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사계 藝術 - arko.or.kr · pdf file북한 청진 출신 여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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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2007 가을 문화예술 147 文化 藝術 四季 문학 최근 경향 우찬제 본지 편집위원 구차한 글로 읽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근대문학 초기의 요절 문인들이나 최근의 기형도,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들을 다시 반추해보면서 다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훨씬 원숙한 경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한국문학사는 훨씬 넓고 깊어졌을까? 물론 젊은 작가들의 전복적이고 실험적인 상상력과 스타일이 세계문학사의 지형도를 바꾸어 온 사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오랜 체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고담(枯淡)의 노경(老境) 속에서” 일구어낸 원숙한 문학 세계들의 역사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가령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작품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을 때 괴테의 나이는 약관 25세였다. 그런데 <파우스트>는 그 이전 20세 때부터 구상을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스물에 구상을 시작하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던 시절부터 펜을 들어 59세에 그 1부를 완성했고, 사망하기 1년 전인 82세 때 그 대미를 완성했으니, 가히 필생의 작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세계의 비의(秘義)를 꿰뚫어보는 절정의 정신이 창조한 방대한 대우주의 구도이면서 그 중심 존재인 인간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의 구원을 추구하는 영원한 문학적 주제의 심오한 모험”이라는 평가를 비롯한 여러 극찬들도 결코 과찬일 수 없다. 이쯤 되면 만약 <파우스트>를 괴테가 이십대에 마무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은 부질없어 보인다. 서른에 <수레바퀴 아래서>를 쓴 헤르만 헤세는 43세에 <데미안>을 쓴 다음, 50대 중반에 <유리알 유희>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67세에 마무리했다. 또 37세에 <농담>을 쓴 밀란 쿤데라는 56세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62세에 <불멸>을, 64세에 <느림>을 썼다. 그밖에 비슷하게 열거할 수 있는 많은 사례들이, 우리로 하여금 젊은 문학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도록 이른다. 전복적 기운과 원숙한 고담의 공존 물론 나는 젊은 문학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젊은 문학의 새로운 감각과 스타일, 에너지에 관심을 집중해왔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는 근대문학 100년을 넘긴 우리 문학의 층이 더욱 두터워지기를 소망한다. 한때의 젊은 작가들이 많은 문학보다는, 젊은 문학의 전복적 기운과 원숙한 문학의 고담(枯淡)이 공존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상생하는 문학판을 바라는 것이다. 작가층도 독자층도 공히 두터워지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청년문학사 중심의 한국문학사가 계속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것이다. 한쪽에서는 중심이고 모두가 주변인 것 같은데, 젊은 작가들이 관심의 중심에 있으니, 새로운 중심부의 자리는 그들의 몫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변화무쌍한 접속 시대의 풍경을 매우 기민하게 포착하는 프로테우스와도 같은 젊은 세대들의 서사적 스펙트럼의 생기발랄함이, 실시간으로 새로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원숙한 경지는 ‘농익은 능금’의 것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젊은 문학들이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것은 비단 최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 근대문학사를 장식한 여러 작품들이 사실상 젊은 문학들이었다는 점은, 문학사 연표에 잠시만 눈길을 보낸다면 바로 확인 가능한 일이다. 김소월, 현진건, 나도향, 이상, 김유정, 윤동주 등 여러 작가와 시인들이 젊은 시절에 그들의 대표작을 냈다. 최인훈이 <광장>을 발표한 것도 20대 중반의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김소월에서 윤동주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인들이 이른 나이에 절명했던 근대문학 초기에는, 이른바 요절 콤플렉스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창조적으로 넘어서려 했던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일제 강점기 최고의 문장가로 꼽혔던 이태준이다. 다른 자리에서도 인용한 바 있지만, 요절 콤플렉스 하면 나는 이태준의 수필 <조숙(早熟)>이 먼저 떠오른다. 과수원 바닥에 올되어 떨어진 배를 먹어보니 “찝찝한 군물이 돌고 향기가 아무래도 맑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이태준은 “일찍 깨닫고 일찍 죽은” 천재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천재는 더 오래 산다고 더 나을 것이 없게 그 짧은 생애에서라도 자기 천분(天分)의 절정을 숙명적으로 빨리 도달하는 것”이라는 다른 이들의 견해를 먼저 소개한다. 그런 다음 그는 다른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인생은 적어도 70, 80의 것이어니 그것을 20, 30으로 달(達)하고 가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고로 그는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한다. “오래 살고 싶다. 좋은 글을 써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 적어도 천명(天命)을 안다는 50에서부터 60, 70, 100에 이르기까지 그 총명, 고담(枯淡)의 노경(老境) 속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깊은 가을을 지나 농익은 능금처럼 인생으로 한 번 흠뻑 익어보고 싶은 것이다.” 다시, 왜 이태준이 오래 살고 싶다고 했던가. 흔히 20, 30대 천재들이 “인생은 즐겁다!”거나 “인생은 슬프다!”라고 쓰지만 “인생의 가을, 70, 80의 노경에 들어보지 못하고는 정말 ‘즐거움’ 정말 ‘슬픔’은 모를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대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글일 터이다. 천재의 요절을 예찬하기 쉬운 낭만적 열정의 젊은이들이라면 좀 한국 소설의 이중주, 그 참신과 원숙 사이 젊은 에너지, 한국소설의 중심을 채우다 한국 소설이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젊음의 기운과 스타일은 어느덧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아니다. 가능성을 지닌 신인의 젊은 에너지로만 주목받는 게 아니다. 이미 우리 소설계의 심장부를 젊은 소설들이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황순원문학상 최종심 후보작들의 면면을 보기로 하자. 권여선의 <반죽의 형상>, 김애란의 <칼자국>, 김연수의 <달로 간 코미디언>, 박민규의 <깊>, 백가흠의 <루시의 연인>, 성석제의 <여행>, 윤성희의 <이어달리기>, 은희경의 <고독의 발견>, 이혜경의 <한갓되이 풀잎만>, 전성태의 <남방식물> 등 단편소설 10편이 그 후보작들이다. 1959년생인 은희경이 유일한 1950년대생이고, 이혜경, 성석제, 권여선, 박민규, 전성태가 1960년대생, 김연수, 윤성희, 백가흠이 1970년대생, 김애란이 1980년대생이다. 동인문학상 후보작들의 경우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우렁각시는 알까?>의 이동하를 제외하고, <웨하스>(하성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기호), <백치들>(김숨), <제비를 기르다>(윤대녕),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은희경), <분홍 리본의 시절>(권여선),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김서령), <서울 동굴 가이드>(김미월) 등으로 대부분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유력 문학상 후보군이 이렇게 젊어졌다는 것은 여러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황순원문학상 예심위원들은 “최근 2~3년 새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세계의 소설을 대거 발표하며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는데 이들이 어느새 낯익어보인다”(신수정), “이들이 한국문단에 이미 깊숙이 편입됐다고 볼 수도 있고 젊은 작가의 작품세계가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볼 수도 있다”(김형중)고 지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소설에 강하게 불어왔던 세대교체 바람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고 정리한다. 이들뿐 아니라 젊은 소설 대세론은 여러 곳에서 폭넓게 산개된다. 최인훈이나 김승옥, 서정인이 주목받던 1960년대 초반, 최인호나 황석영이 각광받던 1970년대 초반, 이문열이나 임철우가 눈길을 끌던 1980년대 초반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신인으로서 주목받았지 중심부에 진입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중심은 두터웠다. 중심의 해체가 가속화되던 1990년대 초반에는 박상우, 신경숙, 윤대녕, 이순원, 장정일, 하창수 등이 신세대 작가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신인급이었을 따름이다. 그들의 감각과 스타일이 이전의 1980년대 소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변두리에서 절차탁마하며 기성의 중심을 해체하는 서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터이다. 1990년대 신인들의 해체적 노력을 포함한 다른 복합적인 변수들의 작용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 한국소설의 중심과 주변의 경계는 흐물흐물해진 것 같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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