 되고, 그런 과정들에서 재미가 있어지는 거죠. 그 일이라고 하는 것이 내가 이 사람들의 아이들만을 돌보는 게 아니라 여기를 같이 보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A)

처음에 98, 99년엔 교사들이 먼저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하면서 놀이마당을 성서초등학교를 빌려 5월 5일 날 펼쳤어요. 200여명 조합원과 아이들과. 그러고 나서 그 다음해에 또 했어요. 교사들이 중심돼서. 그담부터는 부모들이 해라, 교사들은 사실 집이 여기가 아니다, 부모들이 사는 곳이 여기다, ... 부모들에게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 하고 그분들이 열었죠. 전엔 우리가 만들고 오세요 이랬다면 그 담엔 부모들이 광고 붙이러 다니고 우리는 일부만 붙이고 이런 식으로 부모들이 축제를 가져가면서 마을축제가 매년 자리를 열게 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과정이라 생각들어요. (연구참여자 C)

성미산마을이 육아에서 지역으로 확대되는 최초의 계기는 방과후 학교, 전래놀이마당, 마을축제였다. 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이 초기에 성장하면서 외부로부터는 결국 공동육아는 자신의 아이들만 잘 키워보겠다는 집단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에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내부의 섬이 아니라 지역과 만나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갖고 있는 장점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축적한 교육 컨텐츠(전래놀이 등)를 지역의 아동들에게 개방하여 조합원들만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과 최초로 결합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면서 함께 키운다는 개념이 지역에 대한 인식과 공명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공동육아도 하나가 아니라 네 개 있었어요. 네 개 같이 행사가 있고, 거기에 예를 들어 축제나 운동회라는 마을 행사도 있으니까 그때는 생협이나 다른 단체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어린이집 하나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하고 같이 행사가 조직된다라는 것 자체가 마을 형성이라고 할까요. 뭔가 그 공감대가 이렇게 형성되기 쉬웠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B)

부천에선 공동육아가 둘인데 ... 지역에 따라 공동육아만 있는 데도 있어요. 마을로 확장되지 못하고. 근데 저는 부천에서 그건 아니라는 생각 들더라고요. 조합원들과 관계 맺고 일상 엮다 보면 아이 키우는 욕구 외의 다른 문제와 만나게 되거든요. 노동, 양성평등, 소비, 집값, 먹거리 등으로 의제가 확장되는데 그걸 공동육아 몇 십 가구가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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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거예요. 몇 십 가구로는 충분히 토론되거나 자기 고민을 현실에서 행동의 작은 실천할 그룹들이 안 만들어지죠. 그래서 더 넓은 관계망 필요하단 생각든 거죠. (연구참여자 D)

앞서 언급했던 방과후 학교, 전래놀이마당과 같은 지역과 접촉하고자 했던 시도들을 통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개별적 단위를 넘어서서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이 연합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된다. 연구참여자 D의 말처럼 지역이라는 문제를 사고할 때 개별적인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교사와 부모의 집단만으로는 육아에서 지역으로 확대되는 모든 의제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공동육아가 마을로 반드시 확장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부천의 공동육아의 어린이집들의 경우에도 다양한 의제들을 고민했으나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실천그룹을 갖지 못해서 지역으로 확대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4개가 집중되어 있었다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마포두레생협과 같이 지역의 의제를 실천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육아에서 지역으로 좀 더 수월하게 확대될 수 있는 자원들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변화의 과정들은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관심을 지역으로 확대시키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동반하게 된다.

노조에서 오래 있었고 정치조직 가입해서 활동했지만 97년 투쟁 겪으면서 문선대 활동만 가지고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삶 변화시키는 게 부족하다 ... 그러면서 고민하게 된 게 조합원 일상, 현장이라는 작업장 말고 바깥의 공간에서의 삶, 소비, 욕구, 가족, 교육 이런 걸 보고 개입해서 변화도 함께 현장 투쟁과 병행해야 조합운동 미래가 있다고 본 거죠. 일상 문제를 보게 된 거죠. 일상이 추상적으로 재생산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공간에서 재생산 되잖아요. 그 공간을 지역이라 불렀죠. 물리적 공간만 아니라 소비 시장, 가족관계, 교육도 있는데 그런 걸 지역으로 봤죠. 그때 당시엔 마을로 보진 않았지만 지역 고민 했죠. 2000도에 단체도 만들어서 해보려 했는데 깨졌죠. 우리 아이가 95년생인데 2000년 즈음 넘어 공동육아하면서 이전에는 지역을 좀 더 외부적인 입장에서 봤다면 나의 일상의 문제를 가지고 지역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 해본 거죠. 조합원과 전혀 다른 그런 걸로 사람을 만난 거죠. 그러면서 나의 일상과 욕구를 보고 내가 관계 맺는 그분들의 일상, 가족, 일상을 공동육아 통해 어떻게 바꿔가나를 보면서 배웠죠. 그러면서 마을을 명료하게 고민했죠. 공동육아가 나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생각하죠. (연구참여자 D)

연구참여자 D는 성미산마을 공동체로 이전하기 전에 마을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미

지역이라는 개념을 통해 노동조합운동이 작업장 이외의 일상과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들어와서 공동육아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일상의 문제를 지역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변화되기 시작했으며 마을을 명료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부모들의 경우에도 성미산마을로 이주하기 이전에 개인적인 배경에 따라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공동육아를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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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할 경우조차도 보다 추상적이며 체험적으로 밀접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측면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부모들의 의식이 모두 균질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공동육아라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이러한 논의들이 지속되고, 이를 통해 육아에 대한 관심이 자신의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전체적으로는 마을로 확대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공동체를 경험한 부모들이 성미산마을의 핵심적인 주체들로서 성장하게 되는 공간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보론 1 - 성미산 지키기 운동]

성미산마을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마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형성된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자체의 집단적 특성 뿐만 아니라 성미산 싸움, 즉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라는 좀 더 역사적인 맥락이 존재한다. 2001년 7월에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배수지 건설 공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배수지 건설을 반대하고 성미산 일대를 생태공원화 하고자 하는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시작된다. 결국 성미산 지역 주민들은 2년여 동안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배수지 공사를 중단시키게 된다. 여기서 성미산 지키기 운동의 전체 맥락을 다루지는 않겠지만 ‘성미산 지키기 운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미산 주민들이 자신들이 성미산마을 주민이라는 자각을 하며, ‘마을 만들기’라는 기획을 진행하게 되는데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

질문 : 성미산 투쟁의 거의 초기 제안자 중의 한명이시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성미산 투쟁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신 동기가 무엇인지요? 처음부터 강한 생태적 마인드를 갖고 계셨던 것인지요?저도 생태적 마인드가 강했던 건 아닌데, 어쨌든 그건 성미산이 저희에게 준 선물이에요 우리의 교육적 가치가 있잖아요. 공동체적 삶, 자연친화적인 생활, 세시와 절기를 따르는 삶, 이런 교육가치를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실현해 가면서 살아야 되는데 계속 도시생활하는 게 이율배반적이죠. 그렇게 하라고 애들하고 교사들은 묶어서 그렇게 살라고 하고 자기들은 다르게 살고. ... 그런데 성미산은 너무 많이 갔던 거죠 ... 매일 갔기 때문에 모르는 체 한다는 건 굉장히 그 도덕적 양심에 걸리는 일인 거였어요. 산이 이제 그렇게 된다고 할 때, 그러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보여야 되냐는 거죠. 어른들이 여기서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이율배반적이지 않게 사는 거였을까 이거였던 것 같아요. ... 교사나 아이들은 항상 가자나요. 매일 갔었는데 ... 계속 그렇게 갔던 곳이 훼손된다고 할 때,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지? ... 그리고 그거는 교사와 아이들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럴 때 부모들이 지켜줄 수밖에 없는 거고. 결과적으로 지키든 못 지키든 우리는 얘기를 할 얘기는 해야 되는, 그러니까 모르는 척 하면서 있는 거는 양심에 걸리는 거였죠. (연구참여자 A)

첫 번째 (성미산 싸움 때)는 마을을 잘 몰랐고 개혁당이라는 마을 밖 정당 정치조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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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마을을 지원하는 약간 아웃사이드 입장이었다면 이번에 싸움은 가운데서 마을 사람으로서 입장이 완전히 달랐죠. 첫 번째는 지원하고 어떻게 보면 좀 설렁설렁 놀면서 하는 거였고 (자신에게) 격렬하지도 않았고 두 번째는 눈물 흘리면서 한 거거든요. 저한테 그만큼 애착이 많았던 두 번째 싸움은 제 마음도 많이 흔들리고 그만큼 끝나고 나서도 변화도 많이 온 것 같고 마을 사람들도 그 계기기 되어서 마을 사람을 많이 알게 된 것 같고.질문 : 1차 (성미산 싸움)보다는 2차가 굳이 본인에게 와 닿게 된 원인이 있을까요? 왜 더 2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는지.1차 때에는 우리 동네가 아니었고 성미산은 우리 옆 동네 산 그리고 부당하다 옳다 그르다 배수지를 그르다 정의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참여를 했다면 2차 때에는 우리 산인 거죠. ... 그 사이에 애기가 생겼고요. 애기 어린이집이 성미산어린이집이고 성미산이 애들 놀이터고 마을 산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내가 마을 사람이 되었고 1차 때에도 여기 살았지만 마을 산이 아니고 1년에 두세 번 가볼까 한 산이었죠. 2차 때에는 아이의 놀이터이고 내가 아는 우리 어린이집의 가족들 다 어떤 인연이 있는 거고 해마다 식목일에 가서 나무도 심고 행사도 하고 살아가는 백그라운드가 된 거죠. (연구참여자 G)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기존의 환경운동과 같은 전통적인 자연보호의 차원에서만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참여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환경보호나 생태주의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모두 상이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성미산과 주민들을 매개하는 것은 육아, 즉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생활 반경 속으로 들어온 성미산이라는 유의미한 ‘삶의 공간’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 즉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강하든 약하든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 많은 부모들을 참여할 수 있게 만든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작은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삶의 공간을 지킨다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인식의 밑바탕에는 공동육아 교육의 생태적 삶에 대한 교육이 근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이는 성미산이라는 공간의 생태적 인식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엄마들은 그 전에 부모들은 한 번도 성미산에 안 가보신 분들도 많았어요. 애들은 매일 가는 산이었지만 당연히 부모들이 갈 일이 없죠. 밤에 애들 데리러 오는 맞벌이들인데. ... 그전에는 애들만 나들이를 잠깐 갔다 온 거였어요. 그런데 산을 지키자고 보니까 자꾸 가게 되죠. 산에 자꾸 가게 되고 우리는 자꾸 산에서 무언가를 하게 되고 그러니까 접촉이 대개 많아지는 거에요 성미산하고. 그전에는 꼬마 아이들만 만났다면, 얘가 이제 위험해지면서 어른들도 자꾸 가게 되고 산에서 어떤 캠프 같은 것도 자꾸 하게 되고 음악회도 하게 되고 이러면서 본의 아니게 생태 수업 같은 것도 열고, 이렇게 뭔가 산을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노력을 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많은 분이 성미산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갖게 된 거죠. 그 다음부터는 어쩌면 본인들의 이유로 지키셨을지도 모르겠어요. ... 자연이라는 건 그런 거잖아요, 자꾸 가면 정이 드는 거고 그런 건데,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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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안 가봤던 3~40대 아주 젊은 엄마 아빠들이 그 싸움을 계기로 계속 가게 되면서 어떤 자기들의 내면에서도 변화가 있었겠죠. (연구참여자 A)

연구참여자 A의 말처럼 아예 성미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부모들이 있었을 만큼 모든 부모들 자신의 생활 반경 속에 성미산은 밀접한 곳이 아니었으나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통해 산에 빈번하게 방문하게 되면서 참여자들이 좀 더 친밀한 삶의 공간이자 동시에 지켜야 하는 생태적 공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획득하게 된다. 이는 캠프나 음악회, 식목일 나무심기와 같은 활동으로 확대되면서 성미산을 생태적 삶의 공간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벌목할 때 겨울부터 120일 동안 천막 농성할 때 많은 주민 만나면서 결속력이 높아진 게 그때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저는 낯과 밤 계속 살았으니까. 낮이고 밤이고 동네 어르신도 오고 하면 동네 얘기하는 거죠. 아이들이 뭐 필요할 것 같아요 하며. 예를 들어 성미산 학교 얘기도 그때 나오고. 반찬가게도 얘기 나오고. 지금 만들어진 것들이 그때 얘기 나온 거예요. 차병원, 마포FM. 04년에 방송국도 만들까 했죠. 그 시점에 얘기한 것들이에요. 까페도... 대부분이 그렇죠. 생협 매장 키우는 것도. 그러면서 동네 필요한 거 얘기한 게 그 싸움 때죠. (연구참여자 F)

질문 : 이전의 공동 육아 경험, 생태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이 성미산 투쟁으로 엮이면서 파급효과가 난 그런 과정으로 볼 수 있겠네요. 단순히 이 마을을 지켰다도 중요하지만 관계가 확장됐다는 것.맞아요. 결정적인 거죠.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찌 보면 공동육아는 마을 전체 대상은 아니죠. 사적 집단의 의제였다면 성미산 싸움은 조그만 집단 이슈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이슈, 여러 기관이 엮이는 이슈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기관과 기관이 만나면서 마을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거죠. ... 싸움 기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나눈 거고 특이하게도 싸움 끝나자마자 폭발적으로 해냈어요. (연구참여자 H)

성미산 지키기 운동이 성미산마을의 형성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이유는 첫째로는 이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일부 기관들이 개별적인 이슈들로 결합했다면 성미산 지키기 운동은 이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기관들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공동육아 등을 통한 공동의 경험, 그 속에서의 신뢰, 이전에 잠복되어 있던 측면들이 결정적으로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통해 강력하게 결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모두가 함께 성미산을 지킨다는 공동의 체험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둘째로는 이 운동을 매개로 마을 주민들 사이에 활발한 소통과 기획이 이루어졌다. 2003년 1월에 경비 용역 업체와 인부들을 통해 성미산 정상부의 2400여 그루의 나무를 벌목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성미산에 24시간 상주하며 성미산 상주 지킴이 체제가 구성되게 된다. 이러한 산상 철야 농성은 성미산에 텐트와 비닐하우스로 이루어진 성미산 천막 농성장를 세우면서 근 120일 간 지속되었는데, 천막 농성장을 마을 주민들이 교대로 지키면서 이 장소에서 마을 주민들의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즉, 성미산 천막 농성장은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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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미산마을의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공동육아에서 출발하여 마을로 확대된 관심에 기반하여 마을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기획들을 논의하게 된다. 여기에는 연구참여자 F의 이야기처럼 차병원, 반찬가게, 방송국 등이 포함되지만 가장 결정적인 기획 중 하나는 바로 ‘성미산 학교’였다.

성미산 학교

성미산 학교는 공동육아 이후 대안교육을 고민하던 성미산마을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2004년에 설립된 대안학교이다. 성미산 학교가 없었던 시기에 공동육아를 통해 보육한 아동들이 이후 일반적인 공교육 학교로 진학하거나 다른 지역에 있는 대안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동육아의 교육이념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존의 대안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경우 성미산마을을 떠나게 되어 마을형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 이후 주민들의 목적의식적인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미산마을 내부에서 대안학교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성미산 지키기 운동 이후 마을 만들기를 진행하게 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의 마을학교로 성미산 학교가 설립되었고, 성미산 학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길러낸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성미산마을에서 살면서 대안교육을 이어나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예전에 어린이집 나온 뒤 대안학교나 일반학교 가잖아요. 대안학교 없으니까 떠났죠. 그땐 사람들이 미안해서 몰래 갔어요. 그런 현상을 보면서 그래, 대안학교 만들어 떠나지 않게 하자 해서 대안학교 만들었죠. 공동육아가 다른 곳도 많아요. 그런데선 마을형성이 안돼요. 흩어지니까 지속성이 담보 안 되는 거죠. 그것이 육아에서 먹거리, 비즈니스 내지는 확장돼서 마을에 보면 다 있어요. 다 헤어지니까 그 이후까지 예상하는 거죠. 6년 후 헤어질 수 있구나. 그러니 애너지 쏟기 어렵죠. 여기도 그런 문제 해결 위해 학교 만들었죠. 지금도 나가는 사람 있지만 옛날처럼 많지 않죠. 또 하난 성미산 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 미묘한 게 있죠. (연구참여자 H)

성미산 학교는 기본적으로 마을주민들이 만든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거의 전부를 스스로 부담하여 학교의 운영과 교육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부모들은 도서관위원회, 급식위원회, 시설관리위원회, 행사추진위원회 등 학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는 일반 공교육 학교에 비하자면 학부모의 참여를 훨씬 더 요구한다.

(질문) 성미산학교는 어떤 학교라고 생각하세요?일단 글쎄 성미산학교는 어쨌든 제가 공동육아를 해서 일방적으로 가는 학교가 아니라 같이 가는 학교 학생과 부모와 교사와 함께 같이 가는 학교라는 느낌. (질문) 일반 학교는 단절된 느낌이 있으셨나 봐요. 아, 예. 좀. (연구참여자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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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는 교재나 프로그램이나 그런 거는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전혀 새로운 걸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걸 적당하게 하려면 더 시간도 걸리고 ... 교육이라는 게 학교 다니는 게 교육이 아니자나요. 집에서 가르칠 수 있으면 그것도 되는데 여건이 안 되니까 기관에 맡기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는 저는 성미산 학교라는 선택지가 있어서 편하게 여기 보낼 수 있었는데 만약 그런 학교가 없으면 그냥 공공학교에 갈 수 밖에 없고 ,,, 애한테도 대안적인 삶이 있다라는 거, 애가 알게 되면 좋다라는 부분이 있죠. 대안학교 보낸다라는 게 그런 부분도 있고, 대안학교가 완성된 학교가 아니고 구체적으로 성미산 학교 하나 가지고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같이 지금 운동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그거는 어린이집도 마찬가지고 어린이집도 공동육아도 그냥 완성된 게 아니라 부모하고 교사하고 아이가 같이 지내는 거니까. (연구참여자 B)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 학교의 학부모들의 관계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부모들의 관계와는 상이한 특성이 있다. 이는 육아의 교육 단계 상(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아동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강화되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비해 매우 긴밀한 협력이나 활발한 참여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도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존재한다.

(질문) 인터뷰들을 해보니 공동육아 때 갖는 강한 결속력에 비해서 성미산 학교 분들이 갖는 결속력은 조금 낮은 편인 것 같더라구요.네, 저희 때도 그랬어요. 아무래도 학교니까. 그건 굉장히 다르죠. 25가구가 끈끈하게 뭉쳐져 살고 같이 애 키우고 그러고 살던 사람이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부모들이 조금 느슨해져요. 아무래도 자기 애의 정서를 학교에 좀 맡기는 경향성들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성미산 학교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서 초기에는 이동네 출신이 아닌 분들이 훨씬 대다수를 차지했었자나요. 어린 시절을 같이 안 보낸 아이들이 많은 거죠. 부모들도. 어린 시절 관계를 맺던 관계망이 끈끈하게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는데 오히려 이쪽으로 더 시간을 많이 안 보내게 되는 거죠. 그리고 성미산 학교 그 초창기의 복잡한 상황에서는 친해지는 사람은 친해지고 안 친해지는 사람은 안 친해질 수 밖에 없는(웃음) 그런 것도 있었고. (연구참여자 E)

예를 들면 학교 오는 횟수가 다르죠. 학교는 애가 1학년 때는 그렇지만 알아서 다니는데 어린이집 때는 데려다주고 찾아오고 그 때마다 선생님하고 만나고 이야기 하고 어린이집 때는 청소도 부모가 했었어요. 그리고 상반기 하반기 한 두 번 씩 교사 역할도 하고 그래서 훨씬 어린이집에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서 잘 알고 같이 했던 것 같고.

(질문) 성미산 학교도 (공동육아 협동조합처럼) 학부모 위원회는 있지 않습니까?네, 있습니다. 있는데 ... 저는 지금 XXX 위원회 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위원회 자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밖에 안 해요. 물론 위원회로서 행사 좀 많이 만들면 되는데 지금 약간 그 위원회 자체가 정체되어 있어서 활기가 없어서(웃음) 좀 문제인데 부모들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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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위원회에 속해서 활동 하는 걸로 되어 있지만, 어린이집 때는 거의 강제로 안가면 안 되는 분위기였는데 여기는 아니거든요. (연구참여자 B)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 중에 한 명은 아동을 계속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과 빈번하게 접촉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어린이집 생활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게 되는 반면, 성미산 학교의 학부모들은 1학년 때를 제외하면 아동이 스스로 학교를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와서 교사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비해서는 월등히 적다. 또한 연구 참여자 B의 이야기처럼 성미산 학교에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처럼 학부모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처럼 100% 의무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참여율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성미산 학교의 학부모들은 모두 공동육아를 경험한 후에 성미산 학교로 아동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성미산 학교부터 아동을 보낸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공동육아의 흐름과는 분명히 상이한 그룹들이 다수 혼재되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이어지는 긴밀한 관계가 성미산 학교 내부에서도 그렇게 형성되기는 어려운 측면들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사실은 그때 (성미산 학교를) 만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학교가 가지고 있는 파워나 영향력, 그 다음에 컨텐츠를 집약해 내는 능력 그런 것들은 학교가 없었더라면 성미산마을이 이 정도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저는 성미산 학교 만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질문) 성미산학교는 방금 부모들의 결속력이 강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공간으로 작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부모들의 결속력이 약하면 그렇게 되기 힘든 것 아닌가요? 학교 자체에 힘이 있자나요. 학교는 학교 자체에 힘이 있고 교사들의 힘이 있는 거죠, 저도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학교가 갖고 있는 관계망도 그렇고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고 부모들은 오히려 부모들의 힘은 내부의 결속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망들인 거에요. 예를 들면 동아리 문화는 사실 성미산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마을 문화활동을 얘기한다 그러면 성미산 학교의 영향력이 가장 커요. 제가 보기엔. 마을 극장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그런 영역들이 있어요. 그리고 작은 나무는 거의 성미산 학교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문화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각 모임마다 중요하게 관계돼 있는 컨텐츠들이 다른 거죠. ... 그렇기 때문에 성미산마을은 다각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거죠. 내용이 풍부해지는 거고. 사실 방과후 때도 그런걸 알긴 했지만 애들이 초등학교를 가고 커가면서 부모들은 더 재밌게 살거든요.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성미산 학교는 쉽게 할 수 있는 거죠. 자기 관심사에 따라 착착 모이니까. (연구참여자 E)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 학교가 성미산마을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학부모들의 결속력이 공동육아 때처럼 매우 긴밀하지 않게 때문에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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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욕망에 따라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그를 통해 컨텐츠들이 축적된다는 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미산 학교 초기에는 위원회를 통해 일이 결정되고 추진되던 경우가 많았으나 성미산 학교가 점차 안정되면서 학부모들의 참여방식이 위원회 활동 중심에서 동아리 중심으로 바뀌어 가게 된다. 예를 들어 도서관위원회가 초기에 도서관 운영자금의 모금이나 사서 채용문제를 고민했다면 이후에는 이러한 일들은 운영위원회로 넘기고 부모를 위한 ‘책읽기 모임’을 꾸리거나 마을 동네 책 축제와 같은 일들을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학부모들이 학교에 참여하는 방식이 단순히 학교의 행정과 운영을 같이 하는 수준이라기보다는 느슨한 학부모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저는 지금 책읽기 모임 동네 열 명이서 하는 책읽기 모임이 있어요. 두 주에 한 번씩 돌아가는데 자기가 읽고 싶은 책 중에서 돌아가면서 열 명이서 나는 책 읽고 싶어 자기가 선정하는 거예요. ... 성미산어린이집 출신 아빠들이 처음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미산어린이집 출신, 성미산학교 이렇게 섞여서 열 분 정도 모임을 책 읽는 모임을 하고 있고. (연구참여자 G)(질문) 지금은 동네 책 축제는 어디서 주로 담당합니까?동네 있는 책방들과 조그만 도서관들이 같이 해요. 여기도 그렇고, 조그만 도서관들이 여기에 많이 있어요. 그런 곳들이 모여서 작년부터 마을 동네 책 축제라는 걸 시작했죠. 이 지역에 도서관련 단체나 출판사, 기획사가 많으니까 그런 도움 받으면서 하고 있습니다.(질문) 그러면 책 축제가 성미산 학교에서 맡고 계신 도서위원회와 관련이 있는지요?네. (웃음)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 애 데리고 이번 주 포스터를 붙이는 걸 같이 했는데. 생각해보니 포스터 붙이는 작업을 많이 했네요. (웃음) (연구참여자 B)

아동들이 성미산 학교로 진학하여 육아에 대부분의 시간을 전념해야 했던 상황을 벗어나게 된 상태에서 많은 학부모들은 자신이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성미산마을에 존재하는 다수의 동호회나 활동들은 오히려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서 자신들의 시간을 좀 더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학부모들을 동력으로 하여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성미산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극장, 작은 나무 등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통해 성미산마을의 문화적 차원을 매우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성미산 학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대안교육을 지속적으로 연결하여 마을 주민의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거주의 지속성을 담보하여 마을 형성에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육아의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부모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욕망을 마을을 매개하여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보론 2 - 성미산마을 주민의 자녀교육 패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성미산 학교가 마을을 형성하는 주된 동력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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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나 성미산마을의 모든 학부모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성미산 학교의 경로를 거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패턴을 보인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동을 보냈지만 학교는 일반 공립학교를 보내는 경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거치지 않고 성미산 학교부터 아동을 대안교육에 보내는 경우, 성미산마을에 거주하지만 공동육아와 성미산 학교에 아동을 보내지 않고 전부 일반 공교육에 보내는 경우조차 존재한다. 여기서 자녀 수가 여러 명일 경우에 교육패턴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성미산마을 주민의 자녀교육 패턴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성미산 학교의 절대적인 인원의 수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즉, 성미산마을이 육아와 교육을 중심으로 결집된 공동체라고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다양한 패턴들이 겹쳐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사례들 중에서 몇 가지 유의미한 패턴들을 분석하고자 하는데, 인터뷰 사례의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확정적인 형태이라기보다는 성미산마을 내부에 교육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다양한 결들을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수준에 한정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공교육 참여형

일단 아이 7살 때 성서초등학교냐 성미산학교냐 고민 많이 했었고 남편과 이야기 많이 나눴는데, 남편은 아이한테 굴곡이 필요하다, 계속 안전망만 주어지면 이 아이가 나중에 어려움 어떻게 헤쳐 나가겠느냐, 스스로 혼도 나보고 좌절도 해보고 그걸 극복할 수 있게 도움줘야 하지 않느냐 남편이 이야기 하고 저는 어쨌거나 어린아이는 힘이 없어서 교사에게 당할 때, 그 때 어떻게 할래 하니까 그럼 싸워야지 하고 학교일에 적극적으로 일을 해야지 해서 그럼 어린이집을 전체적으로 내가 활동했으니까 학교는 너가 가서 운영해라 해서 남편이 알았다 전제조건을 걸고 성서초등학교를 보냈고요. 보내고 일 년은 적응하느라 있었고 2년째는 저도 2학년 반에 토요일마다 학교 가서 전래놀이 진행을 하고, 그러고 나서 작년에 학교에서 재능기부 교사를 모집했어요. 그래서 재능기부로 수업 시간에 놀이 활동 했고요. 올해도 하고 있고요. 제 아이 반에서는 책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이를 선생님께 무조건 맡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남편은 학교 운영위원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C)

연구참여자 C의 경우 아동을 공동육아에 보낸 이후에 성미산 학교로 보내지 않고 일반 공립학교로 보낸 사례이다. 위의 이야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아동을 일반 공립학교에 진학시켜 그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자립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으로 일반 공립학교에 진학시켰으며, 대신 학교의 운영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는 전략을 선택한 경우이다. 특히 성미산 학교가 세워지기 전에 대안교육을 지속하려면 성미산마을을 떠나야 할 수 밖에 없었던 학부모들의 경우에는 성미산마을을 떠나기보다는 성서초등학교와 같은 일반 공립학교에 아동을 진학시키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습득한 방식으로 학교의 운영에 적극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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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반드시 대안교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반 공교육 내부의 참여를 통해 기존 공교육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제 경험하고도 관계 되는데 저는 공교육이 그렇게 싫지 않았거든요. 제가 다니는 학교 과정이 그렇게 끔찍하게 여겨졌다거나 그런 생각을 별로 안하고 살았어요.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배울게 많았으니까. 그런 것들이 남편이나 저나 비슷했기 때문에 저희는 대안학교를 하면 좋다는 건 알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된다라고 하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집은 아니었거든요. ... 그리고 대안학교를 만드는 방식에 저는 좀 동의하지 않았던 거에요. 대안학교를 만든다면 저는 네트워크형 학교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지역에 있는 모든 교육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식이어야 동의가 안됐던 건데, 일단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하거구요. (연구참여자 E)

그런데 성미산 학교가 그 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더 말할 수는 없는데 ... 또 그렇다고 성미산 학교가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학교 상은 아니거든요. 우리 동네 있는 학교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보내고 싶거나 지금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관심을 조금 더 가져야 되는 건데, 만약에 내가 보내고 싶은 대안학교였다면 대안학교를 절실하게 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좀 많이 알아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해요. (연구참여자 A)

또한 일반 공립학교로 아동을 진학시킨 이유에는 대안교육을 제공하는 마을학교로서 성미산 학교 자체에 대해서도 마을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연구참여자 E의 경우에는 성미산 학교가 설립되어 마을에 핵심적인 역할을 이후에 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하나 네트워크형 학교의 방식으로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사례이고, 연구참여자 A의 경우에도 대안학교로서 성미산 학교가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교육 모델에 적합한 경우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의 경우, 반드시 아동을 대안학교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성미산마을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하면서 일반 공립학교로 아동을 진학시키는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육아를 한 부모들이라고 할지라도 초등학교부터 진학 방식에는 공교육에 대한 선호, 대안학교의 모델에 대한 의견 차이, 아동의 적응 정도와 특성에 따라 상당한 편차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마을 교육형

(성미산학교를) 살짝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일단 뭐 경제적으로도 쉽진 않은 건데, 내가 이 지역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거구요. 아이를 우리 집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는 성미산 학교를 보내서 내가 좀 더 엄마인 제가 행복하지 않은 것 보다는 얘를 성서 초등학교를 내보고(웃음) 실제로는 마을이라는 큰 그릇이 있었으니까, 아예 그게 좀 초기처럼 없었으면 학교를 보냈을지도 모를 거 같아요. 거길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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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그게 해결되니까. 지금은 워낙 이제 이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큰 아이이기 때문에 학교가 어디냐는 그다지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성서초등학교를 보낸 거고 만약에 이 아이가 대안교육을 선택하면서 중간에 만약에 얘기하면 그럼 그때 선택하자, 그렇게 했죠. (연구참여자 A)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데도 (성미산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는 애들이 많더라구요. 경쟁률도 높고 집사람이랑 많이 이야기를 많이 했죠. 공부도 좀 알아보자. 홈스쿨링 하는 집에도 물어보고 대안학교 갔다가 일반 학교 들어간 후배도 있어 걔한테도 물어보고 성서초등학교 다니는 선배 조합원들에게도 물어보고 책도 읽고 결론적으로는 애엄마가 그런 얘기를 듣고 마음이 선 것은 그 한마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가 대안적이지 않으면 대안학교에 아이가 대안적으로 살 수 없고 그 말하고 그 말이 많이 마음이 움직였고 정해져 있는데 싸우기 싫더라구요 ... 마을을 믿었죠. 마을 자체가 분위기가 그러니까 ... 성미산학교 굳이 안 가더라도 마을배움터도 있고 사람들도 사람 관계 속에서 엄마아빠들 생활하는 거 살아가는 거 보면서 배우지 않을까. (연구참여자 G)

많은 연구참여자들이 성미산 학교의 높은 교육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성미산 학교를 보내지 않은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 앞서 설문분석에 따르면 성미산 학교를 보내지 않은 이유에서 2순위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학부모들이 단순히 교육비용의 부담만으로 성미산 학교를 보내지 않기보다는 마을의 네트워크들이 이미 잘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마을 자체만으로 아동을 키우기에 충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내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연구참여자 A의 경우 성미산 학교의 교육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마을이라는 큰 그릇을 통해서 마을 자체가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보았고, 연구참여자 G의 경우에도 마을이라는 틀 속에서 주변 어른들의 관계를 보고 충분히 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공교육으로 아동을 진학시키기로 선택한 사례이다. 이 경우는 성미산마을이라는 지역공동체에 대해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피곤했어요. 우리 어린이집에서 내가 조합원들 하고 거의 한 10년을 그렇게 산거잖아요. 교사로 5년, 부모로 5년 살았는데 이정도면 됐지. 학교가면 또 12년을 그러고 살아야 돼요. 동일한 사람들 하고. 숨이 막힐 것 같더라구요. 저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아마 그게 은연 중에 있었을 거고, 표현되는, 그럼에도 제가 너무 좋았으면 우리 어린이집 보내듯이 경제적 어려움 이런 건 감수하고 선택했겠죠, 그런데 즐거울 거 같지 않은 거지. 그렇게 해서 했는데 오히려 그 관계를 유지해야 되고 하는 게 더 피곤할 거라는 생각에 저는 그래서 우리 아이도 조금 더 그냥 다른 사람들 많았으면 좋겠는데, 겉으로 그렇게 얘기 하면서 잘 설득해서, 1학년 때는 그래서 조금 힘들어 했었고 지금은 성서 초등학교 가기를 잘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A)

이후 특성 분석에서 좀 더 자세하게 논의하게 되겠지만 연구 참여자 A의 경우에는 관계의 동질성으로 인한 피로도 때문에 일반 공교육을 선택한 배경 또한 존재한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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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교사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부모로서 같은 마을 주민들과 너무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니 성미산 학교를 갈 경우 기존의 주민들과 다시 12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한동안 경험한 부모들이 어느 정도 보여주는 특성이기도 하다.

• 마을 육아형

네. 그래서 저는 소행주라는 공동주택 안에서 그런 것들을 좀 풀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죠. (질문) 오히려 그런 경우는 공동육아를 통해서 해결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신 건가요?네, 주거를 해결하면서, 주거를 통해서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 가는. 그러니까 이 마을에서 이렇게 보면 공동육아를 하지 않더라고 다양한 활동영역이 많아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생협의 조합원으로서의 영역이 있는 거고, 그리고 되살림 가게, 민중의 집, 최근에는 마포 의료생협. 그러다 보니까 활동들이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본인이 뭔가 하게끔 되어 있거든요. 그걸 하면서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관계 같은 것을 통해서 자신의 어려움도 풀어내고 그러면서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거죠. 공동육아와 대안학교가 큰 영역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소소하지만 큰 흐름들이 많이 있어서, 그렇게 풀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연구참여자 I)

연구참여자 I는 성미산마을의 주민으로 생활하면서도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도 성미산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일반 어린이집→일반 공교육으로 보낸 경우이다. 연구참여자 I는 2005년에 성미산마을로 이주했고, 후에 주거문제를 고민하다 소행주(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소행주는 일종의 코하우징(co-housing)와 같은 공동주거방식으로 단순히 집을 사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2010년 9월에 소행주 공동주택 1호가 착공되었다. 연구참여자 I는 소행주에 입주하게 되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나 성미산 학교에 아동을 진학시키지 않고 소행주와 같은 공동주택을 기반으로 공동육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즉,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아동을 함께 키운다는 방식을 공동주거를 통해 해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성미산마을이 보다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에 의존하지 않고도 마을 자체에 생성되어 있는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육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육아를 보내려고 상담을 하러 갔는데, 다 좋았는데 보육비가 만만치 않았어요. 출자금을 한번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라 해서 한 번에 크게 마음먹으면 돼는 거지만, 월별로 내는 보육료가 일반 어린이집의 0.7~0.8배 더 높았으니까. 그래서 마음을 못 먹게 되더라구요. 그게 공동육아를 하지 않은 가장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그때도 생각이 많이 어렸었고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공동육아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좀 더 일반적인 다수가 선택할 수 있는, 그래서 그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뭔가 바람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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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형태.. 그렇게 돼야 하지 않을까..(질문) 보편적인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하신 건가요?네, 그러니까 누가 특별히 마음을 먹고 어떤 조건이 돼야 가능한 그런 교육의 형태보다는 ...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형태가 돼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지금의 공동육아는 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리고 교육이나 보육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일부 소수가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그런 것도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공동육아나 대안교육은 크게 많이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I)

연구참여자 I의 경우에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의 교육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기는 했으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와 같은 대안 교육이 결국 소수의 인원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모델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안교육 자체를 선택하지 않았던 배경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은 ‘공교육 참여형’의 학부모들의 경우에도 다수 나타나는데, 앞서 설문분석에서 제도교육을 선택한 이유의 1순위가 ‘가장 보편적인 교육이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한 경우에도 초등학교 이후 교육 자체는 대안학교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성미산 학교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들이 존재한다. 연구참여자들 가운데 이러한 경우는 물론 소수이나, 연구참여자 I의 경우에는 육아 자체를 성미산마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심지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도 아동을 보내지 않은 경우이다.

그러니까 그게 워낙에 그 관계들이 이미 형성돼 있자나요. 어린이집 경험이나 대안학교를 통해서,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의 경우에는 부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모임들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러면 거기에서 자체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면 이 사람들도 또 새로운 사람을 위해서 뭔가 시간과 품을 더 내야 하는 거기 때문에 좀 피곤해 질것 같기는 해요.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같이 할려고 했을 때, 새로운 기류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을 받는. 이건 그 사람들이 줬을 수도 안줬을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 거죠. ... 또 어떨 때. 최근에 홈플러스 입점반대 망원시장 살리기를 하면서, 망원시장 분들이랑 동네분들이랑 천막농성도 하고 문화제도 하고 같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촛불집회를 일주일에 한번 씩 해요. 그런데 그 소식을 저는 접하지 못했어요. 첨에 할 때는 생협에서 조합원들한테 그런 메시지를 남겼거든요. 그런데 생협도 여력이 없다보니까 첨엔 알렸지만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그게 이어져 오고 있지 못하는데요. 저는 재벌의 횡포 이런 것이 마을에까지 침투하면 안 되겠다는 이런 생각에서 망원시장을 꼭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천막농성도 같이 가고 이랬는데, 만약에 촛불집회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저녁을 일찍 먹고 애들이랑 같이 서둘러 갔었을 텐데, 그런 정보가 없었던 거죠. 그런 정보가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에는 다 있는 거죠. 그런 관계들이 형성이 돼 있으니까. 그럴 때. 정보로부터의 소외?(웃음) (연구참여자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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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우 의도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를 통해 형성된 그룹으로부터 약간 거리감을 느끼거나 이러한 집단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을 입수하는 속도가 느린 경우들이 존재한다. 이는 기존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의 관계망이 내부적으로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성미산마을에서 육아를 위해 성미산마을에 이주해왔다고 하더라도 생협이나 기타 활동들을 통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와 관계없이 육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마포두레생협

성미산마을에 위치한 마포두레생협은 2001년에 창립된 마을생협이다. 마포두레생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보다는 늦게 설립되었지만 성미산 학교 이전에 설립되었는데, 성미산마을에서 공동육아를 기점으로 지역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경로로서는 마포두레생협이 성미산 학교보다 시기적으로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즉, 먹거리 생협을 통해 육아에 대한 관심을 ‘먹거리’를 중심으로 지역으로 확대하여 ‘생활’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마포두레생협을 설립하게 된 계기 역시 마을 내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는 성미산 학교와 유사하다. 이렇게 볼 때, 성미산 학교와 마포두레생협 모두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부터 출발한 마을 내 관계가 좀 더 다양한 관계의 네트워크를 통한 마을의 지속이라는 목적을 갖고 추동된 활동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질문) 어느 순간부터 마을 얘기를 하셨던 거군요?그렇죠. 아마 그 계기는 생협 만들 때였을 거 같아요. ... 생협을 만든 이유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만든 거였거든요. 어린이집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과 마을이 뭘 해야되지? 이러면서 생협을 만든 거라서, 아마 그럴 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래도 좀 자연스럽게 그냥 간 거죠. (연구참여자 A)

마포두레생협은 한국이 생협계에서는 좀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어요. 일단 안전한 먹거리 공급 사업이라고 하는 그 사업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사업인데 더불어서 마을 만들기를 모토로 삼은 첫 번째 생협이에요. 그리고 생협구역도 다른 지역이 몇 개의 시를 거치는 거잖아요. 서울시 전역을 한다거나 그러잖아요. 그게 아니라 성미산 반경 1-2km를 모토로 삼은 거죠. 그 지역 안에서 밀도 있는 관계를 만든다는, 그래야지만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생협이 될 수 있다는 방향을 잡은 거죠. 지역과 생협을 결합시키는 것을 방법으로 삼은 첫 번째 생협이었으니까요 ... 그러면서 어떻게 지역과 결합할 것이냐에서 잡은 게 교육활동이었죠. 고학년 아이들 방과후 활동, 그런 것들을 위한 조합원 교육활동도 하고 모임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그게 우리 마을 꿈터였구요. (연구참여자 E)

일반적으로 먹거리 생협들은 도시 소비자와 인근 지역의 생산자 사이에 직거래를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공급하는 목적을 갖고 있으나, 마포두레생협은 다른 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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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먹거리 생협과는 달리 독특한 측면들을 갖고 있는데 첫째로는 ‘마을 만들기’를 처음부터 모토로 삼은 생협이라는 점이다. 이는 조합원의 범위 자체를 생협 매장을 중심으로 2km 이내에 사는 주민들을 조합원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잘 나타난다. 일반 먹거리 생협들이 마을보다는 좀 더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마을 ‘규모’의 문제를 고민했다는 점은 ‘지역’에 역량을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는 지역과의 결합을 위해 방과후 학교와 같은 교육 활동을 시도했다는 점인데, 이는 단순히 생협이 먹거리 유통만을 목적으로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틀로서 생협이 기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질문) 초반에 특히 생협일과 마을일의 구분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네요.없었지요. 거의 맨날 생협에서 마을일 얘기하고 어린이집 얘기하고 그 안에서 그랬었죠. 한 3-4년간. 그리고 그 기간이 성미산 싸움 기간이었기 때문에 성미산 싸움의 거의 중심 역할을 초기에는 했었어요. 마을 축제도 여기서 주관을 했고 연결하고 그런 일들을 다 같이 했었기 때문에 성미산 싸움할 때 마포경찰서에서 조직도를 그렸는데 그 수괴가 마포 두레 생협이였어요(웃음). 그걸 보고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연구참여자 E)

그리고 이제 생협도 더 커졌고. 생협도 좀더 조직적으로 안정이 되면서 아예 이쪽 지역을 담당하는 조합원들의 모임이 따로 생겨나고 거기서 그 위원장이 알아서 좀 하는 것도 생겨나고 뭐 이렇게, 그런데 옛날에는 마포 두레 생협이 통째가 다 성미산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거죠. 인정하기 시작하는 거죠. 마포 두레 생협이 다 우리 거는 아니구나. 그 일부가 우리 마을에 있는 거고 그 일부와 관계 맺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마포 두레 생협 전체를 통으로 관계 맺으면서 전체의 협력을 받고자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럴 능력이 안되는 거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제 생협도 조직을 정비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졌죠. 생협이 칭찬을 받지요 요즘에는. 잘하고 있다고.(웃음) (연구참여자 A)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마포두레생협은 상당 기간 동안 성미산마을에서 대다수의 마을 일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마포두레생협이 설립 이후로 마을 내에서의 생협의 역할이 일관되었던 것은 아니다. 마포두레생협의 전체 역사를 기술할 수는 없으나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마포두레생협의 설립 이후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기점으로 생협이 마을 활동을 주도하는 역할이 가장 활발했다면 성미산 학교가 세워진 이후에는 생협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마련하는 시기에 한동안 접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성미산 학교가 생기면서 생협에서 지역과의 연계를 위해 운영하던 꿈터의 역할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생협이 굳이 그러한 역할의 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생협의 초기 단계에는 생협의 정체성 자체가 마을이었다면 성미산 학교의 설립을 기점으로 마을 활동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대략 2005년부터는 생협의 고유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로 마포두레생협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생협의 핵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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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키우는 작업들에 집중하다가 2010년부터 지역과의 결합을 준비하여 마을 운영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비누 두레라든가 한땀두레 같은 경우, 되살림두레 같은 경우도 다같이 생협에서 시작한 조직들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치면 그렇게 해서 활동가들이 꾸준히 커가고 있는 거죠. 그리고 초기에 이사회 구성했던 인원들은 마을로 흩어져 간 거구요. 마을 활동 영역으로 다 흩어져 갔고, 다시 생협에서 성장하셨던 주부들 중심으로 생협이사들이 새롭게 꾸려진 상태에요. (연구참여자 E)

오랜 역사에 걸친 생협의 변화과정에도 불구하고 마포두레생협은 특히 마을주민들의 생활의 필요를 해소하는 조직들을 만들고 인큐베이팅 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생협 내부에서 조합원들이 단순히 먹거리의 소비자로 남지 않고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영역들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필요’와 ‘노동’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땀두레’, ‘되살림 두레’, ‘비누두레’, ‘돌봄두레’와 같은 두레들은 생협 조합원들의 협동 노동으로 창업한 사례이다. 이뿐만 아니라 '동네부엌‘과 같은 경우에도 생협을 중심으로 출자하여 탄생한 마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생협의 활동을 통해 조합원들이 스스로 마을 기업과 같은 사업체들을 만들게 되면서 스스로 마을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나가고 동시에 이러한 방식으로 성장한 마을 주민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마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구조를 이루게 된다.

생협은 어느 순간부터 옛날엔 의식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든지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자꾸 먹거리 안전문제 생기며 파동일 때마다 조합원 수가 팍 늘죠. 지금 보편화된 측면 있죠. 조합원이 3500가구 넘으니까. 우리 커뮤니티 멤버를 벗어나는 거죠. (연구참여자 H)

절대적인 숫자로 봐도 굉장히 일반 지역 주민이 훨씬 많고요. 몇 배가 많은 편이고. 실질적으로 생협 안에서 활동 하시는 부분들을 보면 반반 정도 돼요. 공동육아 활동을 하시거나 또는 생협 조합원으로 들어왔다가 공동육아 활동에 참가하시거나 그런 분들, 성미산 학교 조합원들, 상당히 많죠. 활동하시는 분은 상당히 많고. (연구참여자 E)

앞서 살펴본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에 비교할 때 마포두레생협은 가장 이질적인 집단 구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마포두레생협의 경우에는 공동육아 협동조합이나 성미산 학교의 구성원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참여자 H가 이야기한 것처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반드시 육아나 지역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생협에 가입하게 되는 조합원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두레생협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마을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 초기 설립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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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했어요. ...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신이 주가 되었는데 하다가 진행이 잘 안 되고 막히고 ... 맨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서 새로운 동력도 없거든요. ... 그런 분위기를 확 바꾼 게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거든요. 지금 이사장 하시는 분은 주로 마을도 잘 몰랐던 분이고 성미산마을이 있다는 것도 잘 몰랐던 분인데 뜻이 좋아서 인터넷 보고 오고 다른 분들도 ... 그냥 인터넷 보고 오신 분들이거든요.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또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연구참여자 G)

생협에서 2006년 이사회 할 때, 홈페이지에서 별명을 쓰는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했었어요. 홈페이지에서 사람들이 별명을 쓰는 거에요. 그리고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조합원이 많지 않았으니까. 초기 조합원들은 다 공동육아 조합원들이었잖나요. 그런데 그 아닌 분들이 소수였죠. 자기는 그런데 지역이나 자기들끼리 너무 친한 거에요 이 사람들이, 그러니까 상대적 소외감도 많이 느끼는 거고. ... 홈페이지에 '해바라기'가 뭐 어쩌고 이렇게 올리면 해바라기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이런 거잖아요. 짜증나게 이 별명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자기는 별명이 없는데 괜히 이게 막 싫어지는 거죠. (연구참여자 A)

마포두레생협이 갖는 구성원의 다양성 덕분에 생협은 오히려 일반 주민들을 조합활동을 통해 마을의 주민으로 참여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연구참여자 A의 말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성미산 학교 등의 문화에 익숙한 마을 주민과 그렇지 않은 조합원들 사이에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들이 부각되었던 측면들이 있었으나 오랜 시간을 거쳐 생협을 통해 공동육아를 모르던 일반 조합원들이 공동육아에 아동을 보내는 경우들이 발생하면서 문화가 섞이고 경계들이 점점 희석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현상들이 점차 완화되었다. 마포두레생협은 현재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와는 달리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생협에 핵심인력들을 길러내서 마을 주민들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특징적 개념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이 집단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성미산마을 주민들을 산출하는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공통된 특성들을 보여주는 측면들 또한 존재하며 이러한 측면들이 성미산마을의 공통된 특징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특징적 개념들을 차례로 분석하고자 한다.

가족중심성 - 육아와 교육

성미산마을이 자녀의 육아와 교육을 위해 이주한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마을의 주요 준거집단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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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성미산 학교는 그 자체로 육아와 교육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며, 마포두레생협도 육아에 대한 관심이 ‘먹거리’로 확대되어 설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과의 만남을 위한 사업을 처음에 ‘교육’으로 잡았다는 점에서도 육아 및 교육과의 연관성이 분명하다 또한 설문조사 분석에서도 수치 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30대와 40대의 자녀가 있는 핵가족이 성미산마을 주민의 36.5%와 54.8%를 이루며 독신 가구는 6,3%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족중심성은 자녀를 매개로 부모들이 긴밀한 연결망을 구성하여 마을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동인이 된 것은 분명하나 표준적인 핵가족 구성이 아닌 주민들(비혼, 미혼, 노인계층 등)에게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문화가 형성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다양한 층들이 이 동네에서 살 수 있으려면 연결 고리가 있어야 되는 건데 이 동네는 지역이 나뉘자나요. 소공동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인데, 어느 소공동체에도 속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속해지지 못하는 곳이 여기죠. 그나마 생협 조합원으로 들어와서 생협 조합원 안에서 관계망들을 형성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요. 아니면 극장이나 이런 연결고리들을 통해 들어와서 동아리에 들어가는 경우, 그런 정도인 거죠. 이 동네가 갖고 있는 특징들은 자기의 작은 네트워크가 없으면 큰 네트워크도 몇 개 안된다는 건데 ... 아니면 그냥 생협을 이용하거나 카페를 이용하거나 이런 정도 밖에는 관계할 수 없는 곳인 거죠. ... 그러니까 그런 분들이 관계 맺는 방법은 교사로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자리 잡으신 분들이 있죠. 아니면 이제 일자리들이 생겼으니까 일을 하면 들어올 수 있죠. 예를 들면 생협에 직원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니면 식당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이런 일자리들이 있으니까. 그런 일자리를 통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생길 수 있구요. (연구참여자 E)

이러한 가족중심성에 의해 형성되는 경계선은 단순히 핵가족이 마을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성미산마을이 초기와 달리 매우 분화된 형태를 이루게 되면서 모든 모임들이 가족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미혼 및 노령 가구들이 마을에 접속하기 어려운 것은 마을로 진입하려는 비미혼 주민들이 접속 가능한 마을 내 네트워크를 쉽게 찾기 어려운 측면 때문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의 교사, 성미산마을 내 마을 기업들의 일자리들, 극장, 마포두레생협 등을 통해 성미산마을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이 가장 용이한 방식으로 보인다.

성미산마을이 교육, 보육의 핵가족 중심이라 그런 문화에 비혼, 미혼, 어르신 세대들이 함께 하기 쉽지 않지 않냐는 건데, 그러면 그런 어르신이나 미비혼 청년들이 그러면 어디서 다른 세대랑 결합해서 어울릴 관계망이 있냐는 거죠, 한국사회에 없죠. 이미 한국사회는 관계망 다 깨지고 있고 아시겠지만 1,2인 가구 비율이 3,4인 가구 비율을 넘었죠. 그래서 기존 핵가족 제도도 깨지고 해체되는 상탠데 다른 어디서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느냐는 거죠. ... 그래서 청년세대들은 사실 이곳 아니어도 어디 가도 관계망에 끼기 어려운 문화인데 ... 여기선 가족들 중심으로 관계망이 복원되기 시작했다는 거죠. 다만 아직 더 다른 세대로까지 넓어지지 못했다는 거죠.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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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있어요. 마을 공동 일하니까 고민이 되죠. 다만 기존 패러다임으로 안 된다는 생각은 있어요. 의제적으로 접근하는 것, 청년이 없으니까 청년이랑 같이 해야겠다 이런 건 아니죠. 청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주적 활동하는 것이 마을과 접속해 들어와야지 마을이 그들을 끌어안는 건 실패할 거라 생각해요. (연구참여자 D)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마을 내부에서 핵가족 이외 형태의 인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주민들은 상당수 존재한다. 여기에는 성미산마을이 모둔 종류의 사람들을 꼭 수용하려고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비미혼 및 노령 가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들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성미산마을 자체가 다양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실마리들도 존재한다.

그렇죠. 애 얘기 못하니까 대화 끼기 어렵기도 한데 시간 가면서 변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애들 얘기보다 자기들 사는 얘기가 많아졌어요. 이미 관계 형성되고 시스템 있고 애들 얘기할 공간이 따로 있으니까 다른 얘기해요. 동아리 뭘 할까, 재밌는 일 없을까, 성미산 공원, 사회적 일자리 새로운 이슈가 많죠 ... 또 동아리가 많아요. 자기들 취미나 하고픈 걸 하는데 ... 요샌 젊은 친구들도 결합하기 용이해지고 있죠. 동아리 하면 하고 싶은 사람이 다 가고 하니까. 경계가 없어지고. 처음 온 사람들이 50을 넘어가고 애들 다 크니 어른들만 있잖아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애보다 주거문제 얘기도 하면서 이슈가 늘어났죠. (연구참여자 H)

그 고민은 다른 동네도 하는데 그 벽은 깨지고 있다고 봐요. 지금은 관계가 육아, 보육에서 경제, 문화 다양한 영역으로 가잖아요. 극장, 반찬가게, 마포에프엠, 축제 통해서 역영 넓어져서 종합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소행주 2호 주택에도 싱글여성 주택이 있잖아요. 마을도 보육뿐 아니라 어르신까지 다양한 그룹과 함께 하는 거 고민하는 거죠 ... 그런 고민을 10여년 전에 했는데 지금이 또 그 시점이에요. 부모, 아이들, 가족끼리가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걸 마을이 고민하는 시점인 거예요. 마을살이는 가족 있는 사람뿐 아니라 청년,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있지 않냐는 거죠. (연구참여자 F)

성미산마을이 이전에 소수의 부모들로 긴밀하게 구성된 공동체였을 때에는 모임의 중심 화두로 자녀에 대한 수다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 많았으나 마을 내부에 다양한 동아리나 모임들이 형성되면서 각각의 모임에서는 해당 모임에 맞는 주제들을 논의하게 되는 분위기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측면들이 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자녀를 매개로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연결지점들이 차츰 늘어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성미산마을 초기 구성원들의 자녀들이 성장하여 육아와 교육의 부담에서 거의 벗어나면서 노년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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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지향성

성미산마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의 강력한 긴밀성이다. 성미산마을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아동들을 부모들이 서로 돌봐주는 돌봄의 공동체는 현대의 일반적인 이웃관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강한 연계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계는 마을 전체에 일반화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닐뿐더러 성미산마을의 역사에 따라 일종의 변화들을 보여준다.

성미산 학교 초기만 해도 ... 성미산 학교 사람들 모두 알아야 했어요 우리가. 성미산 학교를 만든 분들은 그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대개 밀접했고 마을에서 체육대회도 많이 했고 마을회의도 항상 같이 했고 모두가 다 소통하면서 지내야 했던 규모였죠. (연구참여자 A)

처음엔 다 알았어요. 마을이라는 서른 몇 명의 사람은 뭘 하는지 다 알았어요. ... 지나가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외부사람들은 길을 지나가면서 그렇게 동네에서 이 사람 저사람 아는 경우 없어요. 그냥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가게 되지, 골목은 사람들 다니는 통로일 뿐이지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근데 이 동넨 이루어진단 말이에요. ... 아는 사람끼리 만나서 얘기를 행복하게 하잖아요. 야, 너 요새 뭐 했어? (연구참여자 C)

성미산마을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망이 아주 크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육아를 바탕으로 형성된 긴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관계는 현대 사회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친밀성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부여하기도 하나 동시에 이러한 관계로 인해 피로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질문) 그런 식의 긴밀한 관계가 강할 때 그로 인한 피로감은 없으셨습니까?당연히 어린이집 때는 피로하죠. 왜냐하면 직장 생활도 해야 되고 애도 키워야 되는데 회의 맨날 죽자살자 하고 피곤하긴 해요. 그리고 사실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 쓰지 못한다고 하는 미안함도 있는 거고. 그것 때문에 남편하고 싸우고. 그런 것들이 상당히 피곤한 부분이 있죠. 그런데 그런 정도의 강도로 유지되는데는 어린이집 밖에는 없거든요. (연구참여자 A)

예를 들면 너무 많은 걸 사람들이 알아요. 사생활 보호가 안 됐었구요. 하나의 예인데, 저는 생협에 다니는데, 제가 전날 밤에 동네 사람들하고 술을 먹을 수도 있잖아요. ... 그런데 회사에선 여기에 대해 몰라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다 알고 있고 막 이런 것들. 굉장히 피곤하죠. 작게는 이런 거고. ...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들 다르니까 어떤 분들은 또 커뮤니티 안에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친하게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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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맨날 만나고. 일하는데 저녁밖에 시간이 없잖아요. 저녁에 계속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친목을 쌓고 싶어 하거나, 그런 것도 개인적으로 좀 부담되고, 저녁에 집안에서 쉬고 싶으니까. ... 또 아는 사람이 많은 것도 피곤한데 왜냐하면 그런 일로 얽히는 일들이 많거든요. ... 한 때는 질문 받는 걸 내가 싫어하는 사람 같이(웃음). 질문을 사람들이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너무 많이 뭘 물어봐요. (연구참여자 A)

연구참여자 A의 이야기에는 사생활 보호 불가능, 이웃의 과도한 개입이나 호기심, 뒷담화, 개인의 시공간 확보의 어려움, 소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인간관계에 따른 문제 등 긴밀한 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종류의 거의 모든 피로감이 나타나 있다. 설문 분석에서도 ‘마을활동의 의무감 및 피로감’, ‘마을주민들의 뒷담화’, ‘이웃의 원치 않은 간섭’이 각기 27%, 11.5%, 5.9%로 해당 항목들을 관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항목들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차지한다.

그때만 해도 조직들이 30개 안됐죠. 큰 게 생협, 공동육아 4개, 방과후, 학교, 작은 나무, 부엌, 차병원... 동아리까지 따져서. 1주일에 어떤 날 맘먹고 세네 시간 30개 단체 모임 게시판 훑는 거죠. 그러면 1주일 동안 무슨 일 있었고 다음에 계획하는 거 알 수 있었어요. 마을 일을. 근데 어느 순간 알 수가 없어요. 지금 70개 되거든요. 너무 힘들어졌어요. 무슨 일 일어나는지 개인이 다 알기가. 관계가 중충화 된 게 실감되죠. (연구참여자 D)

어느 정도 더 커지고 대개 다양한 것들이 많이 생겨난 거죠. 기관들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끼리 자생적으로 하는 많은 것들이 생겨나면서는 이제 더 이상 누가 누구를 알고 막 이런게 없게. 저는 지금의 이 상황이 참 좋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거를 마을에게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에요. 직업이나 이런 거 말고. 활동가 정신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지는, 자연인으로서 그런 마음이 좀 나는 거죠. 그래서 요즘에는 성미산 회의도 대개 재밌고, 오히려 성미산 싸움과 관련해서 예전에는 책임감 막 너무 이랬는데, 지금은 그냥 동네 주민으로 가서 앉아있어도 되는 거고,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 하고,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되면 그냥 자연스럽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하고,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하고 싶고. 이런 마음이 다시 이렇게 올라오는 것들이 생기더라구요. (연구참여자 A)

이러한 관계의 긴밀함으로 인한 문제들은 2004년부터 성미산 학교가 설립된 이후로 육아 및 교육에 관심을 가진 가족들이 급격히 많이 이주하게 되면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해소되어 갔다고 할 수 있다. 성미산마을 초기에 많은 것들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마을의 공동 일들에 많은 참여가 요구되던 시기에는 마을 주민들의 수 자체가 소수이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를 의무적으로 맺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면 성미산 학교의 성장과 마을생협의 확대로 인해 성미산마을의 구성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히려 예전과 같이 모든 마을 구성원이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워지게 된다. 그에 따라 개인의 인간관계도 한 개인이 자연스럽게 적정 수준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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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성되어 갔고, 예전보다는 느슨해진 관계망을 통해 이전과 같이 마을 활동에 대해 의무감을 갖고 참여하면서 그로 인해 피로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관심이 있는 관계들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면서 마을의 활동 중에서도 의무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갖는 활동을 중심으로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고민을 했던 때가 2005-2007년 무렵이었어요. 그런 팽창으로 인한 소통의 불통이라고 하는 문제가 전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을 했기 때문에 만든 게 사람과 마을이었던 거죠. 그러고 난 다음에는 사실상 별로 그런 걸 안 느끼고 사는 것 같아요. 굳이 모든 사람들을 알아야 된다라는 생각도 이젠 안하고 일단 관계망이 형성되고 소통의 통로가 뚫리고 난 다음에는 각자 자기 단위에서 열심히 하고 필요할 때 연결하면 되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답답함은 좀 덜 느끼는 것 같아요.(질문) 지금은 어린이집 때처럼 긴밀한 관계를 많이 유지하기는 어려우신거죠? 그렇죠. 그렇지만 정말 친한 사람들 그때부터해서 친한 사람들 그룹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 하고는 지속적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같이 무슨 일에 대해서 상의하고 그러는 일들을 하기 때문에. 그러고 서로 굉장히 좋아하니까. 그렇게들 지내기 때문에 외롭진 않은 거죠. 그리고 자기 영역에서 활동하는 게 있으니까 그쪽에서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고. (연구참여자 A)

내 아이 키우기 위해 왔는데 지금은 마을에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내가 즐기지 않으면 불편하고 짐들인 거죠. 알고 보면 그 짐들이 마을을 풍성하게 해주는 힘이라는 걸 모르는 거니까. ... 성미산마을 역사에 대해 선배들이 후배에게 줄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알아보는 자리 교육 통해 이런 부분이 채워져야 되죠. 조합원 교육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 안에서 다시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거. 지금은 각자 하니까. 역사나 알고 있는지 이런 걸 교육하자는 말들이 많습니다. ... 구체적인 역사를 알면, 왜 이런 걸 하는지 맥락을 알아야지 맘이 생기고 같이 하는데 그런 게 없으면 이런 거 하니 오세요 해도 안 되잖아요. 그런 배경을 설명하는 게 교육으로 필요하겠다 싶어요. (연구참여자 H)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마을의 인구 증가로 인한 단위 모임들의 소통 불능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2007년에 마을 내 다양한 활동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해진 마을 활동의 구심을 잡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는데 연구참여자 H의 경우에는 성미산마을의 역사에 대해 마을주민들이 ‘기억’을 공유하는 작업을 통해 마을 내 관계성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마을의 확대와 더불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마을 내 구심점을 가져가는 문제는 여전히 성미산마을에 남겨진 숙제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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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비공식적 소통

성미산마을의 대다수의 조직들은 협동조합의 형태인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직접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해 조합원의 의결에 따라 운영된다. 즉, 생활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조합의 주체로서 나설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긴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거의 전원이 합의할 때까지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자체가 육아 협동조합이며 마포두레생협이 먹거리 생협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성미산마을은 협동조합의 형태를 통해 조직을 구성하는데 익숙하며 대부분의 의사소통 방식이 직접 민주주의의 형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마을의 의사소통은 상당 부분은 조합원 회의가 아닌 뒷풀이와 같은 비공식적 소통에 상당히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공식적 소통을 보완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그런 게 많죠. 술 먹다 우리 이런 게 필요해? 이런 거 해볼까? 극장 만들까? 이렇게 출발하죠. 누가 기획서를 완벽하게 써서 하지는 않죠. 마을극장 필요하면 어떻게 준비할지 얘기하면서 이렇게 출발하죠. 규격화된 회의 모임보다 그렇게 출발해서 이 일할 사람 동네 누구 있지? 하는 거죠. 맘 맞는 사람 모여서 만드는 거죠. 되살림가게도 그렇고. (연구참여자 F)

많죠. 모임도 있고 길 가다가 만나기도 하고 두 집단이 따로 먹다 합치고 ... 근데 다양한 모임과 술자리가 있는데 술자리 장점은 시덥지 않은 얘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디어가 오가는 거죠. 마을이야기, 모임 만드는 이야기 등 사람들이 자기 고민이나 아이디어를 어딘가 표현할 수 있는 건 되게 중요해요. 보통은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좋은 거죠. (연구참여자 G)

그렇죠. 예를 들면 회의에선 디테일하게 얘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주체가 정해지면 움직일 때 술자리에서 의견 받기도 하고 같이 할 사람 꼬시기도 하고 정책으로 반영도 하고 하죠. 더 중요한 건, 그런 과정 거치면서, 예를 들어 내가 텃밭을 만들고 싶었는데 회의에선 다 얘기 못했는데 술자리에서 막 얘기하면서 텃밭이 어떻게 하면 재밌는지 서로 배우기도 하고 관심 끌어내면서 함께 할 사람을 꼬시기도 해요. 이런 게 일할 때 힘 받게 하죠. …. 거기 정보가 많아요. 그 모임의 의미는 사람들에게 정보가 소통될 환경이 되는 거죠. 여기저기 모임에서 정보가 흘러다닐 환경이 되는 거죠. 그 내에서 정보차단으로 인한 어려움을 일정하게 없애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연구참여자 H)

비공식적 소통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마을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격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고 좀 더 편안하게 수용적 공동체 내부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처음에는 단순한 착상에 불과했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을 듣고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기획 단계부터 실패의 확률을 낮추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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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적 소통 자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꿈꿀 수 있는 동료들을 얻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하는 공식적 소통과 이를 보완하는 비공식적 소통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마을 내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들은 존재한다.

우선 같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 거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모여서 얘기를 하고 합의를 하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저는 거기에 합의된 거에 따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 물론 약간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소수의 의견에 대해서 그렇게 다수가 합의를 하고 소수가 합의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소수에 대해서 좀 아직까지도 약간 뭐라고 그럴까 그 소수를 완전히 존중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J)

특히 의사소통방식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같은 마을에 있어도 의사소통방식은 있는 사람마다 있는 거예요. 균형이 어려워요. 의사소통방식을 합의하는 데 되게 오래 걸려요. 사실은.(질문) 그러면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나요? 예. 말하고자 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건 맞아요. 근데 새로 오신 분들은 꺼리잖아요. 초기에는 그렇죠. ... 그리고 처음에 마을에서 소행주 2호를 하자 한 분들도 이런 거 당연히 알겠지 그래서 얘기 안 한 거. 나중에 얘기를 하더라구요. 자기가 생각했던 주거 협동조합이랑 우리가 생각했던 주거조합이랑 형태가 달랐는데 당연히 알았다. 근데 이제 다른 거를 달랐다기보다는 저희는 설명을 안 했다고 생각했어요. 설명 안 해도 다 아는 줄 았았다. 미안하다 다시 이야기를 하고 그랬고. (연구참여자 K)

성미산마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된 의사소통 방식은 사실상 오랜 훈련을 통해 정착된 의사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성미산 학교에서 아이를 둘러싼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갈등해 본 경험 자체가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의 장점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연구참여자들이 지적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는 성미산마을이 확대되면서 외부에서 새로 들엉는 인원들이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구참여자 K의 이야기처럼 처음 회의에 참여한 사람에게도 직접 민주주의에 따라 형식 상으로는 자유로운 발언기화가 주어지지만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실질 상으로는 여전히 뭔가 발언하기 어려운 장벽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서로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필요의 정치/욕망의 정치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 등 성미산마을 내 다양한 집단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필요/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미산마을 주민의 주요 준거집단인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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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와 관련되어 있는 육아, 대안교육, 먹을거리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강한 필요/욕망을 느꼈고 이에 대해 개인적인 자원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여 가는 과정에서 생성된 집단이다.

재밌고 의미있는 건, 처음에 새롭게 계획 짜서 한 게 아니라 아이들 키워보겠다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까 사명감보다 절실한 해결과제인 거니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아이 매개로 하는 것이 마을의 특징이죠. (연구참여자 H)

그 중심에는 정말 나의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인 것 같아요. 내가 이것 없이는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다, 누군가가 좀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난 당장 이게 지금 필요하다라고 했을 때 내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내가 어려운 것처럼 다른 쪽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더라구요. 그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더하게 되고, 그러면서 하나의 무리가 되고, 이 어려움은 계속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으면 그게 하나의 구조가 되고 그룹이 되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단체나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들어가서, 이 필요가 있자나요 당신들, 이렇게 이야기 하자나요. 그러다보니까 이게 오래가지 못하고 깊어지지 못하고 그런 것 같아요. 여기 성미산마을 같은 경우에는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고 학교를 보내려고 했을 때 학교에 대해서 정말 이게 아닌데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고, 그것을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생기면서 이런 마을의 활동이나 흐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절박함이.. (연구참여자 I)

성미산마을의 초기 구성원들 중에서는 마을 전체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성미산마을 자체가 그러한 사람들의 일괄적인 기획을 통해서 형성된 사례라고는 보기 어렵다. 성미산마을 내 다양한 조직들은 어떤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구성된 조직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을 구성원들의 필요/욕망에 따라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합류하여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황당한 건, 회의를 하는데, 내일 뭘 할지 회의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세네 시간 같은 얘기하며 회의하는 거예요. 같은 말 반복해서. 저는 특히 그런 활동을 했으니까 목표 딱 정하고 거기 가기 위한 장치 정하고 누가 할지 역할분담하면 되는데 여긴 한 얘기 또 하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결론은 같은데, 답이 있지도 않은데 끊임없이 해요. 참 비효울적으로 하네 했죠. 근데 만약 토요일날 홍보활동하기로 하면 진짜 사람들 다 나와요. 회의 왔던 사람들 다 오고 그리고 창조적으로 주인처럼 해요. 누가 계획 짜와서 제안해서 결정했으면 그 정도 자발성 안 생겼을 텐데 회의하면서 유인물 나눠 주는 것도 그냥 주지 말고 다르게 이래저래 하자고 의견 냈던 사람들, 얘기한 사람들은 책임감 더 있어서 더 자발적으로 창조적인 게 달랐어요. 그 이후로 제가 변했어요. 전엔 리더나 조직이 있어서 있어 사람들 길 인도해주는 거를 생각했다면, 여기는 리더가 방향 제시가 아니라 사람들 말을 트게 해주는, 의견 내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 말 원없이 하게 해주는 역할 같은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사람들의 주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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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발휘하게 해주더라는 거죠. 첨엔 답답했죠. 자꾸 얘기하라 그러고 얘기하고. (연구참여자 H)

특히 일반적인 사회운동이 가치에 대한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부과되는 의무감을 통해서 사업들이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많다면 성미산마을에서 이루어진 대다수의 작업들은 사명에 따른 의무감보다는 필요/욕망에 의해 추동되는 방식에 가깝다. 이처럼 조직의 목표 자체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한 필요/욕망에 대해 마을 내부에서 소통이 시작되고 그 문제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이 협력하여 일을 풀어나가게 되면서 형성되는 조직은 다른 형태의 조직에 비해 참여구성원의 강력한 주도성/자발성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강한 주도성/자발성은 이러한 사업들이 거의 실패 없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점의 배경이 된다.

자기 욕구, 가치 실현으로 사는 거죠. 풍물 좋으면 그거 하고. 직접 물어보면 성미산마을주민이라 하지만 의식하고 살지는 않죠. 성미산 싸움 할 때만 의식하죠. 협동조합적 관계에서 좋고 필요하니 하면서 사는 거죠. 활동가 아닌 이상. 그게 큰 흐름으로 보면, 모아놓고 보니까 주도하는 사람이나 흐름이 어떻구나 하고 고민하고 채우려 하고 방향을 전체 이끌지 못하니까 채워서 방향 고치는 거죠. 몇이 그런 고민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 고민 안할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D)

본래 마음, 아이 같이 키우겠다는 초창기 씨앗 같은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어린이집 만들고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얘기하죠. 장점 중에 하나는 여긴 꿈꿀 수 있는 데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하며 꿈꾸는 것 같아요 ... 지금처럼 까페에 있으면서 북까페 해볼까 하는 것처럼 고민도 하고 욕구들도 생기고, 묻어뒀던 욕구를 표현하기 시작한 거죠. 옛날엔 돈 없으면 뭘 못하잖아 했는데 까페만 해도 여기선 하고픈 사람 모여 회의하고 출자 받아 하기도 하고, 이렇게 꿈꿀 수 있게 하는 게 장점이에요. 똑같은 일상이면 활력 있겠어요? 그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으니까, 그걸 인정해주고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람이 문젠 거죠. 그런 문화,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좋아요. 애 있는 사람들은 애 같이 키우니까 좋은 거고. 저는 욕망을 표현하고 같이 실현할 사람들이 있다는 게 장점이죠. 내가 존재하고 마을에서 행복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죠. 그런 가능성, 희망이 없으면 하는 일이 노동일 텐데 충분히 생산적 일을 만들낼 수 있는 노력이 되는 것이라 기꺼이 하려 하는 거죠. (연구참여자 H)

필요/욕망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발성과 주도성, 그로 인한 성공의 경험들은 성미산마을 주민들에게 자기 욕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꿈꾸고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성미산마을 준거집단을 통해 오랫동안 쌓여온 신뢰관계와 의사소통 방식이 더해져서 혼자라면 이루기 힘들 일들 여러 사람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성미산마을 주민의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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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본의 활용

성미산마을에서 이루어진 일들의 강력한 성공의 요인들 중 하나는 발생하는 사안들에 대해 마을 내부의 인원들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이 될 때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문화자본을 갖고 있는 집단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 마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거는 마을 만들기를 한다고 한다면 주민 주체가 되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잖아요. 그건 물론 가장 중요한 거죠. 그런데 주민 주체만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왜냐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풀어갈지 모르기 때문에 주민들이 수속을 밟지 못하는데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은 있다는 거죠. 그 사람들을 잘 찾아서 결합을 하면 그 문제를 풀어나가면서도 이 사람들은 운영주체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그러한 과정들을 밟아야 마을이나 어떤 단체도 성장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동네 같은 경우는 공동육아협동조합 때부터 항상 전문가집단이 붙어 왔어요. 그런 경험들이 있는 거죠. (연구참여자 E)

여기서 문화자본은 교육을 통해 축적한 자본, 즉 부모로부터 받은 가정교육의 영향과 공식적인 교육의 효과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계급에 도달하기까지의 본인의 계급이동경로의 흔적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미산마을의 형성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실상 성미산마을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때부터 성미산마을은 외부 자원의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성미산마을의 우리 어린이집이 공동육아의 최초 사례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전문가 집단을 통해 많은 조언을 받고 커리큘럼의 작성에도 도움을 받는 등 내부 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의 경우 이러한 문화자본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네트워크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즉시 끌어올 수 있었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는 성미산마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성미산 학교가 애들 150쯤 되니까 백가구 넘는 거죠. 그들은 정말로 재력 있는 분이 많아요. 전문직-의사, 변호사, 기업 전문가 등이 많은 편이에요. ... 초등부턴 달라지잖아요. 여긴 정규교육도 안하고 되게 큰 결심해야 오는 곳이고 그 속에 가치 문제가 개입되기도 하죠. 특별한 선택이므로 그런 정도의 조건이 되니까 오는 거죠. 1500만원 기부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니까 고민이 되는 거고 아무래도 구성원이 고소득층 될 수밖에 없는 게 되겠지요. ... 현재 보이는 모습 중에 구성원 중에 있으니까 인정하는데 출발 자체가 그렇지 않았듯이 구성원이 있어서 그런 거지 처음의 그런 느낌이 변하거나 럭셔리는 아닌 거고 본래 우리 특징을 잘 가져가는 것도 있어서 그렇지만은 않다고 강조하고 싶죠. 여기선 있건 없건 마을에 올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중산층 속에는 깨어있는 가치에선 인정할 수 있는 게 있죠. 여러 가지에서 특이한 길을 선택하는, 조금 다르게 선택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거라 그런 고등교육의 힘이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구참여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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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동원력의 배경에는 성미산마을의 주민들의 대다수가 상당한 경제자본 뿐만 아니라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있다. 설문분석의 결과를 살펴봐도 대졸이 68.6%, 대졸 이상(석박사)이 21.6%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여주며 월 소득의 경우에도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라 24.9%,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의 소득 가구도 21.2% 등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예를 들면 이 분야에는 생태문제에 관심을 굉장히 많이 갖고 행동하셨던 분들도 있기 때문에 성미산 문제가 터지면 그 마을에서 사람을 데리고 와요.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거에요. 그게. 성미산 학교 같은 경우도 공동육아 하다가 대안교육 관계해서 대안교육네트워크를 통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게다가 이 동네의 명망성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분들도 쉽게 접속을 해왔고. 그런 것들이 시너지 효과로 계속해서 쌓여 가는 거지요. (연구참여자 E)

마을 주민 내에 다양한 문화자본을 보유한 인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원들을 통하여 필요 시 전문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측면을 통해 마을의 여러 기획이나 위기 상황에 주민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공동육아, 성미산 학교, 두레생협, 성미산 투쟁, 극장, 생태 마을 만들기 등의 사업들은 마을 내부에 강한 동력뿐만 아니라 여기에 결합하는 외부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어 자신의 문화자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 자리를 잡게 되어 마을을 통해 자기 실현의 방법으로서 욕구를 풀어낼 수 있는 장들을 제공하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 기존의 삶의 방식과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는 자체가 그러한 대안적 방식에 대한 지식에 접근하고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미산마을은 문화자본을 적절히 잘 활용해온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성미산마을에 대한 인식/성미산마을 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성미산마을이라는 호칭 자체는 처음에는 외부에서 주어진 호칭을 마을 주민들이 후에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에 가깝다. 현대 도시에서 ‘마을’이라는 용어 자체가 명확히 구획되기 어려운 용어라는 측면에서 ‘성미산마을’이라는 용어 자체는 성미산 주민들에 의해 다양하게 의미가 부과되고 활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줄 사실은 몰랐는데, 2006년 그때쯤 도토리 방과후가 좀 많이 안정되고, 부모들더러 밖에 소모임, 부모들도 좀 즐겁게 지내자 동네에서, 그런 소모임도 많이 만들고 그랬었어요. 그럴 때 그래도 이런 거는 생각은 못했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마을에서 살고 우리들도 즐겁게 살고 이런 얘기는 그때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런데 성미산 싸움이 그런 계기는 더 큰 계기가 됐던 거 같아요. 마을을 생각해 보게 되는 거니까 구체적으로. 마을을 생각했던 거죠. 이런 마을을 그리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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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올 때 그때도 제가 마을을 생각하고 왔을까요, 아니면 여기에 있는 몇몇 부모들과 이분들을 보고 어린이집을 보고 왔을 수도 있는데, 그게 마을이었을지 아니면 그 각각의 사람들이었을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게 어쨌든 더 편하다고 느꼈으니까. (연구참여자 A)

내 마을이다 그런 거보다 자연스럽게 동화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익숙지 않은 말들이거든요. 우리 동네라는 게. 직장 사람들도 술 먹다 보면 우리집 가서 먹자 하지 우리 동네 가서 먹자 안 하거든요. 어느 순간 저나 동네분들이 쓰는 말이 달라져요. 삶속에서 ... (마을은) 개념으로 한 단어에 대해 규정은 아니라고 봐요. 마을이 뭐냐 물으면 저는 항상 소통이 있는 곳이라 표현해요. 누구는 다른 표현 쓰니까 답이 아닌 게 아니죠. 전 항상 소통 얘기하죠. 공동체는 소통하고 살다 보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표현해요. 소통되는 거리는 어디냐 하면 물리적으로 50분 걸어가는 곳 이렇게 얘기해요. 소통의 공간, 관계가 엮이는 공간. (연구참여자 H)

저는 마을이라는 게 저는 뭐라고 그래야 할까. 마을이라는 게 꼭 공간, 공간의 이미지보다는 마을이라는 게 벌어지는 일들이 마을이라는 개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공간보다는 여기서 이루어지는 일들. 그래서 마을이라고 한다면 성미산 싸움도 있고 제가 느꼈던 마을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있고 마을축제니 마을운동회니 공간보다는 활동으로 내가 마을주민이다라고 느끼게 됐거든요. (연구참여자 I)

연구참여자들 사이에 마을의 정의에 대한 의견들은 다양하지만 ‘성미산마을’을 ‘성산1동 인근지역’과 같이 단순히 공간적인 구분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들은 처음부터 ‘성미산마을’이 무엇인지를 의식하고 살아왔다기보다는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정의하는 방식은 ‘관계’, ‘소통’, ‘활동’ 등 다양한데 이는 공통적으로 성미산마을을 고정된 속성에 따라 정의한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유동적인 관계를 사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하고 있으면 마을 사람이세요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제일 싫었어요. 처음에는 뭐가 마을 사람이냐 사실은 작은 나무에서 일을 하면 오늘부터 마을 사람이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가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그렇게 물어보는 자체가 단순화시키는 거죠. 현상을. ... 굳이 마을 사람이냐고 물을 필요가 있을까 마을 투어를 할 때도 그걸 찾아오는 사람과 마을 사람을 굳이 구획 짓기보다는 지금 현재 마을에 온 사람들은 어떤 마을에 있다는 것 자체를 즐기고 마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함께 있다는 것뿐인데 굳이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느냐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K)

물론 어떤 연구참여자 중에는 성미산마을 주민/외부인이라는 구획 자체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히 마을 투어와 같이 성미산마을에 관심을 갖는 외부들이 성미산마을에 방문하면서 자신이 ‘성미산마을주민’이라는 일종의 관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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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타자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신뢰도 중요하지만 신뢰도 중요하죠. 신뢰도 있고 근데 뭐 그렇게 알게 지내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저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신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마을이기 때문에 이게 마을이다 해버리면 신뢰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겠죠. 제가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제가 아예 모를 수도 있겠죠. 하나로 설명하기 다 그렇죠. 좀 되게 다중적인 네트워크가 맞겠죠. 중심이 없고 중심이 없지만 마디라고 할까 부분이 분명히 있고 상징적인 장소가 분명히 있고 (연구참여자 K)

성미산마을이 관계를 통해 정의되며 계속적인 의미화가 진행되고 있는 용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관계’라는 측면이 단순히 신뢰관계로만 이루어진 긍정적 의미만을 갖는다고 보는 것은 현상을 단순화 하는 일일 것이다. 연구참여자 K의 이야기처럼 성미산마을의 인구가 급성장하면서 성미산마을의 관계는 다양하고 그만큼 관계의 성격과 폭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있는 만큼 신뢰가 없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관계들 역시 마을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미산마을은 관계를 통해 정의되지만 동시에 여러 마디들이 존재하는 다중적인 네트워크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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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성미산마을의 현황과 소개

1절. 마을교육기관

(1)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정식 명칭인 ‘공동육아협동조합 00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은 설립형태에 따라 통상 국공립 어린이집과 사립어린이집으로 나뉘는데,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설립 주체가 ‘협동조합’이다. 어린이집을 필요로 하는 이해당사자가 모여서, 조합을 설립하고 출자금을 모아서 목돈을 마련한 뒤, 이 자금으로 어린이집을 설립하게 된다. 조합을 탈퇴하면 이 출자금은 되돌려 받는다. 때문에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주인은 당연히 조합원이다. 아이들 보육은 교사회에서 담당하지만, 운영은 조합 이사회가 직접 운영한다. 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에 성공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적 요소이다. 모두가 동등하기 때문에 강압적 분위기가 용납되지 않는다. 잦고도 오랜 회의가 특징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적게는 2년에서 4년 정도 조합원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마을의 문화를 익히게 된다. 오히려 공동육아협동조합의 문화가 마을로 흘러넘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수평적 문화가 있다. 대부분은 직장이나 사회적인 직함으로 상대방을 호칭하지 않고 별칭이나 00아빠, 엄마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조합원끼리의 교류도 인격적인 만남이 대부분이며 사회적 위계질서를 조합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에겐 안성맞춤이다. 출근시간대에 아이들을 맡기고, 퇴근 때 찾아가는 종일반으로 운영한다. 보육 프로그램 또한 자연친화적인데, 오전엔 우천을 제외하고는 야외 활동(‘나들이’)을 진행하고, 점심은 유기농식당이며, 낮잠을 잔 뒤, 늦은 4시 경부터 실내나 마당 활동을 한다. 그리고 대략 6시부터 7시 사이에 하원이 진행된다.

성미산마을엔 4개의 어린이집이 있다. 또바기어린이집과 성미산어린이집은 1995년에 개원한 ‘날으는어린이집’에서 서로 분화하여 각각 2005년도에 설치했다. 우리어린이집은 1994년 9월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참나무어린이집은 2002년 9월에 만들어졌다. 등원하고 있는 아이들 숫자는 각 어린이집당 평균 39명 안쪽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어린이집도 1곳이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 도토리방과후교실은 1996년 우리어린이집 내에서 부설로 만들어졌으며 1999년에 독립했다. 이곳은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저학년(1~4학년) 아이들이 있다. 맞벌이 부부의 저학년 아이들에 대한 방과후 케어를 위해 별도로 설치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이 설립 주체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아이들 숙제를 돌봐주거나 야외 활동,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등원 아이들은 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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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9년 5월에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서 구립 성미어린이집을 위탁 운영 시작했다. 이로써 구립 어린이집에서도 공동육아의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으며, 부모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성미어린이집의 부모들도 성미산마을과 접속하고 있으며, 성미산생태공원화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또바기어린이집 http://cafe.naver.com/ddobagis∵ 성미산어린이집 http://sungmisankids.net∵ 신촌우리어린이집 http://scwoori.gongdong.or.kr∵ 참나무어린이집 http://chamnamoo.gongdong.or.kr∵ (구립)성미어린이집http://seongmi.gongdong.or.kr∵ 도토리방과후교실 http://cafe.daum.net/mapodotori

(2)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 www.sungmisan.net

성미산학교는 2004년 9월에 개교한 대안학교이다. 초중고 통합 12년제이며, 장애인 통합학교(정원의 10%)이다. 도시에 있기 때문에 따로 기숙시설은 없다. 동네로 이사를 오라는 뜻이다. 또한 정부로부터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력인증이 되지 않으며,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대안학교 중에서는 드물게 자가 소유 건물(대지 220평, 연건평 550평)을 갖추었다. 최근 학생수(2012년 현재 학생 190여명, 교사 40여명)가 늘어나서 장소가 협소해진 관계로 별관 건물을 따로 마련(임대)했다. 학교 운영은 학교법인격인 학교설립위원회가 있고, 일상적으로 학교운영에 대해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교사회 등 3단위가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학부모들의 마을살이 참여가 무척 활발하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편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매학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교사회는 학부모를 초청하여 새 학기 교육과정에서 대해 브리핑을 진행한다. 학기가 끝나면 교사회는 약 2주에 걸쳐 교육과정 평가회를 갖는다. 교육과정의 성격은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학교’라는 모토가 보여주는 것처럼 입시교육을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2004년 학교 설립 초기에는 대부분의 신생 조직이 그러하듯 내부 갈등이 심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학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3) 마을배움터 ∵ http://cafe.daum.net/beyondschool

마을배움터는 2004년 겨울학기부터 시작했으며, 별도 기관이 아니고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성서초등학교 등 공립초등학생들과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학기별로 운영되며, 프로그램은 대략 25개 정도가 개설된다. 프로그램은 성미산학교를 비롯해 마을 이곳저곳에서 진행된다. 3개월에 평균 5~8만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엔 공립학교 아이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성미산학교 아이들의 다수를 이루고 있어서 애초의 취지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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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프로그램은 가야금, 손바느질, 리본아트, 발도르프헝겊인형만들기, 읽고 느끼고 표현하는 책가방, 예쁜글씨 피오피, 사이언스랩, 행복한 미술놀이, 만화놀이터, 한자특강, 몸살림운동, 종이접기, 로봇만들기, 도자기, 규방공예, 아침요가, 천자문, 바디메이킹 요가, 청소년성장댄스, 재즈댄스, 가족 풍물반 등이 주를 이룬다.

(4) 꿈터택견 ∵ http://cafe.daum.net/ggumter

2002년 8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에서 부설 교육기관으로 ‘마을학교 우리마을꿈터’를 설치하여 운영해 오다가, 2007년 ‘꿈터택견’으로 독립했다. 이곳에서는 마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홍표 사범(성미산학교 체육교사를 겸하고 있음)이 가르치고 있다. 마을의 많은 아이들이 택견을 배우고 있다. 또한 자전거타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하고 방학 중에는 정기적으로 자전거캠프를 진행한다.

또한 방학 중에는 ‘마을배움터’ 프로그램 중 ‘마을공부방’을 개설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기타 회의와 행사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5) 춤의문 발레하우스 ∵ http://cafe.daum.net/danceofnymphs

처음에는 ‘우리마을 꿈터’에서 소리춤이나 무용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2007년 8월에 독립하여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발레나 어른들을 위한 살사댄스 등 다양한 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서 춤을 배운 사람들은 마을축제 때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곤 한다.

(6) 스튜디오 마랑

2011년 뮤지컬 배우 출신인 이마랑 씨가 개설했다. 요가와 재즈댄스 등 강습도 진행하고 기타 마을사람들에게 연습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주로 여성들의 출입이 많다.

(7) 개똥이네 책놀이터

2011년 성미산학교 옆에 문을 연 서점이다. 마을에서 만들 것은 아니고 보리출판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1층 서점 공간 옆에 갤러리가 있으며, 지하 1층은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교육을 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가지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아이들의 출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8) 마을성인식

2009년 5월에 첫 성인식을 진행했다. 1994년 우리어린이집 개원 당시에 첫 등원을 했던 어린이가 당시 20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 2명, 2010년 5명, 2011년 2명, 2012년 5명이 성인식에 참가했다. 아마 2~3년 후에는 참여 인원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행사는 (사)사람과마을과 성미산대동계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며, 전년도 성인식을 치렀던 선배가 다음연도 후배들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년 참가 인원이 다르기 때문에 성인식의 컨셉도 매년 다르다. 마을교육 시스템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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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 마을기업

(1)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 http://mapocoop.org

2000년 4월부터 준비하여, 7월에 발기인대회를 열고, 11월에 물품 공급을 시작했다. 2001년 5월엔 ‘제1회 성미산마을축제’를 주도적으로 개최했고, 어린이 마을학교나 여름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을교육에 대한 드높은 관심은 2002년 8월 ‘우리마을꿈터’라는 마을교육 공간을 마련하는데 이르렀다. 2003년 2월엔 생협법에 근거해 두레생협을 법인으로 전환시켰다. 2003년 9월 성미산지키기 운동의 승리가 확실해지는 가운데 지금의 ‘되살림가게’ 자리에서 첫 번째 매장(성산점) 문을 열었다. 조합원의 꾸준한 증가로 인해, 조합원 가입 범위를 마포구 서부지역으로 한정(이른바 2km 범위)했던 것을 2005년 3월부터 마포구 전역으로 확대했다. 2007년 2월엔 두 번째 매장(용강점) 문을 열었고, 그해 6월엔 조합원 가입 범위를 마포구에서 서울 강북지역 전역으로 확대했다. 2009년 8월엔 세 번째 매장(중랑구 신내점)을 오픈했다. 2012년 11월엔 네 번째 매장(서대문구 북가좌점)을 오픈했다.

두레생협은 10년 동안 조합원 수와 매출에 있어 급성장을 했고, 반면 성미산마을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관계가 다소 멀어졌는데, 이에 따라 2010년 12월에는 새로이 ‘마을위원회’를 설치하여 성미산마을 뿐만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을 중요한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 두레생협 전체 조합원 수는 2012년 말 현재 6,500가구 정도이며 매출은 약 55억 정도이며, 직원은 모두 60명 정도이다.

(2) 동네부엌 ∵ www.organickitchen.co.kr

2002년 5월 마을 여성 8명이 공동출자하여 친환경유기농 반찬가게를 만들었다. 처음엔 가정집에서 반찬을 조리하고, 생협 사무실 겸 공급소에서 주문한 반찬을 각자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다. 그 이듬해 11월 초기 자금 4,500만원을 마련하여 5평 규모의 매장을 마련했다. 2007년 5월에는 매장을 확대 이전했다. 반찬 조리, 판매와 각종 행사에 음식을 주문(도시락, 잔치, 출장 등)받아 공급하고 있다. 2명은 정규직으로, 2명은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다.

2011년에는 그 동안 소매업만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조리 공간을 확장하여 대량 납품 영업도 전개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의 두 번째 마을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3) 되살림가게 ∵ http://cafe.daum.net/sungmisanshop

2007년 마포두레생협에서 녹색가게협의회의 ‘되살림 강좌’를 진행했다. 때마침 생협이 매장을 확장 이전하게 되면서 점포의 임대기간이 본의 아니게 비게 되었다. 생협에선 되살림 강좌를 들었던 수강생들에게 한시적으로 녹색가게를 개설해 볼 것을 제안했다. 동네 여성 5명이 첫 활동가로 나섰고, 비어있는 휑한 공간에 행거를 주워놓고, 집에 있던 옷가지들 모아 걸고, 바닥에 은박자리 깔고, 작은 난로에 발을 녹이며 소박하게 시작했다. 남은 임대기간 동안 잠시 판을 벌인다는 게 주위의 관심과 지원으로 상설 매장을 차리게 되었다. 2008년 두레생협의 지원을 받아 ‘되살림두레’로 전환을 하면서 정관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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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운영위원장도 선출했다. 매장은 전적으로 자원활동가들로 운영이 되며, 매장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의 이용이 대단히 높다.

지역화폐인 두루를 발권 유통하고 있으며, 2012년 가을에는 기존에 한땀두레와 함께 사용했던 공간을 확장하여 매장을 더 키웠다.

(4) 성미산밥상 ∵ http://cafe.daum.net/sungmisanorganic

마을 유기농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오랫동안 있었다. 그러나 식당은 되살림가게나 작은나무카페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초기 출자금은 성미산어린이집 조합원들 12명이 500만원씩 고액을 먼저 내놓았다. “솜씨 없는 내가 식당을 500만 원에 사는 셈 친다”며 통장을 박박 긁어 출자한 엄마도 있었다. 나머지 부족분은 주민출자로 충당했다. 1년여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치며, 2010년 4월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 100여 명의 출자자가 이 식당의 주인이다. 5~6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식당운영은 1년 1회 출자자총회를 개최하고, 이곳에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 그 운영위원회가 1년 동안 식당을 책임진다.

(5) 작은나무카페 ∵ http://cafe.naver.com/maulcafe

2004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우여곡절이 많다. 무슨 일을 만드는데 별로 겁이 없고 오지랖 많은 엄마가 어디선가 과일을 재료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계를 보았다. 그 과일을 유기농 과일로 바꾸면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되겠네! 처음 이름은 ‘유기농 아이스크림 전문점 그늘나무’였다. 2년여를 버티다가 폐업을 심각하게 고심하던 중,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이를 위탁 운영을 제안한다. 청소년들의 일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에 초기 창업자는 가게 소유권을 마을에 내놓고, 유기농아이스크림, 사랑방의 성격을 이어간다면 설비 일체를 마을에 기부하겠다는 큰 마음을 내주었다.

2007년 3월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약 10명이 100만원씩을 출자하고, 카페 이름을 ‘작은나무’로 바꾸고 마을카페로 다시 시작했다. 또다시 1년여를 힘겹게 버티다가 완전 폐업을 또 생각하던 중, (사)사람과마을에서 운영진을 성미산학교 교사에서 마을 주민들로 재구성하고, 마을의 사랑방과 문화공간으로 지속시키기 위해 매장 공간을 확장하는 등의 제안을 한다. 개인 출자에서 교사 출자로, 다시 주민 출자로 확대하면서 3천여만 원을 모았다. 2012년 말에 출자자가 200명에 육박한다. 매출이 감소하거나 목돈이 필요하면 특별 이벤트를 기획한다. 와인파티, 동아리 공연, 바자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매출을 높이거나 특별비용을 마련한다.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과 운영을 하고 있으며, 마을의 중요한 문화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간이 주는 풍요로움이 이런 거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고 있다.

(6)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소행주)

∵ http://cafe.naver.com/cooperativehousing

마을에서 공동주택을 만들자는 생각은 2001년부터 있었는데 이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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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2008년 4가구가 모여 드디어 공동주택을 만든다. 그 이듬해 2009년 또 다른 4가구가 공동주택 2호도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일을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니 예상보다 비용도 더 들고, 공사 기간도 훨씬 더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동주택 전문 기획 회사를 설립하여 진행하면 더 좋겠다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마을사람 몇몇과 자담건설(성미산학교 신축)이 함께 코하우징 컨설팅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시공회사인 소행주를 주식회사로 설립했다. 소행주에서 대지를 매입하고,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 사람들(입주자)을 모집하여, 몇 차례의 워크숍을 거친 뒤 건축 설계의 기본 컨셉을 잡고, 착공하는 방식읻.

2010년 9월 소행주 공동주택 1호 공사를 착공했다. 입주는 2011년 5월이며, 모두 9가구이고, 6층짜리 건물이다. 2012년 7월에는 2호가 입주를 했고, 2012년 11월부터 3호 입주자를 모집하였다.

소행주 직원은 모두 4명이다.

(7) 비누두레 ∵ http://cafe.daum.net/binudure

마포두레생협 조합원들이 만든 작은 일공동체(워커스 컬렉티브) 사업장이다. 2008년 12월에 만들었고, 200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 6월엔 두레생협연합회에 상시 공급 생활재로 결정되었다. 2011년 3월엔 소행주 공동주택 2층에 사업장을 분양받아 입주했다.

비누두레는 조수강 씨가 주도해서 만들었는데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여 고급 비누를 생산하고 있으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10여 종에 이른다.

(8) 한땀두레

마포두레생협의 바느질공방 소모임으로 출발하여, 2007년 12월 창립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생협내 조합원들의 일공동체 사업장이다. 작업장은 되살림가게 안쪽에 있다가 2010년에 개인 집으로 철수했다. 주요 생산품으로는 이불, 메밀베게, 면개짐(생리대), 지갑, 가방, 염색 등을 생산한다.

(9) 성미산대동계 ∵ http://cafe.daum.net/sungmisandaedong

대동계는 기업이 아니다. 친목도모와 상호부조를 취지로 하는 그야말로 마을 계모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을 금융기관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하는 점이다. 곗돈 적립과 내부 대출을 통해 계원의 필요한 소액 자금 수요를 충당해 준다. 중요한 마을 행사 때마다 비교적 큰 금액을 부조금으로 내놓는다. 또한 작은나무카페 확장 때나 되살림가게 설립 때 등 출자를 하기도 한다. 2011년도엔 마을기업을 위한 ‘동네금고’를 만들기 위해 대동계가 1,500만원을 예치금으로 내놓았다.

(10) 성미산동네금고

2010년 12월 각종문제하소연대회에서 마을기업들의 하소연이 있었다.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자금회전을 원활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금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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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뒤풀이 시간에 ‘동네금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11년 3월에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동네금고는 일종의 낙찰계와 비슷한 방식이다. 가입 회원단체들이 각자 감당할만한 수준의 금액으로 적금을 붓는다. 그러면 약 900만 원 정도의 돈이 매월 쌓이게 된다. 이렇게 저수지처럼 고여 있는 자금을 절실히 필요한 회원에게 대출을 하는 것이다. 이때 이자는 2%로 정했다. 당연히 적금 이율은 0%이다. 2011년 첫 해에는 이렇게 진행했는데, 2012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적금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예치를 하였다. 따라서 2년차 때는 총 유동자금이 월씬 늘어나게 되었다.

(11) 마포의료생활협동조합 : http://cafe.daum.net/mapomedcoop

2012년 6월에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8월에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13년 가을에 병원을 개설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조합원은 1,000명에 조금 못 미친다.

(12) 기타 : 풀방구리

2011년 6월에 행정안전부 지원 마을기업으로 출발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전문 판매샵이다. 그러나 전망이 없는 것이 명확하여 2012년 5월에 사업을 끝내고, 폐업했다.

3절. 마을문화

(1) 성미산마을극장 ∵ http://cafe.naver.com/sungmisantheater

2009년 2월에 문을 열었다. 거주지 안에 있는 공간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그야말로 복합적인 공간이다. 극장으로서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제외하고는 공간은 텅 비어있다. 이곳에선 각종 공연이 이루어지는 건 당연하고, 각종 회의도 진행된다. 전시도 하고, 강의도 하고, 마을 방문객을 위한 피피티도 하고, 심지어 파티도 한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풀가동될 때가 많다.

2010년 12월 문화예술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여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았다. 극장 대관과 공연 일정 문의는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예술 공연장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정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망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마을극장은 일상적 시기의 문화예술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며, 마을축제는 일 년에 한번 진행되는 이벤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 마을 전체로 보면 마을의 문화예술동아리와 함께 마을문화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2) 힐링과 아트공간 ‘릴라’ ∵ http://cafe.naver.com/spaceleela

‘릴라’는 2010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일종의 힐링센터이다. 몸과 마음을 ‘쉬면서’ 나라는 존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여성친화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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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을 동아리들

2007년 성미산마을축제를 딱 두 달만 준비하자면서 진행했던 일명 ‘두달작전’ 과정에 동참했던 공연팀들이 이후에 동아리로 많이 남았다. 그리고 이것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새로운 동아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모든 동아리들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략 15~6개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 성미산어린이마을합창단 : http://cafe.naver.com/sungmisanchorus∵ 성미산마을 사진동아리 ‘동네사진관’ : http://cafe.naver.com/photosungmisan

∵ 여성인문학동아리 ‘맘품앗이’ : http://cafe.naver.com/mampoom∵ 노래동아리 ‘세상을 노래로 채우기(세노채)’ : http://cafe.naver.com/chunghugam∵ 영상동아리 ‘물수제비 뜨는 네모(물뜨네)’ : http://mulnemo.tistory.com∵ 성미산풍물패 : http://cafe.naver.com/sungmisanpoong∵ 마을극단 ‘무말랭이’ : http://cafe.daum.net/dry-radish∵ 성미산마을밴드 ‘아마밴드’ : http://cafe.naver.com/ahmaband∵ 드로잉모임∵ 축구회 ‘성미산FC' : http://cafe.daum.net/sungmisanfc∵ 야구회 ‘썬더볼트야구단’ : http://cafe.daum.net/thunder-bolt

(4) 성미산마을축제

2001년 5월에 처음 시작했다. 성서초등학교, 성미산, 월드컵공원, 한강공원, 두레생협 앞 도로, 골목길 등에서 진행했다. 이 마을축제는 외부의 지원과 도움 없이 그야말로 참여자 중심, 주민 중심으로 기획하고 준비하여 진행한다. 비용도 마을 커뮤니티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지자체나 외부 단체의 지원과 도움은 있으면 아주 좋고, 없어도 그냥 한다. 축제 컨셉 잡기, 진행 조직, 비용 조달, 축제 참가자 모두가 성미산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축제는 마을 커뮤니티 활성화에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2009년도엔 신종플루가 창궐하여 축제를 취소했고, 2010년도엔 지방선거와 성미산지키기운동 때문에 규모있는 축제를 진행하지 못했다. 2년 동안 제대로 된 축제를 진행하지 못한 효과는 ‘마을의 활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서로들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매년 초가 되면 마을단체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축제 일정을 잡는다. 그리고 축제집행위원회를 구성한 뒤 축제에 관한한 모든 업무를 축제위원회에 이관한다.

(5) 마을운동회

가을에 진행한다. 축제가 외부 지향적이라면, 운동회는 커뮤니티 내부 지향적이다. 그 동안 커뮤니티 대항전 중심의 운동 경기 방식으로 진행해 오다가, 2010년 가을운동회 때에는 운동 경기를 줄이고, 마당놀이 중심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2011년 다시 대항전 중심으로 바꾸었다.

2012년에는 운동회를 진행하지 못했다. 마을의 일손이 부족해서 추진할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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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보름 지신밟기

매년 2월 대보름에 진행한다. 이 행사는 성미산풍물패와 전문 연희패 살판이 주도한다. 주로 가게와 단체, 어린이집과 학교를 중심으로 지신밟기를 진행한다.

(7) 성미산 가족나무심기

2003년부터 매년 4월 식목일에 맞추어 진행한다. 주로 성미산대책위원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2003년 1월에 배수지 공사 때문에 벌목된 자리를 수많은 나무를 심어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행사에는 가족단위로 약 3~400명 정도가 참석한다.

(8) 성미산마을리그전

이것은 축구대항전이다. 커뮤니티 단위간 대항전을 진행했을 때는 마을운동회 직전에 축구리그전을 진행하여, 운동회 당일에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몇몇 커뮤니티의 불타는 전의와 또는 반대로 ‘저질체력’을 확인하기도 한다. 2010년도엔 축구대회를 독립하여 봄가을로 리그전을 진행했다. 마땅한 축구경기장을 확보하기 어려워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전용 경기장을 활용하다보니,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만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2012년에도 10월에 진행했다.

(9) 성미산마을 문화예술동아리 축제 ‘아리아리 동동!’

2009년도 마을축제가 신종플루로 인하여 취소가 되자, 이에 실망한 동아리들이 “그럼, 우리끼리라도 놀아보자”라며 진행한 것이 기원이다. 매년 10월에 진행하며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진행한다.

(10) 성미산마을 각종문제 하소연대회

2010년 12월에 처음 개최했다.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집단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게의 운영이 어렵다든지,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를 함께 나누고 싶다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달라든지 따위이다. 하소연대회라는 형식은 마을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보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첫 번째 대회에서 발표를 한 단위는 도토리방과후어린이집, 동네부엌, 밀랍초공방, 비누두레, 성미산대동계, 성미산학교 학생들, 사람과마을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안정한마을만들기와 사회적기업 창업아이디어 따위가 있었다. 특히 마을기업 단위에서는 동네 ‘제조업모임’을 갖기로 했고, 성미산대동계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네금고’와 함께 마을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4절. 주요 단체

(1) (사)사람과마을 ∵ http://cafe.daum.net/sungmisanpeople

2007년 12월에 여성가족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마을에 크고 작은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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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행되고 어떤 일들은 단위 커뮤니티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이른바 ‘마을 일’을 담당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마을 외부와 소통할 때 마을을 대표하는 단위가 필요하기도 했다. 사람과마을은 주로 ‘마을 일’을 추진하는 위해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관련된 회의를 소집하거나 외부 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로 나서거나,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과 접촉할 때 대표기관으로 나설 때 활용된다.

(2) 공동체라디오 마포FM ∵ http://www.mapofm.net

2004년 11월 방송위원회로부터 소출력공동체라디오 사업자 허가를 얻었고, 2005년 9월 정식 개국했다. 주파수 100.7MHz, 출력 1Kw이다. 마포구 서부권과 서대문 일부지역에서 청취 가능하다. 방송은 방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지며, 주로 지역소식과 정보를 전하는 지역방송 분야와 각종 음악을 중심으로 한 음악방송 분야, 사회적 소수자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방송 분야 등 크게 3개로 구성된다. 2009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자로 선정되었으나, 지원금은 중단된 관계로 후원회원들의 회비와 방송광고료, 방송아카데미 등 사업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3) 마포희망나눔 ∵ http://cafe.daum.net/maponanum

2005년도에 창립했다. 지역내 저소득층 ‘홀로어르신’을 위한 결연사업(반찬지원, 이동지원 등), 집수리 활동,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 상담 및 제도개선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후원회원들의 후원 회비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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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공동체적 관계망의 내재적 작동원리에 대해>- 자본주의적 주체를 넘어선 사이, 흐름, 관계를 중심으로

신승철_철학박사

들어가며 : 마을공동체의 관계망 지도그리기

성미산마을은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의 모델로까지 이해되고 있을 정도로, 도시에서 공동체적 관계망을 만든 몇 개 안 되는 좋은 사례이다. 성미산 지역에서 마을의 관계망이 구체화된 것은 성미산 투쟁과 마을축제를 경유하고 나서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관계망이 씨앗 한 톨처럼 존재했으며, 또한 느리지만 공동육아와 대안학교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마을의 관계망이 확산되고 공동체로서 활짝 꽃피우게 된 것은 성미산 개발사업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의 행동을 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면서부터이다.

성미산마을의 관계망은 ‘지층학’적인 방식만으로 포착될 수 없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 계급이 모여 살지만 지층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지층을 횡단하는 움직임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성미산을 중간계급의 ‘자기만의 리그’로 보는 것은 하나의 응고된 지층 내에서의 행동으로 이를 파악하고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지층에 따라 관계망을 파악하는 것은, 한때 유행했던 ‘계급론’과 같이 지층 내의 행동이 지층 밖의 행동에 대해서 융기, 습곡과 같은 밀어내기와 당기기라는 힘의 역학관계를 통해서 영향을 준다는 ‘헤게모니론’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미산마을관계망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중간계급론과 같은 지층론에 입각한 판단은 지층을 넘어서 내부를 자기생산하고 외부에 열린 관계로 접속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서 평가절하하고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것이다.

성미산마을관계망은 마치 생태계가 연결되고 관계 맺는 것처럼 복잡한 관계성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내부의 움직임은 어떤 하나의 이론이나 지식에 의해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촉경계면 속에서 다극적, 다의미적, 다지시적, 다실체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마을의 관계망을 산술적 합산으로 사고한다면 500명 혹은 1,000명이라고 묶어서 계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술자리에서 2명이 모이는 것과 3명이 모이는 것이 다르듯이 다질적인 숫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집단으로 모이고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복잡계로 진입하였다.

공동체 관계망이 무한한 조합을 만드는 것은 스피노자의 범신론의 구도를 생각하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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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스피노자는 그의 책, 『에티카』에서 유한한 것들이 결합되어 변용양태를 이룸으로써 무한으로 진입하는 구도를 그려냈다. 이것은 공동체적 관계망의 부분들 각각은 유한하지만 어떻게 결합되는가에 따라 그 조합이 무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신론을 주장하는 독일 관념론자 헤겔이 이러한 스피노자의 공동체 사상을 끌어다가 머릿속에서만 무한으로 이행하는 것을 꿈꾸었던 것은, 공동체의 무한변이 가능성에 대해서 사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미산마을을 장소적 의미에서 공동의 거주공간으로 사고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장소와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영토성이 집단의 리듬과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공동체의 기본적인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마을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동하고 교직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공간의 의미가 깊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행정구역과 같이 규격화된 공간이 아니라 규격화로부터 벗어나서 주변으로 전염되고 확산되는 공간이 되었다. 마치 하루에 100㎞를 이동하는 돌고래가 그 드넓은 영역을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듯이, 성미산마을의 범위는 활동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성미산마을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지점은 공동체 영토가 갖고 있는 내재성의 차원을 보여준다. 생활공간이라는 일차적인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생활 자체가 어떤 차이 나는 반복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집단의 관계망의 화음을 따른다. 영토는 거주지이지만, 풀뿌리가 땅 밑에서 얽히듯이 생활연관을 복잡한 그물망으로 만들고, 거기에 음악적 요소를 집어넣는다. 성미산마을이 어디까지인가는 부분은 유형과 무형을 횡단하는 화음과 리듬의 실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성미산마을의 관계망이 작동하게 되는 것은 육아와 문화,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개인의 필요나 욕구에 따라 모이고 움직이는 관계망으로 성미산마을을 정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의 욕구와 필요가 관계망 자체를 성립시킬 수 있는 성격의 것인가의 문제이다. 관계는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공통의 것을 만들어나가고, 정서, 무의식, 욕망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 집단적인 지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필요와 욕구는 최초의 동기였을 수는 있지만 진정한 관계망의 동역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 사이에서의 흐름의 발생은 개인의 점을 사라지게 하는 선의 연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미산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빼놓을 수 없다. 성미산마을에서는 경쟁과 비교, 차별 등으로 이루어진 승자독식문화에 기반한 교육과 문화가 아니라, 대안교육, 생태적 가치, 공동체에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자본주의적 가치질서와 통속적인 삶을 넘어서려는 생각이 관계망 내부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것은 고정관념에 의해서이다. 상품, 화폐, 자본 등도 사실 고정관념을 통해서만 작동할 수 있으며, 주체, 지식, 국가와 같은 핵심적인 구성요소 역시도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마을기업, 협동조합, 대안교육시설 등은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하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정서, 욕망, 무의식의 흐름을 만들고 서로 변용되게 하며 어떤 고정관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도록 만든다. 자본주의 가치체계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 틈에서 관계망의 탈고정관념적인 요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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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아 대안적인 가치체계를 만든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는 의미가 고정되어 있는 기표화된 자본주의와 다의미적인 도표적인 공동체를 비교하면서, 고정관념에 맞서는 대안운동을 사고했다. 기표는 ‘A=A’라는 고정관념이라면, 도표는 A는 B일수도 C일수도 D일수도 있는 것이다. 도표는 일종의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서의 흐름과 변용인 것이다. 성미산마을에서는 마치 생태적 그물망처럼 이루어진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일을 만들고, 놀이와 문화를 만든다. 이러한 것들은 고정관념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규격화된 일과 사업들이 아니며, 자본주의적 가치체계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

최근 성미산마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마포두레생협>이 성장하면서 관계 기반을 잃고 있다는 내부의 자성의 움직임이 있다. 그 이유는 공동체적 관계망이 사실상 자본주의를 작동시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무의식, 욕망, 정서 등의 흐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성미산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과 사업들이 대부분 협동조합과 같이 관계를 강조하는 영역으로 배치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고 신경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자본주의의 통속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귀차니즘’과 ‘자동주의’와 같은 영역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자치적인 너와 나 사이에서의 움직임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문제가 성미산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며, 공통성과 특이성이 교차되는 영역인 것이다.

마을, ‘나’와 ‘너’가 없는 관계, 사이, 흐름

서울시에서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면서, ‘마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많아진 상황이다. 마을이 중요해진 이유는 자본주의의 성장주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공동체적 관계망에 유한한 자원을 순환시켜 관계망 자체를 발전시키는 내포적 발전 단계로 진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과 성장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며, 관계 자체가 발전하는 것과 실물적인 외연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양극화와 빈곤, 경쟁의 격화 속에서 자본주의 내에서 내포적 발전이라는 새로운 전망이 중요해 져서 공동체를 육성하고자 하는 제도적인 틀이 생겨나고 있다. 내포적인 발전에서 중요해진 것은 협동과 살림의 경제를 작동시킬 마을이라는 공간성이자 영토성이다. 그래서 마을은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대안경제의 의미에서도 중요해진 상황이다.

내포적 발전의 측면에서 볼 때 성미산의 내부자원인 돈, 에너지, 먹거리 등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지만, 이 유한한 자원을 순환시켜서 시너지효과를 만들 수 있는 관계망이 내부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한한 자원의 순환은 어떤 사람에게 A였던 자원이 또 어떤 사람에게 B가 되어 A보다 시너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지역순환경제나 재래시장의 순환원리 등에서 살짝 보이는 이런 유한 자원이 순환되어 시너지효과를 갖는 측면은 성미산마을에서는 아주 핵심적인 경제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각각의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은 마을 차원에서 내부자거래를 하면서 유한한 자원인 마을의 화폐의 순환을 작동시키며 운영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이것을 마을금고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는 점은 내포적 발전의 좋은 사례임을 보여준다.

마을이 성립하려면 일단 관계망 자체가 직조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의식적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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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수 있는 영역이라기보다는 자율과 자치의 풀뿌리에 기초해야 한다. 풀뿌리는 유한하며 국지적인 영역에서 생활연관에 기반해서 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망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공통의 것을 발생시킨다. 자본주의가 성립될 때 나와 너를 구분하여 시민적 개인을 등장시켰던 것은 사적 소유를 정당화시킬 고정관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관계는 나와 너 사이에서 공통의 부와 공동자산을 만들어내고, 집단지성을 만들고, 공감대를 만든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마을의 것이 된다. 이러한 정서적이고 유대적인 관계 맺기가 있었을 때야만 마을의 관계망에서 공통의 것이 생성된다. 성미산마을의 공통의 것에서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고, 느낌, 정서, 욕망이 있기 때문에 국가주의적인 공통의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성미산마을의 경우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마을의 공동체적 관계망이 만들어내며 창안하는 일과 놀이와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실물화되어 있어서, 마을 외부의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보고 그것을 따라 하거나 이식하거나 모델화하면 된다고 지레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성미산밥상>과 같은 곳을 벤치마킹하여 비슷하게 만들어보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보이는 시설이나 기구가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했던 관계망이 만들어내는 창발적인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 더 중요하다. 마을구성원들은 나의 것, 너의 것을 따지지 않고 나와 너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공통의 것을 위해서 활동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차원이 가능했던 것은 정서, 무의식, 욕망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성미산마을의 구성과정과 사업진행 방식은 풀뿌리의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나와 너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활력과 생명에너지를 끊임없이 수혈 받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단 만나서 대화하고 놀고 마시면서 관계 속에 발생되는 사이영역의 능동적인 원천을 끌어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자주 가는 아지트와 술집에서 이러한 일들이 구상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관계의 장소조차도 <작은나무카페>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 냈다.

‘나’와 ‘너’ 사이를 ‘우리’라고 규정하면 될 텐데, 왜 ‘사이’라고 했는가라는 지점에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라고 하면 또 하나의 ‘나’나 ‘너’의 확장영역이 되어 버린다. 성미산마을 공동체에서는 ‘사이’의 능동적인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저 사람 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안다니까”라는 방식으로 뻔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잠재력을 가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늘 새롭게 관계를 재창조해 내는 관계망의 특징을 보여준다. 물론 의견충돌과 마찰, 불화와 같은 영역도 관계 속에서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능동적인 잠재력을 긍정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성미산마을의 관계 속에서는 사람들이 특이함이 공동체의 관계망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구도로 작동한다. 그래서 특이함이 배제와 왕따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자리에서 환영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미산마을의 사업이나 일은 누가 누구와 만나 놀고 대화하다가 만들어진 것이거나 사이의 정서, 욕망이 강렬해졌을 때 구체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누구 한 사람의 기획이거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사이공간의 강렬도에 따라 무언의 춤을 추는 것처럼 생성되고 창발된 것들이다. 그래서 성미산의 관계망은 단 한 사람의 특출난 기획자에 의해서거나 뛰어난 지식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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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공동체의 ‘관계’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수많은 지식인, 혁명가가 품었던 대중에 대한 계몽주의와 자동주의 모델을 무력화하고, 대신 소박하고 재미있는 자치와 자율의 풀뿌리 정신을 뿌리 내렸다.

어떤 사람이 “마을이 무엇입니까?”라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면, 나와 너 사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또한 나와 너의 이진법은 확산되어 다면적인 관계로 바뀌어 풍부해진다. 마을은 시설, 구조물, 가게나 건물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 자체가 만들어내는 창조와 생성의 그물망일 뿐이다. 마을 외부의 사람들이나 자치단체 사람들은 “성미산마을의 비밀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하거나 “쉽게 따라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생활연관을 갖고 있는 삶의 영토 속에서 나와 너 사이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망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마을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80년대 현장운동을 했던 활동가들은 꼬뮌과 공동체가 자치와 자율이라는 입장에서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챌 것이다. 그러나 꼬뮌은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에 맞서기 위해서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되어 버린 경향이 있다. 사실 꼬뮌 자체가 자본주의적인 고정관념에 맞서 관계 속에서 공통의 것을 만드는 흐름이 움직이는 공간이었다는 점은 복권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속류화된 맑스주의자들의 실천방식이 고정관념에 따라 움직이는 기표적 방식인 경우가 많고 나와 너 사이에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난 도표화된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좌파의 퇴조에 큰 영향을 주었다.

관계망에서의 집단지성, 공통자산, 공감대

성미산마을의 <마을극장>이나 <사람과 마을>과 같은 공간은 마을의 관계망이 만든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그곳에서는 마을사람들이 움직이며 머무르고 생각을 공유하고 창작물을 발표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집단지성은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공통의 것으로서의 지성의 원천을 의미한다. 집단지성은 인터넷에서의 위키피디아 백과사전과 같은 영역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망에도 존재하며, 그 역사가 인터넷보다도 훨씬 길다. 최근의 네트워크 이론의 부흥은 공동체적 관계망에서 집단지성, 정서의 흐름, 공통자산이 생겨나는 것에 탐을 내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른바 ‘코드의 잉여가치’라고 불리는 영역은 관계 속에서 발생되는 흐름을 잉여가치화 하려는 시도이다. 자본은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서의 정서, 욕망, 관계망의 흐름이 공통의 것을 만드는 힘이 원천이 아니라, 약간의 활용과 착취를 통해서 새로운 잉여가치를 약탈하는 영토로 삼으려고 한다.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내포적 발전이나 코드의 잉여가치 등이 전망으로 제출되는 이유도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어느새 공동체를 따라하려고 한다. 관료화된 기능연관에 따라 배치되어 있는 직급, 위계 등을 벗어버리고 재배치하여 수평적인 팀제와 같이 관계망을 만들어서 공동체적 관계망을 흉내 내려고 한다. 이것은 기업조차도 공동체적 관계망이 갖고 있는 시너지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연결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갖는다. 예를 들어 따로 떨어져 있는 나무 100그루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나무 50그루가 숲 생태계를 구성하여 내부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네트워크와 같은 전자적 생태계에서는 욕망, 정동, 무의식의 흐름이 직접적인 관계에 의해서 발생될 가능성이 극소하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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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코드화된 집단지성의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코드화된 형태보다는 리듬과 화음을 가진 영토 속에서 집단지성을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성미산마을의 집단지성은 이러한 인터넷 상의 집단지성과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유대적이고 공감적인 관계망 속에서 정서의 흐름과 관계 속의 강렬도를 갖고 있는 집단지성이다. 물론 누구의 지성인가는 불분명하지만 그것을 발생시켰던 공동의 대화와 소통, 느낌이 유지된다. 액체근대를 주장하는 바우만의 경우, 인터넷이 감수성에 입각한 관계망을 상실하여 도덕감의 상실과 가상적 관계의 풍요 속에서도 고립되고 소외된 주체성을 낳는다고 진단한다. 물론 성미산 공동체의 경우에는 공감대와 감수성에 입각한 공동선이 내부에 자리 잡고 있고, 전자적 관계망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화음과 리듬을 갖고 있다.

성미산마을에서 협동조합은 기본구도라고 할 만큼의 중요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살림과 협동의 경제는 공통자산을 너와 나 사이에서 만들어내며 그것을 발전시킨다. 공통자산을 공통-부(common wealth)라고 규정한다면 어휘상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공통-부 자체가 국가주의 영역으로 포획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공통자산은 사적 소유에 입각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공동체 관계의 발전을 추구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한때는 공유와 소유를 구분하는 입장이 대세였지만, ‘공유=국가소유=공통-부’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나서 너와 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공통자산이라는 입장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문제는 공통의 것을 볼 때 ‘사이’와 ‘흐름’이 작동하는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의 경우에는 다시 관계의 차원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과 살림의 경제는 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발전하지, 외연적 성장과 확장을 통해서 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자본의 룰에 따르기 시작하는 때는 공동체적 관계망으로부터 벗어나서 시장의 법칙에 따라 경쟁하고자 하여 내부적으로 화석화되고 구조화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기 시작할 때이다. 형식화된 총회와 조합원간의 상투적인 간담회와 친환경상품판매에 머무르는 생태적 마인드를 통해서 협동조합은 자본의 재구조화의 유혹에 빠져든다. 심지어 외연적 성장이나 규모의 경제가 협동조합을 끌어들여서 자본주의의 ‘코드의 잉여가치’로 포획하는 것이다. 결국 협동과 살림의 경제는 마을의 공동체적 관계망을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가에 따라 평가될 수밖에 없다.

성미산의 공동육아와 대안교육은, 아이들이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서 돌봄과 대안가치를 습득하고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을의 기초가 되었다. 공동체적 관계망은 돌봄, 모심, 보살핌, 섬김, 살림과 같은 정동적 측면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동체하면 돌봄과 치유의 관계망이라고도 한다. 성미산마을에서는 공동체 관계망의 정동적 측면에 입각해서 치유와 마음건강을 추구하는 문화공간이나 <마포희망나눔>과 같은 어르신을 돌보는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공동육아와 대안학교도 큰 범주에서는 이러한 공동체적 관계망이 갖고 있는 돌봄과 치유의 영향력 내로 아이들을 두기 위한 부모들의 바람이 깔려 있다. 우리는 정동노동과 감정노동의 차이점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정동노동은 누구를 돌봄으로써 더 자신의 사랑이 증폭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지만, 감정노동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단순히 피상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 미묘한 차이에는 관계망의 요소가 있다. 정동노동은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서 대안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관계로부터 벗어나 기능만 남는다면 감정노동으로 순간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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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난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적 가치가 생산된다. 성미산마을의 경우에는 공동체적 관계망에 입각한 정동노동의 방향성 속에서 사업과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의 힘과 활력의 원천이 마을 공동체의 관계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정동의 원천은 문화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가족생활과 일과 사회적 사건을 극화시키고 공연으로 만들어서 생각의 경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며, 또 행위자 자신의 관계망의 동력을 찾고 자기 자신을 생산하게끔 만들어준다. 다양한 문화동아리의 역할을 세련된 고급문화나 프로정신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정동을 생산하기 위한 관계망의 일부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정동, 무의식, 욕망의 흐름을 너와 나 사이에서 흐르게 만들어 사랑과 욕망의 순환과 재생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문화는 자본주의의 통속적 문화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기존 문화를 넘어서 있는 문화관계망의 생산이라고 규정해야 할 것 같다. 문화는 그저 소비되고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관계망을 풍부하게 만드는 소재와 이야기꺼리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활력이 충전되고 어깨가 들썩거리고 즐거워지는 원천이 된다. 결국 이러한 문화가 관계의 차원에서 벗어나 물신화된다면 자본주의의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며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성미산의 마을문화운동과 동아리들은 관계 속에서의 문화생산의 움직임이며 공감대에 입각한 정동의 흐름을 의미한다.

성미산마을의 남겨진 숙제들

성미산마을에서는 성인식이 매년 한 번씩 있다. 마을 출신의 젊은이가 대학생이 되고 20대가 되는 소회를 밝히는 시간이다. 성미산마을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을공동체가 청년세대를 받아들이며 관계 속으로 이들을 결합시킬 수단과 작동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바로 자기 자신을 관계 속에서 다시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된 마을의 관계망이 없다는 점은 성미산마을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젊은이들의 결합은 마을공동체적 관계망에 활력과 기쁨을 줄 것임에 분명하며, 외부에 대해서 열린 공동체의 질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20대의 문화적 해방구인 홍대 앞과 성미산마을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이에 대한 접속과 이질생성은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미산마을이 성립 가능했던 것은 나와 너 사이에서의 관계 맺기와 정동, 무의식, 욕망이 흐르게 만들고, 자본주의적 문화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고, 네 것과 내 것을 나누는 소유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공통자산을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것의 출발점은 너와 나의 구분을 넘어선 그 사이에서의 공감과 소통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출발점에서부터 마을은 시작한다. 내가 나를 버리고 나를 내려놓고 너와 가까이 가려는 것에부터 작은 공동체는 출발한다는 점이 성미산마을에서 발견되며, 그것을 토대로 다양한 일, 사업, 놀이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계의 위력은 어떤 고정관념으로부터도 벗어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하여금 늘 새로운 사람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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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들어주고 세상을 재창조하게끔 하기 때문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